지금 거신 전화는 5
[희주가 힘겹게] 안 되겠어요 저 좀 내려 주세요
[경찰] 도로 한가운데서 지금…
[희주] 나만 내리면 괜찮아요
다 괜찮아질 거예요
[소리치며] 그러니까 내려 주세요, 제발!
[희주의 거친 숨소리]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연희] 알 게 뭐야
암튼 옮겼으면
돈은 이제 내가 안 내도 되는 거지?
[문소리]
[연희가 놀라며] 어, 백 서방
[옅은 웃음] 언제 왔어?
[사언] 들어가시죠
하여튼 매너 짱
[사언] 궁금한 게 있습니다
[연희] 응
[사언] 희주 말을 왜 안 하는 겁니까?
왜 안 하긴? 백 서방도 알지 않아?
어릴 때 교통사고
그때 충격받아서
그 충격이
지금까지요?
함묵증이라는 게
[사언]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스스로 말문을 닫는 건데
20년이 넘도록 그런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야 워낙 죄책감이 컸으니까
무슨 죄책감이요?
[사언] 교통사고가 희주 탓입니까?
그때 동생 잃고 언니는 귀가 멀었는데
저라고 멀쩡할 리 있어?
그래서도 안 되고
[한숨]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
장모님, 자꾸 잊으시나 본데
희주 제 처입니다
[사언] 저 사람한테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말도 행동도
뭐야?
우리 희주 챙기는 거야?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자1] 사언 오빠
오랜만이에요
얼굴 까먹겠다, 우리 자주 좀 봐요
[여자1] 그러게, 더 잘생겨졌네
- 아, 인아가 잘해 주나 봐 - [여자1이 웃으며] 진짜
- [여자2] 우리 짠 할까? - [여자들] 짠
짠 해요
[여자1] 음, 좋다
[여자들의 대화 소리]
[홍 회장] 대변인
회장님
[홍 회장] 백 대표님이랑은
언제 한편 먹을 생각이야?
[옅은 한숨]
아직 흡족한 제안을 못 받았구먼
부모 자식 간에도 계산은 칼같아야 하는데 말이야
[휴대폰 진동음]
실례합니다
[긴장되는 음악]
[사언] 아까 뭐랬지?
별책 부록? [헛웃음]
모르면 잘 들어, 사공육
희주는 부록 따위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언어입니다
그 애가 똑같은 손동작을 몇백 몇십 번 반복하면서
지금의 어른이 됐는지
사람들은 모릅니다
그러니까 내 아내에 대해 함부로 떠들지 마십시오
저기, 혹시 그거 어디서 찾았습니까?
아, 저기 화장실에서요
왜 그랬어? 그 애를 그렇게 잘 안다고 말하면서
왜 부부라는 착각 같은 거 하지 말라고
[엘리베이터 알림음]
[음악이 잦아든다]
[놀란 숨소리]
[고조되는 음악]
[쿵 넘어지는 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괜찮아?
난간에 왜 올라가 있었어?
[큰 소리로] 죽으려고 환장했어?
[딸꾹질]
[긴장되는 음악]
[사언] 통화하고 있었나?
[헛웃음]
홍희주는
통화를 못 하는데
왜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었어?
소리 내 봐
방금처럼 소리 내 보라고 딸꾹질이든 뭐든!
나게 해 줘?
[헛웃음]
홍희주
니가 어떻게…
[음악이 잦아든다]
[휴대폰 진동음]
[진동이 멈춘다]
먼저 가 있어
[휴대폰 진동음]
네
[도재] 통화 시간 10분 드디어 넘겼습니다
- 위치가 잡혔어요 - [사언] 어디입니까?
[도재] 놀라지 마십시오
소공동 그것도 지금 계신 호텔입니다
생각보다 더 대변인님 가까이에 있는
- 인물인 거 같습니다 - [어두운 음악]
현재 주변에 짐작 가는 사람 없으십니까?
[헛웃음]
[중얼거리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지금
여기 그놈이 있단 얘깁니까?
