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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비서가 왜 그럴까 8

 

(영준) 김 비서가 원하는 거, 알고 싶은 거

 

다 받아들일게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차분한 음악]

 

내가 다 감당하지

 

김 비서의 모든 거

 

감당할 자신 있어, 나

 

김 비서 자리는 어차피

 

여기니까

 

[웃음]

 

[풀벌레 울음]

 

(미소) 저, 부회장님

 

제가 알고 싶은 거 다 받아들이겠다고 하셨죠?

 

[한숨]

 

저 궁금한 게 있어요

 

(영준) 말해 봐

 

김 비서가 궁금한 거 내가 다 감당하지

 

저희 키스할 뻔했을 때

 

[당황한 숨소리]

 

저 왜 밀어내신 거예요?

 

[기침]

 

다 감당하시겠다면서요 얼른 얘기해 주세요

 

이유 없이 행동하는 분 아니신데

 

그때 일은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생각이셨는지 모르겠어요

 

(영준) 씁 [영준의 한숨]

 

그게, 그러니까…

 

[부드러운 음악]

 

눈을 감으면 가끔씩 귀신이 보여

 

네?

 

언제부터요?

 

혹시 가끔 꾸시는 그 악몽이랑도 관련 있는 거예요?

 

[한숨]

 

[멋쩍게 웃으며] 왜, 뭐, 퇴마사라도 불러 줄 건가?

 

아유, 지금 농담할 상황 아니잖아요

 

- (영준) 뒤에 귀신! - (미소) 으악, 악!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잘못 봤어

 

[옅은 웃음]

 

지금 장난하신 거예요?

 

아까 그 눈 감으면 귀신 보인다는 거 그것도 장난이셨죠?

 

[살짝 웃는다]

 

진짜 너무해요

 

[바람 소리 효과음]

 

- (영준) 저기… - (미소) 아…

 

김 비서, 같이 가지

 

[직원들의 탄성]

 

[직원들의 개운한 숨소리]

 

[냄새를 킁킁 맡는다]

 

(준환) 씁, 이야, 귀남 씨는 술 마시면서도 일하네요

 

(귀남) 아, 네, 일이 최고의 안주라고 생각합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다음 날 숙취도 없는

 

[귀남의 웃음]

 

(치인) 근데 양 비서는 술 안 묵나?

 

아, 예, 저는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늘 대기 상태입니다

 

[영옥의 놀란 신음]

 

(영옥) 김 비서님이랑 똑같네요?

 

[웃으며] 그럼 연애 못 하시겠다

 

[직원들의 웃음]

 

[멋쩍은 웃음]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귀여운 여자 스타일 좋아합니다

 

(직원들) 오!

 

[직원들의 웃음과 탄성]

 

어?

 

(치인) 아이고, 이제 오십니까

 

(귀남) 부회장님, 비 많이 맞으셨죠?

 

(치인) 아이고,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아이고 [휙 하는 효과음]

 

(영준) 고생은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슨 의미요?

 

[까마귀 울음 효과음]

 

(미소) 아, 대피소에서 비를 피하는 동안

 

저희가 회사 전반적인 업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체크하는 시간을 가졌거든요

 

[준환의 옅은 탄성] [영준과 미소의 어색한 웃음]

 

[어색한 신음]

 

아닌 것 같은데

 

[흥미로운 음악] (마음)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요?

 

씁, 그러고 보니 두 분 리본 찾기도 한 팀 하시고

 

[휙 하는 효과음]

 

저녁 다 돼서 들어오시고 [휙 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두 분 혹시!

 

[긴장되는 효과음]

 

[꿀꺽 침을 삼킨다]

 

소고기 드시고 온 거 아니에요?

 

[미소의 안도하는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아이, 저희는 돼지고기 먹었는데

 

(세라) 아이, 진짜

 

(치인) 돼지고기를 잘못 묵었나

 

설 비서, 정신 챙기라, 어?

 

부회장님

 

시장하시죠?

 

제가 고기 꿉어 드리겠습니다

 

(영준) 네, 고맙습니다

 

- (세라) 아, 이쪽으로 앉으세요 - (귀남) 이쪽으로, 이쪽으로, 네

 

[저마다 말한다]

 

[강조되는 효과음]

 

(치인) 여기 있던 고기!

 

어디 갔노? 어?

 

(마음) 아니, 다 구웠는데요?

 

다?

 

아, 내가 부회장님 거 남겨 놓자 했다 아이가

 

(마음) 아이, '남겨 놓자' 하시길래

 

부장님이 따로 챙기신 줄 알았죠

 

'남겨 놔라' 이렇게 명확히 말씀하시지

 

(치인) 와, 완전히 뭐, 국어학 박사 나셨네

 

아, 우짜죠?

 

음식이 다 떨어졌는데

 

아, 특공대 나온 제가 당장 물에 들어가 가지고

 

메기를 잡아 가지고 매운탕 하나 끓이겠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귀남) 아닙니다, 제가 지금 당장 돼지고기를 사 오겠습니다

 

(영옥) 술 드셨잖아요

 

여기서 마트까지 30분이나 걸리는데

 

왕복 1시간인데

 

[익살스러운 음악] [밤새 울음 효과음]

 

아, 그럼 그냥 저거 먹죠, 뭐

 

[반짝이는 효과음]

 

부회장님, 괜찮으시죠? 라면 좋아하시잖아요

 

부회장님도 라면 드세요?

 

아, 얼마 전에 먹어 봤는데 괜찮더군요

 

그럼 우린 라면 먹도록 하지

 

 

- (치인) 네, 그러면… - (마음) 우와

 

제가 빨리 물을 데파 오겠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직원들의 웃음]

 

[피식한다]

 

[밝은 음악]

 

[풀벌레 울음]

 

부회장님 워크숍 오신 거 처음인데

 

숯불에 구운 고기 드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피식하며] 김 비서가 아쉬운 건 아니고?

 

저야 물론 아쉽죠

 

(미소) 이렇게 야외에서 숯불에 구운 고기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요

 

[함께 웃는다]

 

어, 이제 드셔도 될 거 같아요

 

(영준) 어

 

[미소가 입바람을 후 분다]

 

[영준의 뜨거워하는 숨소리]

 

[콜록거리며] 뜨겁군

 

 

여기다 드셔 보세요

 

이게 뭐지?

