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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비서가 왜 그럴까 3

 

[한숨 쉬며] 근데 왜 안 오시지?

 

박 사장님도 부회장님 닮아 가나?

 

주말에 갑자기 사람을 부르고

 

[추워하는 신음]

 

근데 왜 이렇게 깜깜해? 사람도 없고

 

[손을 쓱쓱 비빈다]

 

[아름다운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발랄한 음악]

 

김 비서

 

오래 기다렸나?

 

부회장님이 여긴 왜…

 

전 박 사장님이 부르셔서 온 건데?

 

박 사장은 여기 안 와

 

내가 시킨 거니까

 

네?

 

굳이 왜…

 

저한테 직접 말씀하셨어도 됐는데

 

내가 만나자고 했으면 불편했을 거 아니야

 

[멋쩍은 웃음]

 

일단 가지

 

아, 근데 여기 이미 폐장했는데

 

폐장?

 

[헛웃음 치며] 그게 뭐가 문제지?

 

프리 패스가

 

[반짝이는 효과음] 여기 있는데

 

[한숨]

 

[호루라기 효과음] (미소) 어, 어떡해, 어떡해!

 

[미소의 비명] [익살스러운 음악]

 

[미소의 비명]

 

[미소의 비명]

 

부회장님

 

저는 정말정말, 아, 저, 정말 이건…

 

사양할 거 없어, 마음껏 즐기라고

 

[익살스러운 음악] [미소의 놀란 숨소리]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놀이 기구 작동음]

 

(미소) 이건 좀 경우가 아닌 거 같은데요 정말…

 

부회장님! 저는, 저는 그게 아니고…

 

부회장님!

 

[미소의 어이없는 웃음]

 

(영준) 그렇게 재밌나?

 

만세! [미소의 비명]

 

만세! [미소의 어이없는 웃음]

 

[미소의 비명]

 

김 비서 즐길 줄 아는군

 

[미소의 비명]

 

(미소) 아, 부회장님! 아, 죄송해요! 아, 살려 줘요!

 

(영준) 김 비서, 그럼 이번에는 지상 17m 높이에서

 

360도 회전하는 허리케인 뿜뿜을 타러…

 

[익살스러운 효과음]

 

왜 그래, 김 비서?

 

[한숨]

 

너무 무서워서요

 

무서운데 왜 탔어?

 

부회장님이 타자고 하셨잖아요

 

난 김 비서가 좋아하는 줄 알았지

 

[어이없는 신음]

 

[미소의 한숨]

 

[풀벌레 울음]

 

[미소가 침을 꼴깍 삼킨다]

 

(영준) 괜찮나? [미소의 한숨]

 

네, 뭐

 

근데 부회장님은 괜찮으세요?

 

말도 안 돼, 두 번이나 타셨으면서 안 무서우세요?

 

그럼

 

원래 이 공포라는 건

 

놀이 기구 따위를 타고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럼 부회장님은 뭐가 무서운데요?

 

그건…

 

[영준의 한숨]

 

[영준이 숨을 들이켠다]

 

알 거 없어, 그럼 가지

 

허리케인 뿜뿜 타러 가시는 건가요?

 

아니? 김 비서가 원하는 거 타러

 

[감성적인 음악]

 

부회장님! [웃음]

 

[웃음]

 

[미소의 웃음]

 

이랴, 이랴!

 

[장난스러운 신음]

 

[웃음]

 

오? [웃음]

 

[웃음]

 

(미소) 부회장님!

 

타세요, 안 무서워요

 

타세요 [웃음]

 

[장난스러운 신음] [웃음]

 

[웃음]

 

음, 좋다

 

정말 안 타실 거예요? 엄청 재밌는데?

 

괜찮아

 

김 비서가 일곱 번 타는 동안 잘 지켜봤으니, 그걸로 충분해

 

아, 죄송해요

 

실컷 타라니까 너무 신나서 [살짝 웃는다]

 

[피식 웃는다]

 

그렇게 재밌었나?

 

네, 저 실은 회전목마 엄청 타 보고 싶었거든요

 

어릴 때 가족끼리 여기 놀러 왔었거든요?

 

저도 회전목마가 너무 타고 싶은데 그때는 구경만 했거든요

 

왜지?

