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서가 왜 그럴까 9
(미소) 그 숱한 고백에 너무 늦게 답해서 죄송해요
저
부회장님 좋아해요
(여자) 같이 가자 [어두운 효과음]
혼자 가긴 싫어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울린다]
너희가 같이 가 줘
[영준의 놀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애절한 음악]
[풀벌레 울음]
(영준) 잠깐
이제 확실히 하는 게 어때?
네?
우리 썸 청산, 연애 시작, 맞지?
- 맞습니다 - (영준) '맞습…'
[발랄한 음악]
아, 누가 들으면 퀴즈 프로그램 MC인 줄 알겠어
뭐 이렇게 딱딱한가?
맞으니까요
[살짝 웃는다]
[옅은 신음]
[피식 웃는다]
(영준) 같이 가
내 여자! [미소의 놀란 숨소리]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같이 가, 내 여자!
[미소의 당황한 신음]
[사람들의 웃음]
[미소와 영준이 피식 웃는다]
내 여자, 같이 가지? [미소의 웃음]
[미소가 살짝 웃는다]
(미소) 조심히 가세요, 부회장님
왜 그렇게 보세요?
헤어지기 아쉬워서
[놀란 숨소리]
[잔잔한 음악] [미소가 살짝 웃는다]
(영준) 김 비서, 전에도 얘기했지만
난 머리도 좋고 외모도 훌륭하고 돈도 아주 많고 능력도 있어
그러니까
나한테 시집와
가능한 한 빨리
[당황한 웃음]
아니, 사귄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프러포즈라니
너무 성급하신 거 아닌가요?
[숨을 들이켠다]
더 성급했던 사람이 누군데
네?
아니야, 아무것도 [미소가 살짝 웃는다]
얼른 들어가지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옅은 한숨] [도어 록 작동음]
[피식 웃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피식 웃는다]
[잔잔한 음악]
[어린 미소의 웃음]
[장난감 작동음]
(어린 미소) 뛰뛰뛰, 주차, 뛰뛰
[옹알거린다]
출발!
[웃음]
와, 재밌다
이제 오빠가 타
오빠니까 특별히 미소가 밀어 줄게
고마워
저기, 근데 오빠, 있잖아 미소 오빠랑 결혼할래
겨, 겨, 결혼?
응, 오빠 왕자님 같아
[웃으며] 약속
(소년) 다음에 오빠가 미소 보러 다시 올게
[피식 웃는다]
도저히 안 되겠군
[자동차 엔진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아니, 왜 다시 오신 거예요?
(영준) 밤새 보고 싶을까 봐
[살짝 웃는다]
김 비서 말이야
김 비서가 날 밤새 보고 싶어 할까 봐 왔다고
[기가 찬 웃음]
[피식 웃는다]
[미소가 살짝 웃는다]
알고 있지?
난 절대 기회를 두 번 주는 사람이 아닌 거
근데 김 비서에게만큼은 두 번, 세 번 더 기회를 주고 싶어
날 볼 수 있는 기회
[살짝 웃는다]
어때? 나한테 특별한 존재가 된 게 영광스럽지 않나?
네, 영광입니다
[피식 웃는다]
좋은 꿈 꿔, 김 비서
(영준) 좋은 꿈이라면 무슨 꿈인지 알겠지?
그럼요, 부회장님 꿈 꿀게요
[피식 웃는다]
한 번만 더 안아 보자
나도 오늘은 좋은 꿈 꿀 수 있을 거 같군
[감미로운 음악]
[미소의 힘주는 신음]
(미소) 내일 오전에 임원 회의가 있습니다
얼른 들어가셔서 숙면을 취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피식 웃는다]
오늘은 그 잔소리도 들을 만하군
얼른 들어가, 김 비서
먼저 들어가세요
[살짝 웃는다]
[영준의 한숨]
아이…
[자동차 시동음]
[도어 록 작동음]
[피식 웃는다]
입꼬리 너 내려와라
으응?
[피식 웃는다]
못 말리겠군
(어린 미소) 약속
(소년) 다음에 오빠가 미소 보러 다시 올게 [무거운 음악]
정말? 정말 미소 보러 오는 거지?
(소년) 응
오빠 이름 절대 안 잊어버릴게
이성연 오빠
[한숨]
그래, 확실히 성연 오빠였어
[한숨]
[의아한 숨소리]
(유식) 씁, 아, 어디 아픈가?
생전 안 하던 짓을 하네?
(미소) 네?
(유식) 아, 영준이 말이야
오전 회의 때도 졸더니 지금 또 자고 있는데?
또요?
오늘 아침에도 늦잠 자느라 임원 회의 늦으실 뻔했는데
[의아한 숨소리]
한시도 긴장을 늦추는 법이 없는 천하의 이영준이
뭔 일이래?
그러게 말이에요
[숨을 씁 들이켠다]
아참
내가 재미있는 거 보여 줄까?
재밌는 거요?
[발랄한 음악] [살짝 웃는다]
[새근거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유식) [작은 목소리로] 부회장님
어, 왜?
[미소의 놀란 숨소리] [유식이 키득거린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
[유식이 키득거린다]
아니, 세상에, 자면서도 대답을 하다니
이영준의 뇌는 24시간 풀가동인가?
그러게요, 저도 방금 알았어요 [유식이 피식 웃는다]
(유식) 아, 근데 또 이렇게 풀어진 모습은 처음 보네
아, 뭐, 엄청난 심경의 변화 같은 거라도 있었어?
[휴대전화 진동음]
어, 설 비서, 어, 지금 가
그, 자료 좀 준비… [통화 종료음]
끊었네, 그럼 수고해, 김 비서
[잔잔한 음악]
[새근거린다]
[괴로운 숨소리]
(미소) 부회장님, 부회장님!
[놀란 숨소리]
[옅은 한숨]
[잔잔한 음악]
(미소) 그땐 가위눌리다 깨더니 지금은 편안해 보이네
[놀란 숨소리]
자는 사람 보다 말고 어디 가는 거지?
[놀란 숨소리]
부회장님, 누,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래요?
(영준) 여기 누가 함부로 들어온다 그래? 신경 쓰지 마
(미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뭐야?