 

아, 이거 컵라면 먹을 때 꿀팁이에요

 

여기에 덜어서 드시면 하나도 안 뜨겁거든요

 

[경쾌한 음악]

 

아, 잠시만요

 

[미소가 컵라면 뚜껑을 쓱 뜯는다]

 

(미소) 호로록

 

- (영준) 호로록 - (미소) 쏙, 호로록

 

(영준) 호로록

 

(미소) 이렇게 넣어서

 

[미소가 입바람을 후 분다]

 

[영준이 입바람을 후 분다]

 

(미소) 안 뜨겁죠?

 

(영준) 음, 좋은 아이디어군

 

[미소의 웃음]

 

호로록

 

김치 올려 줘

 

네?

 

김 비서가 올려 줘야 더 맛있어

 

여기요

 

(영준) 음, 맛있군 [미소의 웃음]

 

[영준이 입바람을 후 분다]

 

[미소의 웃음]

 

[밤새 울음]

 

(마음) 벌써 자게요?

 

아, 우리 딱 한 잔만 더 해요, 네? 한 잔만

 

[세라의 피곤한 신음]

 

(세라) 아이, 허리야

 

어, 다들 누우셨네요? 그럼 불 끌게요

 

(영옥) 잘 자요

 

(지아) 안녕히 주무세요

 

[미소가 불을 탁 끈다] - (세라) 아, 자자 - (마음) 자기 싫은데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영준) 잘 자, 내 꿈 꿔도 좋다고 허락해 주지

 

[잔잔한 음악]

 

[마음의 헛기침]

 

[휴대전화 조작음]

 

[메시지 수신음]

 

(미소) 허락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 밤 김 비서 꿈에나 놀러 가 볼까?

 

[옅은 웃음]

 

[새가 지저귄다]

 

어? 저거 부회장님 차인데?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부회장님, 지금 어디 가시는 거예요?

 

(영준) 프랑스에서 새로 론칭한 브랜드 바이어가 극비리에 입국했어

 

아직 국내 미입점 브랜드라 어떻게든 선점하려고 미팅 잡았고

 

네?

 

어떻게 제가 모르는 일정이…

 

어제 급하게 연락받았어, 박 사장한테

 

아…

 

그럼 저한테도 말씀해 주셨어야죠

 

아무튼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가겠습니다

 

(영준) 아니, 이건 내 일이야

 

네?

 

김 비서 일은 남은 워크숍 재미있게 놀다 오는 거고

 

쉴 땐 푹 쉬어

 

그럼 이만

 

[통화 종료음]

 

어… [통화 종료음]

 

[메시지 수신음]

 

(영준) 정 그렇게 걸리면 이따 우리 집에 놀러 와

 

[밝은 음악]

 

(영준)

 

(세라) 김 비서님, 뭐 해요?

 

씁, 무슨 문자길래 그렇게 부끄러워해요?

 

허, 혹시 데이트 신청이라도 받은 거?

 

아, 아니에요 마트에서 온 문자 메시지예요

 

(미소) 어, 칠레산 새우 세일한다고

 

(세라) 아… [미소의 어색한 웃음]

 

새우 사러 가야겠다

 

[세라의 힘주는 탄성]

 

[날렵한 효과음]

 

[날렵한 효과음]

 

아이, 뭐야, 왜 이렇게 늦어

 

아이,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근데 규정 속도대로 가는 거라서

 

아, 아이, 그렇군

 

잘하고 있습니다

 

[메시지 수신음] [날렵한 효과음]

 

(미소)

 

[익살스러운 효과음]

 

[헛기침하며] 아

 

(영준) 아침이라 그런지… [영준의 웃음]

 

[웃으며] 아, 예

 

[멋쩍은 웃음]

 

(바이어) [영어] 저희는 유명그룹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기대합니다

 

(영준) 저희 그룹을 선택한 것에 후회 없으실 겁니다

 

- (바이어) 감사합니다 - (영준) 별말씀을요

 

- (영준) 안녕히 가십시오 - (바이어) 그럼

 

[익살스러운 효과음] [유식의 힘주는 신음]

 

[한국어] 그 누구도 입점시키지 못한 걸 우리 유명이 하네?

 

(영준) 나 이영준이 나서서 안 될 일은 없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유식) 존경합니다, 오너님

 

(영준) 네

 

혹시 시간 있나?

 

(유식) 어, 시간이…

 

차고 넘치네, 왜?

 

같이 장 좀 보러 갈까 해서

 

장?

 

[발음을 굴리며] 정원에서 바비큐 좀 해 먹을 생각이거든

 

[익살스러운 음악]

 

[발음을 굴리며] 바비큐?

 

 

(유식) 어, 우리 고기 종류별로 다 사자 소랑 돼지랑 골고루

 

오너는 돼지를 집어

 

자, 이모님

 

오늘 안심 괜찮아요?

 

안심을 사야, 오, 안심이 돼서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 숯불에 구운 소시지를 맛보면

 

프라이팬에 구운 소시지하고는 겸상도 안 할걸

 

차원이 달라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유식) 우리 감자하고 고구마도 사자

 

아, 얘들이 숯불에 들어가는 순간

 

그냥 구황 작물이 아니에요

 

얼마나 맛있게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가지

 

(유식) 최고의 재료를 구매한 데다

 

최고의 셰프인 내가 함께하니까

 

완전히 맛있을 거야

 

아차차차차차차

 

그, 쌈하고 채소를 더 살 걸 그랬…

 

[익살스러운 효과음]

 

오늘 장 보는 거 도와줘서 고마워

 

그럼 내일 회사에서 보자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뭐야, 나랑 먹는 거 아니었어? [타이어 마찰음]

 

(유식) 야, 야, 야, 야, 야 [익살스러운 음악]

 

야, 나 이용한… 나 갖고 논 거야?

 

야! 너 짓궂어 너 지금 되게 많이 짓궂어, 너

 

[익살스러운 효과음]

 

(치인) 수고하셨습니다 [저마다 말한다]

 

[직원들의 탄성] 아, 이래 헤어지기 너무 아쉬운데

 

우리 감자탕에 소주 한잔 딱 어떻노?

