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서가 왜 그럴까 2
뭐?
김 비서한테 결혼하자 그랬다고?
(영준) 어
그래서 뭐래, 뭐, 결혼하겠대?
[한숨 쉬며] 그게, 한동안 말이 없더니
[흥미로운 음악] 내 얼굴에다 자기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얼굴을, 그래서?
그 얼굴을
(영준) 목덜미 근처에 갖다 대고 [매혹적인 효과음]
목덜미 간지럽지
냄새를 킁킁 맡더니
[코를 킁킁거린다]
냄… [익살스러운 효과음]
냄새?
혹시 술 드셨어요?
라고 하더군
[긴장되는 음악]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 아니, 천하의 이영준이 김 비서…
[웃음]
아, 배가 왜 이렇게 아프지? 뭐 잘못 먹었나?
[영준의 한숨]
(영준) 그럼 결국
정식 프러포즈를 원한 건가?
[흥미로운 음악] - (유식) 어? - 이해는 가, 놀랐겠지
언감생심 남편감으로 날 넘보기나 했겠어?
음, 너 진심이냐?
[피식 웃으며] 꿈인지 생시인지 황홀하고 어리둥절했겠지
정신없을 거라는 거 인정
- 그, 오너야 - (영준) 뭐?
어, 김 비서는 정신이 없는 게 아니라
결혼할 마음이 없는 걸 수도 있…
[웃음]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 리가
[한숨]
취하신 거 같지는 않았는데
뭐? 결혼?
[헛웃음]
아, 나 지금 뭘 고민하는 거야?
그냥 툭 던져 본 말일 텐데?
참… [초인종이 연신 울린다]
또 누구지?
(미소) 누구세요?
[흥미로운 음악] [한숨]
[헛웃음]
아주 날을 잡아라, 잡아
[도어 록 작동음]
[지란이 씩씩거린다]
(지란) 어디 있어? 아, 어디 있냐고! [한숨]
어디 있냐니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하, 아, 어디 있어!
[지란이 씩씩거린다]
아, 내가 우리 영준 오빠 분명히 일로 들어오는 거 봤단 말이야!
오지란 씨
부회장님 이미 30분 전쯤에 나가셨어요
- 못 보셨어요? - (지란) 못 봤어!
못 보고 뭐 하셨어요?
아이씨, SNS 업데이트하느라, 씨
기다림이란
사랑이란 뭘까?
[기계 음성] 찍습니다, 치즈!
[카메라 셔터음]
씨…
너 뭐야?
(지란) 도대체 네가 뭔데 영준 오빠가 이 시간에 널 찾아오는 건데?
씨,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서
도대체 둘이서 뭐 한 거냐고!
오지란 씨
부회장님과 저는 오지란 씨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전혀 아니에요
아이씨, 아무 관계가 아니면 도대체 왜 나랑…
안 자냐고요?
만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뭐?
'그럼 나 말고 누구와 자는 거지?'
그게 궁금한 거죠?
[헛기침]
아무도요
아무하고도 안 잔다고요
(미소) 부회장님은 그냥 술 드시고 집에 가서 항상 혼자 주무세요
하, 그걸 어떻게 알아, 네가?
[천둥소리 효과음]
오지란 씨
내가 너보다 여섯 살은 더 먹은 언니예요
[바람이 휭 부는 효과음]
우리 서로 맞존대해요, 응?
네 [미소의 웃음]
[흥미로운 음악]
(미소) 자, 혹시 부회장님하고 일대일로 만난 적 있어요?
아니요
그럼 스킨십을 한 적은요?
(지란) [어색하게 웃으며] 아, 그, 그거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부회장님께서는
격주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사교 모임을 가지시죠
(미소)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한
말하자면 업무의 연장인 사교 모임이에요
오지란 씨는 그중 화요일에 초대되는 분이고
목요일에는 다른 분이 초대되고
그 목요일에 초대되는 분도
지금 지란 씨처럼 저에게 와서 따져 대는 걸
부회장님께 들켜서 바로 정리됐죠
이제 이해가 가요?
(지란) 아…
제가 부회장님을 모신 9년간
부회장님께서는 어떠한 여자분과도 사귀지 않았어요
(미소) 물론 스캔들이야 수없이 많았지만
그중 누구하고도 잠자리나 연애를 한 적은 없어요
그건 제가 제일 잘 알고요
말도 안 돼, 그런 남자가 있을 리가
[흥미로운 음악]
(지란) 혹시?
저랑 사귀는 거 아니고요
[놀라며] 그럼…
- 게이도 아니고요 - (지란) 아, 진짜
(미소) 부회장님은
그 어떤 누구와도 연애를 할 수 없는 분이세요
(지란) 왜요?
- 그건 바로 - (지란) 바로?
본인이 너무 완벽해서
그 어떤 누구도 눈에 차지 않기 때문이죠 [흥미로운 음악]
아, 네?
[피식 웃는다]
부회장님께서는
난 내가 너무 아까워서 아무한테도 못 주겠어
난 누구한테 주기에는 너무 아까운 사람이야
[반짝이는 효과음]
[한숨]
금세기 최고의 나르시시즘
자기애의 결정체
내가 부회장님 처음 만났을 때 첫마디가 뭐였는 줄 알아요?
글쎄요?
(직원1) 우리 회사를 위하여, 위하여! [직원들이 '위하여'를 외친다]
- (직원2) 자, 환영합니다 - (미소) 잘 부탁드립니다
[직원들이 대화한다]
[한숨]
이름이 뭡니까?
아, 김미소입니다
- 김미소 씨 - (미소) 네
내가 누구인지 압니까?
[흥미로운 음악]
[반짝이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 완전
'난 회장 아들이야'
이런 느낌이었다니까요, 글쎄?
마치 이 세상 모두가 자기를 다 알아야 한다는 양
맞아, 맞아, 딱 그 느낌
[미소의 웃음]
(지란) 음, 그게 영준 오빠 여심 킬링 포인트잖아요
[지란의 웃음] (미소) 이 아가씨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돈 많고 화려해 보이지만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남자예요
지란 씨는 앞으로는 좀 더
지란 씨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배려해 주는 남자를 만나 봐요
저 진짜 감동받았어요
(지란) 언니, 진짜 감사해요
[미소와 지란의 웃음]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건 자기 자신이라는 거
[밝은 효과음] 잊지 말고요
(지란) 네
정말 거절일까?
(유식) 응
믿기지 않겠지만 내 생각에는 그래
말도 안 돼
씁, 그거 집착…
집착이라니?
