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할 9
우리
그만해요, 가짜 연애
가짜 연애는 나도 끝낼 생각이었는데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아, 왜 끝인 것처럼…
내일
내일 만날 거니까
"화이트오션 시안"
[코를 훌쩍인다]
[한숨]
그렇게 말해 놓고 전화를 기다리냐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코를 훌쩍인다]
[한숨]
[신비로운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새가 지저귄다]
(덕미) 눈치 없는 아침 새끼
[잔잔한 음악]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한숨]
진짜 출근하기 싫은 날이다
얜 또 왜 이래?
[문이 달칵 열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덕미) 선주야, 나 아이스아메리카노
[덕미가 가방을 탁 내려놓는다]
너 사자랑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 일도 없는데?
왜?
이러고도 아무 일이 없어?
아
너 설마 고백했어?
(선주) 야, 내가 확인하기 전까지 하지 말라고 그랬잖아
고백 안 했어
하기도 전에 끝났어
사자가 그만하고 싶대, 가짜 연애
(선주) 사자가?
(덕미) 응
[헛웃음]
그래서 너 뭐라고 그랬는데?
뭘 뭐라 그래?
알겠다고 했지
끝내자고
쿨하게
(선주) 아니, 그게 뭐야?
고백은커녕 가짜 연애도 끝인 거야?
아니, 애초에 좋아하지도 않을 거면서 왜 친절한 건데?
아니, 요즘 그거 불법 아니야?
그렇지?
[한숨]
그럼 그때 그건 왜 한 거야? 이거!
[밝은 음악] (덕미) 뭐, 지장 찍을 일 있나? 내 입술이 인주야?
(선주) 아, 나쁜 놈
[기어 조작음]
나쁜 놈
목소리는 좋아 가지고 눈빛은 또 왜 그래, 걔? 쳇
(선주) 야, 그건 재판 가야 돼 무기 징역
그렇지?
[한숨]
그래도 너랑 얘기하니까 마음이 좀 풀린다
[한숨] (덕미) 살 것 같아
야! 사자다 [차 문이 탁 닫힌다]
- 사자? - (선주) 사자
(선주) 왜 숨어? 어차피 출근하면 볼 건데
아직은 볼 자신이 없어
[문이 달칵 열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안녕하세요
관장님은 안녕하신가 봐요?
- 저 혹시… - (선주) 혹시 뭐요?
[흥미로운 음악]
서, 성 큐레이터
(선주) 그런 메뉴는 없는데요
네, 그럼
- 연유 넣은… - (선주) 어머!
연유가 다 떨어졌는데
그럼 따뜻한 우유라도
어머, 우유도 다 떨어졌는데
(라이언) [한숨 쉬며] 그럼 있는 건 뭐예요?
커피요
커피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살짝 웃는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문이 탁 닫힌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분명 성 큐레이터였는데
왜 거짓말을…
갔어
[선주의 한숨]
[덕미의 한숨]
나 왜 이렇게 한심하냐?
덕미야
당분간은 프로필 사진, 상태 메시지 아무것도 하지 마
(선주) 아, 그리고 SNS도 절대 하지 말고
SNS도?
입덕은 요란하게 해도 탈덕은 어떻게 한다?
조용하게
조용히 일만 해, 알았지?
네
나쁜 놈
[한숨]
[한숨]
무슨 일이야, 아침부터?
(다인) 같이 먹자고
아침
생각 없어, 용건이 뭔데?
아침부터 되게 까칠하네
뭐야, 진짜로 고백했어?
일 얘기 아니면 그만 가지?
알았어, 그럼 일 얘기
(경아) 성 큐레이터님!
- 어? - (경아) 뭐 하세요?
왜 그렇게 놀라세요?
(유섭) 아 [경아의 웃음]
관장님 계시는구나?
하이, 미스터 골드!
(경아) 안녕하세요 [경아의 웃음]
[어색한 웃음]
(덕미) 안녕하세요, 작가님 안녕하세요, 관장님
전 먼저 들어가 볼게요 밀린 업무가 많아서, 그럼
[잔잔한 음악]
(덕미) 그래, 탈덕이든 이별이든 조용히 하는 거야
당분간 조용히 일만 하자, 조용히
(다인) 라이언은 가짜 연애 그만하고 싶어 해요
(다인) 그럼 내가 꼭 필요하겠네 라이언?
네가
꼭 필요해, 최다인
[강조되는 효과음]
(덕미) 일만!
[노크 소리가 들린다]
성덕미 큐레이터
지금 바빠요?
보시다시피 좀 바쁜데
뭐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세요?
라이언 골드 관장님
아닙니다
[발랄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덕미가 키보드를 탁탁 친다]
[경아의 의아한 숨소리]
(경아) 성 큐레이터님이랑 관장님
아무래도 싸운 거 같죠?
근데 성 큐레이터님 어제 작가님 미팅 전만 해도
아무 문제 없었잖아요
그러게
[흥미로운 음악] (다인) 보고 싶었어, 라이언
너도 나 보고 싶다고 했잖아
[놀란 숨소리]
- (유섭) 왜, 뭔데? - 여자 문제네
여자?
