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신 전화는 7
[여자] 그래, 한 번 더 가자
[어두운 음악]
[어린 희주가 울먹이며] 언니
유진아
[사이렌 소리]
[차 문소리]
[떨며] 저도 여기 있어요
[희주] 크게 말해
[어린 희주] 살려 주세요
[희주] 더 크게!
살려 주세요
[연희] 입 다물어!
언니는 귀가 멀고 하나뿐인 동생은 죽어 버렸는데
넌 그깟 목소리 하나 못 내줘?
다 같은 목숨값으로 태어나는 게 아니야, 희주야
아니야
우린
회장님이 불쌍하게 여겨야 살 수 있어
알아들어?
[희주] 아니야, 싫다고 해
[고조되는 음악]
안 돼
[흐느낀다]
[사언] 홍희주!
[큰 소리로] 홍희주!
[음악이 잦아든다]
홍희주!
[희주] 백사언?
홍희주!
[애절한 음악]
[희주] 맞아
당신이 있었지
[희주] 아무도 날 신경 쓰지 않을 때
당신은 날 봐 줬고
내가 무서워할 때
달려와 나를 구해 줬고
[사언] 홍희주!
[희주] 내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살려 달라고 외치지 않아도
들어 주는 사람은 당신뿐이었어
[희미하게] 홍희주
좋아해
[희주] 근데
나는 왜 말하지 못했을까?
나도 당신을…
[고조되는 음악]
[애절한 음악]
[사언] 희주야
괜찮아?
나 보여?
잠깐만, 내가 선생님 불러올게
[희주가 작게] 가지 마
가지 마
[떨리는 숨소리]
[사언] 알았어
안 갈게
아무 데도 안 갈게
[사언의 훌쩍이는 소리]
알았어
괜찮아
이제 괜찮아
[음악이 잦아든다]
[의용] 추락 사고?
[남자] 네, 대변인실 워크숍에서
산행 중에 사람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누가?
이번에 대통령실에서 뽑은 수어 통역사라는데
[보좌관] 보안이 철저해서 신원 파악이 안 됐습니다
아, 왜 떨어졌는데!
[의용] 아, 술 마셨어?
음주 산행, 뭐 이런 거야?
아이, 물고 뜯고 또 난리 나겠구먼
[보좌관] 뭐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근데 이 자식은 도움은 못 줄망정
재 뿌리고 앉아 있어
굴러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판국에
사고가 웬 말이냔 말이야
저, 후보님
[의미심장한 음악]
사고가 아닐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휴대폰 닫히는 소리]
계속해 봐
대통령실 백사언 대변인이 아니라
백의용 대선 후보 아들에게 일어난
[보좌관이 속삭이는 소리]
대본 준비해
[문소리]
[의용] 어!
- 아이, 카메라가 잘 받으려나? - [음악이 잦아든다]
[희주] 말을 해 버렸네
어차피 다 들켰잖아
[사언] 사공육! 내 말 똑바로 들어
내가 희주 배낭에 구급 키트를 넣어 놨습니다
희주가 그걸 찾아서 쓰면 좋겠는데
사공육 생각은 어떻습니까
[희주] 마치 나한테 하는 말을
사공육한테 하는 식이었어
[한숨] 백사언이 바보도 아니고
모를 리가 있어?
근데 왜 아무 말이 없지?
[방사선사] 환자분, 이쪽에 서셔서
여기 양쪽 손 잡으시고 여기에 턱 올려 주세요
[희주] 아, 내가 아직 환자라서?
그럼 퇴원하는 순간…
- [흥미로운 음악] - [사언] 이혼해, 홍희주
아니, 사공육
원인 제공 니가 했으니까 위약금 20억 토해 내고
[사언의 헛웃음]
그동안
날 잘도 속였네?
감히 이 백사언을
당장 나가
꼴도 보기 싫으니까
좋아한다고 했던 거
- 취소야 - [음악이 잦아든다]
[방사선사] 환자분 움직이지 마세요, 찍습니다
[희주] 근데 협박 폰은 어디 있지?
[놀란 숨소리]
[방사선사] 움직이지 마시라니까요
찍힌 게 없다고요?
[도재] 네, 등산로 입구부터 정상 부근까지 싹 다 확인했지만
용의자로 특정할 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고가 일어났던 곳은 CCTV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요
목격자는?
취합 중이긴 합니다만
그날 워낙 현장이 어수선하고 사람이 많았어서…
홍희주 통역사는 상태가 어떻습니까?
[사언] 지금 검사 중입니다
일단 뭐 큰 이상은 없다는 소견이고요
다행입니다
경찰에서 진술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의식 돌아왔단 얘기는 하지 마십시오
[사언] 진술은 내가 확보하겠습니다
신분 노출 철저하게 막고 있는 거죠?
