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서가 왜 그럴까 13
(미소) 왜 웃으세요?
(영준)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나면 불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개운해져서
솔직히 말하길 잘했구나 싶어
그럼요
솔직한 것만큼 좋은 건 없으니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럼
지금 기분 솔직하게 얘기해도 되나?
[잔잔한 음악]
오늘 밤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아
[휴대전화 벨 소리]
[영준의 멋쩍은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벨 소리]
[영준의 한숨]
(미소) 받아 보세요 급한 전화일 수도 있으니까
급한 일 아니면
내일부터 회사에서 책상 빼게 될 거야
[웃음]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무슨 일이야?
어, 비상사태야, 오너야
(유식) 우리랑 단독 입점 계약 한 프랑스 신규 브랜드 말이야
UK백화점이 접촉하고 있나 봐
이미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는데 그게 무슨 소리지?
계약 파기 책임을 물어서 우리 백화점 면세점에 있는
그쪽 라인 브랜드 다 철수시키면 어떻게 되지?
아니, 그렇지 않아도 법무 팀하고 검토해 봤는데
우리 쪽 손실이 더 클 수도 있다더라고
(유식) 워낙 매출이 좋은 브랜드라
손실액 추정 자료 메일로 보내 줘
그리고 최근 3년간 우리 백화점 면세점에서
그쪽이 얼마나 수익을 냈는지
경쟁사하고 비교한 자료도 같이 보내 주고
[통화 종료음]
무슨 일이지?
[잔을 탁 내려놓는다]
어머, 아유, 참
잠깐
다시 잠그는 건 좀 이상한가?
아, 그렇다고 이렇게 풀어 놓는 것도 이상한데
[흥미진진한 음악]
[옅은 웃음]
[부끄러운 신음]
아, 부끄러워, 어떡해
(미소) 아, 창피해
[미소의 부끄러운 숨소리]
[통화 연결음]
어
UK가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쪽에 입점된 매장들을 다 철수시키는 리스크까지는
감당할 수 없을 거야
직접 만나서 다시 한번 계약 조건을 조율해 봐야 될 것 같아
아무래도 그게 목적인 거 같으니까
[깊은 한숨]
우리가 프랑스로 가야겠지?
그래야겠지, 내일 바로 출발하지
가만
내일 파리에 가면 적어도 일주일은 김 비서를 못 볼 텐데
오늘 밤을 이대로 보낼 수 없지
[영준의 한숨]
분위기에 취해도 모자랄 마당에
(영준) 술에 취해 잠들다니
[영준의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내일 갑자기 출장을 가게 돼서 어떡하나
내일 출국하면
적어도 일주일은 못 볼 텐데
[속삭이며] 오늘을 그냥 보내면
두고두고 아쉬울 텐데
[미소의 피곤한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영준이 연신 헛기침한다] [미소의 피곤한 신음]
[영준의 헛기침] [미소의 피곤한 신음]
[영준의 헛기침]
[픽 웃으며] 많이 피곤했나 보군
[부드러운 음악]
[옅은 웃음]
(음란 마귀) 예스
[휙 하는 효과음]
오케이
난 언제까지 이마에 뽀뽀만 해야 되는 거지?
이러다가 이마 뽀뽀 장인이 되겠군
[옅은 웃음]
[새가 지저귄다]
내가 왜 여기에 있…
[놀란 신음]
아, 나 술 먹고 뻗어서 여기서 잔 거야?
[탄식]
(영준) 일어났나?
[놀라며] 어머
(미소) [어색하게 웃으며] 이, 일어나 계셨네요?
잘 주무셨어요?
아니, 잘 못 주무셨어
김 비서가 먼저 잠드는 바람에
[어색한 웃음]
(미소) 참, 어제 무슨 일이었어요? 꽤 오래 통화하시는 거 같던데
나 출장 가야 돼
출장요?
[잔잔한 음악]
이거 입으시면 돼요 짐은 미리 챙겨 놨고요
비행기 시간 얼마 안 남아서 서두르셔야 돼요
(영준) 오늘 가면 적어도 일주일은 못 볼 텐데
1초라도 더 안고 있다 가고 싶어
미소도 데려갈까?
마음 같아선 캐리어에 담아 가고 싶군
부회장님은 퍼스트 클래스 타시고 저는 캐리어에 담아 가시겠다고요?
[살짝 웃는다]
저도 마음 같아선 따라가고 싶은데
부회장님 대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요
그게 그렇게 되나?
[살짝 웃는다]
[밝은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영준) 좋았어
나 보고 싶을 때 이 사진 봐도 좋아
감사합니다
[함께 웃는다]
김 비서, 미소를 지어 봐
[카메라 셔터음] (영준) 난 이걸 보면 되겠군
부회장님도 저 보고 싶을 때 마음껏 보셔도 좋아요
- (영준) 대단히 고맙군 - (미소) 네
[함께 웃는다]
(영준) 이리 와 봐
[카메라 셔터음]
연락 자주 해
안 하면 혼내 줄 거야
어떻게 혼내 주실 건데요?
이렇게?
[메시지 발신음]
[휴대전화 알림음]
(영준)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음] [발랄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반짝이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감격하는 신음]
[휙 하는 효과음]
귀엽군
[익살스러운 효과음]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덩치는 좀 크지만 귀엽다는 소리 종종 듣습니다
아, 네, 축하합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휴대전화 벨 소리] [놀란 숨소리]
[조명 작동음]
부회장님
[새가 지저귄다] [영준의 옅은 웃음]
혹시 자고 있었는데 내가 깨운 건가?
아니요, 안 자고 있었어요 [웃음]
[영준이 살짝 웃는다]
오늘 하루 잘 보냈나?
(미소) 네, 부회장님 생각 100번 했습니다
아쉽군, 난 101번 했는데
다음엔 더 분발하도록 해
[옅은 웃음] 네
부럽군
뭐가요?