잠들어 있던 욕망을 일깨웠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되는 거 아닌가?
잠들어 있던 뭐, 뭐, 뭐요?
(영준) 욕망
(미소) [놀라며] 어머
요, 욕망, 어, 어떻게 그렇게 당황스러운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내뱉을 수가 있어?
[피식 웃는다] [미소의 당황한 신음]
각오해
이제 달리는 속도 조절 안 할 테니까
[피식 웃는다]
[숨을 씁 들이켠다]
[영준의 힘주는 숨소리]
아, 근데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
그랬던 적이 없는데 계속 주무셔서요
어제 이후로 편안해졌어
더 이상 악몽도 안 꿀 것 같고
네?
최 박사님께 연락해서
이제 신경 안정제 처방 안 해 주셔도 된다고 말씀드려
진짜 괜찮아지신 거예요?
아프지 않아
이제는
(미소) '이제는'
[잔잔한 음악]
[의아한 숨소리]
왜 그렇게 보는 거지?
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제가 찾던 오빠
진짜 작가님이 맞나요?
[옅은 한숨]
당연한 걸 왜 묻는 거지?
[살짝 웃는다]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전 자꾸 부회장님이 그 오빠 같아서요
(미소) 그동안 트라우마 있는 사람처럼
악몽에 시달리면서 힘들어했던 것도 그렇고
또 발목에 있는 상처도 그렇고…
(영준) 좋아하는 남자가 기다리던 오빠이기까지 하면 금상첨화겠지만
그 오빤 내가 아니야
악몽도 상처도 그 일과는 상관없어
그리고 그 오빠든 아니든 그게 무슨 상관이지?
김 비서가 날 좋아하는 마음이 달라지기라도 하는 건가?
아니요, 변함없습니다
그것과는 상관없이 전
부회장님이 좋으니까요
[살짝 웃는다]
그럼
더 주무세요
[함께 살짝 웃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지아) 네, 저는 7시쯤 갈 거 같아요
아, 비번 문자로 넣어 드릴 테니까
혹시 먼저 도착하시면 문 열고 들어가서 짐 좀 넣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네
[통화 종료음] [지아가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살짝 웃는다]
저 오늘 이사하거든요
[지아의 웃음] (미소) 평일인데요?
평일에 해야 더 싸죠
이제 막 취업해서
부모님이 오피스텔 보증금에 이사비까지 다 내 주시는데
조금이라도 더 싸게 해서 효도해야죠
[살짝 웃는다]
근데 부모님이랑 살다가 막상 자취 시작하면 힘들 텐데
음, 그래도 김 비서님 같은 커리어 우먼이 되려면 어쩔 수 없죠
[함께 웃는다]
가까운 데 살면서 일에 더 집중할 거예요
[지아의 웃음]
근데 지금 사업 팀 회의 갈 시간 아니에요?
네?
(지아) [놀라며] 어, 맞는다
[지아의 다급한 숨소리]
[멋쩍은 웃음]
앞으로는 더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미소의 웃음]
- (지아) 다녀올게요 - (미소) 그래요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이 멈춘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키보드를 탁탁 친다]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에이전트) [놀라며] 작가님, 많이 기다리셨죠?
(성연) 아닙니다
어, 북 콘서트 반응이 정말 좋아요
오늘 저희 에이전시 마비될 뻔했다니까요
[살짝 웃는다] (에이전트) 방송 출연 요청에, 인터뷰에
앞으로도 활동 계속하실 거죠?
아니요, 생각 없습니다
왜요? 활동하시면 좋을 텐데
말씀도 잘하시고
저 진짜 북 콘서트 재밌게 들었거든요
특히 마지막에 좋아하시는 분께 고백하실 때
[탄성]
그 자리에 그분도 계셨던 거죠?
아, 엄청 감동하셨겠어요
[중얼거린다]
[옅은 한숨]
[숨을 씁 들이켠다]
[인터폰 조작음] - 어, 설 비서 - (마음) 네
아, 그, 최 비서가 예비군 가서 그러는데
설 비서가 운전 좀 해 주겠어?
나 가는 길에 서류 검토를 한 번 더 해야 될 거 같아서
네, 맡겨만 주세요
실수 없이 잘 모시겠습니다, 사장님
[살짝 웃는다]
저승길로 모시는 건 아니겠지?
아이, 그럴 리가요
[마음이 살짝 웃는다]
[유식과 마음의 웃음]
[숨을 들이켠다]
[살짝 웃는다]
[인터폰 알림음]
(미소) 부르셨습니까?
(영준) 오늘 점심 같이 할 수 있지?
네, 따로 오찬 일정 없으셔서 가능합니다
우리가 연인이 된 후로 처음 하는 식사니까
좀 스페셜한 곳이었으면 좋겠어
네, 스페셜한 곳으로 예약해 두겠습니다
늘 가던 곳 말고 새로운 곳으로 말이야
네, 새로운 곳으로 리스트 업 해 두겠습니다
아, 케이크도 준비하는 거 어떨까?
이 특별한 순간을 기념해야지
네, 좋아하시는 레어치즈케이크로 준비하겠습니다
좋아…
[익살스러운 음악] [영준의 의아한 숨소리]
(영준) 뭐지? 이거 연인 사이에 나누는 대화 맞아?
(미소) 늘 하던 일인데 이상하게 기분이 그러네
유치하지만 초라도 꽂아야 되나?
[피식 웃으며] 아니요, 초는 무슨
그래도 우리의 시작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내가 애써 준비한 건데
준비는 제가 한 겁니다 예약은 제가 했으니까요
[영준이 숨을 들이켠다]
[영준이 콜록거린다]
(셰프) 음식이 입에 맞습니까?
아, 네, 너무 맛있어요
(셰프) [영어] 감사합니다,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세요
[한국어] 누가 보면 비서인 줄 알겠어요
[셰프가 살짝 웃는다]
맛있게 드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영준과 미소의 한숨]
(영준) 우리 회사 들어가지 말고 데이트나 좀 할까?
(미소) 네?
(영준) 산책도 좀 하고 영화도 한 편 보고
(미소) 안 됩니다
뭘 그렇게까지 정색을 하나?