네
그런데 왜 홍희주 통역사를 노렸을까요?
[의미심장한 음악]
날 노린 겁니다
헛발질한 거고
[사언] 참, 내가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습니까?
아, 확인 끝났습니다
뭐가 좀 나왔습니까?
일전에 음성 변조 분석할 때
협박 폰에서 발견됐던 악성 코드
[도재] 알고 보니까 해킹을 위해서 심어 놓은 거였는데요
- 해킹? - [도재] 네
프로그램명은 RCS
PC나 스마트폰을 원격 조종 해서 사용자를 감시할 수 있습니다
위치 파악은 물론이고요
[사언] 그래서 정상까지 따라온 건가?
위치 추적으로?
[도재] 그런데 역으로 그 코드를 해킹해 데이터를 취합하면…
[사언] 그놈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겠네
얼마나 걸립니까?
최장 2, 3일 최대한 서두르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이제 그놈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겠네
[음악이 잦아든다]
이제 가 보셔도 됩니다
[한숨]
왜 또 입을 꾹 다물었지?
아깐 말을 잘도 하더니?
다시 다무시겠다?
좋아서
니 심장 박동 느껴지는 게
[부드러운 음악]
괜찮아
알고 있었어
니가 말할 수 있다는 거
[사언] 난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알고 있어
너에 대해
사공육
그놈이 니 위치를 알려 줬어
널 밀었을지도 모르지만
널 찾게도 해 줬지
그래서 고민이야
사공육
그놈을 잡아서 경찰에 넘길지
용서를 해 줄지
- 실은… - [사언] 저거 보여?
일단 지금 너한테 필요한 건 안정이야
절대 안정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거
궁금한 거 많지만 지금은 안 할 거야
그러니까 일단은
푹 쉬어
나 일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사언] 당분간 병가 낼 거야
그러니까 일단은 회복할 생각이나 해
몇 시간 정도 자리 비울 거야
원래 쓰던 폰은 박살 났으니까
이제부터 이거 써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알았지?
대답
아, 알겠어요
다녀올게
[드르륵 문소리]
못 본 건가?
[희주] 난 분명
이 전화로 당신한테서 벗어나려고 했는데
처음부터 원한 건 홍인아였잖아
홍희주는 말 그대로 꼭두각시 대타일 뿐
어차피 사랑해서 한 결혼도 아니잖아
지금도 마찬가지고
이 전화만이
당신과 나를 연결시켜 줬어
[사언] 희주는 부록 따위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언어입니다
희주가 원하는 건
진심
관심
이해
애정
그런 거였습니까?
- [여자] 목주름 전혀 없으신데 -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요즘 자꾸 보인다니까
[연희] 최선을 다해 봐
참, 따님 오셨던데 보셨어요?
응? 걔가 왔어?
[의미심장한 음악]
[연희] 웬일이니?
그렇게 오라고 했어도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아
쓰읍, 나 안 그래도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어
백 서방이 널 제법 아끼더라?
비법이 뭐야?
지난번 그 작업복 효과 좀 본 거야?
[웃음]
일어나, 이년아
엎드려 나한테 절해
이제 좀 알겠니?
남자는 여자가 주무르기 나…
[놀란 숨소리]
어!
너, 너 어떻게…
오랜만이네
- 잘 지냈어요? - [음악이 잦아든다]
[휴대폰 진동음]
네, 지금 들어갑니다
[도재] 대변인님, 그게 아니라
빨리 확인해 보셔야겠습니다, 지금
무슨 일입니까?
- [흥미로운 음악] -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내려치는 소리]
참으로 비통하고 참담한 심경
[의용]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 나라 대선 후보인 동시에
사랑하는 외아들을 둔 한 가정의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예
어, 그러니까 후보님께선
[혁진] 대통령실 백사언 대변인 워크숍에서 있었던 추락이
단순 실족 사고가 아닌 정치적 테러일 수도 있다
뭐, 이렇게 보시는 겁니까?
저도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만
[탁 치며] 이것이 어떻게 우연히 일어난 실족 사고겠습니까?
하지만 알려진 바에 의하면
사고를 당한 사람은 대변인 본인이 아닌 것으로…
얼마나 천만다행한 일입니까?
- [음악이 잦아든다] -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아, 물론
[의용] 사고를 당한 대통령실 직원분과
그 가족분들에겐
큰 비극임을 잘 알고
빠른 쾌유를 비는 바입니다
허나
애초에
대통령실 직원 개인이 아닌
대변인을 향한 의도적 공격이 있었는지 아닌지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 규명할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 [의미심장한 음악]
- [전화벨이 연신 울린다] - [직원1] 네, 사고인지 아닌지
저희도 확인을 해 봐야 하고…
[직원2] 네, 대변인실입니다
아, 지금 저희 상황이…
[도재] 사실 확인 중입니다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 주십시오
[영우] 그게요, 예 단순 실족 사고인지 아닌지는
저희도 아직 조사 중이고요
아니요, 아니요, 그건 그건 백 의원 후보 측 입장이고
저희 대통령실과는 상관없는…
아, 지금 사람이 다쳤는데 그게 중요합니까?