최다인 작가님
전 먼저 들어가 볼게요 밀린 업무가 많아서, 그럼
(경아) 싸우고 온 거죠 관장님을 사이에 두고
(유섭) 헐, 그러면 성 큐레이터님이 진 거예요?
분위기를 봐선?
[경아의 생각하는 숨소리]
(라이언) 아, 유 큐레이터
울림미술관에서 안 작가님 작품 대여…
(경아) 보고는 메일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관장님, 진짜 실망이에요!
김유섭 씨, 그 외부 수장고…
저도 메일로 드리겠습니다
(유섭) 관장님
남자 망신입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김효진 씨?
- 저도 메일로… - (라이언) 차시안
특별전
내가 찼다고요?
바람피운 거 같다던데?
내가요?
혹시 성 큐레이터가 그래요?
그건 아니고 직원들 추측?
추측?
김효진 씨 왜 가만히 있었습니까?
(라이언) 김효진 씨 다 알잖아요
나 스토킹해서
(신디) 아, 저야 알죠 관장님 바람 안 피운 거
- 근데 - (라이언) 근데?
제가 왜요?
고소한다고 협박하신 분을?
(신디) 나 완전 쌤통인데
[흥미로운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아니, 왜 차인 척하는 거야? 자기가 차 놓고!
아니지
아니지, 사귀지도 않았는데 뭘 차여?
확실히 해야 되겠어
하실 말씀 없으시면 전 이만
(라이언) 성 큐레이터
어제 그 말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예요
말 그대로면
그만 끝내자는 겁니까, 가짜 연애?
계속할 순 없잖아요, 어차피 가짜인데
어차피 가짜요?
관장님도…
저번에 말씀하셨잖아요
(덕미) 채움패치도 없어지고 효진 씨도 곧 그만둘 거 같다고
그럼 더 이상 가짜 연애를 할 이유가 없…
(라이언) 이유
진짜 그겁니까?
나는 성덕미 씨를…
[잔잔한 음악]
알겠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쓰레기통 뚜껑이 달칵 열린다]
[쓰레기통 뚜껑이 달칵 닫힌다]
가짜라고?
[휴대전화 알림음]
[한숨]
(팬1) 시나길 님 시나길 님 의견 어떠세요?
(팬2) 케이크 업체 셀렉 별로예요?
다시 잡을까요?
(덕미) 아, 아니요, 여기로 할게요
[한숨]
(유섭) 관장님 기존 차량 리스 기한 끝나
새로운 차량 배정됐습니다
출입 등록은 마쳤고요
고마워요
발레리나 오영희 씨 전시 콘셉트 정해졌습니까?
발레리나 육체에 새겨진 시간 그걸 담을 수 있는
사진과 기획 영상물 쪽으로 작가님과 논의 중입니다
너무 나이브한 계획 아닙니까?
(라이언) 셀럽의 특별전이 아니래도 이미 기존에 소개된 전시들과의 차이점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은데
발레리나 오영희 씨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담은 영상물만으로도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됩니다
(덕미) 표면만 보고 나이브하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관장님의 편견 아닐까요?
편견 없는 라이언 골드 관장님
[공이 땡 울리는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직원들의 한숨]
깨진 건 자기들인데 왜 상처는 우리가 받아야 돼요?
전 진짜 한 15분 숨 참은 것 같아요
사내 연애 나쁜 거구나
엄마한테 말해서 금지시켜야지
아, 그, 그, 그건 아니죠
[유섭의 어색한 웃음]
일단 오케이
우리 밥은 편하게 먹읍시다
(경아) 내가 성 큐레이터님이랑 효진 씨 모시고 갈 테니까
유섭 씨는 관장님을 맡아요
- 오케이? - (유섭) 오케이
[경아의 한숨]
[한숨]
- (경아) 4인분? - (덕미) 다 시켜
(경아) 오케이
[공이 땡 울리는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경아) 딴 데…
[흥미로운 음악]
(덕미) 사자는 원래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아무 의미 없어
[라이언이 수저를 달그락거린다]
[한숨]
(경아) 음, 맛있겠다
[유섭의 탄성]
(신디) 잘 먹겠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한숨]
(덕미) 귀여워
(덕미) 잘생기거나 귀엽거나 하나만 하지
욕심 많은 인간
세상 자기 혼자 사나
자기 혼자 다 해 먹네
[무거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왜?
[익살스러운 효과음]
더, 덜어 주려고 그런 건데
[익살스러운 음악]
그렇게 보였다면 미안합니다
아니, 저…
[직원들의 답답한 숨소리]
저 도저히 못 다니겠어요!
사귈 때는 자기들만 좋고
깨질 때는 우리만 가시방석이고
저 연차 내도 돼요?
(신디) 업무 환경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경아의 기침] [유섭의 답답한 숨소리]
(덕미)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나?
(라이언) 나한테 뭔가 화난 것 같은데
성 큐레이터
(덕미) 네?