 

애가 셋인데 자유 이용권 끊으면 너무 비싸잖아요

 

(미소) 그리고 비싼 돈 주고 사 줘 봤자

 

어차피 전 너무 어리고 겁도 많아서 별로 못 탔을 거예요

 

그래도 오늘 소원 성취했네요 [미소의 웃음]

 

[살짝 웃으며] 다행이군

 

[밝은 음악]

 

(영준) 아, 전 괜찮습니다

 

스테이크가 좀 질긴 거 같군

 

셰프 부를까요?

 

아니야, 편하게 식사해

 

썰기 힘들 거야

 

[영준이 쓱쓱 칼질을 한다]

 

감사합니다

 

이런 데 올 줄 알았으면 좀 제대로 갖춰 입고 올 걸 그랬어요

 

괜찮아, 아무도 없는데 뭐 어때?

 

[작은 목소리로] 근데 정말 아무도 없네요?

 

- 내가 빌렸어 - (미소) 네?

 

부회장님, 오늘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별거 아니야

 

그렇게 오랫동안 힘들게 일했는데

 

제대로 고맙다는 얘기도 안 한 거 같아서

 

그간 수고했다고 주는 퇴직 선물이야

 

선물요?

 

[피식 웃는다]

 

[살짝 웃으며] 일곱 번이나 타 놓고 아직 부족한가?

 

저기 회전목마쯤이었던 거 같은데

 

여기 유명랜드 생기기 전에 재개발 구역 주택 단지였거든요

 

전 거기 살았었고요

 

씁, 아마 저기 회전목마쯤이 우리 집이었던 거 같은데

 

[피식 웃는다]

 

글쎄

 

저기 저 귀신의 집이나 공중화장실일지도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세요

 

[웃음]

 

[영어] 농담이야

 

[살짝 웃는다]

 

(미소) [한국어] 암튼 그때 우리 집이

 

놀이공원이 된다고 해서 엄청 신기했던 기억이 나요

 

그때 제가 5살이었으니까

 

부회장님은 9살쯤이었겠네요?

 

그랬겠군

 

그때 부회장님은 뭐 하고 계셨을까요?

 

[피식 웃는다]

 

그때도 난 지금처럼 모든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수재였지

 

[반짝이는 효과음]

 

아, 네

 

[살짝 웃는다]

 

[잔잔한 음악] 그렇지만

 

그렇게 즐거운 시절은 아니었어

 

4학년 때

 

부회장님도 실수하실 때가 있네요?

 

(미소) [웃으며] 부회장님

 

9살이면 2학년입니다

 

[미소의 웃음] [영준이 살짝 웃는다]

 

(영준) 실수할 리가

 

4학년 맞았어

 

너무 똑똑해서 2년 월반하는 바람에

 

근데 너무 똑똑한데 왜 즐겁지 않았을까요?

 

형이랑 같은 반이었거든

 

(영준) 어른들은 내 생각 해 준답시고 같은 반에 넣어 줬겠지만

 

오히려 더 힘들었지

 

왜요?

 

형 친구들하고 많이 싸웠어

 

어린게 건방지다고 툭툭 건드리고, 시비 걸고

 

그래도 형이랑 같이 있어서 다행이었겠네요

 

쩝, 아니

 

그놈이 더했어

 

순 거지 같은 놈이야

 

(영준) 오, 늦었군

 

아, 댁으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아니, 갈 데가 있어

 

어여 마저 먹어

 

네?

 

[살짝 웃는다]

 

[영준이 쓱쓱 칼질을 한다]

 

[아름다운 음악]

 

(미소) 아, 정말

 

[바람이 휭 분다] 쌀쌀하네요

 

[코를 훌쩍이며] 그래, 쌀쌀하군

 

[경쾌한 음악] [추워하는 신음]

 

(미소) 아

 

(영준) 아니, 됐어

 

핑크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

 

아, 이거

 

제가 하려고 꺼낸 건데

 

(미소) 저, 부회장님

 

원래 이럴 땐 남자가 여자를 케어해 주는 거예요

 

예를 들면 재킷을 벗어 준다든지? [웃음]

 

추운 데 남자, 여자가 어디 있지?

 

그렇죠

 

[미소의 한숨]

 

(미소) 추워

 

[폭죽이 펑 터진다] 어!

 

[부드러운 음악] 어?

