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This Blog



  김비서가 왜 그럴까 9

 

(미소) 그 숱한 고백에 너무 늦게 답해서 죄송해요

 

 

부회장님 좋아해요

 

(여자) 같이 가자 [어두운 효과음]

 

혼자 가긴 싫어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울린다]

 

너희가 같이 가 줘

 

[영준의 놀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애절한 음악]

 

[풀벌레 울음]

 

(영준) 잠깐

 

이제 확실히 하는 게 어때?

 

네?

 

우리 썸 청산, 연애 시작, 맞지?

 

- 맞습니다 - (영준) '맞습…'

 

[발랄한 음악]

 

아, 누가 들으면 퀴즈 프로그램 MC인 줄 알겠어

 

뭐 이렇게 딱딱한가?

 

맞으니까요

 

[살짝 웃는다]

 

[옅은 신음]

 

[피식 웃는다]

 

(영준) 같이 가

 

내 여자! [미소의 놀란 숨소리]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같이 가, 내 여자!

 

[미소의 당황한 신음]

 

[사람들의 웃음]

 

[미소와 영준이 피식 웃는다]

 

내 여자, 같이 가지? [미소의 웃음]

 

[미소가 살짝 웃는다]

 

(미소) 조심히 가세요, 부회장님

 

왜 그렇게 보세요?

 

헤어지기 아쉬워서

 

[놀란 숨소리]

 

[잔잔한 음악] [미소가 살짝 웃는다]

 

(영준) 김 비서, 전에도 얘기했지만

 

난 머리도 좋고 외모도 훌륭하고 돈도 아주 많고 능력도 있어

 

그러니까

 

나한테 시집와

 

가능한 한 빨리

 

[당황한 웃음]

 

아니, 사귄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프러포즈라니

 

너무 성급하신 거 아닌가요?

 

[숨을 들이켠다]

 

더 성급했던 사람이 누군데

 

네?

 

아니야, 아무것도 [미소가 살짝 웃는다]

 

얼른 들어가지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옅은 한숨] [도어 록 작동음]

 

[피식 웃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피식 웃는다]

 

[잔잔한 음악]

 

[어린 미소의 웃음]

 

[장난감 작동음]

 

(어린 미소) 뛰뛰뛰, 주차, 뛰뛰

 

[옹알거린다]

 

출발!

 

[웃음]

 

와, 재밌다

 

이제 오빠가 타

 

오빠니까 특별히 미소가 밀어 줄게

 

고마워

 

저기, 근데 오빠, 있잖아 미소 오빠랑 결혼할래

 

겨, 겨, 결혼?

 

응, 오빠 왕자님 같아

 

[웃으며] 약속

 

(소년) 다음에 오빠가 미소 보러 다시 올게

 

[피식 웃는다]

 

도저히 안 되겠군

 

[자동차 엔진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아니, 왜 다시 오신 거예요?

 

(영준) 밤새 보고 싶을까 봐

 

[살짝 웃는다]

 

김 비서 말이야

 

김 비서가 날 밤새 보고 싶어 할까 봐 왔다고

 

[기가 찬 웃음]

 

[피식 웃는다]

 

[미소가 살짝 웃는다]

 

알고 있지?

 

난 절대 기회를 두 번 주는 사람이 아닌 거

 

근데 김 비서에게만큼은 두 번, 세 번 더 기회를 주고 싶어

 

날 볼 수 있는 기회

 

[살짝 웃는다]

 

어때? 나한테 특별한 존재가 된 게 영광스럽지 않나?

 

네, 영광입니다

 

[피식 웃는다]

 

좋은 꿈 꿔, 김 비서

 

(영준) 좋은 꿈이라면 무슨 꿈인지 알겠지?

 

그럼요, 부회장님 꿈 꿀게요

 

[피식 웃는다]

 

한 번만 더 안아 보자

 

나도 오늘은 좋은 꿈 꿀 수 있을 거 같군

 

[감미로운 음악]

 

[미소의 힘주는 신음]

 

(미소) 내일 오전에 임원 회의가 있습니다

 

얼른 들어가셔서 숙면을 취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피식 웃는다]

 

오늘은 그 잔소리도 들을 만하군

 

얼른 들어가, 김 비서

 

먼저 들어가세요

 

[살짝 웃는다]

 

[영준의 한숨]

 

아이…

 

[자동차 시동음]

 

[도어 록 작동음]

 

[피식 웃는다]

 

입꼬리 너 내려와라

 

으응?

 

[피식 웃는다]

 

못 말리겠군

 

(어린 미소) 약속

 

(소년) 다음에 오빠가 미소 보러 다시 올게 [무거운 음악]

 

정말? 정말 미소 보러 오는 거지?

 

(소년) 응

 

오빠 이름 절대 안 잊어버릴게

 

이성연 오빠

 

[한숨]

 

그래, 확실히 성연 오빠였어

 

[한숨]

 

[의아한 숨소리]

 

(유식) 씁, 아, 어디 아픈가?

 

생전 안 하던 짓을 하네?

 

(미소) 네?

 

(유식) 아, 영준이 말이야

 

오전 회의 때도 졸더니 지금 또 자고 있는데?

 

또요?

 

오늘 아침에도 늦잠 자느라 임원 회의 늦으실 뻔했는데

 

[의아한 숨소리]

 

한시도 긴장을 늦추는 법이 없는 천하의 이영준이

 

뭔 일이래?

 

그러게 말이에요

 

[숨을 씁 들이켠다]

 

아참

 

내가 재미있는 거 보여 줄까?

 

재밌는 거요?

 

[발랄한 음악] [살짝 웃는다]

 

[새근거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유식) [작은 목소리로] 부회장님

 

어, 왜?

 

[미소의 놀란 숨소리] [유식이 키득거린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

 

[유식이 키득거린다]

 

아니, 세상에, 자면서도 대답을 하다니

 

이영준의 뇌는 24시간 풀가동인가?

 

그러게요, 저도 방금 알았어요 [유식이 피식 웃는다]

 

(유식) 아, 근데 또 이렇게 풀어진 모습은 처음 보네

 

아, 뭐, 엄청난 심경의 변화 같은 거라도 있었어?

 

[휴대전화 진동음]

 

어, 설 비서, 어, 지금 가

 

그, 자료 좀 준비… [통화 종료음]

 

끊었네, 그럼 수고해, 김 비서

 

[잔잔한 음악]

 

[새근거린다]

 

[괴로운 숨소리]

 

(미소) 부회장님, 부회장님!

 

[놀란 숨소리]

 

[옅은 한숨]

 

[잔잔한 음악]

 

(미소) 그땐 가위눌리다 깨더니 지금은 편안해 보이네

 

[놀란 숨소리]

 

자는 사람 보다 말고 어디 가는 거지?

 

[놀란 숨소리]

 

부회장님, 누,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래요?