(라이언) 혹시 내가…
(영숙) 라이언 관장님!
엄마, 아빠! [영숙의 웃음]
(라이언) 안녕하세요
(영숙) 네, 관장님, 잘 지냈어요?
(라이언) 네, 잘 지내셨죠?
네, 덕분에 우리 잘 지냈답니다 [근호의 웃음]
미술관에 왜 와?
미술관에 왜 와? 관장님 보러 왔지
[영숙의 웃음]
(영숙) 아직 점심 전이죠?
내가 저, 도시락을 좀 싸 왔는데
밥 먹었어
[근호의 놀란 신음] (영숙) 벌써?
그러니까 연락을 하고 왔어야지
(영숙) 아니
12시쯤 먹으려니 했지
오늘은 그냥 가, 내가 데려다줄게
(영숙) 아, 저기 [근호의 당황한 신음]
미안해요, 관장님 내가 오늘은 연락도 없이 와 가지고
그럼 다음에 또 봐요
- (덕미) 빨리 가자 - (근호) [웃으며] 예
- (덕미) 빨리 와 - (근호) 응
[흥미로운 음악]
저기, 사실은
제가 양이 좀 부족합니다
성 큐레이터가 워낙 잘 먹어서 제 거 다 양보했거든요
(영숙) 아이고, 그래요?
아, 쟤가 아빠 닮아서 식탐이 좀 있어요
[웃으며] 가요
오늘 날씨도 좋은데 우리 소풍 나온 것처럼 먹어요
[웃으며] 가, 가
(덕미) 엄마, 어디 가?
(경아) 벌써 부모님한테 인사까지 시켰나 봐
(덕미) 어딜 가, 엄마, 관장님!
두 분 깨진 건 모르시는 것 같은데요
(덕미) 나 안 가, 나 안 간다고!
- (근호) 덕미야, 가 - (덕미) 안 가
(신디) 와, 정말 이건 못 보겠다
(영숙) 관장님은 마요네즈 들어간 참치김밥이랑 이 치즈김밥
그리고 이거는 우리 덕미가 제일 좋아하는…
[영숙이 도시락 뚜껑을 달칵 연다] 나 안 먹어
(영숙) 아, 하나만 먹어 봐
오늘 특별히 맛있게 됐단 말이야
나 배불러 죽겠단 말이야
제가 먹겠습니다!
어, 관장님, 그거, 어…
[익살스러운 음악]
땡…
(영숙) 땡, 땡초 좋아해요?
[기침]
(라이언) 때, 땡초요?
(영숙) 청양고추 여기에 아주 듬뿍 넣었는데
아, 청양고추요
[라이언의 기침]
[힘겨운 숨소리]
맛있습니다
- (덕미) 아, 관장님, 울어요? - (라이언) 아닙니다
(라이언) [콜록거리며] 맛있어서
(근호) 아니, 저기, 이거 이, 이거 마시고 정신 차려 봐요
(영숙) 아유, 참 [라이언의 기침]
맛있습니다 [코를 훌쩍인다]
[힘겨운 숨소리]
아이고, 참! 나 줄 거 있는데
저기, 이거
[영숙의 웃음]
(영숙) 내가 만들었어요
라이언, 맞죠?
[영숙을 툭 치며] 엄마 관장님은 라이언이 아니라
- (덕미) [혀를 굴리며] 라이언 - 감사합니다
[부드러운 음악]
[웃음]
[영숙의 웃음]
우리도 나온 김에 사진이나 남길까?
사진은 무슨, 빨리 집에 가자
하긴, 다 늙은 얼굴 사진은 찍어 뭐 해?
이제 내가 남길 사진은 영정 사진…
엄마, 우리 이쁜 엄마! 사진 찍을까? 오랜만에?
(덕미) 나무 좋으니까 초록 배경으로 찍자, 가자
- (덕미) 엄마, 가자 - 으이그
[근호와 덕미의 웃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한 번 더 찍을게요
[카메라 셔터음]
- (영숙) 관장님, 관장님, 들어와요 - (근호) 일로 와요, 예
(영숙) 아유, 얼른 와요 [근호의 웃음]
저기, 우리 사진 하나만 찍어 줘요
- (남자1) 사진요? - (영숙) 네, 네
[영숙의 웃음] - (남자1) 아, 네 - (영숙) 자, 얼른 와요
(남자1)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근호와 영숙의 웃음]
(영숙) 자
(덕미) 엄마, 아, 뭐, 뭐 하는 거야?
[근호의 웃음]
(남자1) 자,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 엄마! - (영숙) 아이고, 얼른 찍어
(영숙) 활짝 예쁘게 웃어, 덕미야!
아이고, 관장님 좀 웃어 봐요, 좀!
[영숙과 근호의 웃음]
(남자1) 찍을게요, 자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영숙) 덕미야, 더, 더 예쁘게! 아이고, 예뻐, 아이고, 예쁘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영숙) 아유
[영숙의 웃음]
택시 타도 되는데 고마워요
덕분에 맛있는 도시락도 먹었는데 당연히 모셔다드려야죠
내 음식이 입에 맞나 보네?