[엘리베이터 알림음]
[거친 숨소리]
[엘리베이터 알림음]
[음악이 뚝 끊긴다]
여기서 뭐 하니? 안 들어가고
[의미심장한 음악]
[사언 조부] 아가
내 집 안에는
녹슨 숟가락이 단 한 개도 있어선 안 된다
잘 고심해서 판단하거라
니깟 아들의 어미 자리가 중한지
내 며느리라는 위상이 더 중한지
[풉 뿜는 소리]
[긴급한 음악]
[사언의 가쁜 숨소리]
[통화 연결음]
[도재] 네, 대변인님
초대 손님 명단 확보하고
음성 변조 벗기는 작업 최대한 서두르세요
- [문 닫히는 소리] - [도어 록 작동음]
[스위치 조작음]
[사언] 홍희주
아직도 있어, 그 흉터?
[묘한 음악]
너 어릴 때
큰 개한테 물릴 뻔했었잖아
그때도 넌 비명 한 번 안 질렀어
어떻게 그 어린애가 그 상황에서
소리를 삼킬 수 있지?
대단해, 홍희주
과연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궁금하네
[문소리]
[어린 희주] 다음 뉴스입니다
교황 베네딕토 17세가 퇴위하고
교황 프란치스코가 선출되었습니다
현직 교황이 생존한 상태에서 퇴위한 것은
600년 만의 일인데요
- [연희] 희주야! - [문 열리는 소리]
이게 뭐야?
장래 희망이 아나운서?
[때리며] 아나운서?
니가 어떻게 아나운서가 돼? 말도 못 하는 애가 어떻게!
너 엄마가 분명히 말했지?
니가 인아 앞에서 조잘조잘 떠드는 순간
너랑 나는 이 집에서 쫓겨나는 거라고
[연희의 한숨]
[울먹이는 숨소리]
[으르렁 소리]
[왈왈 짖는다]
[긴장되는 음악]
[개의 위협적인 소리]
- [툭 떨어지는 소리] - [개가 낑낑대는 소리]
[부드러운 음악]
개가 앞발로 때린 건 아닐 거고
너도 똑같이 때려
[어린 사언] 엄마든 언니든 그게 누구든
앞으로는 너도 때릴 준비 해
[한숨] 부모고 가족이고
복수의 기회는 어느 때고 오니까
너 무릎 까졌잖아
[어린 사언] 붉은 게 꼭 터진 니 볼 같네
[사언] 희주는 부록 따위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언어입니다
- [한숨] - [무거운 음악]
홍희주, 홍희주 나와 봐
그동안
아주 깜찍하게 잘도 속였지?
[사언의 헛웃음]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보지 마 다 아니까
왜?
왜 그렇게까지 속인 거야?
감쪽같이, 자그마치 20년을!
[사언] 이 짓거리까지 하면서 도대체 왜!
그래,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때는 어려서 그랬다 치자
근데 너
이제 어린애 아니잖아 다 컸잖아, 어?
최소한 나랑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계속 숨길 필요 없었잖아 안 그래?
[헛웃음]
[희주] 누구나 비밀은 있잖아요
당신은 없어요? 나한테 감추고 있는 거?
[헛웃음]
[헛웃음]
[음악이 뚝 끊긴다]
[무거운 음악]
이번 수어 통역사 면접에 최종 선발 된 분들에게는
[영우] 개별 연락 갈 거고요
내일부터 출근과 함께 업무가 시작됩니다
채용 관련 주요 언론 반응은…
[흥미로운 음악]
[꿀꺽 삼키는 소리]
'대통령 연설을 국민 누구나 차별 없이'
'시청할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언어이므로'
'농인들의 정보 접근 보장을 위해'
저, 저, 대변인님?
예, 제, 제가 저기…
많이 부족한 거 압니다 아, 아는데 그래도
나름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뭔가 불편하시거나
마음에 안 드시는 내용이 있으시면 [울컥하며] 말씀을…
아니요 [헛기침]
마음에 쏙 듭니다
[사언] 수고 많으셨어요
잠시 쉬었다 가시죠
[익살스러운 음악]
[영우] 내가 괜히 간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게 아니야
사람이 자꾸 쫄리잖아? 그러면 간이 쪼그라들고
어? 술 담배 때문이라고? 아니, 그거 선입견이야
피로 누적, 스트레스 이런 것도 다 원인이 된다니까?
알았어, 여보
응, 영양제 잘 챙겨 먹을게
어, 그리고
앞으로는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어깨 쫙 펴고…
[툭 떨어지는 소리]
- 대… - [음악이 잦아든다]
- [영우] 대변인님? - 강 과장님?
예, 예예, 예, 예
좀 봅시다
[사언] 강 과장님, 아내분하고
별 얘기 다 하십니까?
