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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사생할 9

 

우리

 

그만해요, 가짜 연애

 

가짜 연애는 나도 끝낼 생각이었는데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아, 왜 끝인 것처럼…

 

내일

 

내일 만날 거니까

 

"화이트오션 시안"

 

[코를 훌쩍인다]

 

[한숨]

 

그렇게 말해 놓고 전화를 기다리냐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코를 훌쩍인다]

 

[한숨]

 

[신비로운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새가 지저귄다]

 

(덕미) 눈치 없는 아침 새끼

 

[잔잔한 음악]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한숨]

 

진짜 출근하기 싫은 날이다

 

얜 또 왜 이래?

 

[문이 달칵 열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덕미) 선주야, 나 아이스아메리카노

 

[덕미가 가방을 탁 내려놓는다]

 

너 사자랑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 일도 없는데?

 

왜?

 

이러고도 아무 일이 없어?

 

 

너 설마 고백했어?

 

(선주) 야, 내가 확인하기 전까지 하지 말라고 그랬잖아

 

고백 안 했어

 

하기도 전에 끝났어

 

사자가 그만하고 싶대, 가짜 연애

 

(선주) 사자가?

 

(덕미) 응

 

[헛웃음]

 

그래서 너 뭐라고 그랬는데?

 

뭘 뭐라 그래?

 

알겠다고 했지

 

끝내자고

 

쿨하게

 

(선주) 아니, 그게 뭐야?

 

고백은커녕 가짜 연애도 끝인 거야?

 

아니, 애초에 좋아하지도 않을 거면서 왜 친절한 건데?

 

아니, 요즘 그거 불법 아니야?

 

그렇지?

 

[한숨]

 

그럼 그때 그건 왜 한 거야? 이거!

 

[밝은 음악] (덕미) 뭐, 지장 찍을 일 있나? 내 입술이 인주야?

 

(선주) 아, 나쁜 놈

 

[기어 조작음]

 

나쁜 놈

 

목소리는 좋아 가지고 눈빛은 또 왜 그래, 걔? 쳇

 

(선주) 야, 그건 재판 가야 돼 무기 징역

 

그렇지?

 

[한숨]

 

그래도 너랑 얘기하니까 마음이 좀 풀린다

 

[한숨] (덕미) 살 것 같아

 

야! 사자다 [차 문이 탁 닫힌다]

 

- 사자? - (선주) 사자

 

(선주) 왜 숨어? 어차피 출근하면 볼 건데

 

아직은 볼 자신이 없어

 

[문이 달칵 열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안녕하세요

 

관장님은 안녕하신가 봐요?

 

- 저 혹시… - (선주) 혹시 뭐요?

 

[흥미로운 음악]

 

서, 성 큐레이터

 

(선주) 그런 메뉴는 없는데요

 

네, 그럼

 

- 연유 넣은… - (선주) 어머!

 

연유가 다 떨어졌는데

 

그럼 따뜻한 우유라도

 

어머, 우유도 다 떨어졌는데

 

(라이언) [한숨 쉬며] 그럼 있는 건 뭐예요?

 

커피요

 

커피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살짝 웃는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문이 탁 닫힌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분명 성 큐레이터였는데

 

왜 거짓말을…

 

갔어

 

[선주의 한숨]

 

[덕미의 한숨]

 

나 왜 이렇게 한심하냐?

 

덕미야

 

당분간은 프로필 사진, 상태 메시지 아무것도 하지 마

 

(선주) 아, 그리고 SNS도 절대 하지 말고

 

SNS도?

 

입덕은 요란하게 해도 탈덕은 어떻게 한다?

 

조용하게

 

조용히 일만 해, 알았지?

 

 

나쁜 놈

 

[한숨]

 

[한숨]

 

무슨 일이야, 아침부터?

 

(다인) 같이 먹자고

 

아침

 

생각 없어, 용건이 뭔데?

 

아침부터 되게 까칠하네

 

뭐야, 진짜로 고백했어?

 

일 얘기 아니면 그만 가지?

 

알았어, 그럼 일 얘기

 

(경아) 성 큐레이터님!

 

- 어? - (경아) 뭐 하세요?

 

왜 그렇게 놀라세요?

 

(유섭) 아 [경아의 웃음]

 

관장님 계시는구나?

 

하이, 미스터 골드!

 

(경아) 안녕하세요 [경아의 웃음]

 

[어색한 웃음]

 

(덕미) 안녕하세요, 작가님 안녕하세요, 관장님

 

전 먼저 들어가 볼게요 밀린 업무가 많아서, 그럼

 

[잔잔한 음악]

 

(덕미) 그래, 탈덕이든 이별이든 조용히 하는 거야

 

당분간 조용히 일만 하자, 조용히

 

(다인) 라이언은 가짜 연애 그만하고 싶어 해요

 

(다인) 그럼 내가 꼭 필요하겠네 라이언?

 

네가

 

꼭 필요해, 최다인

 

[강조되는 효과음]

 

(덕미) 일만!

 

[노크 소리가 들린다]

 

성덕미 큐레이터

 

지금 바빠요?

 

보시다시피 좀 바쁜데

 

뭐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세요?

 

라이언 골드 관장님

 

아닙니다

 

[발랄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덕미가 키보드를 탁탁 친다]

 

[경아의 의아한 숨소리]

 

(경아) 성 큐레이터님이랑 관장님

 

아무래도 싸운 거 같죠?

