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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거신 전화는 5

 

[희주가 힘겹게] 안 되겠어요 저 좀 내려 주세요

 

[경찰] 도로 한가운데서 지금…

 

[희주] 나만 내리면 괜찮아요

 

다 괜찮아질 거예요

 

[소리치며] 그러니까 내려 주세요, 제발!

 

[희주의 거친 숨소리]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연희] 알 게 뭐야

 

암튼 옮겼으면

 

돈은 이제 내가 안 내도 되는 거지?

 

[문소리]

 

[연희가 놀라며] 어, 백 서방

 

[옅은 웃음] 언제 왔어?

 

[사언] 들어가시죠

 

하여튼 매너 짱

 

[사언] 궁금한 게 있습니다

 

[연희] 응

 

[사언] 희주 말을 왜 안 하는 겁니까?

 

왜 안 하긴? 백 서방도 알지 않아?

 

어릴 때 교통사고

 

그때 충격받아서

 

그 충격이

 

지금까지요?

 

함묵증이라는 게

 

[사언]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스스로 말문을 닫는 건데

 

20년이 넘도록 그런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야 워낙 죄책감이 컸으니까

 

무슨 죄책감이요?

 

[사언] 교통사고가 희주 탓입니까?

 

그때 동생 잃고 언니는 귀가 멀었는데

 

저라고 멀쩡할 리 있어?

 

그래서도 안 되고

 

[한숨]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

 

장모님, 자꾸 잊으시나 본데

 

희주 제 처입니다

 

[사언] 저 사람한테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말도 행동도

 

뭐야?

 

우리 희주 챙기는 거야?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자1] 사언 오빠

 

오랜만이에요

 

얼굴 까먹겠다, 우리 자주 좀 봐요

 

[여자1] 그러게, 더 잘생겨졌네

 

- 아, 인아가 잘해 주나 봐 - [여자1이 웃으며] 진짜

 

- [여자2] 우리 짠 할까? - [여자들] 짠

 

짠 해요

 

[여자1] 음, 좋다

 

[여자들의 대화 소리]

 

[홍 회장] 대변인

 

회장님

 

[홍 회장] 백 대표님이랑은

 

언제 한편 먹을 생각이야?

 

[옅은 한숨]

 

아직 흡족한 제안을 못 받았구먼

 

부모 자식 간에도 계산은 칼같아야 하는데 말이야

 

[휴대폰 진동음]

 

실례합니다

 

[긴장되는 음악]

 

[사언] 아까 뭐랬지?

 

별책 부록? [헛웃음]

 

모르면 잘 들어, 사공육

 

희주는 부록 따위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언어입니다

 

그 애가 똑같은 손동작을 몇백 몇십 번 반복하면서

 

지금의 어른이 됐는지

 

사람들은 모릅니다

 

그러니까 내 아내에 대해 함부로 떠들지 마십시오

 

저기, 혹시 그거 어디서 찾았습니까?

 

아, 저기 화장실에서요

 

왜 그랬어? 그 애를 그렇게 잘 안다고 말하면서

 

왜 부부라는 착각 같은 거 하지 말라고

 

[엘리베이터 알림음]

 

[음악이 잦아든다]

 

[놀란 숨소리]

 

[고조되는 음악]

 

[쿵 넘어지는 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괜찮아?

 

난간에 왜 올라가 있었어?

 

[큰 소리로] 죽으려고 환장했어?

 

[딸꾹질]

 

[긴장되는 음악]

 

[사언] 통화하고 있었나?

 

[헛웃음]

 

홍희주는

 

통화를 못 하는데

 

왜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었어?

 

소리 내 봐

 

방금처럼 소리 내 보라고 딸꾹질이든 뭐든!

 

나게 해 줘?

 

[헛웃음]

 

홍희주

 

니가 어떻게…

 

[음악이 잦아든다]

 

[휴대폰 진동음]

 

[진동이 멈춘다]

 

먼저 가 있어

 

[휴대폰 진동음]

 

 

[도재] 통화 시간 10분 드디어 넘겼습니다

 

- 위치가 잡혔어요 - [사언] 어디입니까?

 

[도재] 놀라지 마십시오

 

소공동 그것도 지금 계신 호텔입니다

 

생각보다 더 대변인님 가까이에 있는

 

- 인물인 거 같습니다 - [어두운 음악]

 

현재 주변에 짐작 가는 사람 없으십니까?

 

[헛웃음]

 

[중얼거리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지금

 

여기 그놈이 있단 얘깁니까?

