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할 8
(덕미) 다 됐다
고맙습니다
아, 제가 묻힌 건데요, 뭐
[덕미의 웃음]
근데 생각해 보니까
좀 불공평하네요
뭐가요?
성 큐레이터는 내 집 다 봐 놓고서
나는 왜 이 집 보면 안 됩니까?
공평하게
저도 보겠습니다
(덕미) 어, 어, 안 돼요 [라이언의 놀란 신음]
[강조되는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갖고 싶어요?
(라이언) 성 큐레이터?
[익살스러운 효과음]
성 큐레이터?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관장님, 이제 집에 가셔야죠
(라이언) 어?
(덕미) 출구는 저쪽이에요 [라이언의 당황한 신음]
(라이언) 서, 성 큐레이터
서, 성 큐레이터?
- (라이언) 저… - (덕미) 아아
(덕미) 예, 이쪽이요, 예
조심
- 가세요 - (라이언) 저…
(덕미) 이쪽이에요
이쪽이요, 예, 턱, 턱 조심 턱 조심, 턱 조심
이쪽으로
이제 됐어요
[덕미의 멋쩍은 숨소리]
아, 죄송해요, 많이 불편하셨죠?
[덕미의 한숨]
미안하면
다음에 정식으로 초대해요, 청소하고
(덕미) 저건 청소로…
예
근데 무슨 일 있어요?
아까 표정이 좀 안 좋아 보여서
(라이언) 머리가 복잡한 사람인 것처럼
붓 터치도 거칠고
[밝은 음악] [덕미가 키보드를 탁탁 친다]
(덕미) 널 보정했어요
뭐 신경 쓰이는 일 있어요?
(덕미) 너요
아니요
그럼
어디 아파요?
(덕미) 너 때문에요
아닙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면
말해요, 얼마든지
얼마든지요?
실은요, 관장님
네, 성 큐레이터
실은 제, 제가…
[강조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덕미의 다급한 신음]
- (덕미) 아이고 - 성 큐레이터?
(덕미) 왜 페인트가 바닥에 떨어졌네
[덕미의 어색한 웃음] - (라이언) 예? - 괜찮아요
(덕미) 피곤하시지 않아요? 전 엄청 피곤해졌는데
빨리 가 보셔야겠어요
- 내일 출근하셔야죠 - (라이언) 네
(덕미) 네, 이쪽 계단으로 내려가시면 돼요
- (라이언) 예, 예 - 안녕히 가세요
[멋쩍은 웃음]
[풀벌레 울음]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늑대 울음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경쾌한 음악] - (덕미) 어머! - (라이언) 어!
[심장 박동 효과음]
잘 참았어
진짜 잘 참았어
[가쁜 숨소리]
[자동차 시동음]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탄식]
거기서 참긴 왜 참아 그냥 확 해 버릴걸
(선주) 뭘?
키스
(선주) [컵을 탁 내려놓으며] 누구랑?
사자
너 사자랑 키스하고 싶어?
아니?
(선주) 아니
너 지금 되게 아쉬운 표정인데?
- (덕미) 아닌데? - 아닌데?
- 너 사자 좋아하지? - (덕미) 아니
- 아니 - 아니!
- 가야겠다 - (선주) 잠깐, 앉아
너 어제 팬싸 갔다가 어디 갔어?
보정했지, 보정
근데 왜 안 올려?
[발랄한 음악]
[덕미가 키보드를 탁탁 친다]
나 실은…
사자 사진을…
[놀란 숨소리]
너 진짜 좋아하는구나?
나 생각이 막 입으로 흘러내려
어제는 나 사자한테 고백할 뻔했어
야, 절대 안 돼
왜 안 돼?
사자 좋아할 수 있지
(선주) 잘생겼지, 능력 있지 너한테 친절하지
근데 사자도 네가 좋대?
나한테 막 확 다가와서 입술을 이렇게 하고
키스를 [덕미가 입소리를 쪽 낸다]
신디가 보고 있었다며
(선주) 야, 좋아하면 입술에다 해야지 왜 여기 손가락에 해?
그것도 배운 사람이
그리고 저번에 집에 갔을 때
(덕미) 우리 엄마 아빠한테도 엄청 생글생글 웃으면서
원래 잘 안 웃잖아 근데 밥도 엄청 열심히 먹고
(선주) 그럼 거기서 반찬 투정해?
고백은
용기로 하는 게 아니야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확인한 다음에
어? 쾅쾅
확인 도장 찍는 차원에서 하는 거지
사자도 나 싫은 거 같진 않은데?
싫어하는 거 같지 않은 거지 좋아 죽겠다도 아니잖아
[흥미진진한 음악] (선주) 너 이거 확실히 하고 가야 돼
사자가 너 도와줬을 때 그거 인류애였어
어? 사자 덕분에
스캔들, 신디 조용히 잘 넘어가고 있는데
네가 고백했다 차여 봐
너 왜 이렇게 부정적이야? 원래 안 그랬잖아
부정적인 게 아니라 현실적인 거
너 차여도 괜찮아?
(선주) 미술관에서 맨날 볼 건데?