은 아니지, 응
(유식) 김 비서가 착하고 똑똑하고 일 잘하는 건 맞아
(영준) 그렇지
(유식) 근데 솔직히 너 정도면
그런 비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잖아
김 비서는 학벌도 별로고
학벌이나 조건 같은 건
김 비서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아무런 의미도 없어
어쨌든 나한테는 김 비서가 필요해
너 솔직히 말해
- 김 비서 좋아하냐? - (영준) 좋아하지
아니, 아니, 아니 직장 구성원으로서의 좋아함 말고
남자 대 여자로
무슨 얘기야?
김미소가 비서가 아닌 여자로서 좋은 건지
부회장이 아닌 남자 이영준의 마음을 묻는 거라고
[비장한 음악]
[영준의 한숨]
나한테 김 비서는 필요해
그러니까 왜?
나만을 위한
[흥미진진한 음악]
맞춤 슈트 같은 거랄까?
(영준) 공장에서 찍어 낸 기성품 따위는
내 몸에 맞지도 않고 눈에 차지도 않으니까
그럼 간다
와, 사람을 옷에 비유를 하네 [문이 달칵 열린다]
영준아, 열심히 해!
[문이 달칵 닫힌다]
(지란) 언니, 진짜 감사해요
저 앞으로 언니한테 또 연락해도 되죠?
(미소) [웃으며] 가세요
[함께 웃는다]
근데 언니는요?
언니는 그런 남자 만났어요?
배려심 깊은 남자
[차분한 음악]
[웃음]
(미소) 저도 이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평범한 남자와 아이도 낳고 도란도란
김 비서
지독한 이기주의자군
그럼 난 어쩌라고?
네?
(영준) 9년 동안이나 함께 일했어
내가 경영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다 맞춰 일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김 비서가 그만둬 버리면 내가…
'내가'…
내가 [한숨]
내가…
불편하잖아
내가 말을 더듬었나?
불편한 건 맞잖아
[새가 지저귄다]
[지아의 긴장한 숨소리]
어? 지아 씨
[웃으며] 어, 선배님
- (지아) 안녕하세요 - (미소) 일찍 왔네요?
(지아) 네, 저 첫 출근이잖아요
아, 저 너무 두근두근해요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지아와 미소의 웃음]
(지아) 네
(세라)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지아의 웃음]
(미소) 자, 여러분, 인사들 하세요
오늘부터 제 후임으로 일하게 된 김지아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세라의 헛기침] (미소) 지아 씨, 저쪽부터
- (미소) 정치인 부장님 - (지아) 아, 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 봉세라 과장님 [밝은 효과음]
박준환 대리님, 이영옥 씨입니다
[웃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영옥) 우리도 잘 부탁드릴게요
김 비서님?
허, 어머, 김 비서님 [세라의 웃음]
그러고 보니 김 비서님 후임도 김 비서네요
[세라의 웃음]
(치인) 아이고, 이런 우연이 다 있나
우연이 아니고 인연인가, 어?
[웃으며] 아, 이거 젊은 피가 수혈되니까
[치인이 숨을 씁 들이켠다]
이래 벌써 공기부터 달라지 삔다, 어? [준환의 웃음]
[흥미로운 음악] (준환) 김 비서님
제가 우리나라 최고 명문대 출신 엘리트라
뭐, 쪼끔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옆집 오빠 같은 다정함도 있거든요
[웃음]
그러니까 앞으로 어려운 일 있으면 저한테 편하게 상의하세요
[웃으며] 네, 언제든 상의드릴게요
(지아) 제가 부족한 거 많겠지만 많이 도와주세요
아니, 부족한 게 있으면 스스로 해결해야지
왜 우리더러 도와 달래?
(세라) 아, 여기는 프로들만 모인 곳이지
스터디 그룹이 아니잖아요
(미소) 아이, 왜 그러세요?
아, 그렇잖아, 신입은 피곤한데
저렇게 한참 어린 애를 데려와서 뭘 어쩌자는 건지
제가 진짜 열심히 하겠습니다
(미소) 제가 인수인계 완벽하게 해 놓고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 그냥 김 비서님 후임 내가 하면 되지
걱, 걱정이 되네요
[미소와 지아의 웃음]
(철) 부회장님 들어오십니다
[직원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준환) 하, 이 뭔가 싸한 기분, 이거 나만 느낀 건가?
(치인) 아니, 나도 느꼈다
[한숨]
[애잔한 음악]
[한숨]
정말 내 프러포즈를 거절할 생각인가?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런 극악무도한 생각을 할 수가 있지?
[한숨]
[힘겨운 숨소리]
혓바늘, 혓바늘
[힘겨운 신음]
감히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다니
[힘겨운 숨소리]
(미소) 지아 씨, 여기는 연도별 부회장님 업무 일지예요
그리고 이건 해외 출장 기록표
이건 접견 기록표
또 이건 향후 6개월간
부회장님 중요한 스케줄 정리해 놓은 거니까
최대한 빨리 파악해 놓도록 하세요
[놀라며] 이걸 다요?
(미소) [웃으며] 저것도요
[팡파르 효과음]
[걱정스러운 신음]
[웃음]
아, 그리고 이건 임원별 개인 취향 티 리스트인데
미리 외워 뒀다가 오실 때 드리면 좋아하실 거예요
(지아) 와, 이런 것까지 외워야 하는구나
아, 그리고 이건 중요한 건데
부회장님한테 케이블 타이는 절대 사용 금지니까 주의하세요
[웃으며] 네
[지아의 한숨]
[지아의 의아한 신음]
[지아의 웃음]
일지에 사진도 있네요?
(미소) 아
우리 회사 큰 행사 있을 때마다 꼭 사진 찍거든요
[지아의 웃음]
[아련한 음악] (지아) 어, 이건 언제예요?
이거 두 분 다 어려 보이시는데?
아, 이건 한 9년 전쯤?
부회장님이랑 같이 미국 지사에 있을 때예요
지금 지아 씨처럼 비서 일 막 시작했을 무렵?
[지아의 웃음]
(지아) 왠지 김 비서님은 이때도 일 엄청 잘하셨을 거 같아요
[웃으며] 아니에요, 전 진짜 그때는 실수투성이였어요
에이, 거짓말
아, 정말이에요
근데 부회장님한테 누가 안 되려고 열심히 하다 보니까
점점 늘긴 하더라고요
(미소) 그러니까 지아 씨, 너무 겁먹지 말고 한번 열심히 노력해 봐요
조언 감사합니다
저 진짜 열심히 해 볼게요
아, 이거 정 부장님한테 좀 갖다줄래요?