그, 그게요
[영우] 저, 절대 대변인님 얘기를 한 게 아닙니다
- 제 건강에 관련된… - [사언] 비밀은
없습니까?
예?
부부 사이에
뭐, 서로 감추는 거라든가
속인다든가 하는 건 없냐고요
그, 글, 글쎄요
벼, 별, 별로…
근데 왜 갑자기…
[익살스러운 음악]
혹시 사모님께서 대변인님 몰래
비상금을 숨겨 두셨습니까?
아닙니다
아, 다행이네요
아휴, 돈 문제만 아니어도 어디예요, 그게? [웃음]
- [사언] 그렇습니까? - [영우] 그럼요
그리고 [헛기침]
그냥 알면서도 모르는 척
적당히 넘어가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영우] 그래야 숨 쉴 구멍이 생기죠, 이게
빡빡하게 하나하나 따지고 쪼이면 숨이 막혀 갖고
물론
대변인님 성격에 쉽진 않겠지만…
내 성격이 왜요?
완벽을 추구하시는 그런 성격이시라
[음악이 멈춘다]
그렇지만 부부 사이에도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작게] 성질 좀 죽이시고
노력?
[초침 소리]
[휴대폰 진동음]
[차분한 음악]
어머, 야!
- 엄마야, 합격! 합격! - [직원들의 놀란 소리]
[직원들의 환호]
[직원들] 축하해요
[직원1] 와, 합격!
[음악이 잦아든다]
[잔잔한 음악]
[센터장] 고생했다
잘했어
이 기쁜 소식 얼른 가족들에게 알려
우리 뭐, 음료수 살까? 뭐…
- 뭐, 커피 마실래? - [직원들의 호응]
- [직원2] 쏘시는 거예요? - [센터장] 케이크 먹어
- 당연하지 - [직원3의 환호]
[직원2] 얼마까지 쏘는데요?
[직원들의 웃음]
[희주] 합격했어요
[희주]
[한숨]
[희주] 뭐가 이렇게 어렵냐
[문자 전송음]
어, 어떡해
[영우] 아참
내일은 수어 통역사분들 환영 회식이 있으니까
다들 참석해 주십시오
- [흥미로운 음악] - 이게 원래는
워크숍이라도 가야 되는 게 정석인데
그렇지만 격무로 많이들 지쳐 계시고
특히나 우리 대변인님 스케줄도 빠듯하시니
간단하게 식사하는 걸로 대체를…
대변인님?
방금 뭐랬죠?
[사언] 아, 워크숍?
아, 아니, 아니, 아니요
일정상 바쁘시고 하니까 어, 회식 정도로…
대한민국 최초의 대통령실 수어 통역사분들 아닙니까?
[사언] 뭐, 언론의 관심도 높은데
보도 자료로 쓸 기념사진 정도는 남겨야 되지 않을까요?
갑시다, 워크숍
- [흥미로운 음악] - 다들 주말에 시간 어떠십니까?
- 전 됩니다 - [사언] 좋습니다, 그럼
이왕 가는 거 1박 2일로 하죠
장소 섭외하세요
[직원1] 와, 박 행정관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전 됩니다'
[직원2] 괜히 리틀 백사언이겠어요?
저러니 대변인님이 대통령실 들어올 때
콕 집어서 데려왔지
[한숨]
회식도 참석 안 하시는 분이 갑자기 왜…
[설레는 음악]
[의아한 숨소리]
[사언] 뭐지? 뜬금없이?
[한숨]
[희주] 이제 와서 지운다고?
그게 더 이상하잖아
아, 이 미친 손가락
[사언]
[한숨]
해명? 살벌한가?
[한숨]
[문자 수신음]
[툭 내려놓는 소리]
[희주] 하, 어떡해
못 보겠어
[사언] 합격 축하해
[영우] 음!
맛있네, 내 스타일이야
맛집 잘 골랐어
입맛에 맞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영우의 웃음]
대변인님, 드셔 보세요
[사언] 네
맛있네요
[직원들의 웃음]
- [직원] 음, 맛있네 - [휴대폰 진동음]
[희주] 고마워요, 덕분이에요
[발랄한 음악]
[사언]
[문자 전송음]
[의아한 숨소리]
너무 딱딱한가?
괜찮은데요?
[영우] 아, 우리 대변인님
치아가 안 좋으신가 보다 [웃음]
[휴대폰 진동음]
[희주] 밥 살게요
[옅은 웃음]
밥을 산다고?