어차피 오후에 일정도 없는데
그래도 자리는 지키셔야 합니다
업무 시간에 사적인 일
특히 데이트를 하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숨을 씁 들이켠다]
헷갈리는군
네?
이럴 땐 비서 같고
이럴 땐 연인 같고
[잔잔한 음악]
우리 정리가 좀 필요할 거 같아
정리라니요?
(영준) 그동안 당연하게 김 비서에게 받아 온 서포트가
지금은 마치 나를 나쁜 남자로 만드는 거 같아서 기분이 별로야
이를테면 아까처럼 나한테 물을 따라 준다거나
남자 손수건을 챙겨 다니면서 건네주는 식의 행동 말이야
이게 일반적인 연인의 모습은 아니지 않나?
그건 어쩔 수 없어요
부회장님보다 한발 앞서
부회장님을 편하게 만들어 드리는 게 제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정리를 하자는 거야
(영준) 앞으로 김 비서는 업무적인 백업만 하지
그 외의 개인적인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래도 그건 좀…
아무 말 말고 그렇게 해
이기적인 상사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기적인 연인이 되는 건 싫거든
[피식 웃는다]
(유식) 씁, 음…
[입술을 부르르 턴다]
오케이, 오케이
설 비서, 또 실수하는 거 아니지? 길 헤매면 안 돼
걱정 마세요
(마음) 저 이 동네 잘 알아요
눈 감고도 찾아 갈 만큼
영원히 눈 감는 건 아니겠지?
[마음의 웃음]
보세요, 저기 다 왔잖아요
오, 웬일이야? 설 비서가 실수를 안 하니까
더 불안하네?
[함께 웃는다]
[신호등 알림음]
[아련한 음악]
어? 저분
사장님 전 와이프님 맞죠?
[유식의 씁쓸한 숨소리]
[자동차 경적]
[어색한 웃음]
아이, 뭐, 그냥 남사친일 수도 있죠
[마음의 어색한 웃음]
[유식의 한숨]
[마음의 한숨]
(마음) 아, 차라리 제가 길을 헤맸으면 못 보셨을 텐데
하, 맨날 실수만 하다가 하필 이럴 때만 실수를 안 해 가지고
죄송해요
아이, 됐어
나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심란한 숨소리]
[한숨]
[옅은 한숨]
아니지, 아니지
뭐 필요하신 거라도…
무관심
김 비서의 무관심과 불성실이 필요해
(치인) 아유, 회의실에서 말을 마이 했더니만
내가 진짜, 아, 목이 아파 죽겠네
(준환) 고생하셨습니다
[세라의 힘겨운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치인) 옴마야
[세라의 놀란 숨소리]
[복사기 조작음]
[복사기 작동음]
아이고, 부회장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복사를 하실 일 있으면 저한테 말씀을 하시지요
- (준환) 제가 하겠습니다 - (세라) 아, 제가 할게요, 부회장님
아닙니다, 이미 다 했고 이 복사기도 마스터했습니다
[세라의 놀란 숨소리]
(영준) 일반 복사, 확대 복사, 축소 복사 모두 다 섭렵했으니
앞으로 제 복사는 제가 합니다
[스테이플러 조작음]
[영준의 헛기침]
[직원들의 다급한 신음] [날렵한 효과음]
감사합니다
[발랄한 음악]
왜들 그러세요?
김 비서님, 혹시 자리 비우셨어요?
아니요, 저 데스크에 쭉 앉아 있었는데요?
[직원들의 놀란 숨소리]
(영옥) 근데 어떻게 이런 일이…
왜요, 무슨 일이길래?
(세라) 글쎄 부회장님께서 직접 복사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네? 복사를요?
(치인) 예
저 진짜로 심장 멎는 줄 알았습니다
들었제, 내 심장 안 뛰는 거? 어?
[치인의 힘주는 신음]
- (지아) 네 - (세라) 네
[당황한 숨소리]
[어색한 웃음]
[어색한 웃음]
아, 뭐지, 이 당황스러운 상황은?
(지아) 저, 김 비서님 [놀란 신음]
전무실 가 보셔야 될 거 같아요
박 전무님께서 찾으신대요
아, 알겠어요
[살짝 웃는다]
[한숨]
[새가 짹짹 지저귄다]
(치인) 아니, 부회장님 쿠키 있잖아 그거 억수로 고급지고 맛있어 보이던데
딱 한 개만 묵어 뿌까? 어?
[의미심장한 효과음] [치인과 세라의 놀란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날렵한 효과음]
드릴까요?
(치인) 어, 아입니다
방금 들으신 망언은 좀 잊어 주십시오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제가 부회장님 쿠키에 손댄 적 없습니다
맞잖아, 응?
(세라) 예
[익살스러운 효과음] [세라의 당황한 신음]
[냄새를 씁 맡는다]
예
(미소) 지금 부회장님께서 직접 다과를 준비하신 거예요?
(세라) 예, 제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진짜 무서웠어요
(준환) 오늘 대체 왜 저러시는 거예요?
복사에 다과 준비까지 직접 하시고
아! 난 알 거 같다
[치인이 숨을 후 내쉰다]
(치인)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좀 모여 봐 봐
모여 있잖아요, 지금
(치인) 씁, 아, 좀, 니는 좀…
[치인의 심란한 숨소리]
아무래도
정리 해고를 감행하려는 무언의 압박인 거 같다
[직원들의 놀란 숨소리]
'느그들 따위 없어도 내 혼자 뭐든지 할 수 있다'라는
(미소) 네? 아유,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세라) 난 맞는 거 같은데?
아니면 저 이상한 행동을 설명할 방법이 없잖아요
아, 그건 그렇지만…
나 이제 어떡해?
(치인) 아, 나 이제 좀 있으면 [익살스러운 음악]
우리 딸내미 돌인…
그게 문제가 아이고 내 대출금은 어떻게 하노?
(영옥) 난 어떡해요? 먹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
[당황한 웃음]
아유, 다들 걱정이 많겠네요
(준환) 아, 그러니까 잘리기 전에 미리미리 스펙 좀 더 쌓으시지
저처럼, 응?
[바람이 휭 부는 효과음]
(치인) 자기야, 아니, 스펙 쌓을 때 좀 싸가지도 같이 쌓지, 어?