 

너무 함께하고 싶은데 저는 차 반납하러 가야 돼 갖고

 

(준환) 내일 뵙겠습니다

 

- (마음) 가세요 - (영옥) 안녕히 가세요

 

(귀남) 저도 안 됩니다

 

어, 소주 한잔할 시간에 서류 한 장 더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그럼, 이만

 

- (치인) 아유, 김 비서님, 우리끼리… - (세라) 가세요

 

아, 저도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요 죄송해요, 내일 봐요

 

- (영옥) 안녕히 가세요 - (마음) 안녕히 가세요

 

(세라) 김 비서님 아까부터 뭔가 수상해

 

마치

 

데이트 있는 사람같이

 

(영옥) 무슨

 

김 비서님 모태 솔로잖아요

 

아이, 김 비서님 부회장님이랑 맨날 붙어 있는다고

 

연애할 짬도 없는데 무슨

 

어머머

 

그럼 부회장님이랑 혹시…

 

(영옥) 응?

 

또 일하시는 거 아니에요?

 

[지아와 영옥의 놀란 숨소리] (마음) 주말도 없이?

 

그런가?

 

이게 지아 씨의 미래예요

 

이제 김 비서님 관두면 이제부터 지아 씨가 이렇게 일해야 돼

 

(지아) [한숨 쉬며] 저, 정말요?

 

(영옥) [작은 소리로] 파이팅

 

(치인) 자, 우리 지아 씨의 미래 이야기는

 

감자탕집에서 소주 한잔하면서

 

(세라) 안녕히 가세요 [저마다 인사한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아) 같이 가요 [지아의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한숨]

 

대충 하고 가자 특별한 날도 아닌데, 뭐

 

[밝은 음악]

 

[휙 하는 효과음]

 

공주 같나? [휙 하는 효과음]

 

전에 놀이공원 때 청바지 입었잖아 [휙 하는 효과음]

 

너무 웨딩 같나? [휙 하는 효과음]

 

[반짝이는 효과음]

 

그래, 대충 이걸로 입고 가면 되겠다

 

수고했소, 기억하개, 나 어때?

 

[소 울음 효과음] [개 짖는 효과음]

 

어머!

 

(미소) 미안해

 

어유, 답답했지?

 

근데 내가 지금 시간이 없어서 정리는 이따 와서 할게 [미소의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심호흡]

 

[영준이 콜록거린다]

 

아, 어유, 모스키토

 

어유, 어휴

 

[영준의 헛기침]

 

[풀벌레 울음] [고기가 지글거린다]

 

[영준이 콜록거린다]

 

(미소) 부회장님

 

[부드러운 음악]

 

오늘 예쁘군

 

감사합니다

 

[미소의 웃음]

 

(미소) 근데 이게 다 뭐예요?

 

김 비서가 어제 숯불에서 구운 고기 먹고 싶다 그랬잖아

 

야외에서 먹으면 더 맛있다고

 

씁, 그래서 준비했지

 

우와

 

거봐, 대단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는 거 맞지?

 

네, 정말 대단한데요?

 

[함께 웃는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 오…

 

[웃으며] 우와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 근데 지금 뒤집어야 될 것 같은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 아…

 

(영준) 아, 이걸 어쩐다

 

[웃음]

 

괜찮아요, 새로 다시 구우면 되죠, 뭐

 

남은 고기가 없어

 

네?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미소의 놀란 숨소리]

 

이걸 다 태우신 거예요?

 

내가 고기는 처음 구워 봐서

 

나도 못하는 게 하나쯤은 있군

 

어때? 인간적이지 않나?

 

[밤새 울음 효과음]

 

[웃으며] 네

 

[한숨 쉬며] 근데 이걸 어쩐다

 

배 많이 고픈 거 아니면 나가서 고기 사 올까? [날카로운 효과음]

 

- (영준) 그래서 내가 다시 구워… - (미소) 아니요

 

[바람 소리 효과음] 아닙니다

 

[밤새 울음 효과음]

 

김 비서, 많이 화났나?

 

[밤새 울음 효과음]

 

- (배달원) 맛있게 드세요 - (미소) 감사합니다

 

숯불에 구운 고기 먹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전 피자도 좋아요, 얼른 드세요

 

[영준이 입소리를 쩝 낸다]

 

[부드러운 음악]

 

[영준과 미소의 웃음]

 

감사합니다

 

김 비서

 

여기 뭐가 묻었는데

 

어머

 

여기요?

 

- 아니, 거기 말고… - (미소) 여…

 

아니

 

[심장 박동 효과음]

 

[어두운 음악]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울린다]

 

(여자) 같이 가자

 

혼자 가긴 싫어

 

너희가 같이 가 줘

 

(소년) 안 돼!

 

[미소의 멋쩍은 웃음]

 

이번엔 어느 방향으로 미실 거예요?

 

미리 준비 좀 해 놓게요

 

이쪽? 저쪽?

 

김 비서, 그게 말이야…

 

(유식) 이영준, 날 버리고 가? 도대체 뭐 하는 짓…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의 당황한 숨소리]

 

[힘주는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밤새 울음 효과음]

 

[난처한 숨소리]

 

[난처한 숨소리]

 

음, 두 사람 진짜 뭐 하고 있었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유식) [웃으며] 그러니까…

 

아이, 나는, 나는 고기하고 이 술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왔는데

 

내가 여기에 안 어울리네?

 

그럼 이만 가지, 하던 거 마저 해

 

아니에요, 제가 나갈게요! 저 마침 나가려던 참이에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 저, 그럼 [쌩 하는 효과음]

 

[한숨]

 

[조명을 똑똑 두드린다]

 

내가 잘못했어

 

내가 아주 큰 실수를 했네? [긴장되는 음악]

 

[으르렁거리는 효과음]

 

[낑낑거리는 효과음]

 

[으르렁거리는 효과음]

 

[한숨]

 

창피하게 하필 그때…

 

[강조되는 효과음]

 

[영준의 놀란 숨소리]

 

[영준의 놀란 숨소리]

 

(미소) 아무래도 뭔가 있는 게 분명해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유식) 김 비서

 

김 비서, 같이 가, 같이 가

 

(미소) 어?