[내려놓는 소리]
아, 보통 입사 선물로는 뭐가 좋습니까?
- [영우] 음, 최신 핸드폰이죠 - [사언] 이미 최신이면?
태블릿, 노트북?
둘 다 있으면?
뭐 없어?
[영우] 아이디어 좀 내 봐
[직원] 어, 뭐, 지갑? 가방?
거, 본인 갖고 싶은 거 말고 실용적인 걸로…
- 꼭 실용적이진 않아도 됩니다 - [영우] 말고
- 꼭 실용적인 거 말고 - [직원] 음, 뭐…
[영우] 감성적이고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사실 입사엔 정장 한 벌이 국룰 아닙니까?
[영우] 에이
정장?
잘 골랐어
음, 괜찮네
[작게] 정장…
[휴대폰 진동음]
[사언] 6시까지 여기로 와
[의미심장한 음악]
[유리] 여길 들어가자고요?
네
- [까마귀 울음] - [놀라며] 아, 같이 가요!
같이 가요!
[유리] 어후
안 돼요, 안 돼
이거, 이거, 이거 못 넘어
뭐 해요?
[상우] 여기 있었던 거 같은데
[유리] 뭐가요?
엄청 큰 초상화요
이따만한 용 반지 낀 손이 기억나요
[한숨]
[유리] 그, 매일 와서 놀았다던 그 방
그 방은 어디예요?
아, 그 방
따라와요
[유리] 어후
[생각하는 숨소리]
여기서
그날 난 분명히 봤어요
[짜증스럽게] 뭘요?
귀여운
[상우] 고양이
- [천둥소리] - [어두운 음악]
그 아이가 말했어요
[아이, 상우] 같이 놀래?
뭐? 뭐 하고?
[날카로운 소리]
[아이, 상우] 고양이 배를 갈라 보자
[상우] 그다음은 꼬리
그다음은 다리
그다음은 머리
[천둥소리]
[쾅 문 열리는 소리]
[어린 상우의 가쁜 숨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그 아이 말투가 너무 천진하고
아무렇지가 않아서
더 끔찍했어요
실종이요?
내가 입양되고 얼마 후에
보육원 친구들 몇 명이 실종됐다는 거를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됐어요
아직 미제로 남았고요
[어두운 음악]
그, 우리 첫 회의 때 쌤이 그랬었잖아요
'그게 뭐냐'보다 중요한 건
'왜 지금껏 안 풀었느냐' 아닐까요?
이유가 뭐예요?
[유리] 20년도 더 된 일을 왜 지금 들추는 거예요?
그 별장 처음 발견한 사람이 나였어요
애들한테 가자고 했던 것도 나였고
[상우] 채널 구독자가 늘어서
사람들이 내 얘기 들어 주고 주목할 때 딱 풀고 싶었어요
근데 방송 기회가 생겼고 지금이다 싶었죠
오랫동안 담아 왔던 거네요
미안해요
유리 씨가요?
뭐가요?
아, 사실
며칠 전에 사언 선배가
상우 쌤에 대해서 물어본 적 있었는데
내가 실수로 보육원 출신이라는 얘기를 했어요
백사언 대변인이 나에 대해서 물어봤다고요?
뭐를?
아, 그냥 뭐, 이것저것
[휴대폰 진동음]
[놀라며] 어머어머!
왜요, 왜?
희주 씨 대박!
희주 왜요?
대통령실 들어간대요
[유리의 웃음]
[엘리베이터 알림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직원1] 아, 저 홍희주 님 되시죠?
예,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직업적인 특성을 고려해서
무채색에 화려한 패턴이나
장식이 없는 스타일로 준비해 봤는데 어떠세요?
아, 저, 대변인실에서 연락받았습니다
대통령실 수어 통역사분이시라고
TPO에 맞는 의상 준비해 달라고 하셨어요
한번 입어 보시겠어요?
[엘리베이터 알림음]
[직원2] 어서 오십시오
[긴장되는 음악]
[직원2의 웃음]
[직원2] 피부 톤이랑 너무 잘 어울리는데요?
근데 사이즈가 조금 큰 거 같은데 하나 작은 걸로 가져다드릴게요
[직원1] 어우, 너무 예쁘시네요
아유, 워낙 비율이 좋으셔서 정장 맵시가 정말 멋있으세요
[직원1의 웃음]
[사언] 잘 어울리네요
이걸로 하시죠
네,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직원1] 아 갈아입고 나오시겠어요?