 

근데 성 큐레이터님 어제 작가님 미팅 전만 해도

 

아무 문제 없었잖아요

 

그러게

 

[흥미로운 음악] (다인) 보고 싶었어, 라이언

 

너도 나 보고 싶다고 했잖아

 

[놀란 숨소리]

 

- (유섭) 왜, 뭔데? - 여자 문제네

 

여자?

 

최다인 작가님

 

전 먼저 들어가 볼게요 밀린 업무가 많아서, 그럼

 

(경아) 싸우고 온 거죠 관장님을 사이에 두고

 

(유섭) 헐, 그러면 성 큐레이터님이 진 거예요?

 

분위기를 봐선?

 

[경아의 생각하는 숨소리]

 

(라이언) 아, 유 큐레이터

 

울림미술관에서 안 작가님 작품 대여…

 

(경아) 보고는 메일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관장님, 진짜 실망이에요!

 

김유섭 씨, 그 외부 수장고…

 

저도 메일로 드리겠습니다

 

(유섭) 관장님

 

남자 망신입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김효진 씨?

 

- 저도 메일로… - (라이언) 차시안

 

특별전

 

내가 찼다고요?

 

바람피운 거 같다던데?

 

내가요?

 

혹시 성 큐레이터가 그래요?

 

그건 아니고 직원들 추측?

 

추측?

 

김효진 씨 왜 가만히 있었습니까?

 

(라이언) 김효진 씨 다 알잖아요

 

나 스토킹해서

 

(신디) 아, 저야 알죠 관장님 바람 안 피운 거

 

- 근데 - (라이언) 근데?

 

제가 왜요?

 

고소한다고 협박하신 분을?

 

(신디) 나 완전 쌤통인데

 

[흥미로운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아니, 왜 차인 척하는 거야? 자기가 차 놓고!

 

아니지

 

아니지, 사귀지도 않았는데 뭘 차여?

 

확실히 해야 되겠어

 

하실 말씀 없으시면 전 이만

 

(라이언) 성 큐레이터

 

어제 그 말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예요

 

말 그대로면

 

그만 끝내자는 겁니까, 가짜 연애?

 

계속할 순 없잖아요, 어차피 가짜인데

 

어차피 가짜요?

 

관장님도…

 

저번에 말씀하셨잖아요

 

(덕미) 채움패치도 없어지고 효진 씨도 곧 그만둘 거 같다고

 

그럼 더 이상 가짜 연애를 할 이유가 없…

 

(라이언) 이유

 

진짜 그겁니까?

 

나는 성덕미 씨를…

 

[잔잔한 음악]

 

알겠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쓰레기통 뚜껑이 달칵 열린다]

 

[쓰레기통 뚜껑이 달칵 닫힌다]

 

가짜라고?

 

[휴대전화 알림음]

 

[한숨]

 

(팬1) 시나길 님 시나길 님 의견 어떠세요?

 

(팬2) 케이크 업체 셀렉 별로예요?

 

다시 잡을까요?

 

(덕미) 아, 아니요, 여기로 할게요

 

[한숨]

 

(유섭) 관장님 기존 차량 리스 기한 끝나

 

새로운 차량 배정됐습니다

 

출입 등록은 마쳤고요

 

고마워요

 

발레리나 오영희 씨 전시 콘셉트 정해졌습니까?

 

발레리나 육체에 새겨진 시간 그걸 담을 수 있는

 

사진과 기획 영상물 쪽으로 작가님과 논의 중입니다

 

너무 나이브한 계획 아닙니까?

 

(라이언) 셀럽의 특별전이 아니래도 이미 기존에 소개된 전시들과의 차이점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은데

 

발레리나 오영희 씨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담은 영상물만으로도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됩니다

 

(덕미) 표면만 보고 나이브하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관장님의 편견 아닐까요?

 

편견 없는 라이언 골드 관장님

 

[공이 땡 울리는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직원들의 한숨]

 

깨진 건 자기들인데 왜 상처는 우리가 받아야 돼요?

 

전 진짜 한 15분 숨 참은 것 같아요

 

사내 연애 나쁜 거구나

 

엄마한테 말해서 금지시켜야지

 

아, 그, 그, 그건 아니죠

 

[유섭의 어색한 웃음]

 

일단 오케이

 

우리 밥은 편하게 먹읍시다

 

(경아) 내가 성 큐레이터님이랑 효진 씨 모시고 갈 테니까

 

유섭 씨는 관장님을 맡아요

 

- 오케이? - (유섭) 오케이

 

[경아의 한숨]

 

[한숨]

 

- (경아) 4인분? - (덕미) 다 시켜

 

(경아) 오케이

 

[공이 땡 울리는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경아) 딴 데…

 

[흥미로운 음악]

 

(덕미) 사자는 원래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아무 의미 없어

 

[라이언이 수저를 달그락거린다]

 

[한숨]

 

(경아) 음, 맛있겠다

 

[유섭의 탄성]

 

(신디) 잘 먹겠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한숨]

 

(덕미) 귀여워

 

(덕미) 잘생기거나 귀엽거나 하나만 하지

 

욕심 많은 인간

 

세상 자기 혼자 사나

 

자기 혼자 다 해 먹네

 

[무거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왜?

 

[익살스러운 효과음]

 

더, 덜어 주려고 그런 건데

 

[익살스러운 음악]

 

그렇게 보였다면 미안합니다

 

아니, 저…

 

[직원들의 답답한 숨소리]

 

저 도저히 못 다니겠어요!

 

사귈 때는 자기들만 좋고

 

깨질 때는 우리만 가시방석이고

 

저 연차 내도 돼요?

 

(신디) 업무 환경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경아의 기침] [유섭의 답답한 숨소리]

 

(덕미)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나?