 

(영준) 여기 누가 함부로 들어온다 그래? 신경 쓰지 마

 

(미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뭐야?

 

잠들어 있던 욕망을 일깨웠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되는 거 아닌가?

 

잠들어 있던 뭐, 뭐, 뭐요?

 

(영준) 욕망

 

(미소) [놀라며] 어머

 

요, 욕망, 어, 어떻게 그렇게 당황스러운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내뱉을 수가 있어?

 

[피식 웃는다] [미소의 당황한 신음]

 

각오해

 

이제 달리는 속도 조절 안 할 테니까

 

[피식 웃는다]

 

[숨을 씁 들이켠다]

 

[영준의 힘주는 숨소리]

 

아, 근데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

 

그랬던 적이 없는데 계속 주무셔서요

 

어제 이후로 편안해졌어

 

더 이상 악몽도 안 꿀 것 같고

 

네?

 

최 박사님께 연락해서

 

이제 신경 안정제 처방 안 해 주셔도 된다고 말씀드려

 

진짜 괜찮아지신 거예요?

 

아프지 않아

 

이제는

 

(미소) '이제는'

 

[잔잔한 음악]

 

[의아한 숨소리]

 

왜 그렇게 보는 거지?

 

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제가 찾던 오빠

 

진짜 작가님이 맞나요?

 

[옅은 한숨]

 

당연한 걸 왜 묻는 거지?

 

[살짝 웃는다]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전 자꾸 부회장님이 그 오빠 같아서요

 

(미소) 그동안 트라우마 있는 사람처럼

 

악몽에 시달리면서 힘들어했던 것도 그렇고

 

또 발목에 있는 상처도 그렇고…

 

(영준) 좋아하는 남자가 기다리던 오빠이기까지 하면 금상첨화겠지만

 

그 오빤 내가 아니야

 

악몽도 상처도 그 일과는 상관없어

 

그리고 그 오빠든 아니든 그게 무슨 상관이지?

 

김 비서가 날 좋아하는 마음이 달라지기라도 하는 건가?

 

아니요, 변함없습니다

 

그것과는 상관없이 전

 

부회장님이 좋으니까요

 

[살짝 웃는다]

 

그럼

 

더 주무세요

 

[함께 살짝 웃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지아) 네, 저는 7시쯤 갈 거 같아요

 

아, 비번 문자로 넣어 드릴 테니까

 

혹시 먼저 도착하시면 문 열고 들어가서 짐 좀 넣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네

 

[통화 종료음] [지아가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살짝 웃는다]

 

저 오늘 이사하거든요

 

[지아의 웃음] (미소) 평일인데요?

 

평일에 해야 더 싸죠

 

이제 막 취업해서

 

부모님이 오피스텔 보증금에 이사비까지 다 내 주시는데

 

조금이라도 더 싸게 해서 효도해야죠

 

[살짝 웃는다]

 

근데 부모님이랑 살다가 막상 자취 시작하면 힘들 텐데

 

음, 그래도 김 비서님 같은 커리어 우먼이 되려면 어쩔 수 없죠

 

[함께 웃는다]

 

가까운 데 살면서 일에 더 집중할 거예요

 

[지아의 웃음]

 

근데 지금 사업 팀 회의 갈 시간 아니에요?

 

네?

 

(지아) [놀라며] 어, 맞는다

 

[지아의 다급한 숨소리]

 

[멋쩍은 웃음]

 

앞으로는 더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미소의 웃음]

 

- (지아) 다녀올게요 - (미소) 그래요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이 멈춘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키보드를 탁탁 친다]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에이전트) [놀라며] 작가님, 많이 기다리셨죠?

 

(성연) 아닙니다

 

어, 북 콘서트 반응이 정말 좋아요

 

오늘 저희 에이전시 마비될 뻔했다니까요

 

[살짝 웃는다] (에이전트) 방송 출연 요청에, 인터뷰에

 

앞으로도 활동 계속하실 거죠?

 

아니요, 생각 없습니다

 

왜요? 활동하시면 좋을 텐데

 

말씀도 잘하시고

 

저 진짜 북 콘서트 재밌게 들었거든요

 

특히 마지막에 좋아하시는 분께 고백하실 때

 

[탄성]

 

그 자리에 그분도 계셨던 거죠?

 

아, 엄청 감동하셨겠어요

 

[중얼거린다]

 

[옅은 한숨]

 

[숨을 씁 들이켠다]

 

[인터폰 조작음] - 어, 설 비서 - (마음) 네

 

아, 그, 최 비서가 예비군 가서 그러는데

 

설 비서가 운전 좀 해 주겠어?

 

나 가는 길에 서류 검토를 한 번 더 해야 될 거 같아서

 

네, 맡겨만 주세요

 

실수 없이 잘 모시겠습니다, 사장님

 

[살짝 웃는다]

 

저승길로 모시는 건 아니겠지?

 

아이, 그럴 리가요

 

[마음이 살짝 웃는다]

 

[유식과 마음의 웃음]

 

[숨을 들이켠다]

 

[살짝 웃는다]

 

[인터폰 알림음]

 

(미소) 부르셨습니까?

 

(영준) 오늘 점심 같이 할 수 있지?

 

네, 따로 오찬 일정 없으셔서 가능합니다

 

우리가 연인이 된 후로 처음 하는 식사니까

 

좀 스페셜한 곳이었으면 좋겠어

 

네, 스페셜한 곳으로 예약해 두겠습니다

 

늘 가던 곳 말고 새로운 곳으로 말이야

 

네, 새로운 곳으로 리스트 업 해 두겠습니다

 

아, 케이크도 준비하는 거 어떨까?

 

이 특별한 순간을 기념해야지

 

네, 좋아하시는 레어치즈케이크로 준비하겠습니다

 

좋아…

 

[익살스러운 음악] [영준의 의아한 숨소리]

 

(영준) 뭐지? 이거 연인 사이에 나누는 대화 맞아?

 

(미소) 늘 하던 일인데 이상하게 기분이 그러네

 

유치하지만 초라도 꽂아야 되나?

 

[피식 웃으며] 아니요, 초는 무슨

 

그래도 우리의 시작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내가 애써 준비한 건데

 

준비는 제가 한 겁니다 예약은 제가 했으니까요

 

[영준이 숨을 들이켠다]

 

[영준이 콜록거린다]

 

(셰프) 음식이 입에 맞습니까?

 

아, 네, 너무 맛있어요

 

(셰프) [영어] 감사합니다,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세요

 

[한국어] 누가 보면 비서인 줄 알겠어요

 

[셰프가 살짝 웃는다]

 

맛있게 드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영준과 미소의 한숨]

 

(영준) 우리 회사 들어가지 말고 데이트나 좀 할까?

 

(미소) 네?

 

(영준) 산책도 좀 하고 영화도 한 편 보고

 

(미소) 안 됩니다

 

뭘 그렇게까지 정색을 하나?