[큰 소리로] 이게 생사가 달린 일인데, 예?
아, 아니요, 아니요 아, 죽었다는 게 아니라
- [통화 종료음] - 여, 여보세요
[음악이 잦아든다]
대변인님
[흥미진진한 음악]
[사언] 지금부터 우리 대변인실은 이 세 가지만 이야기합니다
앵무새처럼 반복하세요
1, 사실 관계 파악 중이다
2, 입장 정리 중이다
3, 내일 중으로 보도 자료 나간다
내, 내일이요?
오, 오늘 지금 당장 '라잇 나우'가 아니고요?
섣부른 대응은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만 더 키울 겁니다
[사언] 확실한 정보 가지고 움직일 거고
그 정보 오늘 내로 확보할 겁니다
[수영] 그럼
저희는 뭘 할까요?
[음악이 잦아든다]
일단 강 과장님은
[사언] 피해자 신상 정보 절대 유출되지 않게
철저히 단속해 주시고
다른 부서에도 보안 유지 공문 발송 부탁드립니다
[영우] 대변인님
진짜 너무하십니다
같이 일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홍희주 통역사는 우리 동료입니다
이렇다 저렇다 상황 설명 한 번 없으시고
무조건 감춰라, 가려라, 숨겨라
우리요, 우리도 걱정됩니다, 예
홍희주 씨는 괜찮은지 의식은 돌아왔는지
밥은 잘 먹는지
[울컥하는 숨소리]
무사합니다
[사언] 다행히 크게 다친 데 없습니다
많이들 걱정했을 텐데 심려 끼쳐 미안합니다
[영우] 근데 이 와중에
백의용 후보님 발언은 진짜 뭔가요?
아휴, 참
[한숨] 그것도 빠르게 정리하겠습니다
[연희] 언제 온 거야?
수술은 언제, 어떻게 받았고 말은 언제부터…
뭐가 그렇게 급해요?
[인아] 3년 만에 만난 딸한테 안부도 안 묻고?
안부는 니네 아버지가 궁금해하시겠지
무슨 속셈이야?
불안해하지 마세요
대통령 며느리 자리 뺏으러 온 거 아니니까
[웃으며] 어차피 너 못 뺏어
[연희] 희주 걔가 괜히 내 딸이니?
아까 내가 한 얘기 들었지?
결혼 3년 만에 희주가 백 서방을 아주 꽉 붙들어 맸어
과연 그럴까요?
희주가 백사언의 실체를 다 알고 나서도?
- [어두운 음악] - 뭐?
뭘 물어요?
결혼식 전날 친절하게 힌트 준 장본인이면서
"청운아트센터"
[쾅 문소리]
[불안한 음악]
[인아] 나한테 그거 보냈잖아
보고 식겁해서 도망가라고
무슨 얘길 하는 거야?
결혼 전에 뭘 받았는데?
아니라고?
아, 뭐든 간에 관심 없고
[연희] 다 지나간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
훼방 놓으려고 온 거 아니면 얌전히 엎드려 있어
대선 코앞에 둔 니 아버지 심기 건드리지 말고
훼방이 아니라
도움을 주려는 거예요, 희주한테
[인아] 희주도 그 사람을 비즈니스로만 대했으면 상관없어
근데
아닌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렇다면 알 건 알아야죠
이후 선택은 자기 맘이지만
[비웃음]
도움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니가 백사언에 대해서 뭘 아는데?
내가
뭘 더 알아야 되는데?
뭐가 더 남은 거예요?
[음악이 잦아든다]
[보좌관] 실시간으로 동정론과 옹호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지지층 결집 움직임도 있고요
다만 아직 대변인 측 입장이 정리되지 않고 있는데
논의하셔서 합을 맞춰 보시는 게…
그러게
득달같이 연락 올 줄 알았더니
이거 왜 감감무소식이야?
[벌컥 문 열리는 소리]
[헛웃음]
[의용] 아이고 우리 대변인 오셨나?
몸은 괜찮으신가? 다친 데는 없고?
네
아버지께서 뜨거운 눈물까지 흘리면서
걱정해 주신 덕분에
분위기 만들어 놨으니까 플로우 잘 타
엇박자 놓지 말고
엇박자는 제가 아니라 아버지께서 타고 계신데요
이쯤에서 그만두시죠
- 역공당하기 싫으시면 - [의용] 역공?
누가?
니가?
진심으로 드리는 조언입니다
[사언] 이 일 더 이상 들쑤시지 마세요
[의용이 버럭 하며] 야, 이 배은망덕한 새끼야!