 

(라이언) 나한테 뭔가 화난 것 같은데

 

성 큐레이터

 

(덕미) 네?

 

(라이언) 혹시 내가…

 

(영숙) 라이언 관장님!

 

엄마, 아빠! [영숙의 웃음]

 

(라이언) 안녕하세요

 

(영숙) 네, 관장님, 잘 지냈어요?

 

(라이언) 네, 잘 지내셨죠?

 

네, 덕분에 우리 잘 지냈답니다 [근호의 웃음]

 

미술관에 왜 와?

 

미술관에 왜 와? 관장님 보러 왔지

 

[영숙의 웃음]

 

(영숙) 아직 점심 전이죠?

 

내가 저, 도시락을 좀 싸 왔는데

 

밥 먹었어

 

[근호의 놀란 신음] (영숙) 벌써?

 

그러니까 연락을 하고 왔어야지

 

(영숙) 아니

 

12시쯤 먹으려니 했지

 

오늘은 그냥 가, 내가 데려다줄게

 

(영숙) 아, 저기 [근호의 당황한 신음]

 

미안해요, 관장님 내가 오늘은 연락도 없이 와 가지고

 

그럼 다음에 또 봐요

 

- (덕미) 빨리 가자 - (근호) [웃으며] 예

 

- (덕미) 빨리 와 - (근호) 응

 

[흥미로운 음악]

 

저기, 사실은

 

제가 양이 좀 부족합니다

 

성 큐레이터가 워낙 잘 먹어서 제 거 다 양보했거든요

 

(영숙) 아이고, 그래요?

 

아, 쟤가 아빠 닮아서 식탐이 좀 있어요

 

[웃으며] 가요

 

오늘 날씨도 좋은데 우리 소풍 나온 것처럼 먹어요

 

[웃으며] 가, 가

 

(덕미) 엄마, 어디 가?

 

(경아) 벌써 부모님한테 인사까지 시켰나 봐

 

(덕미) 어딜 가, 엄마, 관장님!

 

두 분 깨진 건 모르시는 것 같은데요

 

(덕미) 나 안 가, 나 안 간다고!

 

- (근호) 덕미야, 가 - (덕미) 안 가

 

(신디) 와, 정말 이건 못 보겠다

 

(영숙) 관장님은 마요네즈 들어간 참치김밥이랑 이 치즈김밥

 

그리고 이거는 우리 덕미가 제일 좋아하는…

 

[영숙이 도시락 뚜껑을 달칵 연다] 나 안 먹어

 

(영숙) 아, 하나만 먹어 봐

 

오늘 특별히 맛있게 됐단 말이야

 

나 배불러 죽겠단 말이야

 

제가 먹겠습니다!

 

어, 관장님, 그거, 어…

 

[익살스러운 음악]

 

땡…

 

(영숙) 땡, 땡초 좋아해요?

 

[기침]

 

(라이언) 때, 땡초요?

 

(영숙) 청양고추 여기에 아주 듬뿍 넣었는데

 

아, 청양고추요

 

[라이언의 기침]

 

[힘겨운 숨소리]

 

맛있습니다

 

- (덕미) 아, 관장님, 울어요? - (라이언) 아닙니다

 

(라이언) [콜록거리며] 맛있어서

 

(근호) 아니, 저기, 이거 이, 이거 마시고 정신 차려 봐요

 

(영숙) 아유, 참 [라이언의 기침]

 

맛있습니다 [코를 훌쩍인다]

 

[힘겨운 숨소리]

 

아이고, 참! 나 줄 거 있는데

 

저기, 이거

 

[영숙의 웃음]

 

(영숙) 내가 만들었어요

 

라이언, 맞죠?

 

[영숙을 툭 치며] 엄마 관장님은 라이언이 아니라

 

- (덕미) [혀를 굴리며] 라이언 - 감사합니다

 

[부드러운 음악]

 

[웃음]

 

[영숙의 웃음]

 

우리도 나온 김에 사진이나 남길까?

 

사진은 무슨, 빨리 집에 가자

 

하긴, 다 늙은 얼굴 사진은 찍어 뭐 해?

 

이제 내가 남길 사진은 영정 사진…

 

엄마, 우리 이쁜 엄마! 사진 찍을까? 오랜만에?

 

(덕미) 나무 좋으니까 초록 배경으로 찍자, 가자

 

- (덕미) 엄마, 가자 - 으이그

 

[근호와 덕미의 웃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한 번 더 찍을게요

 

[카메라 셔터음]

 

- (영숙) 관장님, 관장님, 들어와요 - (근호) 일로 와요, 예

 

(영숙) 아유, 얼른 와요 [근호의 웃음]

 

저기, 우리 사진 하나만 찍어 줘요

 

- (남자1) 사진요? - (영숙) 네, 네

 

[영숙의 웃음] - (남자1) 아, 네 - (영숙) 자, 얼른 와요

 

(남자1)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근호와 영숙의 웃음]

 

(영숙) 자

 

(덕미) 엄마, 아, 뭐, 뭐 하는 거야?

 

[근호의 웃음]

 

(남자1) 자,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 엄마! - (영숙) 아이고, 얼른 찍어

 

(영숙) 활짝 예쁘게 웃어, 덕미야!

 

아이고, 관장님 좀 웃어 봐요, 좀!

 

[영숙과 근호의 웃음]

 

(남자1) 찍을게요, 자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영숙) 덕미야, 더, 더 예쁘게! 아이고, 예뻐, 아이고, 예쁘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영숙) 아유

 

[영숙의 웃음]

 

택시 타도 되는데 고마워요

 

덕분에 맛있는 도시락도 먹었는데 당연히 모셔다드려야죠

 

내 음식이 입에 맞나 보네?