 

[엘리베이터 알림음]

 

[거친 숨소리]

 

[엘리베이터 알림음]

 

[음악이 뚝 끊긴다]

 

여기서 뭐 하니? 안 들어가고

 

[의미심장한 음악]

 

[사언 조부] 아가

 

내 집 안에는

 

녹슨 숟가락이 단 한 개도 있어선 안 된다

 

잘 고심해서 판단하거라

 

니깟 아들의 어미 자리가 중한지

 

내 며느리라는 위상이 더 중한지

 

[풉 뿜는 소리]

 

[긴급한 음악]

 

[사언의 가쁜 숨소리]

 

[통화 연결음]

 

[도재] 네, 대변인님

 

초대 손님 명단 확보하고

 

음성 변조 벗기는 작업 최대한 서두르세요

 

- [문 닫히는 소리] - [도어 록 작동음]

 

[스위치 조작음]

 

[사언] 홍희주

 

아직도 있어, 그 흉터?

 

[묘한 음악]

 

너 어릴 때

 

큰 개한테 물릴 뻔했었잖아

 

그때도 넌 비명 한 번 안 질렀어

 

어떻게 그 어린애가 그 상황에서

 

소리를 삼킬 수 있지?

 

대단해, 홍희주

 

과연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궁금하네

 

[문소리]

 

[어린 희주] 다음 뉴스입니다

 

교황 베네딕토 17세가 퇴위하고

 

교황 프란치스코가 선출되었습니다

 

현직 교황이 생존한 상태에서 퇴위한 것은

 

600년 만의 일인데요

 

- [연희] 희주야! - [문 열리는 소리]

 

이게 뭐야?

 

장래 희망이 아나운서?

 

[때리며] 아나운서?

 

니가 어떻게 아나운서가 돼? 말도 못 하는 애가 어떻게!

 

너 엄마가 분명히 말했지?

 

니가 인아 앞에서 조잘조잘 떠드는 순간

 

너랑 나는 이 집에서 쫓겨나는 거라고

 

[연희의 한숨]

 

[울먹이는 숨소리]

 

[으르렁 소리]

 

[왈왈 짖는다]

 

[긴장되는 음악]

 

[개의 위협적인 소리]

 

- [툭 떨어지는 소리] - [개가 낑낑대는 소리]

 

[부드러운 음악]

 

개가 앞발로 때린 건 아닐 거고

 

너도 똑같이 때려

 

[어린 사언] 엄마든 언니든 그게 누구든

 

앞으로는 너도 때릴 준비 해

 

[한숨] 부모고 가족이고

 

복수의 기회는 어느 때고 오니까

 

너 무릎 까졌잖아

 

[어린 사언] 붉은 게 꼭 터진 니 볼 같네

 

[사언] 희주는 부록 따위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언어입니다

 

- [한숨] - [무거운 음악]

 

홍희주, 홍희주 나와 봐

 

그동안

 

아주 깜찍하게 잘도 속였지?

 

[사언의 헛웃음]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보지 마 다 아니까

 

왜?

 

왜 그렇게까지 속인 거야?

 

감쪽같이, 자그마치 20년을!

 

[사언] 이 짓거리까지 하면서 도대체 왜!

 

그래,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때는 어려서 그랬다 치자

 

근데 너

 

이제 어린애 아니잖아 다 컸잖아, 어?

 

최소한 나랑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계속 숨길 필요 없었잖아 안 그래?

 

[헛웃음]

 

[희주] 누구나 비밀은 있잖아요

 

당신은 없어요? 나한테 감추고 있는 거?

 

[헛웃음]

 

[헛웃음]

 

[음악이 뚝 끊긴다]

 

[무거운 음악]

 

이번 수어 통역사 면접에 최종 선발 된 분들에게는

 

[영우] 개별 연락 갈 거고요

 

내일부터 출근과 함께 업무가 시작됩니다

 

채용 관련 주요 언론 반응은…

 

[흥미로운 음악]

 

[꿀꺽 삼키는 소리]

 

'대통령 연설을 국민 누구나 차별 없이'

 

'시청할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언어이므로'

 

'농인들의 정보 접근 보장을 위해'

 

저, 저, 대변인님?

 

예, 제, 제가 저기…

 

많이 부족한 거 압니다 아, 아는데 그래도

 

나름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뭔가 불편하시거나

 

마음에 안 드시는 내용이 있으시면 [울컥하며] 말씀을…

 

아니요 [헛기침]

 

마음에 쏙 듭니다

 

[사언] 수고 많으셨어요

 

잠시 쉬었다 가시죠

 

[익살스러운 음악]

 

[영우] 내가 괜히 간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게 아니야

 

사람이 자꾸 쫄리잖아? 그러면 간이 쪼그라들고

 

어? 술 담배 때문이라고? 아니, 그거 선입견이야

 

피로 누적, 스트레스 이런 것도 다 원인이 된다니까?

 

알았어, 여보

 

응, 영양제 잘 챙겨 먹을게

 

어, 그리고

 

앞으로는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어깨 쫙 펴고…

 

[툭 떨어지는 소리]

 

- 대… - [음악이 잦아든다]

 

- [영우] 대변인님? - 강 과장님?

 

예, 예예, 예, 예

 

좀 봅시다

 

[사언] 강 과장님, 아내분하고

 

별 얘기 다 하십니까?

