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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비서가 왜 그럴까 14

 (미소) 부회장님

 

[부드러운 음악]

 

출근 준비 하셔야죠

 

그 옷이 이렇게 위험한 옷인 줄 몰랐군

 

(미소) 위험하다니요?

 

임원진들이 업무 태만으로 날 해임시킬 수도 있는 옷이랄까

 

너무 예뻐서 회사 나가기 싫어

 

나의 평정심과 자제력을 뒤흔드는 옷이야

 

요즘 부회장님 보면

 

제가 그동안 봐 왔던 사람이 맞나 싶어요

 

그게 무슨 뜻이야?

 

훨씬 더 좋다는 뜻이에요

 

그래도 출근 준비는 하셔야 합니다

 

[피식 웃는다]

 

[숨을 하 내뱉는다]

 

[웃음]

 

(미소) 잘 먹겠습니다

 

[피식 웃는다]

 

(영준) 자

 

[미소가 달그락거린다] [밝은 음악]

 

(영준) 그동안 난 완벽할 정도의

 

외모, 재력, 능력을 갖추고 살았어

 

거기다 이젠 배려심까지 갖춰 볼까 하는데

 

왜 받아 주질 않는 거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방금 이 샐러드

 

내가 손수 미소 챙겨 준 거야

 

아, 그러셨어요? [웃음]

 

요즘 다정함이 한도 초과시네요

 

[입소리를 쩝 낸다]

 

가끔은 나한테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해

 

좀 어색해서요

 

직업병인가 봐요

 

어딜 가나 다른 사람들 챙기는 게 익숙한

 

나한테도 직업병이 있어

 

어딜 가나 다른 사람들에게 챙김을 받는 게 익숙한

 

(영준) 그래도 이렇게

 

노력하잖아

 

김미소 챙겨 주려고

 

[영준이 주전자를 탁 내려놓는다]

 

물론 내가 워낙 기품이 흘러넘치는 타입이라

 

뭔가 시키기 어려울 거라는 거 이해해

 

그래도 나한테 이것저것 막 시키고

 

가끔은 도와 달라고 해 줬으면 좋겠어

 

허락하겠다고, 내가

 

 

알겠습니다

 

얼굴은 '아니요, 모르겠습니다'네

 

[멋쩍은 웃음]

 

[입소리를 쩝 낸다]

 

- (치인) 봉 과장 은제 간다고? - (세라) 저는 뭐, 이날로 할게요

 

(세라) 28, 29, 30, 딱 좋다

 

아, 느낌 있네, 응, 예 [직원들이 호응한다]

 

(귀남) 뭐 하시는 겁니까?

 

(치인) 어, 여름휴가 짠다

 

귀남 씨는 기획 팀에서 휴가 정하고 왔제?

 

휴가 언제고?

 

전 휴가 같은 거 안 씁니다

 

(귀남) 깔끔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잠자리에 드는 일

 

그 이상의 휴식은

 

[익살스러운 효과음] 불필요하니까요

 

[치인의 놀란 숨소리] (준환) 불필요한 멘트

 

굉장히 많이 하시네요

 

[못마땅한 신음]

 

[지직거리는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날카로운 효과음]

 

[치인의 놀란 신음]

 

- (세라) 어! - (치인) 오셨습니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환의 못마땅한 숨소리]

 

(세라) 김 비서님!

 

김 비서님은 올해도 여름휴가 못 가세요?

 

(영옥) 에이, 김 비서님은 휴가 필요 없죠

 

곧 퇴사하실 텐데 [세라의 놀란 숨소리]

 

(준환) 그러게요, 명문대 출신인 제 뛰어난 기억력으로는

 

이, 퇴사까지 일주일 정도밖에 안 남으신 거 같은데요

 

아, 그러네요

 

[치인의 한숨] (세라) 아휴, 아쉽다

 

(영옥) 아쉽다

 

[잔잔한 음악]

 

(미소) 한동안 잊고 있었네 조금 있으면 퇴사한다는 걸

 

9년 동안이나 함께 일했어

 

내가 경영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다 맞춰 일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김 비서가 그만둬 버리면 내가…

 

'내가'…

 

불편하잖아

 

분명 또 잡으시겠지?

 

지금은 불도저 모드니까 더할지도?

 

- (지아) 오셨어요? - (미소) 어

 

사업 팀에서 계약서 받아 왔어요

 

고생했어요 [지아의 웃음]

 

(미소) 파리 출장 가셔서 최종적으로 합의하신 수정 계약서입니다

 

법무 팀 검토는 끝났고

 

저번처럼 계약 변경 요구할 수 없도록 추가 조항 포함시켰습니다

 

일 처리가 시원시원하군

 

마치 내 이목구비처럼, 인정? [익살스러운 효과음]

 

인정 [익살스러운 효과음]

 

[함께 웃는다]

 

(영준) 점심 일정은 어떻게 되지?

 

얼마 전에 레스토랑 오픈한

 

부회장님 지인분께 가기로 한 날입니다

 

그럼 같이 가서 식사하지

 

저도요?

 

김 비서에게도 소개해 주고 싶어

 

네, 알겠습니다

 

(미소) 와, 아기자기하고 예쁜 식당들이 엄청 많네요

 

(영준) 그러네

 

전 부회장님 지인분이라길래

 

청담동 같은 데 있는 엄청 큰 규모의 레스토랑일 줄 알았는데

 

좀 특이한 녀석이야

 

원래는 진영그룹 후계자였는데 그 자리를 마다했거든

 

(미소) 진영그룹 후계자요?

 

많이 친하신 분이에요?

 

부모님들끼리 아는 사이라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냈거든

 

미국에서 경영학 공부도 같이 했고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많이 반가우시겠어요

 

[미소의 웃음]

 

- 가 보지 - (미소) 네

 

(영준) 어, 마침 저기 있네

 

"유&미 파스타"

 

[강조되는 효과음] [감성적인 음악]

 

영준아!

 

- (영준) 잘 지냈어? - (유미) 진짜 오랜만이다

 

얼굴 좋아졌네?

 

좋아진 게 아니라 원래 좋았었어

 

올웨이즈 [유미의 헛웃음]

 

뭐래?

 

[발랄한 음악] (미소) 후계자에 특이한 녀석이라고 해서

 

당연히 남자인 줄 알았는데

 

여자였다니

 

근데 이분은?

 

(영준) 아

 

내 여자 친구야

 

여, 여자 친구?

 

안녕하세요, 김미소라고 합니다

 

[반가운 숨소리]

 

(유미) 정유미예요

 

영준이랑 다섯 살 때부터 친구인데

 

이렇게 여자 친구 보여 준 적은 처음이라 완전 신기해요

 

(미소) 아…

 

대박, 완전 이쁘시다

 

[웃음] (영준) 당연하지

 

완벽한 나의 비주얼에 걸맞은 완벽한 여자야

 

참, 나르시시즘도 여전하구나?

 

너 요즘도 그거 해?

 

(유미) '아우라!'

 

(영준) 그렇게는 안 해, 경박하게

 

'나의 멋진' [강조되는 효과음]

 

'아우라!' 이렇게 격조 높게 하는 거지

 

[웃으며] 이건 오랜만에 봐도 웃긴다

 

그렇죠? 이거 완전 재밌죠?