 

네, 저번에 주신 반찬도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었습니다

 

(영숙) 다 먹었어요?

 

아유, 그럼 말을 하지

 

그러면 잠깐 집에 들렀다가…

 

엄마

 

[부드러운 음악]

 

관장님 안 그래도 바쁘신 분인데 갑자기 찾아와서

 

(덕미) 오늘 일 하나도 못 했어

 

민폐 끼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야

 

(영숙) 아유 [근호의 헛기침]

 

내가 생각이 짧았네

 

미안해요

 

아닙니다

 

다음에 제가 식사라도 한번 대접…

 

관장님

 

안 그러셔도 돼요

 

[어색한 웃음]

 

오늘 고마웠어요, 그럼 조심히 가요

 

 

 

가, 응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이렇게 폐 끼치는 일 없을 겁니다

 

즐거운 점심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잔잔한 음악]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이언) 사실

 

아직도 얼얼하긴 해요

 

- (라이언) 그… - (덕미) 땡초김밥이요?

 

혀에 감각이 없어요, 지금

 

[살짝 웃는다]

 

오랜만이었습니다

 

성 큐레이터 웃는 얼굴

 

(라이언) 내가

 

불편합니까?

 

아니요, 아닙니다, 그런 거

 

가짜 연애가 끝났으니까…

 

가짜 연애가 끝났다고 해서

 

이렇게 어색하고 불편하면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건데요?

 

(덕미) 그건…

 

[휴대전화 진동음]

 

라이언이 전화를 안 받네요

 

옆에 같이 있어요?

 

아니요, 뭐, 일 얘긴데요, 뭐

 

(다인) 차시안 씨 앨범, 전시회 모두 일정이 촉박할 것 같아서요

 

혹시 미팅 좀 잡아 주시겠어요?

 

네, 고마워요

 

 

[통화 종료음]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은기) 엄마!

 

뻐꾸기 왔어요 [문이 달칵 닫힌다]

 

(세연) 언니, 식충이도 왔어요

 

(영숙) 김밥 했어, 김밥 먹어

 

- (은기) 어? 앗싸 - (세연) 와, 맛있겠다

 

(은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밥

 

- (은기) 와, 김밥 - (세연) 언니, 언니

 

내가 언니 사위 데리고 왔지

 

(영숙) 사위?

 

[세연의 헛기침]

 

(세연) 라이언 골드 관장님

 

(은기) 그냥 직장 상사라니까?

 

잘생기고 능력 있고 미혼인데 왜 그냥 직장 상사야?

 

(세연) 다 사윗감 후보지 안 그래, 언니?

 

나도 그랬으면 했는데

 

아닌가 봐

 

(세연) 덕미가 절대 아니래?

 

내가 오늘 도시락 싸 가지고 미술관에 갔거든

 

(영숙) 관장님도 만날 겸 [세연이 호응한다]

 

- (영숙) 아, 근데 - 이거

 

(은기) 김밥 이거, 이거 사자 새끼 먹이려고 싼 거야? 어?

 

나 안 먹어!

 

먹지 마!

 

- 어, 엄마 - (영숙) 쯧

 

아, 너나 덕미나 어째 그냥 하는 짓이 어쩜 그렇게 한 판이야?

 

(영숙) 아이고, 탓해 뭘 해

 

내가 저리 키웠지

 

으이그

 

[세연의 어색한 웃음]

 

(세연) 왜 그래, 언니?

 

덕미가 뭐라 그랬는데?

 

(영숙) 아니, 덕미 그놈의 계집애 그,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입은 댓 발 나와 가지고

 

아, 자기가 그렇게 좋아하는 땡초김밥 쳐다도 안 보더라고

 

아, 직장이라 보는 눈도 있고

 

덕미가 좀 부끄러웠나 보다

 

아니야

 

관장님이 집까지 바래다줬는데

 

내가 너무 고마워 가지고, 응?

 

(영숙) 반찬이라도 좀 들려 보낼 겸 집에 잠깐 들어왔다 가시라 그랬더니

 

덕미 걔가 그냥 또 샐쭉해 가지고 빨리 가라고

 

(세연) 덕미가 왜 그럴까?

 

[한숨]

 

(근호) 저 때문에 그러죠, 뭐

 

집이라도 좀 번듯하든가 우리 노후 걱정이라도 없든가

 

쯧, 그랬으면 훌쩍 시집가도 되는 건데

 

쯧, 덕미한테 형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 덕미한테 왜 형제가 없어요

 

(세연) 은기가 있는데 나는 은기 결혼해도

 

언니랑 형부를 시부모다 생각하라 그럴 거야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마

 

(영숙) 은기 쟤 장가 안 보낼 거야?

 

시댁 어른이 세 명이라고 그러면 어떤 여자가 시집을 와?

 

[웃음]

 

그러니까 쟤가 매력을 더 키워야지

 

돈을 많이 벌든가

 

[영숙의 웃음]

 

[함께 웃는다]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 (경아) 저기요 - (김 비서) 어, 깜짝이야 [소혜의 비명]

 

[놀란 숨소리]

 

엄 관장님?

 

(소혜) 오 마이 갓

 

쉿, 쉿!

 

일으켜 줘

 

[소혜의 놀란 신음]

 

오 마이 갓

 

[경아와 소혜의 힘주는 신음]

 

(경아) 관장님, 여기 어쩐 일이세요

 

꼴이 이게, 아니 왜, 왜 이렇게 하고 오셨어요?