싸가지는 완전 저 바닥 끄트머리네, 어?
(미소) 아, 저…
(인턴) 그럼 저는요? [날렵한 효과음]
(치인) 배현성이
인턴은 괜찮다
[세라의 한숨] (인턴) 네
[흥미로운 음악] [치인의 한숨]
진짜 정리 해고 분위기일까요?
(세라) 완전 폭풍 전야 같아요
(치인)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고? [직원들이 웅성거린다]
[결연한 숨소리]
[미소의 한숨] (지아) 어? 오셨어요?
[냄새를 씁 맡는다]
[옅은 탄성]
가만,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든 티인데
그래, 김 비서를 줘야겠어
[숨을 들이켠다]
(영준) 잠깐
[숨을 하 내쉰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부르셨습니까?
거기 앉지
[옅은 한숨]
내가 태어나서 손수 내린 그 티 김 비서 주려고
얼른 시음해 보도록
저, 부회장님, 드릴 말씀이…
일단 마시고 얘기하지
이러다가 내가 태어나서 손수 내린 그 티가 식겠어
네
[살짝 웃는다]
[기대하는 숨소리]
(미소) 아, 뜨거워, 아, 씁
아, 뜨거워, 씁, 하, 아, 뜨거워
(영준) 괜찮아, 김 비서? 덴 건가?
'아' 해 봐, 얼른, '아' 해 봐 [미소의 거부하는 신음]
- (영준) '아' 해 봐, 얼른, '아' - 아니, 아니, 괜찮아요, 괜찮아요
- (영준) '아' 해 봐, '아' - 괜찮아요, 괜찮…
'아', 아이… [당황한 신음]
[함께 놀란다]
[지아의 놀란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치인의 헛기침]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준의 한숨]
여러분들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사실 오늘은 저에게 좀 특별한 날입니다
(세라) 특별한 날이라니요?
네, 오늘은 [유쾌한 음악]
제가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마음먹은
제1회 부속실 소통의 날입니다
부속실 소통의 날요?
네, 불철주야 저를 위해 애써 주시는 부속실 사람들
(영준) 한 사람 한 사람과 아이 콘택트 하며
고마웠던 마음을 소통하는 날이랄까요?
[당황한 신음]
그 첫 번째 주자가 바로 김 비서였습니다
[날렵한 효과음]
[직원들의 옅은 탄성]
[어색한 웃음]
자, 그럼 다음 분부터
소통의 아이 콘택트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숨을 들이켠다]
정 부장님 [세라가 숨을 후 내쉰다]
[익살스러운 음악] [살짝 웃는다]
[깜빡거리는 효과음]
[심호흡]
[앙증맞은 효과음]
고생이 많으십니다
(영준) 네
[깜빡거리는 효과음]
[살짝 웃는다]
[깜빡거리는 효과음]
네, 반갑습니다 [지아의 웃음]
[영준의 옅은 한숨] (미소) 저, 부회장님
[날렵한 효과음] [세라의 당황한 신음]
결재하실 서류가 쌓여 있습니다
빨리 컨펌을 해 주셔야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수 있을 텐데요
아, 그렇습니까?
(미소) 네
[영준의 한숨]
(영준) 아쉽지만 이다음 분부터는
내년에 있을 제2회 부속실 소통의 날을 기대해 주시죠
[숨을 들이켠다]
자, 수고하셨습니다
[저마다 환호한다]
[치인의 탄성] (세라) 아, 예, 안녕히 계세…
[세라의 헛기침]
[앙증맞은 효과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안도하는 숨소리]
(치인) 아니, 오늘 뭐지? 어?
갑자기 웬 부속실 소통의 날?
(준환) 그러게요
부회장님께서 요즘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끼신 걸까요?
아니, 난 대충 돌아가는 판 눈치 깠어요
(세라) 이건 분명
[긴장되는 음악] 김 비서님 때문이에요
[영옥의 놀란 신음] (미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미소의 어색한 웃음]
(세라) 솔직히 말해 봐요
우리한테 비밀로 하고 몰래
[침을 꿀꺽 삼키는 효과음]
부회장님한테 건의했죠? [익살스러운 효과음]
소통의 날 만들어서 우리 좀 챙겨 주라고
아니, 부회장님 스스로가 그런 생각 할 분이 아닌데 [발랄한 음악]
딱 봐도 김 비서님 아이디어잖아요 [세라의 웃음]
정말이에요, 김 비서님?
[어색하게 웃으며] 아, 네, 뭐
[직원들의 웃음]
(세라) 어유, 어유, 어유
그러지 마요
부담스러워 죽는 줄 알았잖아
어유, 어유, 어유
(영옥) 근데 이렇게 챙겨 주시는 거 보면
정리 해고는 아닌 거 같아요, 그렇죠?
[영옥의 안도하는 탄성]
(치인) 아, 그렇네?
아, 그러면 오늘 이 분위기 이건 뭐지?
[치인의 의아한 숨소리]
[날렵한 효과음]
[어색한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탄성]
[피식 웃는다]
부속실 소통의 날이라니
영준이 이 녀석 어떻게 그런 기지를 발휘한 거지?
[피식 웃는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영준) 어때, 김 비서?
아까 아주 자연스럽지 않았나?
부회장님
부회장님이 개인적인 업무 스스로 하시는 거
저 불편합니다
[숨을 씁 들이켠다]
말이 헛 나온 거 같은데?
불편해진 게 아니라 편해진 거 아닌가?
아니요, 전혀 편하지 않아요
연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는 건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니까요
내 일을 내가 하는 게 문제가 되는 건가?
9년 동안 제가 해 온 일이잖아요
그러니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럼
(영준) 김 비서
무슨 말인지 알았어
하지만 난 말이야
김 비서한테 겨우 그런 일들을 시키기가…
'겨우 그런 일'이라니요?
전 그런 일도 업무 중의 하나인 사람입니다
그런 일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런 일에 만족해하는 상사를 보면서
프라이드를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금 그 표현 때문에
제 일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서운하네요
나야말로 서운하군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랬는지 정말 모르는 건가?
늘 누군가에게 서포트를 받기만 하던 내가
스스로 뭔가를 해 보려고 시도해 보는 건 쉬웠을 거 같아?