 

우아 [폭죽이 연신 펑 터진다]

 

[탄성]

 

우아

 

어디서 이벤트 하나 봐요

 

아니

 

내가 준비했어

 

- 네? - 말했잖아, 퇴직 선물

 

[웃음]

 

[미소의 탄성]

 

(미소) [웃으며] 너무 좋다

 

너무 예쁘지 않아요?

 

[살짝 웃는다]

 

그래

 

예쁘군

 

[추워하는 신음]

 

어, 저 괜찮아요

 

이럴 땐 남자가 재킷 벗어 주는 거라며

 

아…

 

[폭죽이 펑 터진다]

 

[영준의 어색한 숨소리]

 

[미소의 멋쩍은 웃음]

 

[피식 웃는다]

 

[영준이 코를 훌쩍인다]

 

[영준의 헛기침]

 

(미소) [놀라며] 어머! 어, 죄송해요

 

[미소의 힘주는 신음]

 

저 때문에 오늘 많이 추우셨죠?

 

[재킷을 탁 집으며] 아니, 전혀, 이 옷은 이제 질렸어

 

버리든가 덮든가

 

[살짝 웃으며] 네

 

아무튼 오늘 감사했습니다

 

[만족하는 숨소리]

 

정말 즐거웠어요

 

(미소) 덕분에 제가 꿈꾸던 모든 일들이 다 이루어졌달까요?

 

[미소의 웃음]

 

- 그렇지 - (미소) 네?

 

[익살스러운 음악]

 

[피식 웃는다]

 

[호루라기 효과음]

 

(미소) 1번, 호감 가는 이성 생긴다면 가고 싶은 곳?

 

놀이동산?

 

(영준) 폐장?

 

그게 뭐가 문제지?

 

프리 패스가

 

여기 있는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살짝 웃는다]

 

[미소의 놀란 신음] [반짝이는 효과음]

 

(미소) 2번, 호감 가는 이성이 생긴다면 하고 싶은 일?

 

불꽃놀이!

 

(미소) 우아

 

어디서 이벤트 하나 봐요

 

아니

 

내가 준비했어

 

(미소) 놀이공원에 불꽃놀이까지

 

설마? [헛웃음]

 

[자동차 가속음]

 

(미소) 바래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근데 부회장님

 

- 혹시… - (영준) 잠깐!

 

줄 게 있어

 

[트렁크 문을 달칵 연다]

 

[흥미진진한 음악]

 

(미소) 3번, 호감 가는 이성에게서 받고 싶은 선물은?

 

큰 인형

 

혹시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 안에 큰 인형이 있는 건 아니겠죠?

 

[익살스러운 음악]

 

맞아

 

있어 [미소의 헛웃음]

 

그동안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고 해서 주는

 

[소 울음 효과음] 소 인형이야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준) 이름은

 

'수고했소'

 

[경쾌한 음악] [웃음]

 

아, 별 이상한 설문 조사가 다 있구나 싶더라니

 

기왕 주는 선물 원하는 거 주고 싶었어

 

(미소) 감사합니다

 

저를 위해 이렇게까지 고생해 주시다니

 

고생은 무슨

 

김 비서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기본이지

 

설마 이런 거 가지고 제가

 

'평생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할 줄 아셨다면 오산인 거 아시죠?

 

[피식 웃는다]

 

역시 김 비서는 못 당하겠군

 

그럼 진짜 들어가 보겠습니다

 

(영준) 씁, 잠깐

 

[긴장되는 음악]

 

아직

 

하나 더 남았잖아 김 비서가 원하는 거

 

네?

 

[한숨]

 

(미소) 3번, 호감 가는 이성에게서 받고 싶은 선물은?

 

큰 인형

 

그리고 집 앞에서 하는

 

로맨틱한 키스

 

[당황하는 신음]

 

[강조되는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발걸음이 울린다]

 

[뽀뽀 효과음]

 

[소 울음 효과음]

 

[미소가 살짝 웃는다]

 

[웃으며] 조심히 들어가세요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부드러운 음악]

 

[영준의 헛웃음]

 

[멋쩍은 웃음] [코를 훌쩍인다]

 

[멋쩍은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한숨]

 

[피식 웃는다]

 

[웃음]

 

[한숨]

 

[한숨]

 

[흥미로운 음악] (미소) 설마 이런 거 가지고 제가

 

'평생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할 줄 아셨다면 오산인 거 아시죠?