 

[어색하게 웃으며] 네, 뭐

 

[날카로운 효과음] (미소) 그랬구나

 

다른 여자 앞에서도 했던 거구나

 

[미소의 못마땅한 신음]

 

(영준) 들어가 보지

 

(유미) 식기 전에 드세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네가 연애를 하다니, 너무 다행이다

 

난 네가 하도 여자를 안 만나서

 

혹시 나 좋아하면 어쩌나 걱정했었거든

 

[영준의 어이없는 신음]

 

대체 왜 그런 근거도 가능성도 없는 걱정을 한 거지?

 

(유미) 왜? 나한테 결혼하자고 한 적도 있잖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발랄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우리 다섯 살 때요

 

아, 그러시구나

 

소중한 추억이 많으시네요

 

[영준이 살짝 웃는다] (손님) 저기요

 

저희 피클 좀 더 주세요

 

(유미) 네, 잠깐만요

 

[바람이 휭 부는 효과음]

 

아유, 좀 싸늘하군

 

[날카로운 효과음] [반짝이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음]

 

왜 그렇게 보는 거지?

 

그렇게가 어떻게인데요?

 

보기만 해도 함박웃음이 지어질 거 같은 내 얼굴을 보면서

 

표정이 좀 굳어 있는 거 같아서 말이야

 

[웃으며] 오해이십니다

 

근데 부회장님 어릴 때는 좀 개방적이셨나 봐요?

 

개방적이라니, 왜 그렇게 생각하지?

 

고작 다섯 살 때 결혼하자는 말을 하셨다면서요?

 

좀 발랑 까졌던 거 같기도 하고

 

[영준의 어이없는 신음]

 

김 비서도 다섯 살 때 나한테 결혼하자고 했었거든?

 

어머, 저랑 부회장님이랑 같나요?

 

(미소) 전 어릴 때 위험한 상황에서 절 구해 준 오빠에 대한

 

순수한 마음에서 결혼하자고 한 거고 부회장님은 그냥…

 

여자한테 멘트 날리신 거고

 

멘트?

 

[영준의 헛웃음]

 

김 비서 지금 질투하나?

 

네? 질투요?

 

[미소의 어이없는 웃음]

 

(미소) 애도 아니고 무슨 질투를

 

[웃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영준이 픽 웃는다] 아유, 진짜

 

나한테도 챙겨 줄 수 있는 틈을 좀 달라고 했을 텐데?

 

익숙지가 않아서요 [헛기침]

 

 

(유미) 자, 여기요

 

이것 좀 따 줘

 

[강조되는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무거운 효과음] (영준) 나한테 일 시키려면 시급 줘

 

나 한 시간에 수십억 버는 남자니까 시급 수십억

 

(유미) 뭐래, 수없이 때리고 싶다

 

얼른 해 줘, 빨리

 

[무거운 효과음]

 

[영준의 한숨]

 

[영준이 뚜껑을 탁 내려놓는다] [무거운 효과음]

 

[으르렁거리는 효과음]

 

[냄새를 씁 맡는다]

 

[픽 웃는다]

 

[영준이 숨을 하 내뱉는다]

 

(유미) 어때? 가게 잘될 거 같아?

 

뭐, 월세 정도는 밀리지 않고 낼 수 있을 거 같군

 

음, 그 정도면 극찬이네

 

[영준이 피식 웃는다] [휴대전화 벨 소리]

 

잠깐만요

 

저 여자분 되게 좋아하나 보다? 얼굴에서 막 사랑이 묻어나

 

그런가?

 

예전에는 치명적인 잘생김만 묻어났었는데

 

이젠 사랑까지 묻어나나 보군

 

으이구

 

아무튼 행복해 보이네

 

너야말로 행복해 보이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해서인가?

 

뭐, 사실 회사 물려받는 거 스트레스였거든?

 

내가 살고 싶은 삶은 그게 아니란 생각이 계속 들었고

 

(유미) 뭐

 

남들이 봤을 땐 이해 안 되는 선택이었겠지만

 

난 정말 만족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온전한 나로 살 수 있어서

 

정말 너무 좋아

 

[미소가 숨을 후 내뱉는다]

 

영준아, 이것 좀 따 줘

 

얼른 해 줘, 빨리

 

[떨리는 목소리로] 이거 좀 따 주세요, 오빠

 

[익살스러운 효과음] [발랄한 음악]

 

[타이어 마찰음]

 

(영준) 방…

 

방금 뭐라 그랬지?

 

저 이것 좀 따 주시라고요, 오빠가 [어색한 웃음]

 

[새어 나오는 웃음] 아, 잠깐만

 

녹음 좀 할게, 다시 한번 해 봐

 

(영준) 녹음 좀 해야겠어 [미소의 어이없는 숨소리]

 

저 챙겨 주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지금 기회를 드리는 거예요, 제가

 

아깐 익숙하지 않다며?

 

계속해 봐야 익숙해지죠

 

[웃음]

 

아참, 그리고

 

[영준을 흉내 내며] '아우라'

 

이거 이제 제 앞에서 하지 마세요 하나도 재미 없어요

 

[영준이 피식 웃는다]

 

소장하고 싶군

 

- 뭘요? - (영준) 김 비서 지금 이 모습 말이야

 

희대의 미술 작품도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없었던 나인데

 

지금 이렇게 질투하는 모습 너무너무 소장하고 싶어

 

어머, 무슨

 

저 질투한 적 없거든요?

 

[피식 웃는다]

 

왜 웃어요?

 

질투하는 게 귀여워서

 

하, 아, 무슨 질투래

 

- 질투쟁이 - (미소) 아니거든요?

 

- 질투 불도저 - (미소) 아니라고요!

 

[영준의 웃음]

 

아, 진짜

 

[미소의 어이없는 신음]

 

(미소) [뚜껑을 탁 돌리며] 질투는 무슨…

 

(영준) 그 가방 무거워 보이는데

 

오빠가 들어 줘? [익살스러운 효과음]

 

왜 그러세요?

 

[흥미로운 음악] (영준) 음

 

우리 미소 걷기가 힘들어 보이는데

 

오빠가 업어 줘? [익살스러운 효과음]

 

하, 그만하시죠

 

(영준)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우리 미소 화가 많이 나 보이는데

 

오빠가 화 풀어 줘?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가 숨을 후 내뱉는다]

 

제가 괜한 말을 한 거 같네요 그냥 하던 대로 하시죠

 

미소야, 오빠랑 같이 가

 

"모르페우스"

 

(이 회장) 음…

 

음…

 

[최 여사의 웃음]

 

(최 여사) 오랜만에 우리 큰아들이랑 쇼핑하니까 너무 좋다

 

저도 즐거웠어요 [성연의 웃음]

 

[드르렁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

 

[코를 드르렁 곤다] [익살스러운 음악]

 

(최 여사) 네 아빠 네 소설 읽고 있었나 본데?

 

(성연) 아, 근데

 

몇 장 안 읽고 잠드신 거 같은데

 

얘, 저 정도면 푹 빠져서 읽은 거야

 

원래 책은 다섯 페이지도 못 넘기는 양반이거든

 

[성연과 최 여사의 웃음]

 

대체 기업은 어떻게 운영하셨던 건지 미스터리네요

 

그래서 역대 회장들 중에 가장, 응? 평가가…

 

[코를 드르렁 곤다]

 

[함께 웃는다]

 

- (성연) 쉿 - (최 여사) 쉿, 쉿, 쉿

 

[세라의 놀란 숨소리]

 

[세라의 안도하는 숨소리]

 

(세라) 양 비서님

 

무슨 일이에요?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으면 뮤지컬 보러 가요, 우리

 

(철) 제가 '무도회의 유령' 티켓 구했거든요

 

어머, 그거 내가 꼭 보고 싶다고 했던 건데

 

그래서 좋은 자리 얻으려고

 

하루 종일 광클했습니다 [세라의 감동한 숨소리]

 

(세라) 뭐야

 

[철의 웃음] 양 비서님은 맨날 날 구해 주더니

 

이번은 티켓 구해 준 거예요?