[웃으며] 네, 맡겨만 주세요
[웃음]
[웃음]
(영준) 이런 거 하나 제대로 못 해?
[한숨]
오늘 디너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약속인데
어떻게 그런 초보적인 실수로 펑크를 내게 하나?
드레스 코드 하나 제대로 못 알아들어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그런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안 되나?
[떨리는 숨소리]
- 죄송합니다 - (영준) 김미소 씨
(영준) 여기 미국 지사에 비서로 지원하면서 뭐라 그랬어?
스펙, 경력, 다 떨어져도
일 하나만큼은 최선을 다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근데 미국에서 벌써 실수만 몇 번째야?
게다가 오늘 이런 대형 사고까지!
김미소 씨
이게 최선을 다한 거야?
정말 이거밖에 안 되냐고!
[울먹이며] 나보고 어쩌라고요!
미국 와서 영어 공부다 현지 적응이다 뭐다 해서
두세 시간밖에 못 자고
언니들도 보고 싶고 아빠도 보고 싶고
(미소) 음식들은 다 느끼해서 하나도 입에 안 맞고
그래도 난 열심히 해 보겠다고 하는데
맨날 이렇게 무섭게 다그치기만 하고
전무님은 그렇게 잘났어요?
전무님은 태어나서 실수 같은 거 한 번도 안 해 봤냐고요!
그래! 난 잘났어
(영준) 나 실수 같은 거 절대로 안 해, 아니꼽나?
그럼 너도 제대로 해
잔소리 듣기 싫으면 나처럼 잘나 보라고
전무님 진짜 더럽게 재수 없어요
(미소) 난 살다 살다 전무님 같은 자뻑 처음 봐요
앞으로 쭉 보게 될 텐데?
하, 내가 미쳤냐? 안 봐
(미소) 나 그만두고 한국 들어갈 테니까
나 대신 다른 사람 찾아, 이 왕재수야!
[떨리는 숨소리]
[문이 달칵 여닫힌다]
[떨리는 목소리로] 왕재수?
[헛웃음]
[미소가 흐느낀다]
나 미쳤나 봐
그만둔다는 소리를 왜 해 가지고
아, 이제 우리 집 빚이랑 언니들 학비는 어떡하려고
이 바보
[미소가 흐느낀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훌쩍인다]
(영준) 감히 나한테 대든 그 근성만은 인정해 주지
[울먹인다] 내일은 5시까지 출근해
[흐느낀다] [잔잔한 음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흐느낀다]
아, 살았다
[힘주는 숨소리] [코를 훌쩍인다]
[울먹이며] 타이라도 잘 매 드리자
타이라도
(미소) 어?
[흐느끼며] 아, 이게 아니잖아
어떻게 하는 거야?
[미소가 훌쩍인다]
진짜 예쁘게 만들 거야
[훌쩍인다]
[초인종이 울린다]
(미소)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전무님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가 언제 죽인댔나?
오늘 스케줄표나 가져와
[울먹인다]
[웃음]
(영준) 일 안 하고 뭐 해?
(미소) 부회장님
아, 인수인계 중이었어요
뭐, 인…
인수인계?
네
[한숨]
따뜻한 티라도 한잔 내드릴까요?
(영준) 됐어, 필요 없어
[문이 덜컥 여닫힌다]
(미소) 부회장님
오늘 대인그룹 회장님과의 디너 약속
그쪽 회장님께서 컨디션이 많이 안 좋으시다고
다음으로 미뤄도 괜찮겠냐고 하십니다
- 그렇게 해, 그럼 - (미소) 네
저, 그럼 부회장님
오늘 저녁 일정도 없으신데 전 일찍 퇴근해도 될까요?
[긴장되는 효과음]
뭐? 일찍 퇴근? [익살스러운 음악]
- 김 비서 - (미소) 네
일루전 호텔 인수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지?
지금 당장 박 사장한테 연락해서…
이미 계획서 받아서 저기 올려 뒀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 저기 있었군 - (미소) 네
그럼 바체슬라프 박사 스카우트 건은?
다음 주로 미팅 잡아 뒀습니다
그럼 우리 집 서재 리모델링 건은?
업체 몇 군데 선별해서 리스트 업 해 뒀습니다
그럼 나 요즘 잠 잘 못 자는 거는?
정 박사님께 수면 유도제 처방받아 뒀습니다
알았어, 알았다고 왜 이렇게 말이 많아?
전 그냥 물어보시는 거 대답했을 뿐인데…
이거 봐, 이거 봐 또 말대꾸하는 거, 김 비서!
네
마음에 안 들어
말씀 끝나셨으면 전 이만 나가 봐도 될까요?
- 잘 가 - (미소) 감사합니다
[한숨]
(유식) 아니, 점심까지 내가 상사랑 밥을 먹어야겠냐?
점심도 근무의 연장이야
[헛웃음] [지직거리는 효과음]
근무의 연장이구나?
인수 계획 중인 일루전 호텔 말이야
이, 다이닝 쪽이 약해
(영준) 여기가 요즘 가장 핫한 레스토랑인데
셰프가 프랑스 르 코르동 블뢰 출신이라고 하더군
음식이 깔끔하고 괜찮아 스카우트 추진해 봐
(유식) 어
예
(영준) 그래서 네 생각은 뭐야?
그, 내 생각도 당연히 스카우트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
[유식의 어색한 웃음] 아니, 김 비서 말이야
(영준) 진짜 그만둘 심산인 거 같은데
이 어이없는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지?
[헛웃음]
그 어이없는 상황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지, 응?
어, 근데, 음
(유식) 근데 쪼끔만 더 매달려 봐 봐 나한테, 어
그, 뭘 더 해 줄 수 있니? 오너야
[날카로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 눈빛
5년 전에 CS그룹 합병했을 때 봤던 그 눈빛
[유식의 놀란 숨소리]
아니, 김 비서 잡는 게 거의 기업 합병 수준인 거야?
뭐?
(유식) 빡!
갑자기 이렇게 훅 들어오면 누가 좋아하냐고
자, 봐 봐, 오너야
[흥미로운 음악] 우리가 일루전 호텔 인수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고 있어?
맞춰 주고 조율하고 온갖 정성을 다 쏟고 있잖아, 그렇지?