네, 저번에 주신 반찬도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었습니다
(영숙) 다 먹었어요?
아유, 그럼 말을 하지
그러면 잠깐 집에 들렀다가…
엄마
[부드러운 음악]
관장님 안 그래도 바쁘신 분인데 갑자기 찾아와서
(덕미) 오늘 일 하나도 못 했어
민폐 끼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야
(영숙) 아유 [근호의 헛기침]
내가 생각이 짧았네
미안해요
아닙니다
다음에 제가 식사라도 한번 대접…
관장님
안 그러셔도 돼요
[어색한 웃음]
오늘 고마웠어요, 그럼 조심히 가요
가
가
가, 응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이렇게 폐 끼치는 일 없을 겁니다
즐거운 점심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잔잔한 음악]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이언) 사실
아직도 얼얼하긴 해요
- (라이언) 그… - (덕미) 땡초김밥이요?
혀에 감각이 없어요, 지금
[살짝 웃는다]
오랜만이었습니다
성 큐레이터 웃는 얼굴
(라이언) 내가
불편합니까?
아니요, 아닙니다, 그런 거
가짜 연애가 끝났으니까…
가짜 연애가 끝났다고 해서
이렇게 어색하고 불편하면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건데요?
(덕미) 그건…
[휴대전화 진동음]
라이언이 전화를 안 받네요
옆에 같이 있어요?
아니요, 뭐, 일 얘긴데요, 뭐
(다인) 차시안 씨 앨범, 전시회 모두 일정이 촉박할 것 같아서요
혹시 미팅 좀 잡아 주시겠어요?
네, 고마워요
네
[통화 종료음]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은기) 엄마!
뻐꾸기 왔어요 [문이 달칵 닫힌다]
(세연) 언니, 식충이도 왔어요
(영숙) 김밥 했어, 김밥 먹어
- (은기) 어? 앗싸 - (세연) 와, 맛있겠다
(은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밥
- (은기) 와, 김밥 - (세연) 언니, 언니
내가 언니 사위 데리고 왔지
(영숙) 사위?
[세연의 헛기침]
(세연) 라이언 골드 관장님
(은기) 그냥 직장 상사라니까?
잘생기고 능력 있고 미혼인데 왜 그냥 직장 상사야?
(세연) 다 사윗감 후보지 안 그래, 언니?
나도 그랬으면 했는데
아닌가 봐
(세연) 덕미가 절대 아니래?
내가 오늘 도시락 싸 가지고 미술관에 갔거든
(영숙) 관장님도 만날 겸 [세연이 호응한다]
- (영숙) 아, 근데 - 이거
(은기) 김밥 이거, 이거 사자 새끼 먹이려고 싼 거야? 어?
나 안 먹어!
먹지 마!
- 어, 엄마 - (영숙) 쯧
아, 너나 덕미나 어째 그냥 하는 짓이 어쩜 그렇게 한 판이야?
(영숙) 아이고, 탓해 뭘 해
내가 저리 키웠지
으이그
[세연의 어색한 웃음]
(세연) 왜 그래, 언니?
덕미가 뭐라 그랬는데?
(영숙) 아니, 덕미 그놈의 계집애 그,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입은 댓 발 나와 가지고
아, 자기가 그렇게 좋아하는 땡초김밥 쳐다도 안 보더라고
아, 직장이라 보는 눈도 있고
덕미가 좀 부끄러웠나 보다
아니야
관장님이 집까지 바래다줬는데
내가 너무 고마워 가지고, 응?
(영숙) 반찬이라도 좀 들려 보낼 겸 집에 잠깐 들어왔다 가시라 그랬더니
덕미 걔가 그냥 또 샐쭉해 가지고 빨리 가라고
(세연) 덕미가 왜 그럴까?
[한숨]
(근호) 저 때문에 그러죠, 뭐
집이라도 좀 번듯하든가 우리 노후 걱정이라도 없든가
쯧, 그랬으면 훌쩍 시집가도 되는 건데
쯧, 덕미한테 형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 덕미한테 왜 형제가 없어요
(세연) 은기가 있는데 나는 은기 결혼해도
언니랑 형부를 시부모다 생각하라 그럴 거야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마
(영숙) 은기 쟤 장가 안 보낼 거야?
시댁 어른이 세 명이라고 그러면 어떤 여자가 시집을 와?
[웃음]
그러니까 쟤가 매력을 더 키워야지
돈을 많이 벌든가
[영숙의 웃음]
[함께 웃는다]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 (경아) 저기요 - (김 비서) 어, 깜짝이야 [소혜의 비명]
[놀란 숨소리]
엄 관장님?
(소혜) 오 마이 갓
쉿, 쉿!
일으켜 줘
[소혜의 놀란 신음]
오 마이 갓
[경아와 소혜의 힘주는 신음]
(경아) 관장님, 여기 어쩐 일이세요
꼴이 이게, 아니 왜, 왜 이렇게 하고 오셨어요?
