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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6

(도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교수는 몇 년 전까지  진짜 교수였다

 

 그의 주된 연구 분야는  통일의 경제 효과였다

 

 (교수) 우리는 왜  분단국가에 살고 있을까?

 

 왜 70년 넘게

 

 통일을 못 하고 있는 걸까?

 

 (교수) 정치, 문화, 경제  문제가 복잡하지

 

 이걸 해결해 보려고 고안된  기존의 나선형 모델은

 

 한계가 분명히 있어

 

 내 주장은 이거야

 

 남과 북, 모두가  하나의 꿈을 꾼다면

 

 통일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교수) 그럼 어떤 꿈을 꿔야 될까?

 

 한반도의 평화? 문화적 공감대?

 

 욕망이야, 욕망

 

 남과 북, 모두가  부유해질 수 있다는

 

 욕망

 

 (상만) 욕망이라…

 

 아주 인상 깊은 강의였습니다

 

 [차분한 음악]

 

 (교수) 저, 지금  어디로 가는 겁니까?

 

 교수님의 이상을 실현시켜 줄  사람을 소개하려고요

 

 [새가 지저귄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오재윤입니다

 

 (교수) 회장님이 누구신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상만) 그럼 두 분 말씀 나누시죠

 

 (재윤) 여기 와본 적 있으세요?

 

 (교수) [헛기침하며] 처음입니다

 

 (재윤) 어때요?  비극적이라기보다는

 

 비효율적이지 않습니까?

 

 근데 어쩐 일로  절 보자고 하신 겁니까?

 

 아직은 극비입니다만

 

 북은 조만간 전면적인 개방을  고민 중에 있습니다

 

 (재윤) 하지만 경제 개발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죠

 

 자본과 계획

 

 우리 그룹에서 자본을 댈 테니  교수님은

 

 경제 협력 모델을 만들어 주시죠

 

 (재윤) 교수님 연구는  한반도 통일의 열쇠가 될 겁니다

 

 어때요? 함께하시겠습니까?

 

 (도쿄) 교수는 말했다

 

 그와 손잡는 순간 자신은 스스로

 

 오펜하이머가 되는 길을  택한 거라고

 

 그게 누구냐고?

 

 최초로 원자 폭탄을 개발한  과학자의 이름이다

 

 [타이어 마찰음]

 

 (무전 속 경찰1) 코란도 흰색  도주 차량

 

 파주 사거리 방향으로  빠르게 도주 중

 

 지원 요청 바랍니다, 지원 요청

 

 [긴박한 음악]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우진의 힘주는 신음]

 

 [다급한 숨소리]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거친 숨소리]

 

 [자동차 경적]

 

 [사이렌이 연신 울린다]

 

 [교수의 다급한 탄성]

 

 [동철과 우진의 힘주는 신음]

 

 [타이어 마찰음]

 

 [사이렌이 연신 울린다]

 

 [교수의 다급한 숨소리]

 

 (무전 속 경찰2) 흰색  SUV 차량 추격 중

 

 전방 교차로 방향으로 몰아가겠다

 

 (무전 속 경찰1) 앞질러 가서  도주로 차단하겠습니다

 

 [교수의 힘주는 신음]

 

 [동철의 힘주는 신음]

 

 [타이어 마찰음]

 

 [교수가 놀란다]

 

 [자동차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동철의 다급한 숨소리]

 

 [긴장한 숨소리]

 

 [타이어 마찰음]  (교수) 어, 어, 비켜, 비켜!

 

 [자동차 경적]

 

 [우진의 힘주는 신음]

 

 비켜!  [다급한 숨소리]

 

 [교수의 힘주는 신음]

 

 [교수의 힘주는 신음]

 

 [우진의 힘주는 신음]

 

 - (우진) 꽉 잡아!  - (동철) 네

 

 [긴장한 숨소리]

 

 [긴장한 숨소리]

 

 [주제곡]

 

 [도쿄의 긴장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다급한 신음]

 

 (덴버) [큰 목소리로] 도쿄!

 

 - 덴버!  - 여기 침입자가 있다!

 

 (덴버) 빨리 교수한테  연락해야 된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긴장한 숨소리]

 

 [사이렌이 울린다]

 

 [교수의 겁먹은 신음]

 

 [자동차 경적]

 

 (교수) 비켜! 비키세요, 비키세요!  [사람들이 놀란다]

 

 [총성]  [인질들의 놀란 탄성]

 

 [사이렌이 연신 울린다]

 

 [교수의 다급한 신음]

 

 [교수의 다급한 신음]

 

 [교수의 힘겨운 신음]

 

 [우진과 동철의 거친 숨소리]

 

 [교수의 거친 숨소리]

 

 [기어 조작음]  [자동차 엔진음]

 

 [우진의 다급한 숨소리]

 

 (무전 속 철우) 교수는  안에 없습니다

 

 박철우, 응답하라

 

 박철우!

 

 응답하라!

 

 박철우!

 

 [사이렌이 울린다]  [거친 숨소리]

 

 (경찰2) 남성으로 보이는  운전자 1인 확인!

 

 (경찰3) 너는 포위됐다!

 

 저항하지 말고 차에서 내려!  [교수의 고민하는 숨소리]

 

 (경찰2) 지시 사항에 순순히 따라!

 

 [긴장되는 음악]  지금 안 나오면 격발하겠다!

 

 (경찰3) 다시 한번 반복한다!  너는 포위됐다!  [긴장한 숨소리]

 

 저항하지 말고 차에서 내려!

 

 (경찰2) 너는 포위됐다!  순순히 투항해!

 

 [총성이 탕탕 울린다]

 

 [자동차 엔진음]

 

 [경찰들이 다급히 소리친다]

 

 [타이어 마찰음]

 

 [총성]

 

 [베를린의 거친 숨소리]  [방아쇠가 연신 딸깍거린다]

 

 (도쿄) 그만해!  [도쿄의 거친 숨소리]

 

 [덴버가 놀란다]

 

 (베를린) 이래도  내가 필요하지 않네?  [도쿄의 성난 숨소리]

 

 [놀란 숨소리]

 

 [기자들이 시끌시끌하다]

 

 (기자1) 서장님!  안에서 들린 총격 소리는 뭡니까?

 

 아휴, 씨

 

 [사이렌이 울린다]

 

 [타이어 마찰음]

 

 [우진의 한숨]

 

 (경찰1) 없습니다!