 

뭘 이렇게 맨날 구해

 

역시 양 비서님은

 

내 히어로예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애교 섞인 말투로] 귀염둥이 마이 히어로!

 

[문이 철컥 열린다] [세라의 장난스러운 신음]

 

[문이 쾅 닫힌다]

 

(치인) 아, 더워 죽겠는데 [세라의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왜 자꾸 계단으로…

 

(준환) 운동하고 좋죠, 뭐 [함께 놀란다]

 

(세라) 조심해요, 앞으로 한 번만 더 실수하면

 

그땐 아주 그냥 볼살이 살아남지 않을 줄 알아요

 

알겠어요? 씨…

 

[세라의 거친 숨소리]

 

(치인) 아이고

 

아유, 무서워 죽겠네, 진짜

 

아니, 사람을 무슨 잘못을 했길래 쥐 잡듯이 잡노, 응?

 

(준환) 아, 그러게요

 

이거 사내 폭력 예방 센터가 있다면 제보해야 될 분위기인데요, 이거?

 

그, 저, 저, 저희끼리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말고

 

- (세라) 가던 길 가시죠 - (철) 네

 

(철) 제 실수로 일어난 일입니다

 

[치인의 한숨]

 

(치인) 그래? 응, 알았다

 

그…

 

그, 뭐 하고 싶은 얘기 있거나

 

술, 이, 술 마시고 싶으믄 꼭 나한테 얘기하래이

 

씁, 아휴

 

(준환) 봉, 봉 과장님, 사, 살살, 살살

 

[한숨]

 

(세라) 미안해요

 

아니, 사내 연애 하는 건 괜찮은데

 

[작은 소리로] 비밀로 하고 싶어 가지고

 

괜찮아요? [세라의 놀란 신음]

 

[울먹이며] 많이 아팠죠?

 

아닙니다

 

볼은 괜찮은데 마음이 아프네요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

 

[울먹인다]

 

[한숨] [문이 쾅 닫힌다]

 

어떡해, 마이 히어로

 

[한숨]

 

[세라의 한숨]

 

(치인) 아, 저, 여자가 성질머리가… [세라의 헛기침]

 

(세라) 어, 안녕하세요

 

(영옥) 근데 부회장님 요즘 부쩍 혼자 퇴근하시네요?

 

(준환) 씁, 그러게요? 아니, 이러다가

 

양 비서님 자리 위태로워지는 거 아니에요?

 

(세라)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우리 양 비서님이 이 회사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되는 사람인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휙 하는 효과음]

 

'우리 양 비서님'은 뭔가요?

 

아이, 그게, 그러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양 비서님이지

 

남, 남, 남의 양 비서님은 아니잖아요?

 

(세라) 같은 부서면

 

'우리'라고 붙일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우리 박 대리님?

 

[익살스러운 효과음] (치인) 아이고야, 무슨?

 

우리 양 비서님을 아까 막 쥐 잡듯이 할 때는 언제고

 

이래 지금 위하는 척이고?

 

내가 원래 뒤끝이 없는 타입이잖아요

 

그럼 전 이만

 

(치인) 아이고야, 진짜 저, 알다가도 모를 봉 과장이다, 응?

 

양 비서, 아까 힘들었제?

 

그럼 오늘 우리 술 한잔…

 

아니요, 괜찮습니다

 

(치인) 음, 알았다

 

그, 술 한잔할까?

 

(준환) [웃으며] 아닙니다, 네

 

아버님 계신 병원으로 데려다주면 되는 거지?

 

 

아, 근데 저 그냥 버스 타고 가도 되는데

 

안 돼

 

우리 미소 힘드니까 오빠가 태워다 주는 게 맞아

 

- 그만하시죠 - (영준) 어, 그래

 

오늘도 병원에서 밤을 새우는 건가?

 

아니요, 오늘은 말희 언니 차례라 저는 그냥 얼굴 보러 가는 거예요

 

(영준) 음

 

미소도 처형도

 

장인어른 케어하느라 고생이 많으시군

 

처형, 장, 장인어른요?

 

당연하지

 

김 비서 나랑 결혼할 생각 아니었나?

 

(영준) 아, 설마 가볍게 연애만 할 생각이야?

 

아, 그게 무슨 말씀…

 

(미소) 근데

 

저랑 결혼하셔도 괜찮으시겠어요?

 

이미 다섯 살 때 결혼을 약속한 정혼자가 있으시면서

 

(영준) 김 비서도 그만하지?

 

 

[함께 웃는다]

 

(미소) 그냥 내려만 주고 가시라니까

 

잠깐이라도 더 같이 있어 주겠다니까

 

(영준) 그런데

 

오늘도 장인어른께 인사는 안 시켜 주는 건가?

 

아, 아직은 시기상조인 거 같아서

 

[입소리를 쩝 낸다]

 

(미소) 퇴원하고 나서 적당한 때를 봐서…

 

(미소 부) 미소야! [리드미컬한 음악]

 

(미소) 아빠! [영준의 컥 하는 숨소리]

 

(영준) 잠깐만, 김 비서, 김 비서, 잠깐… [미소의 당황하는 신음]

 

(미소) 어휴, 죄송해요, 어… [영준이 콜록댄다]

 

(영준) [말을 더듬으며] '아빠'?

 

[미소의 난감한 웃음] 아, 안녕하십니까

 

[영준의 힘겨운 숨소리] (미소) 아니, 제가…

 

[영준이 숨을 하 내뱉는다]

 

[흥미로운 음악]

 

[한숨]

 

(미소 부) 딸애한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 딸한테 휴가도 없이 일만 죽어라 시킨다길래

 

한번 보고 싶었는데 당신이군요, 그 상사 놈…

 

아니, 그 상사분이, 음

 

네, 제가 바로 그 상사 놈…

 

(영준) 아, 아니, 상사입니다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미소 부) 아, 이렇게 좋은 병실을 내줘서 감사합니다

 

우리 딸이 그만큼 평소에 잘했기 때문일 테니

 

기꺼이 받겠습니다

 

당연합니다 그리고 말씀도 편하게 놓으십시오

 

(미소 부) 아니, 그래도 딸애 상사한테 그럴 순 없지요

 

(영준) 괜찮습니다 편하게 대해 주셔도 됩니다

 

(미소 부) 아니, 그럴 수 없습니다

 

(영준) 그러셔도 됩니다

 

[미소의 난감한 신음]

 

이런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습니다만

 

사실

 

따님과 교제 중입니다, 저

 

[박진감 넘치는 음악] 뭣이라!

 

[쿵쿵대는 효과음] (미소 부) 그러니까

 

자네가 말하는 그 교제가 내가 알고 있는 그 교제가 맞나?

 

아빠, 왜 갑자기 반말을 하세요

 

'사귈 교', '사이 제'

 

사귀는 사이 맞습니다, 장인어른

 

(미소 부) 자, 장…

 

이, 이, 이 친구 이, 이거 아주 맹랑, 맹랑한 친구일세, 이거, 어?