 

[영어] 내 딸은 어디 있지?

 

따라오세요

 

[한국어] 뭐라고?

 

아, 따라오라고

 

[소혜의 거친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그러니까 우리 효진이 핵심 업무를 맡았다는 거지?

 

뭐, 핵심 업무라기보다는…

 

저런 게 바로 기업의 성장 동력이야

 

(소혜) 음, 핵심 인재

 

핵심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경영진의 선구안이 필요한데 말이야

 

고작 우리 효진을 인턴으로 쓴다는 거는

 

[혀를 굴리며] 라이언 골드

 

[소혜의 의미심장한 웃음]

 

가자, 일단

 

[경아의 한숨]

 

- (소혜) 김 비서? - 네

 

(소혜) TK문화재단 이사장 선출 언제라고 했지?

 

이번 주입니다

 

음, 일주일만 미루자고 해 새로운 후보가 있어

 

후보요?

 

나 엄소혜

 

겁 없는 동물원 사자한테는

 

진짜 채움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 줘야지

 

- 문 열어 - (김 비서) 네

 

[잔잔한 음악]

 

뭐야?

 

[겁주는 신음]

 

[살짝 웃는다]

 

(은기) 하이

 

(덕미) 은기야, 이게 다 뭐야?

 

옷 갈아입고 와

 

[덕미의 한숨]

 

[덕미가 입소리를 쩝 낸다]

 

(덕미) 웬일로 은기 새끼가 이렇게 시키지도 않은 예쁜 짓을 했대?

 

오늘 엄마랑 아빠 미술관에 갔었다며?

 

어떻게 알았어? 엄마 뭐래?

 

아니

 

뭐라고 한 게 아니라

 

그냥 표정이 좀

 

(덕미) 엄마가 갑자기 왔단 말이야 연락도 안 하고

 

[코를 훌쩍인다]

 

밥도 다 먹었는데 배불러 죽겠는데 김밥 싸 왔다고 억지로 먹이고

 

그리고 사자도

 

사자도 엄청 바쁜 사람인데 일도 못 하게 하고

 

집까지 데려다주고

 

안 그래도 가짜 연애 때문에 힘들어했는데

 

(은기) 사자가 힘들대?

 

너랑 가짜 연애 하는 게?

 

(덕미) 응

 

그래서 가짜 연애 그만하기로 했는데

 

- 엄마가 - (은기) 연락도 없이

 

미술관에 와서 사자한테 김밥 먹였어?

 

가짜 연애 끝나서 속상한데?

 

[한숨]

 

미쳤나 봐

 

나 왜 이렇게 가짜 연애에 몰입을 하고 있냐

 

안 되겠다, 나 좀 맞아야겠다

 

[생수병을 탁 내려놓는다]

 

[잔잔한 음악]

 

[은기의 한숨]

 

(은기) 아, 더워 죽겠네

 

아휴, 뜨개질, 뜨개질

 

[숨을 후 내뱉는다]

 

[한숨]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은기) 성덕미 [덕미가 흐느낀다]

 

너 울어?

 

[덕미가 훌쩍인다]

 

(은기) 아휴

 

이렇게 더러우니까 남자한테 차이지

 

내가 내일 그 새끼 반 죽여 놓을게, 응?

 

나 그거 해 줘

 

(덕미) 다리 얽어 비틀기 허리 조르기, 가위 치기

 

야, 그거 유도 금지 기술이야

 

해 줘!

 

진짜 죽어

 

죽여 줘!

 

(덕미) 너 나 찬 새끼 살려 둘 거야?

 

그 새끼는 죽어도 싼 새끼야

 

숨통을 다 끊어 놔 줘

 

알았어, 진짜 죽일게

 

[덕미가 코를 훌쩍인다]

 

(덕미) 꼭이야

 

[덕미의 울음 섞인 숨소리]

 

(은기) 어유 [거부하는 신음]

 

[은기의 힘주는 신음]

 

[은기의 한숨]

 

[은기의 한숨]

 

(선주) 덕미야

 

당분간은 프로필 사진, 상태 메시지 아무것도 하지 마

 

아, 그리고 SNS도 절대 하지 말고

 

[한숨 쉬며] 그래

 

(덕미) 내가 굳이 흑역사를 만들 필요는 없지

 

넣어 둬

 

아, 잠은 안 오고, 나 뭐 하지?

 

[한숨]

 

하, 자

 

[중얼거린다]

 

[키보드를 탁탁 친다]

 

(덕미) 잠 안 오는 밤 마음 아픈 이야기 하실 분

 

환영합니다

 

[마우스 클릭음]

 

[한숨]

 

(샨오빵) 안녕하세요

 

저 헤어져서 왔어요

 

[잔잔한 음악] [키보드를 탁탁 친다]

 

(덕미) 샨오빵 님 사연 듣겠습니다

 

이런

 

(덕미) 그러니까 결혼까지 약속한 놈이 알고 보니

 

나이를 속이고 바람까지 피웠다는 건가요?

 

일단 혼인 빙자로 고소를 하시고요

 

(샨오빵) 근데요

 

[밝은 효과음]

 

(덕미) 열두 살?

 

[한숨]

 

[발랄한 음악]

 

(덕미) 샨오빵 님

 

샨오빵 님은 아직 12년밖에 안 살았잖아요

 

앞으로 좋은 남자를 만날 기회가 무궁무진하게 있어요

 

시나길 님은 많이 만나셨어요?

 

[키보드를 탁탁 친다] (덕미) 자, 다음

 

남친이랑 같이 수학 학원 다니는데요

 

[헛웃음]

 

(시안공주) 남친 여사친도 같이 다니거든요?