 

어차피 오후에 일정도 없는데

 

그래도 자리는 지키셔야 합니다

 

업무 시간에 사적인 일

 

특히 데이트를 하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숨을 씁 들이켠다]

 

헷갈리는군

 

네?

 

이럴 땐 비서 같고

 

이럴 땐 연인 같고

 

[잔잔한 음악]

 

우리 정리가 좀 필요할 거 같아

 

정리라니요?

 

(영준) 그동안 당연하게 김 비서에게 받아 온 서포트가

 

지금은 마치 나를 나쁜 남자로 만드는 거 같아서 기분이 별로야

 

이를테면 아까처럼 나한테 물을 따라 준다거나

 

남자 손수건을 챙겨 다니면서 건네주는 식의 행동 말이야

 

이게 일반적인 연인의 모습은 아니지 않나?

 

그건 어쩔 수 없어요

 

부회장님보다 한발 앞서

 

부회장님을 편하게 만들어 드리는 게 제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정리를 하자는 거야

 

(영준) 앞으로 김 비서는 업무적인 백업만 하지

 

그 외의 개인적인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래도 그건 좀…

 

아무 말 말고 그렇게 해

 

이기적인 상사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기적인 연인이 되는 건 싫거든

 

[피식 웃는다]

 

(유식) 씁, 음…

 

[입술을 부르르 턴다]

 

오케이, 오케이

 

설 비서, 또 실수하는 거 아니지? 길 헤매면 안 돼

 

걱정 마세요

 

(마음) 저 이 동네 잘 알아요

 

눈 감고도 찾아 갈 만큼

 

영원히 눈 감는 건 아니겠지?

 

[마음의 웃음]

 

보세요, 저기 다 왔잖아요

 

오, 웬일이야? 설 비서가 실수를 안 하니까

 

더 불안하네?

 

[함께 웃는다]

 

[신호등 알림음]

 

[아련한 음악]

 

어? 저분

 

사장님 전 와이프님 맞죠?

 

[유식의 씁쓸한 숨소리]

 

[자동차 경적]

 

[어색한 웃음]

 

아이, 뭐, 그냥 남사친일 수도 있죠

 

[마음의 어색한 웃음]

 

[유식의 한숨]

 

[마음의 한숨]

 

(마음) 아, 차라리 제가 길을 헤맸으면 못 보셨을 텐데

 

하, 맨날 실수만 하다가 하필 이럴 때만 실수를 안 해 가지고

 

죄송해요

 

아이, 됐어

 

나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심란한 숨소리]

 

[한숨]

 

[옅은 한숨]

 

아니지, 아니지

 

뭐 필요하신 거라도…

 

무관심

 

김 비서의 무관심과 불성실이 필요해

 

(치인) 아유, 회의실에서 말을 마이 했더니만

 

내가 진짜, 아, 목이 아파 죽겠네

 

(준환) 고생하셨습니다

 

[세라의 힘겨운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치인) 옴마야

 

[세라의 놀란 숨소리]

 

[복사기 조작음]

 

[복사기 작동음]

 

아이고, 부회장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복사를 하실 일 있으면 저한테 말씀을 하시지요

 

- (준환) 제가 하겠습니다 - (세라) 아, 제가 할게요, 부회장님

 

아닙니다, 이미 다 했고 이 복사기도 마스터했습니다

 

[세라의 놀란 숨소리]

 

(영준) 일반 복사, 확대 복사, 축소 복사 모두 다 섭렵했으니

 

앞으로 제 복사는 제가 합니다

 

[스테이플러 조작음]

 

[영준의 헛기침]

 

[직원들의 다급한 신음] [날렵한 효과음]

 

감사합니다

 

[발랄한 음악]

 

왜들 그러세요?

 

김 비서님, 혹시 자리 비우셨어요?

 

아니요, 저 데스크에 쭉 앉아 있었는데요?

 

[직원들의 놀란 숨소리]

 

(영옥) 근데 어떻게 이런 일이…

 

왜요, 무슨 일이길래?

 

(세라) 글쎄 부회장님께서 직접 복사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네? 복사를요?

 

(치인) 예

 

저 진짜로 심장 멎는 줄 알았습니다

 

들었제, 내 심장 안 뛰는 거? 어?

 

[치인의 힘주는 신음]

 

- (지아) 네 - (세라) 네

 

[당황한 숨소리]

 

[어색한 웃음]

 

[어색한 웃음]

 

아, 뭐지, 이 당황스러운 상황은?

 

(지아) 저, 김 비서님 [놀란 신음]

 

전무실 가 보셔야 될 거 같아요

 

박 전무님께서 찾으신대요

 

아, 알겠어요

 

[살짝 웃는다]

 

[한숨]

 

[새가 짹짹 지저귄다]

 

(치인) 아니, 부회장님 쿠키 있잖아 그거 억수로 고급지고 맛있어 보이던데

 

딱 한 개만 묵어 뿌까? 어?

 

[의미심장한 효과음] [치인과 세라의 놀란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날렵한 효과음]

 

드릴까요?

 

(치인) 어, 아입니다

 

방금 들으신 망언은 좀 잊어 주십시오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제가 부회장님 쿠키에 손댄 적 없습니다

 

맞잖아, 응?

 

(세라) 예

 

[익살스러운 효과음] [세라의 당황한 신음]

 

[냄새를 씁 맡는다]

 

 

(미소) 지금 부회장님께서 직접 다과를 준비하신 거예요?

 

(세라) 예, 제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진짜 무서웠어요

 

(준환) 오늘 대체 왜 저러시는 거예요?

 

복사에 다과 준비까지 직접 하시고

 

아! 난 알 거 같다

 

[치인이 숨을 후 내쉰다]

 

(치인)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좀 모여 봐 봐

 

모여 있잖아요, 지금

 

(치인) 씁, 아, 좀, 니는 좀…

 

[치인의 심란한 숨소리]

 

아무래도

 

정리 해고를 감행하려는 무언의 압박인 거 같다

 

[직원들의 놀란 숨소리]

 

'느그들 따위 없어도 내 혼자 뭐든지 할 수 있다'라는

 

(미소) 네? 아유,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세라) 난 맞는 거 같은데?

 

아니면 저 이상한 행동을 설명할 방법이 없잖아요

 

아, 그건 그렇지만…

 

나 이제 어떡해?

 

(치인) 아, 나 이제 좀 있으면 [익살스러운 음악]

 

우리 딸내미 돌인…

 

그게 문제가 아이고 내 대출금은 어떻게 하노?

 

(영옥) 난 어떡해요? 먹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

 

[당황한 웃음]

 

아유, 다들 걱정이 많겠네요

 

(준환) 아, 그러니까 잘리기 전에 미리미리 스펙 좀 더 쌓으시지

 

저처럼, 응?