그렇지
근데 너는 어제 그런 과정 하나도 없이
미소 비서를 바로 인수하려고 그런 거 아니야
내 말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영준) 어
(유식) 우리 미소 비서가 바라고 원하는 건 전혀 모르면서
심지어 연애도 아니고 결혼을 하자고
[유식의 웃음]
그, 냉큼 받을 리가 있겠냐고
스텝 바이 스텝
연애가 먼저지
[흥미로운 음악]
[한숨]
연애부터라
커피 아직이에요? [지아의 놀란 신음]
(지아) 그게…
죄송합니다, 실은 제가 이런 걸 한 번도 안 해 봐서
네?
하, 이런 것도 못 하면서 부회장님 비서를 어떻게 하겠다고…
비켜 봐요
(세라) 이걸 여기다 넣고 컵을 여기다 받쳐서
[버튼 조작음]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는 거잖아요
우아, 포스 장난 아니시다
존경해요, 봉 과장님
[웃음]
무슨 커피 좀 뽑는 거 가지고 존경씩이나
(지아) 아니에요, 진심이에요
저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엄청 난감했는데
봉 과장님은 너무 멋있어요
[웃으며] 난 멋있는 게 아니라 예쁜 거거든요
[지아의 웃음] 자, 이리 와 봐요
[익살스러운 음악] (세라) 자, 봐요
이렇게 컵 넣고 이렇게, 이렇게
얼마나 쉬워요?
아, 대박
(지아) 저 밀라노 여행 갔을 때 본 바리스타랑 지금 완전 똑같아요
하, 저 봉 과장님 사진 찍어서 갠소해도 돼요?
못 말려, 정말
나 왼쪽 얼굴이 더 이쁘니까 이쪽으로, 응 [지아의 웃음]
(세라) 음, 좋다, 향 좋다 [카메라 셔터음]
[세라의 탄성]
[휴대전화 진동음] (지아) 어?
네
아, 네, 알겠습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종료음]
저 지금 김 비서님이 오라셔서요
그럼 이, 이거 마저 부탁드려요 [세라의 웃음]
그래요, 걱정 마요, 나만 믿어요
(세라) 편하게 해요, 편하게, 어 [지아의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감사합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코를 훌쩍인다]
[버튼 조작음]
[커피가 조르르 흘러나온다]
(세라) 뭐야?
이걸 내가 지금 왜 하고 있는 거야?
[긴장되는 음악]
[헛웃음]
(준환) 네?
아, 오늘 회식한다고요? [세라의 놀란 신음]
네, 지아 씨 환영회 겸요 [지아의 놀란 신음]
우리 요즘 너무 뜸했잖아요
(세라) 아니, 부회장님이 아무 때나 부르시니까
김 비서님이 늘 바빴잖아요 [미소의 웃음]
근데 오늘은 진짜 괜찮은 거예요?
네, 오늘 부회장님 저녁 일정 취소예요
[직원들의 신난 탄성]
(치인) 아이고, 딱 좋네, 응?
야, 근데 뭐 먹으러 가지?
아, 거기 있잖아, 거기, 거기 있잖아요 [직원들의 탄성]
(영옥) 거기 하니까 고기 먹고 싶다, 그렇죠?
그 제주도 맑은 하늘 아래에서 자라는 그, 흑돼지를 공수해 가지고
그 달짝지근한 간장소스에 하루 동안 푹 재운 다음에
그, 숯불 향기 머금게 지글지글 착착착착 구워 가지고
상추, 그리고 깻잎 그리고 고기 두 점 딱딱
마늘, 쌈장 해 가지고 한입에 쏙 넣고
[직원들이 숨을 카 내뱉는다]
그럼 오늘 사거리 돼지갈빗집 콜?
[직원들의 신난 탄성] (치인) 콜!
[치인이 말한다]
[강조되는 효과음]
[직원들의 놀란 신음] (세라) 오셨습니까
[직원들의 웃음]
(세라) 아, 신난다!
[직원들의 웃음]
(치인) 김 비서를
(직원들) 위하여!
[직원들의 신난 탄성]
[직원들의 탄성]
(직원들) 잘 먹겠습니다!
[미소가 말한다] (지아) 아니요, 제가 할게요, 제가 할게요
(치인) 아유, 감사합니다
(준환) 아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치인) 음, 맛있겠다, 음
(미소) 영옥 씨는 왜 고기 안 드세요?
아까 돼지갈비 먹고 싶댔으면서
(영옥) 아, 제가 좀만 관리 안 하면 바로 살이 쪄 가지고
저 괜찮아요, 김 비서님 많이 드세요
이모, 여기 상추 많이요, 상추!
(치인) 야, 고기 먹어 소도 풀 마이 먹어, 응?
[치인의 웃음]
(세라) 이게 돼지갈비야, 스테이크야?
이렇게 크게 자르면 어떡해요?
아, 이런 것도 못 해 가지고 어떻게 부회장님 비서를 하겠다고
아, 죄송합니다
(세라) 아유, 이리 줘 봐요
자, 봐요
이렇게, 이렇게 자르면 되잖아요
가로 3cm, 세로 3cm, 먹기 좋게 딱
이게 그렇게 어려워요?
[지아의 탄성]
(지아) 포스 장난 아니시다
역시 존경해요, 봉 과장님
(세라) 아니
고기 좀 자르는 거 갖고 무슨 존경씩이나
아니에요, 저 진심이에요
(지아) 전 제가 잘 못하는 거 잘하는 사람 보면
- (지아) 완전 존경스럽더라고요 - (세라) 치…
아, 저 이것도 사진 찍어도 돼요?
아, 못 말려, 정말
기억하죠? 나 왼쪽이 더 이쁜 거
(지아) [웃으며] 네
[익살스러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지아) 여보세요?
(치인) 야, 잘하네, 우리 봉 과장, 어?
고깃집 차려도 되겠어
- (세라) 이거 좀 드세요 - (치인) 어, 생큐
- 봉 과장님 - (세라) 예?
좀 드시면서 하세요
구우시느라고 하나도 못 드시겠어요
(세라) 아, 예
아이씨, 아, 나 지금 뭐 하는 거냐?
[세라가 씩씩거린다] [고양이 울음 효과음]
[헛기침]
(지아) [놀라며] 아, 깜짝이야
깜짝 놀란 건 나거든요
김지아 씨가 너무 앙큼해서
(지아) 네?
(세라) 아니, 그렇잖아
일부러 나 존경한다, 어쩐다 하고서는
하, 나 부려 먹는 거 맞죠, 그렇죠?