그러니까 일단 기다려
사자 마음 확인될 때까지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흥미로운 음악]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소혜) 효진? 여기가 미술관이야?
왜 여기로 출근하는 거지?
차시안이 살고 있는 이곳으로 왜 온 거지?
아, 그래요?
차시안이 여기 사는구나
[헛웃음]
효진
차 키랑 카드 압수예요
예?
갖고 이리 오세요
[신디의 놀란 신음] (소혜) 이리 오세요
(신디) 아, 어, 어머니, 그, 그건…
- (소혜) 김 비서 - (김 비서) 예
(소혜) 쟤 좀 잡아
(김 비서) 잠시만요
[김 비서의 기합]
[신디의 놀란 신음]
(소혜) 차 키 압수
카드 어디 있지?
어, 어머니
차에 카드까지 뺏으시면 전 어떻게 살아요?
카드가 왜 필요할까?
차시안 얼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소혜) 구름을 탄 기분이실 텐데?
어머니, 오해예요
(소혜) 카드 어디 있지?
[소혜가 가방을 달그락 뒤진다]
관장님! 라이언 관장님!
굿 모닝
[흥미진진한 음악]
[마우스 클릭음]
[흥미로운 음악]
(라이언) 설마
내 몸이 목적인 건 아니겠지?
어머, 무슨…
[사자 울음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마우스 클릭음]
[입바람을 후 분다]
(덕미) [작은 목소리로] 사자
꺼져 [라이언의 목소리가 울린다]
왜 나한테 그런 말 해요?
(덕미) [울먹이며] 못됐어
꺼져요
[마우스 클릭음] 너도 꺼져, 어플
(라이언) 성 큐레이터 [쨍그랑 깨지는 효과음]
왜요?
아, 바빠요?
아, 아니, 아닙니다 뭐 시키실 일이라도
[어색한 웃음]
업무 얘긴 아닙니다
그럼요?
성 큐레이터가 들으면 좋아할 만한 얘기가 있어서
제가 좋아할…
뭔데요?
사실은 내가…
(경아) 관장님
여기 계셨네요
그 울림미술관에 보낼 공문이요 책상 위에 올려놨습니다
알겠습니다
[경아가 살짝 웃는다]
잠깐
[부드러운 음악] (덕미) 뭐지, 저 수줍수줍은?
설마 고백?
[들뜬 신음]
(덕미) 여긴…
[강조되는 효과음]
[웃음]
관장님
이제 편하게 말씀하세요
아직 모르고 있나 보네요?
말씀을 해 주셔야지 알죠
항상 확인하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항상 하고 있지만
그래도 직접 말씀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잔잔한 음악]
사실은
내가
네
채움패치 삭제시켰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신디) 여기 라이언 관장님도 살잖아요
저 라이언 관장님 보러 왔어요
미스터 골드
효진 말이 사실이에요?
- 무, 무슨… - (소혜) 미스터 골드
난 우리 효진이 미술관에서 일을 하게 되면
나 엄소혜처럼 고급문화를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겠구나
(소혜) 기대를 했어요
그런데
미스터 골드가 차시안을 우리 채움 특별전에 참여시키는 바람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게 됐답니다
오늘 아침 효진이 일찍 출근하길래 뒤를 밟았더니
유 노?
걱정이 돼서 따라와 봤더니 [강조되는 효과음]
차시안이 사는 이곳으로 온 거예요
그런데 효진 말로는 미스터 골드가 불러서라는데 [강조되는 효과음]
사실이에요?
- 엄소혜 님 - (소혜) 예스
채움과 채움 직원들에 대해서 관심 꺼 달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오 마이 갓
내 딸인데, 효진?
이 시간 이후부턴 제 직원입니다
나머지 얘긴 미술관에서 하죠
그럼
[소혜의 헛웃음]
(신디) 어머니, 저는 다녀오겠습니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김 비서 어떻게 생각해?
[자동차 시동음] 아, 예, 또…
어떻게 생각해?
네?
이제 김효진 씨가 따라다니는 일 없을 거예요, 잘됐죠?
[익살스러운 음악] [멋쩍은 웃음]
아, 너무 잘됐네요
(라이언) 좋아할 줄 알았어요, 아!
그리고 김효진 씨 곧 미술관 그만둘 것 같아요
그때까지만 고생하죠
[어색한 웃음]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카메라 셔터음]
여기 야자수 사이로
(주혁) 근데 이거 왜 찍으시는 거예요?
(선주) 이거 팬 카페에 올릴 거야
[카메라 셔터음]
오케이, 너무 좋다 몽환적인 게 되게 잘 표현됐어
여기 이쪽으로 서 볼까?
여기서 손가락 사이로 이렇게 눈 보일 수 있어?
[선주가 중얼거린다] [카메라 셔터음]
오케이, 너무 좋다
(주혁) 사장님
우리 근데 장사 안 해요?
지금 장사가 문제야?
음악 하는 네가 팬 카페가 없다는 게 문제지
아니, 팬도 없는데 무슨 팬 카페를 만들어요?