[영어] 내 딸은 어디 있지?
따라오세요
[한국어] 뭐라고?
아, 따라오라고
[소혜의 거친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그러니까 우리 효진이 핵심 업무를 맡았다는 거지?
뭐, 핵심 업무라기보다는…
저런 게 바로 기업의 성장 동력이야
(소혜) 음, 핵심 인재
핵심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경영진의 선구안이 필요한데 말이야
고작 우리 효진을 인턴으로 쓴다는 거는
[혀를 굴리며] 라이언 골드
[소혜의 의미심장한 웃음]
가자, 일단
[경아의 한숨]
- (소혜) 김 비서? - 네
(소혜) TK문화재단 이사장 선출 언제라고 했지?
이번 주입니다
음, 일주일만 미루자고 해 새로운 후보가 있어
후보요?
나 엄소혜
겁 없는 동물원 사자한테는
진짜 채움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 줘야지
- 문 열어 - (김 비서) 네
[잔잔한 음악]
뭐야?
[겁주는 신음]
[살짝 웃는다]
(은기) 하이
(덕미) 은기야, 이게 다 뭐야?
옷 갈아입고 와
[덕미의 한숨]
[덕미가 입소리를 쩝 낸다]
(덕미) 웬일로 은기 새끼가 이렇게 시키지도 않은 예쁜 짓을 했대?
오늘 엄마랑 아빠 미술관에 갔었다며?
어떻게 알았어? 엄마 뭐래?
아니
뭐라고 한 게 아니라
그냥 표정이 좀
(덕미) 엄마가 갑자기 왔단 말이야 연락도 안 하고
[코를 훌쩍인다]
밥도 다 먹었는데 배불러 죽겠는데 김밥 싸 왔다고 억지로 먹이고
그리고 사자도
사자도 엄청 바쁜 사람인데 일도 못 하게 하고
집까지 데려다주고
안 그래도 가짜 연애 때문에 힘들어했는데
(은기) 사자가 힘들대?
너랑 가짜 연애 하는 게?
(덕미) 응
그래서 가짜 연애 그만하기로 했는데
- 엄마가 - (은기) 연락도 없이
미술관에 와서 사자한테 김밥 먹였어?
가짜 연애 끝나서 속상한데?
[한숨]
미쳤나 봐
나 왜 이렇게 가짜 연애에 몰입을 하고 있냐
안 되겠다, 나 좀 맞아야겠다
[생수병을 탁 내려놓는다]
[잔잔한 음악]
[은기의 한숨]
(은기) 아, 더워 죽겠네
아휴, 뜨개질, 뜨개질
[숨을 후 내뱉는다]
[한숨]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은기) 성덕미 [덕미가 흐느낀다]
너 울어?
[덕미가 훌쩍인다]
(은기) 아휴
이렇게 더러우니까 남자한테 차이지
내가 내일 그 새끼 반 죽여 놓을게, 응?
나 그거 해 줘
(덕미) 다리 얽어 비틀기 허리 조르기, 가위 치기
야, 그거 유도 금지 기술이야
해 줘!
진짜 죽어
죽여 줘!
(덕미) 너 나 찬 새끼 살려 둘 거야?
그 새끼는 죽어도 싼 새끼야
숨통을 다 끊어 놔 줘
알았어, 진짜 죽일게
[덕미가 코를 훌쩍인다]
(덕미) 꼭이야
[덕미의 울음 섞인 숨소리]
(은기) 어유 [거부하는 신음]
[은기의 힘주는 신음]
[은기의 한숨]
[은기의 한숨]
(선주) 덕미야
당분간은 프로필 사진, 상태 메시지 아무것도 하지 마
아, 그리고 SNS도 절대 하지 말고
[한숨 쉬며] 그래
(덕미) 내가 굳이 흑역사를 만들 필요는 없지
넣어 둬
아, 잠은 안 오고, 나 뭐 하지?
[한숨]
하, 자
[중얼거린다]
[키보드를 탁탁 친다]
(덕미) 잠 안 오는 밤 마음 아픈 이야기 하실 분
환영합니다
[마우스 클릭음]
[한숨]
(샨오빵) 안녕하세요
저 헤어져서 왔어요
[잔잔한 음악] [키보드를 탁탁 친다]
(덕미) 샨오빵 님 사연 듣겠습니다
이런
(덕미) 그러니까 결혼까지 약속한 놈이 알고 보니
나이를 속이고 바람까지 피웠다는 건가요?
일단 혼인 빙자로 고소를 하시고요
(샨오빵) 근데요
[밝은 효과음]
(덕미) 열두 살?
[한숨]
[발랄한 음악]
(덕미) 샨오빵 님
샨오빵 님은 아직 12년밖에 안 살았잖아요
앞으로 좋은 남자를 만날 기회가 무궁무진하게 있어요
시나길 님은 많이 만나셨어요?
[키보드를 탁탁 친다] (덕미) 자, 다음
남친이랑 같이 수학 학원 다니는데요
[헛웃음]
(시안공주) 남친 여사친도 같이 다니거든요?