 

역시 김 비서는 못 당하겠군

 

[헛웃음]

 

못 당하긴 뭘 못 당해

 

블록버스터의 저주는 이미 시작됐거든

 

넌 모르고 있겠지만

 

[미소의 피곤한 숨소리]

 

[메시지 수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미소 친구)

 

아, 맞는다

 

[메시지 수신음]

 

(미소 친구)

 

[한숨]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한숨]

 

[어린 미소의 웃음]

 

[어린 미소의 웃음]

 

[어린 미소의 웃음]

 

[감성적인 음악] [웃음]

 

(어린 미소) 이랴, 이랴

 

슈퍼맨!

 

오빠, 이제 오빠가 타

 

오빠니까 특별히 미소가 밀어 줄게

 

(소년) 고마워

 

근데 어쩌지?

 

오빠 이제 집에 가야 되는데

 

벌써?

 

안 가면 안 돼?

 

(소년) 미안

 

다음에 오빠가 미소 보러 다시 올게

 

정말?

 

- 정말 미소 보러 오는 거지? - (소년) 응

 

오빠 이름 절대 안 잊어버릴게

 

오빠 이름이 이…

 

- 이… - (소년) 바보

 

(소년) 또 그런다, 내 이름은 그게 아니고

 

이…

 

[피곤한 신음]

 

[한숨]

 

이, 이…

 

(미소) 아, 이…

 

아, 기억이 안 나

 

어휴, 늦었다

 

[미소의 다급한 발걸음]

 

[새가 짹짹 지저귄다]

 

[부드러운 음악]

 

[피식 웃는다]

 

수고했소

 

(미소) 집 잘 지켜라 [웃음]

 

[놀란 신음]

 

[반짝이는 효과음] [소 울음 효과음]

 

[리드미컬한 음악] 뭐야?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문이 탁 닫힌다]

 

(미소) 부회장님

 

여쭤볼 게 있습니다

 

부회장님이 주신 인형에 이게 들어 있던데

 

그랬겠지, 내가 넣었으니까

 

제 거인가요?

 

[헛웃음 치며] 그럼

 

수고했소 거겠어?

 

(미소) 아, 하긴

 

전 근데 목걸이 받고 싶다고 설문지에 적은 적 없는데

 

난 원래 기대를 뛰어넘는 사람이니까

 

[당황하는 신음]

 

왜?

 

너무 멋있어서 견딜 수가 없나?

 

넥타이가 삐뚤어졌습니다

 

(영준) 응, 그랬구나

 

[부드러운 음악]

 

[심장 박동 효과음]

 

[미소의 어색한 웃음]

 

전 그럼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손가락을 딱 튀기며] 김 비서

 

(미소) 네?

 

[부드러운 음악]

 

아…

 

[어색한 웃음] [영준이 피식 웃는다]

 

[뛰어가는 발걸음]

 

[문이 달칵 열린다] [힘주는 신음]

 

[문이 탁 닫힌다]

 

[심호흡]

 

[피식 웃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어?

 

어, 은정아

 

(미소 친구) 너 왜 읽씹해? 어제 내가 톡 보냈잖아

 

아, 맞는다

 

(미소 친구) 너 소개팅도 깜빡한 거 아니지?

 

아니야, 그런 거

 

(미소 친구) 암튼 잘 만나 봐

 

혹시 결혼까지 하게 되면 나 백 하나 사 주고

 

에이, 야, 소개팅 한 번 하는 건데, 뭐

 

아무튼 알겠어, 고생해

 

 

[문이 달칵 열린다]

 

(지아) [웃으며] 김 비서님, 소개팅하세요?

 

[웃음]

 

완전 두근두근하시겠다

 

(미소) 저, 지아 씨

 

내가 너무 많이 민망해서 그러는데 이거 비밀로 해 줄 수 있어요?

 

[웃으며] 네

 

- 고마워 - (지아) 비밀 [문이 달칵 열린다]

 

(세라) 그럼요, 비밀로 해 줄 수 있죠 [발랄한 음악]

 

[한숨]

 

[함께 웃는다]

 

[멋쩍은 웃음]

 

(세라) 세상에, 그동안 바빠서 소개팅 꿈도 못 꾸더니

 

김 비서님 처음 소개팅하는 거 맞죠?