카페를 만들어야 손님이 오지
(선주) 팬 카페를 만들어야 팬이 생기지
(주혁) 근데 사장님 친구분 왜 저래요?
(선주) 성덕미, 너 왜 그래?
너 설마 그새 고백했다 차인 거야?
- 아니 - (선주) 그럼?
아니면 뭐, 채움패치에 또 뭐 떴어?
채움패치 없어졌어
없어져?
(선주) 어! 진짜네?
[놀란 신음]
야, 신디가 이제 진짜로 믿나 보다
잘됐네
근데 표정이 왜 그래?
사자가 신디가 그만둘 때까지만 고생하재
그게 무슨 뜻이야?
[생각하는 숨소리]
그거야
채움패치가 없어지자마자 가짜 연애 그만두면 이상하니까
(선주) 신디가 그만두면
- 가짜 연애를 그만하자는… - (덕미) 그렇지?
그런 말이지?
그러니까 가짜 연애가 곧 고생이다 이런 말이지?
(덕미) 그러니까 신디가 그만둬야 고생스러운 이 가짜 연애가 끝
이런 뜻이지?
지금 너무 부정적이야, 지금
선주야, 나
요즘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야
(덕미) 업 앤드 다운이 막 그냥 미친 사람 같아
너 가짜 연애를 계속하고 싶어?
그럼 신디가 미술관을 계속 다니면 되겠네
어떻게 하면 돼?
[생각하는 숨소리]
그건 이제 네가 생각해 봐야지
[한숨]
(경아) 아, 울림미술관에 안 작가님 작품 대여 요청 공문
보내 놓은 상태고요
오후에 미팅 잡혀 있습니다
특별전뿐만 아니라
안 작가님 뉴욕전 작품 보관도 해야 하는데, 가능합니까?
(유섭) 우리 수장고만으론 부족할 것 같아
외부 수장고 알아보고 있습니다
제가 몇 군데 추려서 말씀드릴게요
- 알겠습니다 - (유섭) 네
[신디가 하품한다]
아, 지루해 죽겠는데 어떡해요, 그럼
저도 일을 주시든가요
(경아) 김효진 씨
자료실 정리 요청드린 지가 일주일이 넘은 것 같은데요
(신디) 아, 그건 인간적으로 재미가 너무 없어요
인권 유린이야
저도 특별전에 끼워 주세요
(신디) 우리 시안이 일이면 제가 얼마나 열심히 하겠어요?
[흥미진진한 음악] 너무 열심히 할까 봐 안 됩니다
아, 관장님
저, 한번 맡겨 보면 어떨까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예를 들면 상품 기획 같은?
(신디) 상품 기획?
음, 말하자면 굿즈 같은 거죠
어, 전시 기획 굿즈?
(신디) 미술관에서 파는 굿즈야 연필, 엽서 이런 거 아닌가?
재미없을 거 같은데
그러지 말고 우리 시안이 전시회…
(덕미) 어, 특별전 굿즈도 만들어야 되는데
제가 하겠습니다, 굿즈
(라이언) 지금껏
책임감, 성실함
아무것도 보여 준 적이 없는 김효진 씨를 뭘 믿고 맡기죠?
지금부터 보여 드리겠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하잖아요
[한숨] [펜을 탁 내려놓는다]
(라이언) 대신 미술관 내부 문건, 회의 자료
외부로 유출 및 발설 금지
(신디) 네
(신디) 그동안 굿즈 기획은 누가 했어요?
(경아) 나하고 성 큐레이터님하고요
(신디) 그래서 별로였구나
[경아의 한숨]
- (라이언) 성 큐레이터 - 네?
오후에 시간 있어요?
어, 네
그럼 나하고 같이 나가요
어딜요?
가 보면 압니다
(라이언) 30분 뒤에 주차장에서
아!
예쁘게 하고 나와요
[부드러운 음악]
차시안 씨 미팅이요?
어제 차시안 씨한테 일이 생겨서 만나지 못했거든요
(덕미) 아
근데 왜 예쁘게 하고 오라고…
저번에 차시안 씨 왔을 때 보니까 다들 신경 쓰는 거 같아서
(라이언) 유 큐도 그렇고 효진 씨도 그렇고
전부 다
난 또…
또?
또 뭐요?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덕미의 어색한 웃음]
[발랄한 음악]
하나!
(은기) 일어서!
빨리 일어나
둘!
(건우)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인사한다]
네, 안녕하세요
아이고, 예뻐라
(은기) 자, 자, 자, 앞에 봐
훈련 중에 누가 다른 데를 보죠?
하나!
일어나, 빨리
둘!
[잔잔한 음악]
빨리 일어나야지, 빨리
(영숙) 야, 야, 야, 야, 야!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감기 걸려, 그만해!
[웃음]
[아이들의 웃음]
[영숙의 놀란 신음]
[영숙의 웃음]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은기) 빨리 일어나
둘!
누가 빨리 일어나나, 자, 일어나, 빨리
하나 [아이들이 쿵 넘어진다]
둘
자, 빨리 일어나야 돼
둘
- (은기) 엄마 - 응
[은기의 힘주는 신음]
아유, 그게 언제 거기 붙었대?