 

[유식의 다급한 신음] 아…

 

[유식의 멋쩍은 웃음]

 

[멋쩍은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제 내가 미안했어

 

[휙 하는 효과음]

 

아, 두 사람 같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휙 하는 효과음] 내가 방해한 거 아니지?

 

방해라니요

 

방해라고 할 만한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박 사장님께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엘리베이터 도착음]

 

(미소) 그 생각하시는 일 중에 어떤 일도 일어나지…

 

(유식) 안 내려?

 

(미소) 아…

 

[미소와 유식의 어색한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색한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작은 소리로] 그럼

 

(유식) 어,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영준이

 

요리 준비한…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 괜찮으세요?

 

(유식) 아! 씁, 후…

 

다행히 접질리지는 않은 거 같아

 

아이고, 이번에 바꾼 칼슘제 덕분인가?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의 당황한 숨소리]

 

(유식) 아, 어, 다르긴 다르네

 

[날렵한 효과음] 어…

 

[유식의 한숨]

 

(미소) 저, 근데 혹시 부회장님 발목의 흉터 본 적 있으세요?

 

김 비서도 봤어?

 

 

그 흉터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계세요?

 

음, 나도 딱 한 번 본 게 다야

 

유학 시절에 같이 풋볼 했을 때

 

영준이는 늘 혼자 옷을 갈아입었거든?

 

- (유식) 그럼 이따 봐 - (영준) 어

 

(유식) 난 나가는 중이었고

 

영준이는 혼자 남아서 옷을 갈아입는데

 

[의미심장한 음악]

 

문이 닫히는 찰나였지만 분명히 봤어

 

[날카로운 효과음]

 

양 발목의 선명한 흉터

 

[어두운 효과음]

 

양쪽 발목이라니요?

 

(유식) 어, 꽤 오래돼 보이는 흉터였는데

 

마치 뭔가에 묶였던 흔적처럼?

 

씁, 사람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단순히 묶인 흔적이 그렇게 흉터로 남을 수 있나요?

 

(유식) 어, 전에 무슨 동물 보호 프로그램에서

 

얇은 목줄을 한 상태로 유기된 강아지를 본 적이 있거든?

 

근데 그 상태에서 오랫동안 떠돌아다닌 강아지 목에

 

피가 통하지 않아서 막 붓고 쇠 목줄이 점점 살을 파고들어서

 

아! 그만요

 

(유식) 미안해, 응

 

쯧, 뭐, 어쨌든 그 흉터가 왜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준이 그 자식 성격에 말해 주지도 않을 것 같고

 

또 물어보기도 좀 그래서

 

아, 이제 와서 하는 얘긴데

 

전에 김 비서 어린 시절 유괴 사건 얘기했을 때 말이야

 

혹시 그 흉터하고 관련된 사건이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뭐, 뭐 영준이가 아니고 형님이라니까, 응?

 

[한숨]

 

근데 영준이 발목의 그 흉터는 대체 뭘까?

 

[무거운 음악]

 

(미소) 부회장님 흉터 한쪽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박 사장님 말씀대로 그건 묶였던 흔적인 건가?

 

근데 그런 상처는 흔하게 생기는 게 아닐 텐데

 

(미소) 부회장님, 오셨습니까?

 

[문이 달칵 열린다]

 

(영준) 씁, 뭐지, 저 표정은?

 

씁, 혹시 어제도 키스를 못 해서 그런 건가?

 

[노크 소리가 들린다] 난 뭐, 안 하고 싶어서 안 하나?

 

[문이 달칵 열린다] 나도 하고 싶어, 하고 싶다고!

 

(지아) 뭐가 하고 싶으세요, 부회장님?

 

회의하고 싶다, 회의!

 

영준아, 회의!

 

아…

 

아, 김지아 씨

 

정 부장님 들어오라고 해 주세요 주간 업무 보고받게

 

네!

 

집중 [문이 달칵 여닫힌다]

 

[옅은 한숨]

 

- (마음) 드세요 - (인턴) 아, 감사합니다

 

(치인) 우와, 자기야

 

이거 너무 맛있다 입에서 그냥 살살 녹는다, 녹아, 응?

 

(준환) 이거 되게 고급스러운 게

 

씁, 이거 설 비서님이 직접 준비하신 거예요?

 

음, 아니요

 

사장님이 선물로 받으신 건데 저한테 먹으라고 주셨어요

 

(치인) 음

 

(마음) 봉 과장님은 어디 가셨어요?

 

아, 외부 회의 나가셨다가 늦게 출근하실 거예요

 

아, 오, 그럼 따로 챙겨 놔야겠네요

 

(마음) 봉 과장님 거는 3개

 

(치인) 자기야, 너무 치사한 거 아이가?

 

우리는 2개 주고, 뭔데? 아, 뭔데 봉 과장은 3개 주는데?

 

[마음의 멋쩍은 웃음] 제가 봉 과장님 좋아하잖아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마음) 귀엽고 카리스마 있고, 음…

 

- 정 부장님 - (치인) 응?

 

부회장님께서 주간 업무 보고하시랍니다

 

(치인) 알았다

 

[치인의 긴장한 숨소리] 이거는 내 주마다 하는 건데도 아직 적응이 안 된다

 

아, 심장 떨려

 

- (영옥) 파이팅 - (준환) 파이팅

 

(치인) 갔다 올게

 

[반짝이는 효과음]

 

(치인) 이건 다음 달 대구에서 오픈하는 유명백화점 동성로점 오픈 일정이고요

 

이건 내일 아트 센터 개관 행사용 배포될 보도 자료입니다

 

그리고 이건

 

홍보 팀에서 만든 유명랜드 서머 페스티벌 시안입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로맨틱 나이트'란 테마로

 

놀이공원에서 키스하는 연인들의 이미지를 담았다고 합니다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치인) 죄송합니다 다시 만들라고 전달하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이 콘셉트로 진행하시죠

 

어어, 아닙니다

 

꼭 업그레이드된 콘셉트로 돌아오겠습니다

 

(치인) 수고하십시오

 

[문이 탁 닫힌다]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그래, 김 비서 입장에선 정말 이해가 안 될 거야

 

씁, 이걸 어떻게 해명해야 되나

 

(세라) 저 왔어요

 

- (영옥) 오셨어요? - (인턴) 고생하셨습니다

 

- (준환) 애쓰셨습니다 - (치인) 아유, 수고했다

 

아유,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개관식 체크할 게 너무 많아

 

빨리 아트 센터 개관을 해야지 숨을 좀 쉴 것 같은데

 

어, 이게 뭐예요?