 

(지아) 네? 처음요? 대박! [미소의 난감한 신음]

 

(세라) 아무튼 이참에 모태 솔로 꼭 굿바이 해요

 

(지아) 모태 솔로? 완전 대박! [세라와 지아의 웃음]

 

[세라의 당황한 신음]

 

그만들 하시죠?

 

[애교 섞인 말투로] 알았어요

 

아, 근데 첫 소개팅 나가면 되게 막막할 텐데

 

(세라) 그 소개팅남한테 친구 한 명 딱 데리고 나오라 그래요

 

그럼 내가 나가 줄게, 2 대 2 콜…

 

(지아) [웃으며] 2 대 2는 별로신가 봐요

 

[고양이 울음 효과음] 좋아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안 좋아요

 

(지아) 같이 가요, 김 비서님!

 

아, 나도 소개팅하고 싶다

 

'안녕하세요? 봉세라라고 해요'

 

이런 거 하고 싶다

 

[발로 바닥을 쿵 찬다] [한숨]

 

[애교 섞인 신음]

 

으, 씨!

 

(치인) 자기야

 

내일 체육 대회 때

 

부회장님 스피치 하실 거 초안 작성해 놨제?

 

(준환) 물론이죠

 

부장님, 제가 서울대 입학할 때 논술 점수가 굉장했거든요

 

그래서 그 실력을 토대로 완벽한 스피치 준비해 놨습니다

 

(치인) 완벽한 스피치, 완벽한 쓰레기인지는 내가 확인할 거니까

 

- 프린트해서 당장 갖고 온나 - 예스, 서!

 

(치인) 자기야!

 

그리고 자기는 내일 직원들한테 나갈 선물도 착오 없이 준비했제?

 

물론이죠, 내일 10시까지 체육관으로 바로 배송해 준답니다

 

(치인) 오케이, 수고했다

 

[책상을 탁 치며] 자, 그리고, 씁, 이, 부회장님께서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억수로 중요시 생각하는데

 

체육 대회 말고는 그럴 타이밍이 없다 아이가

 

자, 그러니까 다들 실수 없이 준비하제이

 

- 알겠습니다 - (치인) 무브!

 

네!

 

[프린트 작동음] [치인의 힘주는 신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김 비서는?

 

아, 저도 같이 마시는 거예요?

 

[웃으며] 그럼 제 차도 한잔 내오겠습니다

 

(영준) 아니, 그게 아니라

 

김미소 비서는 어디 가고 김지아 비서가 온 거냐는 뜻으로

 

김미소 비서의 행방을 묻는 겁니다만

 

아…

 

그게, 김 비서님이 이제 저더러 하라셔서요

 

아, 그렇습니까?

 

[살짝 웃는다]

 

[영준의 한숨]

 

[쟁반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저 많이 부족한 거 알아요

 

그래서 앞으로 진짜 열심히 하려고요 김미소 비서님을 롤 모델 삼아서

 

김 비서님께서 일만 하시느라

 

이제야 처음으로 소개팅한다는 얘길 듣고

 

진짜 느끼는 바가 많거든요

 

네, 뭐

 

방금

 

소개팅이라고 했습니까?

 

[흥미로운 음악] 아니요

 

(유식) 자, 일루전 호텔 사장단과 최종 미팅 잡아 뒀고

 

유명 아트 홀 개관 준비도 무리 없이 진행 중이고

 

그리고 김 비서는 소개팅을 하고

 

감히 이영준이 사 준 목걸이를 목에 걸고 소개팅에 나가?

 

[영준이 입소리를 쩝 낸다]

 

그래, 뭐, 나가 봤자

 

- 커플 탄생하겠지 - 뭐?

 

[익살스러운 음악]

 

아이, 그렇잖아, 응?

 

(유식) 보나 마나 평범한 남자가 나올 텐데 김 비서 로망이 그거라며?

 

평범한 남자랑 연애하고 결혼하는 거

 

(영준) [헛웃음 치며] 그럴 리가

 

김 비서는 이미 저주에 걸렸거든

 

블록버스터의 저주 [반짝이는 효과음]

 

쩝, 아, 저번부터 뭐, 자꾸 저주 타령…

 

그 저주라는 게 뭔데?