근데 어제 제가 지각했는데
그 여사친 년이 제 남친 옆에 앉은 거 있죠?
(덕미)
하, 그래서 제가 너무 화나서
자리 바꿔 달라고 했는데도 안 바꿔 주고
열받지
[키보드를 탁탁 친다] (덕미) 어머! 그래서요?
아, 그래서 제가 머리채를…
[한숨]
(시안공주) 엄마가 컴퓨터 끄래요
[한숨]
[하품]
(덕미) 잠이나 자 볼까?
[한숨]
[채팅방 알림음]
(라떼) 똑똑
[밝은 효과음]
주무십니까?
(덕미) 안 잡니다
라떼 님 사연 듣겠습니다
[부드러운 음악]
제 얘기를 하는 겁니까?
(덕미) 네, 마음이 아파 이 시간까지 잠을 못 자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사실은 미술…
[놀란 신음]
[키보드를 탁탁 친다]
직장, 직장
(라이언) 직장에서
(덕미) 직장에서요?
(라이언) 좋아하게 된 사람이 있습니다
[키보드를 탁탁 친다] (덕미) 짝사랑 중이시군요?
(라이언) 짝사랑은
아닙니다
분명
절 볼 때마다 눈을 마주치며 환하게 웃고
잘못을 해도 용서해 주고
다시 한번 사과할게요
미안해요, 진심으로
네
(라이언) 그리고 부모님도 절 좋게 봐 주셨습니다
아까 잘 먹는 반찬 조금씩 쌌어요
잘, 잘 먹겠습니다
관장님, 또 와요
(라이언) 그래서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고백을 하려고 했는데
그만해요, 가짜 연애
[한숨]
(라이언) 갑자기 그만하자고
어허!
[키보드를 탁탁 친다] (덕미) 뭘 그만해요?
[당황한 신음]
아, 친하게 지내는 걸 그만두자고요
[키보드를 탁탁 친다] (덕미) 아…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하려고 했더니 멀어졌다?
혹시
(덕미) 라떼 님의 마음이 그분한테는
부담스러웠던 거 아닐까요?
[잔잔한 음악]
내가 좋아하는 것만큼 상대도 날 좋아하면 좋겠지만
만일 그런 게 아니라면
그 예쁜 마음이 상대에게 부담이 되기 전에
상대를 위해서 고백을 접는 게
최선이 아닐까요?
(덕미) 라떼 님
우리 시안이는 아무리 좋아해도 부담스러워하지 않아요
라떼 님은 입덕한 지 얼마 안 돼서 밀린 떡밥이 엄청 많으니까
시안이 보고 힘내세요
[헛웃음]
(라이언) 차시안 씨를 보고도 기분이 전혀 좋아지지 않으면요?
(덕미) 우리 시안이를 보고도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다면, 그건
진짜, 진짜 많이 아픈 거예요
병원부터 가세요
그럼 라떼 님, 또 만나요
[잔잔한 음악]
(덕미) [한숨 쉬며] 말은 잘하네
부담이라고?
그래
고백 안 한 건 잘한 거야, 진짜
[한숨]
[한숨]
못 지우겠다
"영업 중"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선주) 아, 주혁 - (주혁) 네?
(선주) 나 잠깐 나갔다가
너 밴드 연습 시간 전에 돌아올 테니까…
천천히 오셔도 되는데?
연습 하루 정도 빠져도 돼요
씁!
하루라도 연습을 안 하면 나 자신이 알고
(선주) 이틀을 안 하면 비평가가 알고
사흘을 안 하면 청중이 안다고 했어
다행이다
알아줄 청중이 없잖아요
[한숨]
(손님) 저기요
(선주) 네, 손님
- 혹시 지금 나오는 음악… - (선주) 너무 좋죠?
(선주) 페이드라는 밴드가 있는데
그, 얘가 그 밴드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예요
심지어 자작곡
(손님) 너무 좋은데요
제가 한 시간 전에 여기 왔었는데
한 시간 전부터 계속 이 곡만 나와서요
(선주) 아
그, 녹음한 게 한 곡밖에 없어 가지고 [주혁의 한숨]
음악 바꿔 드릴게요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씁, 너희 밴드 자작곡 또 있지?
- 네 - (선주) 녹음부터 하자
아, 사장님, 그거 돈도 많이 들고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 (주혁) 아니, 진짜 해… - 어?
(주혁) 어, 사장님, 사장님?
(덕미) 부탁할 게 뭔데?
(선주) 우리 그때 이벤트로 응원봉 제작한 거 있잖아
그거 샘플 나왔대서 체크 좀 부탁하려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오빠가 데이트를 하재
(덕미) 데이트? 피디님이?
요즘 마지막 아이템 때문에 엄청 바쁘시다더니?
이상하지?
[생각하는 숨소리]
이상해
[웃음]
야, 남편이 와이프한테 데이트 신청하는 게 뭐가 그렇게 이상해?