 

 (동철) 팀장님, 어떡하죠?

 

 멀리는 못 갔을 거야

 

 - 주변 수색하고 증원 요청해  - (동철) 예

 

 (경찰4) 팀장님!  [우진의 허탈한 한숨]

 

 본부 연락입니다

 

 [무전기 작동음]  (우진) 역시 외부 인물이 있었어요

 

 차를 폭파하고 도주를 했어요

 

 그놈 분명 교수 일당이거나  어쩌면…

 

 (무혁) 기놈이 교수인 것 같소

 

 [놀란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당황한 숨소리]

 

 [우진의 긴장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교수가 숨을 내뱉는다]

 

 [교수의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신음]

 

 (기자2) 방금 조폐국 안에서  여러 차례 총성이 이어졌습니다

 

 [총성]  [사람들이 놀란다]

 

 (기자3) 인질들의 생사가  불확실한 가운데

 

 [카메라 셔터음]  경찰 측은 사태를 파악 중이라는  원론적인 대답만

 

 반복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조폐국 인근에서는

 

 인질의 가족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흐느끼며]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거 하나만이라도…  [계속 흐느낀다]

 

 한편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당장 무력 진압을 하라는 게시글이  20만 개의 서명을 얻는 등

 

 TF 팀은 물론  경찰 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을

 

 질타하는 여론이  날로 거세지고 있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놈들은 더 이상 강도가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를 해치는  테러리스트입니다

 

 (상만)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합니다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강경 대응 해야 합니다!

 

 [시끌시끌하다]  [카메라 셔터음]

 

 (우진) 나한테 일언반구도 없이  그런 일을 만들어요?

 

 당신 잘못된 판단 때문에  요원 하나가 죽었어요!

 

 할 말이 없습니다

 

 사과는 나한테 말고  박철우 요원 유족한테나 하세요

 

 [우진의 답답한 한숨]

 

 (우진) 왜 그랬어요?  우리 원 팀이잖아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무거운 음악]

 

 [놀란 숨소리]

 

 놈들이 날 선택했다고…

 

 [놀란 숨소리]

 

 그래서 아직 나 의심해요?

 

 당신이 첩자였다믄

 

 기렇게 눈에 쌍심지 켜고  놈을 쫓딘 않았갔죠

 

 [어이없는 한숨]

 

 대위님도 상황이 그러니  어쩔 수 없었다는 거 알겠어요

 

 (우진) 그렇지만 지금부턴

 

 적어도 우리 둘은  서로를 믿어야 해요

 

 알갔소

 

 (서장) 말년에  꽃길만 걸어도 부족할 판…

 

 어, 복귀했어?

 

 대충 상황 보고는 받았어요

 

 - (서장) 아, 그게…  - 일단 닥친 문제부터 해결하죠

 

 [서장의 한숨]

 

 (우진) 놈들이  박철우 요원의 죽음을

 

 왜 숨길까요?

 

 (서장) 거, 당연한 거 아니야?  죽였다고 하면

 

 자기들이 살인자라는 걸  인정하는 꼴인데

 

 경찰이라는 걸  밝힐 수도 있잖습니까?

 

 (무혁) 근데 몇 시간째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우진)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예요

 

 보통의 무장 강도들이라면

 

 인질극 와중에  몇 명 정도 죽는 건

 

 감수하기 마련이에요

 

 게다가 그게 몰래 침투한 경찰이면  더더욱 거리낄 게 없겠죠

 

 (무혁) 수틀리면 갈 데까지 간다  보여줄 수 있으니까

 

 (우진) 게다가 지금  동네 은행도 아니고

 

 조폐국을 털었어요  국가 중요 시설을요

 

 그런데 결과는?

 

 며칠이 지나도  사상자 하나 없었어요

 

 (우진) 심지어 국장이  총에 맞았을 땐 어땠어요?

 

 의료진 투입시켜  구하려고까지 했잖아요

 

 자기들이 뭐, 의적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건가?

 

 어쩌면요

 

 (우진) 확실한 건

 

 놈들이 여론에 엄청나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거예요

 

 (우진) 우리한텐  두 장의 카드가 있어요

 

 하나는 여론전의 가능성

 

 (서장) 다른 하나는?

 

 (우진) 교수가 저 안에 없다는 걸

 

 우리가 알고 있단 거죠

 

 (우진) 이제부터  이 카드들을 이용해서

 

 다시 주도권을 빼앗아 올 거예요

 

 어케 말이오?

 

 내가 직접 저 안에 들어갈 거예요

 

 (도청 속 서장) 그나저나  밖의 기자들은 어떡하지?

 

 계속 버티고 있는데  [교수의 지친 숨소리]

 

 (도청 속 우진) 두 시간 후에  브리핑하겠다고 하세요

 

 그리고 앞으론 하루에 세 번

 

 정해진 시간에 브리핑하시죠

 

 (도청 속 서장) 아, 뭐  그렇게까지…

 

 (도청 속 우진) 제때  제대로 된 정보를 준다

 

 [교수의 지친 숨소리]  원칙대로만 하면  여론도 깨달을 거예요

 

 그들이 화낼 상대는 우리가 아니라

 

 놈들이라는 걸

 

 [성난 숨소리]

 

 [덴버의 비명]  - (리우) 아, 사내놈이 엄살은  - (덴버) 아이, 씨

 

 [웃음]  (덴버) 아이, 씨! 됐, 됐다, 됐다!

 

 [덴버가 아파한다]  (리우) 아, 근데 너  싸움 좀 잘한다 그러지 않았냐?

 

 (덴버) 마, 기습 아이가, 기습  [리우의 웃음]

 

 아, 그라고 니가 감시를 잘했으믄  내가 당했겠나, 이 새끼야

 

 [멋쩍게 웃으며] 아, 미안

 

 아, 다 됐어  [코를 훌쩍인다]

 

 (덴버) 아휴, 아, 마, 됐다, 쯧

 

 근데 니는 이거, 이마에 이거, 뭐

 

 - 깨진 거가, 어?  - (리우) 응?

 

 [리우의 아파하는 신음]

 

 (리우) 아, 깜짝이야, 씨  [덴버의 웃음]

 

 나야말로, 어?  기습당한 거거든? 에이, 씨

 

 - [웃으며] 아, 누가 뭐래?  - (리우) 아이, 씨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벨이 울린다]

 

 (나이로비) 어이, 대장 나리

 

 [차분한 음악]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

 

 얘 아주 쭈구리가 됐네?