이 옷도 한번 입어 보지 그래?
[직원2의 웃음]
[사언]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직원1] 안녕히 가십시오
[음악이 잦아든다]
왜 입어 보지도 않고?
[희주] 안 입어 봐도 알아요
뭐를?
[희주] 이 옷은 잘 입을게요
이제 밥 먹으러 가요
뭘 안다는 거냐고
[희주]
[사언의 한숨]
[희주] 입고 갈 데도 없고 내 옷도 아닌 거 같은데
굳이 뭐 하러
그럼 저건 어때?
[부드러운 음악]
[휴대폰 진동음]
네, 말씀하세요
[도재] 아직 음성 변조 분석이 완료된 건 아닙니다만
방금 좀 이상한 보고가 들어와서요
- 이상한 보고? - [도재] 놀라지 마십시오
파형과 스펙트로그램 분석 결과 사공육의 성별이…
[의미심장한 음악]
[사언] 여자?
확실합니까?
물론 일전에 제기됐던 공범의 가능성도 있고
- [도재] 미끼일 수도 있습니다 - 미끼라면?
범행 주체가 아닌 타인의 목소리만 갖다 쓰는 방법인데요
녹음이나 대본을 읽힌다는 얘기인가?
그건 확실히 아니에요
그간의 통화는 누가 지시해서 앵무새처럼 내뱉는 수준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생방에 가까웠습니다
[사언] 일단 녹음 가능성은 배제하고
- 분석 진행하는 걸로… - [문소리]
[설레는 음악]
홍희주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건 나쁜 버릇이야
[사언] 그 나쁜 버릇
내가 고쳐 줄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비싼데?
한우라는데?
짜장면
그거면 충분해
[희주] 탕수육도
[옅은 웃음]
[휴대폰 진동음]
- [흥미로운 음악] - [진동이 연신 울린다]
[상우] 희주야, 소식 들었어 대통령실 수어 통역사, 축하해
와인 한잔할까? 유리 씨도 축하해 주고 싶다는데
[희주] 선배, 미안한데 다음에…
지금 가
단, 나랑 같이
[펑 샴페인 따는 소리]
- [유리] 축하해요, 희주 씨 - [상우] 축하해
[유리의 시원한 탄성]
그런데 두 사람 어떻게 같이 와?
나한테 밥 사기로 했었거든요
홍희주 통역사가
음, 희주가요? 왜요?
- 안 됩니까? - [상우] 밥을 그냥 사지는 않죠
이유가 있겠죠
[사언] 그럼 두 사람은 왜 같이 있는데요?
프로그램 취재 다녀오는 길이라서요
아, 잘 아시죠? 같이 프로그램 하는 거
유리 씨한테 나에 대해서
- 이것저것 물어보셨다던데 - [유리의 당황한 숨소리]
무슨 취재를 하시는데요?
아…
그게, 그…
[유리] 보육원 아동 실종 사건인데요
[상우] 프로그램 보안 유지 차원에서
함부로 말할 수 없습니다
말 끊어서 미안합니다
대변인님이나 한번 말씀해 보시죠?
나한테 왜
그렇게 관심이 많으십니까?
[희주] 저기, 선배
[희주]
어
미안
[상우] 근데 희주야
대통령실 수어 통역사
그래, 축하할 일이긴 한데
너 원래 꿈은 다른 거 아니었어?
[잔잔한 음악]
[헤드폰 속 경쾌한 음악]
[경쾌한 음악]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악이 멈춘다]
[부드러운 음악]
[상우] 그날 이후로 방송실에서 음악도 자주 듣고 했었잖아
오
두 사람 대학 때 뭐 있었죠?
[유리] 그쵸? 딱 감이 오는데?
너 감 없잖아
[사언] 없기로 유명했잖아 아나운서실에서도
[헛웃음]
제가요, 선배님?
[유리] 저 지금 팩트를 기반해서 얘기하고 있거든요
그림 딱 나오잖아요
썸 타기 좋은
대학 방송실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의아한 숨소리]
탔습니까, 썸?
[유리] 아, 뭘 물어요, 백 퍼죠
안 그러면 희주 씨가 왜 방송실을 들락거려요
아나운서 할 것도 아니고
[상우] 할 수도 있죠
하면 안 됩니까?