 

[피식 웃는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 (병은) 김미소 씨? - 네?

 

SNS 사진 보고 왔더니 금방 알아보겠네요

 

저 오늘 만나 뵙기로 한 박병은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아, 배고프시죠?

 

제가 이 근처에 맛집 알아봤는데 빨리 가시죠, 자!

 

(미소) 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식당 직원) 안녕히 가세요

 

(병은) 죄송해요, 여기가 맛집이다 보니까 예약이 안 되더라고요

 

(미소) 괜찮아요, 기다리면 되죠

 

씁, 자, 그러면 우리가 시간을 조금 절약할 겸

 

- 메뉴를 미리 골라 놓을까요? - (미소) 네

 

제가 메뉴판 갖고 올게요

 

외롭겠지만 조금만 기다려요

 

[한숨]

 

[손님들이 시끌벅적하다]

 

(병은) 여기 진짜 맛집이에요

 

음, 얇게 저며서 24겹으로 겹겹이 쌓아 올려 튀긴

 

일본식 정통 돈가스 아주 핫 플레이스죠

 

아, 네 [병은이 쓱쓱 칼질을 한다]

 

(병은) 잠시만요

 

자, 이걸로 드세요

 

감사합니다

 

썰기 힘들 거야

 

(병은) 초면에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미소 씨 정말 미인이세요

 

- 이미지가 - (손님1) 아, 뜨거워!

 

아주 뜨거워 [익살스러운 효과음]

 

- 네? - (병은) 그러게, 예?

 

아, 죄송합니다 이미지가 아주 단아하시다고요

 

[웃으며] 아, 네, 감사합니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일본어] 어서 오세요!

 

(식당 직원들) 어서 오세요!

 

(손님2) [한국어] 주문요!

 

(식당 주인) 동호 씨, 2번 테이블 좀 치워 드려

 

(병은) 미소 씨, 여기 좀 많이 시끄럽죠?

 

네, 좀 그러네요

 

[미소의 놀란 신음] (병은) 어!

 

- (미소) 아… - (손님3) 죄송해요

 

(미소) 아, 괜찮아요, 네

 

(병은) 조심 좀 하셔야죠, 아이고, 참!

 

[탁자를 탁 치며] 사고뭉치시네, 아주!

 

아휴, 죄송합니다 [미소의 어색한 웃음]

 

나가세요!

 

아, 죄송합니다, 목소리 컸네요 [미소의 멋쩍은 웃음]

 

아까부터 조금 불안불안했습니다

 

네, 괜찮아요, 네

 

[손님들이 시끌벅적하다]

 

[흥미로운 음악]

 

[작은 목소리로] 근데 정말 아무도 없네요?

 

내가 빌렸어

 

[손님들이 시끌벅적하다]

 

[헛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병은) 그것은…

 

내 돈가스인데

 

네?

 

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가장자리를 바삭하게 튀겨

 

식감이 부드럽고 뛰어난 그 부위

 

잘못 집으신 거 같아요

 

어휴, 죄송합니다, 네, 돌려드릴게요

 

(병은) 네

 

- 감사합니다 - (미소) 제 것도 드려요?

 

아니요, 저도 많이 있어요

 

(미소) 뭐야? 사람 무안하게

 

[살짝 웃는다]

 

[아름다운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밝은 음악] 부회장님이 여긴 왜…

 

전 박 사장님이 부르셔서 온 건데?

 

내가 만나자고 했으면 불편했을 거 아니야

 

(미소) 아, 나 정말 왜 이러지? 왜 자꾸 부회장님 생각이야?

 

(영준) 블록버스터의 저주가 뭐냐면 말이지 [흥미진진한 음악]

 

네가 수백억을 쏟아부은

 

(영준) 완성도 높은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를 봤다고 치자

 

그런 다음 곧바로

 

저예산으로 엉성하게 만든 B급 액션 영화를 보는 거지

 

그럼 두 번째 영화가 눈에 들어오겠어?

 

씁, 어, 뭐,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바로 그거야, 나는 김 비서한테

 

놀이공원, 레스토랑, 유람선을 통째로 빌린

 

블록버스터급 데이트를 보여 줬어

 

(영준) 그러니까 이제 평범한 남자를 만날 수 있겠어?

