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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비서가 왜 그럴까 11

 

어떻게 여기…

 

내 기억이 잘못된 거라는데

 

네 생각도 그래?

 

대답 못 할 정도로

 

곤란한 질문인가?

 

(마술사) 자, 그럼 오늘 매직 쇼를 빛내 주실 특별한 게스트

 

모델 김나연 씨를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성]

 

[또각또각 소리가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성연) 그건

 

내 기억이 잘못됐다는 뜻이야?

 

[음산한 효과음]

 

[놀라는 숨소리]

 

나 종종

 

의미를 알 수 없는 어린 시절 꿈들을 꿨어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꿈속의 기억에…

 

(여자) 아빠는 회사 가셨잖아

 

무슨 헛소리를 계속하는 거야!

 

[미소의 떨리는 숨소리] (어린 미소) 이모가 이상해졌어, 오빠

 

[미소의 겁에 질린 숨소리] (어린 영준) 아니야, 미소야, 저건 이모가 아니야

 

거미야, 커다란 거미

 

(어린 미소) [울먹이며] 오빠, 나 무서워

 

(어린 영준) 미소야, 거기 있어, 여기 오지 마

 

(어린 미소) [울먹이며] 안 돼, 오빠, 미소만 두고 가지 마

 

바보야, 오지 말라고!

 

[떨리는 숨소리]

 

기억 났어

 

[가쁜 숨소리]

 

[무거운 음악]

 

(성연) 미소야, 미소야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미소야, 정신 차려, 미소야!

 

김미소!

 

[영준의 다급한 신음]

 

(영준) 김 비서, 정신 차려

 

김미소

 

김미소!

 

(어린 미소) 엄마

 

엄마!

 

[어두운 음악] [또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음산한 효과음]

 

엄마?

 

(어린 미소) 엄마!

 

엄마 아니네?

 

얘, 너 엄마 찾니?

 

 

이모가 엄마한테 데려다줄까?

 

정말? 우리 엄마 병원에 있는데

 

찾으러 갈 수 있어?

 

그럼, 이모가 데려다주면 되지

 

가자

 

[음산한 효과음]

 

[끼익 소리가 들린다]

 

[구두가 또각거린다] [음산한 효과음]

 

(어린 미소) 이모, 여기서 하룻밤만 자면

 

진짜 엄마한테 데려다줄 거야?

 

이모, 이모, 나도 저 오빠랑 똑같은 팔찌 해 줘

 

[무거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어린 영준) 성현, 이성현

 

성연? [미소의 웃음]

 

성현이라고

 

성연, 성연 오빠야

 

(어린 영준) 너 진짜 바보구나?

 

(어린 미소) 바보 아니야

 

미소 다섯 살인데 말희 언니보다 책도 잘 읽어

 

[헛웃음]

 

근데 오빠, 죽는 게 뭐야?

 

아빠가 그러는데 엄마가 아파서 죽을지도 모른대

 

엄마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나도 몰라

 

- (어린 미소) 오빠는 바보야? - (어린 영준) 뭐?

 

(어린 미소) 필남이 언니는 엄마가 죽으면

 

이제 엄마를 못 만나는 거라고 했는데

 

오빠는 아홉 살이면서 그것도 몰라?

 

바보네, 바보야

 

누구보고 바보래

 

죽으면 못 만나는 게 당연하지, 바보야

 

[애잔한 음악]

 

[울먹이며] 그러면 미소도 이제 엄마 못 만나

 

아, 아니

 

자, 잠깐만, 그, 그게 아니라… [미소가 으앙 운다]

 

(어린 영준) 쉿, 알았으니까 조용히 해, 응?

 

[다가오는 발걸음] [긴장되는 음악]

 

(여자) 조용히 해야지?

 

곧 아빠 오실 시간이잖니

 

(어린 영준) 죄송해요, 조용히 있을게요

 

(어린 미소) 아빠?

 

우리 아빠는 지금 병원에 있는데

 

아빠는 회사 가셨잖아

 

곧 오실 테니 엄마랑 얌전히 기다려야지?

 

우리 엄마도 지금 병원에…

 

미소야, 쉿

 

무슨 헛소리를 계속하는 거야!

 

아, 아직 잠이 덜 깨서 그런가 봐요, 엄마

 

(어린 영준) 제, 제가 달랠 테니까 걱정 마세요

 

조용히 있을게요

 

[안도의 한숨]

 

오빠, 이모가 이상해

 

[울먹이며] 나 집에 갈래

 

[한숨 쉬며] 미소야, 그만 울어

 

뚝 하면 맛있는 거 줄게

 

- (어린 미소) 맛있는 거? - (어린 영준) 응

 

자, 여기 캐러멜

 

먹고 울지 않기다? 약속해

 

맛있어?

 

맛있게 먹어

 

[어린 영준의 놀라는 숨소리] [음산한 음악]

 

아줌…

 

엄마

 

 

동생이 자고 있잖니, 조용히 해야지

 

(어린 영준) 네, 엄마

 

아빠 오실 때까지 이대로 조용히 있을게요

 

아니

 

아빠는 안 오실 거야, 왜냐하면

 

난 네 엄마가 아니니까

 

[긴장되는 효과음]

 

난 그 사람한테 모든 걸 다 줬는데

 

[떨리는 숨소리]

 

그 사람은 아니더라?

 

그 사람 때문에 내 배 속의 아이까지 지웠는데

 

[겁먹은 숨소리]

 

지금쯤 그 사람

 

너희 같은 아들딸과 함께 편안히 잠을 자고 있겠지?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거야, 왜!

 

난 그 사람 사랑한 죄밖에 없는데

 

[허탈한 숨소리] 내가 죽으면

 

그 사람, 조금은 죄책감을 가질까?

 

같이 가자

 

[놀라는 숨소리]

 

혼자 가긴 싫어

 

(여자) 너희가 같이 가 줘

 

(어린 영준) 그런 비겁하고 못된 아저씨는 잊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요!

 

지금이라도 그만둬요

 

저희 풀어 주세요

 

절대 신고 안 할게요, 네?

 

[무거운 음악]

 

늦었어

 

너무 멀리 와 버렸어

 

[떨리는 숨소리]

 

위로 고마웠다, 꼬마야

 

[음산한 효과음]

 

[또각또각 소리가 들린다]

 

(어린 영준) 안 돼요

 

[울먹이며] 안 돼요, 아줌마

 

그러지 마요, 제발!