아, 아니에요
앞으로 잘 지켜보겠어요
이 사슴 같은 두 눈으로 [익살스러운 효과음]
[입소리를 씁씁 낸다]
(치인) 아유, 감사합니다 [직원들의 신난 탄성]
- (세라) 아, 빨리빨리 먹자 - (치인) 자, 자, 자, 자, 자, 자
[세라의 탄성] (준환) 아무튼
(직원들) 위하여!
[직원들의 탄성]
(치인) 엄마야, 이거 와 깨져 삤노?
이모 [세라의 비명]
(세라) 어, 진짜!
어유, 부장님!
(미소) 어, 괜찮으세요? [미소의 아파하는 신음]
[직원들의 놀란 신음] (영옥) 김 비서님 스타킹 나갔어요
- (준환) 아, 어떡해 - (지아) 괜찮으세요?
(미소) 아, 전 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예
(세라) 이씨, 쯧
(치인) 이거 뭔가 불길한 징조 아니가?
(준환) 씁, 아, 이거 좀 싸한데?
(영옥) 에이, 왜 그래요? 무섭게
[어두운 음악] [어색한 웃음]
[발걸음이 울린다]
[직원들의 탄성]
(치인) 자, 그럼, 자, 다 같이 잔을 들어라!
[세라가 중얼거린다]
부회장님, 여긴 어떻게…
(세라) 안녕하세요
얼핏 여기서 회식을 한다고 들은 거 같아서 말이야
(영준) 부회장 부속실 회식인데
부회장이 빠지는 게 말이 되나?
네?
나 여기 이렇게 서 있으면 되는 건가?
어유, 죄송합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 (치인) 아, 예, 앉으십시오 - (준환) 앉으시죠, 앉으시죠
(치인) 이모, 여기 세팅 좀 다시 해 주세요 [세라가 말한다]
빨리빨리, 잔도 주시고요, 예 [세라의 웃음]
[흥미로운 음악]
[준환의 어색한 웃음]
(영준) 그, 원래 이렇게 시끌벅적하고 연기 많은 곳을 좋아합니까?
(치인) 아, 불편하십니까?
(영준) 아, 그…
아닙니다, 그럼
그, 다들 고생하시는데 제가 한 잔씩 드리겠습니다
마크로 55년산 어떻습니까? 위스키 괜찮으시죠?
(사장) 위스키는 무슨 위스키야?
소주랑 맥주가 땡이야, 우리 집은
대충 소맥이나 말아 먹어, 총각 [익살스러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참, 그, 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영준) 우리 백화점 주류 수입 파트가 약세인데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예? 그, 그게…
(미소) 부회장님
회식 자리에선 일 얘기는 좀…
[웃음]
씁, 일 얘기 안 하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영준) 원래 이렇게 재미가 없는 겁니까? 회식이라는 게
아, 재미가…
(치인) [헛기침하며] 없으십니까?
아, 그럼 우리 게임해요, 게임
[긴장되는 음악] 게임이라
369 게임 어때요?
바니바니 바니바니 어때요?
[직원들의 어색한 웃음]
(치인) 아, 손병호 게임!
아시죠? 유명한 건데
(영준) 좋습니다
[직원들의 안도하는 숨소리]
우리 부속실에 손병호 씨라고 계신가?
예?
(준환) 그럼, 예, 칭찬 게임 어떠세요?
이, 서로서로 칭찬해 주는
칭찬
(영준) 내 인생에 지겹도록 듣는 것들이긴 하지만
좋습니다, 예, 돌아가면서 칭찬들 한번 해 보세요 [직원들의 웃음]
(치인) 아, 그러면은, 그
막내, 막, 막내부터 하는 걸로 [세라가 호응한다]
(지아) [웃으며] 아, 네
아, 저는…
저는 김 비서님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세라가 쿨럭거린다]
[흥미로운 음악] [지아의 웃음]
오늘 하루 너무 두근두근하고 긴장됐었는데
친절하게 인수인계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했어요
[지아의 웃음] [직원들이 호응한다]
그래?
(영준) 씁, 인수인계를 친절하게 해 주고 있다는 말이지, 김 비서가?
네
[영준이 잔을 쾅 내려놓는다]
[영준의 헛기침]
[영준의 한숨]
(치인) 저는 부회장님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5개 국어가 가능한 부회장님의 명석한 두뇌
(준환) 게다가 이, 너무 잘생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부회장님 슈트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세라) 어, 재력도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30대 중에서 제일 재산이 많으신 부회장님의 재력
칭찬합니다
[사람들의 웃음]
아, 예
김 비서는 뭐, 칭찬할 거 없나?
(영준) 이를테면 부족한 거 많은 김 비서를 보듬어 준
나의 넓은 포용력이라든지
네, 저는 여태껏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이제는 다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는 저 자신을 칭찬합니다
[치인의 탄성과 박수]
(세라) [작은 목소리로] 좀
[한숨]
(미소) 부회장님, 이제 좀 피곤해 보이시는데
집에 들어가서 쉬시는 게 어떨까요?
[세라의 어색한 웃음]
(지아) 어, 벌써 끝나요?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아의 웃음]
아, 원래 회식하면 2차로 노래방 가는 거 아니에요?
- (미소) 지아 씨 - (지아) 네?
야, 그러지 마, 쯧
노래방?
[직원들의 헛기침]
(영준) 거기도 같이 가 주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아의 웃음]
네?
(치인) 자, 올라갑시다! [직원들의 웃음]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준환) 대단히 재밌겠다
[영준의 놀란 신음]
(남자) [술 취한 목소리로] 아이, 시원하다!
[웃으며] 아, 시원하다
- (영준) 김 비서 - (미소) 네
이 노래방이라는 곳 말이야
대체 얼마나 재밌는 곳이길래 이런 악조건을 이겨서라도 가는 거지?
그럼 그냥 돌아가시는 게 어떨까요?
이래라저래라 하는 말투 옳지 않아
아, 오늘 정말 왜 저러실까?
[사람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세라의 헛기침]
[영준의 한숨]
[직원들의 어색한 숨소리]
[지아의 헛기침]
(영준) 그, 직원들 회식에 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 아닌 거 같아 보고만 있었는데
이건 도저히 아닌 거 같습니다, 김 비서
(미소와 지아) 네
- (영준) 김 비서 - (미소) 네
지금 당장 청담동 발렌시아 예약하지
예, 알겠습니다
[흥겨운 반주가 흘러나온다] [영준의 한숨]
[강조되는 효과음] [직원들의 환호성]
♪ 짜라짜라 짜짜짜 ♪ [신나는 탬버린 연주]
♪ 짜라짜라 짜짜짜 ♪
(치인) ♪ 무조건, 무조건이야 ♪
♪ 짜짜라 짜라짜라 짠짠짠 ♪
♪ 내가 필요할 때 나를 불러 줘 ♪
♪ 언제든지 달려갈게 ♪
♪ 낮에도 좋아, 밤에도 좋아 ♪
[치인이 노래한다] (영준) 몹시 즐거워 보이는군
역시 내가 참석해서인가?
