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서가 왜 그럴까 10
(최 여사) 많이 추워하지는 않았어?
추위를 많이 타는 아이인데
[비가 솨 내린다] 감기 걸리면 어떡하지?
저 괜찮아요
김 비서 말고 나 말이야 나 감기 걸리면 어떡하냐고
아, 추위 많이 타시죠
(어린 미소) 오빠 이름 절대 안 잊어버릴게
오빠 이름이 이, 이…
(소년) 바보, 또 그런다
내 이름은 그게 아니고
이성…
(최 여사) 어땠니, 우리 현이 어때 보였어?
(미소) 그래, 그때 분명 '현이'라고 하셨어
어린 시절에 흔히 겪는 인지의 오류
혹시 비슷한 발음을 그대로 착각한 거였다면
서, 성현 오빠?
왜?
[무거운 음악]
전 분명 성현 오빠라고 불렀는데
왜 대답하신 건지
부회장님, 혹시 이름 바꾸신 적 있으세요?
예전 이름이 이성현이었던 거 아니에요?
무슨 말 하는지 잘 모르겠군
지난번에 사모님께 유괴 사건에 대해 말씀드릴 때
저 분명히 들었어요
'우리 현이'라고
저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어요
김 비서
잠꼬대에 너무 큰 의미 부여하지 마
난 그저 김 비서 목소리가 들려서 습관적으로 대답했을 뿐이야
(영준) 이만 가지, 바래다줄게
[영준이 안전벨트를 달칵 잠근다]
[자동차 시동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한숨]
(미소) 분명 자기 이름에 대답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는데
[한숨]
[잔잔한 음악]
[한숨]
지난번에 사모님께 유괴 사건에 대해 말씀드릴 때
저 분명히 들었어요
'우리 현이'라고
저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어요
(여자) 같이 가자, 혼자 가긴 싫어
- (여자) 너희가 같이 가 줘 - (소년) 안 돼!
알 필요 없어
(어린 미소) 안 돼, 오빠, 미소만 두고 가지 마
[울음]
다시는 너 울게 하고 싶지 않아
(최 여사) 김 비서가 아침부터 어쩐 일이야?
이렇게 서둘러 온 거 보면 보통 일은 아닌 거 같은데?
실은 여쭤볼 게 있어서요
얼마든
혹시 부회장님 이름 바꾼 적 있으세요?
뭐?
일전에 사모님께서 '현이'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혹시 그게 부회장님이 아닌가 해서요
아, 그게 무슨…
김 비서가 잘못 들었겠지
아니요, 분명
'우리 현이 어때 보였어'라고 물어보셨어요
그 유괴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던 중에요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쉬며] 이런 얘기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현이라는 아이가 부회장님인 것 같아서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미소의 난처한 숨소리]
어려운 부탁이겠지만
제가 혹시 모르는 사실이 있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어릴 적 함께 있던 사람은
우리 성연이 맞아
현이는 모르는 이름이고
김 비서가 잘못 들었어
- (미소) 근데… - (최 여사) 김 비서
내가 좀 피곤한데 오늘은 이만 가 줄 수 있을까?
아, 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한숨]
아침부터 우리 집에 무슨 일이야?
사모님 뵙고 가는 길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연락하려고 했는데, 잘됐다
무슨 일로…
돌려줄 거 있잖아, 일기장
아
(성연) 기다리고 있어, 가져다줄게
(미소) 저기…
혹시 일기장 보고 더 떠오른 기억이 있나요?
글쎄
미안하네
우리를 잡아갔던 그 여자
인상착의도 기억 안 나세요?
어떻게 생겼는지 머리 길이는 어떤지 체형은 어떤지
전혀 기억이 안 나네
붙잡혔을 때나 탈출할 때 상황도 전혀 기억이 없어요?
단 하나도?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보는 거야?
[멋쩍은 신음]
저는 제 일기장이 아무런 도움이 안 된 거 같아서요
별로 떠오른 기억도 없고
[의미심장한 음악]
아, 기억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 같기도 해
(성연) 무의식적인 자기방어 같은 거 아닐까?
그만큼 힘들었을 테니까
그럼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가져다줄게
(미소) 성연 오빠의 기억들은
왜 모두 누군가에게서 전해 들은 것만 같지?
[한숨]
[강조되는 효과음]
(성연) 오래 기다렸지?
자, 여기 일기장
저…
이 둘 중에 누가 오빠예요?
나 여기 있잖아
왼쪽에 있는 게 나야, 기억 안 나?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성연) 미소야, 생각해 봤는데
내가 널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과거에 함께 있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당장 어떤 답을 달라는 건 아니고
그냥 내 마음도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
(치인) 지아 씨, 이사 잘했나?
네, 출근하는 데 5분밖에 안 걸리고 너무 좋아요
(지아) 집도 편하고 엄청 아늑하고
그 편안하고 아늑한 집에 우리는 언제 초대할 건데요?
네?
집들이요
[리드미컬한 음악]
저, 원룸이라서 집도 좁고
제가 음식도 진짜 못하고 [당황한 웃음]
(치인) 아이고, 자기야
우리 그렇게 후배들한테 부담 주는 사람들 아니다
치킨에, 뭐, 족발에
탕수육, 갈비찜
뭐, 이런 거 배달 음식만 조금만 시켜 줘도
그냥 잘 먹는다, 응?
억수로 소탈하제? [지아의 어색한 웃음]
(세라) 하여간에 선배 복은 타고났다니까
어머, 마침 내일이 주말이네
(치인) 아이고야, 딱이네, 딱이야, 내일 콜?
(준환과 영옥) 콜?
[당황한 웃음]
콜
[함께 웃는다]
(세라) 어머, 김 비서님
- (지아) 아, 안녕하세요 - (준환) 아유, 오셨어요?
(세라) 우리 내일 지아 씨네 집들이 갈 건데 오실 수 있죠?
아, 저는 내일 가족 행사가 있어서요
(세라) 알았어요
[세라의 웃음]
(준환) 씁, 자, 근데 그럼 집들이 선물 살 돈은
얼마씩 걷을까요?
(영옥) 음, 양 비서님까지 하면
우리 다섯 명이니까 한 2만 원씩 어때요?
(치인) 근데, 야, 양 비서는 맨날 대기 상태인데 몬 오지
그라고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할 기가, 응?
2만 원씩 걷어 갖고 무슨 선물을 산단 말이고? 쯧
- 우리 똑똑한 박 대리가 - (준환) 예?
1인당 24,900원씩은 걷어야 되지 않겠나?
[익살스러운 효과음] (치인) 자, 그러면 내일 집들이 가자!
[함께 웃는다]
아, 기분 좋네, 갑자기
(세라) 뭐 입고 가지? [지아의 난감한 신음]
(치인) 즐거운 마음으로 일해야겠다
하, 씨
(미소) 역시 부회장님이 내가 찾던 오빠였어
근데 왜 다들 성연 오빠라고 말하는 거지?