네?
아니, 희주 씨가 어, 어떻게 아나운서를…
[웃음]
아, 가능하죠 그러니까 제 말은 그…
[유리] 아, 아나운서 할 수 있죠 얼마든지
희주 씨 꿈이 아나운서였구나
몰랐네 [어색한 웃음]
근데 그 얘기를 지금 왜 하는 겁니까?
[사언] 대통령실 수어 통역사 된 사람한테
아나운서가 꿈 아니었냐니?
초 치는 거예요?
내가 초를 쳐요?
[상우] 그만하라네요, 자기 얘기
'예전에는 아나운서가 꿈이었던 거 맞고'
'지금은 대통령실 수어 통역사가 돼서 기뻐요'
[희주] 됐죠?
[드르륵 문소리]
[조르르 따르는 소리]
[유리의 어색한 웃음]
[유리] 아니
잔이 비었길래 [웃음]
[휴대폰 진동음]
[무거운 음악]
[유리] 그…
희주 씨가 화장실 간 건가?
내가 나가 볼게
아이스크림 드실 분?
갑자기요?
[유리] 저요!
초코 맛으로
아무거나!
[가쁜 숨소리]
[아이] 언니
있잖아, 내가 오늘 학교에서 엄청 재밌는 일 있었는데
그게…
친구가 나한테 쪽지를 보낸 거야
[아이의 웃음 소리]
[초인종 소리]
[초침 소리]
넌 뭐야?
[어린 희주] 언니한테 오빠가 하는 말 전달해 주려고요
니가?
넌 귀도 안 들린다면서
왜 보청기도 안 끼고 수어도 안 배우는데?
- [잔잔한 음악] - [한숨]
[어린 희주] 앞으로 잘 부탁한대 수학 공부 열심히 하재
[어린 사언] 풀어 봐
[어린 사언] 다시 풀어
또 계산 실수 나오면 너 머리에 찬물 붓는다
[어린 희주] 인아야, 다시 풀어 봐 더 잘할 수 있어
[휴대폰 진동음]
- [희주의 한숨] - [사언] 전화 잘했습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희주] 물어보고 싶은 거?
[사공육] 뭔데?
희주 목소리
들어 본 적 있습니까?
[무거운 음악]
무슨 말이야?
[사공육] 말 못 하는 애 목소리를 어떻게…
그럼 혹시 말을 안 하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사언] 홍인아는 사고로 귀가 안 들리게 된 이후에
보청기를 끼지 않았습니다
수어도 배우지 않았고
대신 희주를 데리고 다니면서
필담으로 사람들 말을 옮기게 했죠
[연희] 그때 동생 잃고 언니는 귀가 멀었는데
저라고 멀쩡할 리 있어?
그래서도 안 되고
[긴장되는 음악]
[사언] 설마
홍인아 때문에?
홍인아 때문이라니?
[한숨]
홍 회장의 하나밖에 없는 친딸한테 장애가 생겼으니
그 집에서 눈칫밥 먹던 희주까지
억지로 입을 다물어야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사언]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거 말고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어서
[사공육] 니가 전에 그랬지
홍희주를 내놓을 생각이 조금도 없다고
그 생각
홍인아가 돌아온다고 해도 변함없어?
네, 변함없습니다
왜? 안 놓겠단 이유가 뭔데?
- [사공육] 책임감이야? - 아닙니다
[사공육] 아니면
동정심?
[보행 신호음]
[사언]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동정심?
한 번만 얘기할 테니깐 잘 들으십시오, 사공육
희주에 대한 내 진심은…
[다가오는 엔진음]
[희주] 백사언!
[음악이 잦아든다]
[잔잔한 음악]
- [희주의 거친 숨소리] - [사언의 힘겨운 소리]
[힘겨운 숨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진짜 병원 안 가 봐도 괜찮겠어?
[한숨]
손으로 일하는 사람은 손 조심해야 된다고
[사언] 내가 몇 번을 얘기를 해
[한숨] 겁도 없이
어디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거야?
힘은 또 왜 그렇게 세?
나를 다 넘어뜨리고
[의미심장한 음악]
[희주] 백사언!
나…
들은 거 같아
니 목소리
내 이름 불렀었지?