 

그, 그게요

 

[영우] 저, 절대 대변인님 얘기를 한 게 아닙니다

 

- 제 건강에 관련된… - [사언] 비밀은

 

없습니까?

 

예?

 

부부 사이에

 

뭐, 서로 감추는 거라든가

 

속인다든가 하는 건 없냐고요

 

그, 글, 글쎄요

 

벼, 별, 별로…

 

근데 왜 갑자기…

 

[익살스러운 음악]

 

혹시 사모님께서 대변인님 몰래

 

비상금을 숨겨 두셨습니까?

 

아닙니다

 

아, 다행이네요

 

아휴, 돈 문제만 아니어도 어디예요, 그게? [웃음]

 

- [사언] 그렇습니까? - [영우] 그럼요

 

그리고 [헛기침]

 

그냥 알면서도 모르는 척

 

적당히 넘어가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영우] 그래야 숨 쉴 구멍이 생기죠, 이게

 

빡빡하게 하나하나 따지고 쪼이면 숨이 막혀 갖고

 

물론

 

대변인님 성격에 쉽진 않겠지만…

 

내 성격이 왜요?

 

완벽을 추구하시는 그런 성격이시라

 

[음악이 멈춘다]

 

그렇지만 부부 사이에도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작게] 성질 좀 죽이시고

 

노력?

 

[초침 소리]

 

[휴대폰 진동음]

 

[차분한 음악]

 

어머, 야!

 

- 엄마야, 합격! 합격! - [직원들의 놀란 소리]

 

[직원들의 환호]

 

[직원들] 축하해요

 

[직원1] 와, 합격!

 

[음악이 잦아든다]

 

[잔잔한 음악]

 

[센터장] 고생했다

 

잘했어

 

이 기쁜 소식 얼른 가족들에게 알려

 

우리 뭐, 음료수 살까? 뭐…

 

- 뭐, 커피 마실래? - [직원들의 호응]

 

- [직원2] 쏘시는 거예요? - [센터장] 케이크 먹어

 

- 당연하지 - [직원3의 환호]

 

[직원2] 얼마까지 쏘는데요?

 

[직원들의 웃음]

 

[희주] 합격했어요

 

[희주]

 

[한숨]

 

[희주] 뭐가 이렇게 어렵냐

 

[문자 전송음]

 

어, 어떡해

 

[영우] 아참

 

내일은 수어 통역사분들 환영 회식이 있으니까

 

다들 참석해 주십시오

 

- [흥미로운 음악] - 이게 원래는

 

워크숍이라도 가야 되는 게 정석인데

 

그렇지만 격무로 많이들 지쳐 계시고

 

특히나 우리 대변인님 스케줄도 빠듯하시니

 

간단하게 식사하는 걸로 대체를…

 

대변인님?

 

방금 뭐랬죠?

 

[사언] 아, 워크숍?

 

아, 아니, 아니, 아니요

 

일정상 바쁘시고 하니까 어, 회식 정도로…

 

대한민국 최초의 대통령실 수어 통역사분들 아닙니까?

 

[사언] 뭐, 언론의 관심도 높은데

 

보도 자료로 쓸 기념사진 정도는 남겨야 되지 않을까요?

 

갑시다, 워크숍

 

- [흥미로운 음악] - 다들 주말에 시간 어떠십니까?

 

- 전 됩니다 - [사언] 좋습니다, 그럼

 

이왕 가는 거 1박 2일로 하죠

 

장소 섭외하세요

 

[직원1] 와, 박 행정관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전 됩니다'

 

[직원2] 괜히 리틀 백사언이겠어요?

 

저러니 대변인님이 대통령실 들어올 때

 

콕 집어서 데려왔지

 

[한숨]

 

회식도 참석 안 하시는 분이 갑자기 왜…

 

[설레는 음악]

 

[의아한 숨소리]

 

[사언] 뭐지? 뜬금없이?

 

[한숨]

 

[희주] 이제 와서 지운다고?

 

그게 더 이상하잖아

 

아, 이 미친 손가락

 

[사언]

 

[한숨]

 

해명? 살벌한가?

 

[한숨]

 

[문자 수신음]

 

[툭 내려놓는 소리]

 

[희주] 하, 어떡해

 

못 보겠어

 

[사언] 합격 축하해

 

[영우] 음!

 

맛있네, 내 스타일이야

 

맛집 잘 골랐어

 

입맛에 맞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영우의 웃음]

 

대변인님, 드셔 보세요

 

[사언] 네

 

맛있네요

 

[직원들의 웃음]

 

- [직원] 음, 맛있네 - [휴대폰 진동음]

 

[희주] 고마워요, 덕분이에요

 

[발랄한 음악]

 

[사언]

 

[문자 전송음]

 

[의아한 숨소리]

 

너무 딱딱한가?

 

괜찮은데요?

 

[영우] 아, 우리 대변인님

 

치아가 안 좋으신가 보다 [웃음]

 

[휴대폰 진동음]

 

[희주] 밥 살게요

 

[옅은 웃음]

 

밥을 산다고?