 

[바람이 휭 부는 효과음]

 

(치인) 자기야, 아니, 스펙 쌓을 때 좀 싸가지도 같이 쌓지, 어?

 

싸가지는 완전 저 바닥 끄트머리네, 어?

 

(미소) 아, 저…

 

(인턴) 그럼 저는요? [날렵한 효과음]

 

(치인) 배현성이

 

인턴은 괜찮다

 

[세라의 한숨] (인턴) 네

 

[흥미로운 음악] [치인의 한숨]

 

진짜 정리 해고 분위기일까요?

 

(세라) 완전 폭풍 전야 같아요

 

(치인)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고? [직원들이 웅성거린다]

 

[결연한 숨소리]

 

[미소의 한숨] (지아) 어? 오셨어요?

 

[냄새를 씁 맡는다]

 

[옅은 탄성]

 

가만,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든 티인데

 

그래, 김 비서를 줘야겠어

 

[숨을 들이켠다]

 

(영준) 잠깐

 

[숨을 하 내쉰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부르셨습니까?

 

거기 앉지

 

[옅은 한숨]

 

내가 태어나서 손수 내린 그 티 김 비서 주려고

 

얼른 시음해 보도록

 

저, 부회장님, 드릴 말씀이…

 

일단 마시고 얘기하지

 

이러다가 내가 태어나서 손수 내린 그 티가 식겠어

 

 

[살짝 웃는다]

 

[기대하는 숨소리]

 

(미소) 아, 뜨거워, 아, 씁

 

아, 뜨거워, 씁, 하, 아, 뜨거워

 

(영준) 괜찮아, 김 비서? 덴 건가?

 

'아' 해 봐, 얼른, '아' 해 봐 [미소의 거부하는 신음]

 

- (영준) '아' 해 봐, 얼른, '아' - 아니, 아니, 괜찮아요, 괜찮아요

 

- (영준) '아' 해 봐, '아' - 괜찮아요, 괜찮…

 

'아', 아이… [당황한 신음]

 

[함께 놀란다]

 

[지아의 놀란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치인의 헛기침]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준의 한숨]

 

여러분들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사실 오늘은 저에게 좀 특별한 날입니다

 

(세라) 특별한 날이라니요?

 

네, 오늘은 [유쾌한 음악]

 

제가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마음먹은

 

제1회 부속실 소통의 날입니다

 

부속실 소통의 날요?

 

네, 불철주야 저를 위해 애써 주시는 부속실 사람들

 

(영준) 한 사람 한 사람과 아이 콘택트 하며

 

고마웠던 마음을 소통하는 날이랄까요?

 

[당황한 신음]

 

그 첫 번째 주자가 바로 김 비서였습니다

 

[날렵한 효과음]

 

[직원들의 옅은 탄성]

 

[어색한 웃음]

 

자, 그럼 다음 분부터

 

소통의 아이 콘택트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숨을 들이켠다]

 

정 부장님 [세라가 숨을 후 내쉰다]

 

[익살스러운 음악] [살짝 웃는다]

 

[깜빡거리는 효과음]

 

[심호흡]

 

[앙증맞은 효과음]

 

고생이 많으십니다

 

(영준) 네

 

[깜빡거리는 효과음]

 

[살짝 웃는다]

 

[깜빡거리는 효과음]

 

네, 반갑습니다 [지아의 웃음]

 

[영준의 옅은 한숨] (미소) 저, 부회장님

 

[날렵한 효과음] [세라의 당황한 신음]

 

결재하실 서류가 쌓여 있습니다

 

빨리 컨펌을 해 주셔야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수 있을 텐데요

 

아, 그렇습니까?

 

(미소) 네

 

[영준의 한숨]

 

(영준) 아쉽지만 이다음 분부터는

 

내년에 있을 제2회 부속실 소통의 날을 기대해 주시죠

 

[숨을 들이켠다]

 

자, 수고하셨습니다

 

[저마다 환호한다]

 

[치인의 탄성] (세라) 아, 예, 안녕히 계세…

 

[세라의 헛기침]

 

[앙증맞은 효과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안도하는 숨소리]

 

(치인) 아니, 오늘 뭐지? 어?

 

갑자기 웬 부속실 소통의 날?

 

(준환) 그러게요

 

부회장님께서 요즘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끼신 걸까요?

 

아니, 난 대충 돌아가는 판 눈치 깠어요

 

(세라) 이건 분명

 

[긴장되는 음악] 김 비서님 때문이에요

 

[영옥의 놀란 신음] (미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미소의 어색한 웃음]

 

(세라) 솔직히 말해 봐요

 

우리한테 비밀로 하고 몰래

 

[침을 꿀꺽 삼키는 효과음]

 

부회장님한테 건의했죠? [익살스러운 효과음]

 

소통의 날 만들어서 우리 좀 챙겨 주라고

 

아니, 부회장님 스스로가 그런 생각 할 분이 아닌데 [발랄한 음악]

 

딱 봐도 김 비서님 아이디어잖아요 [세라의 웃음]

 

정말이에요, 김 비서님?

 

[어색하게 웃으며] 아, 네, 뭐

 

[직원들의 웃음]

 

(세라) 어유, 어유, 어유

 

그러지 마요

 

부담스러워 죽는 줄 알았잖아

 

어유, 어유, 어유

 

(영옥) 근데 이렇게 챙겨 주시는 거 보면

 

정리 해고는 아닌 거 같아요, 그렇죠?

 

[영옥의 안도하는 탄성]

 

(치인) 아, 그렇네?

 

아, 그러면 오늘 이 분위기 이건 뭐지?

 

[치인의 의아한 숨소리]

 

[날렵한 효과음]

 

[어색한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탄성]

 

[피식 웃는다]

 

부속실 소통의 날이라니

 

영준이 이 녀석 어떻게 그런 기지를 발휘한 거지?

 

[피식 웃는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영준) 어때, 김 비서?

 

아까 아주 자연스럽지 않았나?

 

부회장님

 

부회장님이 개인적인 업무 스스로 하시는 거

 

저 불편합니다

 

[숨을 씁 들이켠다]

 

말이 헛 나온 거 같은데?

 

불편해진 게 아니라 편해진 거 아닌가?

 

아니요, 전혀 편하지 않아요

 

연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는 건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니까요

 

내 일을 내가 하는 게 문제가 되는 건가?

 

9년 동안 제가 해 온 일이잖아요

 

그러니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럼

 

(영준) 김 비서

 

무슨 말인지 알았어

 

하지만 난 말이야

 

김 비서한테 겨우 그런 일들을 시키기가…

 

'겨우 그런 일'이라니요?

 

전 그런 일도 업무 중의 하나인 사람입니다

 

그런 일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런 일에 만족해하는 상사를 보면서

 

프라이드를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금 그 표현 때문에

 

제 일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서운하네요

 

나야말로 서운하군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랬는지 정말 모르는 건가?