미소 옆자리에 누워 있는 수고했소가
그 자리가 내 자리였어야 하는데
나쁜 소 자식
어머 [웃음]
[탁 치는 효과음] [소 울음 효과음]
부회장님 자리 비워 뒀습니다
[웃음]
[웃음]
[소 울음 효과음]
(미소)
[웃음]
[밝은 음악]
[지퍼를 직 닫는다]
[살짝 웃는다]
(영준) [영어] 유명그룹에 브랜드를 론칭하면…
(관계자1) 우리는 새로운 사업 전략이 필요합니다
작년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거든요
작년보다 10% 이상 매출을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관계자2) 맞습니다
[살짝 웃는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죠
(관계자1) 좋습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살짝 웃는다]
[통화 연결음]
[미소가 말한다]
(미소) [한국어] 그리고 다음 장을 보시면…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통화 종료음]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데
보고 싶다
[한숨]
[새가 지저귄다]
(귀남)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부속실에서 근무하게 된 고귀남 대리입니다
[직원들이 환호한다]
(치인) 자기야, 여기 부속실에 오고 싶어서 지원한 사람이
억수로 많았는데
자기 오게 하려고 이 부속실 실세인 내가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펌프 훅 해 준 거 알제?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음]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전 큰 거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설렁탕의 소금 같은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귀남) 주재료처럼 주목받진 못해도
묵묵히 자기 할 일 해내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치인의 감탄]
(치인) 자기는 마인드가 됐다, 응?
[귀남의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치인의 감탄하는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딸랑거리는 효과음] [귀남의 웃음]
(준환) 근데 이 부속실로 발령 났단 얘긴 들었는데
[감탄하는 신음] 이렇게 빨리 오실 줄은 몰랐네요
어차피 오실 거 빨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아) 업무 익히시면 좋을 것 같다고 부회장님께서 내리신 결정이에요
[직원들이 호응한다]
(영옥) [달그락거리며] 참, 부회장님 언제 오신다 그랬었죠?
(미소) 이틀 후에 오세요
[미소의 웃음] (치인) 아이고야
부회장님 안 계시니까 진짜 좋던데 인제 좋은 시절 다 가뿟다, 인자
(세라) 내 말이요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비행기 딱 하루만 결항됐으면 좋겠어요
천천히 최대한 천천히 왔으면 좋겠어요
[세라의 놀라는 신음] [휙 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업무 시작하시죠?
[미소의 어색한 웃음]
어, 향이 좋네요 [어색한 웃음]
(치인) 카, 그 커피 향이 그냥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미소) 네 [치인의 웃음]
- (치인) 자, 들어가서 일하자고 - (귀남) 네
[어색한 웃음] [치인이 말한다]
(영옥) 아, 망했어, 씨
아유, 손 아파
[옅은 웃음]
(유식) 아이, 같이 가, 영준이야, 어?
아, 다리도 긴 놈이 무지하게 빨리 가네, 씨
빨리 가야 빨리 김 비서 보니까
[흥미로운 음악] [캐리어가 쿵 넘어진다]
(유식) 아, 그래? 어, 그랬구나
그랬구나, 어?
[유식의 힘겨운 숨소리] 귀국 앞당기겠다고, 어?
강행군한 것도 그렇고 이렇게 경보 선수처럼 빨리 걷는 것도
김 비서 보겠다고 그런 거였구나, 그랬구나
아니, 너랑 빨리 헤어지고 싶어서야
뭐, 난 좋았겠냐?
[으르렁거리는 효과음]
너무 행복했지 [웃음]
아, 그나저나 김 비서 엄청 기다렸겠다, 어?
얼마나 보고 싶었겠어
당연하지
이 중독성 강한 페이스를 일주일 가까이 못 보여 주다니 [반짝이는 효과음]
김 비서에게 너무 가혹한 형벌을 내린 기분이야
[영준의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휙 하는 효과음] (유식) 근데 마중은 안 나왔네?
내가 일찍 들어오는 거 모르거든
서프라이즈 이벤트 하려고 연락 안 했어
갑자기 등장한 내 얼굴을 보고 얼마나 활짝 웃을지 눈에 선하군
[옅은 웃음]
[웃음]
[미소의 감탄하는 신음]
벌써 자료 정리를 끝내신 거예요?
네, 저는 취미도 일 특기도 일이니까요
[함께 웃는다]
[바람이 휭 부는 효과음] 어유
(귀남) 여기만 에어컨이 세게 나오는 건가요?
왜 이렇게 싸하지?
[섬뜩한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귀남의 놀라는 신음]
(미소) 부회장님 [밝은 효과음]
[날카로운 효과음]
[귀남의 당황한 신음]
(미소) 20일에 오신다더니 어떻게…
(귀남) 안녕하십니까, 저는 기획 팀에서 근무하다 부속실로 발령받은…
알고 있습니다
- (귀남) 네 - (인턴) 저는 인턴…
(영준) 인턴
배현성 씨?
앞으로 잘해 주세요 [미소가 살짝 웃는다]
(귀남) 저도 잘해 보겠습니다
저는 큰 거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설렁탕의 소금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주재료처럼 주목받진 못하더라도
묵묵히 자기 할 일 해내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딸랑거리는 효과음]
설렁탕은 고기와 소금이 전부인 걸로 알고 있는데
소금이라니요? 욕심이 좀 과하시군요
[경쾌한 음악] [옅은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네
앞으로 설렁탕의 소금과도 같은 활약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딸랑거리는 효과음] (영준) 김 비서는 잠깐 나 좀 보지
네
[문이 쿵 열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귀남) 소금
[문이 쿵 닫힌다] (미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연락 주셨으면 공항에 마중이라도 나갔을 텐데
웃지 마!
그 예쁜 미소
나 말고 다른 남자들 앞에서 보여 주지 말라고
(영준) 난 김 비서를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
밥도 안 먹고 일만 했어
무려 12시간을 날아왔다고
갑자기 등장한 날 보며 활짝 웃어 주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근데 저 설렁탕의 소금 같은 놈이랑
병아리 같은 인턴 앞에서 활짝 웃어 주고 있다니
나 지금 몹시 기분 나빠
[웃음]
[부드러운 음악]
뭐 하시는 거예요? 회사에서
회사가 싫으면 지금 당장 퇴근할까?