[웃으며] 아, 네, 뭐
[미소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날렵한 효과음]
[밝은 효과음]
어, 입에 안 맞으세요? 버릴까요?
(영준) 버리긴, 챙겨 준 거야, 내가
[익살스러운 효과음] 손수
아, 네
감사합니다
(치인) ♪ 특급 사랑이야 ♪
[직원들의 환호성]
(영옥) ♪ Fall in love ♪ [익살스러운 효과음]
[신나는 반주가 흘러나온다] [직원들의 환호성]
(준환과 영옥) ♪ Give it to you my, my, my, my, my, my, my 눈빛 ♪
(영옥) ♪ 쏟아지는 My 터, 터, 터, 터, 터, 터, 터치 ♪
[영옥이 노래한다] (치인) 잘한다!
[웃음]
[꿀꺽 소리가 난다] [기침]
(미소) 감사합니다 [미소의 헛기침]
[미소가 푸 뱉는다]
[미소가 쿨럭거린다]
물이 아니고 술이었네요?
아까 고깃집에서 못 시킨 55년산 위스키야, 어때?
[숨을 씁 들이켜며] 이 향부터 다르지 않나?
[미소의 헛웃음]
[떨리는 숨소리]
네, 몹시 기억에 남을 맛이네요
[직원들의 환호성]
원한다면 [미소의 헛기침]
(영준) 다음에 또 사 주지
(직원들) ♪ 뿜뿜 ♪ [신나는 반주가 뚝 끊긴다]
어, 저기…
(영준) 아
(치인) [손뼉을 짝 치며] 자, 자, 그러면은
다음 무대가 또 준비돼 있습니다
우리의 라이징 스타! [준환의 박수]
- (세라) 라스, 라스! - (치인) 자, 박수!
[세라가 호응한다]
[멋쩍은 숨소리]
[한숨] [발랄한 반주가 흘러나온다]
(지아) ♪ 한 번 보면 두 번 더 보고 싶어 ♪ [직원들의 환호성]
♪ 두 번, 세 번 보면 너를 더 안고 싶어 ♪
♪ 너와 커플링, 커플링 손에 끼고서 ♪
♪ 난 이 길을 걷고 싶어, 난 ♪
[지아가 노래한다] (미소) 영옥 씨
영옥 씨 [세라의 탄성]
(세라) [술 취한 목소리로] 얘 또 이러네, 진짜
[영옥을 탁 치며] 그만, 딱 해! 쯧, 새끼
에이
(미소) [놀라며] 어유, 자제 좀 하세요
이러다 실수하시겠어요
아유, 염려 말아요
내가 언제 실수하는 거 봤어요?
♪ Mr. Chu ♪ [직원들의 추임새]
(지아) ♪ 입술 위에 Chu ♪
♪ 달콤하게 Chu ♪
♪ 온몸에 난 힘이 풀려 ♪
♪ 내 맘 흔들 흔들어 날 흔들어 놔요 ♪
[지아가 노래한다] (세라) 비켜!
이제부터 내가 흔들 거야
♪ Mr. Chu ♪
♪ 흔들흔들 흔들어 ♪
♪ 흔들 흔들어 ♪
♪ 흔들 흔들어 ♪
♪ Mr. Chu ♪
♪ 흔들어 ♪
♪ 흔들흔들 ♪
[세라가 흥얼거린다]
야
저도!
부회장님 비서 하고 싶어요
나도!
[날렵한 효과음] [직원들의 난감한 신음]
[세라가 딸꾹질한다] (치인) 야, 그만해라
- (치인) 봉 과장 - (세라) 아이, 놔! 씨
(세라) 내가
김미소보다
아니, 김지아보다 못한 게 뭔데?
아, 뭔데! 어?
[세라가 술주정한다]
(치인) 아이고, 아, 야, 야, 야
와 이라노?
- (치인) 아이씨, 야 - (세라) 부회장님
[직원들의 놀란 신음]
[잔들이 와장창 깨진다] [세라의 힘겨운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천둥소리 효과음]
(세라) 부회장님?
(영준) [떨리는 목소리로] 끌어내
(치인) 예! [흥미진진한 음악]
[세라의 놀란 숨소리]
(세라) [힘겨운 목소리로] 아, 이거 놔, 이거 놔!
- (세라) 아, 어, 토할 거 같아 - (치인) 어유, 진짜
(세라) 잠깐만, 잠깐만 진짜, 진짜 토할 거 같아
[한숨]
[헛기침]
[헛기침]
(영준) 그, 회식이라는 거 말이야
그, 정말로 피곤한 거군
- 이제 좀 설명해 주시겠어요? - (영준) 뭐를?
오늘 왜 안 하던 행동을 하셨는지 말이에요
[풀벌레 울음]
(미소) 전 그럼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 김 비서 - (미소) 네
나 오늘 엄청 스위트하지 않았나?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네?
회식도 함께 해 주고
수고스러움을 마다하고 친히 집까지 바래다주고
[피식 웃는다]
오늘같이 로맨틱하고 행복한 날이
앞으로 김 비서의 일상이 되게 해 주지
죄송하지만 그게 무슨…
내가
김 비서와 연애해 주겠다는 뜻이야
왜, 너무 감동했나?
저, 부회장님
부회장님께서는 제 스타일이 아니세요
[숨을 씁 들이켠다] [익살스러운 음악]
뭐?
제 스타일이 아니시라고요
(미소) 전 첫째도 배려, 둘째도 배려 셋째도 배려인
다정한 남자가 제 이상형이거든요
[영준의 당황한 웃음]
[영준이 코를 훌쩍인다]
아니
아니, 오늘 내가 보인 행동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나 오늘 김 비서 일상에 스며들려고 몹시 노력해 줬어
이게 배려가 아니면 뭐지?
그렇지만 그건 제가 원한 배려가 아니었잖아요
원치 않는 배려는 배려가 아니에요
(미소) 그럼 부회장님
좋은 인연 만나세요
[헛웃음]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미소의 한숨]
결혼에 연애에
어떻게 그런 얘기들을
저렇게 쉽고 가볍게 꺼낼 수 있는 거지?