업체는 내가 연락할게, 잘 다녀와
걱정 말고
- 덕미야 - (덕미) 응?
- 우울할 땐 뭐다? - (덕미) 덕질
그리고 오늘은 출사
[한숨]
그러게, 난 이 와중에도 덕질하고 있네
이 와중이니까 더욱더 매진해야지
덕질은 너의 길
덕질은 나의 길
갔다 올게, 너라도 행복해라
아, 네, 시안대로 잘 나온 거 같아요
그럼 실물은…
그럼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통화 종료음]
[한숨]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잔잔한 음악]
[아이들의 웃음] (남자2) 잡아
[바닥을 탁 차며] 씨
그럼 그렇지
데이트는 무슨
- (선주) 오빠 - 어, 왔어?
고기가 먹고 싶으면 말을 하지
(승민) 아, 옷 넣고 와
음, 내가 벗어서 주면, 어?
탁 받아서 자기가 넣어 주면 얼마나 좋아
[사물함을 달그락 연다]
이게 뭐야?
[강조되는 효과음] [다가오는 발걸음]
오빠
어, 선주야
너 바람피웠어?
- (승민) 어? - (선주) 야!
[밝은 음악] (선주)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이게!
(선주) 아, 미안하다니까
(승민) 흥
어? 아니, 오빠가 갑자기 이런 선물을 주면 내가 놀라, 안 놀라?
누가 들으면 선물 처음 받는 줄 알겠다? 쯧
나한테 가장 큰 선물은 오빠니까
이선주
(승민) 지금 그 마음 변하면 안 돼
그럼
오빠는 무슨 일을 하든 우리 선주랑 건우를 위해서 하는 거야
- 알지? - (선주) 알지, 알지
그래, 그래
[팬들의 환호성]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난다
나 덕미랑 덕질하러 방송국 다니다가 오빠 만났잖아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부드러운 음악]
[팬들의 환호성]
오빠
우리는 덕질이 맺어 준 인연이야
(선주) 그러니까 오빠는
내가 덕질했던 걸 진짜로 고맙게 생각해야 돼, 알았지?
[부드러운 음악]
[키보드를 탁탁 친다]
[한숨]
또 해 볼까?
[한숨]
[한숨]
역시 덕질이 최고야 세상에서 제일 재밌어
[한숨]
[엘리베이터 도착음]
어, 형!
안녕하세요, 차시안 씨
어? 웬 술이에요?
- 술친구 해 드릴… - (라이언) 아니요
딱 제 거만 사 와서
(시안) 아
혼술 하시게요?
[라이언의 헛기침]
방송 다녀오시나 봅니다
네
시나길 님 오늘 사진 엄청 많이 올려 주시네
(시안) 웬일이지?
시, 시나길 님?
(시안) 네, 기억하시죠? 저번에 말씀드렸던
이분이 찍어 주신 사진 보면 저도 가끔 깜짝 놀라거든요
내가 이런 표정이 있었나
[흥미진진한 음악]
- (시안) 지금 이 사진도… - 그만
네?
[엘리베이터 도착음]
아, 그만
내리셔야 됩니다
아, 네, 그럼 내일 봬요
내일이요?
최다인 작가님 미팅
아
(시안) 아, 내일 큐레이터 누나도…
성 큐레이터
오늘 최 작가와 차시안 씨 미팅 몇 시죠?
2시입니다
- 그럼 주차장에서 1시에… - (덕미) 아니요
(덕미) 외부에서 미팅이 있어서요
최 작가님 작업실로 바로 가겠습니다
그 정도로 부담…
[잔잔한 음악]
그래요, 그럼
(직원) 말씀하신 거 잘 나왔나 보세요
[덕미와 직원이 대화한다]
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이거 샘플은 제가 가져갈게요
(덕미) 뭐, 땡땡이 좀 칠 수 있지
(라이언) 왔습니다, 최 작가님
(다인) 일찍 왔네? 성덕미 씨는?
같이 안 왔어?
어
다른 미팅 있어서
나 한국 오길 잘한 거 같아
자주 봐서 좋은데?
[한숨]
(덕미) 아, 진짜 가기 싫다
아니야, 나에겐 시안이가 있잖아
난 시안이 보러 온 거야
덕업일치
[어색한 웃음]
[한숨]
(시안) 저 사인 좀 해 주세요
(다인) 사인이요?
(시안) 네, 저 진짜 팬이라니까요?
제가 이렇게 종이하고 펜까지 다 준비해 왔는데
사인은 여기부터 해
(라이언) 계약을 해야 일을 진행하지
형, 저부터 받고요
[다인의 웃음]
- (다인) 이름이? - (시안) 차시안이요
[라이언의 한숨] [다인이 쓱쓱 사인한다]
넌 사인을 아직…
철자 알아보게 좀 바꾸라니까?
(다인) 너만 알아보면 됐지, 뭐
그래서 콘셉트는 좀 나왔어?