그 말이 아니고
[영준의 떨리는 숨소리]
보고 싶었어
떨어져 있던 만큼 붙어 있자, 우리
(미소) 어디 가시는 거예요?
[살짝 웃는다]
날씨 좋군
(미소) 5일이나 자리 비우셔서 업무가 많이 밀려 있는 상태인데
이렇게 나와 있어도 되나 모르겠어요
김 비서, 나 학교 다닐 때 그 흔한 땡땡이 한번 안 쳐 봤어
그렇게 착실하게 살았던 내가 생애 첫 땡땡이를 치는 거야, 지금
미소랑 놀고 싶어서
[웃음]
파리 시내를 걷는 연인들을 보면서 생각했지
'나도 빨리 한국 돌아가서 미소랑 데이트하고 싶다'
그 생각으로 버텼으니까 오늘은 좀 봐줘
그럼 오늘만요
나도 많이 보고 싶었으니까
[살짝 웃는다]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차분한 음악]
[한숨]
성현아, 성현아?
[들뜬 숨소리]
(젊은 최 여사) 성현아, 얼른 이리 와 봐
[젊은 최 여사의 웃음]
새로 오신 영어 과외 선생님이셔 인사드려
안녕하세요
(젊은 최 여사) 말씀드렸다시피 또래보다 학업 진행 속도가 빨라서
각별히 신경 좀…
(과외 선생) 그렇게 영특하다고요?
(어린 성연) 그럼 너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래?
가서 음료수 사 올게
같이 가
왜? 혼자 있기 무섭나 보지?
아니라고 했잖아!
갔다 와
꼭 여기 있어야 해 길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어린 영준) 빨리 갔다 와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정말 성현이가
여기 갇혀 있었던 거예요?
[울먹이며] 내가 거기에 그 애를 버리고 와서?
나 때문에?
[한숨]
(최 여사)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한숨]
어릴 때 생각요
저랑 영준이 어렸을 때
[차분한 음악]
또 도망갈 순 없으니까요
성연아
그때를 되짚어 보니 알겠더라고요
전 영준이를…
한 번도 진심으로 미워한 적이 없었다는 걸
뭐, 미웠다면 부족한 제 자신이었겠죠
(성연) 뭐든 잘하는 영준이가 부러워서
늘 그 녀석처럼 되고 싶었으니까요
미안하다, 성연아
우리가 무심했어
(최 여사) 우리 때문에 상처받았던 일이 있다면
많이 늦었지만
용서해 줄 수 있겠니?
(이 회장) 그래, 그, 본의 아니게 영준이랑 비교했던 것도
정말 미안했다
(최 여사) 네 마음
좀 더 헤아리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진심으로
너무 늦진 않았겠죠?
다른 길을 만들어 가기에
[살짝 웃는다]
[새가 지저귄다]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지아) 웬일이야
(미소) 별일 없었죠?
(지아) 별일 없긴요, 완전 별일 있었어요
(미소) 무슨 일인데요?
(지아) 아, 씁
이 얘기를 해 드려야 되나 말아야 되나
(미소) 뭔데 그래요, 궁금하게
(지아) 그게…
(지아) 부회장님
- (지아) 여친 생겼어요 - (미소) 네?
[흥미진진한 음악] 지금 여친 만나고 들어오시는 거라고요, 부회장님
[지아의 웃음]
(지아) 이것 보세요
[강조되는 효과음]
이거 누가 찍은 거예요?
제 대학 동기가요
저희 그룹 인턴이라서 부회장님 얼굴 알거든요?
근데 걔가 방금 부회장님 '쪽' 요러고 계신 거 봤대요!
[미소의 어색한 웃음]
여자 사진은 없대요? 이게 다래요?
네, 아쉽게도요
세상에 [미소의 안도하는 한숨]
오늘 아무 일정 잡지 말라고 하시길래 많이 피곤하신가 보다 했는데
(지아) 이렇게 들어오시자마자 여친 만나러 가셨을 줄이야
부회장님 저희한테나 까칠하시지
또 여친한테는 완전 사랑꾼이신가 봐요
그, 그런가 봐요 [미소의 어색한 웃음]
근데 김 비서님은 모르셨어요? 같이 나가셔 놓고?
아…
아, 난 차에서 기다리느라고 누굴 만나시는지는 잘…
[지아와 미소의 웃음]
[휴대전화 알림음]
(지아) 어, 여기요
아, 고마워요
(영준) 땡땡이 즐거웠어
근데 방금 부회장님이 보내신 메시지 아니에요?
네?
아니, 분명히 부회장님이라고 뜬 거 같은데
왜 뒤에 하트가 있…
(미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으며] 아…
(지아) 서, 서, 설마 기, 김 비서님이 부회장님 여친?
[미소의 웃음]
(미소) 아유
부회장님이 꼭 우리 회사에만 있으란 법 있나요?
저 다니는 교회의 청년부 부회장님이세요
항상 사랑이 충만하셔서 이렇게 자주 하트를 보낸답니다, 아멘
(지아) 아, 아 [미소의 웃음]
[웃으며] 아, 진짜
아, 진짜, 아휴, 아휴, 저도 참
[미소의 힘겨운 숨소리]
[강조되는 효과음]
[지아가 침을 꿀꺽 삼킨다]
[숨을 하 내뱉는다]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아찔했지만 잘 넘어갔어
아주 자연스러웠어
[문소리가 달칵 난다] [안도하는 한숨]
(지아) 김 비서님 [미소의 놀란 숨소리]
혹시 그, 그동안 제가 부회장님 나쁘게 얘기한 게 있다면 다 용서해 주세요
[당황한 신음] 갑자기 그런 소리를 왜…
남친 욕하는데 기분 좋을 사람은 없잖아요
[밝은 효과음] 네?
[흥미진진한 음악] 두 분 사귀시잖아요
(지아) 그 사진 속의 손등 뽀뽀 받던 여자 김 비서님 맞죠?