 

[한숨 쉬며] 그래, 내가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지

 

[미소 부의 한숨]

 

나 이 교제

 

반대일세

 

[무거운 효과음]

 

[휴대전화 벨 소리] [미소의 못마땅한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네, 사장님

 

(미소) 네, 잠시만요

 

저, 박 사장님이신데 급하게 여쭤보실 게 있다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준) 죄송하지만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아빠, 왜 반대하신다는 거예요? 뭐 때문에?

 

[미소 부의 웃음]

 

아, 저 친구 저거, 어? 보면 볼수록 탐나는구먼, 응

 

[흥미로운 음악] 네?

 

방금 반대하신다고…

 

페이크다

 

이 아빠가 널 위해서 연기하는 거야

 

그게 무슨…

 

저 녀석 우리 쪽에서

 

자기를 반대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 했겠지

 

재벌이니까, 어? 버선발로 뛰쳐나와서

 

'풋 유어 핸즈 업' 하고, 어? 환영해 줄 거라고 생각했겠지

 

[미소 부의 웃음]

 

하지만 난 저런 유형들을 잘 알지

 

(미소 부) 장애물이 생길수록

 

그것을 쟁취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는 유형

 

[미소 부의 웃음]

 

두고 봐라

 

이제 너한테 더 목매게 될 테니까

 

[미소 부의 웃음] (미소) 아빠, 지금 무슨 말씀을…

 

(미소 부) 아, 아, 그, 자네 나랑 둘이 자판기 커피 한잔하겠나?

 

네, 알겠습니다

 

(미소 부) 그래, 응

 

아, 아빠, 저…

 

[한숨]

 

[미소 부의 한숨]

 

[입소리를 쩝 낸다] [옅은 신음]

 

자네

 

(미소 부) 우리 미소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9년 동안 함께 일했으니

 

꽤 많이 알고 있습니다

 

[한숨 쉬며] 우리 미소는

 

한 번도 속을 썩이지 않은 착한 딸이야

 

[잔잔한 음악]

 

(미소 부) 매번 언니들 옷을 물려받으면서도 투정 안 부리고

 

학원을 안 다녀도 늘 1등만 했었지

 

막내지만 제일 속이 깊은 아이였어

 

내가 친구한테 사기당하고

 

돈 한 푼 없어서 길바닥에 나앉았을 때

 

하필이면 그날이

 

미소 수능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었지

 

자기 언니들처럼 장학금 받고 대학에 갈 수도 있었는데

 

[피식 웃으며] 녀석

 

끝까지 입학 안 하고 돈을 벌겠다고 하더군

 

자괴감에 펑펑 울던 나에게

 

그 어린것이 나한테 했던 말이 뭔 줄 아나?

 

'괜찮아요, 아빠'

 

그렇게 웃으면서 말해 줬지

 

그리 말하는 제 속이 얼마나 말이 아니었을지

 

난 지금도 그 녀석이 웃는 걸 보면

 

가슴 한쪽이 욱신거린다네

 

그러니까

 

저 녀석이 방실방실 웃더라도 그걸 다 믿어서는 안 되네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참는 놈이야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미소, 퇴사하기로 했다며?

 

(미소 부) 아니, 일을 얼마나 그렇게 시켰길래

 

그 착하고 성실한 애가 버티질 못했겠나?

 

[미소 부의 한숨]

 

 

미소가 지금이라도

 

자기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행복해졌으면 좋겠네

 

[옅은 한숨]

 

(미소 부) 어, 여기서 기다리고 있게

 

- (미소 부) 미소 내려보낼 테니까 - (영준) 예

 

(미소 부) 아, 자네

 

안전하게 데려다주라는 뜻이니

 

그, 행여라도 어울려 놀 생각 하지 말게

 

물론입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차분한 음악]

 

(영준) 아니, 그런 기본적인 계획도 없이 왜 그만두는 거지?

 

저도 이제 제 인생 찾아 가야죠

 

누군가의 비서도 누군가의 가장도 아닌

 

그냥 김미소 인생요

 

남들이 봤을 땐 이해 안 되는 선택이었겠지만

 

난 정말 만족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온전한 나로 살 수 있어서

 

정말 너무 좋아

 

 

미소가 지금이라도

 

자기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행복해졌으면 좋겠네

 

[한숨]

 

아휴, 왜 이렇게 안 와? 무슨 얘기들을 하고 있길래

 

[문이 드르륵 열린다] (미소) 아

 

아…

 

무슨 얘기를 이렇게 오래 나누셨어요?

 

부회장님은요? [미소 부의 웃음]

 

남자들끼리 아주 진한 대화를 나눴지

 

(미소 부) 그러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들었고

 

[미소 부의 웃음]

 

아, 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다 얼른 내려가 봐

 

[웃음]

 

그 웃음은 뭐예요?

 

우리 막내가 유명그룹 부회장하고 만나다니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 부가 연신 웃는다] [난감한 신음]

 

[풀벌레 울음]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미소) 오는 내내 심각한 얼굴이시네요?

 

심각하게 잘생긴 얼굴이 아니라?

 

[피식 웃는다]

 

혹시 아빠가 말실수라도 하신 거예요?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이런저런 생각 좀 정리하느라고

 

정리가 끝난 거 같은데

 

좀 걸을까? 산책 어때?

 

[살짝 웃는다]

 

(영준) 김 비서

 

퇴사하겠다는 마음 아직 그대로인가?

 

(미소) 네, 그렇습니다

 

(영준) 그럼 퇴사 후에는 뭘 할 생각이지?

 

글쎄요

 

아직은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취업하느라

 

꿈이나 적성 같은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되는대로 이력서 넣었거든요

 

(미소) 그 후론 돈 버는 데 급급해서 별생각 못 했고요

 

그래서 사실

 

지금은 제가 뭘 하고 싶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부드러운 음악]

 

[한숨]

 

그럼

 

차근차근 생각해 봐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그동안

 

어떻게든 내 곁에 두고 싶다는 이기적인 마음에

 

김 비서의 퇴사를 막은 게 사실이야

 

(영준) 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

 

미소가 뭘 하든 난 항상 그 길을 함께할 테니까 말이지

 

부회장님

 

(영준) 지난 9년 동안

 

한결같이 성실하고 완벽하고 훌륭했던 내 비서를

 

이제 그만 보내 주지

 

그동안 수고 많았어

 

대신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나한테 가장 먼저 얘기해 줘야 돼

 

그게 뭐든

 

난 항상 응원하고 도와줄 테니까

 

네, 그럴게요

 

[한숨]

 

[새가 지저귄다]

 

[복합기 알림음] - (지아) 아… - (귀남) 아…

 

[귀남의 어색한 웃음]

 

(지아) 예 [귀남의 멋쩍은 신음]

 

(치인) 누구 없제?

 

아이고, 왜요?

 

(세라) 또 무슨 일인데요? [치인의 거친 숨소리]

 

이거 진짜 아무도 엿들어서는 안 되는

 

초특급 비밀이거든, 어?

 

[치인이 숨을 하 내뱉는다]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모여 봐 봐 봐

 

(치인) 빨리 와 봐 봐, 빨리

 

(귀남) 빅뉴스라니요, 네? 무슨 일입니까? [치인의 가쁜 숨소리]

 

뭐, 회사 주식이 상한가입니까?

 

(지아) 아이, 고 대리님, 신경 쓰지 마세요

 

(세라) 하이고, 정 부장님 맨날 저러시는데요

 

십중팔구는 다 헛소문이거든요

 

[세라가 혀를 쯧쯧 찬다] (치인) 이번에는 헛소문 아니거든?