[영숙이 도시락 통을 달그락거린다]
아니야, 그냥
(영숙) 자
[달그락거리며] 밥 먹어
와, 맛있겠다
(영숙) 아들 엄마한테 뭐 삐진 거 있어?
삐지다니?
엄마랑 아들 사이에 그럴 일이 뭐가 있지?
아, 근데 왜 요즘 통 집에 안 와
못 챙겨 먹어서 이 얼굴이 반쪽이 됐구먼
(은기) 이렇게 맛있는 걸 맨날 먹어 봐 얼굴이 두 배가 되지
으이그, 이게 말은 [은기의 한숨]
[영숙의 웃음] (은기) 아, 엄마
저녁에 고기 먹자, 내가 쏠게
덕미도 집에 오라고 해
(은기) 저녁은 꼭! 꼭 집에 와서 먹으라고
알았지?
[웃음]
음, 맛있다
비주얼 디렉터가 잠적했다고요?
(매니저)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더니
사람 낮에만 봐선 모르는가 봅니다
저, 그래서 말인데요
- 이제 전시회는 좀… - (라이언) 혹시
전시회 참여를 못 하겠다는 건 아니시겠죠?
죄송해요, 관장님
(시안) 근데 싱글 발매는 미루고 전시만 참여할 수도 없고
또 저 때문에 전시를 미루는 건 아닌 거 같고
다른 디렉터는요?
뭐, 알아보고 있기는 한데
딱히 괜찮은 디렉터가…
[라이언의 한숨]
혹시
최다인이라고 압니까?
당연히 알죠
아, 제가 같이 일하고 싶어서 연락을 몇 번이나 했었는데
(라이언) 혹시 최 작가가
차시안 씨 비주얼 디렉팅을 맡는다고 하면
앨범도 전시도 그대로 진행할 수 있는 거죠?
당연하죠
(시안) 근데 최 작가님 아는 분이세요?
잘 압니다
[흥미로운 음악]
최다인이에요
[다인의 힘주는 신음]
보고 싶었어, 라이언
(시안) 해 주시면 진짜 좋을 텐데 말씀 좀 잘 부탁드릴게요
최 작가 콘택트해 보죠
(시안) 네
(라이언) 전시 진행에는 문제없겠네요
(덕미) 최다인 작가님 전에 그분이시죠?
미술관에 찾아오셨던
(라이언) 성 큐레이터도 구면이죠?
능력 좋은 친구예요, 최다인
전시회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홍보에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덕미) 근데 해 주실까요? 일정이 너무 빠듯해서
해 줄 겁니다
굉장히 확신하시네요?
내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는 부탁인데
(라이언) 해 주겠죠, 양심이 있으면
10년?
아, 그리고 어차피 특별전 때문에 부탁할 일도 있었어요
고 윤태화 작가의 마지막 사진 최다인이 가지고 있거든요
그 사진 소장자면 매니피플…
다인
내가 처음 만났을 때 만들어 준 아이디인데
그걸 아직까지 쓰고 있을 줄은
[흥미로운 음악]
아, 성 큐레이터
(덕미) 네?
오늘 시간 있어요?
아, 저 바로 퇴근할 줄 알고 엄마랑 저녁 먹기로 했는데
- (덕미) 아, 취소할 수는 있어요 - 아닙니다
급한 일 아니에요, 타요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통화 연결음]
7시에 예약한 라이언 골드입니다
죄송하지만 예약 취소해야 될 거 같아서요
네
[통화 종료음]
[안전벨트를 달칵 푼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덕미) 아, 내일 '모먼트' 인터뷰는 어떻게 할까요?
성 큐레이터가 시간 알아서 조율해 주세요
- (덕미) 네 - 아!
그리고 나는 내일 바로 최 작가 작업실로 갈 건데
같이 갈래요?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흥미진진한 음악]
남은기 관장님?
가짜 연애 그거 언제까지 할 겁니까?
(은기) 뭐, 채움패치인지 뭔지도 없어졌는데
가짜 연애는 대충 정리하죠?
그건 우리가 결정할 일이지
- 남 관장님이… - (은기) 우리?
혹시 우리 덕미한테 관심 있어요?
[라이언의 한숨]
그것도 남 관장님이 상관하실 일이…
상관할 일입니다
(은기) 말 돌리지 말고 대답해요
덕미한테 관심 있어요?
[긴장되는 음악]
있습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성덕미 씨
그거 인류애적 관심입니까?
예전에 덕미가 선주랑 사귀는 줄 알고 도와줬던 것처럼
그것도 아니면 뭡니까?
대답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그만합시다
같잖은 관심으로 덕미 흔들지 말고
흔들렸습니까?
성덕미 씨가?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건 저와 성 큐레이터가 결정할 일이지
남 관장님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덕미에 대해서 얼마나 압니까?
저는 덕미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거든요
저도 알 만큼 압니다
남 관장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덕미가 말했을 리가 없는데? 자기에 대해서
덕미는 나한테 다 말하거든요
숨기는 거 하나 없이
근데 관장님한테도 그럴 수 있을까요?
(덕미) 됐다
[젓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작작 해라?