[웃으며] 아니에요, 아, 정말 아니에요, 저
이럴 땐 눈썰미 있는 저 자신이 정말 싫네요
(지아) 이 팔찌, 김 비서님이 지금 차고 계신 팔찌랑 똑같더라고요
아, 아, 난 또 뭐라고
이 팔찌 작년에 유행했던 거잖아요
어, 봉 과장님도 똑같은 거 있던데? 아닌가?
김 비서님
그냥 인정하세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저 눈썰미 좋다고
[강조되는 효과음]
(지아) 이제 인정하시는 거죠?
부회장님이랑 사귀시는 거 저 다 알아요, 여기…
네, 맞아요, 사귀는 거 맞는데 비밀로 해 주세요
지아 씨만 알고 있어요, 제발, 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당연하죠
(지아) 제가 눈썰미만 있는 게 아니라 의리도 있거든요
[미소의 안도하는 숨소리] 그러니까 아무 걱정 마시고
[딸랑거리는 효과음] 이쁜 사랑 하세요
[어색하게 웃으며] 네, 뭐
(지아) ♪ 컨그래출레이션 ♪
(미소) 알겠어요, 네, 뭐
(지아) ♪ 컨그래출… ♪
(미소) 알았어요, 고마워요
[지아의 장난스러운 웃음]
[미소의 한숨]
[놀라며] 어머, 어머, 어머
[발랄한 음악] 방금 김 비서님 보고 웃으신 거 맞죠?
[어색한 웃음]
[부러운 신음] 두 분 완전 꽁냥꽁냥 다정하시다
[미소의 어색한 웃음]
[키폰 알림음]
[지아의 웃음] (지아) 안 가세요?
남친분이 부르시는 거 같은데?
[어색하게 웃으며] 무슨, 아유, 참
(지아) 근데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듣던 키폰 소리가
두 분 사이 알고 나니까 좀 로맨틱하게 들리는 거 같아요 [미소의 어색한 웃음]
사랑의 시그널이잖아요, 이거
업무 시그널이거든요?
이제 그만 진정하시고 업무 보시죠, 지아 씨?
네
[지아의 웃음] [미소의 옅은 한숨]
(지아) 근데 궁금해서 진정이 잘 안돼요
부회장님이랑 언제부터 만나신 거예요?
부회장님이 잘해 주세요? 애칭도 있어요?
김 비서 말고 '미소'? '우리 미소'? '아기야'? '자기야'? '여보'?
어머, 어떡해!
[흥얼거린다] [문이 쿵 여닫힌다]
(미소) 부르셨어요?
창문은 왜…
김 비서랑 나란히 앉아서 같이 일하려고
여기 앉지
안 됩니다, 지아 씨가 이상하게 생각할 거예요
[한숨]
지아 씨가 우리 사이 알게 됐어요
그래? 근데 그게 뭐?
'그게 뭐'라니요?
아, 물론 지아 씨가 어디 가서 소문내고 다닐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식이라면 우리 사이 알려지는 거 시간문제예요
난 알려지는 게 더 좋은데
(영준) 그럼 더 편하게 다닐 수도 있고
그, 설렁탕의 소금 같은 놈들이 김 비서 넘보지도 않을 거고
[살짝 웃는다]
누가 절 넘본다 그래요
아무튼 공개 연애는 안 돼요
(미소) 이제부터 회사나 회사 근처에서
스킨십 같은 건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영준의 한숨]
(영준) 공개도 못 하게 하고 스킨십도 못 하게 하고
왜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못 하게 하는 거지?
연애는 서로 맞춰 가는 건데
왜 김 비서한테만 맞추라고 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
(영준) 난 김 비서가 내 여자인 거 티 내고 싶어 죽겠는데
김 비서는 날 숨기고 싶어 하는 거 같아서
기분이 별로야
숨기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숨겨 드리는 거예요
왜?
부회장님은 일반인이 아니니까요
(미소) 부회장님이 미치는 영향력이나 파급력을 생각하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전
하, 몰라
일단 김 비서가 원하는 대로 해 주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내 인내심이 어디까지일지 그건 나도 장담 못 해
[문이 탁 닫힌다]
[지아의 장난스러운 웃음]
(세라) 부회장님 한동안 바쁘시겠다, 그렇죠?
(지아) 아, 네, 그동안 밀린 업무 하시느라 한동안 비상이실 듯요?
(세라) 와, 힘들어서 어떡해
(지아) 근데 갑자기 왜 부회장님 걱정을 하세요?
부회장님 좋아하면 상처받을 텐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날카로운 효과음]
[고양이 울음 효과음]
(세라) 아, 예? 방금 뭐라 그랬어요?
아, 아니에요 [미소의 어색한 웃음]
아, 네, 뭐, 그럼 수고들 하세요 [세라의 웃음]
(미소) 네
[천둥소리 효과음] [지아의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전 이거 복사 좀 하고 올게요 [지아의 어색한 웃음]
[숨을 후 내뱉는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쪽 하는 효과음]
저기, 지아, 지아 씨
(세라) 유명전자 매출 현황 자료 정리 다 됐나요?
아직 못 했는데…
[못마땅한 숨소리]
(지아) 부회장님께서 출장 가시는 바람에
처리해야 될 다른 업무들이 좀 많았거든요
이번 주 안에 꼭 드릴게요
그래요
[반짝이는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준환의 피곤한 신음]
(준환) 이야, 이거 벌써 퇴근 시간이네요
[반짝이는 효과음] 벌써?
(치인) 자기야
오늘 있잖아 그, 자기 환영회 겸 해 가지고
[입소리를 빡 내며] 한잔해 삐까, 응?
(귀남) 아니요, 저를 환영하는 건 음주가 아니라
여기 쌓여 있는 업무들이니까요
전 오늘 이 아이들과 함께 야근을 하며 환영회를 하겠습니다
그럼 [반짝이는 효과음]
(영옥) 와
워커홀릭이라는 소문은 들었는데 옆에서 보니까 진짜 대단하네요
내 말이
대단하기는
(치인) 자, 자 그러면 주인공은 빠지더라도
우리끼리, 응? 고귀남 씨를 환영하는 마음으로
[입소리를 빡 내며] 한잔해 삐까? 어떻노? 응?