[헛웃음]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미소) 어머
[놀라며] 아직 안 가셨네?
[메시지 수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영준)
(미소)
(미소)
(영준)
(영준) 내가 김 비서 스타일이 아니라니
김 비서 미쳤어? 제정신이야?
[흥미로운 음악]
[헛웃음]
[메시지 수신음]
(필남)
[한숨]
[메시지 수신음]
(영준)
(영준)
[한숨]
(미소)
(영준)
[기가 찬 숨소리]
(미소)
[한숨]
(미소) 아, 네, 솔직히 좀 힘들었어요
독선적이고 이기적이고 강박 수준으로 완벽주의자에다
하루 종일 거울 속 자기 모습에 감탄하는 부회장님 모시면서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불러서 일 시키는 부회장님 비위 맞추느라
내 시간이라고는 단 한 번도 못 가졌어요, 나
그걸 9년이나 해 왔으니 당연히 힘들었죠
(영준)
(미소) 네?
(영준) 싫다고 말했으면 다 맡기지 않았을 거야
[휴대전화 조작음] (영준)
[한숨]
[흥미로운 음악] (미소) 뭐, 부회장님 말씀대로
지난 일은 이제 됐고요
전 그냥 평범한 남자와의 평범한 로맨스를 바랄 뿐이에요
(미소)
(미소) 부회장님 본인과의 로맨스라면 또 모를까
(영준)
(필남)
아이, 그놈의 하트는 진짜, 쯧
[휴대전화 조작음]
[자동차 엔진음]
가셨네
[한숨]
[메시지 수신음]
(영준) 내 앞에서 배려에 대한 얘기를 꺼내선 안 되는 사람이
단 두 명이 있어
한 명은 형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이 바로 김미소야
기억해 둬
하,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미소의 놀란 신음] [강조되는 효과음]
(미소) 헐, 나 지금 하트 누구한테 보낸 거야?
[비명 효과음]
[기가 찬 숨소리]
[한숨]
그런 심각한 대화 중에 감히 하트를 날리다니
[헛웃음]
실수였다고 할까?
언니한테 보내려던 하트 잘못 보낸 거라고?
하,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 모르겠다
[풀벌레 울음]
[발걸음이 울린다] [숨소리가 울린다]
[힘겨운 숨소리]
[음산한 음악]
[문이 삐걱거린다]
[힘겨운 숨소리]
(여자) 꼬마야
[놀란 숨소리]
[힘겨운 신음] [메시지 수신음]
[거친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부드러운 음악]
(미소) 저기
제가…
매 주겠다고?
(영준) 내 앞에서 배려에 대한 얘기를 꺼내선 안 되는 사람이
단 두 명이 있어
한 명은 형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이 바로 김미소야
기억해 둬
한 명은 형, 한 명은 나
그게 무슨 소리지?
(미소) 아
(치인) 각 부서별 업무 진행 현황입니다
(미소) 네
- 아, 정 부장님 - (치인) 네?
정 부장님이 입사하신 지 꽤 되셨죠?
예, 한 12년 됐죠
저, 그럼 혹시
부회장님 형 되시는 분 본 적 있으세요?
아니요, 뵌 적은 없고
아, 얼핏 듣기로는
외국에 좀 계신다는 거 같던데?
혹시 부회장님 가족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다든지
알고 있는 거 없으세요?
[웃으며] 아니요, 아이, 김 비서님도 모르는 걸 제가 어찌 압니까?
아, 근데 좀 이상하긴 하지요?
장남인데 경영에는 쪼매도 관여 안 한다는 게 쫌
(치인) 이게 쫌, 씁
아, 네, 감사합니다
[미소의 웃음]
(치인)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 고생하세요 - (치인) 네
[한숨]
♪ 흔들흔들 흔들어 ♪
(영상 속 세라) ♪ 흔들흔들 흔들어 ♪
[직원들의 웃음] (세라) 세상에
내가 이, 이런 짓거리를 했다니
나 이제 부회장님 얼굴 어떻게 봬요?
[기침하며] 아니, 나, 나, 나 잘리는 건가?
(준환) 사직서 미리 프린트해 드릴까요?
(세라) 이씨, 아이씨 [준환의 웃음]
[치인의 한숨] (세라) 아유, 몰라
아이, 몰라, 몰라
부회장님 들어오십니다
[준환이 풉 웃는다] (치인) 안녕하십니까
(세라) 오셨습니까
[영옥이 키득거린다]
갔어, 갔어, 아, 나 어떡해 [준환의 웃음]
[문이 탁 닫힌다]
(미소) 타이를 안 하셨던데 오늘은 레드 컬러로 준비해 봤습니다
(영준) 됐어
이제 그만해도 돼, 이런 거
네?
김 비서 말이 맞았어
그게 무슨…
난 확실히 이기적이고 독선적이지
그래서 김 비서가 그만두려는 거 조금은 이해가 가
저, 부회장님
그 얘기는 제가 꼭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이 아니라…
(영준) [한숨 쉬며] 이제 깨달았어
가지고 싶은 걸 모두 가질 수 없다는 당연하고도 흔한 사실을
이제 놔줄게, 김 비서
인수인계 기간 한 달만 더 고생해 줘 [차분한 음악]
그동안 고마웠어
이건 진심이야
이제 됐어, 나가 봐
[영준의 한숨]
- (영준) 김 비서 - (미소) 네
- (영준) 김지아 비서 - (지아) 네
(영준) 그래서 이번 주 브랜드 개발 팀의 이슈가 뭡니까?
(지아) 아, 네, 그게…
분명 들었는데
저, 기억이 잘 안 나 가지고…
(미소)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영준) 급할 건 없으니까 나중에 김지아 비서가 정리해서 보고하도록
[침대 작동음]
음, 편안하군
(임원) 지난달 출시됐던 가구들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현재 업계에서도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고요
- (영준) 그래서 다음은요? - (임원) 네?
(영준)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잘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그래서 앞으로는 어떤 계획이냐고 묻는 겁니다
(임원) 아, 그게, 저희 가구들이 젊은 층들의 반응이 좋아서
젊은 신혼부부들을 위한 가구를 런칭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젊은 사람들이 실속을 따지는 추세라서
그런 시각에 맞춰서 저희가…
정말 그렇습니까, 요즘 추세가?
데이터는 준비됐겠죠?
네? 아, 아, 그게, 저
(지아) 어, 그 부분은 아직…
그 정도는 미리 다 파악하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대체 후임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지?