또 듣고 싶어
니 목소리
홍희주
입 연다고, 말한다고 세상 안 무너져
[사언] 하고 싶은 말
이제까지 참았던 말
맘껏 해도 돼
[애잔한 음악]
[사언] 홍희주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건 나쁜 버릇이야
그 나쁜 버릇
내가 고쳐 줄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휴대폰 진동음]
[계속되는 휴대폰 진동음]
[떨리는 숨소리]
[불안한 음악]
[납치범] 언니야, 잘 지냈어?
[음악이 멈춘다]
[수석] 환영합니다, 축하하고요
성함이?
저, 저, 정원빈입니다
오, 원빈
이름값 하시는 분이시네, 예?
[수석] 우리 대변인과 얼굴 대결 아주 팽팽하겠어요
아우, 어떻게 제가 감히 대변인님과…
- [수석의 웃음] - 닮았다는 소리 가끔 듣습니다
[원빈, 수석의 웃음]
[수석] 성함이?
[수석의 웃음]
아유, 나는 수어는 잘 몰라요 [웃음]
[수석의 호응]
[수석의 의아한 숨소리]
어, 그럼 업무 중에 의사소통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응?
우리가 단체로 수어를 배워야 하나?
제가 배울 생각입니다
- 대변인이? - [사언] 네
그래야 통역사분들이
제 말을 제대로 전달하는지 알 수 있고
또 뉘앙스가 다르다면
바로잡을 수 있을 테니까요
[희주] 수어 어렵지 않습니다
배우신다면 저와의 소통 또한 문제없을 겁니다
일단 오늘부터 배울 생각입니다
[수석] 음 수어까지 하는 대변인이라
이거 SNS에 좋아요가 폭발하겠구먼, 응?
- [직원들의 웃음] - [직원1] 맞습니다!
- [직원들의 박수] - [수석의 호응]
- [직원2] 환영해요 - [수석] 축하합니다
이 정도는 다 외웠습니다
예습했죠
뭐, 할 만하던데요?
기역, 니은
디귿, 리을
[사언] '백문백답'?
'수어로 배우고 싶은 단어나 문장을'
'매일 하나씩 적어 오세요'?
오늘부터 적으면 됩니까?
- 음… - [볼펜 딸깍이는 소리]
가르쳐 주시죠
[애틋한 음악]
이건요?
[사언] 잘 부탁합니다
홍
희
주
통역사님
왜…
틀렸나요?
[희주] 저도 잘 부탁합니다
백사언
대변인님
[음악이 잦아든다]
[톡톡 치는 소리]
저, 대변인님?
네
[영우] 평소 회식은 일절 안 오시기에
여쭙지도 않고 저희 팀 단골집으로 왔는데
어떻게, 마음에 드십니까?
[사언] 뭐, 마음에 듭니다
아, 다행입니다, 예
[영우] 회식 장소로 이만한 데가 없죠 [웃음]
[직원들의 어색한 웃음]
- [사언] 강 과장님 - 예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예? 뭐, 무슨…
고기가 다 타고 있지 않습니까?
[영우] 아! 아, 내 정신 좀 봐
아, 제가…
[흥미로운 음악]
[영우의 헛기침]
- [직원들의 탄성] - [카메라 셔터음]
[직원들의 탄성]
- [사언] 드시죠 - [영우] 예, 어우…
[직원들의 호응]
[영우의 헛기침]
[영우] 오?
[웃으며] 엄청 잘 구우셨는데요? 꿀맛입니다
[직원1] 오, 진짜 맛있어요, 음!
많이들 드세요
[휴대폰 진동음]
[영우] 좀 드릴까요?
- [직원2] 네 - [영우] 진짜 맛있어
- [영우] 큰 걸로 - [직원2] 고맙습니다
[직원3] 저도 하나만…
[영우] 아, 모자라 가지고 이쪽에
음, 대변인님, 그, 다 같이
건배사…
[영우의 말리는 소리]
[헛기침]
[통역사들의 감탄]
[통역사들] 저희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게 '잘 부탁드립니다'
- [직원1] 어머어머 - [영우] 예, 뭐…
[직원들] 잘 부탁드립니다
[영우] 잘 먹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환영합니다 - [직원들의 호응]
[영우] 한턱 쏘신답니다
- 이게, 그게 다 들어 있어요 - [직원들의 환호]
천천히 드세요, 예
[직원들의 시원한 탄성]
[직원1] 진짜 맛있다
[도재] 대변인님, 잠시만
- [영우] 드세요 - [직원1] 많이 드세요
- [영우] 네, 네 - [직원1] 자, 어, 술이 없네
- [영우] 한 잔 따라 드려 - [직원1] 한 잔 따라 드려
방금 연락이 왔는데요
[도재] 음성 변조 분석이 거의 끝나가는데
악성 코드가 발견되면서
컴퓨터가 완전히 셧다운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원본 파일 대부분이 거의 날아갔는데
[도재] 간신히 건진 조각 파일에서 분석 결과가 나오긴 했습니다
음질 상태가 썩 좋진 않고요
들어 볼 수 있나?