- (세라) 안녕히 계세요 - (치인) 응?
- (준환) 내일 뵙겠습니다 - (영옥) 수고하셨습니다
(치인) 응?
아, 김 비서님께서 뭐 찾아 달라고 하셨는데, 뭐였더라?
[익살스러운 효과음]
오늘 우리 집으로 가는 거지?
부회장님 댁으로요?
아, 저 이제 무서운 꿈도 안 꾸고 혼자 잘 수 있어요
그러니 굳이 부회장님 집으로 가서 안 자도 돼요, 이제
아니
우리 아직 할 일이 남았잖아
할 일요?
그때 못다 한 일
못다 한 일…
[미소의 놀란 숨소리]
[당황하는 숨소리]
퇴근하다가 갑자기 그렇게 야하고 노골적인 말을…
[미소의 당황한 신음] [영준의 기가 찬 신음]
아, 못다 한 일이 뭐가 야하고 노골적이라는 거지?
(영준) 난 그거보다 더 섹시하게 말할 수 있어
화끈한 밤 [익살스러운 효과음]
격정적인 밤 [익살스러운 효과음]
에로틱한 밤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 아, 그만하세요
[영준의 옅은 웃음] [미소의 난처한 신음]
그중에 가장 섹시한 말은
사랑한다는 말
[잔잔한 음악]
사랑해
[살짝 웃는다]
(지아) 아휴
라면도 똑 떨어지고
혼밥하기도 싫은데
[찌뿌둥한 신음]
[놀라는 신음]
어? 고 대리님, 오늘 야근하신다더니
(귀남) 아, 환영회 가면 저보고 쏘라고 할까 봐
거짓말한 겁니다
그런 소비는 불필요하니까요
(지아) 아…
그럼 혹시 저랑 둘이서 환영회 하실래요?
네?
지난번에 제 회의록 복구시켜 주신 것도 감사하고
제가 이웃사촌으로서 환영회도 해 드리고 싶고
제가 술 한잔 살게요!
[옅은 웃음] 괜찮습니다
한 번 얻어먹으면 한 번 사야 되고 저는 이런 악순환은 피하고 싶어서요
[귀남의 웃음]
(지아) 아이!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냥 좀 가요, 말이 많아 [귀남의 당황한 신음]
(귀남) 김, 김지아 씨, 어, 어디, 어디 가…
(지아) 환영회 해 준다고, 환영회
(귀남) 일단 놔 봐요, 놔 봐요
5분 정도 있으면 도착이군
[휴대전화 벨 소리] 아, 잠시만요
(미소) 어, 아빠
[영준의 들뜬 숨소리]
뭐라고요?
(미소 부) 나 괜찮다니까, 나 진짜 괜찮아
로커는 입원 같은 거 안 해
아빠, 좀!
[혀를 쯧 찬다]
(최 박사) [살짝 웃으며] 그렇게 길게 입원하진 않으실 겁니다
가벼운 인대 손상이라 며칠 쉬면 괜찮아질 거거든요
감사합니다, 최 박사님
아, 그럼 부회장님께 안부 전해 주세요
(미소) 네
[문이 드르륵 닫힌다] [한숨]
[미소의 한숨]
근데 어쩌다 다친 거예요?
[깊은 한숨] 그게…
[강렬한 음악이 연주된다] (사회자) 자, 이번에 모실 분은
영등포가 낳은 마성의 밴드 불싸조입니다!
[강렬한 음악이 계속 연주된다] 타이틀곡 '이 개가 미쳤나'!
[가수가 노래한다]
(가수) ♪ 이 개가 미쳤나 봐 ♪
♪ 우리도 미쳤나 봐 ♪ [관객들의 환호]
♪ 이 개가 미쳤나 봐 ♪
♪ 너희들도 미쳤나 봐 ♪
[강조되는 효과음]
[미소 부가 쿵 떨어진다]
형, 형! 괜찮아?
[강렬한 음악이 계속 연주된다]
[가수의 추임새]
다이빙하다가 망쳤지 뭐야
평균 연령이 50대인 걸 망각했어
아이, 50대 되면 한창 몸 사릴 나이인데
아빠도 몸 좀 사리지
[한숨]
[미소의 옅은 웃음] (영준) 어
아버님은 괜찮으신가?
네, 가벼운 인대 손상이라 며칠만 쉬면 괜찮아지실 거래요
다행이군
근데 저 오늘 밤새 여기 있어야 될 거 같은데
밤새?
그럼 같이 있을까? 이참에 아버님께 인사도 드리고
아, 아니에요 경황이 없으셔서 인사는 좀
그래
그리고 부회장님 오늘 12시간 비행하고 오셔서 피곤하시잖아요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
[한숨 쉬며] 그러지, 할 수 없군
[영준의 한숨]
오늘 여기서 혼자 자게 될 줄이야
(음란 마귀) 예스, 베이비
이러려고 파리에서 미친 일정을 소화한 게 아닌데 [휙 하는 효과음]
(음란 마귀) 어머, 그러게? 너 오늘 되게 아쉽겠다
파리에서부터 잔뜩 기대하고 왔잖아?
- (영준) 아쉬워도 어쩔 수 없지 - (음란 마귀) 예스 [흥미진진한 음악]
누구세요? [음란 마귀의 음흉한 웃음]
음란 마귀?
(음란 마귀) 어머, 나야, 나, 어머, 그냥…
- 여자였어? - (음란 마귀) 어머, 어떡해, 그럼
- (영준) 말도 해? - (음란 마귀) 웃장 까고 얘기나 하자
[음란 마귀의 음흉한 웃음] [영준의 질색하는 신음]
(음란 마귀) ♪ 오, 샹젤리제 ♪
- (영준) 가 - (음란 마귀) 파이팅 하는 거야, 그냥
- (영준) 가! - (음란 마귀) 어머, 어딜 가?
(영준) 가라고!
(음란 마귀) ♪ 오, 샹젤리제 ♪
여자였어?