(영준) 어렵지만 해 주고 싶었어
김 비서에게 잘해 주고 싶었다고
[잔잔한 음악]
그래도 앞으로는 그러지 마세요
여기는 일하는 곳이고 지금은 업무 시간이니까요
앞으로도 저는 김 비서와 김미소 사이의 선을 지키기 위해
지금처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영역이 흔들려선 안 되니까요
이해해 주세요
[한숨]
김 비서는 지나치게 이성적이야
그럼 나가 보겠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심란한 숨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다 맞는 말인데
기분이 왜 이렇지?
[미소가 키보드를 탁탁 친다]
[한숨]
저, 저기, 김 비서님
혹시 부회장님께 뭐 잘못하신 거라도…
[살짝 웃으며] 그런 거 없어요
있는 거 같은데, 분위기가
뭔지 몰라도 그냥 죄송하다고 하시면 안 될까요?
(지아) 저 너무 무서워서 좀 두근두근하는데
글쎄요, 난 내가 잘못한 게 없는 거 같아서
아, 그래도 그동안은 잘못한 거 없으셔도
부회장님께 맞춰 드렸잖아요
네?
[문이 탁 닫힌다] [놀란 숨소리]
[유식의 한숨]
(영준) 도무지 이해가 안 가
어떻게 그렇게 이성적이지?
어떻게 그렇게 매사 철두철미해?
완전 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 납시었어
이성적이고 철두철미한 워커홀릭 김 비서가 좋아서
9년간 함께한 거 아니었나?
김 비서는 남자 마음을 너무 몰라
모태 솔로라서 그런가?
[영준의 의아한 숨소리]
오너도 제대로 된 연애는 이번이 처음 아닌가?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마냥 좋았는데
마치 작은 불씨가 삽시간에 큰 재난으로 번진 것 같은 느낌이군
자기한테 불리한 얘기는 다 못 들은 척하네
(유식) 아, 뭐, 아무튼 원래 연애라는 게 그래
사소한 생각의 차이가 큰 갈등을 불러오는 법이지
그런데
그런 싸움이 잦아지고 냉랭한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안 좋게 끝나게 돼 있어
나처럼
뭐?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들한테 악담하는 건가, 지금?
오너… [한숨]
영준이야
싸움 너무 길게 끌지 마라
이별한다, 나처럼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왜 저래?
[한숨]
(지아) 아, 그래도 그동안은 잘못한 거 없으셔도
부회장님께 맞춰 드렸잖아요
(미소) 예전엔 죄송하지 않은 일도 죄송하다고 잘만 말했는데
이젠 어쩐지 쉽지가 않네
이따 얘기하면서 풀 수 있을까?
[한숨]
(지아) 저, 김 비서님 저 먼저 들어가 봐도 될까요?
오늘 이사하는 날이라서
아, 그래요, 얼른 가 봐요 이사 잘하고요
(지아) 네, 그럼 내일 뵐게요
(미소) 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헛기침]
[헛기침]
오늘 내 일정 다 끝난 거 맞나?
[흥미로운 음악] (영준) 우리 둘 화해할 일정이 남았다고 말해
(미소) 네, 남은 일정은 없습니다
[어색한 신음]
(미소) 그럼 같이 저녁 먹으면서 오해 풀자고 말해요
그래
김 비서도 이만 퇴근하지
(영준) 이대로 그냥 퇴근하지 말고 같이 어디든 가자고 말해
네, 그럼 저도 퇴근하겠습니다
[한숨]
(미소) 김 비서는 퇴근하고 김미소는 나와 데이트하자고 말해요
그래
그럼 난 이만
(미소) '뭐 해, 빨리 따라오지'라고 말해요
(영준) 얼른 '가지 마세요'라고 말해
[영준의 한숨]
[한숨]
[한숨]
(지아) 아유, 답답해서, 정말
엄마, 302호가 아니라 301호라고 몇 번을 말해?
[피식 웃는다]
아무튼 이쪽으로 택배 보내 주면 돼, 어
어? [지아의 웃음]
(지아) 안녕하세요
- (지아) 301호 짐 맞죠? - (이삿짐센터 직원) 예
(지아) 늦어서 죄송해요
(이삿짐센터 직원) 아니에요, 다 하고 이거 남았어요
(지아) 아, 네
아휴
[탄성]
[놀란 신음]
[입김을 하 분다]
[뽀득거리는 효과음]
[옅은 탄성]
(귀남) 아, 좋아, 아름다워
[흥미로운 음악]
야, 이거, 이거 쓸 만하겠는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음]
가자
(지아) 어?
[당황한 숨소리]
- (지아) 어? 안녕하세요 - (집주인) 네
(지아) 저, 혹시 여기 있던 선풍기 못 보셨어요?
선풍기? 아가씨 거였어?
(집주인) 아까 옥탑 사는 총각이 갖고 가던데?
네?
[지아가 씩씩거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못마땅한 한숨]
[웃음]
고장 나서 버림받은 줄 알았더니 일을 곧잘 하는군
선풍기계의 고귀남이라 불러 주겠어
고풍기
[피식 웃는다]
[웃으며] 고풍기
[지아의 성난 숨소리]
(귀남) 아, 뭡니까?
아, 뭐, 이사 온다더니 이사 떡 돌리러 온 겁니까?
떡은 무슨
[반짝이는 효과음] (지아) 진짜 가져왔네, 내 선풍기
[날렵한 효과음] 뭐예요? 왜 남의 선풍기를 가져가세요?
아, 이거 김지아 씨 거였습니까?
아니, 난 누가 버리고 간 줄 알고 가져왔죠
[어이없는 탄성]
아, 그러길래 이걸 왜 길가에 방치해 둔 겁니까?
방치해 두긴요 이삿짐 나르던 중이었거든요?
(지아) 그리고, 어? 이게 어딜 봐서 버리는 선풍기예요?