[약 올리며] 작작 해라
그만해, 강냉이 털어 버리기 전에
내 강냉이 소중한데?
- (덕미) 야! - (은기) 뭐!
(영숙) 이것들이
- (영숙) 성덕미 - (덕미) 응?
(영숙) 라 관장님 잘 계시지?
(덕미) 엄마, 관심 좀 꺼 우리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야
(영숙) 아무 사이도 아닌데 왜 집에 데려다줘?
다 그럴 생각이 있으니까… [은기가 집게를 쾅 내려놓는다]
(은기) 엄마!
엄마 양심도 없어? 엄마 딸 또라이야
- (은기) 누구한테 시집을 보내려고 - (덕미) 또라이?
[흥미로운 음악] (덕미) 야, 남은기 넌 나중에 꼭 나 같은 여자 만나라?
그럴까? 그럼 너도 꼭 나 같은 남자 만나
- 하, 미쳤냐? - (영숙) 야!
내가 이런 며느리, 이런 사위 얻으려고 지금까지 너희들 키운 줄 알아?
그러려면 평생 혼자 살아!
(영숙) 쯧
먹지 마
(은기) 아, 내가 산 건데
아니, 나 같은 며느리가 어때서?
[근호의 어색한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안 그래요, 아빠? [문이 탁 닫힌다]
아버지, 나 같은 사위 괜찮지 않아요?
(근호) 에이씨
하, 아, 우리가 뭐 어때서? 이 정도면 훌륭한 거 아니야?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그러니까
- (은기) 먹어, 먹어 - 너도 먹어, 너 오늘 좀 핼쑥하다
[웃으며] 아
[뜨거워하는 신음]
[풀벌레 울음]
(덕미) 은기야
나 어때?
어릴 때부터 봐 온 친구라고 생각하지 말고
오늘 딱 처음으로 만났다 생각해 봐
나 어때?
- 예뻐 - (덕미) 그렇지?
그럼 나 같은 여자가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어떨 것 같아?
생큐지
그래?
어, 너라면 당장 사귀지
아, 진짜?
(은기) 사귄 다음에 묻겠지
아이돌을 좋아해? 그 나이에?
[흥미진진한 음악] 아니, 그냥 팬도 아니고 덕후, 홈마? 그게 뭐야?
쫓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어? 그걸 평생 해 왔다고?
아, 그럼 내가 세컨드야?
선택해! 차시안이야? 나야?
야!
그냥 대충 말해 주면 되지 뭘 그렇게 리얼리티까지 살려?
[성난 숨소리]
성덕미
(은기) 네가 뼛속까지 덕후인 거 솔직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남자 만나
전전긍긍하면서 숨기고 눈치 봐야 하는 남자 말고
뭐, 그런 남자들이 많진 않겠지만, 응?
[은기가 피식 웃는다]
[흥미로운 음악]
덕미에 대해서 얼마나 압니까?
(은기) 덕미는 나한테 다 말하거든요
숨기는 거 하나 없이
근데 관장님한테도 그럴 수 있을까요?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우리는 서로 댓글도 달아 주는 사이야
(팬1) 내 장래 희망이 생수병이라니
생수병?
(팬2) 주님, 저는 지금 죄를 짓고 있습니다
무슨 죄를 졌는데?
(팬3) 시안아, 미안해!
아…
뭐가 미안해?
[부드러운 음악]
(라이언) 세상에 태양이 두 개인 듯합니다
[피식 웃는다]
(은기) 네가 뼛속까지 덕후인 거 솔직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남자 만나
전전긍긍하면서 숨기고 눈치 봐야 하는 남자 말고
다 이날 때문이야
이날만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속이는 기분은 아니었을 텐데
[댓글 알림음]
(라이언) 이날 당신을 만나서 좋았습니다
[새가 지저귄다]
- (라이언) 들어갈까요? - 네
[초인종이 울린다]
[대문 개폐음]
(라이언) 최다인 작가님
(덕미) 안녕하세요, 최 작가님
(다인) 설마 일 얘기야?
앉아
(라이언) 아이돌 그룹 화이트오션 알지?
(다인) 응
(라이언) 그 멤버 중에 차시안이라고…
아, 그 앨범 비주얼 디렉팅 제안받은 적 있어
거절했는데, 왜?
그 제안 재고해 줬으면 좋겠어
그냥 해 주면 더 좋고
그걸 왜 네가 요청해?
차시안 씨가 채움 특별전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덕미) 이번 전시와 싱글 앨범을 동일한 콘셉트로 기획 중이거든요
- 근데 갑자기 비주얼 디렉터가… - (라이언) 잠적했대
[덕미가 살짝 웃는다]
차시안 씨는 최 작가님과 작업을 원하고 있고요
채움에서는 차시안의 전시 참여가 꼭 필요하고요?
예
씁, 그럼 내가 꼭 필요하겠네, 라이언?
어
(다인) 좀 더 간절하게 요청해 봐
네가
꼭 필요해, 최다인
- (다인) 미안, 나 못 해 - (라이언) 야!