부회장님은 정말로 기억을 잃으신 걸까?
하, 나도 모르는 척하는 게 맞겠지?
(세라) 아, 오셨습니까?
김 비서, 좋은 아침이야
[옅은 웃음]
[문이 탁 닫힌다]
(미소) 오늘은 3시부터 계열사 방문 일정이 쭉 잡혀 있습니다
그 후 만찬은 사장단과 함께하실 거고요
오늘 일정은 지아 씨가 수행할 겁니다
씁, 그럼 저녁까지 쭉 김 비서와 함께하지 못한다는 건가?
네
쯧, 아쉽군
그럼 이따 밤에 우리 집으로 오지
네? 밤에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밝은 음악]
[웃음]
뭘 상상하는 거지?
씁, 하긴, 밤과 우리 집
이 두 단어가 만들어 내는 묘하고 섹시한 분위기가
상상력을 자극하게 만들긴 하겠군
[웃음]
글쎄요, 전 어릴 적에 부회장님처럼 창의력 스쿨을 다닌 적이 없어서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 못 됩니다
유감이군
(영준) 서재의 문서들을 정리할까 하는데 도와줄 수 있나?
그럼요, 걱정 마세요
오빠
뭐?
방금 뭐라 그랬지?
그냥 그렇게 한번 불러 보고 싶었어요
오빠라고
[웃음]
계속 그렇게 불러도 돼 허락하지, 내가
아니요,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미소) 그럼
[경쾌한 음악] 아, 계속 그렇게 불러도…
[문이 달칵 열린다]
녹음이라도 할 걸 그랬나 [문이 탁 닫힌다]
[숨을 들이켠다]
부회장님
부회장님?
(영준) 예정보다 일찍 왔군
[당황한 신음]
[당황한 신음]
[영준의 멋쩍은 웃음]
가운에 숨겨진 근육까지 본다면 심장에 해로울 테니
얼른 옷, 옷을 입고 오지
[영준의 헛기침]
[의미심장한 효과음]
(미소) 혹시 저 상처가 유괴됐을 때 묶였던 흔적?
얼마나 아팠을까
[슬픈 음악]
[울먹인다]
아, 왜 눈물이 나고 난리야
[휴대전화 진동음]
어, 언니
(필남) 미소, 어디야?
부회장님 댁
(필남) 뭐? 너 지금 몇 시인데 거기 있어
너 정말 부회장이랑 사귀어?
자기밖에 모르는 그 이기적인 놈이랑?
아, 언니
(미소) 우리 부회장님 이기적인 사람 아니야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좋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더 이상 우리 사이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필남) 아무튼 내일 12시 출발, 알지?
늦으면 안 돼
알겠어, 끊어
[통화 종료음]
[한숨]
[훌쩍거리며] 아, 미치겠다, 정말
[미소가 흐느낀다]
울 정도로 반대를 하는 건가?
대체 왜?
환영한다고 동네 어귀에 현수막을 걸어도 모자랄 판에
씁, 혹시 너무 완벽해서 부담스럽나?
[한숨]
영준이 이 녀석아
좀 덜 완벽하면 안 되겠니?
[한숨 쉬며] 이런 내가 원망스럽군
[미소가 서류를 바스락거린다]
김 비서
다 정리될 거야
네, 보안 문서 제외하고 10년 이상 된 문서들은 파기하면…
그거 말고
김 비서가 고민하는 복잡한 문제들 다 정리될 거라고
그게 무슨…
아까 통화하는 거 들었어
(영준) 언니들이 우리 사이 가지고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던데
씁, 내가 조만간 그 걱정들이 말끔히 사라지도록 만들어 주지
알잖아,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는 치명적인 내
아우라
[옅은 웃음]
[웃음]
[밝은 음악]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언니들께 확신을 줄 테니까
울지 마, 앞으론
(미소) 안 바래다주셔도 되는데
(영준) 바래다줘야 잠깐이라도 더 같이 있지
그냥 헤어지면 얼마나 아쉬움이 크겠어
김 비서가
네, 맞습니다
내일 특별한 일정도 없는데 데이트해 줄까?
아, 내일은 좀…
가족 행사가 있어서요
아, 1년 중 유일하게 김 비서가 주말을 챙기는 그날인가?
네
올해도 제부도에 가는 건가?
네
그럼 전 들어가 보겠습니다
(미소) 아, 맞는다, 부회장님
이거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게 뭔가, 김 비서?
[미소가 살짝 웃는다] [영준의 탄성]
[영준의 웃음]
[영준의 힘주는 신음]
[미소의 웃음]
[만족하는 숨소리]
(미소)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어떡해
[멀리서 개가 짖는다]
[도어 록 작동음] [입바람을 후 분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가라
[옅은 웃음]
[공들이 달그락 부딪힌다]
[유식의 한숨]
[한숨]
무슨 고민 있나?
라고 물어봐 주길 기대하고 있는 표정이군
응, 좀 물어봐 줘라 어디든 막 떠들고 싶다
그럼 한번 떠들어 보든지
그럴까?
나 며칠 전에 전 와이프 봤다
(유식) 그것도 딴 놈하고 같이 있는 모습을
아이, 엄청 행복해 보이더라고
넌 불행해 보이는 표정이네
(유식) 응
이달의 불행한 인물을 뽑는다면 베스트 3 안에 들 자신 있어
아, 아니, 어떻게 벌써 다른 놈을 만날 수가 있냐고
어떻게 벌써?
아휴, 있을 때 잘하지
내가 얼마나 잘했…
내가 얼마나 잘했는데, 응?
(유식) 때 되면 백 사 주고, 어? 때 되면 보석 사 주고
아침밥도 내가 하고 쌩얼도 내가 이쁘다고 해 줬어, 어?
그리고 전 와이프는 물론 와이프 가족들한테까지도
내가 얼마나 잘했는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가족들에게도?
'아내가 고우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을 하라'란 말이 있잖아?
내가 딱 그랬어요, 응?
장인어른, 장모님, 처형들까지도
'아이고, 우리 박 서방 아이고, 너무 예뻐' [익살스러운 효과음]
(유식) '아이고,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이렇게 '아유, 우쭈우쭈, 우쭈우쭈' [익살스러운 효과음]
[유식의 한숨]
- (영준) 너를? - (유식) 응, 나를
뭐, 어떻게 잘했길래?
못 믿는 거야?
못 믿는 게 아니라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나 해서 물어보는 거지
씁, 그러니까 가족…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너 김 비서 가족들에게 잘 보이고 싶구나?