 

도와주세요 [어린 영준의 울음]

 

너한테 신세만 지고 가는구나

 

안 돼

 

미안해

 

그러지 마세요, 제발!

 

(여자) 그이 대신

 

네가 내 마지막을 봐 줘

 

(어린 영준) 누가 좀, 누가 좀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안 돼!

 

[흐느낀다]

 

[몽환적인 음악] [어린 영준이 흐느낀다]

 

왜…

 

[어린 미소의 의아한 신음]

 

(어린 미소) 오빠, 거기서 뭐 해?

 

(어린 영준) 미소야, 거기 있어, 여기 오지 마

 

(어린 미소) 어? 저게 뭐지?

 

이모?

 

이모가 이상해졌어, 오빠

 

무서워

 

(어린 영준) 엄마가 돌아가실지도 모르는 미소한테

 

죽음을 이렇게 알려 주면 안 돼

 

아니야, 미소야

 

저, 저건 이모가 아니야

 

(어린 영준) 저건

 

거미야, 커다란 거미

 

[울음]

 

거미 무서워

 

[미소가 엉엉 운다]

 

(어린 미소) 엄마

 

[잔잔한 음악]

 

괜찮아, 미소야 거미 안 오니까 울지 마

 

어, 근데 오빠, 미소 발

 

(어린 미소) 발이 너무 많이 아파

 

오빠가 밖에서 가위 가져와서 이거 풀어 줄게

 

[삐거덕 소리가 들린다]

 

[겁먹은 숨소리]

 

(어린 영준) 여기 있다

 

죽은 그 여자가 이 위에 있다

 

[흐느낀다]

 

아, 미소야

 

미소야, 너 거기 있지?

 

(어린 미소) 오빠, 오빠 왜 울어?

 

거미한테 물린 거 아니야?

 

어떡해

 

오빠 괜찮아

 

미소가 여기 있어 저 안에 미소가 같이 있어

 

(어린 영준) 미소야, 잘 들어

 

 

아프리카엔 어른 키만큼 커다란 거미가 산대

 

아주 사나워서 사람이랑 눈이 마주치면 확 물어 버린대

 

- (어린 미소) 진짜? - (어린 영준) 응

 

[차분한 음악] 밖에 그 거미가 있는 거 같아

 

눈 꼭 감고 절대로 보면 안 돼, 알았지?

 

 

이제 집에 가자 오빠 손 꼭 잡고 따라와

 

(어린 미소) 응, 오빠

 

여기야, 우리 집

 

(어린 영준) 정말 바로 근처네?

 

앞으로는 자다 깨도 밖에 혼자 나오면 안 돼

 

알았지?

 

응, 저기, 근데 오빠, 있잖아

 

미소 오빠랑 결혼할래

 

겨, 겨, 결혼?

 

응, 오빠 왕자님 같아

 

[옅은 웃음]

 

근데 오빠야, 돈도 많아?

 

- (어린 영준) 돈? - (어린 미소) 응

 

(어린 미소) 아빠가 꼭 부자랑 결혼하라고 미소한테 그랬어

 

뭐, 우리 아빠가 돈 많은 거니까

 

나도 많은 거긴 하지

 

얼마나 많은데? 나나의 스위트 홈 살 수 있어?

 

나나 인형?

 

유명실업에서 나온…

 

유명실업은 우리 회사 자회사잖아

 

(어린 미소) 자회사? 그게 뭐야, 먹는 거야?

 

나나의 스위트 홈 만드는 공장이 다 우리 거라고

 

빨리 약속해, 미소랑 결혼하기

 

안 돼

 

(어린 미소) 아, 왜

 

(어린 영준) 결혼은 어른 돼서 사랑하는 사람하고 하는 거니까

 

그럼 어른 돼서 미소랑 사랑하는 사람 하면 되잖아

 

[한숨 쉬며] 알았어, 하자, 해

 

[웃음]

 

약속

 

(어린 영준) 다음에 오빠가 미소 보러 다시 올게

 

(영준)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잔잔한 음악]

 

[음산한 효과음]

 

[긴박한 음악]

 

[가쁜 숨소리]

 

[떨리는 신음]

 

[놀라는 숨소리]

 

(젊은 최 여사) 서, 성현아

 

- (젊은 최 여사) 성현아 - (젊은 이 회장) 성현아

 

성현아, 괜찮니? [어두운 음악]

 

(젊은 최 여사) 성현아

 

[음산한 효과음] (여자) 같이 가자

 

이리 와, 이리 와 [어린 영준이 흐느낀다]

 

(어린 영준) 이러지 마!

 

[놀라는 신음]

 

[울며] 엄마, 아니야, 아니야

 

- (젊은 이 회장) 성현아, 왜 그래! - (젊은 최 여사) 왜 그래, 왜 그래

 

- (젊은 이 회장) 성현아! - (젊은 최 여사) 얘가 왜 이래! [어린 영준이 울부짖는다]

 

(젊은 이 회장) 저기, 의사 선생님 불러 주세요!

 

[어린 영준이 악쓴다]

 

(젊은 최 여사) 아니야, 아니야, 성현아

 

(영준)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긴 힘들었다

 

[잔잔한 음악]

 

그럴 때마다 너는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고

 

(어린 영준) 나

 

그 동네에 다시 가 보고 싶어요

 

잠깐만 보고 오면 안 돼요?

 

(영준) 다시 보러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공사장 소음]

 

(젊은 최 여사)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했잖아

 

(어린 영준) 다시 보러 온다고 약속했는데

 

[한숨]

 

(직원들) 안녕하세요, 전무님

 

(영준) 그 후로

 

그 여자와 비슷한 젊은 여자는 마주하기 힘들어하거나

 

[영준의 가쁜 숨소리] (직원1) 전부 다 수거했습니다, 전무님

 

(영준) 케이블 타이를 보면 트라우마에 시달렸지만

 

견딜 만했다

 

[떨리는 숨소리]

 

다만 문득 한 번씩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직원들이 시끌벅적하다] 그러던 어느 날

 

(직원들) 위하여!

 

(영준) 꿈처럼 너를 다시 만나게 됐지

 

이름이 뭡니까?

 

아, 김미소입니다

 

- (영준) 김미소 씨 - (미소) 네

 

내가 누군지 압니까?

 

네, 회장님 아들요

 

혹시 아니신가요?