상태가 이렇게 좋은데
아, 그, 요즘 사람들 상태 좋은 것도 막 버리고 그래요
(귀남) 이, 여기, 이 밥상도 누가 버리고 간 걸 내가 가져…
[익살스러운 음악] 온 건 아니지만
뭐, 어쨌든 유감이네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돌려드릴게요
제 건데 뭘 묻고 뭘 따져요? 치
[지아가 플러그를 탁 뽑는다]
[웅얼거린다]
[문이 쾅 닫힌다]
[휴대전화 진동음] [반가운 숨소리]
어, 언니
됐어, 술은 무슨
나 피곤해
(미소) 응, 끊어
[통화 종료음]
[숨을 후 내쉰다]
[카메라 셔터음]
(지아) 음, 맛있겠다
[기뻐하는 신음]
역시 이사한 날은 중국 음식이라니까
[숨을 씁 들이켠다] [초인종이 울린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의아한 신음]
(지아) 누구세요?
[강조되는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아니, 웬, 웬 방울토마토예요?
웬 방울토마토라니요?
(귀남) 이거 제가 씨앗 심고 물 주고
햇빛 쬐여 가며 자식처럼 키운 귀하디귀한 방울토마토거든요?
그, 얼른 받아요
아이고, 뭐, 팔 떨어지겠네
[멋쩍은 신음]
이, 이런 귀한 걸 왜 저한테 주시고…
아, 아깐 미안했어요
잠시 선풍기 빌려 쓴 값이자
회사 선배로서 이사 축하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럼 이만
아니…
내가 너무 심했나?
[옅은 한숨]
[도어 록 작동음]
[발랄한 음악]
(귀남) 혼자서 배달 음식 같은 거 시켜 먹을 땐
양이 너무 많아서 남기기 일쑤인데
[헛웃음 치며] 설마 같이 먹자고요?
[피식 웃으며] 아니요
김지아 씨가 혼자서 배달 음식 시켜 먹을 때
미리 반을 나눠서 저한테 갖다주시면
버릴 일도 없고 좋겠다고요
[강조되는 효과음]
[휘파람 효과음]
이게 뭡니까?
[지아의 멋쩍은 웃음]
혼자 먹기 많아서 그, 미리 좀 덜어 왔어요
[옅은 탄성]
그럼 이만
아, 잠깐만요, 김지아 씨
[웃으며] 아, 고맙단 말은 됐어요
그냥 방울토마토 답례라고 치세요
아, 그게 아니라
그, 앞으로 이왕이면 새우볶음밥 드세요
(귀남) 아, 전 탱글탱글하게 식감이 살아 있는 새우볶음밥이 더 좋더라고요
[흥미진진한 음악] 예?
아, 그리고 탕수육도 부먹보다는 저는 찍먹을 더 좋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내놔요
(귀남) 그냥, 아닙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김지아 씨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받겠습니다
허, 성의 같은 거 없었어요 그냥 형식적으로 가져온 거예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럼 저도 형식적으로 받겠습니다
허, 사실 형식도 없었어요 그냥 주세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귀남) 아니, 저는 원래 형식적인 놈이라서요
그리고 저는 방울토마토보다 큰 토마토를 더 좋아하거든요
(귀남) 아, 저기 큰 토마토 자라고 있으니까 다음에 드릴게요, 예
(지아) 아직 안 자랐잖아요, 주세요, 빨리! [귀남의 힘주는 신음]
이거 내가 다 먹을 거예요!
[무거운 음악]
(성연) 혼자였다면 견딜 수 없었을 그때
나와 함께해 준 그 아이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요
제 모든 것을 걸고 지킬 겁니다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
[한숨]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한숨]
[한숨]
연락 한 통이 없네, 부회장님
[심란한 숨소리]
[초인종이 울린다]
[한숨]
누구세요?
[한숨]
[도어 록 작동음] [함께 놀란다]
부회장님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영준과 미소의 어색한 숨소리]
[영준의 머뭇거리는 숨소리]
[헛기침]
자고 있었나?
그러기엔 이른 시간이죠
(영준) 저기… [영준의 헛기침]
오늘 말이야…
- (택배 기사) 택배 왔습니다 - 택배 왔습니다
네?
[익살스러운 음악] (택배 기사) 김미소 씨 맞죠?
(미소) 아, 맞아요, 감사합니다
[영준과 미소의 어색한 웃음]
[어색한 웃음]
(영준) 돌산 갓김치?
아, 이게 호, 홈 쇼핑에서 스테디셀러예요
엄청 맛있어요, 이거
[미소의 어색한 웃음]
[어색한 웃음]
- 그럼 나도 줘 - (미소) 네?
같이 먹자고
이거랑 같이
그게 뭔데요?
김 비서가 좋아하는 거
그럼 들어오시든지
말든지
여기 제 단골집인데 거기까지 갔다 오신 거예요?
그럼 [미소의 놀란 숨소리]
(영준) 내가 직접 구워 온 거야, 이거
[힘겨운 신음]
[콜록거린다]
[탄성]
이모, 포장요
[웃음]
(영준) 아참, 껍데기집 사장님께서
김 비서랑 같이 갔던 걸 기억하시더라고
김 비서가 좋아하는 거라고 곤충까지 서비스로 주셨어
고, 곤충요?
(영준) 응
[영준의 질색하는 신음]
(미소) 어? 번데기다
[웃음]
돼지 피부에 곤충에 내 여자 친구 취향은 참 독특하군
[웃음]
감사해요
김 비서가 좋아하는 거 사다 줘서?
이렇게 와 주셔서요
보고 싶었거든요
[발랄한 음악]
근데 회사에서는 왜 이렇게 이성적이야?
아, 회사에서는 부회장님 위치도 있고 제 위치도 있으니까
더 조심하려고 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까 평소보다 좀 더 선을 지키려고 했던 거 같아요
(미소) 아무튼 서운하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 부회장님
마음에 안 드는군
와, 진짜 부회장님 너무하시네 [미소가 캔을 탁 집는다]
이렇게 사람이 사과까지 하는데
그거 말고, 호칭 말이야
앞으로 나한테 오빠라고 불러
[콜록거린다]
네?
[어색한 웃음]
우리 그냥 호칭은 원래 부르던 대로 부르면 어떨까요?