[어두운 음악]
야, 백사언이
너 그 이름 누가 줬냐?
백장호 손자, 백의용 아들
그 타이틀 누가 달아 줬어?
[사언 모] 내 아들은 그런 음식 안 먹는단다
먹어
내 아들은 그런 옷을 입지 않아
입어
내 아들은 이런 책을 좋아하지 않아
이거 읽자
달라고 했습니까?
뭐?
그 이름, 그 타이틀!
내가 원해서 얻은 거 아니잖아요
그만 좀 쑤셔 넣으세요
다 토해 내기 일보 직전이니까
떨어졌다는 그 직원 누구야?
[의용] 신원 확실해?
너나 나 물먹이려고 공작한 놈들이 심어 놓은…
- 가족입니다 - [의용] 뭐?
아니, 대체 누굴 말하…
[보좌관] 이번에 대통령실에서 뽑은 수어 통역사라는데
그 수어 통역사라는 게…
[의용] 아, 설마
니가 미치지 않고서야
걔를 대통령실에 들인 건 아니지?
왜요?
아버지가 못 들어간 대통령실
희주가 먼저 들어가서 못마땅하세요?
- [문 닫히는 소리] - [헛웃음]
[음악이 잦아든다]
[달려오는 발소리]
아, 깜짝이야
그래서 백사언 대변인 쪽 입장은 뭐래요?
[유리가 한숨 쉬며] 아직 안 나왔어요
대변인실 팀원 중에 누가 사고 난 건지도
아직 모른다면서요?
네
혹시 희주 씨 연락해 봤어요?
뭐, 문자 보냈는데 어, 아직 답이 없네요
- [상우의 힘주는 소리] - [흥미로운 음악]
조심해요, 다쳐요
[상우] 안 가요?
[음악이 잦아든다]
[유리] 토지 대장에 나와 있는 별장 소유주는
정진석이라는 사람이에요
[상우] 맞아요 나도 찾아본 적 있어요
- 만났어요? - [상우] 아니요
등본상 주소지에 살고 있지는 않더라고요
그 사람 하나 찾자고 흥신소에 의뢰할 것도 아니고
[작가] 우리가 조사해 본 바로는
정진석이 재산세랑 종부세를 체납한 기록이 있어요
아니, 체납은 국세청이 못 참을 텐데?
맞아요, 추적 중이래요
[유리] 뭐, 미제 아동 실종 사건 관련해서 방송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정진석이라는 사람 소재 파악 필요하다고 했더니
세무 당국에서 찾는 대로 정보 공유해 주겠다고 했어요
진짜? 이야, 이거 잘됐다
우리 이거 진도 좀 나가겠는데?
[옅은 웃음]
한 피디님
이제야 관심이 좀 생긴 거예요?
엎자고 할 때는 언제고
아니, 그건 내가
쌍둥이 얘기는 몰랐으니까 그렇지
[유리] 아
그 보육원 동기들 수소문은 좀 해 봤어요?
쌍둥이 동생 아는 사람
음, 찾고 있어요
[불길한 음악]
- [음악이 뚝 끊긴다] - [거친 숨소리]
[희주] 그놈이었을까?
어떻게 거기까지…
[휴대폰 진동음]
[사언] 지금 들어갈 건데 필요한 거 없어?
[희주] 없어요
[한숨]
[사언]
[흥미로운 음악]
- [희주] 떡볶이 - [문자 전송음]
[사언]
[희주]
[사언]
[희주] 달달한 거 아무거나
[사언]
다 안 된다면서 왜 물어?
놀리나?
[요란한 사이렌 소리]
[휴대폰 진동음]
[음악이 잦아든다]
달달한 거 먹고 싶으면 과일 먹어
근데 이거
[조심스럽게] 안 씻은 건데
[익살스러운 음악]
지금 나한테 하는 소리야?
[드르륵 문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희주] 근데 집은 언제 다녀왔어요?
오는 길에 뭐, 내 물건도 챙길 겸
아, 아니, 이걸 왜…
보호자도 병원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 있는 법이야
[사언] 왜 자기 생각만 해?
여, 여기서 자게요?
이미 우리 같이 잤어
[사언] 지난밤에
[흥미로운 음악]
- [희주] 어디서 잤다는 거야? - [드르륵 문소리]
오늘 밤은 어디서 잔다는 거고?
[놀라며] 여기서?
저기서?
설마 저기서?
- [물소리] - [놀란 숨소리]
씻는 거야?
왜?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씻을 수 있지
하, 홍희주 무슨 생각 하는 거야
[드르륵 문소리]
- 씻자 - [희주] 네?
[음악이 잦아든다]
물 온도 괜찮으세요?
미용실에서 머리 감겨 줄 때 이런 거 물어보던데?