 

아니, 맞습니다 [미소의 탄성]

 

- (직원2) 미소 씨, 짠 - (미소) 네, 네, 네

 

(미소) 열심히 하겠습니다

 

(영준) 내심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어

 

그날의 기억을 평생 짊어지고 가는 건

 

나 하나로 충분하니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미소) 안녕하십니까, 전무님

 

[미소의 당황한 신음]

 

오늘부터 수행 비서로 정식 출근 하게 된 김미소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영준) 무슨 생각이었을까

 

너를

 

내 곁에 두고 싶어 했던 건

 

[전화벨이 울린다]

 

네, 유명그룹 총무부입니다

 

(남자) [일본어] 낫산자동차의 하야시라고 합니다

 

확인할 사항이 있어서요

 

[영어] 정말 죄송합니다 영어로 말씀해 주시겠어요?

 

(직원3) [한국어] 뭐 해요?

 

(미소) 아, 아무도 안 계셔서 전화를 받았는데 일본 분이신가 봐요

 

제가 일본어를 못 해서…

 

(직원3) [한숨 쉬며] 이리 줘 봐요

 

(미소) 네

 

(직원3) [일본어] 전화 바꿨습니다

 

지금 담당자가 자리에 없어서요

 

[쓱쓱 메모하며] 네, 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직원3이 수화기를 달그락 놓는다]

 

[한국어] 감사합니다

 

(직원3) 아니, 전무님 비서라는 사람이

 

이 정도 실력도 안 되는 거예요?

 

아휴, 고졸이라서 그런가

 

(미소) 언니?

 

나?

 

잘 지내지

 

언니, 근데

 

여기 똑똑한 사람들 엄청 많다

 

(미소) 해외 바이어들 상대할 일 많은데

 

그때마다 나만 맨날 못 알아들어

 

[훌쩍인다] [잔잔한 음악]

 

아니야, 나 괜찮아

 

알잖아, 나 적응력 빠른 거

 

잘할 수 있어

 

[훌쩍이며] 언니

 

나 들어가 봐야겠다, 끊을게

 

[한숨]

 

[미소의 한숨]

 

하루에 30페이지씩 마스터해 오도록

 

(영준) 내가 직접 매일매일 테스트할 예정이니

 

매일매일 테스트요?

 

[문이 탁 닫힌다]

 

[일본어] 오늘 날씨는 어떻습니까?

 

오늘 날씨는…

 

죄송합니다

 

앞으로의 포부를 이야기해 주세요

 

저는 전무님을 완벽히 보좌하고…

 

'스미마센'

 

(영준) [한국어] '스미마센'밖에 할 줄 모르나?

 

외운다, 기억한다

 

씁, 이게 대체 왜 안 되는 거지?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한숨]

 

[한숨]

 

[씩씩거린다]

 

내가 기필코 일본어 마스터해서 이 수모 갚아 주고 만다

 

[일본어]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되죠?

 

오전엔 임원진 회의가 있고

 

오후에는 경제인 포럼에 참여하셔야 합니다

 

(영준) [한국어] 아

 

여기 선물

 

선물요?

 

단기간에 실력이 훅 늘었기 때문에 주는 선물이야

 

(영준) 보상이 있어야 성과도 따르는 법이지

 

나한테 선물받은 최초의 직원이니까

 

그 영광스러운 마음 오래도록 간직하도록

 

네! [웃음]

 

[강조되는 효과음]

 

잘할 수 있어

 

[인터폰 작동음] (영준) 김 비서

 

[인터폰 작동음] 김 비서

 

김 비서…

 

[옅은 웃음]

 

죄송합니다, 전무님

 

3일 동안 밤을 새웠으니 피곤할 만하지

 

이만 들어가

 

아닙니다, 저 자료 정리해서 내일까지 보내 주기로 했어요

 

그 일정

 

딜레이됐어

 

네?

 

전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

 

방금 연락 왔어

 

그럼 퇴근하는 걸로

 

아…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반가운 숨소리]

 

[통화 연결음]

 

(영준) 예, 박 부장님

 

백화점 인수 건 말입니다

 

일정 딜레이시켜 주시죠

 

[잔잔한 음악]

 

[통화 종료음] [한숨]

 

사장님으로 승진하신 기념 선물이에요

 

얼른 열어 보세요, 전무…

 

아니, 사장님

 

[옅은 웃음]

 

사장님께선 딱히 필요하신 것도 없는 거 같고

 

(미소) 필요한 게 있다고 해도 다 비싼 거일 테니까

 

저는 성의를 한번 어필해 보고자 만들어 봤어요

 

[피식한다]

 

별로 내 취향은 아니군

 

그럼 돌려주세요

 

(영준) 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

 

성의를 생각해서 기꺼이 받아 주지

 

[어색한 웃음]

 

감사합니다

 

그럼 나가 보겠습니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성의를 생각해서 일주일만 해 주지

 

와, 감사해요

 

(미소) 저 이렇게 예쁜 케이크 처음 받아 봐요

 

별거 아니야

 

유명 파티시에한테 특별히 부탁한 거긴 하지만

 

뭐, 별로 비싼 것도 아니고

 

저 인증 숏 찍어도 돼요?

 

물론이지

 

[기쁨에 찬 신음]

 

[미소의 놀라는 탄성]

 

[미소의 당황한 숨소리]

 

[어색한 웃음]

 

떨어졌네?

 

[미소의 속상한 신음]

 

(미소) 아, 어떡해, 이거

 

죄송합니다, 사장님

 

됐어, 별거 아니야

 

그러니까 생일날 그런 표정 짓지 마

 

(영준) 그렇게 계속

 

예쁘게 떨어졌네

 

(영준) 함께일 줄만 알았는데

 

부회장님 새 비서 구하셔야겠어요

 

저 이제 그만두려고요

 

(영준) 그때 처음 깨달았지

 

나는 널 절대 놓을 수 없다는 걸

 

 

처음부터 너 아니면 안 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얼른 일어나, 김미소

 

[문이 드르륵 열린다]

 

[영준의 성난 숨소리]

 

(영준) 미소한테 뭐라 그랬어?

 

뭐라고 했길래 갑자기 쓰러진 거야?

 

또 그 얘기 했지?

 

대체 언제까지 그 얘기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힐 건데, 어?

 

거기 갇혀 있었던 거

 

내가 아니라

 

너였지?