아이, 뭘 [영준의 어색한 웃음]
[익살스러운 신음]
[영준의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유식) 씁, 아, 이거를 이영준 눈높이에 어떻게 맞춰서 설명을 해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자, 봐 봐, 오너야
협력 업체들이 우리 회사의 수주를 얻기 위해서
엄청나게 애쓰고 있는 거 알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고 괜찮은 기업임을 어필하고
- (영준) 그렇지 - (유식) 바로 그거라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유식) 오너 너는 김 비서의 가족이라는
거대 기업에 철저하게 평가를 받아야 할
스타트업 기업이라고
이제 막 공개돼서 신뢰도가 0%인
그러니까 지금부터
네가 괜찮은 기업임을 어필하고 증명을 해야 된다고
[손가락을 딱 튕긴다]
그렇게 말하니까 좀 이해가 가는군
그래서 넌 뭐, 어떻게 했는데?
[유식의 옅은 웃음]
바로
(유식) 허리를 45도로 숙인 뒤에
두 손을 모으고
예, 예, 예, 아이 그럼요, 그럼요, 그럼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이, 그럼요, 그럼요 아이고, 아이, 좋습니다, 좋아, 좋아
시키는 건 다 했어
뭐?
그러니까 가족들 만날 때는
자존심은 그냥 집에 두고 나갔지
아휴, 뭘 그렇게까지
그렇게까지 해야
가족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가 있…
뭐지?
(유식) 아이, 분명히 내가 고민 상담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왜 오너 고민 상담을 듣…
(유식) 아, 소름 [익살스러운 효과음]
가족들의 인정이라
[갈매기가 끼룩거린다]
(민박 주인) 청소 다 해 놨으니까 편하게들 쉬고 가
[미소가 대답한다] - (말희) 감사합니다 - (필남) 고맙습니다
[말희의 힘주는 신음] [필남의 탄성]
(말희) 아휴, 아휴, 아휴 [필남의 웃음]
편하고 좋다 [필남의 편안한 숨소리]
(필남) 여기도 매년 오니까 친척 집 같아
[필남과 말희의 웃음]
(말희) 근데 미소야, 너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오는 내내 표정도 안 좋더구먼
뭔 일 있어?
(미소) 일은 무슨
너 어제 내가 한 말 때문에 그래?
부회장이랑 사귀냐고 다그쳐서?
아, 그게 아니라
미소야, 나 엄마 대신이잖아
(필남) 우리 막내가 힘든 사랑 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내가 가만히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 부회장은 아니야
[한숨 쉬며] 언니가 우리 부회장님을 안 만나 봐서 그래
우리 부회장님이 좋은 점이 얼마나 많은 사람인…
- (필남) 야, 말희야, 너 살 빠졌니? - (말희) 응?
(필남) 오랜만에 보니까 너 날씬해 보인다?
- (말희) 진짜? - (필남) 어
(말희) 어? 나 2킬로 쪘는데
와, 나, 나 검은 옷 입어 가지고 날씬해 보이나 보다
[말희의 웃음]
암튼 뭔 일인지 몰라도 기분 풀어, 미소야
우리 오늘은 진짜 재미있게 놀아야지
그래, 놀자, 놀아, 어? 놀자 [말희의 웃음]
[필남의 탄성]
[세라의 환호성] (세라) 우리 오늘 신나게 노는 거예요
지아 씨 집에서!
[준환의 탄성] [세라의 웃음]
(영옥) 근데 다 와 가요?
아이, 네, 다 왔어요 이쪽이에요, 저희 집
(영옥과 세라) 아, 여기?
(집주인) 어머, 3층 아가씨네?
- (지아) 안녕하세요 - (준환) 안녕하세요
아유, 손님들 오셨나 봐?
(지아) 예, 집들이가 있어서요, 집들이 [집주인의 탄성]
그럼 방도 좁은데 옥상에서 놀면 되겠다
(집주인) 그럼 재밌게들 놀다 가요
- (영옥) 네 - (세라) 가세요
(세라) [놀라며] 옥상?
[까마귀 울음 효과음] 더 잘됐네
탁 트인 옥상에서 술 마시면 술이 술술, 술술 더 잘 들어가겠다
[세라의 웃음]
무슨, 날도 더운데 웬 옥상이에요
그냥 저희 집으로 가요 [지아의 웃음]
(치인) 아, 왜, 날도 선선하니 밖에서 묵기 딱 좋은 날이구먼
(준환) 씁, 자, 그럼 가시죠
제 스펙만큼 높은 옥상으로!
(지아) 그래도!
[익살스러운 음악] 옥탑 사시는 분이 불편하실 텐데
(치인) 아이, 뭐, 맨날 오는 것도 아인데, 뭐
양해 좀 구하면 이해해 주시겠지, 응?
- (치인) 가자, 가자 - (준환) 가시죠
(지아) 아, 잠깐만요
(세라) 아, 왜?
(지아) 그, 그럼 저희 집에 들르셔서
배달 음식들 좀 갖고 올라오실래요?
(지아) 저는 먼저 옥상에 올라가서 평상 좀 닦아 놓을게요
엄청 더러워요
천천히 오세요
(세라) 아유, 알았어, 알았어, 아유 [영옥의 웃음]
- (치인) 사람이 됐다, 됐어 - (세라) 그래, 괜찮아
(세라) 아유, 걱정하지 마
- (세라) 가자, 가자 - (준환) 옥상 좋다
[영옥이 말한다] (세라) 아, 준비 많이 했다, 이 친구, 아유
[흥얼거린다]
더 크게 무럭무럭 자라라
방울토마토라고 굳이 방울만 하게 자랄 필요는 없어
[웃음] [문이 탁 열린다]
[지아의 다급한 신음]
큰일 났어요
(귀남) 아이, 왜요?
뭐, 회사 사람들이라도 몰려옵니까?
어떻게 알았어요?
[긴장되는 음악] 지금 다들 몰려오고 있어요
(지아) 집들이하러 우리 집에 왔는데 옥상에서 놀겠대요
- (귀남) 네? - (지아) 아, 이럴 시간 없어요
- (지아) 빨리 숨어요 - (귀남) 아이, 내가 왜 숨어요?
(귀남) 회사 사람들을 못 오게 해야죠
(치인) 아이고야, 뭔 계단이 이래 높노? [지아와 귀남의 놀라는 신음]
[귀남의 아파하는 신음] [지아의 놀라는 신음]
(지아) 빨리, 빨리 출발
- (귀남) 아유, 진짜 - (지아) 어떡해
(지아) 아, 몰라
- (귀남) 으이구 - (지아) 어디 가요?
[치인의 힘겨운 신음] (치인) 아, 좋네
[세라의 지친 신음]
(세라) 아휴, 힘들어, 아이고, 허리야
[경쾌한 음악] (지아) 왜 벌써 오셨어요
저희 집 들르셔서 배달 음식 좀 가져다 달라고…
(치인) 야, 내가 뭐, 이 짬밥에 지금 뭐, 음식 들고 오게 생겼나?