네?
- 죄송합니다 - (영준) 인수인계 이따위로 할 건가?
실망시키지 말고 똑바로 하지
(지아) 죄송합니다
[임원들의 한숨]
[한숨]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잔잔한 음악]
(미소) 어제 일 때문에 화나신 건가?
[호출 벨이 울린다]
부르셨습니까?
김지아 비서 들어오라고 하세요
저, 부회장님
어제 문자 주고받을 때 제가…
사적인 얘기는 삼가도록 하지
네?
아…
네, 알겠습니다
(미소) 하, 지아 씨, 부회장님이 찾으십니다
아, 네
[문이 덜컥 열린다] [헛기침]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문이 탁 닫힌다]
[날렵한 효과음] [미소의 놀란 숨소리]
어휴, 참
뭐 저렇게까지 굳이…
[헛웃음]
아, 나 남은 한 달 어떻게 버티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부회장님, 갑자기 왜…
(영준) 아, 다른 게 아니고
저기에 5분만 앉아 있다가 나가 봐요
네?
아…
근데 저…
뭡니까? [지아의 웃음]
비서 업무 중에 개인적인 업무도 일부 포함돼 있는 거 같던데
혹시 저도…
개인적인 업무라니 무슨…
넥타이를 매 드린다든가
아, 사절입니다
네? 아…
그럼 앞으로 제가 할 일은…
앞으로 김미소 비서 업무만 보조해 주면 됩니다
네?
딱 지금처럼 한 달만 인수인계하는 척해요
척, 척요?
[한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친구1) 옜다, 각자 자기 이름 적힌 걸로 찾아 가
(친구2) 야, 너 진짜 가는구나, 이제 [친구3의 웃음]
(친구3) 너 어디서 해? [친구2의 탄성]
헐, 완전 좋은 데서 하네?
(친구1) 그나저나 미소 넌 언제 결혼할 거야?
(친구2) 결혼?
야, 우리 미소는 아직 모태 솔로잖아 [친구들의 웃음]
(친구3) 맞는다, 야 넌 연애부터 먼저 해야겠다
(미소) 안 그래도 그러려고
이제 연애할 거야, 나
- (친구1) 정말? - (친구2) 진짜?
(친구1) 너 그럼 소개팅할래?
울 재형 씨 친구가 내 SNS에서 미소 네 사진 보고
소개팅시켜 달라고 난리래 [친구들의 탄성]
- (친구2) 잘됐다! - (친구3) 어, 좋겠다
(친구1) 네가 그렇게 노래 부르는 다정다감의 극치에
외모도 준수하고 집안도 평범하고, 어때?
어?
[차분한 음악]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친구2) 근데 뭐 하는 남자래?
- 사회부 기자 - (친구2) 야, 그럼 괜찮다 [친구1의 웃음]
- (친구1) 그렇지? - (미소) 사회부 기자?
어, 그럼 혹시 예전 사건 같은 거 알아봐 줄 수 있나?
(종업원) 실례합니다, 고객님
고객님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실시하고 있는데
잠시 시간 괜찮으시겠어요?
작성해 주시면 서비스로 사이드 요리 하나가 나가세요
[식기를 달그락 내려놓으며] 아, 그래요? 그럼 주세요, 예
(종업원) 감사합니다
(친구2) 펜 있네?
펜
[웃으며] 야, 은정이 넌 이제 기혼으로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친구들의 웃음] (친구3) 유부녀지, 유부녀
(미소) '1, 호감 있는 이성이 생긴다면 가고 싶은 곳을 적으시오'
(미소)
(미소) 뭐지, 이 익숙한 명령체는?
[한숨]
(유식) 이 중에서 김 비서가 작성한 설문지를 찾으라고?
아니, 김 비서한테 다이렉트로 물어보면 되지
뭘 레스토랑하고 짜고 이런 설문 조사를 하냐고
[입바람을 후 분다]
저, 오너야
내가 이래 봬도 사장이야
고, 고급 인력을 이런 데 낭비하는 거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해
[한숨 쉬며] 업무의 연장?
짜증의 연장이겠지
[삐걱거리는 효과음]
찾아야죠, 아, 찾아야죠
[밝은 효과음] (유식) 찾아봐야죠, 아, 중대 업무니까
어, 조이라 아니죠
어, 김민숙 아니에요
김영민
자, 김미소 [아기 웃음 효과음]
[긴장되는 효과음] 찾았다!
[날렵한 효과음] 찾았다
자, '호감 있는'…
(영준) 뭐라고 썼어?
[입소리를 쩝 낸다]
[피식 웃으며] 유치하군
근데 이런 거는 왜 조사를 하는 거…
아이, 설마 이대로 해 주려고?
[피식 웃는다]
내가?
[풀벌레 울음]
대체 후임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지?
- (미소) 네? - 인수인계 이따위로 할 건가?
실망시키지 말고 똑바로 하지
(미소) 저, 부회장님
어제 문자 주고받을 때 제가…
사적인 얘기는 삼가도록 하지
[한숨]
[한숨]
[밝은 음악]
[책상을 탁 친다]
[한숨]
[한숨]
깨끗이 정리하는 거야, 깨끗이
뭐 더 할 거 없나?
[탄성]
[웃음]
그래
이제 시간도 많으니까 오빠를 찾는 거야
[피식 웃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네, 사장님
내일요?
(미소) 네, 박 사장님, 저 지금 가고 있어요
네
네, 알겠습니다
하, 근데 왜 안 오시지?
박 사장님도 부회장님 닮아 가나?
주말에 갑자기 사람을 부르고
[추워하는 숨소리]
근데 왜 이렇게 깜깜해? 사람도 없고
[손을 쓱쓱 비빈다]
[부드러운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김 비서
오래 기다렸나?
네?
[부드러운 음악]
(영준) 난 김 비서한테
[미소의 비명]
블록버스터급 데이트를 보여 줬어 그러니까 이제…
(지아) 소개팅하세요?
(세라) 비밀로 해 줄 수 있죠 [지아와 세라의 웃음]
[강조되는 효과음] [영준의 비명]
(영준) 놀랐잖아, 김 비서!
(병은) 정말 미인이세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유식) 아이, 정 불안하면 지금이라도 연락해
아니
[영준의 웃음]
(영준) 뭐야, 저놈은?
(병은) 아, 뜨거워
(유식) 질투심에 눈이 멀어 가지고
김 비서!
.김비서가 왜 그럴까↲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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