 

[내려놓는 소리]

 

아, 보통 입사 선물로는 뭐가 좋습니까?

 

- [영우] 음, 최신 핸드폰이죠 - [사언] 이미 최신이면?

 

태블릿, 노트북?

 

둘 다 있으면?

 

뭐 없어?

 

[영우] 아이디어 좀 내 봐

 

[직원] 어, 뭐, 지갑? 가방?

 

거, 본인 갖고 싶은 거 말고 실용적인 걸로…

 

- 꼭 실용적이진 않아도 됩니다 - [영우] 말고

 

- 꼭 실용적인 거 말고 - [직원] 음, 뭐…

 

[영우] 감성적이고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사실 입사엔 정장 한 벌이 국룰 아닙니까?

 

[영우] 에이

 

정장?

 

잘 골랐어

 

음, 괜찮네

 

[작게] 정장…

 

[휴대폰 진동음]

 

[사언] 6시까지 여기로 와

 

[의미심장한 음악]

 

[유리] 여길 들어가자고요?

 

 

- [까마귀 울음] - [놀라며] 아, 같이 가요!

 

같이 가요!

 

[유리] 어후

 

안 돼요, 안 돼

 

이거, 이거, 이거 못 넘어

 

뭐 해요?

 

[상우] 여기 있었던 거 같은데

 

[유리] 뭐가요?

 

엄청 큰 초상화요

 

이따만한 용 반지 낀 손이 기억나요

 

[한숨]

 

[유리] 그, 매일 와서 놀았다던 그 방

 

그 방은 어디예요?

 

아, 그 방

 

따라와요

 

[유리] 어후

 

[생각하는 숨소리]

 

여기서

 

그날 난 분명히 봤어요

 

[짜증스럽게] 뭘요?

 

귀여운

 

[상우] 고양이

 

- [천둥소리] - [어두운 음악]

 

그 아이가 말했어요

 

[아이, 상우] 같이 놀래?

 

뭐? 뭐 하고?

 

[날카로운 소리]

 

[아이, 상우] 고양이 배를 갈라 보자

 

[상우] 그다음은 꼬리

 

그다음은 다리

 

그다음은 머리

 

[천둥소리]

 

[쾅 문 열리는 소리]

 

[어린 상우의 가쁜 숨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그 아이 말투가 너무 천진하고

 

아무렇지가 않아서

 

더 끔찍했어요

 

실종이요?

 

내가 입양되고 얼마 후에

 

보육원 친구들 몇 명이 실종됐다는 거를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됐어요

 

아직 미제로 남았고요

 

[어두운 음악]

 

그, 우리 첫 회의 때 쌤이 그랬었잖아요

 

'그게 뭐냐'보다 중요한 건

 

'왜 지금껏 안 풀었느냐' 아닐까요?

 

이유가 뭐예요?

 

[유리] 20년도 더 된 일을 왜 지금 들추는 거예요?

 

그 별장 처음 발견한 사람이 나였어요

 

애들한테 가자고 했던 것도 나였고

 

[상우] 채널 구독자가 늘어서

 

사람들이 내 얘기 들어 주고 주목할 때 딱 풀고 싶었어요

 

근데 방송 기회가 생겼고 지금이다 싶었죠

 

오랫동안 담아 왔던 거네요

 

미안해요

 

유리 씨가요?

 

뭐가요?

 

아, 사실

 

며칠 전에 사언 선배가

 

상우 쌤에 대해서 물어본 적 있었는데

 

내가 실수로 보육원 출신이라는 얘기를 했어요

 

백사언 대변인이 나에 대해서 물어봤다고요?

 

뭐를?

 

아, 그냥 뭐, 이것저것

 

[휴대폰 진동음]

 

[놀라며] 어머어머!

 

왜요, 왜?

 

희주 씨 대박!

 

희주 왜요?

 

대통령실 들어간대요

 

[유리의 웃음]

 

[엘리베이터 알림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직원1] 아, 저 홍희주 님 되시죠?

 

예,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직업적인 특성을 고려해서

 

무채색에 화려한 패턴이나

 

장식이 없는 스타일로 준비해 봤는데 어떠세요?

 

아, 저, 대변인실에서 연락받았습니다

 

대통령실 수어 통역사분이시라고

 

TPO에 맞는 의상 준비해 달라고 하셨어요

 

한번 입어 보시겠어요?

 

[엘리베이터 알림음]

 

[직원2] 어서 오십시오

 

[긴장되는 음악]

 

[직원2의 웃음]

 

[직원2] 피부 톤이랑 너무 잘 어울리는데요?

 

근데 사이즈가 조금 큰 거 같은데 하나 작은 걸로 가져다드릴게요

 

[직원1] 어우, 너무 예쁘시네요

 

아유, 워낙 비율이 좋으셔서 정장 맵시가 정말 멋있으세요

 

[직원1의 웃음]

 

[사언] 잘 어울리네요

 

이걸로 하시죠

 

네,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직원1] 아 갈아입고 나오시겠어요?