(다인) 뭐, 일할 준비가 돼야지 비주얼 디렉팅이든 뭐든 할 거 아니야?
[다인의 헛기침]
작업실 완성되기 전까진 일 못 해
작가님, 그럼 혹시
(덕미) 원하는 스타일의 작업 공간이 있으시면 저희가…
[흥미로운 음악] (다인) 야!
뭐 하는 거야? 줘, 줘 봐 [라이언의 거부하는 신음]
뭐 하는데, 아이
[웃으며] 야, 이리 주라고!
공개 안 하겠다는데 뭐 하는 짓이야?
내가 드로잉까지 잘해야 돼?
드로잉도 문제인데 배치가 더 문제야
(라이언) 작업대를 여기다 설치하겠다는 거야?
(다인) 뭐, 뷰도 좋고
작업을 하겠다는 거야? 술 마시겠다는 거야?
둘 다
(다인) 씁, 여기 보이는 마당이 마음에 들어서 여기로 결정한 거거든
(라이언) 뉴욕 작업실이 좀 답답하긴 했지
(다인) 좀 답답해? 엄청 답답했지
게다가 거기 매일 찾아오는 관장님까지
(라이언) 마감을 밥 먹듯이 어기는 작가님이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은데?
어, 나 그 버릇 아직 못 고쳤는데?
그 버릇 고치면 최다인인가?
[다인의 웃음]
(다인) 아, 그, 식물들을 좀 이용하려고 그러는데
(라이언) 플랜테리어?
(다인) 어, 플랜테리어
그래서 큰 식물들을 안에다가 배치해 놓고
(라이언) 나무들 또 다 죽이려고?
(다인) 야!
(라이언) 눈앞이 다 나무야 욕심내지 좀 마
(다인) 안으로 데려온다고
(다인) 나도 한 잔만 줄래요?
(덕미) 여기요
난 이게 깔끔해서 좋더라고요
저도요
근데 혹시 티 같은 거 있어요?
(다인) 아, 잠깐만요
(덕미) 아
[덕미가 차를 부스럭 꺼낸다] [다인이 서랍을 탁 닫는다]
커피 안 마시는 거 귀찮죠?
약간요?
[다인의 웃음]
덕미 씨, 라이언 그림 그린 거 본 적 있어요?
아니요, 없는 것 같은데?
그래요?
은퇴하고 진짜 안 그리나?
(다인) 내가 좋아했었거든요 라이언 그림 그리는 거
무아지경에 빠진 남자의 섹시함이랄까?
[다인의 웃음]
[덕미의 어색한 웃음]
은퇴는 왜 했는진 말 안 해요?
아니요, 물어본 적이 없어서
그래요?
하긴, 물어본다고 아무한테나 말해 줄 애도 아니고
이건 내가 갖다줄게요
(덕미) 네
[한숨]
[잔잔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다인이 입소리를 딱딱 낸다]
- 가구 보러 간다며? - (다인) 내가?
나무 보러 간다고 했지
작가님, 직접 만드시게요?
네
[밝은 음악]
(남자1) 이거는 책상이나 식탁 상판으로 많이 쓰는 재질
(다인) 어떤 거 같아?
이거면 될 것 같은데
(다인) 가자
(남자2) 작업대로 쓰실 거면 2,200에 1,000 정도 어떠세요?
(라이언) 이쪽 공간을 생각해 보면은 1,600에…
(남자2) 얘네는…
[기계 작동음]
[기계 작동음]
오, 잘하네
(남자2) 남자 친구?
(다인) 아니요
(덕미)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구나
(남자2) 야, 둘이 호흡도 그냥 척척이네 [덕미가 망치질한다]
[휴대전화 진동음] 어? 아유
- (라이언) 어, 이건 안 돼요 - (덕미) 왜요?
- (남자2) 잠시만요 - (라이언) 다칠 수도 있어요
(덕미) 안 다칠 수 있어요
[잔잔한 음악] (라이언) 날아간다니까요?
(덕미) 잘할 수 있다니까요
자, 시작, 이거예요?
[기계 작동음] [덕미의 놀란 신음]
(라이언) 자, 밑으로, 밑으로 누르면서
(은기) 차렷, 인사
(함께) 고생하셨습니다
[숨을 후 내뱉는다]
(은기) 혹시 우리 덕미한테 관심 있어요?
있습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성덕미 씨
(덕미) 나 어때?
나 같은 여자가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어떨 것 같아?
[한숨]
[숨을 후 내뱉는다]
[한숨]
[기계 작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어, 은기야
성덕미, 오늘 퇴근 몇 시에 해? [기계 작동음이 흘러나온다]
뭐라고? 안 들려
- 왜 이렇게 시끄러워? - (덕미) 잠깐만
- (덕미) 어, 이제 들려 - (은기) 너 지금 어디야?
(덕미) 나 지금? 가구 공방
작가님 작업실에 들어갈 가구 만들고 있어
아니, 무슨 큐레이터가 가구까지 만들어?
야, 관장님도 만드는데 큐레이터는 당연히 만들어야지
사자랑 같이 있어?
(덕미) 어, 만들 가구가 엄청 많아서 오늘 밤새워야 될 수도 있어
밤새워? 또?