 

(치인) 그거? 그거 봉 과장 좋아하는 사람이 주고 갔다

 

저를 좋아하는 사람요?

 

 

[문이 탁 닫힌다]

 

[웅장한 음악]

 

(세라) 내 옷에 벌레가 들어갔어요!

 

[긴장되는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세라)

 

[들뜬 신음]

 

[마카롱 봉지를 부스럭거린다]

 

(영옥) 봉 과장님, 여기 부탁하신 자료예요 드셨어요, 마카롱?

 

[웃으며] 응, 줬으니까 먹긴 먹는데 좀 그렇다

 

아니, 내가 좋으면 나한테 먼저 얘기를 하지

 

(세라)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하면 난감하잖아 [세라의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세라의 웃음]

 

후배가 선배 좋아하는 게 난감한 일인가?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옥의 어색한 웃음]

 

후배?

 

(준환) 네, 아니, 그거 설 비서가 준 거잖아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뭐라고요?

 

아이고야, 혹시?

 

어떤 남자가 봉 과장 좋아하는 거로 착각했는가베?

 

[익살스러운 효과음] [치인의 웃음]

 

[분한 숨을 내쉬며] 아니거든요

 

그런 적 없거든요

 

에이, 진짜

 

(치인) 나 참…

 

[준환의 헛기침]

 

(세라) 아, 정말

 

[세라의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철) 저, 봉 과장님

 

네? [놀란 신음]

 

(철) 아니, 이 문자는 뭡니까? 뭘 잘 먹겠다는 건지

 

아침, 점심, 저녁, 뭐든 잘 먹겠다고요

 

(세라) 잘 먹겠다고 다짐도 못 하나요?

 

[세라의 못마땅한 숨소리]

 

[멀어지는 발걸음]

 

(철) 아침, 점심, 저녁…

 

[문이 스르륵 열린다]

 

[떨리는 숨소리]

 

이럴 거면 그때 뽕은 왜 주워 줬어?

 

잔잔한 호수 같은 내 마음에 짱돌을 왜 던졌냐고

 

[한숨]

 

[흥미로운 음악]

 

귀여운 여자 스타일 좋아합니다

 

귀여운 스타일이라…

 

[애잔한 음악]

 

[놀란 숨소리]

 

이번엔 어느 방향으로 미실 거예요?

 

미리 준비 좀 해 놓게요

 

[답답한 숨소리]

 

(영준)

 

[익살스러운 효과음]

 

[입바람을 후후 분다]

 

[한숨]

 

(영준)

 

[의미심장한 효과음]

 

아니야! 아니야!

 

[가쁜 숨을 몰아쉰다]

 

(미소) 지아 씨

 

이거 워크숍에서 리본 찾기 1등 한 팀한테 주는 상품

 

[지아의 놀란 숨소리] 지아 씨랑 귀남 씨가 1등 했다면서요?

 

(지아) 하, 대박, 진짜 주시는구나

 

(미소) 그럼요, 아, 고귀남 대리님한테는 지아 씨가 직접 전달해 주세요

 

- (지아) 제가요? - (미소) 네

 

아,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배가 꼬르륵거린다]

 

[미소의 웃음]

 

(미소) 어, 부회장님, 뭐 필요하신 거라도?

 

그게…

 

이거 내가 먹겠다고 당 떨어져서 말이야

 

(미소) 그거 마지막 하나 남은 건데

 

[침을 꿀꺽 삼킨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게 뭐?

 

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아닙니다

 

극복할 거야

 

나 이영준이 극복 못 할 일 따위는 없으니까

 

[문이 탁 여닫힌다]

 

[지아의 헛기침]

 

[귀남의 뿌듯한 웃음]

 

(지아) 여기

 

리본 찾기 1등 하신 상품이에요

 

[귀남의 탄성]

 

김지아 씨, 저한테 엄청 고맙겠어요

 

네? 왜요?

 

(귀남) 왜긴요, 우리 팀이 리본 찾기 대회에서 1등 한 거

 

총 5개의 리본 중에 3개나 찾았기 때문인 거 아시죠?

 

알죠

 

(귀남) 그 3개의 리본 중에 내가 2개를 찾고

 

김지아 씨가 1개 찾은 것도 아시고요?

 

그럼요?

 

그럼 내가 2개를 찾고 김지아 씨가 1개를 찾았는데

 

똑같이 태블릿 PC를 받는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지아) 네? [흥미로운 음악]

 

이 태블릿 PC, 알아보니 인터넷 최저가로 79만 9천 원이더군요

 

그럼 2개면 159만 8천 원이니

 

이 금액을 2 대 1로 나누는 게 맞는 계산인데

 

제가 신사적으로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입 다물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워해야겠어요?

 

- 예, 예? - (귀남) 아무튼 리본 찾기 할 때

 

날 나무 위에 방치한 채 도망간 것도 봐줬고

 

이렇게 태블릿 PC도 받게 해 줬으니

 

제 비밀 지옥까지 갖고 가세요 아셨죠?

 

[지퍼를 직 잠그는 효과음] 응?

 

근데, 어? 제가 왜 지옥 가요? 저 천국 갈 건데?

 

[귀남의 웃음]

 

가시든가요, 난 업무 보러 갈 테니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아의 어이없는 숨소리]

 

(지아) 안녕히 가세요

 

(귀남) 아!

 

근데 이사는 언제 오시는 겁니까?

 

며칠 뒤에 할 건데 왜요?

 

허, 잘됐네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혼자서 배달 음식 같은 거 시켜 먹을 땐

 

양이 너무 많아서 남기기 일쑤인데

 

[헛웃음] 설마 같이 먹자고요?