(음란 마귀) ♪ 영준이 이 녀석 ♪
소름이군 [익살스러운 효과음]
[음란 마귀의 웃음]
[지아와 귀남의 감탄하는 신음]
[귀남의 감탄]
(지아) 어…
[지아와 귀남의 웃음]
[귀남이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이제 그만 드세요 이러다 진짜 취하겠어요
[웃음]
아, 너무 맛있어서 그러죠
아니, 근데 이거 뭐라 그랬더라? 그…
'꿔다 놓은'? [지아의 어이없는 웃음]
아이, 꿔바로우
[웃으며] 맞는다, 꿔바로우!
[웃음]
나 이렇게 쫄깃한 탕수육 처음 먹어 봐요
[지아의 옅은 웃음] (귀남) 그리고
이렇게 향이 깊은 술도 처음 마시고
내 생일날 이것들 또 사 먹어야지
5월 17일이니까 얼마나 기다려야…
[어이없는 웃음]
아니, 무슨, 어? 꿔바로우랑 고량주 먹으려고 내년 5월까지 기다려요?
[웃음]
(지아) 근데 전부터 궁금한 게 있는데
고 대리님은 동기들 중에 제일 먼저 승진하시고
보너스도 제일 많이 받으신다던데
아, 이렇게까지 아끼시는 이유가 뭐예요?
[웃음]
그건 비밀입니다
[귀남의 웃음]
아니, 그, 정장 한 벌뿐인 것도 옥탑 사시는 것도
전혀 흉이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비밀로 하시는지
이해가 잘 안돼서요
흉이 되기도 하니까요
(귀남) 제가 어릴 때
가족들이랑 단칸방에 살았거든요?
[잔잔한 음악] 그때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어요
단칸방에 오순도순
그래서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 없었죠
근데
점점 클수록…
나를 부끄럽게 만들더라고요, 사람들이
그냥 공부를 잘하는 고귀남이라 하면 되는데
집이 어려운데 공부를 잘하는 고귀남이라 말하고
[귀남의 웃음]
나, 대학 동기들 중에 제일 먼저 취직했거든요?
근데 그럼 축하한다고 하면 되는데
형편이 어려운데 잘됐다고 말하고
아…
그래서 내 목표는
[피식 웃으며] 돈을 많이 모아서
집도 사고
훗날 내 아내와 내 자식들이
그런 말 안 듣고 살게 하는 거예요
[웃음]
그래서
나 벌써 1억 모았어요
[귀남의 뿌듯한 웃음] (지아) 네?
1억요? 대박
[귀남이 술을 조르르 따른다] 아니, 이제 4년 차인데 어떻게 1억을 모…
나 한 달에 10만 원 씁니다
(지아) 와…
모아 둔 1억으로는 주식 해서 또 돈 벌고요
[감탄하는 숨소리]
나는
쓰는 기쁨은
미래에 내 가족들과 함께할 겁니다
[귀남의 옅은 웃음]
[헛기침하며] 아유, 아무튼!
오늘 이 쫄깃한 맛도 알게 해 줬고
그러니까
내년에 내 생일에 이 꿔바로우 또 먹을 때
김지아 씨 초대하죠
[웃음]
[지아가 살짝 웃는다]
[문이 스르륵 닫힌다]
[미소가 쟁반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자다 깨서 목마를까 봐
[미소 부와 미소의 옅은 웃음]
미소야
너 퇴사하기로 했다며
언니들이 그래요?
너 자신을 찾고 싶어서 퇴사한다는 말을 듣고
한동안 마음이 아파서 밥이 잘 안 들어가더라고
(미소 부) 네가 너답게 살지 못한 거 그거 다 아빠 때문이잖아
[잔잔한 음악]
아빠가 하고 싶은 일 하겠다고
제대로 된 돈벌이도 못 하는 바람에
무슨
아빠 꿈이었잖아요 이렇게 음악하면서 사는 거
그거면 됐어요, 난
(미소 부) [한숨 쉬며] 꿈이라…
[살짝 웃으며] 이젠 그것도 잘 모르겠어
하다 보니까 그냥 할 줄 아는 일이 이거뿐인 거지
아…
아빠 꿈이 의사나 판사였다면
우리 딸들이 좀 더 편안하게 살았겠지
[속상한 숨소리]
아빤 무슨 그런 소리를 해요
나 그냥 좀 쉬고 싶어서 그만두겠다고 한 거예요
그러니까 괜히 마음 쓰지 말고 얼른 자요
미소야, 그, 비욘세도
데스티니스 차일드에서 탈퇴하면서
솔로로 독립해서 훨씬 더 잘됐어
(미소 부) 우리 미소도 이제 [살짝 웃는다]
부회장에게서 독립해서 훨씬 더 잘될 거야
우리 이런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노래 들으면서 잘까?
엄마가 좋아하던 그 노래
[웃음] 좋죠
(미소 부) 그래
[미소 부의 힘주는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웃음]
[숨을 깊게 내뱉는다]
[감성적인 음악]
[한숨]
(영준)
[휴대전화 알림음]
[미소의 옅은 신음]
자나 보군
자면 잔다고 말을 좀 해 주지
어떻게 파리에 있을 때보다 더 연락이 안 되나
[숨을 후 내뱉는다]
[새가 지저귄다]
[뚜껑을 탁 내려놓는다]
[밝은 음악]
영준이 이 녀석 오늘도 어김없이 멋있군
[밝은 효과음] [휴대전화 진동음]
어제 연락도 없이 잠드는 몹쓸 짓을 저질렀지만
아침 일찍 전화했으니 봐주겠어
그래, 김미소
(미소) 네, 부회장님
저 오늘 아무래도 반차 써야 할 것 같은데
반차?
(미소) 네, 필남 언니가 오후에나 나올 수 있다고 해서
제가 오전까진 병원에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오늘 부회장님 급하신 일정도 없고
이제 웬만한 업무는 지아 씨가 곧잘 처리하니…
그래, 그럼 오후에 봐
네, 감사합니다
[통화 종료음]
[영준의 옅은 한숨]
(영준) 반차라는 제도가 이렇게 슬프게 다가오긴 처음이군
잠깐 얼굴이라도 보러 갈까?