 

근데 어제 제가 지각했는데

 

그 여사친 년이 제 남친 옆에 앉은 거 있죠?

 

(덕미)

 

하, 그래서 제가 너무 화나서

 

자리 바꿔 달라고 했는데도 안 바꿔 주고

 

열받지

 

[키보드를 탁탁 친다] (덕미) 어머! 그래서요?

 

아, 그래서 제가 머리채를…

 

[한숨]

 

(시안공주) 엄마가 컴퓨터 끄래요

 

[한숨]

 

[하품]

 

(덕미) 잠이나 자 볼까?

 

[한숨]

 

[채팅방 알림음]

 

(라떼) 똑똑

 

[밝은 효과음]

 

주무십니까?

 

(덕미) 안 잡니다

 

라떼 님 사연 듣겠습니다

 

[부드러운 음악]

 

제 얘기를 하는 겁니까?

 

(덕미) 네, 마음이 아파 이 시간까지 잠을 못 자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사실은 미술…

 

[놀란 신음]

 

[키보드를 탁탁 친다]

 

직장, 직장

 

(라이언) 직장에서

 

(덕미) 직장에서요?

 

(라이언) 좋아하게 된 사람이 있습니다

 

[키보드를 탁탁 친다] (덕미) 짝사랑 중이시군요?

 

(라이언) 짝사랑은

 

아닙니다

 

분명

 

절 볼 때마다 눈을 마주치며 환하게 웃고

 

잘못을 해도 용서해 주고

 

다시 한번 사과할게요

 

미안해요, 진심으로

 

 

(라이언) 그리고 부모님도 절 좋게 봐 주셨습니다

 

아까 잘 먹는 반찬 조금씩 쌌어요

 

잘, 잘 먹겠습니다

 

관장님, 또 와요

 

(라이언) 그래서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고백을 하려고 했는데

 

그만해요, 가짜 연애

 

[한숨]

 

(라이언) 갑자기 그만하자고

 

어허!

 

[키보드를 탁탁 친다] (덕미) 뭘 그만해요?

 

[당황한 신음]

 

아, 친하게 지내는 걸 그만두자고요

 

[키보드를 탁탁 친다] (덕미) 아…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하려고 했더니 멀어졌다?

 

혹시

 

(덕미) 라떼 님의 마음이 그분한테는

 

부담스러웠던 거 아닐까요?

 

[잔잔한 음악]

 

내가 좋아하는 것만큼 상대도 날 좋아하면 좋겠지만

 

만일 그런 게 아니라면

 

그 예쁜 마음이 상대에게 부담이 되기 전에

 

상대를 위해서 고백을 접는 게

 

최선이 아닐까요?

 

(덕미) 라떼 님

 

우리 시안이는 아무리 좋아해도 부담스러워하지 않아요

 

라떼 님은 입덕한 지 얼마 안 돼서 밀린 떡밥이 엄청 많으니까

 

시안이 보고 힘내세요

 

[헛웃음]

 

(라이언) 차시안 씨를 보고도 기분이 전혀 좋아지지 않으면요?

 

(덕미) 우리 시안이를 보고도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다면, 그건

 

진짜, 진짜 많이 아픈 거예요

 

병원부터 가세요

 

그럼 라떼 님, 또 만나요

 

[잔잔한 음악]

 

(덕미) [한숨 쉬며] 말은 잘하네

 

부담이라고?

 

그래

 

고백 안 한 건 잘한 거야, 진짜

 

[한숨]

 

[한숨]

 

못 지우겠다

 

"영업 중"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선주) 아, 주혁 - (주혁) 네?

 

(선주) 나 잠깐 나갔다가

 

너 밴드 연습 시간 전에 돌아올 테니까…

 

천천히 오셔도 되는데?

 

연습 하루 정도 빠져도 돼요

 

씁!

 

하루라도 연습을 안 하면 나 자신이 알고

 

(선주) 이틀을 안 하면 비평가가 알고

 

사흘을 안 하면 청중이 안다고 했어

 

다행이다

 

알아줄 청중이 없잖아요

 

[한숨]

 

(손님) 저기요

 

(선주) 네, 손님

 

- 혹시 지금 나오는 음악… - (선주) 너무 좋죠?

 

(선주) 페이드라는 밴드가 있는데

 

그, 얘가 그 밴드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예요

 

심지어 자작곡

 

(손님) 너무 좋은데요

 

제가 한 시간 전에 여기 왔었는데

 

한 시간 전부터 계속 이 곡만 나와서요

 

(선주) 아

 

그, 녹음한 게 한 곡밖에 없어 가지고 [주혁의 한숨]

 

음악 바꿔 드릴게요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씁, 너희 밴드 자작곡 또 있지?

 

- 네 - (선주) 녹음부터 하자

 

아, 사장님, 그거 돈도 많이 들고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 (주혁) 아니, 진짜 해… - 어?

 

(주혁) 어, 사장님, 사장님?

 

(덕미) 부탁할 게 뭔데?

 

(선주) 우리 그때 이벤트로 응원봉 제작한 거 있잖아

 

그거 샘플 나왔대서 체크 좀 부탁하려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오빠가 데이트를 하재

 

(덕미) 데이트? 피디님이?

 

요즘 마지막 아이템 때문에 엄청 바쁘시다더니?

 

이상하지?

 

[생각하는 숨소리]

 

이상해

 

[웃음]

 

야, 남편이 와이프한테 데이트 신청하는 게 뭐가 그렇게 이상해?