 

흠, 아니요, 김지아 씨가 혼자서 배달 음식 시켜 먹을 때

 

미리 반을 나눠서 저한테 갖다주시면 버릴 일도 없고 좋겠다고요

 

그럼 [코웃음]

 

- (귀남) 하, 아름다워 - (지아) 와!

 

저런 얘기를 어쩜 이렇게 당당… 와!

 

[분한 숨소리]

 

이사를 안 가야겠어

 

씨…

 

- (치인) 아… - (준환) 보시면요

 

[치인의 놀란 신음]

 

(준환) 아이!

 

[익살스러운 효과음]

 

(치인) 자기야

 

아, 이, 갑자기 머리 이거 와 이라는데, 이거? 응?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냥, 아침에 한 헤어스타일이 세라한테 안 어울리는 거 같아서

 

귀여운 세라 이미지에 맞게 살짝 변화를 줘 봤어염

 

[헛기침]

 

(준환) 귀여운 세라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가여운 세라 아니고요?

 

뭐라고… [성난 고양이 울음 효과음]

 

[애교스러운 고양이 울음 효과음]

 

[난처한 숨소리] 뭐야

 

자꾸 그렇게 놀리면 세라 삐짐

 

[익살스러운 효과음]

 

(치인) 근데 세라 머리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머리인데

 

아, 우리 어머니!

 

졸업 사진에서 본 머리랑 똑같은데?

 

(준환) 아, 맞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 70년대를 배경으로 했던 그 권상우 나왔던 영화

 

아! 그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한가인 머리

 

[어색한 웃음]

 

(치인) '말죽거리 잔혹사' [익살스러운 효과음]

 

야, 봉 과장, 진짜 아이고, 잔혹하다, 잔혹해 [치인의 웃음]

 

[철이 풉 웃는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치인의 웃음]

 

(치인) 아이고야, 이거 양 비서가 평소에 말도 없고

 

웃음기도 없는데 아이, 내 말에 격하게 공감했나 보네

 

맞제, 양 비서? [치인의 웃음]

 

잔혹하제? [치인의 웃음]

 

잔혹하게 혼 좀 나고 싶으세요?

 

[속상한 신음]

 

[준환의 새어 나오는 웃음]

 

(세라) 귀여운데 왜들 웃어? 너무들 한다

 

(치인) 야, 귀여… 야, 크게 웃어 봐 [치인의 웃음]

 

[세라의 성난 숨소리]

 

그러게 왜 자꾸 그 인간을 신경 쓰는 거야?

 

그냥 뽕 한 번 주워 준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됐고, 이제부터 진짜 신경 끌 거야

 

어차피 전혀 내 스타일도 아닌데, 뭐

 

[성난 숨소리]

 

[성난 신음]

 

[성난 신음]

 

[한숨]

 

[새가 지저귄다]

 

(최 여사) 아들, 누가 작가 아니랄까 봐 하루 종일 서재에만 있는 거야?

 

대체 무슨 책을 그렇게 재미있게 읽어?

 

책이 아니라 일기장 봤어요

 

일기장?

 

네, 저 유괴당했을 때 같이 있던 아이가 쓴 일기장요

 

[어두운 음악] 뭐?

 

(성연) 그곳에 저 혼자가 아니라 그 아이도 같이 있었대요

 

그리고 우리 둘이서 함께 그 끔찍한 곳을 벗어났고요

 

무슨… 무슨 소리니, 그게?

 

(성연) 아, 그때 저 혼자 잡혀 있던 게 아니라고요

 

그 애도 저와 함께 그 여자에게 유괴당했었대요

 

그럴 리가 없잖니

 

그날 새벽 파출소로 찾아왔던 건 너 혼자였어

 

제가 그 아이 집까지 데려다주고 갔대요

 

그 무섭고 어두운 곳에 저 혼자가 아니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요

 

믿을 수가 없구나

 

엄마는 왠지 좀 꺼림직해

 

누군지는 몰라도 그 말 귀담아듣지 마

 

(성연)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어머니도 아는 사람인데

 

뭐?

 

미소예요

 

김미소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극복할 거야

 

나 이영준이 극복 못 할 일 따위는 없으니까

 

(미소) 대체 뭘?

 

부회장님께 어떤 일들이 있었길래

 

[휴대전화 진동음]

 

네, 사모님, 안녕하셨어요?

 

아, 부회장님 지금 회의 들어가셨어요

 

(최 여사) 어, 김 비서

 

잠깐 나 좀 볼 수 있을까?

 

네?

 

영준이한테는 내가 얘기할게

 

(최 여사) 응, 그래

 

(최 여사) 김 비서, 안 그래도 바쁠 텐데

 

괜히 불러서 미안해

 

아니에요, 사모님

 

성연이한테 얘기 들었어

 

어렸을 때 그 장소에

 

김 비서도 같이 있었다는 게 정말이야?

 

네, 사실이에요

 

저도 너무 어릴 때라 긴가민가했는데

 

작가님이 쓴 글을 우연히 보고 알았어요

 

자세히

 

좀 더 자세히

 

그 일에 대해서 얘기해 줄 수 없을까?

 

[어두운 음악]

 

[음산한 효과음]

 

(미소) 좁고 아주 추운 방이었어요

 

[무거운 효과음]

 

방에 들어가 보니까 먼저 붙잡혀 온 듯한 오빠가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더라고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절 보자마자 바보라고 화를 냈어요

 

(소년) 너 진짜 바보구나?

 

(어린 미소) 바보 아니야

 

미소 다섯 살인데 말희 언니보다 책도 잘 읽어

 

(미소) 자신처럼 붙잡혀 온 저를 안쓰러워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무서워하던 저를 달래 주려 했었고요

 

[깊은 한숨]

 

[힘겨운 숨소리]

 

사모님

 

[떨리는 목소리로] 괜찮아, 나는 괜찮으니까

 

계속

 

어땠니?

 

우리 현이 어때 보였어?

 

[잔잔한 음악]

 

제 기억으로는 괜찮았어요

 

(미소) 그 집에서 나온 후로 저희 집까지 바래다주면서

 

나중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까지 해 줬거든요

 

제 기억 속의 오빠는

 

동생인 저를 지켜 주던

 

씩씩하고 배려심 넘치는 사람이었어요

 

많이 추워하지는 않았어?