 

목격자까지 있는

 

신빙성 있는

 

그런 증언이다

 

[비웃음]

 

(치인) 있제

 

우리 부회장님 부속실에

 

어마어마한

 

사내 커플이 탄생해 뿟단다!

 

[무거운 효과음] (영옥) 어머

 

[긴장되는 음악]

 

밝히지 마요, 제발요!

 

글쎄, 그게 누구냐면, 어?

 

(세라) 그만! [세라의 초조한 신음]

 

부회장님하고 김 비서님하고 사귄단다!

 

[영옥과 지아의 놀란 신음]

 

[놀란 신음]

 

- 김 비서님요? - (치인) 어

 

(영옥) 정말요? 그게 사실이에요?

 

[치인이 호응한다] (준환) 아이, 말도 안 돼!

 

[영옥의 놀란 신음] (세라) 목격자가 누구예요?

 

'목격자가 누구'? 경영 지원 팀의 신입 사원이

 

(치인) 며칠 전에

 

부회장님하고 김 비서님하고 손잡고 데이트하는 거를

 

- 두 눈으로 똑띠 봐 뿟단다 아이가 - (세라) 대박!

 

(세라) 소름 [직원들의 놀란 신음]

 

[직원들의 놀란 신음] [직원들의 어색한 웃음]

 

- (미소) 좋은 아침입니다 - (영옥) 안녕하세요

 

- (귀남) 좋은 아침입니다 - (준환) 좋은 아침입니다 [어색한 웃음]

 

무슨 즐거운 일 있으신가 봐요?

 

- (귀남) 네, 있습니다, 예 - (준환) 그럼요 [어색한 웃음]

 

(귀남) 좋은 아침이니까요 [치인이 호응한다]

 

[의아한 숨소리]

 

그럼 수고하세요 [살짝 웃는다]

 

(귀남) 네!

 

- (귀남) 좋습니다 - (준환) 좋은 하루…

 

(세라) 아이, 좋다 [귀남과 세라의 웃음]

 

[치인과 귀남의 안도하는 한숨] [긴박한 음악]

 

(치인) 이야, 큰일 날 뻔…

 

큰일 날 뻔했다

 

아니, 소문대로라면

 

앞으로 김 비서님한테 잘못 보였다가는

 

[치인의 겁먹은 숨소리]

 

[날카로운 효과음]

 

큰일 나 뿐 거 아이가, 진짜 [날카로운 효과음]

 

그렇죠, 절대 잘못 보일 일 없어야죠

 

(치인) 아, 아, 지아 씨

 

그, 유명바이오 매출 현황 정리 다 됐나?

 

봉 과장이랑 내랑 이따 회의 들가야 되거든

 

네, 프린트해 둔 거 제 자리에 있어요

 

[지아의 어색한 웃음]

 

(치인) 어야, 이따 회의 들가서 잘하자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다

 

(세라)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치인이 말한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쿵 여닫힌다]

 

(미소) 유명백화점 동성로점 오픈 이벤트 관련 자료입니다

 

[미소가 서류를 탁자에 탁 내려놓는다]

 

다음 달 5일이 오픈이지?

 

 

최종 점검차 한번 내려가 보시겠습니까?

 

(미소) 다음 주에 박 사장님께서 한번 방문하실 거라

 

굳이 가실 필요는 없을 거 같긴 한데

 

그럼 김 비서 말대로 하지

 

 

왜 그렇게 보세요?

 

[잔잔한 음악]

 

이렇게 회사에서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

 

순간순간이

 

더욱더 애…

 

애틋해져서

 

[살짝 웃는다]

 

그럼

 

(영준) 잠깐만

 

[무거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무거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휙 하는 효과음]

 

[미소의 당황한 숨소리] [휙 하는 효과음]

 

[버튼 조작음]

 

[미소의 거친 숨소리]

 

- (영준) 흠 - (미소) 우리 이제 어떡해요?

 

이런 걸 보고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지

 

[미소의 한숨] (영준) 우리 걸렸어, 김 비서

 

피할 수 없으면 방법은 하나지

 

정면 돌파!

 

뭘 어쩌시려고요?

 

[흥미진진한 음악]

 

(세라) 내가 뭘 본 거야?

 

(치인) 봐, 봤제? 내 말이 맞는다 아이가, 어?

 

[직원들의 놀란 신음]

 

[문이 쾅 닫힌다]

 

(영준) 들어오시죠

 

저희 대화가 필요한 거 같은데

 

[세라의 떨리는 숨소리]

 

[지아의 어색한 웃음] [문이 쾅 열린다]

 

(영준) 방금 보신 그 로맨틱한 장면

 

추측하시는 상황이 맞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많이 놀라셨겠지만

 

김 비서와 저

 

연애합니다

 

[지아의 놀란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어색한 웃음]

 

우아, 축하합니다

 

(세라) 행복하세요

 

[지아의 탄성]

 

(지아) 진짜 몰랐네요 [지아의 웃음]

 

우리가 사랑하는데 뭐 문제가 될 게 있습니까?

 

문제가 있으면 말씀해 주시죠

 

(치인) 아이고, 문제라니요!

 

그런 거 없습니다, 자기는 있나?

 

[강조되는 효과음] 전혀 없죠, 1도 없습니다

 

(세라) 자기, 아니, 지아 씨는요?

 

[어색하게 웃으며] 저도 없습니다, 김 비서님은…

 

[강조되는 효과음]

 

(지아) …은 당연히 없으시죠

 

[지아의 어색한 웃음]

 

(영준) 그럼 이만

 

- (세라) 아, 예, 안녕히 계세요 - (지아) 아…

 

[문이 쿵 열린다]

 

오히려 잘됐군

 

[미소의 멋쩍은 신음]

 

(미소) 이런 말씀 드리기 민망하지만

 

비밀로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세 분만 알고 계셨으면 하는데

 

(세라) 아이…

 

(지아) 아… [치인의 한숨]

 

(세라) 아, 그게, 어떡해요, 김 비서님

 

그, 이미 사내에 소문 쫙 퍼진 거 같던데

 

네? 어떻게…

 

(치인) 아니, 누가

 

그, 두 분 데이트한 거를 본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도 뭐 대충은 알고 있었습니다

 

(세라) 예

 

아… [당황하는 웃음]

 

[어색한 웃음]

 

네, 박 부장님, 지금 계약서 갖다드리러 가고 있습니다

 

[직원1이 말한다] (직원2) 김 비서 아니야, 김 비서?

 

(직원1) [헛기침하며] 맞아, 김 비서야

 

(직원2) [놀라며] 야, 이쁘긴 하네

 

[직원1의 웃음]

 

[한숨]

 

[직원3의 한숨]

 

(직원3) 그거 들었어?

 

부회장님이랑 김미소 비서랑 사귀는 거

 

에이, 들었지

 

이미 회사에 소문 쫙 다 퍼졌더구먼

 

나 솔직히 예전부터 눈치챘었잖아

 

(직원3) 학벌도 안 좋은데 전무 비서로 들어가서

 

승승장구하는 것도 수상했고

 

아무튼 뭐, 분위기가 좀 묘했다고 [직원4의 한숨]

 

나는 정말로, 진짜 진심으로 나는

 

(직원4) 그렇게 얼굴 믿고 까부는 애들 딱 질색이야

 

아니, 누구는 못 까불어서 안 까부나? 어?