 

이 옷도 한번 입어 보지 그래?

 

[직원2의 웃음]

 

[사언]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직원1] 안녕히 가십시오

 

[음악이 잦아든다]

 

왜 입어 보지도 않고?

 

[희주] 안 입어 봐도 알아요

 

뭐를?

 

[희주] 이 옷은 잘 입을게요

 

이제 밥 먹으러 가요

 

뭘 안다는 거냐고

 

[희주]

 

[사언의 한숨]

 

[희주] 입고 갈 데도 없고 내 옷도 아닌 거 같은데

 

굳이 뭐 하러

 

그럼 저건 어때?

 

[부드러운 음악]

 

[휴대폰 진동음]

 

네, 말씀하세요

 

[도재] 아직 음성 변조 분석이 완료된 건 아닙니다만

 

방금 좀 이상한 보고가 들어와서요

 

- 이상한 보고? - [도재] 놀라지 마십시오

 

파형과 스펙트로그램 분석 결과 사공육의 성별이…

 

[의미심장한 음악]

 

[사언] 여자?

 

확실합니까?

 

물론 일전에 제기됐던 공범의 가능성도 있고

 

- [도재] 미끼일 수도 있습니다 - 미끼라면?

 

범행 주체가 아닌 타인의 목소리만 갖다 쓰는 방법인데요

 

녹음이나 대본을 읽힌다는 얘기인가?

 

그건 확실히 아니에요

 

그간의 통화는 누가 지시해서 앵무새처럼 내뱉는 수준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생방에 가까웠습니다

 

[사언] 일단 녹음 가능성은 배제하고

 

- 분석 진행하는 걸로… - [문소리]

 

[설레는 음악]

 

홍희주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건 나쁜 버릇이야

 

[사언] 그 나쁜 버릇

 

내가 고쳐 줄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비싼데?

 

한우라는데?

 

짜장면

 

그거면 충분해

 

[희주] 탕수육도

 

[옅은 웃음]

 

[휴대폰 진동음]

 

- [흥미로운 음악] - [진동이 연신 울린다]

 

[상우] 희주야, 소식 들었어 대통령실 수어 통역사, 축하해

 

와인 한잔할까? 유리 씨도 축하해 주고 싶다는데

 

[희주] 선배, 미안한데 다음에…

 

지금 가

 

단, 나랑 같이

 

[펑 샴페인 따는 소리]

 

- [유리] 축하해요, 희주 씨 - [상우] 축하해

 

[유리의 시원한 탄성]

 

그런데 두 사람 어떻게 같이 와?

 

나한테 밥 사기로 했었거든요

 

홍희주 통역사가

 

음, 희주가요? 왜요?

 

- 안 됩니까? - [상우] 밥을 그냥 사지는 않죠

 

이유가 있겠죠

 

[사언] 그럼 두 사람은 왜 같이 있는데요?

 

프로그램 취재 다녀오는 길이라서요

 

아, 잘 아시죠? 같이 프로그램 하는 거

 

유리 씨한테 나에 대해서

 

- 이것저것 물어보셨다던데 - [유리의 당황한 숨소리]

 

무슨 취재를 하시는데요?

 

아…

 

그게, 그…

 

[유리] 보육원 아동 실종 사건인데요

 

[상우] 프로그램 보안 유지 차원에서

 

함부로 말할 수 없습니다

 

말 끊어서 미안합니다

 

대변인님이나 한번 말씀해 보시죠?

 

나한테 왜

 

그렇게 관심이 많으십니까?

 

[희주] 저기, 선배

 

[희주]

 

 

미안

 

[상우] 근데 희주야

 

대통령실 수어 통역사

 

그래, 축하할 일이긴 한데

 

너 원래 꿈은 다른 거 아니었어?

 

[잔잔한 음악]

 

[헤드폰 속 경쾌한 음악]

 

[경쾌한 음악]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악이 멈춘다]

 

[부드러운 음악]

 

[상우] 그날 이후로 방송실에서 음악도 자주 듣고 했었잖아

 

 

두 사람 대학 때 뭐 있었죠?

 

[유리] 그쵸? 딱 감이 오는데?

 

너 감 없잖아

 

[사언] 없기로 유명했잖아 아나운서실에서도

 

[헛웃음]

 

제가요, 선배님?

 

[유리] 저 지금 팩트를 기반해서 얘기하고 있거든요

 

그림 딱 나오잖아요

 

썸 타기 좋은

 

대학 방송실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의아한 숨소리]

 

탔습니까, 썸?

 

[유리] 아, 뭘 물어요, 백 퍼죠

 

안 그러면 희주 씨가 왜 방송실을 들락거려요

 

아나운서 할 것도 아니고

 

[상우] 할 수도 있죠

 

하면 안 됩니까?