[사언] 안 뜨거워?
괜찮아요
[묘한 음악]
[희주] 아…
아, 미안
[사언] 자, 잠깐만
- [희주] 아! - [사언] 어, 어?
[사언의 당황한 소리]
[드라이기 작동음]
[드라이기 소리가 멈춘다]
왜? 어디 불편해?
아니
어색해서
[사언] 뭐가?
왜 이렇게 잘해 줘요?
잘해 주는 건가?
보통 남편들이
[사언] 아내한테 이 정도는 해 주지 않나?
[한숨]
아쉽고 후회스러웠어
너한테 너무 해 준 게 없는 거 같아서
다 됐다
이제 좀 자
[음악이 잦아든다]
[스위치 조작음]
[묘한 음악]
[한숨]
[샤워기 물소리]
[심장 박동 효과음]
하, 왜 이러지?
다 이상 없댔는데
[음악이 뚝 끊긴다]
[신비로운 음악]
[속으로 놀란 숨소리]
[희주] 잠깐만! 나 아직…
[음악이 잦아든다]
[전동 침대 작동음]
안 잤어?
[신비로운 음악]
얼른 자
[희주] 잠이
올까?
[음악이 잦아든다]
네, 이겁니다, 여러분
제가 온 정신을 집중해서 기억해 냈는데
어…
이런 느낌이었어요
낙원이들, 어, 조금만
집중해 주세요
요렇게 생긴 용 반지에 관해서 알고 있는 게 있으신 분들
제보받습니다
어디 갔지?
[통화 연결음]
- [통화 종료음] - [휴대폰 진동음]
[사언] 먼저 자 통화할 사람이 있어서
통화할 사람?
[휴대폰 진동음]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군요
사공육 전화가 반갑게 느껴지는 날
[희주] 내 전화를 기다렸어?
왜 반가운데?
글쎄
사공육 덕분에
희주를 찾을 수 있었으니까?
어떻게 알고 알려 줬는지는
안 궁금해?
[사공육] 내가 사실…
나야말로 사실
사공육에 대해서 많은 걸 알고 있습니다
뭘 알고 있는데?
나이는 20대 중반에서 후반
여자
어떻게 알았어…
예쁩니까?
[흥미로운 음악]
협박범이 예쁜지 안 예쁜지가 왜 중요한 건데?
뭐, 왠지 그럴 거 같아서
[헛웃음]
남자들이란
[옅은 웃음]
[사공육] 웃었어, 지금?
네, 좋아서요
뭐가 좋은데?
사공육이랑
이렇게 평소랑 다름없이 통화를 하니까
아무 일도 없었던 거 같고
평화롭고 좋습니다
평화로워?
홍희주가 죽다 살아났는데?
지금 뭐 입고 있습니까?
[사언]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상상이라도 해 보려고요
[희주] 나를 왜 상상해, 미친놈아
쓰읍, 내가 상상하기에 사공육은
목소리만큼 여리여리한 체구에
성격만큼 화끈한
화끈한 뭐…
[희주] 설마 몸매?
거기까지는 가지 않겠습니다
뭐, 어쨌든 상상만으로도 즐겁군요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지금 나한테
플러팅, 뭐 그런 거 하는 거야?
너는 유부남이야!
[사언] 희주는 지금쯤
자고 있을 겁니다
[희주] 이 나쁜 새끼
[사언] 사공육이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거 같으니
- [음악이 잦아든다] - 추후에 좀 더 친해지기로 하고
이쯤에서 제가 제안 하나 하겠습니다
제안?
무슨?
[사언] 나랑 손잡고
[긴장되는 음악]
그놈을 같이 잡읍시다
사공육이 그놈하고 한패가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희주를 민 건 그놈이고
희주 위치를 알려 준 건 사공육이니까
그날 희주가 산에서 떨어지고
홍희주!
[사언] 희주를 찾아서 죽도록 사방을 헤매면서
[큰 소리로] 홍희주, 홍희주!
[사언] 난 결심했습니다
반드시
그놈한테 내가, 아니
희주가 받은 그 고통
몇 배로 돌려주겠다고
그러니까 지금부터
그놈에 대해서 아는 거 있으면 다 말해
하나도 빠짐없이 싹 다
- [윤 피디] 어, 왔어? - [유리] 아니, 이거 진짜예요?
이거 대변인이 직접 낸 보도 자료 맞아요?
그래, 맞다니까
자, 자, 자, 스탠바이!
[윤 피디] 바로 슛 들어간다
- [유리] 네 - [윤 피디] 알았지?
[유리]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말도 안 돼
[음악이 잦아든다]
- [여자1] 아, 막장이다 그냥, 응? - [TV 소리]
[여자2] 저 주둥이를 그냥 아주 그냥, 어?