네, 그런데
일단 들어 보십시오
[어두운 음악]
[납치범] 언니야, 괜찮아?
다친 데는 없고?
아, 아까 말이야
달리는 차에 뛰어들었잖아
[차 엔진음]
[납치범의 비웃음]
이혼한다더니, 어?
아, 마음이 변한 거구나
이혼 안 할 거지?
내가 왜 이혼하길 바라는데?
[납치범] 어, 왜냐하면
난 백사언 그 새끼가
망가졌으면 좋겠거든
언니야는
백사언을 잘 알아?
아니, 모를걸
100분의 1도 모를걸
넌 뭘 아는데?
그 사람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안다고
[납치범] 나?
[헛웃음]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씨
잘 들어
이 세상에서
백사언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나야
서둘러, 언니야, 시간이 얼마 없다
곧 백사언이 알게 될 거거든
- 뭘? - [납치범] 뭐겠어?
언니야 정체
[사언] 하고 싶은 말 이제까지 참았던 말
마음껏 다 해도 돼
[불안한 음악]
[희주]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은
그런 게 아닐 텐데
[녹음 속 희주] 내일까지 결정해
다 귀찮으면 20억으로 퉁치든지 내일까지다
누군지 짐작하시겠습니까?
[도재] 대변인님과 가까운 곳에 있고
누구보다 속사정을 잘 아는…
나이대는?
파형 분석 결과 20대 중후반의 여자
[시끌시끌한 대화 소리]
[영우] 아, 이런 곳이 아니야
[직원1] 아니야
[영우] 아니야, 아니야, 우리는 이렇게 강요하는 곳이 아닌데
[직원1] 그치, 좀…
[사언] 홍희주에 대한 정보가
- 대체 어디서 새어 나갔을까 - [휴대폰 진동음]
내 가까이에 있습니까?
[도재] 놀라지 마십시오
지금 계신 호텔입니다
[희주가 소리치며] 내려 주세요, 제발!
[헛웃음]
다른 음성 파일 하나 보낼 테니까
소리 파형 분석해서 사공육과 대조해 보세요
[사언] 정확히 몇 퍼센트 일치하는지
소수점 두 자리까지
네
[고조되는 음악]
[시끌시끌한 대화 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영우] 저기, 한 잔만 더 하고
아니야, 잠깐만, 아니…
[차 시동음]
저, 예, 잘 먹었습니다!
- 경례, 가세요! - [직원들의 인사]
[직원들] 들어가세요
[영우] 들어가세요
와, 처음인데요?
회식도, 취한 것도요
[의아한 숨소리] 뭔 일 있으신가?
박 행정관, 뭐 아는 거 없어?
없습니다
아까 둘이 나가서, 봤죠?
쑥덕쑥덕하는 거 봤는데 없다고?
없습니다
[영우] 2차 가자
- [직원1] 아이, 안 돼요! - [영우] 우리 친구, 우리는 친…
- 갑시다, 갑시다 - [직원1] 아, 과장님, 잠깐만요
[직원2] 과장님 2차 노래방 가요, 노래방!
[직원1] 집으로 갑시다!
저, 손님?
[대리 기사] 손님?
[한숨]
괜찮습니다
가 보셔도 됩니다
[대리 기사] 네
[도어 록 작동음]
- [잔잔한 음악] - [휴대폰 진동음]
[도재]
[애틋한 음악]
[사언의 당황한 소리]
[사언] 무슨 일 있었으면 있었다고 말을 해야지
[희주] 솔직하게 다요?
[도재] 사공육이 누군지 짐작하고 계시죠?
[희주] 서로 궁금한 걸 하나씩 묻고 답하는 건 어때?
[사언] 그럼 혹시 희주가 원하는 건
진심, 애정
그런 거였습니까?
[사언] 다 줄 수 있습니다
희주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사언이 소리치며] 홍희주!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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