(다인) 쯧, 화이트오션의 차시안
그 새로운 시작이란 면에서
화이트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컬러들을 보여 주는 건 어떨까 해
뭐, 화이트, 화이트 스모크, 스노
우리가 생각하는 한 가지 색이
(라이언) 사실은 그 속에 수천 가지 다양한 다른 색을 품고 있는 것처럼?
(다인) 그렇지
[잔잔한 음악] 그래서 이 배경에 어, 스펙트럼 효과를 주는 거야
미디어 파사드 기법으로?
작년도 베를린 아트페어 오프닝처럼?
아, 정확해
(다인) 역시, 너랑 회의를 하면 이런 게 좋다니까
(시안) 이게 재작년 작품이죠?
제가 이거 되게 좋아해 가지고 소장하고 싶었거든요
- (다인) 아, 진짜요? - (시안) 네
(다인) 이런 비슷한 느낌으로 이런 것도 있는데
(시안) 어? 이것도 되게 예쁜 거 같은데
(다인) 아
이런 것도 있는데
(시안) 음
생각한 취지는 좋은데
(라이언) 좀 더 쉽게 가는 건 어때?
좋다면서 왜?
대중들에게 좀 더 쉽게
(라이언) 직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콘셉트로
좀 더 고민해 줘, 너 프로잖아
(다인) 하여튼
한 번에 오케이 한 적이 없어 [덕미의 놀란 신음]
(라이언) 성 큐레이터
[멋쩍은 신음]
괜찮아요?
안 다쳤어요?
괜찮아요, 제가 얼른 치울게요 죄송해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릇을 달그락거린다]
진짜 왜 이러냐, 아유
(다인) 성덕미 씨
작가님 놀라셨죠? 죄송해요
아니에요, 우린 진짜 괜찮아요 덕미 씨만 안 다쳤으면
[휴대전화 진동음]
잠시만요, 죄송해요
(다인) 네, 여보세요?
네, 네
아, 지금요?
아, 지금은 좀 곤란한데
아, 그래요?
네, 일단 알겠습니다
네
[통화 종료음]
아, 어떡하지?
무슨 일 있으세요?
공방에다가 제가 목재를 주문했는데
공방장님도 지금 안 계신다 그래서
[생각하는 숨소리]
아, 그럼 제가 갈게요
부탁해도 될까요?
(덕미) 그럼요, 지금 가면 되죠?
고마워요, 부탁 좀 할게요
(덕미) 네
[통화 연결음]
(다인) 여보세요? 네, 지금 출발할게요
네, 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문이 탁 닫힌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실례합니다
(덕미) 아무도 안 계세요?
아직 안 오셨나?
[한숨]
[스위치 조작음]
[스위치를 달칵거린다]
[한숨]
[한숨]
[부드러운 음악]
- (덕미) 엄마! - (영숙) 아이고, 얼른 찍어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라이언) 오랜만이었습니다
성 큐레이터 웃는 얼굴
(덕미) 혹시
라떼 님의 마음이 그분한테는
부담스러웠던 거 아닐까요?
(라이언) 정말
제 마음은
그냥 부담이기만 한 걸까요?
(덕미) 라떼 님
사실은 제가 거짓말을 했어요
성덕미 씨
(덕미) 제가 고백을 접은 건
상대를 위한 마음이 아니라
내 마음이 다치기 싫어서라는 비겁함이었거든요
어쩌면 라떼 님
그분은 라떼 님의 마음이 부담스러웠던 게 아닐지도 몰라요
저처럼 상처받을까 두려워서 도망친 건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우리 한 번 더 용기를 내 보는 게 어떨까요?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문이 탁 닫힌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부드러운 음악]
[훌쩍인다]
[한숨]
성 큐레이터
관장님
저 안 물어보고 싶었는데요
(덕미) 진짜 안 물어보고 싶었는데
[훌쩍인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요?
저랑 가짜 연애 하는 거
[한숨]
그게 그렇게 싫었어요?
네
뭐가 그렇게 싫었는데요?
(덕미) 내가 맨날 연락하는 것도 아니고
맨날 만나자는 것도 아니고
[한숨 쉬며] 그냥 잠깐만
잠깐만 가짜인 척하는 건데
그게 그렇게 힘들고
싫었어요?
난 설레고 좋았는데
- 관장님은 왜, 뭐가… - (라이언) 가짜니까요
[부드러운 음악]
가짜라서 싫었습니다
난 진짜로 하고 싶은데
[밝은 음악]
(라이언) 우리 사귀는 거 맞죠?
(덕미) 나 사자랑 사귀어
(은기) 나밖에 없잖아
덕미에 대해서 덕미보다 더 잘 아는 남자
(다인) 내 말을 더 믿었나 봐요?
라이언 마음보다?
[알람이 울린다] 7시
(라이언) 애인 만나러 가기 딱 좋을 시간이야
(라이언) 나만 보고 싶었나 보네?
(은기) 덕미야, 나하고 사자 중에 누굴 고를래?
(은기) 좋아한다, 성덕미
(라이언) 나 손 놓는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요
그냥 나도 데리고 들어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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