 

[무거운 음악]

 

뭐?

 

(성연) 너

 

그때 일 다 기억하지?

 

맞나 보네

 

당황하는 거 보니

 

그래, 그동안 이상했어

 

이해가 안 됐거든

 

괴로워하는 나를 보면서도

 

죄책감 하나 없었던 네가

 

내가 아니라

 

네가 갇혀서였구나

 

(영준) 일어났나?

 

좀 어때?

 

마실 것 좀 가져오지

 

아무래도 김지아 비서한테 일을 좀 더 넘겨야겠어

 

[컵을 달그락거리며] 김 비서, 과로인 것 같군

 

부회장님

 

기억 잃은 거 아니죠?

 

그냥 잃은 척하는 거죠?

 

(영준) 무슨 말 하는지 잘 모르겠군

 

성현 오빠

 

[차분한 음악]

 

나 다 기억났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그날 있었던 일

 

그 여자까지

 

[미소의 떨리는 숨소리]

 

그리고 이제야 알겠어요

 

왜 그렇게 오빠를 찾고 싶어 했는지

 

고마웠다고

 

그날 오빠도 많이 무섭고 힘들었을 텐데

 

나 지켜 줘서 고맙다고

 

그 말을 전하고 싶었나 봐요

 

나 아니면 누가 그렇게 김 비서를 지켜 줄 수 있었겠어?

 

이영준이니까 가능한 일이었지

 

끝까지 숨길 수 있었는데 실패했군

 

[기가 찬 숨소리]

 

[미소가 흐느낀다]

 

(영준) 울지 마, 안정 취해야 돼

 

지금 안정을 취하게 생겼어요?

 

사람이 어떻게 그래요?

 

아니, 왜 그렇게 오랫동안 비밀로 한 거예요, 왜?

 

단 하루도 잊을 수가 없었어

 

[애잔한 음악]

 

그때 그 일

 

그 모습, 그 소리까지

 

눈만 감으면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올랐어 그 끔찍했던 일이

 

그래서 김 비서가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세상에 끝까지 숨길 수 있는 일은 없어요

 

알아

 

그래도 최대한 늦추고 싶었어

 

그 고통을 조금도 나눠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영준의 옅은 한숨]

 

이대로 영영 기억하지 못했으면 더 좋았을걸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차라리 나도 똑같이 고통스러웠으면

 

나도 똑같이 나눌 수 있었으면 이렇게 미안하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

 

[미소가 훌쩍인다]

 

[답답한 숨소리]

 

지금 이렇게 배려심 넘치는 모습

 

부회장님하고 하나도 안 어울려요

 

그냥 평소처럼 이기적으로 자신만 생각하지 그랬어요

 

[옅은 웃음]

 

칭찬을 하든 욕을 하든 하나만 하는 거 어때?

 

[한숨]

 

앞으로는 뭐든 숨기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요

 

약속하지

 

오늘 밤은 내가 옆에 있어 줄게

 

그날처럼

 

[영준의 옅은 웃음]

 

[거리가 소란스럽다]

 

[무거운 음악]

 

[무전기 수신음]

 

(경찰) 대답하세요

 

[사이렌이 울린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빗소리가 들린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까마귀 울음]

 

정말 성현이가 여기 갇혀 있었던 거예요?

 

(어린 성연) 내가 거기에 그 애 버리고 와서?

 

[울먹이며] 나 때문에?

 

[흐느낀다]

 

아니야 [떨리는 숨소리]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아니야 [가쁜 숨소리]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운전자) 이봐요 갑자기 그렇게 튀어나오면 어떡해요!

 

[자동차 경적]

 

(가사 도우미) 저, 사모님, 잠시 가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에요?

 

[찻잔을 탁 놓는다]

 

[성연의 한숨]

 

성연아

 

(성연) 왜 사실대로 얘기하신 거예요?

 

왜 이제 와서 모든 걸 털어놓으신 거냐고요

 

[한숨 쉬며] 성연아

 

(성연) 처음은 내 잘못이었는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에요

 

왜, 왜 좀 더 빨리 말해 주지 않으셨어요

 

내 기억이 잘못된 거라고

 

미안하다

 

미안해

 

그동안 얼마나 우스워 보였겠어요

 

영준이 그 자식한테 내가 얼마나 한심해 보였겠냐고요!

 

그렇지 않아, 성연아

 

영준이는 아직 몰라, 기억을 잃었으니

 

기억 잃지 않았어요, 영준이!

 

[무거운 음악]

 

그게 무슨…

 

그때 일 다 기억한다고요

 

뭐?

 

[떨리는 숨소리]

 

(의사) 혈압도 맥박도 다 정상입니다

 

일시적인 빈혈이었으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도의 한숨]

 

[정답게 대화한다]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미소) 주치의 선생님 만나고 오신다더니 왜 이렇게 오래 걸리셨어요?

 

중요한 손님이 찾아와서 모셔 오느라

 

손님요?

 

1994년도에서 2018년도로 타임 슬립 해서 오신 숙녀분이지

 

네?

 

아마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거야

 

소름 끼칠 정도로 외모가 안 변하셨거든

 

(미소) 어? 와, 이거 나나의 스위트 홈 세트잖아요

 

[미소의 탄성]

 

[미소의 웃음]

 

(영준) 그 사고 직후에 Y실업이 정리되는 바람에

 

겨우 하나밖에 못 구했어

 

혹시 몰라서 아직도 가지고 있었고

 

[감탄한다]

 

이 정도면 남편감으로 확실한 거지?

 

남편감요?

 

그게 무슨…

 

[밝은 음악]

 

기억 안 나나?

 

나나의 스위트 홈 사 줄 수 있냐면서 나더러 돈은 많냐면서

 

(영준) 당황스러울 만큼 적극적으로 결혼하자고 했었잖아

 

제가요?

 

[놀라는 숨소리]

 

저, 기억이 잘…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

 

아홉 살짜리 남자애가 나나의 스위트 홈 사 달라고 했더니

 

그때 집안에서 난리도 아니었지

 

(영준) 큰일 겪고 나서 유아기로 퇴행한 거냐 정체성에 혼란이 온 거냐

 

온갖 걱정 다 끼치면서 힘들게 구한 인형이지만

 

괜찮아, 기억하든 못 하든 어쨌든 선물이야

 

[멋쩍은 웃음]

 

고마워요

 

저 어렸을 때 이거 정말 갖고 싶었거든요

 

그때는 얼굴도 그렇게 예뻐 보이고

 

(미소) 이 큰 리본 달린 드레스도 그렇게 예뻐 보였는데

 

[어색한 웃음]

 

지금 보니까 촌스럽나?