 

 도쿄

 

 네 잘못 아니야

 

 그 경찰 새끼가  인질들 다 위험하게 만들 뻔했잖아

 

 그런가?

 

 잘 모르겠어

 

 [나이로비의 한숨]

 

 (나이로비) 언니가  위로를 해주는데

 

 좀 받는 척이라도 해줘, 응?

 

 아, 여기 있었구나

 

 (리우) 교수 연락이야

 

 차는? 잘 처리하고 왔대?

 

 (리우) 응, 도쿄가  말해준 대로였대

 

 거봐

 

 (나이로비) 네가 그 차팔이들  꾼인 거 알고 있었으니까 망정이지

 

 야, 너 아니었으면  우리 완전 좆 될 뻔했잖아

 

 안 그래?

 

 윤미선 때도 그렇고

 

 교수가 널 믿는 이유가 있다니까?

 

 빨리 가봐

 

 [나이로비를 툭 친다]

 

 [나이로비가 살짝 웃는다]

 

 (나이로비) 어깨 펴

 

 [리우가 피식 웃는다]

 

 [살짝 웃는다]

 

 (베를린) 내래 안 나섰으믄

 

 도쿄가 죽는 걸로  끝나진 않았을 거이야

 

 (도쿄) 맞아, 그래서 말인데

 

 리더 자리는 다시  베를린이 맡는 게 좋을 거 같아

 

 (리우) 뭐? 그랬다가  또 무슨 사달이라도 나면…

 

 (도쿄) 이 사건이  일어난 거 자체가

 

 모두 내 책임이니까

 

 (도쿄) 어쩌면 베를린 말대로

 

 인질을 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포일지도 몰라

 

 베를린, 네 생각은?

 

 [베를린의 한숨]

 

 글쎄, 내 생각은 좀 달라

 

 (베를린) 전쟁에서 장수를  바꾸지 말라는 말도 있디 않네

 

 그리고 그 정도 실수로  목을 칠 거였다믄

 

 내 목은 벌써 남아나딜 않았어

 

 - 진심이야?  - (베를린) 교수

 

 내가 원하는 건 딱 하나야

 

 우리 계획이 성공하는 거

 

 허울뿐인 평화든  피가 마르는 공포든

 

 과정은 상관없어

 

 돈다발 두둑하게 챙겨서리

 

 멀쩡하게 두 발로 걸어 나간다

 

 그거 하나면 돼

 

 [긴장되는 음악]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벨이 울린다]

 

 (리우) 교수

 

 일단 연결해

 

 (우진) 총소리 뭐였어?

 

 사격 연습을 좀 했어

 

 뭐야, 왜 숨겨?  야, 우리 정당방위였잖아

 

 쉿

 

 (우진) 설마  누굴 죽인 건 아니겠지?

 

 (교수) [변조된 목소리로]  말했잖아

 

 우린 인질을 해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우진) 그런데  생각대로 안 됐나 보지?

 

 밖은 지금 난리가 났어

 

 (우진) 인질의 생사  확인해 달라는 가족들부터

 

 당장 무력 진압을 하라는 여론까지

 

 뉴스 못 봤어?

 

 심심해서 연습을 좀 했다니까?

 

 이 안에 있으면 답답해서 말이지

 

 [코웃음]

 

 (우진) 그래?  아무도 안 죽였다 이거지?

 

 (교수) [변조된 목소리로]  뭐, 어떻게

 

 국장 때처럼  일일이 통화라도 시켜줄까?

 

 (교수) [변조된 목소리로]  아니면, 뭐, 영상 편지라도?

 

 내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할게

 

 (우진) 그 편이 확실하니까

 

 [교수의 코웃음]

 

 [교수의 거친 숨소리]

 

 들어줄 수 없다는 걸 잘 알 텐데?

 

 안 그러면 성날 대로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없을 거야

 

 이대로 가면  서로 곤란한 상황이 될걸?

 

 (우진) 지금 상황에선  약속한 식료품 제공도 보장 못 해

 

 어쩔 수 없지

 

 단…

 

 지난번처럼 수작질은 안 통해

 

 알고 있어, 나 혼자 들어갈게

 

 대신 카메라 대동해서  중계할 수 있게 해줘

 

 (우진) 당신들이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면

 

 대중들도 알아야지

 

 만약 거절하면

 

 우린 바깥에 진 치고 있는  기자들한테

 

 (우진) 발표할 수밖에 없어

 

 강도들이  인질의 생사 확인을 거절했다고

 

 내일 정오, 식료품이 들어오면

 

 (교수) [변조된 목소리로]  들어오게 해주지  [통화 종료음]

 

 (도쿄) 선우진 경감은  이미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우리가 그토록 인질의 안전을 위해  노력한 이유는 단 하나

 

 여론 때문이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궁지에 몰린 순간

 

 그녀는 여론이라는 칼을 들어  우릴 찌르기로 결심했다

 

 [한숨]

 

 [한숨]  [혀를 쯧 찬다]

 

 (덴버) 까짓거  한꺼번에 줄 딱 세아 놓고

 

 얼른 비주고 내보내믄  되는 거 아이가?

 

 (교수) 아니, 가능하면  인질은 한 명씩

 

 개별적으로 확인시켜

 

 (교수) 돌발 상황도  대비해야 되니까

 

 어차피 시간은 우리 편이야

 

 (리우) 아, 그냥 쌩까지  왜 받았어?

 

 내가 누구도 죽어선  안 된다고 했던 건

 

 여론 때문이었어

 

 여론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게

 

 우리 계획의 마지막 퍼즐이니까

 

 (베를린) 기리고 인민들이  우리를 진짜 살인광이나

 

 반동분자로 믿기 시작하믄…

 

 - 무력 진압  - (헬싱키) 쫄 거 없지 않니?

 

 인질들은 어차피  모두 다 무사하지 않니?

 

 인질 확인하다가  우리가 돈 찍고 있는 거

 

 (나이로비) 들통나면 어떡해?

 

 입단속을 철저히 해야디

 

 [한숨]  (교수) 우리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박철우가 어떻게 됐는지

 

 [심란한 한숨]  그 어떤 정보도 새어 나가선 안 돼

 

 그러니까 인질 확인 철저히 준비해

 

 [카메라 셔터음]  (서장) 저희 대응팀은

 

 [긴장되는 음악]  인질이 된 시민들의 가족들과

 

 (서장) 일반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해 드리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우선 강도들은

 

 오늘 오후에 발생한  총격 사태에 대해

 

 인질들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했던  자신들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재차 강조하였습니다

 

 (기자4) 그래서  사상자는 없다는 겁니까?