 

어휴, 수준 낮은 것

 

(세라) 아, 저기요! [변기 물이 솨 내려간다]

 

(직원4) 어머!

 

말씀 너무 함부로 하시는 거 아니에요? 저희 김 비서님 그런 분 아니거든요!

 

[문이 쾅 열린다] [세라의 놀란 신음]

 

(지아) 맞아요!

 

제가 본 사람 중에 부회장님 다음으로 완벽하신 분이거든요? [세라의 성난 숨소리]

 

(세라) 아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함부로 말하는 거

 

좀 아닌 거 같지 않아요?

 

뭐야?

 

이 공익 광고 협회에서 나온 거 같은 교훈적인 멘트들은?

 

남이사 뒷담화를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세요?

 

(직원4) 하긴, 맞네

 

김 비서가 부회장님하고 잘되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봐 미리부터 줄 서는 건가? 똑똑하네

 

[지아가 입바람을 후 분다] [직원3의 탄성]

 

(직원3) 부회장님 꼬시려는 여비서나 거기에 줄 대려는 동료들이나

 

어유, 끼리끼리 잘들 논다 [날카로운 효과음]

 

[비웃음]

 

(세라) 와, 이것들이 진짜 입에 걸레를 물었나

 

왜 이렇게 말을 함부로 해요!

 

걸레?

 

너 진짜 입에 한번 걸레 물어 볼래?

 

[흥미진진한 음악]

 

(세라) 걸레 어디 있어?

 

(지아) 걸레 여기요!

 

[직원3과 세라의 힘주는 신음]

 

[지아와 직원4의 겁먹은 신음]

 

- (지아) 아, 뭐예요! - (직원4) 뭐야!

 

[직원3의 기합]

 

[세라의 힘주는 신음]

 

[날카로운 효과음]

 

[쿵 하는 효과음] [세라의 비명]

 

[지아의 놀란 신음]

 

[세라의 비명]

 

[직원3의 기합]

 

[세라의 괴성]

 

[직원3과 세라가 소란스럽다]

 

[직원4의 놀란 신음]

 

[세라의 거친 숨소리]

 

(세라) 아이씨 [직원3의 기합]

 

[세라와 직원3이 소란스럽다] [직원4가 말한다]

 

무슨 일이에요?

 

(미소) 봉 과장님! 지아 씨!

 

[직원들의 비명]

 

[변기 물이 솨 내려간다] 뭐예요?

 

[지아와 세라가 울먹인다] 어떻게 된 거예요?

 

(지아) [울먹이며] 진짜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세라) 아, 따가워, 아, 아, 따가워! 아, 따가워! 아, 따가워!

 

[미소와 지아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세라가 입바람을 후 분다]

 

저 때문에 다치셔서 어떡해요

 

그러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뭐 하러 상대해 주셔 가지고

 

아, 열받잖아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어 대는 거, 쯧

 

그동안 김 비서님이 어떻게 일했는지 누구보다 내가 잘 아는데

 

(지아) 맞아요

 

우리 김 비서님 진짜 열심히 일하시다가

 

멋지게 퇴사하시는 건데 사람들은, 어, 시집가느라…

 

그만두는 줄 알더라고요

 

아, 그것도 싫어요, 저

 

(세라) [코를 훌쩍이며] 맞아

 

김 비서님 9년 동안 애쓴 커리어에 흠집 생기는 거 같잖아

 

아무튼 고마워요, 제 편 들어 주셔서

 

(세라) 뭘요

 

아무튼 이래서 사내 연애 공개하는 거 진짜 별로라니까

 

이래서 내가 공개 안 하는 거라고

 

[휙 하는 효과음]

 

아니, 앞으로 사내 연애 하게 되더라도

 

공개 안 하겠다고요 [세라의 어색한 웃음]

 

아무튼 김 비서님 우리 부회장님한테 얘기해 가지고

 

그것들 인도 지사로 발령 보내는 거 어때요? 복수해요, 우리

 

아, 부회장님께는 아무 말 하지 말아 주세요

 

저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가 않아서요

 

[부러운 신음] 이 와중에 또 사랑이네요

 

[지아의 웃음]

 

[어색한 웃음]

 

뭐? 대걸레 난투극?

 

(유식) 어, 나도 설 비서한테 들었는데

 

너랑 김 비서 사귀는 문제로 그, 뒷담 까…

 

[한숨]

 

뒷담화하던 그 여직원들하고

 

김 비서 감싸 주려던 부속실 여직원들하고 대차게 싸웠나 보더라고

 

김 비서는 말리느라 정신없었고

 

아니, 다친 데는 없고?

 

마음을 다쳤겠지, 김 비서가

 

(유식) 대충 들어 보니까 너를 뭐, 꼬셨네 어쩌네 하면서

 

심한 말들로 싸웠더라고

 

[한숨]

 

우리가 연애하는 게 그런 심한 말까지 들을 일인가?

 

원래 사람들 남 욕하는 거 좋아하잖아

 

그래도 어딜 감히 내 여자한테…

 

(유식) 네 여자니까 그러지

 

오너의 여자니까

 

어? 사람들이 얼마나 부럽고 샘나겠어?

 

한심하군

 

그럴 시간에 일들이나 할 것이지 그러라고 주는 월급이 아닐 텐데?

 

[한숨]

 

(유식) 왜, 왜, 왜, 왜, 왜? 어디 가게?

 

김 비서한테, 괜찮은지 가 보려고

 

어, 저기, 그게

 

김 비서가 사람들한테 신신당부했다던데

 

너 모르게 해 달라고 너 알면 이렇게 신경 쓸 거라고

 

[영준의 한숨] [잔잔한 음악]

 

[영준의 의아한 숨소리]

 

근데 어쩌다 내가 알게 된 거지?

 

원래 소문이라는 게 그래 이게 돌고 돌다가

 

당사자 귀까지 들어가서 사람 막, 막 돌게 만드는 거

 

[영준의 옅은 한숨]

 

김 비서가 당부했다니까 일단 모른 척해 줘

 

지금 가장 힘든 건 김 비서일 테니까

 

알아

 

그래서 더 미치겠어

 

[한숨]

 

(영준) 김 비서

 

(미소) 부회장님

 

지금 당장 대구 갈 준비 해

 

지금 당장요?

 

백화점 오픈 현황 최종 점검 하러 가려고

 

아, 아침에 분명 안 가신다고…

 

가야겠어, 그러니까 얼른 준비해

 

(치인) 아, 우째 된 기고, 어?

 

자기들 그, 김 비서님 감싸 준다고

 

여직원들하고 싸움 났다고 그냥 소문이 파다하던데

 

[세라의 힘겨운 숨소리]

 

(세라) 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울먹이며] 김 비서님에 대해서 말을 막 함부로 하더라고요

 

참을 수가 없어서 지아 씨랑 같이 한판 했어요

 

[옅은 한숨]

 

(영옥) 우와, 봉 과장님이랑 지아 씨 진짜 의리 있다

 

(준환) 그러게요, 아, 멋있다 역시 부속실은 파이팅이죠

 

[지아의 웃음]

 

(귀남) 두 분 다

 

다친 데는 없습니까?

 

아, 뭐, 괜찮아요 [세라의 힘겨운 숨소리]

 

전 좀 다쳤어요 [세라가 입바람을 푸르르 분다]

 

[혀 짧은 말투로] 팔에 스크래치 났어요

 

(세라) [입바람을 후 불며] 아, 따가워

 

[입바람을 푸르르 분다]

 

[직원들의 헛기침]

 

[철의 한숨]

 

[세라의 한숨]

 

[세라가 입바람을 후 분다]

 

[세라의 옅은 한숨]

 

[작은 소리로] 괜찮아요

 

[철의 옅은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어?