 

조금요

 

[함께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

 

(미소) 부회장님, 그거 아세요?

 

보통의 개껌은 소가죽으로 만든대요

 

그래?

 

그래서 개껌을 땅에 묻으면 썩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대요

 

(미소) 아마 빅뱅의 개껌도 흔적 없이 사라졌을 거예요

 

기억도 빅뱅의 개껌처럼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는 거고요

 

우리

 

같이 안 좋았던 기억들 땅속 깊이 묻어 버릴까요?

 

[미소의 기분 좋은 숨소리]

 

부회장님이 제가 찾던 오빠여서 좋아요

 

[영준의 옅은 웃음]

 

나도 좋아

 

미소를 다시 만나게 돼서

 

그동안 티 내고 싶은 거 겨우 참았다고

 

[웃음]

 

(미소) 괜찮다니까요

 

아, 저 정말 괜찮아요

 

(영준) 그래도 안 돼, 무조건 해

 

[한숨]

 

무슨 잠깐 기절한 거 가지고 정밀 검사를 해요?

 

잠깐이라도 기절한 건 몸 상태가 별로란 뜻이지

 

그러니까 말 들어

 

못 들어요, 저 출근해야 돼요, 저

 

그냥 하루 쉬어

 

못 쉬어요, 오늘 할 일 많아요, 저

 

[한숨]

 

김 비서의 그 책임감과 일에 대한 열정

 

9년 동안 높이 산 건 사실이야

 

(영준) 하지만 이제부턴 안 돼

 

내 여자니까

 

'내 여자'…

 

[감미로운 음악]

 

(미소) 제 손 오그라든 거 보이세요? 이거 어떻게 하실 거예요?

 

(영준) 잘됐군

 

이 오그라든 손으로 일하기엔 무리가 있으니까

 

오늘 쉬는 거 확정 [익살스러운 효과음]

 

네?

 

(영준) 임원 회의만 끝내고 올 테니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전화해

 

무슨 일 없어도 전화해도 괜찮고

 

[미소의 당황한 신음]

 

[숨을 후 내쉰다]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한숨]

 

(유식) 다음 주 오픈 예정인 유명백화점 대구 동성로점은…

 

(영준) 오픈 이벤트도 이 정도면 참신하고 [휙 하는 효과음]

 

국내 미입점 브랜드가 최초로 론칭될 예정이니

 

이슈 몰이 하기에도 좋겠고

 

대구 최대 규모의 키즈 카페가 입점된다는 점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면 되겠군요

 

씁, 이 정도면 성공적인 오픈일 것 같습니다만

 

[휙 하는 효과음] [리드미컬한 음악]

 

예,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만

 

(영준) 그럼 오늘 회의 여기서 마치도록 하시죠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임원1) 벌써 끝났어?

 

(임원2) 아, 하나하나 이거, 꼬투리 잡느라고 길어질 줄 알았더니

 

웬일이래?

 

[놀라는 신음]

 

예, 이만

 

[문이 탁 닫힌다]

 

[영준의 초조한 숨소리] (유식) 아니, 뭐, 급한 일이라도 있어?

 

(영준) 어, 아니

 

(유식) 아이, 왜 이렇게 빨리 끝낸 거야?

 

너 나 때문이구나 나 회의할 기분 아닐까 봐

 

[유식의 웃음]

 

아이, 뭐, 괜찮은 척했는데 눈치챘구나?

 

나 사실 요즘 힘들었거든

 

전 와이프가 새 남자 친구하고 걸어가는 모습이 자꾸 떠…

 

[혀를 쯧 찬다]

 

근데 이제 잊으려고

 

마음 정리해야지

 

역시 나 생각해 주는 건 이영준 너밖에 없네

 

[바람 소리 효과음]

 

진짜 없네?

 

언제 저기까지 간 거야?

 

경보 선수인 줄, 씨

 

김지아 비서

 

전 이만 퇴근할 테니까 오늘 오후 일정은 다 취소…

 

씁, 뭐지?

 

내가 너무 보고 싶어서 헛것이 보이는 건 아닐 테고

 

오늘 출근하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많이 아프지 않다고 분명 말씀드렸을 텐데요

 

정말 괜찮은데 정밀 검진까지 받으며 쉬는 건 특혜잖아요

 

특혜 좀 받을 수 있지

 

왜 그렇게 특혜를 싫어하나?

 

특혜받다가 뭐 집안이라도 몰락한 적 있나?

 

저희 집은 몰락할 만큼 부유했던 적이 없습니다

 

웃지 마, 마음에 안 들어, 김 비서, 쯧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지아) 뭐예요?

 

부회장님이 뭐가 마음에 안 드신대요?

 

(미소) 아니, 뭐 [지아의 놀라는 숨소리]

 

김 비서님도 모르시는구나 뭘 잘못하셨는지

 

하여튼 우리 부회장님이 너무 예민하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지아) 상사니까 완벽주의구나 하는 거지

 

남자 친구가 저러면 너무 별로일 것 같아요

 

그래서 연애를 못 하시나?

 

(미소) 네?

 

듣자 하니

 

우리 부회장님 제대로 된 연애는 못 해 보셨다 하더라고요

 

(지아) [웃으며] 아니, 하긴, 저 성격을 누가 받아 줘요

 

예민 보스에 완전 자뻑

 

저는 잘난 척하는 남자는 좀 별로인 것 같…

 

[바람 소리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왜, 왜 그러세요, 김 비서님?

 

네?

 

[헛웃음] 아니, 뭐

 

참, 주간 업무 보고서는 다 작성했어요?

 

아니요, 아직

 

스케줄표는요? 하반기 해외 일정 정리는요?

 

- 얼른 하겠습니다 - (미소) 네, 얼른 해 주세요

 

(미소) 잘난 척하는 남자도 별로지만

 

할 일 제때 안 하는 여자도 참 별로거든요

 

(지아) 네

 

[미소의 코웃음]

 

[한숨 쉬며] 김 비서 또 쓰러지면 나 진짜 제명에 못 살 거 같은데

 

그건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너무 큰 손실이잖아

 

아, 저, 저거 봐

 

[영준의 놀라는 신음] (영준) 저렇게 피곤하면서

 

[한숨 쉬며] 어떻게 좀 쉬게 할 수 있는 방법 없을까?