(세라) 아이고, 난 무거운 것도 못 들고 [귀남의 짜증 섞인 신음]
뼈가 얇아 가지고
알잖아, 나 청순가련 사슴 스타일인 거
아이고, 힘들어
(치인) 야, 근데 평상 이거 엄청 좋네, 어? [평상을 탁 친다]
(세라) 아, 오셨어요? [준환의 탄성]
[치인의 탄성]
[준환의 탄성]
(준환) 와, 여기 옥상 경치 진짜 좋네요
(영옥) 아, 밤에 야경도 진짜 좋겠다
(치인) 아이, 그러면 뭐 밤새도록 놀아 뿌자
[사람들이 환호한다] (지아) 밤까지요?
아, 무슨 밤까지, 아유
- (치인) 앉아라 - (세라) 앉아, 앉아, 앉아
[치인의 탄성]
(세라) 왜 이렇게 또 많이 시켰대 우리 지아 씨는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구시렁거린다]
[리드미컬한 음악]
[손가락을 탁 튕긴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빨리빨리, 빨리빨리, 빨리빨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필남) 됐어?
[말희의 환호성]
부회장님
[숟가락이 달그락거린다]
(미소) 부회장님이 여긴 어떻게…
처음 뵙겠습니다
이영준입니다
(미소)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김 비서 매년 제부도에 있는 같은 민박집에 묵는다고 했잖아
재작년 민박집 옆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배드민턴 치다가 발목 인대 늘어났었고
(영준) 초등학교 옆에 있는 민박집을 찾아보니 여기더군
아니, 그게 아니라 무슨 일로 오신 거냐고요
저 언니들도 같이 있는데
그래서 왔어
(영준) 김 비서와 내가 만나는 거에 대해 걱정 많으시잖아
그래서 그 걱정을 없애 주려고, 내가
언니들께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
(필남) 미소야
(미소) 언니 [미소의 당황한 웃음]
여기까지 일 시키려고 오신 건 아니실 거고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말희) 혹시 두 사람 사귀어요?
- (미소) 아니, 그게, 어… - (영준) 네, 사귑니다
[부드러운 음악]
김 비서와 제가 만나는 거에 대해 우려하시는 거 압니다
(영준)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생각하시는 거보다 훨씬 더 많이 좋아하고 있습니다
김 비서가 저를요
[긴장되는 효과음]
[새 울음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물론 저 또한 김 비서를 많이 좋아하고 있고요
자세한 이야기는 저희 리조트로 옮겨서 하실까요?
제가 근처에 저희 리조트 스위트룸을 준비해 뒀습…
괜찮습니다
(필남) 두 사람 만나는 거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전 그럴 수가 없네요
우리랑 너무 다른 세계 사람 같아서
그래서 좀 불편합니다 이렇게 불쑥 찾아오시는 거
[한숨]
언니
(필남) 너희 배고프다며, 빨리 가자 밥 먹으러 가자
(영준) 아, 그럼
같이 식사하러 가시죠
근처에 제일 좋은 레스토랑 예약해 뒀…
아니요, 괜찮습니다
저희도 예약해 놓은 식당이 있어서요
그럼 그쪽으로 같이 가시죠
[흥미로운 음악] 네?
정말 같이 가시려고요?
[당황한 신음]
[영준의 탄성]
(말희) 부회장님 놀라셨나 보다
무한대로 먹을 수 있는데 한 사람당 19,900원밖에 안 해서?
(영준) 네, 이렇게 해도 이윤이 남는 구조가 된다는 게
박리다매
(미소) 저렴한 재료로 만들어서 저렴하게 판매해서 그래요
(필남) 근데 저렴한 게장을 드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간장게장을 드셔도 장인이 만든 것만 드셨을 텐데
불편하시면 그냥 돌아가셔도 됩니다
(영준) 아닙니다, 저도 같은 세계 사람입니다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말희의 웃음]
(미소) 부회장님, 지금이라도 돌아가시는 게…
(영준) 아니, 나 간장게장 먹을 거야
무한 리필로
[미소의 헛웃음]
[한숨]
[경쾌한 음악]
[헛기침]
[영준이 숨을 카 내뱉는다] (영준) 내가 하지, 김 비서
근데 둘이 사귄다면서 사석에서도 김 비서라고 불러요?
넌 부회장님이라고 부르고?
(영준) [웃으며] 좋은 지적이십니다
안 그래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던 차였는데
이제 그만 오빠라고 불러, 미소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언니, 호칭은 우리가 알아서 할게
(말희) 아유, 배불러 죽겠어, 나
막 간장게장이 막 여기까지 꽉 찬 기분이야
이제 여기까지 또 채워야겠다
[말희의 웃음]
[당황한 웃음]
(영준) 배부른데 왜 또 드시는 거지?
(필남) 돈 아깝잖아요
네?
이왕 같은 돈 내고 먹는 거 많이 먹으면 좋잖아요
아, 아, 이런 심리 잘 모르시죠?
(필남) 허리띠 풀고 꾸역꾸역 먹으면서라도 본전 찾고 싶은 마음
압니다
있는 사람이 더한다는 얘기 들어 보셨죠?
제가 바로 그렇습니다
오늘 여기서 본전 뽑고도 남을 만큼 먹고 갈 겁니다
(영준) 씁, 자, 들어가지
[리드미컬한 음악]
알이 꽉 차 있습니다
[꿀꺽 삼킨다]
[헛기침]
어? 그럼 한 접시 더
(사장) 총각
아니, 게장 오늘만 먹고 안 먹을 겨?
아니, 그렇게 그냥 목숨 걸고 먹어
[웃으며] 아이고, 참
[미소의 멋쩍은 웃음]
이제 그만하셔도 돼요
이미 충분히 본전 뽑으셨어요
아, 그런가?
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야 돈이 아깝지 않군요
[함께 웃는다] [힘겨운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유
[힘겨운 신음]
[헛기침]
[한숨]
아휴, 너무 많이 먹었나
위장이 게로 가득 찬 느낌이군
[영준의 가쁜 숨소리]
(미소) 여기 물 있어요
혹시 체하신 거 아니죠?
난 모든 능력이 뛰어난 이영준이야
소화 능력마저 뛰어나지
이제 식사도 다 하셨으니까 집에 가시는 게…
[영준의 당황한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저 패션은…
(말희) 아, 우리 조개 캐러 가야 돼서요
저희 해마다 여기 오면 조개 캐서 요리해 먹거든요
아니, 휴가를 즐기러 와서 왜 노동을 하는 거지?
(필남) 하긴, 뭘 알겠어요
셰프들이 사시사철 좋은 재료 척척 공수해 와서 요리해 줄 텐데
싱싱한 해산물로 칼국수 해 먹고 싶어서
직접 조개 캐는 우리 심정을
[한숨]
씁, 이러니까 다른 세계 사람 같다고 한 거지, 아유
저도 가겠습니다, 조개 캐러
[긴장되는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네?
(필남) 됐어요, 평생 꽃길만 걸으셨을 텐데
갯벌 진흙 길을 걸을 수 있겠어요?