 

업체는 내가 연락할게, 잘 다녀와

 

걱정 말고

 

- 덕미야 - (덕미) 응?

 

- 우울할 땐 뭐다? - (덕미) 덕질

 

그리고 오늘은 출사

 

[한숨]

 

그러게, 난 이 와중에도 덕질하고 있네

 

이 와중이니까 더욱더 매진해야지

 

덕질은 너의 길

 

덕질은 나의 길

 

갔다 올게, 너라도 행복해라

 

아, 네, 시안대로 잘 나온 거 같아요

 

그럼 실물은…

 

그럼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통화 종료음]

 

[한숨]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잔잔한 음악]

 

[아이들의 웃음] (남자2) 잡아

 

[바닥을 탁 차며] 씨

 

그럼 그렇지

 

데이트는 무슨

 

- (선주) 오빠 - 어, 왔어?

 

고기가 먹고 싶으면 말을 하지

 

(승민) 아, 옷 넣고 와

 

음, 내가 벗어서 주면, 어?

 

탁 받아서 자기가 넣어 주면 얼마나 좋아

 

[사물함을 달그락 연다]

 

이게 뭐야?

 

[강조되는 효과음] [다가오는 발걸음]

 

오빠

 

어, 선주야

 

너 바람피웠어?

 

- (승민) 어? - (선주) 야!

 

[밝은 음악] (선주)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이게!

 

(선주) 아, 미안하다니까

 

(승민) 흥

 

어? 아니, 오빠가 갑자기 이런 선물을 주면 내가 놀라, 안 놀라?

 

누가 들으면 선물 처음 받는 줄 알겠다? 쯧

 

나한테 가장 큰 선물은 오빠니까

 

이선주

 

(승민) 지금 그 마음 변하면 안 돼

 

그럼

 

오빠는 무슨 일을 하든 우리 선주랑 건우를 위해서 하는 거야

 

- 알지? - (선주) 알지, 알지

 

그래, 그래

 

[팬들의 환호성]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난다

 

나 덕미랑 덕질하러 방송국 다니다가 오빠 만났잖아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부드러운 음악]

 

[팬들의 환호성]

 

오빠

 

우리는 덕질이 맺어 준 인연이야

 

(선주) 그러니까 오빠는

 

내가 덕질했던 걸 진짜로 고맙게 생각해야 돼, 알았지?

 

[부드러운 음악]

 

[키보드를 탁탁 친다]

 

[한숨]

 

또 해 볼까?

 

[한숨]

 

[한숨]

 

역시 덕질이 최고야 세상에서 제일 재밌어

 

[한숨]

 

[엘리베이터 도착음]

 

어, 형!

 

안녕하세요, 차시안 씨

 

어? 웬 술이에요?

 

- 술친구 해 드릴… - (라이언) 아니요

 

딱 제 거만 사 와서

 

(시안) 아

 

혼술 하시게요?

 

[라이언의 헛기침]

 

방송 다녀오시나 봅니다

 

 

시나길 님 오늘 사진 엄청 많이 올려 주시네

 

(시안) 웬일이지?

 

시, 시나길 님?

 

(시안) 네, 기억하시죠? 저번에 말씀드렸던

 

이분이 찍어 주신 사진 보면 저도 가끔 깜짝 놀라거든요

 

내가 이런 표정이 있었나

 

[흥미진진한 음악]

 

- (시안) 지금 이 사진도… - 그만

 

네?

 

[엘리베이터 도착음]

 

아, 그만

 

내리셔야 됩니다

 

아, 네, 그럼 내일 봬요

 

내일이요?

 

최다인 작가님 미팅

 

 

(시안) 아, 내일 큐레이터 누나도…

 

성 큐레이터

 

오늘 최 작가와 차시안 씨 미팅 몇 시죠?

 

2시입니다

 

- 그럼 주차장에서 1시에… - (덕미) 아니요

 

(덕미) 외부에서 미팅이 있어서요

 

최 작가님 작업실로 바로 가겠습니다

 

그 정도로 부담…

 

[잔잔한 음악]

 

그래요, 그럼

 

(직원) 말씀하신 거 잘 나왔나 보세요

 

[덕미와 직원이 대화한다]

 

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이거 샘플은 제가 가져갈게요

 

(덕미) 뭐, 땡땡이 좀 칠 수 있지

 

(라이언) 왔습니다, 최 작가님

 

(다인) 일찍 왔네? 성덕미 씨는?

 

같이 안 왔어?

 

 

다른 미팅 있어서

 

나 한국 오길 잘한 거 같아

 

자주 봐서 좋은데?

 

[한숨]

 

(덕미) 아, 진짜 가기 싫다

 

아니야, 나에겐 시안이가 있잖아

 

난 시안이 보러 온 거야

 

덕업일치

 

[어색한 웃음]

 

[한숨]

 

(시안) 저 사인 좀 해 주세요

 

(다인) 사인이요?

 

(시안) 네, 저 진짜 팬이라니까요?

 

제가 이렇게 종이하고 펜까지 다 준비해 왔는데

 

사인은 여기부터 해

 

(라이언) 계약을 해야 일을 진행하지

 

형, 저부터 받고요

 

[다인의 웃음]

 

- (다인) 이름이? - (시안) 차시안이요

 

[라이언의 한숨] [다인이 쓱쓱 사인한다]

 

넌 사인을 아직…

 

철자 알아보게 좀 바꾸라니까?

 

(다인) 너만 알아보면 됐지, 뭐

 

그래서 콘셉트는 좀 나왔어?