 

[리드미컬한 음악]

 

내 보디만큼 섹시한 두뇌야 듣고 있나?

 

듣고 있습니다 [놀라는 신음]

 

듣고 있군

 

지금도 남들보다 세 배로 일하는 거 알지만

 

좀 더 분발해서 좋은 아이디어 내 보는 건 어때?

 

[시스템 작동 효과음]

 

[웃음]

 

(유식) 맛있어?

 

(마음) 아, 사장님

 

임원 회의 벌써 끝나셨어요?

 

끝났으니까 왔겠지?

 

아, 그, 아침에 가져온 한약 좀 데워 주겠어?

 

네, 2분 30초 정확하게 데워 드리겠습니다

 

고마워

 

아, 기력 보강에 아주 좋은

 

아주 비싼 한약이니까 한 방울도 흘리지 말고 부탁해

 

네, 걱정 마세요

 

[입소리를 씁 낸다]

 

[개운한 탄성]

 

야, 이게 비싼 한약이라 그런가 약발이

 

[사자 울음 효과음] 약발이 확 돋네

 

[웃음]

 

자, 기운 내자, 박유식

 

다 잊고 새 출발 하는 거야

 

[만족하는 숨소리]

 

[깜빡거리는 효과음]

 

[딸랑거리는 효과음] [문소리가 난다]

 

[마음의 다급한 숨소리]

 

어떡해요, 사장님

 

아니, 왜, 왜, 왜, 왜 뭔 사고를 쳤길래, 또

 

아이, 그게…

 

제가 사장님 한약

 

먹어 버렸어요

 

뭐?

 

그럼 이건 뭐야?

 

그거 제 다이어트 한약이에요

 

다… [긴장되는 음악]

 

(유식) '체중 감소, 식욕 억제'

 

[익살스러운 음악]

 

응, 응

 

짜증이 감소하고 분노가 억제되는 그런 한약은 없을까?

 

없는 거 같은데요

 

아, 그래?

 

어, 나 지금 그런 한약이 너무 필요한데 [웃음]

 

[함께 웃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어, 사장님, 죄송한데 서진 님이 누구시죠?

 

(마음) 분명 낯익은 이름인 거 같은데

 

아니, 그건 왜?

 

(마음) 아, 오늘 생일이라고 알람이 떠서요

 

사장님 지인분이라고 적혀 있던데

 

꽃바구니 보내 드리면 되는 거 맞죠?

 

[코를 훌쩍이며] 아니야, 안 보내도 돼

 

정말요?

 

제가 입력해 놓은 거 보면 중요한 분이신 거 같은데

 

예전에는 중요한 분이었지

 

전 와이프야

 

아…

 

(마음) 죄송합니다, 사장님

 

(유식) [웃으며] 아유, 뭐, 죄송할 게 뭐 있어?

 

신경 쓰지 마, 괜찮아

 

저, 혹시 아직 마음 남아 있으시면 꽃이라도 보내 드리는 게…

 

아이고, 마음은 무슨

 

설 비서도 봤잖아

 

전 와이프 새 남친 생긴 거

 

그 남친이 잘 챙겨 주겠지

 

응, 그만 가서 일 봐

 

네, 알겠습니다

 

[한숨]

 

(치인) 호텔 스파요?

 

네, 지금 바로 부속실 직원 다 같이 스파받고 오시죠

 

네, 알겠습니다

 

아, 근데 지금 근무 시간인데

 

이것 또한 근무의 일환입니다

 

(영준) 이번에 리뉴얼한 일루전 호텔 스파 라인 피드백이 필요해서요

 

직접 체험해 보시고 제대로 된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 그러면 부회장님 수행할 김미소 비서만 놔두고

 

[밝은 음악] 전부 갔다 오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방금 부속실 직원 다 같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전 직원은 김미소 비서도 포함입니다만

 

네, 알겠습니다

 

그럼 김미소 비서도 함께 당장 출발하겠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옅은 웃음]

 

(스파 직원) 전신 순환 케어 끝나셨고

 

석고 마스크 팩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 (세라) 네 - (지아) 네

 

[지아의 들뜬 신음] (지아) 저 호텔 스파 처음 받아 봐요

 

우리 피부 진짜 좋아지겠다

 

난 안 그래도 꿀피부라 더 좋아질 필요 없는데

 

(세라) 날 보는 썸남 눈에서 꿀이 뚝뚝, 뚝뚝 떨어지거든요

 

썸남요? 봉 과장님 썸 타세요?

 

 

그는 곤경에 처한 날 매번 도와주는 슈퍼히어로 같은 남자예요

 

근데 저는 남자가 절 도와주면 애 취급 하는 거 같아서 별로던데

 

(지아) 김 비서님은 어떤 스타일 좋아하세요?

 

어, 저는

 

배려심 많고 따뜻한 스타일

 

아, 부회장님이랑

 

정반대되는 스타일 좋아하시는구나

 

[세라와 지아의 웃음]

 

왜요, 우리 부회장님도 배려심 많고 따뜻한 사람…

 

[깜빡거리는 효과음] (지아) 따뜻?

 

[메시지 수신음]

 

아, 잠시만요

 

(세라) 네

 

(영준) 김 비서, 좋은 시간 보내고 있나?

 

[경쾌한 음악]

 

[메시지 수신음]

 

(미소) 덕분에요

 

호텔 측에 제대로 된 피드백 줄 수 있게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영준)

 

(영준) 혼자만 쉬게 해 주는 건 특혜지만

 

이건 부속실 전체의 수혜잖아

 

[딸랑거리는 효과음]

 

[메시지 수신음]

 

(미소)

 

이런

 

기습 공격을 당했군

 

텅 비어 있는 하트를 보냈어도 됐는데

 

속이 꽉 찬 하트를 보내다니

 

나에 대한 마음이 이렇게 꽉 차 있다는 건가?

 

[메시지 수신음]

 

(영준)

 

아, 김 비서님, 아까부터 그렇게 누구랑 깨톡, 깨톡 하세요?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긴요

 

(지아) 얼핏 봤는데

 

부회장님인 거 같던데요?

 

어머, 또 일시키는 거예요?