있습니다
김 비서와 함께라면 진흙 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라도 갑니다
저 바다로
갯벌
아, 갯벌로 갑니다
(치인) 아, 음식 너무 맛있네
- (세라) 너무 맛있어, 너무 맛있어 - (준환) 좋다
(치인) 자, 자, 자, 자
그래도 명색이 이게 지아 씨 집들이인데
- (치인) 우리 다 같이 건배 한번 하자 - (세라) 그럴까요? 오! [꾸르륵 소리가 들린다]
(치인) 지아 씨의 행복한 생활을
(함께) 위하여!
[함께 환호한다]
(세라) 원샷!
[치인의 탄성]
[세라의 탄성] (세라) 술이 술술, 술술, 술술 들어간다
아, 여기 너무 좋다 [긴장되는 음악]
- (치인) 아이고 - (세라) 어머, 아, 내 가방
(지아) 아, 잠깐만요!
[지아의 다급한 숨소리] [세라의 의아한 신음]
제가 닦을 것 좀 갖다드릴게요
(세라) 아이, 비싼 건데 [한숨]
고마워요, 지아 씨 센스 있다, 우리 지아 씨 [세라의 웃음]
[준환의 웃음]
(치인) 아, 선선한 줄 알았구먼 햇빛이 그냥 너무 세네, 응?
우리 좀 그늘로 옮길까, 저쪽으로?
(세라) 그러니까, 자외선은 피부의 적이죠 [긴장되는 효과음]
지금 당장 옮겨요, 옮기자, 옮기자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환) 자, 그럼 지금 내려오시죠
- (세라) 이쪽, 이쪽이 낫겠다 - (준환) 네, 이쪽으로
- (치인) 다 허리 조심해라 - (세라) 예, 예
(준환) 자, 하나, 둘, 셋
[사람들의 힘주는 신음]
(치인) 저쪽으로 가자 [긴장되는 효과음]
[사람들의 힘주는 신음]
- (준환) 하나, 둘, 자, 하나, 둘 - (치인) 으쌰으쌰 [흥미로운 음악]
- (준환) 하나, 둘, 하나, 둘 - (치인) 으쌰으쌰
- (준환) 하나, 둘, 하나, 둘 - (치인) 으쌰으쌰
- (준환) 하나, 둘 - (치인) 으쌰
[세라의 힘겨운 신음] (치인) 아이고
[사람들의 놀란 숨소리]
서프라이즈!
[웃음]
(세라) 고 대리님, 거기서 뭐 하세요?
(귀남) 말했잖아요, 서프라이즈라고
[귀남의 웃음] (치인) 서프라이즈?
네, 저도 집들이에 초대됐거든요
(귀남) 씁, 근데 전 노는 거에도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라
뭔가 재미를 주고 싶더군요
그래서 저기 김지아 씨와 짜고 이렇게 숨어 있다가 [익살스러운 효과음]
[당황한 웃음] 재미를 극대화할 타이밍을 엿보는 와중에
마침 딱 평상을 옮기시다니
[귀남의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나이스 타이밍이었습니다
[귀남의 웃음]
[함께 웃는다]
(지아) 다들 마저 식사하셔야죠
고 대리님도 드세요
드시죠 [사람들이 대답한다]
(준환) 빨리 드시죠
(영옥) 어, 고 대리님 맥주 드릴… 어머, 맥주 더 필요하겠다
그거밖에 없는데 제가 사 올게요
(세라) 아이, 내가 사 올게요 요 앞에 큰 마트 있던데
거기서, 제가 갔다 올게요 사 오면 되죠?
(치인) 아, 자기야, 웬일이고 뭐, 스스로 심부름을 간다 다 해 쌓고
(세라) 술 더 마시려면 이쯤에서 소화 한번 칵 하고 와야 하거든요
(치인) 한번 쓱 갔다 온나
(세라) 알았어요, 쓱 갔다 올게요
아이, 드시고 계세요
(준환) 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 (영옥) 소주? - (준환) 아유, 시원해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으르렁대는 효과음]
[고양이 울음 효과음]
[잔을 탁 놓는다] [숨을 카 내뱉는다]
(세라) 어? 맛있겠다
(직원) 네, 어서 오세요
- (세라) 먹어도 되죠? - (직원) 아이, 그럼요
(직원) 원 플러스 원 행사 중이에요
- (세라) 아, 진짜요? - (직원) 네 [직원의 웃음]
와, 되게 맛있다
하나 더 먹어야지
(직원) 아가씨, 혼자서 3개나 드시면 어떡해요
살 것도 아니면서
(철) 살 겁니다
하나, 둘, 셋
[웅장한 음악]
3개나 사겠습니다
그러니까 이분한테 무안 주지 마세요
가시죠, 봉 과장님
(세라) 아, 네
[헛기침]
[갈매기가 끼룩거린다]
(말희) 아휴, 진짜, 아이, 너희 부회장 오는 거야, 안 오는 거야?
(필남) 그러게, 자신도 없으면서 큰소리는 왜 쳤대?
언니!
왜 도끼눈을 뜨고 봐
좀 너무하는 거 아니야?
갑자기 찾아와서 사귄다고 하니까 당황하는 건 알겠는데
언니답지 않게 너무 매너 없는 거 아니냐고
(필남) 미소야, 언니는 너 걱정돼서…
걱정하지 말라니까
우리 부회장님 언니들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
(미소) 나 무서워할 때 지켜 주고
힘들지 않게 나 배려해 주는 사람이라고
알지도 못하면서
어머, 어머, 어머, 어머
(말희)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웬일이니, 웬일이니
[미소의 놀라는 신음] [무거운 효과음]
[비장한 음악]
늦어서 죄송합니다
[무거운 효과음]
부회장님, 그런 건 다 어디서 준비하신 거예요?
(영준) 할 거면 완벽하게 하자는 게 내 철학이라
(필남) 장비만 있다고 완벽하게가 되나
우리처럼 다년간 다져진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야지
언니
그럼 우리 대결 한판 할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 (말희) 대결? - (미소) 이렇게 편먹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 이렇게 편먹고
진 팀이 이긴 팀 소원 들어주기, 어때?
(말희) 콜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러든지
[바람이 휭 분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헛웃음]
김 비서
(영준) 대결이라니까 열심히는 하겠는데
씁, 어떤 소원을 말할 생각이지?
아, 부회장님 미워하지 말라고요
[웃음]
피로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기분이군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힘주는 숨소리]
좋았어
돌멩이
[힘주는 신음]
이 스폿은 아닌 거 같군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로봇 작동 효과음]
[힘주는 신음]
이제야 되는군
[힘주는 신음]
조개, 아휴
[힘겨운 신음]
바지락
[힘주는 신음]
수거만 남았군
[헛기침]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미소) 우리가 이겼지?
(말희) 아유, 그러네, 치
축하해, 미소야
부회장님
[날카로운 효과음] [말희의 놀라는 신음]
그래서 우리 미소 소원이 뭐야?