부회장님도 아직까지 저한테 김 비서라고 부르시잖아요
그럼 나도 미소라고 부르지
미소야
'오빠' 해 봐
[당황한 웃음]
[기대하는 숨소리]
[캔을 탁 내려놓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미소의 한숨]
오…
[미소의 머뭇거리는 숨소리]
오…
(미소) 오, 오, 오…
오…
오…
오늘 말고 다음에요 [영준의 허탈한 숨소리]
[잔잔한 음악] [미소의 가쁜 숨소리]
[영준의 헛기침]
우리 그냥 차근차근히 해요, 네?
(영준) 하, 쯧
[초인종이 울린다] (말희) 미소야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필남) 미소야, 언니들 왔어, 문 열어
(영준) 언니들? [흥미진진한 음악]
응, 이참에 인사드려야겠군 [필남이 미소를 부른다]
빠른 관계 진전은 나도 바라는 바니까 [미소의 당황한 숨소리]
[초인종이 울린다] [필남과 말희가 중얼거린다]
(미소) 지금은 안 돼요, 일단 따라와 봐요 [필남과 말희가 미소를 부른다]
- (미소) 빨리 - (영준) 왜…
(영준) 아니, 김 비서, 나는 인사를…
(미소) 아, 조용히, 조용, 쉿, 쉿, 쉿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필남) 김미소!
(영준) 아, 김 비서, 언니들에게 인사를…
(미소) 쉿 [초인종이 울린다]
지금 나보고 여기를 들어가라는 건가?
[미소의 다급한 숨소리] (영준) 아니, 김, 김 비서…
(미소) 죄송해요
(영준) 김 비서
나 유명그룹 부회장 이영준이야
지금은 내 남자 친구거든요?
[영준의 놀란 신음] (미소) 가만히 계세요
[초인종이 울린다] (영준) 아, 아, 김 비서
[영준의 당황한 신음]
[가쁜 숨소리]
조금만 조용히 계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당황한 숨소리]
[초인종이 울린다]
[도어 록 작동음] [미소의 가쁜 숨소리]
(필남) 뭐야, 안에 있었네?
[문이 달칵 닫힌다] 근데 왜 문은 안 열어 주고?
깜빡 졸았어
[필남과 말희의 의아한 신음]
[하품]
근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아니, 아까 너 목소리가 안 좋길래
우리가 위로차 친선 방문 했지
(말희) 짜잔! [말희와 필남의 웃음]
우리가 뭘 사 왔는지 알면 너 깜짝 놀랄걸?
바로 바로 [미소의 어색한 웃음]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야
[말희와 필남의 웃음] [미소의 어색한 웃음]
야, 완전 맛있게…
먹고 있었네?
(미소) 아, 아, 이게 갑자기 생각이 나서
(필남) 근데 이게 왜 두 개씩이야?
(말희) 응, 그렇네?
양손에 하나씩 쥐고 먹었을 리도 없고
어, 그게…
(필남) 너 설마 또 부회장인지 뭔지 집에 들인 거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 아, 아, 그게…
그냥 껍데기만 드시고 바로 가셨어
(필남) 하!
아니, 그 인간은 재벌이면서 갈 데가 그렇게도 없다니?
전에도 와서 라면 얻어먹고 가더니
(말희) 어? 그랬어? [당황한 숨소리]
그러면 라면 얻어먹고 오늘은 껍데기 얻어먹은 거야?
어머, 재벌 스케일이 왜 이래?
- (영준) 아니, 그… - (미소) 오늘은 얻어먹은 거 아니야 [익살스러운 음악]
직접 사 오신 거야
(말희) 아유, 야, 깬다
야, 꽃등심도 아니고 껍데기를 사 왔다고?
어머, 재벌 스케일이 정말 왜 이래?
[분한 숨소리]
(필남) 미소야, 그 사람은 정말 안 된다니까 언니가 말했잖아
그 사람은 우리랑 다른 부류 사람이라니까
(말희) 그래
설사 둘이서 좋다고 해도 그 집에서 반대할걸?
돈 봉투 쓱 내밀면서
'우리 아들한테서 떨어져'라고 한 다음에
네 얼굴에 물 팍 끼얹으면 어떡해?
[떨리는 숨을 내뱉는다]
(미소) 아이고, 우리 언니들 드라마를 너무 보셨다
[미소의 어색한 웃음]
(필남) 그리고 그 집에서 허락한대도 내가 안 돼
너한테 들어 보니까 그 인간 뭐
순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놈이더구먼
[거친 숨소리]
(미소) 언니는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 그래?
(말희) 그리고 무엇보다
키스도 제대로 못 하는 성 기능 장애라며, 어?
[강조되는 효과음] 이렇게 놀러 다닐 시간 있으면
우리 비뇨기과나 한번 오라 그래
[발을 동동 구른다]
(필남) 야, 자세한 거는 마시면서 하자
- (필남) 갖고 와 - (말희) 어, 어
[말희의 웃음]
[당황한 신음]
[중얼거린다]
[미소의 다급한 숨소리]
(필남) 미소야, 빨리 먹어 [말희의 웃음]
아, 맛있다, 야
- (필남) 짠, 미소도 짠 - (말희) 짠! [술잔이 쨍 부딪힌다]
(필남) 아, 왜?
한잔 더 하자니까 왜 벌써 가래?
(말희) 응, 아, 딱 한 캔만 더 [필남이 호응한다]
- (미소) 다음에, 다음에 와요, 언니들 - (필남) 아, 야
[말희의 칭얼거리는 신음]
(미소) 가자
[도어 록 작동음] [필남과 말희의 당황하는 신음]
- (필남) 아, 야 - (미소) 가, 언니들
- (말희) 아니… - (필남) 아유 [도어 록 작동음]
[다급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미소) 부회장님?
[미소의 놀란 숨소리] [강조되는 효과음]
[으르렁거리는 효과음] [딸꾹거리는 효과음]
[깨갱거리는 효과음]
[날렵한 효과음]
김 비서
(영준) 대체 나에 대해 어떻게 브리핑을 한 거지?
그게 그런 게 아니라요…
(영준) 그동안 내가 보여 준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에 관한 얘긴 안 하고
라면 먹고 간 얘기만 한 건가?
그리고 내가 이기적이라니
내가 그런 놈이었으면
김 비서가 좋아하는 돼지 피부에 곤충까지 사 왔겠어?