거기 어디야? 이 오빠가 뚝딱 만들어 줄게
- 진짜? - (은기) 어
당장 간다, 씨
[통화 종료음]
- (라이언) 그쪽 맞았어요? - (덕미) 네
[덕미가 입바람을 후후 분다]
[드릴을 탁 내려놓는다]
[문이 쾅 열린다]
(은기) 성덕미!
[뛰어오는 발걸음] [늑대 울음 효과음]
[씩씩거린다]
남은기, 진짜 왔네? [경쾌한 음악]
(은기) 나와
아, 해요
[드릴 작동음]
부서져요, 살살 잡아요
해요
(덕미) 은기야, 물 [은기의 힘주는 신음]
[은기의 거친 숨소리]
뭐 좀 도와줄까?
(은기) 됐어, 쉬어, 쉬어, 나와, 나와
(다인) 저분은 성덕미 씨의 친구분이야?
미안해서 어떡하지?
저 정도면 목공이 하고 싶었나 보지
"중식 레스토랑"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인) 힘드실 텐데 이런 걸로 되겠어요?
아니요, 차시안 씨 건 재고해 주세요
[함께 웃는다]
(은기) 아, 배고프다, 어
[은기의 힘주는 신음]
맛있는 거 먹어
(다인) 내가 사는 거니까
당연히 내가 내야죠, 작가님
[다인의 헛웃음]
성 큐레이터, 골랐어요?
우리는
짜장, 짬뽕, 볶음밥이요
아, 우린 늘 나눠 먹거든요
[흥미로운 음악]
(라이언) 아
그래요? 세 개씩이나?
얘가 엄청 많이 먹거든요
(은기) 아유, 맞잖아
저기요
(은기) 저요?
오늘 도와준 건 고마웠어요
예, 뭐 [은기의 어색한 웃음]
근데 좀 더티하시네요
(은기) 더, 더티?
씁, 야, 내가 큐티, 뷰티, 프리티는 많이 들어 봤는데
더티하다는 말은 처음 들어 보네요
게다가 처음 보는 사람한테
처음 보는 사람이 보기에 성덕미 씨한테
지나치게 친한 척을 하시는 것 같아서
아, 모르시겠구나
저랑 덕미랑 친해요, 지나치게
친해도 친구지 뭐, 남자 친구는 아니잖아요
남자 친구 앞에서 구질구질했어요, 그쪽
우리 작가님은 라이언 관장님하고 별로 안 친하신가 봐요?
아무것도 모르시는 거 보니
저 둘
진짜 사귀는 거 아닙니다
다 가짜라고요
[익살스러운 음악]
왜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맛있었습니까?
엄청 잘 먹던데, 세 그릇씩이나
- 아, 그건 은기가 다 먹은… - (라이언) 수고하세요
[어색한 웃음]
관장님은 친구분 챙기시죠
야, 가자
작가님, 재고 부탁드립니다
관장님, 내일 봬요
(라이언) 제안서는 메일로 보낼게 긍정적으로 검토해 봐
너한테도 좋은 기회니까, 간다
- 가짜라며 - (라이언) 뭐?
성덕미 씨랑 진짜로 연애하는 게 아니라 가짜로 연애하는 거라며
- 그 작가 말이야 - (덕미) 응
사자랑 썸 타는 거 같더라?
- 썸? - (은기) 어
딱 봐도 좋아하는 것 같던데?
- 네가 봐도 그래? - (은기) 어
(은기) 야, 너 가짜 연애 빨리 끝내
남 썸 타는 데 끼어 있는 것만큼 구질구질한 것도…
그 작가님도 고백 못 하고 있나 봐
[잔잔한 음악] (덕미) 고백했다가 거절당하면
친구로도 못 남게 될까 봐
[선주의 한숨]
(선주) 왜 이렇게 회원이 안 늘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 공연을 더 많이 하라고 해야 되나?
"주혁"
[문이 달칵 열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승민) 자기야
(선주) 어, 오빠
이 시간에 웬일이야? 취재 간다며?
어, 취재 장소가 여기 근처여 가지고
자기야, 나 커피 한 잔만
뭐, 아메리카노 줄까?
어, 아니, 아니, 아니
그, 커피 말고
파르페?
파르페?
뭐, 언제 적 파르페야?
아, 대학 다닐 때
(승민) 이, 맛있게 먹던 게 생각이 나 가지고
- 맛있잖아 - (선주) 맛있지
비슷하게 만들어 주면 안 돼, 자기야?
알았어
[어색한 웃음]
(승민) 오늘 착하다?
[어색한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중얼거린다]
(선주) 오빠, 딸기아이스크림으로?
(승민) 어
- (선주) 딸기? - (승민) 어, 어
저기, 초코도!
(선주) 어
(세연)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관장님
아닙니다, 인터뷰해 주시는데 제가 감사하죠
제가 오늘 관장님 스케줄 다 빼 놨으니까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편하게 인터뷰하세요
그래도 되죠?
얼마든지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아, 왜 안 받으시지?