 

 기 말 어케 믿습니까?

 

 (서장) 이에 저희 대응팀은

 

 인질들의 안전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협상 끝에 강도들도 이를 수용

 

 대응팀의 선우진 팀장이

 

 방송 카메라를 대동하고  들어갈 것이며

 

 (서장) 이를 라이브로 중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상입니다  [기자들이 저마다 질문한다]

 

 [새가 지저귄다]

 

 [잠에 취한 신음]

 

 [피곤한 숨소리]

 

 (리우) 밤새웠나 보구나

 

 걱정 마

 

 (리우) 무슨 일 생기면  내가 싹 정리할게

 

 [도쿄와 리우의 옅은 웃음]  [잔잔한 음악]

 

 [리우의 멋쩍은 웃음]

 

 믿음이 좀 안 가지?

 

 (리우) 그러니까 잘해

 

 난 너 믿으니까

 

 (도쿄) 나도 언제까지  좌절해 있을 수만은 없었다

 

 (도쿄) 헬싱키, 오슬로

 

 [헬싱키가 코를 훌쩍인다]

 

 인질들 로비로 불러 모아

 

 [헬싱키가 코를 훌쩍인다]

 

 (헬싱키) 자,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빨리 일어나라

 

 아이, 씨, 저리 꺼져

 

 다들 모이랍니다, 일어나시오

 

 (영민) 반역자들 모아 놓고  인민재판이라도 하겠대? 어?

 

 나 안 가!

 

 그럴 분위기는 아닌데…

 

 뭐, 알아서 하시오

 

 [탁 잡으며] 야, 그때

 

 인질들 대피시킨다 뭐다  나서지만 않았어도

 

 (영민) 지금쯤 집에서  발 뻗고 자고 있을걸?

 

 나도 후회하고 있소

 

 (현호) 기전에 못 하게 막았다믄

 

 기 경찰은 살았을 텐데

 

 (현호) 아마 저 애도  같은 생각일 거요

 

 [무거운 음악]

 

 [영민의 기가 찬 숨소리]

 

 [영민의 짜증 섞인 숨소리]  [미선이 아파한다]

 

 [거친 숨소리]

 

 [짜증 섞인 숨소리]

 

 - 이거 놔요  - 왜?

 

 얼른 그 새끼 보러 가게?

 

 (영민) 너 여기서  운 좋게 풀려 나가도

 

 강도랑 붙어먹은 배신자라고

 

 평생 꼬리표 달고  살게 해줄 거야, 내가

 

 [영민의 성난 신음]  [미선의 힘겨운 신음]

 

 [미선의 힘주는 신음]  [놀란 탄성]

 

 [놀란 숨소리]

 

 [성난 숨소리]

 

 이, 씨!

 

 [영민이 아파한다]

 

 [고통스러운 신음]

 

 [영민이 연신 아파한다]  창고에서 우리 셋  아무 일도 없었던 기다

 

 맞나, 안 맞나?  [영민의 비명]

 

 [영민의 아파하는 신음]

 

 예, 예, 예, 예, 예  [덴버의 힘주는 신음]

 

 (덴버) 그러니까  아무것도 아닌 걸로

 

 괜히 엉겨 붙지 마래이

 

 [겁먹은 숨소리]

 

 (영민) 예, 예

 

 [영민의 겁먹은 숨소리]

 

 [한숨]

 

 [새가 지저귄다]

 

 [긴장되는 음악]  이따 정오에  인질들이 안전한지 확인하러

 

 경찰 책임자 한 명이 들어올 거야

 

 (도쿄) 총소리 때문에  밖에 가족들이 다들 걱정한다니까

 

 특별히 허락했어

 

 (도쿄) 그러니까 다들 협조 부탁해

 

 죽은 경찰 아저씨는 어떡하고요?

 

 (미선) 앤아

 

 [앤의 성난 숨소리]

 

 시신이라도  넘겨줘야 되는 거 아니에요?

 

 (베를린) 시신이라니?

 

 무슨 일 있었니?

 

 우린 그저 사격 연습을  좀 했을 뿐이야

 

 - (베를린) 국장 동지  - (영민) 예

 

 뭐 아는 거 있어?

 

 아, 아, 아니요

 

 (베를린) 기렇지

 

 내래 잠시 한마디 해도 되갔어?

 

 좀 늦었지만

 

 내래 자기소개를 하갔어

 

 (베를린) 본명 송중호  나이는 마흔하나

 

 평안도 태천에서 태어났고

 

 9살 때 탈북을 해서 붙잡혀서리

 

 (베를린과 나이로비)  - 수용소에서 25년을 썩었더랬지  - 뭐야?

 

 (베를린) 뭐, 어드렇게 나왔는지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갔어

 

 여기 있는 동무들이  내 신상을 정확하게 알게 된 이상

 

 내가 여기서 만약 나가게 되더라도

 

 붙잡힐 확률이 훨씬 높갔디

 

 (베를린) 이건 그간  동무들을 겁박해 온

 

 나 자신에 대한 벌인 동시에

 

 경고야

 

 우리 동지들은

 

 여전히 동무들을  인간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하갔디만

 

 (베를린) 내래 이제는  뒤가 없다 이 말이야

 

 기러니까 쓸데없는 행동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이야

 

 (도쿄) 카메라도  한 대 들어올 테니까

 

 오랜만에 가족들 얼굴 보는 거니

 

 말끔한 편이 좋겠지?

 

 (덴버) 야, 일로 와라

 

 그, 남자 화장실 쪽은  줄이 길디 않으니까

 

 (현호) 끝에 선 분들은  이짝으로 오시오

 

 부국장 아저씨, 얘기 좀 해요

 

 [한숨]

 

 [의미심장한 효과음]

 

 (앤) 어떡할 거예요?

 

 뭘 말이가?

 

 [긴장되는 음악]  (앤) 경찰이 들어온다잖아요  뭐라도 해야죠

 

 [현호의 한숨]  사람이 죽었는데  그냥 가만히 있어요?

 

 알려야죠!