어, 내 소원은
언니들이 부회장님 안 미워하는 거
[밝은 음악]
아닙니다, 미워하셔도 괜찮습니다
(영준) 다만
쭉 지켜봐 주십시오
제 마음이 진심이라는 거 꾸준히 확인시켜 드리겠습니다
[한숨]
그래, 이만 가요, 가자
[필남의 놀라는 신음]
[영준의 탄성]
괜찮으세요?
(필남) 예
근데 손이 왜 그렇게 차요?
(미소) 봐 봐요
혹시 체한 거 아니에요?
어쩐지 아까 간장게장을 급하게 많이 드신다 싶더니만
- (영준) 아니, 그게… - 얼른 따라와요, 소화제라도 먹게
(영준) 아니, 김 비서, 그게 아니라
- (영준) 조개는 좀 가져가야… - (미소) 아니에요
- (영준) 조, 조개, 조개 - (미소) 얼른요
(말희) 언니, 우리한테 잘 보이려고 많이 먹다가 체했나 보다
그렇지?
그러게 뭐, 누가 체할 때까지 먹으랬나
치, 난 솔직히 좀 놀랐어
(말희) 뉴스나 이런 데서 봤을 땐 엄청 도도해 보였는데
여기까지 찾아와서
언니 구박 받아 가며 이렇게 노력하는 거 보니
우리 미소 엄청 아끼긴 하는 거 같아 안 그래?
[잔잔한 음악]
난 성 기능 장애 있는 게 좀 걸려서 그렇지
뭐, 사람은 괜찮은 거 같은데
뭐, 그것도 처형이 전문가니까 치료 가능할 거고
뭐, 처형?
[웃음]
아유, 난 마음에 든다니까
(말희) 그러니까 언니도 마음 좀 열어 봐
아이, 야, 덥다, 가자
(필남) 아유, 들어
- (필남) 이거 들어 - (말희) 에이, 진짜, 이거 무겁잖아!
(말희) 아이씨!
[미소가 탁탁 칼질한다]
(필남) 손 줘 봐요
(영준) 저 괜찮습니다
(필남) 괜찮긴요, 체할 때는 따는 게 직방이에요
(영준) 아이, 그래도…
- (미소) UFO다 - (영준) 어디?
[영준의 아파하는 신음] (영준) 아, 피
아, 피
피가 났군요
[미소의 웃음]
(필남) 이제 들어가 좀 쉬어요 몸도 안 좋은데
(영준) 아닙니다, 말끔히 나았습니다
저도 돕죠
아니에요, 저희끼리 하면 돼요
(말희) 저, 그러면 이거 좀 반죽해 줄래요?
아니, 원래 아빠 담당인데 지방 공연 행사 때문에 못 오셔 가지고
아유, 막 연약한 팔로 하려니까 좀 빡세네요
(미소) 무슨
(영준) 아, 이리 주시죠, 네
[미소의 놀라는 신음]
[필남의 놀라는 신음]
아유, 부회장님, 조금만 살살
[멋쩍은 웃음]
(영준) 아, 근데 정말 속이 좀 편해진 거 같습니다
다음에 체하면 또 따 주죠, 뭐
다음…
[밝은 음악]
(미소) 살살, 조금만 살살
(치인) 아, 그라모 우린 뭐 맥주나 한잔하러 갈까? 응?
(지아) 바로 옆에 호프집 있어요
- (치인) 응, 가자 - (준환) 가시죠
(세라) 아니, 다들 어디로 가요?
(지아) 어? 아, 비가 한두 방울 오는 거 같아서
실내로 이동하려고요
아니, 그럼 진작 전화를 하지
그럼 괜히 돈만 썼…
아니, 그럼 이건 지아 씨 이사 선물로 주면 되겠네요
(지아) 아, 이렇게 많이
(치인) 자, 그라모 가자
(준환) 가시죠
[세라의 개운한 숨소리]
[준환의 탄성]
(준환) 아, 이거 아무도 없어서 그런가 되게 조용하네요
(치인) 그러게, 아니, 왜 다들 말이 없노, 응?
아니, 뭐 좀 재밌는 거 이런 거 없나? 응?
(영옥) 재밌는 게 뭐 있겠어요 맨날 보는 이 멤버들끼리
(준환) 아이, 감사합니다 [저마다 감사 인사를 한다]
(호프집 사장) 맛있게 드세요
- (집주인) 신우 엄마 - (호프집 사장) 아, 네
(집주인) 저 앞 사거리에 공원 만들기 추진 중인 거 알지?
[호프집 사장이 대답한다] 그거 찬성한다고 여기다 사인 좀 해 줘
어?
- (집주인) 301호 아가씨도 와 있네? - (지아) 아, 네
아가씨도 여기에 사인 좀 해요
[지아의 탄성] 아가씨랑 옥탑 총각 사인만 못 받았거든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아) 아, 그래요?
- (지아) 요, 요, 요, 요기요 - (집주인) 응?
(집주인) 어, 예, 고마워요 [지아의 어색한 웃음]
(지아) 네
[문소리가 들린다]
(치인) 자기야, 뭐 하노?
오징어로 얼굴 가리고
(귀남) 아, 그게…
[귀남의 웃음]
'복면가왕'입니다
(치인) 어? [준환의 웃음]
- (준환) 아니, '복면가왕'요? - (귀남) 네
(귀남) 아, 부장님이 방금 재밌는 거 없나 말씀하셔서
제가 재미나게 노래 한 곡 불러 드리려고요, 네
- (귀남)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준환) 아, 예
[귀남이 목을 가다듬는다]
[사람들의 어색한 웃음]
[심장 박동 소리를 흉내 낸다] [심장 박동 효과음]
♪ Can you feel my heartbeat? ♪
(귀남) ♪ Listen to my heartbeat beating for you ♪
♪ Listen to my heartbeat waiting for you ♪
♪ 끝났다는 걸 아직도 몰라 ♪ [우두둑거리는 효과음]
♪ 왜 이러는지… ♪
(치인) 스톱, 스톱!
왜, 왜 그러시죠?
아무리 출세하고 싶다지만 뭐,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그게 무슨, 출, 출세라니요?
(치인) 어디서 뭐, 우리 부속실이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말 들었겠지, 어?
[리드미컬한 음악] 그래서 부속실로 옮기고 싶었을 거고
씁, '부속실로 옮기고 싶은데 누구한테 잘 보여야 되지?' 하다가
결국에는, 응?
'이 부속실의 실세인 정 부장 라인을 좀 타야겠다'
라는 결론에 도달했겠지
[웃음]
내 말 맞제?
[귀남의 당황한 웃음] (영옥) 에이, 설마요
(치인) 설마는
[익살스러운 효과음]
내가 고리대학 나왔다 아이가
[치인의 웃음]
아, 그러니까 학연으로 내한테 들이민 다음에
뭐, 방금 전같이 이렇게 노래 불러 갖고
내 비위를 맞춘 다음에, 어?