- 잘근잘근 씹어 주려니까, 그냥 - [여자3] 난 저 등에다가 칼을…
[환자1] 밖에서 딴짓거리하는 놈들은
그냥 가위로 싹둑 잘라 버려야 돼 저런 것들은
[환자2] 야, 가위도 아까워
인간 구실을 하게 하면 안 돼, 저거, 응?
[환자3] 어떡해, 저거, 응?
[환자1] 어? 들키는 거 아니야?
[환자4] 어떡해
[환자5] 아, 저 여자가 무슨 죄가 있냐?
[환자1] 아휴, 저것들 가만두면 안 되는데, 저거
- 여보! - [희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 [극적인 음악] - 너는 유부남이야!
희주는 지금쯤
자고 있을 겁니다
[TV 속 남자] 여보, 여보, 여보!
- [계속되는 TV 소리] - [환자2] 아휴, 아휴!
어머, 아가씨
이거 내 거야
[TV 속 유리]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조금 전 들어온 속보 전해 드리겠습니다
- [긴장되는 음악] - 최근 대통령 대변인실
워크숍에서 있었던 추락 사고 소식
보도를 통해 접하셨을 텐데요
이에 대해 조금 전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통해
단순 실족 사고가 아닌 범죄 사건이라고 밝혔습니다
- [환자4] 범죄? 누가? - [유리] 또한 이 사건의 피해자는
대통령실 백사언 대변인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백 대변인은 오늘 경찰을 통해
지난 6월 1일부터 보름간
지속적인 살해 위협 및 협박을 받아 왔으며
이번 추락 사고 또한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고자 했던
범죄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백사언 대변인은 이 사건을 현 정부의 대변인 또는
자유민성당 백의용 대선 후보의 아들에 대한 정치적 테러는
아닌 것으로 본다고 선을 그으며
불필요한 억측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살해 위협에 신변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
경찰에게 보호와 수사를 요청하고
용의자의 몽타주를 공개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피디] 몽타주 큐
[유리] 시청자 여러분 지금 보여 드리는 화면을
유심히 봐 주시기 바랍니다
백사언 대변인에 대한 협박 및 폭발
테러 등을 가한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의 몽타주입니다
[사언] 사공육, 지금부터 묻는 말에 하나씩 답하십시오
제일 중요한 그놈 얼굴 봤습니까?
얼굴을 보진 못했지만
확실한 특징이 하나 있었어요
용의자의 키는 185cm가량의 건장한 체격
- 30대 초중반의 남자이며 - [환자들이 웅성거린다]
빛에 따라 한쪽 눈이 밝은 갈색으로 보이는
오드 아이가 특징입니다
좋아, 또 다른 특징은?
[사공육] 몸에서
이상한 비린내 같은 게 났고
흥분하면 말을 더듬었어
분노 조절 장애
[사공육] 같은 게 있어 보였고
[유리] 용의자는 말을 더듬는 특징이 있고
감정 조절이 잘 안되는
분노 조절 장애 증상이 엿보였으며
그 외에 협박, 해킹
사제 폭탄 제조, 방화 등에 능한
기술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음악이 잦아든다]
마지막으로 하나 묻겠습니다
네
쓰읍, 왜 진작 경찰에 알리지 않으신 거죠?
조용히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결국엔 실패했지만
쓰읍, 짐작 가는 사람은 없나요?
뭐, 원한 가질 만하다든가
글쎄요
-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 [무거운 음악]
나에 대해서 정보가 많다는 겁니다
정보라면…
내 개인 오피스텔 호실
[사언] 워크숍 일정 동선까지 파악하고 있었고
가족 외에는 알 수 없는
사생활도 알고 있었습니다
짐작건대
그 정보를 제공한 누군가가 있고
[사공육] '우리'라고 했어
- 우리? - [희주] 어
[납치범] 나
언니야가 맘, 맘에 들어
우리랑 목표가 같거든
무시당하는 거 못 참고 흥분 잘하고 분노 조절도 안 돼
[사공육] 그런 놈이 자동차 해킹
협박 폰 세팅
뭐, 이런 걸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공범이 있다는 얘기입니까?
네
확실히 있습니다
이놈과 함께
그 둘을 잡아야 합니다
[고조되는 음악]
[음악이 잦아든다]
[TV 속 유리] 키는 185cm가량의 건장한 체격
- 30대 초중반의 남자이며 - [긴장되는 음악]
빛에 따라 한쪽 눈이 밝은 갈색으로 보이는
오드 아이가 특징입니다
[음악이 뚝 끊긴다]
야!
[의용] 니가 말한 엇박자가 이거였냐?
아주 나 엿 먹이려고 작정을 했지?
그럼 처음부터 가만 계시지 그러셨어요?