 

네?

 

아니, 희주 씨가 어, 어떻게 아나운서를…

 

[웃음]

 

아, 가능하죠 그러니까 제 말은 그…

 

[유리] 아, 아나운서 할 수 있죠 얼마든지

 

희주 씨 꿈이 아나운서였구나

 

몰랐네 [어색한 웃음]

 

근데 그 얘기를 지금 왜 하는 겁니까?

 

[사언] 대통령실 수어 통역사 된 사람한테

 

아나운서가 꿈 아니었냐니?

 

초 치는 거예요?

 

내가 초를 쳐요?

 

[상우] 그만하라네요, 자기 얘기

 

'예전에는 아나운서가 꿈이었던 거 맞고'

 

'지금은 대통령실 수어 통역사가 돼서 기뻐요'

 

[희주] 됐죠?

 

[드르륵 문소리]

 

[조르르 따르는 소리]

 

[유리의 어색한 웃음]

 

[유리] 아니

 

잔이 비었길래 [웃음]

 

[휴대폰 진동음]

 

[무거운 음악]

 

[유리] 그…

 

희주 씨가 화장실 간 건가?

 

내가 나가 볼게

 

아이스크림 드실 분?

 

갑자기요?

 

[유리] 저요!

 

초코 맛으로

 

아무거나!

 

[가쁜 숨소리]

 

[아이] 언니

 

있잖아, 내가 오늘 학교에서 엄청 재밌는 일 있었는데

 

그게…

 

친구가 나한테 쪽지를 보낸 거야

 

[아이의 웃음 소리]

 

[초인종 소리]

 

[초침 소리]

 

넌 뭐야?

 

[어린 희주] 언니한테 오빠가 하는 말 전달해 주려고요

 

니가?

 

넌 귀도 안 들린다면서

 

왜 보청기도 안 끼고 수어도 안 배우는데?

 

- [잔잔한 음악] - [한숨]

 

[어린 희주] 앞으로 잘 부탁한대 수학 공부 열심히 하재

 

[어린 사언] 풀어 봐

 

[어린 사언] 다시 풀어

 

또 계산 실수 나오면 너 머리에 찬물 붓는다

 

[어린 희주] 인아야, 다시 풀어 봐 더 잘할 수 있어

 

[휴대폰 진동음]

 

- [희주의 한숨] - [사언] 전화 잘했습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희주] 물어보고 싶은 거?

 

[사공육] 뭔데?

 

희주 목소리

 

들어 본 적 있습니까?

 

[무거운 음악]

 

무슨 말이야?

 

[사공육] 말 못 하는 애 목소리를 어떻게…

 

그럼 혹시 말을 안 하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사언] 홍인아는 사고로 귀가 안 들리게 된 이후에

 

보청기를 끼지 않았습니다

 

수어도 배우지 않았고

 

대신 희주를 데리고 다니면서

 

필담으로 사람들 말을 옮기게 했죠

 

[연희] 그때 동생 잃고 언니는 귀가 멀었는데

 

저라고 멀쩡할 리 있어?

 

그래서도 안 되고

 

[긴장되는 음악]

 

[사언] 설마

 

홍인아 때문에?

 

홍인아 때문이라니?

 

[한숨]

 

홍 회장의 하나밖에 없는 친딸한테 장애가 생겼으니

 

그 집에서 눈칫밥 먹던 희주까지

 

억지로 입을 다물어야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사언]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거 말고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어서

 

[사공육] 니가 전에 그랬지

 

홍희주를 내놓을 생각이 조금도 없다고

 

그 생각

 

홍인아가 돌아온다고 해도 변함없어?

 

네, 변함없습니다

 

왜? 안 놓겠단 이유가 뭔데?

 

- [사공육] 책임감이야? - 아닙니다

 

[사공육] 아니면

 

동정심?

 

[보행 신호음]

 

[사언]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동정심?

 

한 번만 얘기할 테니깐 잘 들으십시오, 사공육

 

희주에 대한 내 진심은…

 

[다가오는 엔진음]

 

[희주] 백사언!

 

[음악이 잦아든다]

 

[잔잔한 음악]

 

- [희주의 거친 숨소리] - [사언의 힘겨운 소리]

 

[힘겨운 숨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진짜 병원 안 가 봐도 괜찮겠어?

 

[한숨]

 

손으로 일하는 사람은 손 조심해야 된다고

 

[사언] 내가 몇 번을 얘기를 해

 

[한숨] 겁도 없이

 

어디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거야?

 

힘은 또 왜 그렇게 세?

 

나를 다 넘어뜨리고

 

[의미심장한 음악]

 

[희주] 백사언!

 

나…

 

들은 거 같아

 

니 목소리

 

내 이름 불렀었지?