양 비서님, 세연병원으로 가 주시죠
네, 알겠습니다
[살짝 웃는다]
(영준) 김 비서, 내가 지금 어딘지 알면 아마 깜짝 놀랄 거야
나 지금 세연병원 로비야
(미소) 네? 거긴 왜…
(영준) 상상하고 기대하는 그 이유 맞아 김 비서 보러 왔어
잠깐이라도 내 얼굴 보여 주려고
아, 어떡해요, 저 지금 밖인데
(영준) 뭐?
아빠 집에서 이것저것 챙겨 올 게 좀 있어서요
그럼 어쩔 수 없지
나 혼자라도 올라가서 예비 장인어른께 인사드리는 수밖에
(미소) 아, 안 돼요, 그건!
왜 안 된다는 거지?
아, 저희 만나는 것도 아직 모르시는데
저 없이 찾아가는 거는 좀…
아, 오전 10시에 항공사 신규 노선 관련 회의 있으시잖아요
(미소) 지금 얼른 들어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러지
[통화 종료음]
[영준의 옅은 신음]
[마우스 조작음]
[한숨 쉬며] 유명전자 매출 현황이라…
하, 이건 왜 해도 해도 끝이 없냐 [마우스 조작음]
(지아) 아, 김 비서님 오늘 반차 내셨습니다
아, 연락받았습니다
당연히 연락받으셨겠지 [문이 쿵 닫힌다]
여친인데 [부러운 신음]
근데 여친 없으니까 되게 슬퍼 보이신다
(지아) [피식 웃으며] 완전 멜로 눈빛이네
[지아의 한숨]
나도 누가 저런 눈빛으로 봐 줬으면 좋겠다
[지아의 깊은 한숨]
[지아의 놀라는 신음]
(귀남) 그…
이거 받아요
이게 뭐예요?
유명전자 매출 현황 자료 정리한 거예요
어? 이거 제가 하기로 한 건데
아니, 뭐…
어제 쫄깃한 탕수육도 사 줬고 그것도 고맙고
(귀남) 부속실 업무도 파악할 겸
[어색한 웃음]
[밝은 음악]
아, 고맙습니다
이거 양이 많아서 정리하기 힘드셨을 텐데
김지아 씨
삼림욕을 하면 기분이 어떻죠?
네?
상쾌하고 힐링도 되겠죠?
저한텐 일이 그렇습니다
일을 끝내는 것만큼 상쾌하고 힐링되는 게 없죠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마요
[옅은 웃음]
아, 힐링…
[옅은 웃음]
[설레는 신음] 나도 힐링
[심호흡]
[수줍은 웃음]
[미소 부의 개운한 숨소리]
- (미소) 여기요 - (미소 부) 응, 고마워
- (미소) 천천히 드세요 - (미소 부) 응
(필남) 아빠
어, 우리 큰딸
(필남) 네
식사 중이셨어요?
미소 이제 출근해야 되지?
나가서 언니랑 같이 밥 먹자
[휴대전화 알림음] 아빠, 미소 밥 먹이고 올게요
(미소 부) 어, 그래, 먹고 와, 응
(영준)
(필남) 나가자, 미소야, 뭐 먹고 싶어?
언니, 나 회사로 바로 들어가야 될 것 같은데?
밥은 먹고 가야지
나 너한테 할 말도 있단 말이야
하, 할 말?
(영준)
[메시지 발신음]
[노크 소리가 난다] [문이 탁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지아) 부회장님, 점심 식사는 어떻게…
아,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아, 네
[문이 탁 닫힌다] 김 비서 오면 같이 먹어야지
[휴대전화 알림음]
(영준)
(미소)
[메시지 발신음]
나 빨리 가 봐야 되는데 할 얘기라는 게 뭐야?
[필남이 지퍼를 직 연다]
(필남) 자, 이거 받아
이게 뭐야?
언니 이번에 선배가 개업하는 병원의 페이 닥터로 일하기로 해서
(필남) 다니던 병원 그만뒀거든
그 퇴직금이야, 너 가지라고
[통장을 탁 밀며] 아, 아, 됐어, 이걸 왜 나한테 줘
왜겠어
[잔잔한 음악] (필남) 너 9년 동안 죽어라 일했어도
그 돈으로 빚 갚고 대출금 갚고 말희랑 나 학자금도 갚아 주고
지금 손에 쥔 돈 한 푼도 없잖아
[난처한 신음]
그래도 나 이거 못 받아
못 받긴, 얼른 넣어 둬
곧 시집갈지도 모르는데 개털이면 되겠어?
아유, 아, 시집은 무슨, 벌써부터
장담하지 말고
아무튼 난 줬으니까 버리든지 말든지 너 알아서 해
- (필남) 이모 - (종업원) 네 [미소의 당황한 신음]
(필남) 여기 얼마예요?
(종업원) 잠시만요
(필남) 야
어머, 저 원피스 너한테 진짜 잘 어울리겠다
언니가 저거 사 줄까?
아니야, 나 빨리 가야 돼
아유, 저거 사는 데 얼마나 걸린다고, 응? 가
- (미소) 아, 됐다니까, 아… - (필남) 어? 가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꼬르륵 소리가 난다]
[밝은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준이 이 녀석
배고픔을 무릅쓰고
연인과 함께 식사하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이라니
아주 순애보적이고 스위트해
[감탄하는 신음]
왔다
뭐지, 저건?
아
내 선물 사 오느라 늦은 건가?
[문이 쿵 여닫힌다]
부회장님, 다녀왔습니다
아버님 좀 어떠시지?
덕분에 불편함 없이 잘 지내고 계세요
다행이군, 그럼 우리 점심 식사 하러 나갈까?
전 이미 먹고 왔는데
난 안 먹었는데
왜요?
왜긴? 김 비서랑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지
아…
[난감한 웃음]
전 필남 언니가 같이 먹자길래…
아, 그랬군
밥 먹고 오느라 늦었군
아, 그래서 미안해서 저렇게 선물까지 사 온 건가?