 

늘 누군가에게 서포트를 받기만 하던 내가

 

스스로 뭔가를 해 보려고 시도해 보는 건 쉬웠을 거 같아?

 

(영준) 어렵지만 해 주고 싶었어

 

김 비서에게 잘해 주고 싶었다고

 

[잔잔한 음악]

 

그래도 앞으로는 그러지 마세요

 

여기는 일하는 곳이고 지금은 업무 시간이니까요

 

앞으로도 저는 김 비서와 김미소 사이의 선을 지키기 위해

 

지금처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영역이 흔들려선 안 되니까요

 

이해해 주세요

 

[한숨]

 

김 비서는 지나치게 이성적이야

 

그럼 나가 보겠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심란한 숨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다 맞는 말인데

 

기분이 왜 이렇지?

 

[미소가 키보드를 탁탁 친다]

 

[한숨]

 

저, 저기, 김 비서님

 

혹시 부회장님께 뭐 잘못하신 거라도…

 

[살짝 웃으며] 그런 거 없어요

 

있는 거 같은데, 분위기가

 

뭔지 몰라도 그냥 죄송하다고 하시면 안 될까요?

 

(지아) 저 너무 무서워서 좀 두근두근하는데

 

글쎄요, 난 내가 잘못한 게 없는 거 같아서

 

아, 그래도 그동안은 잘못한 거 없으셔도

 

부회장님께 맞춰 드렸잖아요

 

네?

 

[문이 탁 닫힌다] [놀란 숨소리]

 

[유식의 한숨]

 

(영준) 도무지 이해가 안 가

 

어떻게 그렇게 이성적이지?

 

어떻게 그렇게 매사 철두철미해?

 

완전 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 납시었어

 

이성적이고 철두철미한 워커홀릭 김 비서가 좋아서

 

9년간 함께한 거 아니었나?

 

김 비서는 남자 마음을 너무 몰라

 

모태 솔로라서 그런가?

 

[영준의 의아한 숨소리]

 

오너도 제대로 된 연애는 이번이 처음 아닌가?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마냥 좋았는데

 

마치 작은 불씨가 삽시간에 큰 재난으로 번진 것 같은 느낌이군

 

자기한테 불리한 얘기는 다 못 들은 척하네

 

(유식) 아, 뭐, 아무튼 원래 연애라는 게 그래

 

사소한 생각의 차이가 큰 갈등을 불러오는 법이지

 

그런데

 

그런 싸움이 잦아지고 냉랭한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안 좋게 끝나게 돼 있어

 

나처럼

 

뭐?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들한테 악담하는 건가, 지금?

 

오너… [한숨]

 

영준이야

 

싸움 너무 길게 끌지 마라

 

이별한다, 나처럼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왜 저래?

 

[한숨]

 

(지아) 아, 그래도 그동안은 잘못한 거 없으셔도

 

부회장님께 맞춰 드렸잖아요

 

(미소) 예전엔 죄송하지 않은 일도 죄송하다고 잘만 말했는데

 

이젠 어쩐지 쉽지가 않네

 

이따 얘기하면서 풀 수 있을까?

 

[한숨]

 

(지아) 저, 김 비서님 저 먼저 들어가 봐도 될까요?

 

오늘 이사하는 날이라서

 

아, 그래요, 얼른 가 봐요 이사 잘하고요

 

(지아) 네, 그럼 내일 뵐게요

 

(미소) 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헛기침]

 

[헛기침]

 

오늘 내 일정 다 끝난 거 맞나?

 

[흥미로운 음악] (영준) 우리 둘 화해할 일정이 남았다고 말해

 

(미소) 네, 남은 일정은 없습니다

 

[어색한 신음]

 

(미소) 그럼 같이 저녁 먹으면서 오해 풀자고 말해요

 

그래

 

김 비서도 이만 퇴근하지

 

(영준) 이대로 그냥 퇴근하지 말고 같이 어디든 가자고 말해

 

네, 그럼 저도 퇴근하겠습니다

 

[한숨]

 

(미소) 김 비서는 퇴근하고 김미소는 나와 데이트하자고 말해요

 

그래

 

그럼 난 이만

 

(미소) '뭐 해, 빨리 따라오지'라고 말해요

 

(영준) 얼른 '가지 마세요'라고 말해

 

[영준의 한숨]

 

[한숨]

 

[한숨]

 

(지아) 아유, 답답해서, 정말

 

엄마, 302호가 아니라 301호라고 몇 번을 말해?

 

[피식 웃는다]

 

아무튼 이쪽으로 택배 보내 주면 돼, 어

 

어? [지아의 웃음]

 

(지아) 안녕하세요

 

- (지아) 301호 짐 맞죠? - (이삿짐센터 직원) 예

 

(지아) 늦어서 죄송해요

 

(이삿짐센터 직원) 아니에요, 다 하고 이거 남았어요

 

(지아) 아, 네

 

아휴

 

[탄성]

 

[놀란 신음]

 

[입김을 하 분다]

 

[뽀득거리는 효과음]

 

[옅은 탄성]

 

(귀남) 아, 좋아, 아름다워

 

[흥미로운 음악]

 

야, 이거, 이거 쓸 만하겠는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음]

 

가자

 

(지아) 어?

 

[당황한 숨소리]

 

- (지아) 어? 안녕하세요 - (집주인) 네

 

(지아) 저, 혹시 여기 있던 선풍기 못 보셨어요?

 

선풍기? 아가씨 거였어?

 

(집주인) 아까 옥탑 사는 총각이 갖고 가던데?

 

네?

 

[지아가 씩씩거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못마땅한 한숨]

 

[웃음]

 

고장 나서 버림받은 줄 알았더니 일을 곧잘 하는군

 

선풍기계의 고귀남이라 불러 주겠어

 

고풍기

 

[피식 웃는다]

 

[웃으며] 고풍기

 

[지아의 성난 숨소리]

 

(귀남) 아, 뭡니까?

 

아, 뭐, 이사 온다더니 이사 떡 돌리러 온 겁니까?

 

떡은 무슨

 

[반짝이는 효과음] (지아) 진짜 가져왔네, 내 선풍기

 

[날렵한 효과음] 뭐예요? 왜 남의 선풍기를 가져가세요?

 

아, 이거 김지아 씨 거였습니까?

 

아니, 난 누가 버리고 간 줄 알고 가져왔죠

 

[어이없는 탄성]

 

아, 그러길래 이걸 왜 길가에 방치해 둔 겁니까?

 

방치해 두긴요 이삿짐 나르던 중이었거든요?

 

(지아) 그리고, 어? 이게 어딜 봐서 버리는 선풍기예요?