[분한 숨소리]
(미소) 죄송해요
화나시는 마음 이해해요
그만하지
[한숨]
이러다 또 싸우게 되면 어떡해
기껏 화해했는데
[잔잔한 음악]
그리고 너무 예뻐서 더는 화를 낼 수가 없군
[메시지 수신음]
(성연) 그날 내가 너무 성급하게 굴어서
너 난처하게 만든 거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이따 회사로 갈 테니까 잠깐 얘기 좀 해
(영준) 김 비서, 좋은 아침이야
[피식 웃는다]
(미소) 저…
잠깐 만나고 와도 될까요?
제 마음 확실하게 말하고 정리하고 싶어요
그렇게 해 [살짝 웃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새가 짹짹 지저귄다]
잘 지냈어?
네, 뭐
며칠 동안 내 전화 피해서 마음이 불편했는데
(성연) 이렇게 나와 줘서 고맙다
얼굴 보니까 좋네
그때 내가 갑자기 고백한 거 미안해
어떻게든 내 진심 전하고 싶었던 건데
많이 놀랐지?
네
저는 그런 마음으로 오빠를 만난 게 아니니까요
(미소) 어릴 적 힘든 상황에서 절 지켜 준 고마운 오빠였고
언젠가는 꼭 찾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성으로서의 마음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오빠 맘
받아 줄 수 없어요
혹시 영준이 때문이야?
네
너 내가 영준이 때문에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성연) 그 자식 때문에 괴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모든 걸 포기하고 유학까지 간 내 마음을 네가 아냐고
(영준) 또 그 얘기인가?
[무거운 음악]
대체 언제까지 그 얘기 할 셈이지?
지겹지도 않나?
지겨워?
그런 말이 나와?
난 그때 일이 아직도 또렷해
그래서 지금도 고통 속에서 살고 있고
(성연) 그런데 넌 편하지?
불리한 기억은 다 지워 버렸으니까
빈정대지 마
앞으로 미소 불러내서 허튼소리도 하지 말고
다시 한번 미소 앞에서 이딴 소리 지껄이면
그땐 아무리 가족이라도 봐줄 생각 없어
(영준) 그만 가지
[떨리는 숨소리]
(미소) 저, 부회장님
작가님이 저렇게 힘들어하시는데 미안하진 않으세요?
형이 집착하는 과거는 내 기억엔 전혀 없어
아무것도 모른 채 가지는 미안함은 그냥 가식 아닌가?
[입소리를 쯧 낸다]
우리 이제 더 이상 그때 얘긴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 알겠습니다
(미소) 어디 가시는 거예요?
드라이브
오늘은 내가 김미소의 수행 비서가 되어 주지
[웃음]
[피식 웃는다]
[피식 웃으며] 역시 웃는 게 더 예쁘군
어디 가고 싶은 데 있나?
글쎄요? 그냥 좀 걷고 싶기도 하고
[웃음]
[피식 웃는다]
[풀벌레 울음] [미소의 옅은 탄성]
(미소) 너무 좋네요
[미소의 상쾌한 숨소리]
(영준) 춥나?
(미소) 약간요
아무래도 강가라 그런지 좀 쌀쌀하네요
(영준) 여기 잠깐만 기다리지
[차 리모컨 작동음]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이거 걸치고 있어
[살짝 웃으며] 감사해요
버건디 컬러네요?
부회장님은 버건디 컬러가 참 잘 어울리시는 거 같아요
[피식 웃는다]
(영준) 틀렸어
뭐든 다 잘 어울리지만 버건디가 특별히 더 잘 어울리는 거야
(미소) 아, 네
아,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라
나를 아껴 주시던 디자이너 선생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야
어떤 분이신데요? 제가 아는 분이에요?
아니, 어머니 지인분이라 김 비서는 잘 몰라
(영준) 어릴 때부터 나를 무척 아껴 주셔서
종종 내 옷을 직접 만들어 주곤 하셨었거든
직접요?
응, 당신들 친조카한테도 안 주는 옷인데
나한테만 특별히 맞춰 준다고 하셨어
[의미심장한 음악]
(최 여사) 그 옷 디자이너 장정도 선생님이
그 애를 위해 직접 만들어 준 건데
내 아들이지만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그날 그 옷을 입고 나가는 뒷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몰라
[깊은숨을 내쉰다]
[영준의 하품]
[영준의 당황한 신음]
(영준) [헛기침하며] 오해는 하지 마
김 비서랑 있는 게 따분해서가 아니라 편안해서 그런 거야
[살짝 웃는다]
[영준이 숨을 들이켠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 건지 자도 자도 나른하군
그럼 차에서 좀 쉬시겠어요?
[영준의 헛기침]
데이트 때 이러는 거 실례지만
그럼 잠깐만?
가시죠
[영준이 새근거린다]
[무거운 음악]
(최 여사) 많이 추워하지는 않았어?
추위를 많이 타는 아이인데
감기 걸리면 어떡하지?
- 저 괜찮아요 - (영준) 김 비서 말고 나 말이야
나 감기 걸리면 어떡하냐고
아, 추위 많이 타시죠?
(어린 미소) 오빠 이름 절대 안 잊어버릴게
오빠 이름이 이, 이…
(소년) 바보, 또 그런다
내 이름은 그게 아니고 이성…
(최 여사) 어땠니? 우리 현이 어때 보였어?
(미소) 그래, 그때 분명 현이라고 하셨어
어린 시절에 흔히 겪는 인지의 오류
혹시 비슷한 발음을 그대로 착각한 거였다면?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서, 성현 오빠?
왜?
[잔잔한 음악]
(미소) 더 이상 우리 사이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유식) 가족들 만날 때는 그냥 두 손을 모아서
'예, 예예, 아이고, 예, 좋죠'
시키는 건 다 했어!
[영준의 기합] (영준) 조개!
[영준의 가쁜 숨소리]
(영준) 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얘기 들어 보셨죠?
제가 바로 그렇습니다 알이 꽉 차 있습니다
(미소) 저, 이 둘 중에 누가 오빠예요?
(미소) 오빠
[영준의 놀란 신음]
(영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언니들께 확신을 줄 테니까
울지 마, 앞으로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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