선물요?
아, 김 비서 들어올 때 쇼핑백 같은 거 들고 들어오던데?
아, 그거
제 옷인데
(영준) 밥 먹고 본인 옷 쇼핑하고 오느라…
늦었단 말인가?
(미소) 아, 그게…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 안 하나?
난 어떻게든 김 비서와 1분 1초라도 함께하고 싶은데
김 비서는 아닌 거 같아서 좀 실망이군
죄송합니다
그, 죄송하면…
지금 퇴근해서 우리 집으로 갈까?
[흥미진진한 음악]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지?
저 어제부터 부회장님을 보면서 생각나는 단어가 있어요
(영준) 어, 잠깐만, 기다려 봐
세, 섹시? [익살스러운 효과음]
도발? [익살스러운 효과음]
치명적!
아니요
불도저요
[박진감 넘치는 음악] (영준) 뭐?
어제부터 거침없이 막 몰아붙이시는 게
꼭 불도저 같으세요
[미소의 옅은 웃음]
[영준의 당황한 숨소리]
(유식) 뭐? 불도저?
[민망한 웃음]
(유식) 뭐? 불도저?
아니, 뭘 그렇게 밀어붙였길래 이 섹시 불도저 앙큼한 오너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유식의 익살스러운 신음]
영준이야!
비록 이혼하고
음, 후회하고 있는 처지긴 해도
내가 너보다 연애 선배로서 한마디 하자면
잠깐, 빤쓰 얘기처럼 격 떨어지는 조언이라면 사양하지
어휘가 저렴했을 뿐 내용은 하이 퀄리티였잖아?
(유식) 이번에도 잘 들어 봐, 오너야
어, 김 비서하고 연애에 있어서 네가 유념해야 될 부분은
김 비서도 첫 연애라는 거야
난 뭐, 두 번째야?
나도 첫 연애야
막 좋고 막 설레고 막 잘해 주고 싶다고
그렇다고 막!
무가내면 안 되지
[익살스러운 음악] 그럼?
(유식) 무작정 밀어붙인다고 관계가 깊어지는 건 아니야
적당히, 느긋하게, 알겠어?
'적당히, 느긋하게'라?
(영준) 말만 들어도 답답하군
난 지금 이렇게 미칠 듯이 좋은데 그게 되나?
응, 뭐, 안 되면
너한테 질리겠지, 뭐
뭐? 질려?
[헛웃음] 이런 완벽한 비주얼에
항상 프레시한 매력이 샘솟는데 질리다니?
그건 이영준 사전에 등록시킬 수 없는 단어야
이성적으로 생각해, 영준이야!
(유식)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사람 옆에서
마치 우사인 볼트처럼 질주하면 어떻게 되겠어?
처음에는 어떻게든 쫓아와 보려다가
결국에는 질려서 나가떨어지게 돼 있어
연애에 있어서 속도 조절이 얼마나 중요한데
[옅은 숨소리] [노크 소리가 들린다]
(마음) 어, 부회장님 오셨어요?
이거 점심 먹고 오는 길에 사 온 건데 진짜 맛있어요
- (마음) 한번 드셔 보세요 - (유식) 응
(마음) [당황하며]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어, 어머, 어떡해!
어, 어, 죄송해요!
아이…
아이, 뭐, 괜찮아 피 나는 것도 아닌데, 뭐
[웃음]
[한숨]
제가 가서 빨리 닦을 거 가지고 올게요
[흥미진진한 음악] (마음) 어떡해, 어머…
아이, 큰일 아니야, 큰일 아니야 아주 흔한 일이야
잠깐만
보살 납셨군
(유식) 음…
자, 거봐, 자주 있는 일이라 여벌 옷까지 준비해 뒀잖아
봤지?
속도 조절 못 하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나는지
너도 이렇게 만신창이 되고 싶지는 않을 거야
그렇지?
(세라) 어, 마이 히어로?
오늘 저녁? 아, 당연히 데이트해야죠
[세라의 웃음]
어, 그럼 이따 저녁에 봐요
그 썸남이랑 잘돼 가시나 봐요
[세라의 새어 나오는 웃음]
우리 사귀기로 했어요
[함께 웃는다]
(미소) 잘됐네요
(세라) 그나저나 오늘 저녁에 어디서 뭐 하지?
씁, 같이 밥 먹고, 영화 보고
술 한잔 마시고, 한강 보고
그걸 하루에 다 한다고요?
씁, 뭐, 같이 밤새우죠, 뭐 한시도 떨어져 있기 싫은데
(세라) 너무 좋잖아요 [세라의 웃음]
오늘 하룻밤 길 테니까
우리 키스도 할 거예요
(미소) 어머
(세라) '어머'는 무슨, 내가 '어머'네요
어유, 진짜, 사귄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우리가 한창 확 불타오를 때잖아요?
우리가 성인이지 성인군자는 아니잖아요
수고 [미소의 어색한 웃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한숨]
(미소) 저…
속도 조절 못 해서 미안해
네?
생각해 보니까 내가 좀 성급했던 거 같더라고
지난 9년 동안 꾹꾹 눌러 왔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 버린 느낌이랄까?
부회장님
그때 그 일은 정말 끔찍했지만
(영준)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똑같은 일을 겪어야 된다면
난 그렇게 할 거야
미소 널 만날 수만 있다면
[잔잔한 음악]
그래도 천천히 할게, 네가 원하니까
이만 들어가도 좋아 난 선약이 있어서 먼저 가 볼게
[문이 쿵 여닫힌다]
[풀벌레 울음]
미소가 웬일이지?
부회장님 마음 생각하지 못하고 말한 거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그리고?
저 오늘
집에 안 들어갈 거예요
뭐?
집에 안 가고
밤새 부회장님이랑 같이 있을래요
(영준) 지금 이대로 우리 집으로 들어가면
나 오늘은 속도 조절 못 해
오늘은
절대 멈출 생각 없어
.김비서가 왜 그럴까↲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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