 

상태가 이렇게 좋은데

 

아, 그, 요즘 사람들 상태 좋은 것도 막 버리고 그래요

 

(귀남) 이, 여기, 이 밥상도 누가 버리고 간 걸 내가 가져…

 

[익살스러운 음악] 온 건 아니지만

 

뭐, 어쨌든 유감이네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돌려드릴게요

 

제 건데 뭘 묻고 뭘 따져요? 치

 

[지아가 플러그를 탁 뽑는다]

 

[웅얼거린다]

 

[문이 쾅 닫힌다]

 

[휴대전화 진동음] [반가운 숨소리]

 

어, 언니

 

됐어, 술은 무슨

 

나 피곤해

 

(미소) 응, 끊어

 

[통화 종료음]

 

[숨을 후 내쉰다]

 

[카메라 셔터음]

 

(지아) 음, 맛있겠다

 

[기뻐하는 신음]

 

역시 이사한 날은 중국 음식이라니까

 

[숨을 씁 들이켠다] [초인종이 울린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의아한 신음]

 

(지아) 누구세요?

 

[강조되는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아니, 웬, 웬 방울토마토예요?

 

웬 방울토마토라니요?

 

(귀남) 이거 제가 씨앗 심고 물 주고

 

햇빛 쬐여 가며 자식처럼 키운 귀하디귀한 방울토마토거든요?

 

그, 얼른 받아요

 

아이고, 뭐, 팔 떨어지겠네

 

[멋쩍은 신음]

 

이, 이런 귀한 걸 왜 저한테 주시고…

 

아, 아깐 미안했어요

 

잠시 선풍기 빌려 쓴 값이자

 

회사 선배로서 이사 축하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럼 이만

 

아니…

 

내가 너무 심했나?

 

[옅은 한숨]

 

[도어 록 작동음]

 

[발랄한 음악]

 

(귀남) 혼자서 배달 음식 같은 거 시켜 먹을 땐

 

양이 너무 많아서 남기기 일쑤인데

 

[헛웃음 치며] 설마 같이 먹자고요?

 

[피식 웃으며] 아니요

 

김지아 씨가 혼자서 배달 음식 시켜 먹을 때

 

미리 반을 나눠서 저한테 갖다주시면

 

버릴 일도 없고 좋겠다고요

 

[강조되는 효과음]

 

[휘파람 효과음]

 

이게 뭡니까?

 

[지아의 멋쩍은 웃음]

 

혼자 먹기 많아서 그, 미리 좀 덜어 왔어요

 

[옅은 탄성]

 

그럼 이만

 

아, 잠깐만요, 김지아 씨

 

[웃으며] 아, 고맙단 말은 됐어요

 

그냥 방울토마토 답례라고 치세요

 

아, 그게 아니라

 

그, 앞으로 이왕이면 새우볶음밥 드세요

 

(귀남) 아, 전 탱글탱글하게 식감이 살아 있는 새우볶음밥이 더 좋더라고요

 

[흥미진진한 음악] 예?

 

아, 그리고 탕수육도 부먹보다는 저는 찍먹을 더 좋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내놔요

 

(귀남) 그냥, 아닙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김지아 씨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받겠습니다

 

허, 성의 같은 거 없었어요 그냥 형식적으로 가져온 거예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럼 저도 형식적으로 받겠습니다

 

허, 사실 형식도 없었어요 그냥 주세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귀남) 아니, 저는 원래 형식적인 놈이라서요

 

그리고 저는 방울토마토보다 큰 토마토를 더 좋아하거든요

 

(귀남) 아, 저기 큰 토마토 자라고 있으니까 다음에 드릴게요, 예

 

(지아) 아직 안 자랐잖아요, 주세요, 빨리! [귀남의 힘주는 신음]

 

이거 내가 다 먹을 거예요!

 

[무거운 음악]

 

(성연) 혼자였다면 견딜 수 없었을 그때

 

나와 함께해 준 그 아이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요

 

제 모든 것을 걸고 지킬 겁니다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

 

[한숨]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한숨]

 

[한숨]

 

연락 한 통이 없네, 부회장님

 

[심란한 숨소리]

 

[초인종이 울린다]

 

[한숨]

 

누구세요?

 

[한숨]

 

[도어 록 작동음] [함께 놀란다]

 

부회장님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영준과 미소의 어색한 숨소리]

 

[영준의 머뭇거리는 숨소리]

 

[헛기침]

 

자고 있었나?

 

그러기엔 이른 시간이죠

 

(영준) 저기… [영준의 헛기침]

 

오늘 말이야…

 

- (택배 기사) 택배 왔습니다 - 택배 왔습니다

 

네?

 

[익살스러운 음악] (택배 기사) 김미소 씨 맞죠?

 

(미소) 아, 맞아요, 감사합니다

 

[영준과 미소의 어색한 웃음]

 

[어색한 웃음]

 

(영준) 돌산 갓김치?

 

아, 이게 호, 홈 쇼핑에서 스테디셀러예요

 

엄청 맛있어요, 이거

 

[미소의 어색한 웃음]

 

[어색한 웃음]

 

- 그럼 나도 줘 - (미소) 네?

 

같이 먹자고

 

이거랑 같이

 

그게 뭔데요?

 

김 비서가 좋아하는 거

 

그럼 들어오시든지

 

말든지

 

여기 제 단골집인데 거기까지 갔다 오신 거예요?

 

그럼 [미소의 놀란 숨소리]

 

(영준) 내가 직접 구워 온 거야, 이거

 

[힘겨운 신음]

 

[콜록거린다]

 

[탄성]

 

이모, 포장요

 

[웃음]

 

(영준) 아참, 껍데기집 사장님께서

 

김 비서랑 같이 갔던 걸 기억하시더라고

 

김 비서가 좋아하는 거라고 곤충까지 서비스로 주셨어

 

고, 곤충요?

 

(영준) 응

 

[영준의 질색하는 신음]

 

(미소) 어? 번데기다

 

[웃음]

 

돼지 피부에 곤충에 내 여자 친구 취향은 참 독특하군

 

[웃음]

 

감사해요

 

김 비서가 좋아하는 거 사다 줘서?

 

이렇게 와 주셔서요

 

보고 싶었거든요

 

[발랄한 음악]

 

근데 회사에서는 왜 이렇게 이성적이야?

 

아, 회사에서는 부회장님 위치도 있고 제 위치도 있으니까

 

더 조심하려고 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까 평소보다 좀 더 선을 지키려고 했던 거 같아요

 

(미소) 아무튼 서운하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 부회장님

 

마음에 안 드는군

 

와, 진짜 부회장님 너무하시네 [미소가 캔을 탁 집는다]

 

이렇게 사람이 사과까지 하는데

 

그거 말고, 호칭 말이야

 

앞으로 나한테 오빠라고 불러

 

[콜록거린다]

 

네?

 

[어색한 웃음]

 

우리 그냥 호칭은 원래 부르던 대로 부르면 어떨까요?