 

(철)

 

[옅은 숨소리]

 

[비장한 음악]

 

[놀란 숨소리]

 

[살짝 웃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어?

 

(철)

 

[반짝이는 효과음]

 

(영준) 골드 매장 인테리어는 더 이상 수정 없는 건가요?

 

(직원5) 네, 주말에 최종 컨펌 떨어졌습니다

 

아무래도 국내 미입점 브랜드다 보니

 

프랑스 본사에서 신경을 더 많이 쓸 겁니다

 

제대로 준비해 주시죠

 

(영준) 준비가 잘된 것 같군

 

네, 그래서 직접 안 오셔도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린 건데

 

회의도 빨리 끝났으니 데이트할까?

 

데이트요?

 

[밝은 음악]

 

아, 부회장님!

 

[새가 지저귄다]

 

(영준) 이 계단, 김 비서만큼이나 예쁘군

 

저쪽에 서 봐

 

최고의 포토그래퍼 이영준이 사진 한 장 찍어 주지

 

(미소) 아…

 

(영준) 얼른

 

[익살스러운 효과음]

 

[카메라 셔터음] [미소의 웃음]

 

김미소, 미소를 지어 봐

 

[익살스러운 효과음] [카메라 셔터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준) 잘 나왔어

 

[웃음]

 

(미소) 줘 보세요

 

[휴대전화 조작음]

 

[영준의 탄성]

 

[반짝이는 효과음] [카메라 셔터음]

 

[미소의 웃음] (미소) 하트가

 

[함께 웃는다]

 

더 크게 해 볼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반짝이는 효과음]

 

[바람이 휭 부는 효과음]

 

(영준) 이 경치

 

김 비서를 닮았군

 

흠잡을 데가 없잖아

 

[미소가 피식 웃는다] 이 전망대는 날 닮았고

 

정상에 우뚝 섰으니 말이야

 

[피식 웃는다]

 

[웃음]

 

오늘 여기 일부러 오신 거죠?

 

[부드러운 음악]

 

저 기분 풀어 주려고

 

그래, 맞아

 

어쩌다 들었어, 오늘 있었던 일

 

(영준) 그래서 김 비서 기분 풀어 주고 싶어서 바람 쐴 겸 여기 온 거고

 

[미소가 살짝 웃는다]

 

그냥 퇴사를 좀 앞당기는 건 어때?

 

아니요, 그럴 생각 없습니다

 

저는 약속한 날짜까지 최선을 다해서 일할 거예요

 

저랑 상관없는 사람들의 비난 같은 거

 

제게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난 김 비서가 상처받을까 봐 마음이 쓰여

 

부회장님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이미 각오했던 일이에요

 

'혹시나 알려져서 오해받고 비난받더라도'

 

'상처받지 말자'

 

'피하지 말자'

 

그런 각오 없이 부회장님을 사랑하진 않아요

 

이제 우리 화끈한 데이트 하러 갈까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발랄한 음악] 화, 화끈?

 

[침을 꼴깍 삼킨다] [미소가 살짝 웃는다]

 

[강조되는 효과음] [닭 울음 효과음]

 

화끈하다는 게 이건가?

 

네, 화끈하게 매워요

 

(미소) 얼른 드셔 보세요

 

- (미소) 어서요, '아', '아' - (영준) 아

 

(미소) '아', 슝!

 

[미소의 장난스러운 신음]

 

[미소의 웃음]

 

[헛기침]

 

어때요?

 

괜찮군

 

(미소) 그렇죠?

 

(영준) 응 [미소의 웃음]

 

김 비서도 먹어 봐

 

괜찮지?

 

- (미소) 잘 먹었습니다 - (영준) 잘 먹었습니다 [미소의 웃음]

 

이거 이쁘다, 그렇죠?

 

- (영준) 이거 얼마죠? - (미소) 아아

 

[미소가 인사한다]

 

(영준) 잠깐만

 

아, 이거 하나 주시죠, 얼마죠?

 

감사합니다

 

김 비서, 여기 있어

 

아, 진짜, 사지 말라니까

 

[미소의 웃음] (영준) 가지

 

[한숨]

 

상처받지 말자

 

피하지 말자

 

[살짝 웃는다]

 

[직원들의 걱정하는 신음]

 

- (준환) 이거 어떡하지? - (세라) 어떡해

 

(미소)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치인) 아이고, 좋은 아침이 아입니다 큰일 났습니다, 김 비서님

 

무슨 일이에요?

 

[한숨 쉬며] 다음 달에 출시될 우리 회사 노트북요

 

디자인 도용된 거 같아요

 

- 뭐라고요? - (귀남) 보세요

 

(귀남) UK에서 다음 달에 출시되는 노트북 디자인을 공개했는데

 

저희 노트북이랑 똑같습니다

 

[치인의 한숨] (영준) 김 비서

 

- 지금 당장 임원 회의 소집하지 - (미소) 네

 

[긴장되는 음악] [임원들이 소란스럽다]

 

(임원1) 어, 부회장님

 

(영준) 앉으시죠

 

시간 없으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어떻게 된 상황이라 보십니까?

 

(유식) [헛기침하며] 예, 예

 

UK전자 신제품 출시까지 한 달가량 남았는데

 

기습적으로 디자인을 선공개를 한 걸 보니

 

표절 시비를 예상하고 그 시점을 좀 당긴 거 같습니다

 

지금 디자인을 변경하는 건 가능합니까?

 

(유식) 어, 저, 그게…

 

지금 디자인을 변경하고 출시를 미루면

 

하반기 라인업이 무너지는 상황이라

 

현실적으로는 좀 어렵습니다

 

그럼 대안은요?

 

(임원1) 경쟁력을 위해서 가격을 좀 다운시키는 건…

 

출시하기도 전에 출고가를 낮추자는 말씀이십니까?

 

(영준) 지금 재고 처리 하세요? [임원1의 멋쩍은 신음]

 

그걸 의견이라고 내십니까?

 

디자인 변경이 어려우면 기능에서 차이가 있어야 됩니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 모델에서 가져올 새로운 기능 있습니까?

 

예, 있기는 한데 그럼 다음 출시 모델에 이상이…

 

다음이 있을 거란 보장이 있습니까?

 

(영준) SSD 라이팅 속도 30% 소비 전력 20% 향상시키고

 

할 수 있는 방법 총동원해서

 

품질, 디자인, 성능 모두 다 업그레이드시키세요

 

내일 다시 회의하겠습니다

 

[임원2의 한숨]

 

- (임원2) 아, 김 비서 - (임원1) 아, 김 비서

 

(임원1) 이 일 터진 거 우리도 방금 갑자기 알게 됐어

 

(임원2) 아, 대처 방안 찾을 새도 없이 회의가 열리는 바람에

 

당황해서 그런 거니까

 

부회장님한테 김 비서가 말 좀 잘해 줘, 응?

 

(미소) 걱정 마세요 부회장님도 알고 계실 거예요

 

그리고 오늘 중으로 부회장님께서 언론 대응 방안 물어보실 겁니다

 

디자인 특허 출원 시점과 표절이 의심될 만한 정황들 정리해서

 

보도 자료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 김 비서, 고마워

 

- 알았어, 가자고 - (임원1) 예

 

[임원1의 한숨]

 

- 엄마? - (미소) 네?