 

진짜 지독하다 쉴 땐 좀 쉬게 해 주지, 진짜

 

(지아) 아이, 거봐요

 

배려심 많고 따뜻하다더니 아니잖아요

 

[지아의 웃음]

 

[유식의 탄성]

 

(유식) 자

 

으음!

 

맛있다

 

아유, 역시 스테이크는 혼자 먹어도 참 맛있다, 응?

 

[유식의 웃음]

 

[잔잔한 음악] [유식이 흥얼거린다]

 

이게 뭐야?

 

(유식) 아니, 자기 여기 스테이크 좋아해서

 

결혼기념일에도 생일에도 여기만 오잖아

 

그래서 오늘 실컷 먹으라고

 

내가 스테이크 케이크를 한번 만들어 봤어

 

[함께 웃는다]

 

아, 대박

 

아이, 뭐 해, 소원 빌고 촛불 불어야지

 

[함께 웃는다]

 

[한숨]

 

설 비서가 준 식욕 억제 한약을 먹어서 그런가, 이게

 

영 입맛이 없네

 

[유식이 입소리를 쩝 낸다]

 

(유식) 혼자 청승맞게 여긴 왜 온 거야

 

[다가오는 발걸음]

 

서진아

 

(서진) 유식 씨

 

여, 여기서 만나네? [멋쩍은 웃음]

 

아, 저, 나 사실

 

여기 오면 당신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왔…

 

당신 정말 잔인한 여자다

 

아, 뭐?

 

(유식) 그래, 뭐…

 

그래, 뭐, 헤어졌으니까 다른 남자 만나는 거는 이해해

 

근데 여기 같이 오는 건 아니지

 

어? 매년 나랑 둘이서 같이 오던 데인데

 

이건 나한테도 새 남자 친구한테도 예의가 아니지 않아?

 

[서진의 기가 찬 숨소리]

 

(서진) 남자 친구 아니야

 

아, 그럼? 그럼 남…

 

남편?

 

[말을 더듬으며] 아니, 벌써 재혼, 재혼한 거야? 나한테 얘기도 안 하고?

 

[서진의 한숨]

 

사촌 오빠야

 

그래, 사촌 오빠겠…

 

사촌 오빠?

 

(유식) 안녕하세요, 오빠

 

[서진의 한숨] (서진 사촌) 네

 

나 화장실 좀

 

(서진) 어, 오빠

 

[서진의 한숨] [잔잔한 음악]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을 왜 이렇게 몰아붙여?

 

왜 이렇게 경솔해, 사람이?

 

아이, 경솔…

 

[한숨]

 

몰랐겠지만 오늘 내 생일이야

 

고마워, 행복한 생일 만들어 줘서

 

아이, 서진아, 서…

 

알고 있었어, 네 생일인 거

 

그래서 여기 온 건데

 

(유식) 유명랜드 지도는 왜 보는 거야, 오너야?

 

아, 아, 우리 오너가 다 생각이 있어서 보는 걸 텐데

 

내가 경솔하게 물은 건가?

 

그랬다면 정말 미안해

 

뭐, 그렇게 사과할 것까지야

 

그래, 뭐, 생각해 보니까 사과할 일은 아니었네

 

내가 정말 경솔했네

 

왜 이렇게 경솔 타령이지?

 

아까 우연히 전 와이프를 봤는데

 

아니, 나한테 경솔하다더라고

 

아, 뭐, 뭐, 사실 내가 경솔했어, 응

 

무슨 얘기 하는 거야? 이제 그만 잊겠다며

 

그러니까 잊으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거기서 마주치는 바람에…

 

아니다

 

따지고 보면 내가 거길 간 게 경솔했네

 

경…

 

(유식) 저, 오너야

 

너는 김 비서하고 절대로 헤어지지 마라

 

이별은 아픈 거거든

 

[헛웃음]

 

아, 내가 두 사람한테 또 조언을 했네?

 

경솔했네, 경솔했어, 어, 경솔했어

 

저, 오너야

 

오늘 우리 술 마시자

 

오늘은 갈 데가 있어

 

김 비서랑?

 

나야, 김 비서야?

 

[기가 찬 신음] 뭐 하자는 거지?

 

[통통 튀는 효과음] 그러지 말고 나랑 술 마시자, 어?

 

혼자 있기 쓸쓸해서 싫어

 

[한숨]

 

그래, 혼자 쓸쓸하게 둘 순 없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럼 김 비서 말고 나 선택한 거야?

 

그럴 순 없고

 

항공사 인수 후에 별다른 넥스트가 없는 거 같은데

 

가서 미팅하고 사업 진행 현황 알아 오는 거 어때?

 

[익살스러운 음악]

 

지금 이 와중에 나 일시키는 거야?

 

혼자 있기 싫다며?

 

일하기는 더 싫거든, 어?

 

아, 아, 아, 내가 괜한 말을 했네, 어?

 

경솔했어, 내가 아주 경솔했어

 

박유식이 아니고 박경솔이라고 불러 줘, 앞으로

 

박경솔

 

[삐거덕하는 효과음]

 

잘 가

 

[드르렁 소리를 낸다]

 

[휙 하는 효과음]

 

[드르렁 소리를 낸다]

 

경솔했어, 경솔, 경솔

 

[직원들이 왁자지껄하다]

 

- (세라) 보송보송 - (치인) 아유, 안녕하십니까

 

- (세라) 안녕하세요 - (유식) 예, 예

 

(치인) 아따, 스파받고 오니까 피로도 싹 풀리고, 마

 

억수로 좋네, 아이고

 

(세라) 나갔다 오니까 기분도 붕 뜨고 일도 손에 안 잡힐 거 같은데

 

그냥 이대로 퇴근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마다 말한다]

 

(영준) 그럼 퇴근하시죠 [직원들의 놀라는 숨소리]

 

(세라) 죄송합니다 제가 시, 시, 시, 실언을 했습니다

 

(영준) 아, 죄송할 것도 당황할 것도 없습니다

 

봉 과장님이 얘기하시기 전에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럼 모두 퇴근하시고 푹 쉬시죠

 

(치인) 아입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니, 이미 스파 갔다 온다고 반나절 날렸는데

 

부회장님 덕분에 좋아진 컨디션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영준) 괜찮습니다, 퇴근들 하시죠

 

이런 날도 있어야 업무 능력도 오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 업무 능률 지금 당장 올리겠습니다

 

그냥

 

내일 올리시죠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그럴, 그럴까요, 그럼?