 

또 듣고 싶어

 

니 목소리

 

홍희주

 

입 연다고, 말한다고 세상 안 무너져

 

[사언] 하고 싶은 말

 

이제까지 참았던 말

 

맘껏 해도 돼

 

[애잔한 음악]

 

[사언] 홍희주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건 나쁜 버릇이야

 

그 나쁜 버릇

 

내가 고쳐 줄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휴대폰 진동음]

 

[계속되는 휴대폰 진동음]

 

[떨리는 숨소리]

 

[불안한 음악]

 

[납치범] 언니야, 잘 지냈어?

 

[음악이 멈춘다]

 

[수석] 환영합니다, 축하하고요

 

성함이?

 

저, 저, 정원빈입니다

 

오, 원빈

 

이름값 하시는 분이시네, 예?

 

[수석] 우리 대변인과 얼굴 대결 아주 팽팽하겠어요

 

아우, 어떻게 제가 감히 대변인님과…

 

- [수석의 웃음] - 닮았다는 소리 가끔 듣습니다

 

[원빈, 수석의 웃음]

 

[수석] 성함이?

 

[수석의 웃음]

 

아유, 나는 수어는 잘 몰라요 [웃음]

 

[수석의 호응]

 

[수석의 의아한 숨소리]

 

어, 그럼 업무 중에 의사소통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응?

 

우리가 단체로 수어를 배워야 하나?

 

제가 배울 생각입니다

 

- 대변인이? - [사언] 네

 

그래야 통역사분들이

 

제 말을 제대로 전달하는지 알 수 있고

 

또 뉘앙스가 다르다면

 

바로잡을 수 있을 테니까요

 

[희주] 수어 어렵지 않습니다

 

배우신다면 저와의 소통 또한 문제없을 겁니다

 

일단 오늘부터 배울 생각입니다

 

[수석] 음 수어까지 하는 대변인이라

 

이거 SNS에 좋아요가 폭발하겠구먼, 응?

 

- [직원들의 웃음] - [직원1] 맞습니다!

 

- [직원들의 박수] - [수석의 호응]

 

- [직원2] 환영해요 - [수석] 축하합니다

 

이 정도는 다 외웠습니다

 

예습했죠

 

뭐, 할 만하던데요?

 

기역, 니은

 

디귿, 리을

 

[사언] '백문백답'?

 

'수어로 배우고 싶은 단어나 문장을'

 

'매일 하나씩 적어 오세요'?

 

오늘부터 적으면 됩니까?

 

- 음… - [볼펜 딸깍이는 소리]

 

가르쳐 주시죠

 

[애틋한 음악]

 

이건요?

 

[사언] 잘 부탁합니다

 

 

 

 

통역사님

 

왜…

 

틀렸나요?

 

[희주] 저도 잘 부탁합니다

 

백사언

 

대변인님

 

[음악이 잦아든다]

 

[톡톡 치는 소리]

 

저, 대변인님?

 

 

[영우] 평소 회식은 일절 안 오시기에

 

여쭙지도 않고 저희 팀 단골집으로 왔는데

 

어떻게, 마음에 드십니까?

 

[사언] 뭐, 마음에 듭니다

 

아, 다행입니다, 예

 

[영우] 회식 장소로 이만한 데가 없죠 [웃음]

 

[직원들의 어색한 웃음]

 

- [사언] 강 과장님 - 예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예? 뭐, 무슨…

 

고기가 다 타고 있지 않습니까?

 

[영우] 아! 아, 내 정신 좀 봐

 

아, 제가…

 

[흥미로운 음악]

 

[영우의 헛기침]

 

- [직원들의 탄성] - [카메라 셔터음]

 

[직원들의 탄성]

 

- [사언] 드시죠 - [영우] 예, 어우…

 

[직원들의 호응]

 

[영우의 헛기침]

 

[영우] 오?

 

[웃으며] 엄청 잘 구우셨는데요? 꿀맛입니다

 

[직원1] 오, 진짜 맛있어요, 음!

 

많이들 드세요

 

[휴대폰 진동음]

 

[영우] 좀 드릴까요?

 

- [직원2] 네 - [영우] 진짜 맛있어

 

- [영우] 큰 걸로 - [직원2] 고맙습니다

 

[직원3] 저도 하나만…

 

[영우] 아, 모자라 가지고 이쪽에

 

음, 대변인님, 그, 다 같이

 

건배사…

 

[영우의 말리는 소리]

 

[헛기침]

 

[통역사들의 감탄]

 

[통역사들] 저희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게 '잘 부탁드립니다'

 

- [직원1] 어머어머 - [영우] 예, 뭐…

 

[직원들] 잘 부탁드립니다

 

[영우] 잘 먹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환영합니다 - [직원들의 호응]

 

[영우] 한턱 쏘신답니다

 

- 이게, 그게 다 들어 있어요 - [직원들의 환호]

 

천천히 드세요, 예

 

[직원들의 시원한 탄성]

 

[직원1] 진짜 맛있다

 

[도재] 대변인님, 잠시만

 

- [영우] 드세요 - [직원1] 많이 드세요

 

- [영우] 네, 네 - [직원1] 자, 어, 술이 없네

 

- [영우] 한 잔 따라 드려 - [직원1] 한 잔 따라 드려

 

방금 연락이 왔는데요

 

[도재] 음성 변조 분석이 거의 끝나가는데

 

악성 코드가 발견되면서

 

컴퓨터가 완전히 셧다운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원본 파일 대부분이 거의 날아갔는데

 

[도재] 간신히 건진 조각 파일에서 분석 결과가 나오긴 했습니다

 

음질 상태가 썩 좋진 않고요

 

들어 볼 수 있나?