 

 [현호가 팔을 탁 뿌리친다]

 

 놈들이 경고했잖아

 

 괜한히 강도들 자극했다간  상황이 더 나빠질걸?

 

 [한숨 쉬며] 그래도…

 

 (영민) [작은 목소리로]  안 걸리면 되지

 

 (현호) 무슨 소리요?

 

 [영민의 가쁜 숨소리]

 

 몰래 쪽지를 전해주는 거야

 

 (영민) 경찰 죽은 거랑

 

 이 새끼들 몇 놈인지  신상 다 적어 내고

 

 여기서 돈 찍어 내고 있다는 거  다 써서

 

 기러다가 걸리면?

 

 (현호) 강도들도 더 이상  관용을 베풀지 않을 거요

 

 (영민) 누가 걸리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 않겠어?

 

 [한숨 쉬며] 당신 설마…

 

 (영민) 자, 너라면  만에 하나 걸려도 해코지 못 할걸?

 

 미국 대사님 따님이신데

 

 (현호) 아무리 기래도  애한테 기런 일을…

 

 [숨을 들이켜며] 할게요

 

 (앤) 경찰 아저씨 죽은 거  제 책임도 있으니까

 

 (영민) 그럼 종이에다가 말고

 

 새로 찍어 낸 지폐에다가  써서 주자

 

 아, 부국장  나는 요주의 인물이니까

 

 자네가 조폐조에 말해서  요령껏 지폐 한 장만 빼 달라고 해

 

 (앤) 그렇게 해요

 

 들켜도 저 혼자 뒤집어쓸 테니까

 

 [영민의 기분 좋은 숨소리]

 

 대신 도중에라도 무리일 것 같으믄  기냥 포기하라우

 

 [카메라 셔터음]  (서장) 예, 안전상의 문제로

 

 [긴장되는 음악]  카메라 스태프 1인 외에

 

 취재 기자를 대동하지 못하는 점  양해 말씀 드립니다

 

 대신 현장 영상은

 

 전 방송사에  골고루 배포하도록 하겠습니다

 

 (상만)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갇혀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카메라 셔터음]  그들의 안전과  조속한 사건의 해결을 촉구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인질이 된 조폐국 직원들의  가족들과 학부모 여러분

 

 그리고

 

 (상만) 앤 킴 양의 아버지이신

 

 마샬 킴 주한 미 대사 부부께서도

 

 참석해 주셨습니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우진) 자, 준비됐어?

 

 영상 송출 테스트는?

 

 (동철) 문제없습니다

 

 가시죠

 

 [의미심장한 음악]

 

 시간 됐어

 

 (리우) 괜찮겠지?

 

 나는 믿어

 

 우린 바로 가고 있어

 

 [새가 지저귄다]

 

 [웅성거린다]  [카메라 셔터음]

 

 (여자) 어, 저기 문 열린다

 

 [문이 열린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 (남자1) 아무도 없는데?  - (남자2) 인질들 다 어디 있어?

 

 (남자3) 뭐야, 왜 비어 있어?

 

 (베를린) 반갑소

 

 [다가오는 발소리]

 

 [긴장되는 음악]  [사람들이 술렁인다]

 

 [카메라 셔터음]

 

 [시끌시끌하다]

 

 [웅성거린다]

 

 (남자4) 저 얼굴 봐 봐  [계속 웅성댄다]

 

 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소

 

 인질은?

 

 따라오시오

 

 [웅성거린다]

 

 카메라는 이쪽에 설치하세요

 

 (남자5) 인질들은  다 어디 있는 거야?

 

 (남자6) 왜 안 보여?

 

 (베를린) 자, 지금부터 인질들  생사 여부를 확인시켜 주갔어

 

 1번 선수, 조폐국장 조영민이

 

 한 사람씩 보여줄 거예요?

 

 질서 유지를 위해서요  [문이 철컥 열린다]

 

 (도쿄) 한 명씩 확인이 끝나면

 

 나머지는 반대쪽 전시관으로  이동해서 쉬면 돼

 

 (덴버) 어이, 니

 

 애먼 짓 하면…  [긴장되는 효과음]

 

 알제?

 

 [작은 목소리로] 예

 

 [다가오는 발소리]

 

 자

 

 (우진) 우선 오인 사격에 대해서  사과드릴게요

 

 치료한 상처는 어때요?

 

 괜찮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조폐국장 조영민입니다

 

 (영민 처) 아빠

 

 [카메라 셔터음]  (TV 속 영민) [울먹이며] 여보  우리 희찬이, 희주 잘 있지?

 

 [영민 처가 흐느낀다]  나는 괜찮아, 조금만 더 기다려줘

 

 [흐느끼며] 희찬아

 

 (영민) 희주야!  [흐느낀다]

 

 (청명) 강도들은 다 잘해줍니다

 

 (우진) 어제 총소리는 뭐였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기게 저도 잘…

 

 총에 맞은 사람은 없다는 거예요?

 

 [침을 꼴깍 삼킨다]

 

 [한숨]

 

 신상 정보 확보했습니다

 

 (무혁) 어째 낯이 익다 했더니…

 

 (도쿄) 야, 앤

 

 나가자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앤 모가 울먹인다]

 

 [앤 모가 흐느낀다]

 

 [우진의 한숨]

 

 (우진) 반갑다, 잘 지내고 있지?

 

 네

 

 (우진) 아빠랑 가족들한테  할 얘기가 있으면 해도 돼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영어] 엄마, 아빠

 

 저는…

 

 [울먹인다]

 

 [흐느낀다]

 

 [카메라 셔터음]  [앤 모가 흐느낀다]

 

 (TV 속 앤) 저는…

 

 [TV 속 앤이 흐느낀다]

 

 [연신 흐느낀다]

 

 [한국어] 죄송해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앤이 훌쩍인다]

 

 (우진) 괜찮아

 

 [앤이 연신 흐느낀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앤의 놀란 숨소리]

 

 (도쿄) 감정이 격해진 모양인데  들어가서 쉬게 하는 게 좋겠어

 

 (베를린) 기래, 수고했어

 

 (도쿄) [작은 목소리로] 가자  [앤의 울먹이는 숨소리]

 

 [웅성거린다]  [카메라 셔터음]

 

 안 돼

 

 [헛기침]

 

 (도쿄) 눈물 연기가  아주 일품이었어

 

 [못마땅한 숨소리]

 

 내놔 봐, 뭐야?