[웃으며] 내한테 좀 줄 좀 대 보려고 그라는 거 아이가?
고귀남 씨, 맞제?
네, 맞습니다, 예
[함께 웃는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철이 목을 가다듬는다]
양 비서님이 노래하시려고요?
(철) 그럼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 노래 한번 불러 보도록 하겠습니다
[탄성]
[목을 가다듬는다]
(철) ♪ 지금 이 순간 ♪
♪ 내 모든 걸 ♪
♪ 내 육신마저 내 영혼마저 다 걸고 ♪
♪ 던지리라 ♪
♪ 바치리라 ♪
♪ 간절한 기도 ♪
♪ 절실한 기도 ♪
♪ 신이여 허락하소서 ♪
[반한 숨소리]
[함께 환호한다]
[귀남의 환호성] (준환) 와, 양 비서님, 와
[세라의 들뜬 숨소리] (치인) 뭐고, 이거
[준환의 탄성]
[철의 놀라는 신음]
(철) 조심하세요, 봉 과장님
[술 취한 말투로] 앞으로 조심하세요
뭘 조심할까요?
그냥 다 조심하세요
뽕 주워 주면서 끼 부리지 말고
츤데레처럼 소시지 3봉지 사 주지도 말고
♪ 지금 이 순간 ♪
(세라) 하면서 나 홀리지도 말라고요!
[세라가 혀를 쯧 찬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왜 따라와요, 왜
많이 취하신 거 같아서 넘어지실까 봐
하, 또 끼 부리네?
그럼 좀 지켜 주든가
(세라) 씁, 이상하네?
나 눈 되게 높은데 양 비서 조금 마음에 드네
[세라의 딸꾹질]
사귀자고 말할까?
안 돼, 안 돼, 창피하니까 절대 먼저 말아야지
여자가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사귀자고 먼저 말해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자
[철의 놀라는 신음] [극적인 음악]
[갈매기가 끼룩거린다]
(말희) 어때요? 직접 캔 조개로 칼국수도 만들고 파전도 만들고
엄청 맛있죠?
(영준) 네, 내년 행사에도 꼭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저
그건 더 두고 볼 문제고요
네 [함께 웃는다]
아, 그런데 해마다 여기서 이렇게 조개 캐면서 휴가를 보내시는 겁니까?
네, 늘 아빠도 함께 와서 조개 캐고 놀아요
좀 독특한 가족 문화군요
그런가요?
[함께 웃는다]
엄마랑 약속했거든요
약속요?
미소가 4살 때였어요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필남) 아빠가 해변 가요제에 나가시겠다고
[젊은 미소 부가 흥얼거린다] 옆집 차까지 빌려서 다 같이 가던 중이었어요
내가 사랑하는 음악과
(젊은 미소 부) 시원한 바람과 내 가족과 함께라면
난 어디든지 갈 수…
[불안한 음정으로] ♪ Cause I already know ♪
(어린 미소) 아빠, 노래를 왜 이렇게 못해?
그게 무슨 말이야?
(미소 모) 왜, 아빠 완전 명품 보이스야
(젊은 미소 부) 그래, 그럼, 내가 오늘 꼭 우승해서
엄마 생일 선물로 가슴에 트로피를 탁 안겨 준다
그리고 수상 소감으로는
당신 이름을 샤우팅해 줄게
[함께 웃는다]
(미소 모) 아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젊은 미소 부가 호응한다]
(어린 미소) 바다다!
- (어린 필남) 와, 진짜 바다네? - (어린 말희) 와, 바다네?
(어린 필남) 신기하고 예쁘다
[아이들의 웃음]
아직 시간 여유 좀 있는데
우리 잠깐 들렀다 가면 어때요?
좋죠
(젊은 미소 부) 얘들아, 우리 바다 들렀다 갈까?
(아이들) 네!
[아이들의 환호성]
[아이들의 신나는 탄성]
(젊은 미소 부) [기타를 퉁기며] 음, 음
[목을 가다듬는다]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자, 그만 가…
(미소 모) 왜요, 뭐 잃어버렸어?
(젊은 미소 부) 차 키
뭐라고요?
[갈매기가 끼룩거린다]
나 정말 못난 남편이다
당신 생일날 트로피 안겨 주고 싶었는데
걱정이나 안겨 주고
당신 최악의 생일이겠지?
(미소 모) 아니야, 가요제 못 가서 당신이 더 속상하지
(어린 미소) 찾았다, 미소가 찾았어요
(젊은 미소 부) 정말이야? 진짜?
[잔잔한 음악]
[미소 모의 웃음] [젊은 미소 부의 탄성]
차 키를 찾았다는 게 아니라 조개를 찾았다는 거야?
응, 미소 조개 처음 봐
이거로 맛있는 거 해 먹자
(미소 모) 그러려면 좀 더 필요하겠는데?
얘들아, 우리 다 같이 조개 찾고 놀까?
[아이들이 대답한다]
- (젊은 미소 부) 가자, 가자 - (미소 모) 가자
[아이들의 환호성]
[젊은 미소 부의 놀라는 신음] (미소 모) 아, 미안, 미안, 미안
당신은 차 키 좀 더 찾아요 내가 애들 데리고 놀게
(젊은 미소 부) 아니 [미소 모의 의아한 신음]
마이클 제이 폭스가 얘기했지
'가족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족은 나의 모든 것이다'
차는 업체 불러서 맡기면 되고
가요제는 내년에 나가면 되고
그저 오늘은 나의 모든 것 내 가족에게 집중하겠어
진짜 그래도 돼요?
그럼, 그동안 바쁘다고 애들이랑 놀러도 못 갔잖아
씁, 오늘 우리 가족 즐겁게 놀라고
(젊은 미소 부) 이런 일이 생긴 거 아닌가 싶어
(미소 모) 당신 못난 남편도 아니고
나 최악의 생일도 아닌데?
당신 덕분에 이렇게 우리 가족 다 같이 즐겁게 놀고 있잖아
유명한 헤비메탈 보컬리스트 라파엘 코디가 말했지
(어린 미소) 쉬, 미소 쉬 마려워!
쉬
(미소 모) 당신 딸 김미소가 말하네요 쉬 마렵다고
[젊은 미소 부의 헛기침]
(젊은 미소 부) 그래, 가자, 아빠랑 가자
(미소 모) 우리 해마다 엄마 생일 때 여기 놀러 올까?
(어린 미소) 진짜? 와, 신난다!