[사언] 사고 소식에 '옳다구나, 한번 잘 써먹어 보자'
이용해 먹을 생각부터 하시지 말고
그럼 제가 아버지 말을 뒤집는 꼴은
안 났을 거 아닙니까
근데 이 자식이 어디서 그냥 따박따박!
그만!
[한숨]
[의용] 아휴
- [의용의 한숨] - 왜 진작 말 안 했니?
제일 처음 그놈한테 당한 건
제가 아니었습니다, 희주였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사언] 그 애가 제 아내라는 걸 아는 건
집안사람 외에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뭐, 우리를 의심이라도 했다는 거야?
[사언 모] 우리가 널 협박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뭔데?
우리뿐 아니라
그 사실을 아는 집안사람들은 들켜서 좋을 게 없으니
쉬쉬하는 게 맞지
[의용] 아이, 근데 이 와중에 왜 걔를 대통령실까지 끌어들여?
희주
제 옆에, 제 눈앞에 두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판단했으니까요
[의용의 헛웃음]
[의용] 아주 그냥 퍽이나 아끼는 모양이다
협박범이 알고 있는 건 그것뿐이었어?
혼사에 관한 거?
아직까지는요
[사언] 뭐, 어디까지 알고 있는진 저도 모르죠
우리 집안 비밀
한둘 아니잖아요
홍 회장
[의용] 홍 회장 아니야?
그 의심 많은 인간이
나 말고 딴 데로 갈아타고는
뒤 공작 하는 거 아니냔 말이야
- [한숨] - [휴대폰 진동음]
[옅은 웃음]
마침 홍 회장님 호출이네요
[사언] 가서 여쭐까요?
뒤 공작 중인지?
쩝
[어두운 음악]
[TV 속 아나운서] 백사언 대통령실 대변인이
최근 발생한 대통령실 워크숍 추락 사고가
자신을 겨냥한 범죄라고 밝히면서
이에 대해 경찰이 공개수사에 나섰습니다
[우당탕 소리]
경찰은 백 대변인의 진술을 토대로
용의자의 몽타주를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취재 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납치범] 민 건 넌데 까진 건 내 얼굴이네?
왜 홍희주를 죽이려고 한 거야, 어?
우리 목표는 백사언 아니야?
[계속되는 뉴스 소리]
씨…
- [납치범의 한숨] - [휴대폰 진동음]
[아나운서]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가 백 대변인에게…
[헛웃음]
[납치범] 그래서?
[쾅 내려치는 소리]
[납치범의 한숨]
[납치범]
[납치범] 이제 어쩔 거야?
우리만 털리게 생겼는데
아니, 나만!
[문자 수신음]
[헛웃음]
[음악이 잦아든다]
[일경] 왜 진작 나한테 말하지 않았나?
왜 한마디 상의 없이 질러?
처음엔
회장님도 의심했었습니다
뭐야? 내가 왜 그런 짓을 해?
저 컨트롤 안 되는 거 못마땅해하셨지 않습니까?
[사언]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면
제 목도 조르실 분이니까요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왜 오늘은 아마추어 같은 짓을 했어?
[일경] 나 못지않게 언플의 귀재인 자네가
왜 전면에 나섰냔 말이야
어차피 우리 두 집안 속사정 걸린 일이라면은
내 뒤에
백 후보 뒤에 숨어도 모자랄 판에
쉬십시오,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일경] 아니지
하루아침에 아마추어처럼 굴 리가 없지
제일 흔하지만 제일 확실한 방법
이슈로 이슈 덮기
세상 이목 다 자네한테 집중시켜 놓고
그 등 뒤에 뭘 숨긴 거야?
[의미심장한 음악]
[휴대폰 진동음]
[불안한 음악]
[휴대폰 진동음]
[납치범] 언니야, 뉴스 봤어?
내가 언니 안 밀었어
거짓말
[납치범] 내 말 안 믿겠지
[희주의 다급한 숨소리]
[고조되는 음악]
[희주의 놀란 소리]
- [희주의 거친 숨소리] - [문 덜컹대는 소리]
[어두운 효과음]
[계속 덜컹대는 소리]
- [사언] 홍희주! - [음악이 잦아든다]
희주야!
[극적인 음악]
희주야!
[희주의 떨리는 숨소리]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어?
[떨리는 숨소리]
[거친 숨소리]
괜찮아?
[음악이 잦아든다]
[휴대폰 진동음]
말해
[혁진] 괜찮냐?
너 전에 떠 달라고 했던 그 보이스 피싱 전화
그것도 그놈이지?
- 어 - [혁진] 야
진작에 나한테 의논이라도 좀…
[한숨]
내가 인마, 너 개진상 또라이인 거는 아는데
그때 이후로 니, 어? 똘끼 보는 거 진짜 처음이다
그때?