 

 [앤의 저항하는 숨소리]  [베를린의 힘주는 숨소리]

 

 [앤의 아파하는 신음]

 

 (베를린) 아주 깜찍한 짓을  하고 있었구만기래

 

 누구 생각이야?

 

 나 혼자 한 짓이야  당신들 다 좆 되라고!

 

 [앤의 아파하는 신음]

 

 (베를린) 누가 시켰어?

 

 [긴장되는 음악]

 

 시도는 좋았지만 여기까지 해

 

 (도쿄) 헬싱키, 얘 데려가

 

 선 경감 계획이 뭐야?

 

 - (서장) 이거 이대로 가면…  - (우진) 카메라 빼시죠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웅성거린다]  [카메라 셔터음]

 

 (베를린) 거, 지금  뭐 하는 거이가?

 

 이렇게 확인하다간 날 새겠어요

 

 (우진) 인질들 전원  불러 모아주시죠

 

 [기가 찬 웃음]

 

 그거는 곤란한데?

 

 왜요? 시간도 절약하고 좋지 않나?

 

 (우진) 당신들 분명  인질들 전원 안전하다고 했고

 

 확인시켜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한 번에 보여주면  확인하고 나가겠다는데

 

 무슨 문제 있어요?

 

 [숨을 들이켠다]

 

 좋소

 

 (우진) 세팅 다시 하시죠

 

 [사람들이 술렁인다]  [카메라 셔터음]

 

 [사람들이 저마다 놀란다]  [카메라 셔터음]

 

 인질 리스트예요

 

 (우진) 한 사람씩 대조하면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조영민 국장님은 아까 확인했고

 

 [시끌시끌하다]  [카메라 셔터음]

 

 [저마다 안도한다]

 

 (TV 속 베를린) 자  다들 무사하지?

 

 그럼 이제 배웅해 드리지

 

 [긴장되는 음악]  (TV 속 우진) 한 사람이  빠졌는데?

 

 계약직 보안 요원

 

 박철우, 33세 남자

 

 강도 당일 첫 근무였어요

 

 인질 중에 그런 사람은 없어

 

 (우진) 아니  우리 자료엔 분명 있어요

 

 이 사람 보신 분?

 

 (우진) 보신 분?

 

 (서장) 아니, 그러니까

 

 죽은 박철우 요원을  인질 명단에 넣었다는 거야?

 

 원래 특작대원 신분은  기밀 사항이라

 

 들킬 염려는 없습니다

 

 아, 이걸 왜 이제 얘기하는 거야?

 

 밖에 있는 교수가  미리 대응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을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시끌시끌하다]  (무혁) 만에 하나  여기서 정보가 샜더라면

 

 애초에 놈들은  인질 확인에 응하지도 않았갔죠

 

 (무혁)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지금

 

 선 경감은 여론을 이용해서리

 

 인질들을 데리고 나올 겁니다

 

 (우진) 어제 총소리가 났을 때  역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거, 아무 일 없었다니까

 

 (베를린) 그래  뭐 아는 거 있소? 국장 동지

 

 [긴장되는 음악]  (영민) 그, 그, 그게…

 

 - (영민) 사, 사격 연습…  - (우진) 입단속으로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우진) 이 사람 어디 있어요?

 

 내래 그걸 어드렇게 알아?

 

 (베를린) 애초에 이 안에서  본 적도 없는 인간인데 말이야

 

 (우진) 진짜 이 사람  보신 적 없어요? 아무도?

 

 [우진의 답답한 숨소리]

 

 정말 본 적 없니?

 

 [우진의 한숨]

 

 (앤) 저 어제 그 사람 봤어요!

 

 - 어제 그 사람한테 총…  - (우진) 뭐?

 

 [술렁인다]

 

 나도 봤어!

 

 [베를린의 못마땅한 숨소리]

 

 (TV 속 우진) 이 사람  어디 있어요?

 

 설마…

 

 당신들이 죽였어?  [사람들이 시끌시끌하다]

 

 (TV 속 우진) 죽인 게 아니라면  데리고 와봐요

 

 [앤의 힘겨운 숨소리]

 

 이따우 개수작이 통할 것 같으네?

 

 이 아새끼래 경찰이었어!

 

 지금 죽였다는 거 인정한 건가?

 

 (TV 속 베를린) 몰래  경찰을 잠입시킨 건 당신들이야!

 

 우린 정당방위였다고!

 

 그건 당신들 주장일 뿐이야!

 

 (우진) 중요한 건

 

 당신들이 약속을 어기고  여기서 사람을 죽였다는 거지!

 

 (우진) 지금도 당신들을  강제 진압하라는 여론이

 

 엄청나게 우세한 상황이야!

 

 우리도 인질들의 안전을 위해서

 

 최대한 협상에 응하고는 있지만

 

 [앤이 저항한다]  이렇게 된 이상

 

 대화로 더 이상 이 상황을

 

 풀어 나갈 수가 없을 거 같아  [카메라 셔터음]

 

 그러니까 최악의 상황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어린 학생들만이라도 풀어줘

 

 [저마다 재촉한다]  - (남자7) 그렇지!  - (남자8) 풀어줘!

 

 협상을 지속할  명분을 달라는 말이야

 

 [헛웃음]

 

 (베를린) 명분? 솔직해지자우

 

 사실은 이 미국 대사놈 딸을  빼내려는 거 아니네?

 

 (베를린) 여기 싹 다  밀어 버리기 좋게 말이야!

 

 강제 진압이 두렵긴 한가 보네

 

 [앤의 힘주는 신음]  (앤) 저 여기 남을게요!

 

 [앤의 힘겨운 신음]

 

 들었지?

 

 그럼 앤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이라도

 

 집에 돌려보내는 게 어때?

 

 [베를린의 난감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못마땅한 숨소리]

 

 [시끌시끌하다]  - (남자9) 풀어줘, 풀어줘!  - (남자10) 학생들이라도 풀어줘!

 

 - 뭐야?  - (스태프) 퀵이 주고 가던데요?

 

 기럼 뭐, 할 수 없디

 

 (베를린) 그, 누구 말이 맞는지

 

 직접 들어보믄 되갔네

 

 [앤의 짜증 섞인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서장) 뭐야, 죽인 게 아니었어?