 

아니, 아버지한테 혼나고 오면 달래 주던 엄마가 생각이 나서

 

[흥미진진한 음악] (미소) 고 대리님은

 

각 부서 진행 사항 수시로 체크해 주시고 [귀남이 대답한다]

 

봉 과장님과 지아 씨는 법무 팀 들어가셔서

 

소송 진행 방향 같이 회의해 주시고요 [지아가 대답한다]

 

박 대리님과 영옥 씨는 홍보 팀 회의 들어가셔서

 

회의록 작성해 오시고 [준환과 영옥이 대답한다]

 

정 부장님은 모든 업무 보고받으면서 숙지하고 계시고요

 

- 네, 알겠습니다 - (미소) 네

 

(세라) 가시죠! [직원들이 대답한다]

 

[문이 쿵 열린다]

 

(미소) 부회장님, 개발 팀 다녀왔는데

 

말씀하신 업그레이드 가능하다고 합니다

 

벌써 처리됐다고?

 

 

(미소) 그리고 이거 법무 팀에서 받은 디자인 특허 소송 의견이고요

 

그리고 이건 홍보 팀에서 받은 표절 관련 언론사 보도 자료입니다

 

그리고 이건 재무 팀에서 받은 추가 예산 운영안이고요

 

생각보다 일 처리가 빠르군

 

부회장님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죠

 

[웃음]

 

[웃음]

 

김 비서 같은 비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잔잔한 음악]

 

이렇게 잘해 줄수록 보내기 싫어지지만

 

덕분에 알겠어

 

내가 그동안 미소 덕분에 얼마나 편했었는지

 

고마워, 이제까지 함께해 줘서

 

(배달원) 피자 배달 왔습니다

 

(인턴) 어, 피자 드세요! [직원들의 환호성]

 

(준환) 왔구나!

 

- (지아) 맛있겠다! - (세라) 왔다, 왔구나, 왔어! [직원들의 신난 신음]

 

[지아의 웃음] (준환) 어유, 배고파

 

(치인) 아유, 맛있겠다, 이거 [직원들의 감탄]

 

(인턴) 네, 감사합니다 [직원들이 저마다 말한다]

 

(세라) 양 비서님, 드세요

 

(치인) 아, 너무 맛있다 [직원들의 탄성]

 

이제야 식사하시는 거예요?

 

(치인) 예, 일 대충 마무리하고 인자 먹는 깁니다

 

[세라의 만족스러운 신음]

 

오늘 고생들 많으셨어요

 

돌발 상황치고 대처 잘하셨습니다

 

(준환) 아유, 김 비서님이 다 하셨죠, 뭐

 

(세라) 우리 김 비서님 얼굴 믿고 까분다고

 

부회장님한테 꼬리 쳤다고 떠들어 대는 것들!

 

오늘 일하시는 거 봤어야 돼

 

실력 하나로 여기까지 탁탁탁탁 올라온 분이시라는 거

 

- (치인) 아, 좀! - (세라) 아, 왜?

 

- (치인) 그런 얘기는 왜 지금 하노? - (세라) 이씨

 

괜찮아요, 이미 들은 얘기고 저만 아니면 됐죠, 뭐

 

(세라) 어머! 역시 마음도 넓으셔!

 

(치인) 아, 근데 이제 큰일입니다

 

아, 김 비서님 안 계시면 우리는 우짭니까, 진짜? [문이 쿵 열린다]

 

[문이 쿵 닫힌다]

 

[직원들이 작게 인사한다]

 

(귀남) 부회장님

 

[익살스러운 효과음] 드십시오

 

- (귀남) 따뜻할 때 맛있습니다 - (준환) 아닙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준환) 소스와 함께 드시면 훨씬 맛있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치인) 아닙니다

 

든든하게 드셔야 됩니다

 

(영준) 어, 저 괜찮습니다

 

오늘 고생들 하셨는데 많이들 드시죠

 

난 잠깐 사장실 좀 다녀오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휙 하는 효과음]

 

[잔잔한 음악] [옅은 한숨]

 

[살짝 웃는다]

 

하, 김 비서, 이만 같이 퇴근할까?

 

바래다주지

 

[옅은 한숨]

 

[풀벌레 울음]

 

(영준) 오늘 고생 많았어

 

얼른 들어가서 푹 쉬어

 

부회장님

 

저 드릴 말씀 있습니다

 

(영준) 응

 

 

회사 그만두지 않으려고요

 

그게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입니다

 

저 부회장님 곁에 김 비서로 계속 남고 싶어요

 

혹시

 

오늘 생긴 문제들 때문에 그런가?

 

여기 일은 걱정하지 마

 

부회장님

 

알고 있겠지만 난 남들보다 적응력마저 탁월하지

 

(영준) 한동안은 김 비서 빈자리가 느껴지겠지만

 

금방 적응해 낼 거야

 

그러니까 하고 싶은 일 찾아

 

찾았어요

 

부회장님의 비서로 지내는 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인 거 같아요

 

[감성적인 음악]

 

어쩌면

 

제가 제일 잘할 수 있고 딱 맞는 일을 여태껏 해 왔는데

 

너무 익숙해져서 모르고 있었던 거 같아요

 

누군가를 보좌하고 발생된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일이 끝난 후 느끼는 성취감이 좋아요

 

김 비서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곤란해지는 게 싫고요

 

[살짝 웃는다]

 

솔직히 저 아니면 누가 부회장님을 감당할 수 있겠어요?

 

[영준과 미소가 살짝 웃는다]

 

부회장님이 저를 사랑해서 보내 주려고 하셨듯이

 

저는 부회장님을 사랑하니까

 

곁에 남고 싶습니다

 

[한숨]

 

오늘 저녁도 못 드셨는데

 

라면 먹고 갈까?

 

좋죠 [웃음]

 

[웃음]

 

[함께 웃는다]

 

(미소) 라면이 다 떨어진 거 같은데

 

어!

 

여기 하나 남아 있어요

 

여기에 냉동 만두 넣어서 만두라면 끓이면

 

둘이서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만두라면?

 

여기에 떡 넣으면 떡라면 치즈 넣으면 치즈라면!

 

변신의 귀재군

 

대단한 화학 첨가물 인스턴트식품이야

 

[웃음]

 

[피식 웃는다]

 

[미소의 기분 좋은 신음]

 

저 지금 왜 이렇게 행복하죠?

 

사실 이런 거 제 로망이었거든요

 

퇴근 후에 남편이랑 소소하게 음식 해 먹으면서 저녁 보내는 거

 

[웃음]

 

(미소) 아, 집이 왜 이렇게 덥지?

 

(영준) 그 로망

 

내가 이뤄 주지

 

매일 같이 퇴근하고 매일 같이 라면 먹고

 

내 몸이 MSG로 가득 차도 좋아

 

[살짝 웃는다]

 

[영준이 살짝 웃는다]

 

 

미소 남편 할래

 

[부드러운 음악]

 

김미소랑 결혼하고 싶어

 

왜, 이의 있나?

 

[살짝 웃는다]

 

- (미소 부) 이의 있네! - (미소) 아빠! [영준의 놀란 신음]

 

[발랄한 음악] [놀란 신음]

 

(영준) [콜록거리며] 장인어른

 

두 사람 결혼하는 데 내가 이의가 있다고!

 

.김비서가 왜 그럴까↲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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