 

추위를 많이 타는 아이인데

 

하늘색 셔츠에 재킷 같은 걸 입고 있었는데

 

재킷이 아니라

 

카디건이었어

 

그 옷

 

디자이너 장정도 선생님이 그 애를 위해 직접 만들어 준 건데

 

내 아들이지만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그날 그 옷을 입고 나가는 뒷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몰라

 

'더 두꺼운 옷을 입혀 보냈더라면'

 

'춥지는 않았을 텐데'

 

(최 여사) 하는 생각에

 

실종된 그 사흘간 얼마나 마음 아팠는지 몰라

 

사모님

 

[숨을 들이켠다]

 

그 일 이후에

 

우리 가족은 매일이 지옥이나 마찬가지였어

 

같은 공간에 있기만 하면

 

잡아 죽일 듯이 달려드는 성연이도

 

그런 제 형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영준이도

 

두고 보기 힘들었고

 

저, 사모님

 

실례되는 질문이겠지만

 

부회장님이 어렸을 때 기억을 잃었다던데

 

어떻게 된 건가요?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영준이가 아침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기절했어

 

(최 여사) 그리고 다시 깨어난 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지

 

[차분한 음악]

 

정말 기억이 안 나요, 죄송해요

 

[한숨 쉬며] 그리고

 

그때부터 표면적이더라도 우리 가족들은

 

간신히 제자리로 돌아온 거야

 

근데, 미소야

 

(성연) 미소 왔다면서요

 

아, 정말이네?

 

온다고 연락하지 그랬어

 

아, 그게…

 

온 김에 여기서 저녁 먹고 가

 

아니요, 오늘은 할 일이 많아서요

 

그래?

 

(성연) 그럼 배웅해 줄게

 

잠깐만 기다려, 옷만 갈아입고 올게

 

[날카로운 효과음]

 

[멀어지는 발걸음]

 

어쨌든

 

(최 여사) 내가 오늘 미소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그날

 

그 애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다는 거

 

그거였어

 

(성연) 드디어 내일이네?

 

북 콘서트 말이야

 

처음엔 괜히 했나 긴장도 됐는데

 

뭐, 지금 생각해 보면 잘한 것 같아

 

재미있을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덕분에 미소 너도 만났고

 

근데 오늘 햇볕이 뜨겁네

 

빨리 여름이 갔으면 좋겠다 난 겨울이 좋거든

 

겨울요?

 

추위 많이 타시잖아요

 

[의아한 신음]

 

아니?

 

나 추위 별로 안 타는데

 

[흥미로운 음악]

 

(미소) 사모님께서 분명 추위를 많이 탄다고 하셨는데

 

추위를 안 탄다니

 

감기 걸리면 어떡하지?

 

저 괜찮아요

 

김 비서 말고 나 말이야 나 감기 걸리면 어떡하냐고

 

아, 추위 많이 타시죠?

 

(미소) 혹시…

 

하, 지금 무슨 생각 하는 거야 말도 안 돼

 

[한숨]

 

[잔잔한 음악]

 

(어린 미소) 오늘은 아빠가 캐러멜 사 왔어

 

오빠 거 많이 남겨 놨어

 

언니들이 다 뺏어 먹으려 했는데 미소가 오빠 거 다 지켰어

 

[옅은 웃음]

 

여기야, 우리 집

 

(소년) 정말 바로 근처네?

 

저기, 근데 오빠, 있잖아 미소 오빠랑 결혼할래

 

겨, 결혼?

 

빨리 약속해, 미소랑 결혼하기

 

- 안 돼 - (어린 미소) 아, 왜?

 

결혼은 어른 돼서 사랑하는 사람하고 하는 거니까

 

그럼 어른 돼서 미소랑 사랑하는 사람 하면 되잖아!

 

[한숨]

 

알았어, 하자, 해

 

[웃으며] 약속

 

다음에 오빠가 미소 보러 다시 올게

 

(성연) 그건 건들지 마

 

나한테 정말 소중한 물건이라

 

[차분한 음악]

 

(성연) 고맙다

 

네 덕분에 미소를 만났어

 

그날 네가 날 거기에 버리고 가서

 

그리고 네가 미소를 비서로 뽑아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다 네 덕이야

 

진심으로 고맙다

 

그래, 앞으로도 쭉 고마워해

 

앞으로도 내 덕분에 미소를 계속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미소는 항상 내 옆자리에 있을 거거든

 

글쎄

 

누구 옆자리에 남게 될지는 두고 봐야지

 

(최 여사) 아들, 왔어?

 

김 비서 부르셨다길래 아직 있나 해서 와 봤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더 이상 김 비서 부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응?

 

[머뭇거린다]

 

김 비서가 많이 바쁘거든요

 

그럼 내일 개관식에서 뵙겠습니다

 

[한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식) 음

 

아, 왜 이렇게 심각해? 술도 안 마시고

 

김 비서 때문이야?

 

[영준의 당황한 신음]

 

(영준) 아니, 뭐…

 

너희들 뭔 일 있지?

 

음, 잘 들어, 오너야, 응?

 

나는 말이야

 

어, 연애란 서로 발가벗고 마주 보는 거라고 생각을 해

 

- 저질이군 - (유식) 그게 아니고!

 

그만큼 숨기는 게 없어야 한다는 소리야

 

아이, 생각해 봐, 둘이 동시에 옷을 벗기로 했다고 쳐

 

저쪽은 홀딱 다 벗었는데 나는

 

속옷 한 장을 걸치고 있으면

 

상대는 얼마나 쪽팔리고 괴롭겠어?

 

아니,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다 벗었는데 이 새끼…

 

'저놈은 왜 안 벗어?' 하고 배신감 느끼지 않겠냐고

 

[한숨] 그래서?

 

마음의 빤쓰까지 다 벗어 던지라고

 

뭐?

 

너 김 비서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

 

[한숨] 뜬금없이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군

 

씁, 난 있잖아

 

연애 초에 와이프한테 거짓말을 했다가 들킨 이후로

 

절대로 뭔가를 숨기지 않았어, 왜?

 

숨겨 봤자 거짓말은 점점 더 커질 뿐이고

 

그건 결국 서로를 곤란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내가 경험했으니까

 

무슨 거짓말이었길래?