 

 (도쿄) 우리가 철저히 감췄던 것은

 

 사실 박철우의 죽음이 아니라

 

 그의 생존이었다

 

 (도청 속 우진) 제때  제대로 된 정보를 준다

 

 원칙대로만 하면  여론도 깨달을 거예요

 

 그들이 화낼 상대는 우리가 아니라

 

 [교수의 힘주는 신음]  놈들이라는 걸

 

 (베를린) 기래서 차는  어드래 잘 해결된 거네?

 

 그것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쥐새끼 한 마리가 나와서 잡았디

 

 설마 죽였니?

 

 [총성이 탕탕 울린다]  (도쿄) 물론 베를린의 총알은  정확히 경찰의 심장을 향했다

 

 [방아쇠가 딸깍거린다]  베를린은 당장이라도

 

 [도쿄가 소리친다]  놈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지독한 화풀이로 대신했다

 

 [베를린의 거친 숨소리]

 

 하지만 그는 살아 있었다  [덴버의 놀란 숨소리]

 

 교수가 그렇게도 강조했던  원칙을 지킨 것이었다

 

 (교수) 베를린이  원칙을 지켜준 덕분에

 

 여론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긴 거야

 

 경찰은 박철우가 죽었다고  확신하고 있어

 

 우린 그 점을 역이용한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시끌시끌하다]  (남자11) 이게 무슨 소리야!

 

 [어두운 음악]

 

 (TV 속 앵커1) 속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방금 저희 방송사 중계차에

 

 익명의 제보 영상이 배달됐는데요

 

 놀랍게도 영상엔  어제 총성이 울렸던

 

 조폐국 내부 상황이  담겨 있었습니다

 

 (베를린) 특작대원 박철우는  인질들과 같은 옷을 입고

 

 조폐국에 잠입해서리  [화재경보기가 울린다]

 

 소요를 일으키고 그 틈을 이용해서  우리 지휘관을 죽이려고까지 했어

 

 뭐,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치자  경찰이니까  [인질들이 아우성친다]

 

 그런데 그 뒤에는?

 

 박철우 요원! 다음 작전은 뭐였네?

 

 그, 내래 얘기해 줄까?

 

 우리가 지휘관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무력 진압이 들어오기로 돼 있었디

 

 [저마다 놀란다]  [카메라 셔터음]

 

 [사람들이 술렁인다]

 

 (베를린) 인질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내가 박철우를 제압하지 않았다믄

 

 무력 진압이  실제로 여기 들어왔다믄

 

 인질들은 어케 됐을 거 같네?

 

 뭐라고 답하든  사람들이 믿어주갔어?

 

 (베를린) 인질들을 위하는 척  총알받이로 쓰려던 주제에

 

 뻔뻔하게 거짓말이나 일삼는  니들 경찰 얘기를 말이야!

 

 [저마다 항의한다]

 

 (남자12) 그게 사람이야?

 

 [저마다 연신 항의한다]

 

 아니, 나중에…

 

 (TV 속 베를린) 다들 알다시피  우린 돈을 훔치러 온 범죄자요

 

 다만 사람 목숨이 귀한 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여기 있는 이 경찰들보단 말이야

 

 (TV 속 베를린) 이 조폐국 안에서

 

 누군가 목숨을 잃어야 한다면

 

 그 첫 번째는 내가 될 거이니

 

 그 전에는  아무도 죽게 놔두지 않갔어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강도들의 리더로 보이는

 

 (TV 속 앵커2)  남성이 밝힌 바와 같이  [함께 감탄한다]

 

 현재까지 인질극에서

 

 한 건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도쿄) [한숨 쉬며] 뭐 하는 거야?  [TV 속 뉴스가 계속된다]

 

 교수가 TV 보지 말랬잖아

 

 (리우) 에이, 또 그놈의 교수

 

 (나이로비) 아, 기분 좀 내는 거야  딱딱하게 굴기는

 

 (덴버) 마! 짭새들 제대로  한 방 멕인 거 아이가, 어?

 

 완전히 난리 났다, 지금

 

 특히 막판에 베를린!

 

 니 완전히 찢어불었다, 어?  [덴버와 리우의 웃음]

 

 [베를린의 헛기침]

 

 (베를린) 대장님이 끄라면 꺼야디

 

 (덴버) 어?  [나이로비의 아쉬운 탄성]

 

 뭐고, 이거, 어?

 

 지도 좋다고  보고 앉아 있었으면서, 저거, 어?

 

 어쨌든 이 정도믄

 

 교수가 기렇게 강조하던 여론도  어느 정도 우리 편이 됐갔디?

 

 잘해줬어, 베를린

 

 [덴버의 웃음]  [나이로비의 탄성와 웃음]

 

 [함께 웃는다]

 

 [모스크바의 가쁜 숨소리]

 

 (덴버) 아, 와, 와, 와, 와?

 

 또 뭔 일 생겼나? 어?

 

 아, 그기…

 

 [모스크바의 가쁜 숨소리]

 

 [나이로비의 놀란 탄성]  [잔잔한 음악]

 

 고마 흙이 나왔다!  [저마다 탄성을 지른다]

 

 (덴버) 아, 그라믄  땅 다 판 거가, 이제, 어?

 

 [함께 환호한다]

 

 [덴버의 웃음]  (나이로비) 돈도 거의 다 찍어 가

 

 3일이면 이 좆같은 조폐국에서  나갈 수 있다고!

 

 [저마다 웃으며 환호한다]

 

 드디어 끝이 보인다, 그렇지?

 

 [함께 웃는다]

 

 [나이로비의 감격한 숨소리]  (모스크바) [웃으며] 돈 가지고…

 

 [벅찬 숨소리]

 

 [함께 웃는다]  (도쿄) 우린 잠시  희망에 부풀었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미선의 놀란 숨소리]  (덴버) 쉿

 

 (미선) 붕대 갈아주겠다고  온 거예요?

 

 (덴버) 아, 보면 모르나?

 

 - 이 밤에?  - (덴버) 니 나가면

 

 여기서 있었던 일  고마 싹 다 잊어뿌라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요

 

 [덴버의 한숨]

 

 (덴버) 쩝, 하기사

 

 씁, 뭐, 보통 일 아니었지

 

 미안하다

 

 [답답한 숨소리]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덴버) 니, 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회사 잘 댕기고

 

 또 좀 제대로 된 놈 좀  만나고, 어?

 

 [한숨]

 

 조폐국

 

 관둘 거예요

 

 와?

 

 아이, 씨

 

 국장?