 

네, 그런데

 

일단 들어 보십시오

 

[어두운 음악]

 

[납치범] 언니야, 괜찮아?

 

다친 데는 없고?

 

아, 아까 말이야

 

달리는 차에 뛰어들었잖아

 

[차 엔진음]

 

[납치범의 비웃음]

 

이혼한다더니, 어?

 

아, 마음이 변한 거구나

 

이혼 안 할 거지?

 

내가 왜 이혼하길 바라는데?

 

[납치범] 어, 왜냐하면

 

난 백사언 그 새끼가

 

망가졌으면 좋겠거든

 

언니야는

 

백사언을 잘 알아?

 

아니, 모를걸

 

100분의 1도 모를걸

 

넌 뭘 아는데?

 

그 사람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안다고

 

[납치범] 나?

 

[헛웃음]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씨

 

잘 들어

 

이 세상에서

 

백사언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나야

 

서둘러, 언니야, 시간이 얼마 없다

 

곧 백사언이 알게 될 거거든

 

- 뭘? - [납치범] 뭐겠어?

 

언니야 정체

 

[사언] 하고 싶은 말 이제까지 참았던 말

 

마음껏 다 해도 돼

 

[불안한 음악]

 

[희주]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은

 

그런 게 아닐 텐데

 

[녹음 속 희주] 내일까지 결정해

 

다 귀찮으면 20억으로 퉁치든지 내일까지다

 

누군지 짐작하시겠습니까?

 

[도재] 대변인님과 가까운 곳에 있고

 

누구보다 속사정을 잘 아는…

 

나이대는?

 

파형 분석 결과 20대 중후반의 여자

 

[시끌시끌한 대화 소리]

 

[영우] 아, 이런 곳이 아니야

 

[직원1] 아니야

 

[영우] 아니야, 아니야, 우리는 이렇게 강요하는 곳이 아닌데

 

[직원1] 그치, 좀…

 

[사언] 홍희주에 대한 정보가

 

- 대체 어디서 새어 나갔을까 - [휴대폰 진동음]

 

내 가까이에 있습니까?

 

[도재] 놀라지 마십시오

 

지금 계신 호텔입니다

 

[희주가 소리치며] 내려 주세요, 제발!

 

[헛웃음]

 

다른 음성 파일 하나 보낼 테니까

 

소리 파형 분석해서 사공육과 대조해 보세요

 

[사언] 정확히 몇 퍼센트 일치하는지

 

소수점 두 자리까지

 

 

[고조되는 음악]

 

[시끌시끌한 대화 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영우] 저기, 한 잔만 더 하고

 

아니야, 잠깐만, 아니…

 

[차 시동음]

 

저, 예, 잘 먹었습니다!

 

- 경례, 가세요! - [직원들의 인사]

 

[직원들] 들어가세요

 

[영우] 들어가세요

 

와, 처음인데요?

 

회식도, 취한 것도요

 

[의아한 숨소리] 뭔 일 있으신가?

 

박 행정관, 뭐 아는 거 없어?

 

없습니다

 

아까 둘이 나가서, 봤죠?

 

쑥덕쑥덕하는 거 봤는데 없다고?

 

없습니다

 

[영우] 2차 가자

 

- [직원1] 아이, 안 돼요! - [영우] 우리 친구, 우리는 친…

 

- 갑시다, 갑시다 - [직원1] 아, 과장님, 잠깐만요

 

[직원2] 과장님 2차 노래방 가요, 노래방!

 

[직원1] 집으로 갑시다!

 

저, 손님?

 

[대리 기사] 손님?

 

[한숨]

 

괜찮습니다

 

가 보셔도 됩니다

 

[대리 기사] 네

 

[도어 록 작동음]

 

- [잔잔한 음악] - [휴대폰 진동음]

 

[도재]

 

[애틋한 음악]

 

[사언의 당황한 소리]

 

[사언] 무슨 일 있었으면 있었다고 말을 해야지

 

[희주] 솔직하게 다요?

 

[도재] 사공육이 누군지 짐작하고 계시죠?

 

[희주] 서로 궁금한 걸 하나씩 묻고 답하는 건 어때?

 

[사언] 그럼 혹시 희주가 원하는 건

 

진심, 애정

 

그런 거였습니까?

 

[사언] 다 줄 수 있습니다

 

희주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사언이 소리치며] 홍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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