 

 

(치인) 아, 자, 그러면

 

이, 직원들의 사기 충전을 위해 애써 주신 부회장님을 위해…

 

(영준) 됐습니다

 

이 정도 소소한 일로 박수 치시면 손바닥이 남아나질 않을 테니까요

 

그럼 모두 퇴근들 하시고

 

김 비서는 남아서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지

 

(미소) 네

 

퇴근하세요 [치인의 탄성]

 

- (세라) 안녕히 계세요 - (치인) 예, 내일 뵙겠습니다

 

[저마다 인사한다]

 

(영준) 오해하지 마, 김 비서

 

이것 역시 특혜가 아니야 모두 다 일찍 퇴근시켜 준 거니까

 

(미소) 오늘은 그렇다 쳐도 내일부턴 이러지 마세요

 

저 진짜 괜찮으니까

 

(영준) 컨디션은 좀 어때?

 

좋아요, 덕분에

 

그럼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지

 

어딜요?

 

[옅은 웃음]

 

[한숨]

 

(영준) 양 비서도 이만 퇴근하지

 

난 김 비서와 가 볼 데가 있어서

 

(미소) 오늘 다들 일찍 퇴근했거든요

 

아, 알겠습니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철) 그럼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하, 그럼 다들 퇴근했겠네?

 

봉 과장님도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미소) 근데 갑자기 여긴 왜 오자고 하신 거예요?

 

(영준) 여길 보여 주고 싶었어

 

딱 이 자리였더군

 

그 집

 

우리가 갇혀 있던 그곳 말이야

 

그걸 어떻게…

 

갑자기 알아보고 싶어서

 

항공 사진, 옛날 지적 자료

 

유명랜드 배치도까지 다 비교해 봤거든

 

그랬더니 딱 여기였더라고

 

(영준) 이 회전목마

 

그 사실을 알고서 가장 처음 든 생각이 뭐였는 줄 알아?

 

'다행이다'였어

 

[잔잔한 음악]

 

그때의 그 끔찍했던 기억들이

 

이 회전목마를 타고 행복해하는 사람들로 인해

 

덮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미소) 그렇네요

 

이제 이곳엔 고통스러운 일 대신

 

즐거운 일로만 가득할 테니까

 

[아이들의 웃음]

 

(영준) 그리고 또 하나 보여 주고 싶은 곳이 있어

 

(미소) 여기는 왜요?

 

동전 던지고 소원 빌자고요?

 

(영준) 김 비서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잖아

 

여기, 애타게 찾던 진짜 오빠를 찾았으니까

 

(미소) 그러네요

 

(영준) 전에 궁금해했지? 예전에 살던 집이 어디쯤일지

 

(미소) 그럼…

 

그래, 여기야

 

정말요?

 

와, 신기하네요 여기가 우리 집이었다는 게

 

부회장님 말대로 귀신의 집이나

 

공중화장실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웃음]

 

김 비서는 모를 거야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때 그 일을 얘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한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앞으로도 우린 행복할 거예요

 

계속 함께일 거니까

 

[미소의 옅은 웃음]

 

(미소) 오늘 즐거웠어요, 부회장님

 

알아

 

나랑 함께였는데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

 

(영준) 그러니까 그런 새삼스러운 말들은 삼가도록 해

 

김 비서 그 입만 아플 테니까

 

배려 감사합니다

 

전 그럼 이만 가 볼게요

 

김 비서

 

네?

 

밤공기도 좋고 나랑 산책도 하고 싶을 텐데

 

그 소망 지금 이뤄 줄까?

 

[잔잔한 음악]

 

영광입니다

 

(미소) 쭈쭈바 처음 드시는 건데 어떠세요?

 

식용 색소에 설탕을 넣어 얼린 거긴 하지만

 

씁, 맛은 꽤 그럴싸하군

 

(영준) 근데 가끔 고무 맛이 나는 게 좀 흠이지만

 

[미소의 웃음]

 

김 비서

 

오늘 밤은 우리 집으로 가지

 

그게 무슨…

 

혼자 있게 하고 싶지가 않아서 그래

 

그 사건 이후에 한동안 후유증이 꽤 심했거든

 

밤마다 그 여자가 떠올라서 잠을 잘 수도 없고

 

자더라도 악몽에 시달리고

 

(영준) 김 비서가 혹시 나처럼 악몽에 시달릴까 봐 걱정이 돼

 

그래서 오늘 밤은 혼자 있게 두고 싶지가 않아

 

고마워요

 

근데 저 괜찮아요

 

(미소) 사실 전 그때 일이 자세하게 기억은 안 나요

 

워낙 어렸잖아요

 

그냥

 

'죽은 사람을 보고 엄청 무서운 거미라고 생각했구나'

 

그 정도예요

 

너무 고통스럽진 않아요

 

그러니까 정말로 힘들면 그때 얘기할게요

 

그땐 예전처럼 저 지켜 줄 거죠?

 

그럼, 내가 지켜 줄 거야

 

혹시라도 무서운 생각이 들면 바로 연락해

 

밤새도록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영준) '나의 모든 순간은 너였어'

 

'사랑했던 때도'

 

'아파했던 때도'

 

'이별했던 그 순간까지도'

 

'너는 나의 세상이자'

 

'모든 순간이었어'

 

'나는 이제 네가 없으면'

 

'내 지금까지의 삶을 설명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발소리가 들려온다] [고양이 울음]

 

[초인종이 울린다]

 

(미소) 누구세요?

 

누구세요?

 

(영준) 나야

 

[도어 록 작동음]

 

부회장님?

 

부회장님이 왜 다시…

 

싫다고 해서 왔어

 

네?

 

김 비서가 우리 집에 가기 싫다고 해서

 

내가 김 비서 집에서 같이 자려고

 

오늘 같이 자자

 

[밝은 음악]

 

(영준) 밤공기를 쐬며 와인을 한잔한 후

 

아참, 근데 와인 오프너가…

 

잠시만요

 

- (영준) 김 비서, 그거 아나? - (미소) 네?

 

(영준) 그 와인 2천만 원짜리야

 

많이 불편해 보이시는데

 

(영준) 그 사건을 겪은 후에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거든

 

그런데 김 비서가

 

나하고 같은 공포를 겪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밤새웠어

 

김 비서

 

(영준) 오늘 밤엔 장담 못 해, 나

 


 


.김비서가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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