 

 (덴버) 그 새끼 때문에?  개새끼를 그냥

 

 그거 아주 찍소리 못 하게 내가…

 

 [감미로운 음악]

 

 [미선의 떨리는 숨소리]

 

 [베를린의 힘겨운 숨소리]

 

 [지친 숨소리]

 

 [덴버와 미선의 가쁜 숨소리]

 

 [덴버의 힘겨운 신음]  [미선의 놀란 숨소리]

 

 [덴버가 힘겨운 숨을 내뱉는다]

 

 [웅성거린다]

 

 (우진) 납득할 수 없습니다

 

 책임을 지라면 제가 져야죠

 

 (서장) 아, 어쩌겠어

 

 여론도 너무 안 좋고

 

 아, 내가 힘이 있어야지

 

 나름 윗선에서 생각해서  그냥 이 정도로 끝나는 게…

 

 절 자르면

 

 대신할 사람이 없어서는 아니고요?

 

 [난감한 한숨]

 

 그 윗선에 전해주세요

 

 (도청 속 우진) 차무혁 대위  갈아 치우면 저도 관두겠다고

 

 [도청 속 우진의 성난 숨소리]  [멀어지는 발소리가 흘러나온다]

 

 [풀벌레 울음]  [카메라 셔터음]

 

 [한숨]

 

 (무혁) 팀장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도 동의했습니다

 

 저한테 책임이 있는 게  사실이니까네

 

 저보단 팀장님이 남는 게 맞습니다

 

 (우진) 이대로 포기할 거예요?

 

 누가 포기한다고 했습니까?

 

 (무혁) 교수  기놈을 찾을 생각입니다

 

 (도청 속 우진)  찾을 방법이 있어요?

 

 이런 상황에 말씀드리긴 뭣하지만

 

 (도청 속 무혁)  그 박선호라는 남자

 

 언제 만난 겁니까?

 

 (도청 속 우진) 선호 씨요?

 

 (도청 속 무혁) 그 지난번에

 

 TF 텐트에  난입한 적이 있었디랬죠?

 

 차 대위님

 

 그 사람…

 

 솔직히 오래 알아 온 건 아니지만  누구 해치고 그럴 사람 아니에요

 

 (도청 속 우진)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믿고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도청 속 무혁) 기래도 그…

 

 (도청 속 우진) 쓸데없는  소리 말고

 

 푹 자고 내일 아침에 봐요

 

 둘 다 자를 순 없을 테니까  아마 없던 일이 될 거예요

 

 (무혁) 팀장님!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시끌벅적하다]  (상인1) 어, 그래  따뜻하게 데워줄게, 기다려

 

 (상인2) 맛있게 드시라요

 

 - (손님1) 아, 이거 얼마예요?  - (손님2) 맛집인가 보네, 여기

 

 - (상인3) 우리 거 아주 맛있어  - (손님3) 이거 너무 좋아하지

 

 - (손님4) 이것도 주세요  - (손님5) 하나 더 주세요

 

 [연신 시끌벅적하다]

 

 (상인4) 여기서 먹고 가!  일로 와, 들어와!

 

 (손님6) 하나에 얼마예요, 하나에?

 

 - (상인5) 떡꼬치 줄까? 떡꼬치  - (손님7) 야, 여기야, 일로 와

 

 (우진) 여기예요!

 

 (손님8) 야, 맛있어 보인다, 야

 

 [리드미컬한 음악]  [우진의 웃음]

 

 [우진이 숨을 하 내뱉는다]

 

 (우진) [박수 치며] 와!

 

 (교수) 많이 마셨어요?

 

 (우진) 조금요

 

 [교수의 한숨]

 

 [한숨 쉬며] 괜찮겠어요  그렇게 마셔도?

 

 다 털어 버려야

 

 다시 싸우러 나가죠

 

 [우진의 힘찬 탄성]

 

 [깊은 한숨]

 

 [살짝 웃는다]

 

 [코를 훌쩍인다]

 

 자기한테 기대라 그랬죠?

 

 딱 기다려요

 

 이따가 취해서  펑펑 울지도 모르니까

 

 [교수의 한숨]

 

 [한숨 쉬며] 모르겠다

 

 내가 먼저 취해야겠다

 

 [우진이 코를 훌쩍인다]

 

 쉽지 않을걸요?

 

 [웃음]

 

 [웃음]

 

 (도쿄) 우진은  교수와 함께 있으면서

 

 잠시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교수도 그랬다

 

 강도들의 리더가 아닌  평범한 카페의 주인으로

 

 그녀를 마주한 동안은  어떤 혼란이나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우진)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진짜 무슨 연인 같지 않아요?

 

 [웃으며] 응?

 

 [우진이 살짝 웃는다]

 

 [우진의 한숨]

 

 취하긴 했나 보다

 

 어디서 막 음악 소리가 들리네?

 

 어?

 

 [교수가 숨을 들이켠다]

 

 (교수) 우진 씨

 

 그 조폐국 사건 말이에요

 

 이제 그만  손 떼면 안 되는 거예요?

 

 무슨 말이에요?

 

 그냥 좀…

 

 힘들어 보여서

 

 (도쿄) 교수는  자기도 모르게 뱉은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작전을 위해서  선우진 경감이 그만두는 일은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으니까

 

 [잔잔한 음악]  (우진) 진짜 그럴까요?

 

 근데 참 이상해요

 

 (우진) 진짜 정말 힘들었거든요

 

 내심 그냥 잘라줬으면 했는데

 

 왜 힘이 나죠?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어?

 

 어? 엄마, 잠깐만요

 

 (우진) 어, 어, 엄마

 

 아, 저기, 오늘

 

 나 좀 늦을 거 같은데?

 

 아니, 그게…

 

 (도쿄) 그 순간  교수는 웃을 수 없었다

 

 자신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통화 종료음]

 

 그리고 경감도

 

 사건의 판도를 뒤흔들  중요한 사실을

 

 막 깨닫게 될 참이었다

 

 [라이터 뚜껑 여는 소리]

 

 (우진) 정말 본 적 없니?

 

 (앤) 저 어제 그 사람 봤어요!

 

 - (앤) 어제 그 사람한테…  - (우진) 뭐?

 

 [우진의 놀란 숨소리]

 

 저…  [다급한 숨소리]

 

 당장 가봐야 돼요

 

 미안해요, 나중에 얘기해요

 

 미안해요!

 

 [카드 인식음]  [도어 록 조작음]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무혁)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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