 

(다인) 쯧, 화이트오션의 차시안

 

그 새로운 시작이란 면에서

 

화이트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컬러들을 보여 주는 건 어떨까 해

 

뭐, 화이트, 화이트 스모크, 스노

 

우리가 생각하는 한 가지 색이

 

(라이언) 사실은 그 속에 수천 가지 다양한 다른 색을 품고 있는 것처럼?

 

(다인) 그렇지

 

[잔잔한 음악] 그래서 이 배경에 어, 스펙트럼 효과를 주는 거야

 

미디어 파사드 기법으로?

 

작년도 베를린 아트페어 오프닝처럼?

 

아, 정확해

 

(다인) 역시, 너랑 회의를 하면 이런 게 좋다니까

 

(시안) 이게 재작년 작품이죠?

 

제가 이거 되게 좋아해 가지고 소장하고 싶었거든요

 

- (다인) 아, 진짜요? - (시안) 네

 

(다인) 이런 비슷한 느낌으로 이런 것도 있는데

 

(시안) 어? 이것도 되게 예쁜 거 같은데

 

(다인) 아

 

이런 것도 있는데

 

(시안) 음

 

생각한 취지는 좋은데

 

(라이언) 좀 더 쉽게 가는 건 어때?

 

좋다면서 왜?

 

대중들에게 좀 더 쉽게

 

(라이언) 직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콘셉트로

 

좀 더 고민해 줘, 너 프로잖아

 

(다인) 하여튼

 

한 번에 오케이 한 적이 없어 [덕미의 놀란 신음]

 

(라이언) 성 큐레이터

 

[멋쩍은 신음]

 

괜찮아요?

 

안 다쳤어요?

 

괜찮아요, 제가 얼른 치울게요 죄송해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릇을 달그락거린다]

 

진짜 왜 이러냐, 아유

 

(다인) 성덕미 씨

 

작가님 놀라셨죠? 죄송해요

 

아니에요, 우린 진짜 괜찮아요 덕미 씨만 안 다쳤으면

 

[휴대전화 진동음]

 

잠시만요, 죄송해요

 

(다인) 네, 여보세요?

 

네, 네

 

아, 지금요?

 

아, 지금은 좀 곤란한데

 

아, 그래요?

 

네, 일단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아, 어떡하지?

 

무슨 일 있으세요?

 

공방에다가 제가 목재를 주문했는데

 

공방장님도 지금 안 계신다 그래서

 

[생각하는 숨소리]

 

아, 그럼 제가 갈게요

 

부탁해도 될까요?

 

(덕미) 그럼요, 지금 가면 되죠?

 

고마워요, 부탁 좀 할게요

 

(덕미) 네

 

[통화 연결음]

 

(다인) 여보세요? 네, 지금 출발할게요

 

네, 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문이 탁 닫힌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실례합니다

 

(덕미) 아무도 안 계세요?

 

아직 안 오셨나?

 

[한숨]

 

[스위치 조작음]

 

[스위치를 달칵거린다]

 

[한숨]

 

[한숨]

 

[부드러운 음악]

 

- (덕미) 엄마! - (영숙) 아이고, 얼른 찍어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라이언) 오랜만이었습니다

 

성 큐레이터 웃는 얼굴

 

(덕미) 혹시

 

라떼 님의 마음이 그분한테는

 

부담스러웠던 거 아닐까요?

 

(라이언) 정말

 

제 마음은

 

그냥 부담이기만 한 걸까요?

 

(덕미) 라떼 님

 

사실은 제가 거짓말을 했어요

 

성덕미 씨

 

(덕미) 제가 고백을 접은 건

 

상대를 위한 마음이 아니라

 

내 마음이 다치기 싫어서라는 비겁함이었거든요

 

어쩌면 라떼 님

 

그분은 라떼 님의 마음이 부담스러웠던 게 아닐지도 몰라요

 

저처럼 상처받을까 두려워서 도망친 건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우리 한 번 더 용기를 내 보는 게 어떨까요?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문이 탁 닫힌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부드러운 음악]

 

[훌쩍인다]

 

[한숨]

 

성 큐레이터

 

관장님

 

저 안 물어보고 싶었는데요

 

(덕미) 진짜 안 물어보고 싶었는데

 

[훌쩍인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요?

 

저랑 가짜 연애 하는 거

 

[한숨]

 

그게 그렇게 싫었어요?

 

 

뭐가 그렇게 싫었는데요?

 

(덕미) 내가 맨날 연락하는 것도 아니고

 

맨날 만나자는 것도 아니고

 

[한숨 쉬며] 그냥 잠깐만

 

잠깐만 가짜인 척하는 건데

 

그게 그렇게 힘들고

 

싫었어요?

 

난 설레고 좋았는데

 

- 관장님은 왜, 뭐가… - (라이언) 가짜니까요

 

[부드러운 음악]

 

가짜라서 싫었습니다

 

난 진짜로 하고 싶은데

 

[밝은 음악]

 

(라이언) 우리 사귀는 거 맞죠?

 

(덕미) 나 사자랑 사귀어

 

(은기) 나밖에 없잖아

 

덕미에 대해서 덕미보다 더 잘 아는 남자

 

(다인) 내 말을 더 믿었나 봐요?

 

라이언 마음보다?

 

[알람이 울린다] 7시

 

(라이언) 애인 만나러 가기 딱 좋을 시간이야

 

(라이언) 나만 보고 싶었나 보네?

 

(은기) 덕미야, 나하고 사자 중에 누굴 고를래?

 

(은기) 좋아한다, 성덕미

 

(라이언) 나 손 놓는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요

 

그냥 나도 데리고 들어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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