- 누가? - (경아) 최다인 작가님이요
아니, 제안서 메일로 보내 드리려고 하는데
전화를 안 받으시네요
그래?
음, 출력해 줘 봐 내가 직접 갖다드릴게
작가님
(다인) 성덕미 씨, 연락도 없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
계속 전화했었는데 안 받으시길래
아, 핸드폰을 침실에다 두고 와 갖고
근데 왜, 왜 혼자 하고 계세요? 저라도 부르시지
[멋쩍은 웃음]
생각할 게 좀 있어서요
그래도 그렇지, 도와드릴게요
- 아니, 괜찮… - (덕미) 하나, 둘, 셋
[밝은 음악]
- 여기다 놓으면 돼요? - (다인) 네, 네
[다인이 말한다]
[힘주는 신음]
(덕미) 여기 맞아요?
[청소기 작동음]
마지막 질문 하나만 더 드릴게요
(세연) 관장님이야 워낙에 안목이 뛰어난 걸로 유명하신데
한국 작가 중에
그, 라이언 골드의 러브 콜을 받을 만한 그런 작가
누가 있을까요?
[신비로운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세연) 관장님
채움미술관 대외비입니다
[웃음]
한국에 와서 세계적인 수준의 작품을 많이 만나 봤습니다
(라이언) 하지만 예술은 그 작품 자체만으로 존재할 수가 없죠
보고 느끼는 대중을 만났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생기는 거니까요
저는 채움의 관장으로서
예술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누구나 쉽게 다가올 수 있는 그런 전시를 통해서요
아, 셀럽의 컬렉션전이 그 시작이 되겠군요?
전시 기대하겠습니다
(라이언) 감사합니다
[녹음기 조작음] (세연) 아유, 수고하셨습니다
아,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묻는 건데요
부임 기간이 지나면 다시 뉴욕으로 돌아갈 계획이신가요?
글쎄요
혹시 한국에서 결혼해서 정착할 생각은…
예?
(세연) 아니, 한국 여자랑 연애를 하면
한국에서 정착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잖아요
[살짝 웃는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생각을 해 보겠다는 건
연애를 하고 있다는 거?
[밝은 음악] [피식 웃는다]
[통화 연결음]
어, 언니, 언니 혼주 한복 준비해야 되겠다
어, 그래
(다인) 덕미 씨 아니었으면 나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
고마워요
전 순수한 마음 아닌 거 아시죠?
(덕미) 여기 차시안 씨 앨범이랑 전시 제안서예요
안 줘도 돼요
나 그거 할 거거든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고마워하진 마요 나도 순수한 마음 아니니까
라이언 옆에서 라이언이랑 같이 일하려고 하는 거예요
나 라이언 좋아하거든요
상관없죠, 덕미 씨는?
어차피 가짜 연애니까
[잔잔한 음악]
어떻게 그걸…
(다인) 들었어요, 덕미 씨 도와주려고 가짜 연애 한다는 거
그거 알아요?
라이언은 가짜 연애 그만하고 싶어 해요
(다인) 성덕미 씨랑 진짜로 연애하는 게 아니라
가짜로 사귀는 척하는 거라며
누가 보면 진짜로 질투하는 줄 알겠다
뭐 하러 그렇게까지 몰입하면서 하냐?
내가 언제 질투를 했다…
아
나 질투하는 거였구나?
그게 무슨 소리야?
질투하는 거였어
[피식 웃는다]
가짜 연애
끝내야겠다
최다인 진짜 구질구질하다
[한숨]
[밝은 음악]
[피식 웃는다]
(다인) 그거 알아요?
라이언은 가짜 연애 그만하고 싶어 해요
[휴대전화 진동음]
(라이언) 성 큐레이터 할 말이 있습니다
지금 주차장으로 나와요
[부드러운 음악]
(덕미) 좋아해요
좋아합니다
좋아졌어요
[한숨]
(덕미) 당신을
좋아합니다
성덕미 씨
(덕미) 내 이름을 부르는
당신의 목소리가 좋습니다
나를 향한
당신의 미소가 좋습니다
오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라이언) 갑작스럽겠지만
- 성 큐레이터 - (덕미) [한숨 쉬며] 관장님
(덕미) 하지만 고백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위해 하는 것
먼저 말해요
그동안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우리
그만해요, 가짜 연애
네?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라이언) 성 큐레이터, 성 큐레이터
[차분한 음악]
(덕미) 내 고백은
내 마음에 묻겠습니다
[잔잔한 음악]
(덕미) 그래, 고백 안 한 건 진짜 잘한 거야
[덕미의 놀란 신음] [그릇이 쨍그랑 깨진다]
(라이언)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성덕미 큐레이터
보시다시피 좀 바쁜데
(경아) 깨진 건 자기들인데 왜 상처는 우리가 받아야 돼요?
(다인) 나 한국 오길 잘한 거 같아
자주 봐서 좋은데?
(신디) 바람피운 거 같다던데?
(라이언) 아니, 차이긴 뭘 차여 사귀지도 않았는데
확실히 해야 되겠어
(덕미) 하실 말씀 없으시면 전 이만
나는 성덕미 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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