 

와이프가 처음이라고 [유식의 웃음]

 

[웃으며] 아니, 근데 첫날밤 바로 알아채더라

 

뭐, 아무튼 구구절절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하고 싶은 얘기는 딱 하나야

 

뭔가를 숨기는 게 있다면

 

일단 다 벗어 던지고 시작하는 게 예의야

 

오래 입어서 내 몸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되는

 

그, 그 빤쓰라도 말이야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때로는 아는 게 고통이 되는 진실도 있으니까

 

[한숨]

 

[음산한 음악]

 

(어린 미소) [울먹이며] 오빠, 나 무서워

 

[어두운 효과음] [어린 미소의 울음]

 

[힘겨운 신음]

 

(소년) 아니야, 미소야 저건 거미야, 커다란 거미

 

[어린 미소의 울음]

 

[겁에 질린 신음]

 

[놀란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미소) 뭐지, 이 꿈은?

 

오빠를 다시 만나면 모든 게 기억날 줄 알았는데

 

점점 더 모르겠어

 

[메시지 수신음]

 

(영준)

 

(미소)

 

(영준)

 

[감성적인 음악]

 

[미소의 가쁜 숨소리] [영준의 옅은 웃음]

 

(미소) 이게 뭐예요?

 

(영준) 열어 봐

 

[웃음]

 

아까 내가 먹어 버린 캐러멜에 대한 사과야

 

그리고

 

보고 싶기도 했고

 

이제 들어가 봐

 

좋은 꿈 꾸고

 

(미소) 정말 이상해

 

왜 이렇게 자꾸 눈물이 나올 것 같지?

 

[한숨]

 

[자동차 가속음]

 

"유명아트센터 개관식"

 

(센터장) 우리 유명아트센터가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고

 

삶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소) 리허설 때 특이 사항은 없었나요?

 

(센터 직원) 네, 음향, 영상, 조명 완벽하게 세팅 마쳤습니다

 

기자분들 오시면 프레스 명단과 체크 부탁드립니다

 

(센터 직원) 네, 철저하게 체크하겠습니다

 

행사 끝날 때까지 긴장 늦추지 마시고 잘해 주시기 바랍니다

 

(센터 직원) 네, 알겠습니다

 

고생했어, 김 비서

 

북 콘서트 김 비서가 기획하고 섭외까지 한 거잖아

 

준비하느라 고생했다고

 

감사합니다

 

작가님, 대기실은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성연) 네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저 찾으셨어요?

 

(성연) 어, 잠깐 시간 괜찮아?

 

네, 근데 무슨 일로?

 

오늘 강연할 원고 좀 읽어 봐 줄 수 있나 해서

 

(성연) 막상 사람들 앞에 나설 생각 하니까 좀 긴장되네

 

도와줄 수 있지?

 

네, 도움이 된다면요

 

좋은데요?

 

작가의 가치관과 생각, 감성 모두 다 알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 될 거 같아요

 

그래?

 

미소 네가 그렇게 말해 주니까 좀 안심되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성연) 미소야, 잠깐만

 

[다가오는 발걸음]

 

[긴장되는 음악]

 

(성연) 왔어?

 

센터장님과 얘기는 잘 끝나셨어요?

 

(성연) 뭘 그렇게 무섭게 봐?

 

이따 강연할 원고 좀 미소가 봐 주러 온 거야

 

그 정도도 혼자 못 하면 이 강연 하지 말았어야지

 

그럼 가지

 

[다급한 숨소리]

 

[멀어지는 발걸음]

 

저, 부회장님

 

방금 전 모습은…

 

(철) 부회장님!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영준) 가지

 

[한숨]

 

(진행자) 신간 '생에 단 한번'이 큰 이슈예요

 

판매 시작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도 등극했죠?

 

여러분, 정말 대단하죠?

 

(관객들) 네 [성연의 웃음]

 

[진행자가 계속 말한다]

 

(최 여사) 우리 성연이가 이렇게 모습을 드러낼 결심을 하다니

 

너무 좋다

 

이게 다 미소 덕분이야

 

아니에요

 

[최 여사와 미소의 웃음]

 

[관객들의 호응]

 

- 저, 사모님, 잠시만 - (최 여사) 응

 

(진행자) 작가님의 이번 신간 제목이 '생에 단 한번'이잖아요

 

그럼 작가님은 생에 단 한 번뿐인 인연을 만나셨나요?

 

최근에요

 

(진행자) 어, 정말요?

 

(성연) 네, 제가 어릴 적 어둠 속에 있었을 때

 

제 옆에 있어 준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혼자였다면 견딜 수 없었을 그때

 

나와 함께해 준 그 아이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요

 

제 모든 것을 걸고 지킬 겁니다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성]

 

무슨 일이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영준) 할 말이 뭐지?

 

오해예요

 

뭐가?

 

방금 들은 말들, 아까 본 상황 다 오해라고요

 

설명 안 해도 돼 내가 다 감당한다고 했잖아

 

아니요, 설명할게요 확실히 하고 싶어요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작은 오해도 남기고 싶지 않거든요

 

부회장님이 오해하고 우리가 멀어지는 거

 

두렵거든요, 전

 

왜?

 

좋아하니까요

 

[부드러운 음악]

 

그 숱한 고백에 너무 늦게 답해서 죄송해요

 

 

부회장님 좋아해요

 

[영준의 놀란 숨소리]

 

[영준의 힘겨운 숨소리]

 

[감성적인 음악]

 

(영준) 우리가 연인이 된 후로 처음 하는 식사니까

 

스페셜한 곳이었으면 좋겠는데

 

(미소) 네, 스페셜한 곳으로 예약해 두겠습니다

 

(셰프) 누가 보면 비서인 줄 알겠어요

 

(영준) 우리 정리가 좀 필요할 거 같아

 

(치인) 엄마야! [세라의 놀란 신음]

 

(세라) 직접 복사를 하셨어요

 

복사를요?

 

- 드릴까요? - (치인) 아입니다!

 

(세라) 솔직히 말해 봐요

 

우리한테 비밀로 하고 몰래…

 

네?


.김비서가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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