 

부회장님도 아직까지 저한테 김 비서라고 부르시잖아요

 

그럼 나도 미소라고 부르지

 

미소야

 

'오빠' 해 봐

 

[당황한 웃음]

 

[기대하는 숨소리]

 

[캔을 탁 내려놓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미소의 한숨]

 

오…

 

[미소의 머뭇거리는 숨소리]

 

오…

 

(미소) 오, 오, 오…

 

오…

 

오…

 

오늘 말고 다음에요 [영준의 허탈한 숨소리]

 

[잔잔한 음악] [미소의 가쁜 숨소리]

 

[영준의 헛기침]

 

우리 그냥 차근차근히 해요, 네?

 

(영준) 하, 쯧

 

[초인종이 울린다] (말희) 미소야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필남) 미소야, 언니들 왔어, 문 열어

 

(영준) 언니들? [흥미진진한 음악]

 

응, 이참에 인사드려야겠군 [필남이 미소를 부른다]

 

빠른 관계 진전은 나도 바라는 바니까 [미소의 당황한 숨소리]

 

[초인종이 울린다] [필남과 말희가 중얼거린다]

 

(미소) 지금은 안 돼요, 일단 따라와 봐요 [필남과 말희가 미소를 부른다]

 

- (미소) 빨리 - (영준) 왜…

 

(영준) 아니, 김 비서, 나는 인사를…

 

(미소) 아, 조용히, 조용, 쉿, 쉿, 쉿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필남) 김미소!

 

(영준) 아, 김 비서, 언니들에게 인사를…

 

(미소) 쉿 [초인종이 울린다]

 

지금 나보고 여기를 들어가라는 건가?

 

[미소의 다급한 숨소리] (영준) 아니, 김, 김 비서…

 

(미소) 죄송해요

 

(영준) 김 비서

 

나 유명그룹 부회장 이영준이야

 

지금은 내 남자 친구거든요?

 

[영준의 놀란 신음] (미소) 가만히 계세요

 

[초인종이 울린다] (영준) 아, 아, 김 비서

 

[영준의 당황한 신음]

 

[가쁜 숨소리]

 

조금만 조용히 계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당황한 숨소리]

 

[초인종이 울린다]

 

[도어 록 작동음] [미소의 가쁜 숨소리]

 

(필남) 뭐야, 안에 있었네?

 

[문이 달칵 닫힌다] 근데 왜 문은 안 열어 주고?

 

깜빡 졸았어

 

[필남과 말희의 의아한 신음]

 

[하품]

 

근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아니, 아까 너 목소리가 안 좋길래

 

우리가 위로차 친선 방문 했지

 

(말희) 짜잔! [말희와 필남의 웃음]

 

우리가 뭘 사 왔는지 알면 너 깜짝 놀랄걸?

 

바로 바로 [미소의 어색한 웃음]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야

 

[말희와 필남의 웃음] [미소의 어색한 웃음]

 

야, 완전 맛있게…

 

먹고 있었네?

 

(미소) 아, 아, 이게 갑자기 생각이 나서

 

(필남) 근데 이게 왜 두 개씩이야?

 

(말희) 응, 그렇네?

 

양손에 하나씩 쥐고 먹었을 리도 없고

 

어, 그게…

 

(필남) 너 설마 또 부회장인지 뭔지 집에 들인 거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 아, 아, 그게…

 

그냥 껍데기만 드시고 바로 가셨어

 

(필남) 하!

 

아니, 그 인간은 재벌이면서 갈 데가 그렇게도 없다니?

 

전에도 와서 라면 얻어먹고 가더니

 

(말희) 어? 그랬어? [당황한 숨소리]

 

그러면 라면 얻어먹고 오늘은 껍데기 얻어먹은 거야?

 

어머, 재벌 스케일이 왜 이래?

 

- (영준) 아니, 그… - (미소) 오늘은 얻어먹은 거 아니야 [익살스러운 음악]

 

직접 사 오신 거야

 

(말희) 아유, 야, 깬다

 

야, 꽃등심도 아니고 껍데기를 사 왔다고?

 

어머, 재벌 스케일이 정말 왜 이래?

 

[분한 숨소리]

 

(필남) 미소야, 그 사람은 정말 안 된다니까 언니가 말했잖아

 

그 사람은 우리랑 다른 부류 사람이라니까

 

(말희) 그래

 

설사 둘이서 좋다고 해도 그 집에서 반대할걸?

 

돈 봉투 쓱 내밀면서

 

'우리 아들한테서 떨어져'라고 한 다음에

 

네 얼굴에 물 팍 끼얹으면 어떡해?

 

[떨리는 숨을 내뱉는다]

 

(미소) 아이고, 우리 언니들 드라마를 너무 보셨다

 

[미소의 어색한 웃음]

 

(필남) 그리고 그 집에서 허락한대도 내가 안 돼

 

너한테 들어 보니까 그 인간 뭐

 

순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놈이더구먼

 

[거친 숨소리]

 

(미소) 언니는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 그래?

 

(말희) 그리고 무엇보다

 

키스도 제대로 못 하는 성 기능 장애라며, 어?

 

[강조되는 효과음] 이렇게 놀러 다닐 시간 있으면

 

우리 비뇨기과나 한번 오라 그래

 

[발을 동동 구른다]

 

(필남) 야, 자세한 거는 마시면서 하자

 

- (필남) 갖고 와 - (말희) 어, 어

 

[말희의 웃음]

 

[당황한 신음]

 

[중얼거린다]

 

[미소의 다급한 숨소리]

 

(필남) 미소야, 빨리 먹어 [말희의 웃음]

 

아, 맛있다, 야

 

- (필남) 짠, 미소도 짠 - (말희) 짠! [술잔이 쨍 부딪힌다]

 

(필남) 아, 왜?

 

한잔 더 하자니까 왜 벌써 가래?

 

(말희) 응, 아, 딱 한 캔만 더 [필남이 호응한다]

 

- (미소) 다음에, 다음에 와요, 언니들 - (필남) 아, 야

 

[말희의 칭얼거리는 신음]

 

(미소) 가자

 

[도어 록 작동음] [필남과 말희의 당황하는 신음]

 

- (필남) 아, 야 - (미소) 가, 언니들

 

- (말희) 아니… - (필남) 아유 [도어 록 작동음]

 

[다급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미소) 부회장님?

 

[미소의 놀란 숨소리] [강조되는 효과음]

 

[으르렁거리는 효과음] [딸꾹거리는 효과음]

 

[깨갱거리는 효과음]

 

[날렵한 효과음]

 

김 비서

 

(영준) 대체 나에 대해 어떻게 브리핑을 한 거지?

 

그게 그런 게 아니라요…

 

(영준) 그동안 내가 보여 준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에 관한 얘긴 안 하고

 

라면 먹고 간 얘기만 한 건가?

 

그리고 내가 이기적이라니

 

내가 그런 놈이었으면

 

김 비서가 좋아하는 돼지 피부에 곤충까지 사 왔겠어?