[혁진] 내란 지역에 총알 비 쏟아질 때
너 마이크 차고, 어? 카메라 들고 뛰어든 놈이잖아, 너
사언아, 작작 좀 해라, 어?
내가 작작 하면
- 숨을 데가 없어 - [혁진] 뭐?
내 뒤 말고는
숨길 데가 없어
[드르륵 문소리]
[잔잔한 음악]
좀 어때?
괜찮아요
아깐 왜 그랬어?
누가 왔었어?
피곤해 보여요
응, 피곤해
[사언] 그러니까 너도 빨리 자
그래야 나도 좀 자지
[스위치 조작음]
안 무서워요?
왜? 무서워?
불 다시 켜?
[희주] 사람들이 다 당신 얘기만 하고
멋대로 떠들어 대는데
겁 안 나요?
넌?
무서워?
난
무섭지도 않고
후회하지도 않아
[사언] 그러니까 넌 그냥
좋은 꿈만 꾸면 돼
[드르륵 문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통화 연결음]
[사언] 여보세요?
뉴스 잘 봤어
근데
궁금한 게 있어
[사언] 뭡니까?
난 언제 잡을 생각이야?
결국 나도 그놈한테 동조한 거니까
처벌을 받든 경찰 조사를 받든 해야 될 거 아니야
[사공육] 그리고 이 폰 언제 가져갈 거야?
중요한 증거물이잖아 필요하지 않아?
필요하다면
나한테 줄 겁니까?
그래야겠지
그놈을 잡으려면
어떻게 돌려줄 생각인데요?
사공육이
[사언] 내 앞에 나타나기라도 할 겁니까?
[무거운 음악]
응
만나
내가 지금 너한테 갈게
이 폰 들고
[희주] 당신이 날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더 괴롭게 하는 건 아닐지 고민했지만
사실 핑계였어
당신 앞에 사공육으로 서야 하는 순간이
두려워서 어떻게든 피하고만 싶었던 핑계
하지만
나도 더는 피하지 않을게
당신 혼자 고군분투하게 두지 않을게
[한숨]
[음악이 잦아든다]
[불안한 음악]
[통화 연결음]
지금
어디 있어?
[사언] 사공육하고 만나고 싶은 장소가 있습니다
거기로 오십시오
[음악이 잦아든다]
[통화 연결음]
[사언] 도착했습니까?
[희주] 응
근데 왜 여기야?
[사언] 와 본 적 있습니까?
여기 처음 개장했던 날
[아이들의 웃음소리]
[희주] 그 후로 우리 집에선
놀이공원이 금기어가 됐어
[사언] 회전목마 타는 곳으로 오세요
거기서 만납시다
[차분한 음악]
입장하시겠습니까?
[어린 희주] 언니, 말이 엄청 많아
어, 저거
[통화 연결음]
왜 안 보여?
어디 있어?
[사언] 아이스크림 파는 곳에 있습니다
[통화 연결음]
안 올 거야?
나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사언] 정면에 뭐가 보입니까?
정면?
[음악이 잦아든다]
올라왔어
근데 아무도 없는데?
[사언] 기다리십시오
근데 지금 뭐 하는 거야?
[사언] 긴장을 푸는 겁니다
나도 사공육이랑 만나는 순간을 기다렸는데
잔뜩 굳은 얼굴로 만나고 싶지 않아서요
기대하지 마
차라리 날 안 보는 게 나았을 거라고 생각할 거야
[사언] 자신 없나 보네요
너야말로 날 보고 안 놀랄 자신 있어?
아닐걸
[희주] 많이 놀라고
실망할걸
그래서 어쩌면
외로워질지도 몰라
[사언] 지금
내 걱정 해 주는 겁니까?
[쓸쓸한 음악]
아니
내 걱정 하는 거야
[희주] 그런 당신을 보게 될
내 걱정
[사언] 참
말을 안 듣네요
분명히 말했을 텐데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건 나쁜 버릇이라고
[다가오는 발소리]
그 버릇
어떻게 고쳐 줄까? 홍희주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사공육
다
알고 있었어?
[희주] 언제, 아니…
다 알면서 왜 나를…
너를 뭐?
[울먹이며] 안 미워했어?
알려 줘
홍희주
널 미워할 수 있는 방법
널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
[음악이 잦아든다]
[고조되는 음악]
[감성적인 음악]
[희주] 그냥 믿기지가 않아서
남들처럼 평범하기 그지없는 우리 모습
[사언] 너도 그럴 수 있을까?
나를 다 알게 돼도
[납치범] 다 빼앗을 거야
[혁진]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 지랄이야?
[상우] 뭐 하는 겁니까?
이미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는 건가?
[사언] 내가 거슬리는 건 그 사건이 아니라 바로 너야
[희주] 감추지 말고
다 보여 줘요
[기침]
[희주] 내가 이렇게 쉽게
행복해질 리가 없잖아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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