엄마는 다음 해까지 그 약속 지키시고 결국 돌아가셨어요
[한숨]
잠깐, 가만
그럼 오늘이…
네, 엄마 생신이에요
[영준의 옅은 탄성]
(필남) 우리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라도 뚜렷하게 남아 있지만
우리 미소는 너무 어려서
엄마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을 거예요
그 부분이 마음이 항상 아파요, 전
오늘 나 때문에 마음 상했다면 미안해요
아휴
(필남) 겪어 보니까 좋은 사람인 거 알겠네요
우리 미소도 많이 좋아해 주고
근데 전
엄마를 일찍 떠나보낸 우리 미소가
좋은 가정 꾸려서 사랑받고 살길 바라요
그래서 평범하지 않은 사람을 만난 게 염려됐던 게 사실이고요
[잔잔한 음악]
염려하실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김 비서가 행복해지는 건
두 분 못지않게 저도 바라는 바이니까요
[옅은 웃음]
[키보드를 탁탁 친다]
[의미심장한 음악]
(미소) 우리를 잡아갔던 그 여자
인상착의도 기억 안 나세요?
탈출할 때 상황도 전혀 기억이 없어요? 단 하나도?
(미소) 이 둘 중에 누가 오빠예요?
[한숨]
[한숨]
이런 얘기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현이라는 아이가 부회장님인 거 같아서
[걱정하는 신음]
[다가오는 발걸음] [이 회장의 헛기침]
(이 회장) 아니, 혼자서 뭘 해, 응?
[이 회장의 헛기침]
아, 그, 표정은 왜 또 그렇고
왜, 그, 무슨 일 있어?
여보, 아무래도
이제 애들한테 말할 시기가 온 거 같아요
뭐?
더 이상 묻어 둘 수 없을 것 같아요
[이 회장의 한숨]
나 어느 정도 인정받은 거 같군
그러게요
가장 영향력 있는 30대 CEO로 인정받았을 때보다 기쁘네
[웃음]
[옅은 웃음]
근데 마음에 좀 걸리는군
어머님 생신 같은 중요한 날인 거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텐데
이런 날은 가족끼리 의미 있는 시간 보내는 게 맞잖아
아니에요 부회장님이 이렇게 와 주셔서
또 저를 위해서 노력해 주셔서 전 너무 기뻤어요
언니들도 부회장님이 이렇게 좋은 분이라는 거 알았으니까
좋았을 거예요
(미소) 우리 가족은 엄마 기일에는 가장 슬프게
그리고 엄마 생신날은 가장 즐겁게 보내거든요
김 비서 가족들 참 좋은 분들이신 거 같아
아, 물론 어머님도 무척 좋은 분이셨을 거 같고
맞아요, 참 좋은 분이셨죠
[차분한 음악]
이 바닷가를 다녀간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건강했던 엄마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아이들의 신나는 탄성]
(미소) 아빠는 간호하느라 병원에 매여 있었죠
그래서 전 늘 혼자였어요
엄마랑 노는 친구들을 보면서 어찌나 부럽던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아이 엄마1) 그럼, 같이 놀아야지
(아이 엄마2) 엎어 주세요, 여기 엎어 줘 여기 엎어 주세요
(미소 모) 미소야
(어린 미소) 엄마!
[미소 모의 힘주는 신음]
(어린 미소) 엄마
나랑 잡기 놀이 하자 엄마가 미소 잡아 줘
- (미소 모) 그럴까? - (어린 미소) 응
(미소 모) 알았어, 출발
(미소) 엄마가 와서 너무 좋았는데
정말 행복했는데
알고 보니 병원에선 더 이상 손쓸 수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대요
그 아픈 몸으로 뛰어다니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미소) 하지만 그 기억이 없었더라면
저는 금방 엄마를 잊었을지도 몰라요
전 너무 어렸고 엄마와 나눈 추억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군
(미소) 그러니 부회장님도 말하기 힘든 아픈 기억이 있다면
언젠가는 제게 말해 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게 언제든 기다릴게요
전 이제 언제까지나 부회장님 옆에 있을 거니까요
[영준의 한숨]
(필남) 온 김에 좀 더 놀다 가면 좋을 텐데
말했잖아, 점심때 쇼케이스가 있다고
다음에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천천히 놀다 와
조심히 올라가
우리 미소 잘 부탁해요
네
갈게
[자동차 시동음] [의미심장한 음악]
(성연) 표정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 무슨 얘기예요?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죄책감 때문에
힘들어하지도 말고
지금부터 엄마가 하는 얘기 잘 들어
24년 전 그날
[어두운 음악]
(최 여사) 24년 전 그날
유괴됐던 사람은
네가 아니야
내가 맞아
분명해
분명히 내가 겪은 일이라고
[떨리는 숨소리]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회자) 자, 그럼 소프트웨어의 대혁명
AI 분석 툴 B DATA를 소개합니다!
[영준의 웃음]
뭘 그렇게 맛있게 먹고 있어?
(미소) 어머, 아, 죄송해요, 조금 출출해서
아, 기념 촬영은 다 끝나셨어요?
어, 겨우
복잡하고 정신없군
얼른 들어가서 씻고 쉬고 싶어
이제 축하 공연만 하면 다 끝이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뒤에 다른 일정은 없는 거지?
네, 대외 일정으로 피곤하실 테니
일부러 비워 둔 그대로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역시 김 비서밖에 없군
(남자) 이영준 부회장
[영준의 한숨]
저쪽에 앉아서 편히 쉬고 있어
네
(영준) 가시죠
(사회자) 지금부터 UK 소프트웨어 쇼케이스의 축하 공연
마술사 최현우의 매직 쇼를 시작하겠습니다!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환호성] 뜨거운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의 환호성]
어떻게 여기…
내 기억이 잘못된 거라는데
네 생각도 그래?
대답 못 할 정도로
곤란한 질문인가?
(마술사) 자, 그럼 오늘 매직 쇼를 빛내 주실 특별한 게스트
모델 김나연 씨를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사람들의 환호성]
[긴장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또각또각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성연) 그건 내 기억이 잘못됐다는 뜻이야?
[음산한 효과음]
[놀라는 숨소리]
나 종종
(성연) 의미를 알 수 없는 어린 시절 꿈들을 꿨어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꿈속의 기억에
(여자) 아빠는 회사 가셨잖아
무슨 헛소리를 계속하는 거야!
[미소의 떨리는 숨소리] (어린 미소) 이모가 이상해졌어, 오빠
[미소의 떨리는 숨소리] (소년) 아니야, 미소야, 저건 이모가 아니야
거미야, 커다란 거미
(어린 미소) [울먹이며] 오빠, 나 무서워
(소년) 미소야, 거기 있어, 여기 오지 마
(어린 미소) [울먹이며] 안 돼, 오빠, 미소만 두고 가지 마
바보야, 오지 말라고
[미소의 떨리는 숨소리]
기억났어
[가쁜 숨소리]
(성연) 미소야, 미소야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미소야, 정신 차려, 미소야!
김미소!
[영준의 다급한 신음]
(영준) 김 비서, 정신 차려
김미소
김미소! [서정적인 음악]
(영준) 내가 누군지 압니까?
미소한테 뭐라 그랬어
(영준) 뭐라고 했길래 갑자기 쓰러진 거야
[자동차 경적]
(미소) 세상에 끝까지 숨길 수 있는 일은 없어요
.김비서가 왜 그럴까↲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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