 

[분한 숨소리]

 

(미소) 죄송해요

 

화나시는 마음 이해해요

 

그만하지

 

[한숨]

 

이러다 또 싸우게 되면 어떡해

 

기껏 화해했는데

 

[잔잔한 음악]

 

그리고 너무 예뻐서 더는 화를 낼 수가 없군

 

[메시지 수신음]

 

(성연) 그날 내가 너무 성급하게 굴어서

 

너 난처하게 만든 거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이따 회사로 갈 테니까 잠깐 얘기 좀 해

 

(영준) 김 비서, 좋은 아침이야

 

[피식 웃는다]

 

(미소) 저…

 

잠깐 만나고 와도 될까요?

 

제 마음 확실하게 말하고 정리하고 싶어요

 

그렇게 해 [살짝 웃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새가 짹짹 지저귄다]

 

잘 지냈어?

 

네, 뭐

 

며칠 동안 내 전화 피해서 마음이 불편했는데

 

(성연) 이렇게 나와 줘서 고맙다

 

얼굴 보니까 좋네

 

그때 내가 갑자기 고백한 거 미안해

 

어떻게든 내 진심 전하고 싶었던 건데

 

많이 놀랐지?

 

 

저는 그런 마음으로 오빠를 만난 게 아니니까요

 

(미소) 어릴 적 힘든 상황에서 절 지켜 준 고마운 오빠였고

 

언젠가는 꼭 찾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성으로서의 마음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오빠 맘

 

받아 줄 수 없어요

 

혹시 영준이 때문이야?

 

 

너 내가 영준이 때문에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성연) 그 자식 때문에 괴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모든 걸 포기하고 유학까지 간 내 마음을 네가 아냐고

 

(영준) 또 그 얘기인가?

 

[무거운 음악]

 

대체 언제까지 그 얘기 할 셈이지?

 

지겹지도 않나?

 

지겨워?

 

그런 말이 나와?

 

난 그때 일이 아직도 또렷해

 

그래서 지금도 고통 속에서 살고 있고

 

(성연) 그런데 넌 편하지?

 

불리한 기억은 다 지워 버렸으니까

 

빈정대지 마

 

앞으로 미소 불러내서 허튼소리도 하지 말고

 

다시 한번 미소 앞에서 이딴 소리 지껄이면

 

그땐 아무리 가족이라도 봐줄 생각 없어

 

(영준) 그만 가지

 

[떨리는 숨소리]

 

(미소) 저, 부회장님

 

작가님이 저렇게 힘들어하시는데 미안하진 않으세요?

 

형이 집착하는 과거는 내 기억엔 전혀 없어

 

아무것도 모른 채 가지는 미안함은 그냥 가식 아닌가?

 

[입소리를 쯧 낸다]

 

우리 이제 더 이상 그때 얘긴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 알겠습니다

 

(미소) 어디 가시는 거예요?

 

드라이브

 

오늘은 내가 김미소의 수행 비서가 되어 주지

 

[웃음]

 

[피식 웃는다]

 

[피식 웃으며] 역시 웃는 게 더 예쁘군

 

어디 가고 싶은 데 있나?

 

글쎄요? 그냥 좀 걷고 싶기도 하고

 

[웃음]

 

[피식 웃는다]

 

[풀벌레 울음] [미소의 옅은 탄성]

 

(미소) 너무 좋네요

 

[미소의 상쾌한 숨소리]

 

(영준) 춥나?

 

(미소) 약간요

 

아무래도 강가라 그런지 좀 쌀쌀하네요

 

(영준) 여기 잠깐만 기다리지

 

[차 리모컨 작동음]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이거 걸치고 있어

 

[살짝 웃으며] 감사해요

 

버건디 컬러네요?

 

부회장님은 버건디 컬러가 참 잘 어울리시는 거 같아요

 

[피식 웃는다]

 

(영준) 틀렸어

 

뭐든 다 잘 어울리지만 버건디가 특별히 더 잘 어울리는 거야

 

(미소) 아, 네

 

아,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라

 

나를 아껴 주시던 디자이너 선생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야

 

어떤 분이신데요? 제가 아는 분이에요?

 

아니, 어머니 지인분이라 김 비서는 잘 몰라

 

(영준) 어릴 때부터 나를 무척 아껴 주셔서

 

종종 내 옷을 직접 만들어 주곤 하셨었거든

 

직접요?

 

응, 당신들 친조카한테도 안 주는 옷인데

 

나한테만 특별히 맞춰 준다고 하셨어

 

[의미심장한 음악]

 

(최 여사) 그 옷 디자이너 장정도 선생님이

 

그 애를 위해 직접 만들어 준 건데

 

내 아들이지만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그날 그 옷을 입고 나가는 뒷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몰라

 

[깊은숨을 내쉰다]

 

[영준의 하품]

 

[영준의 당황한 신음]

 

(영준) [헛기침하며] 오해는 하지 마

 

김 비서랑 있는 게 따분해서가 아니라 편안해서 그런 거야

 

[살짝 웃는다]

 

[영준이 숨을 들이켠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 건지 자도 자도 나른하군

 

그럼 차에서 좀 쉬시겠어요?

 

[영준의 헛기침]

 

데이트 때 이러는 거 실례지만

 

그럼 잠깐만?

 

가시죠

 

[영준이 새근거린다]

 

[무거운 음악]

 

(최 여사) 많이 추워하지는 않았어?

 

추위를 많이 타는 아이인데

 

감기 걸리면 어떡하지?

 

- 저 괜찮아요 - (영준) 김 비서 말고 나 말이야

 

나 감기 걸리면 어떡하냐고

 

아, 추위 많이 타시죠?

 

(어린 미소) 오빠 이름 절대 안 잊어버릴게

 

오빠 이름이 이, 이…

 

(소년) 바보, 또 그런다

 

내 이름은 그게 아니고 이성…

 

(최 여사) 어땠니? 우리 현이 어때 보였어?

 

(미소) 그래, 그때 분명 현이라고 하셨어

 

어린 시절에 흔히 겪는 인지의 오류

 

혹시 비슷한 발음을 그대로 착각한 거였다면?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서, 성현 오빠?

 

왜?

 

[잔잔한 음악]

 

(미소) 더 이상 우리 사이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유식) 가족들 만날 때는 그냥 두 손을 모아서

 

'예, 예예, 아이고, 예, 좋죠'

 

시키는 건 다 했어!

 

[영준의 기합] (영준) 조개!

 

[영준의 가쁜 숨소리]

 

(영준) 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얘기 들어 보셨죠?

 

제가 바로 그렇습니다 알이 꽉 차 있습니다

 

(미소) 저, 이 둘 중에 누가 오빠예요?

 

(미소) 오빠

 

[영준의 놀란 신음]

 

(영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언니들께 확신을 줄 테니까

 

울지 마, 앞으로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 

.영화 & 드라마 대본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