 

(유식) 응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니, 그러려고 소개팅 나간 거 아니야?

 

뭐?

 

(유식) 아, 나는 소소한 저예산 영화 좋던데? [의미심장한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레츠 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성난 숨소리]

 

시작한다고 얘기를 해야지

 

[병은이 숨을 하 내뱉는다]

 

(병은) 여기 커피 되게 맛있죠?

 

제가 광클해서 찾아낸 여기 커피 맛집이에요

 

아, 향이 정말 좋네요

 

[함께 웃는다]

 

(마음 친구) 씁, 여기 뭐가 맛있나?

 

[마음 친구의 고민하는 숨소리]

 

(마음) 오? 김 비서님이시다

 

(마음 친구) 아는 사람이야?

 

(마음) 어, 우리 그룹 부회장님 비서님이셔

 

아, 진짜?

 

- 저, 미소 씨? - (미소) 네?

 

귀 옆에 뭐가 붙은 거 같은데요?

 

- 아, 여기요? - (병은) 네, 귓불 밑에 [흥미진진한 음악]

 

- (미소) 여기, 여기? - (병은) 귀걸이 뒤에

 

(병은) 45도, 턱선을 조금 따라… 아니, 더 위요

 

- 여기, 여기요? - (병은) 조금 더, 돈가스인가?

 

- 뭐죠? - (미소) 아, 거울이…

 

(병은) 아, 잠깐 익스큐스 미 할게요

 

오, 대박

 

(마음) 어, 김 비서님 연애하시나 봐

 

(마음 친구) 되게 예쁘시다 [카메라 셔터음]

 

오케이

 

요런 건 또 우리 부속실 사람들한테 말해 줘야지

 

(병은) 아유, 예쁨이 묻었네요 [미소의 당황하는 신음]

 

(미소) 아, 괜찮은데, 감사합니다, 네 [병은의 웃음]

 

(병은) 죄송합니다 [미소의 어색한 웃음]

 

(유식) 씁, 김 비서는 아직도 소개팅 중이려나? 응?

 

너 솔직히 말해 봐 봐 너 신경 쓰이지? 그렇지?

 

아니, 전혀

 

블록버스터의 저주에 걸렸다니까 김 비서는

 

[반짝이는 효과음] [피식 웃는다]

 

[탄식] [메시지 수신음]

 

아, 이 설 비서는 또 뭔 사진을 보낸 거야?

 

[놀라며] 야, 야, 야, 이것 좀 봐 봐

 

뭔데 그래…

 

[긴장되는 음악]

 

(유식) 어머, 김 비서 소개팅 완전 잘되고 있나 봐

 

(마음) 대박 사건!

 

가로수길 카페 거리 놀러 나왔다가

 

남친이랑 데이트 중인 김 비서님 포착

 

두 사람 눈에서 꿀 떨어졌음

 

[메시지 수신음] [마음의 놀란 신음]

 

(마음) 어, 죄송합니다, 사장님

 

아, 딴 사람한테 보낸다는 게 그만 실수했어요

 

(유식) 아, 나, 이 설 비서 진짜

 

저번에는 삼겹살 사진을 막 보내고

 

막 실수를 밥 먹듯이 해, 응?

 

아니, 그나저나

 

첫 만남에 이 정도면 거의 커플 예감 100% 아닌가?

 

우리 오너는 아나?

 

보자마자 '이 사람이구나' 싶어서 심장이 막 나대는 그런 느낌?

 

하기야 너는 뭐, 사업 계획서 보고 '아, 이 사업이겠구나'

 

뭐, 이런 느낌만 알겠지

 

거, 정 불안하면 지금이라도 연락해 소개팅 접고 오라고

 

아, 뭐?

 

불안? [무거운 음악]

 

[웃음]

 

우리 친구가 유머가 아주 많이 늘었군

 

(영준) 이제라도 직업을 바꿔 보는 건 어때? 개그맨으로

 

(유식) 응?

 

사직서는 언제든 환영이야 [흥미진진한 음악]

 

아이! [웃음]

 

부회장님, 이제서야 적성을 찾았는걸요

 

[병은이 숨을 하 내뱉는다] (미소) 나 왜 자꾸 부회장님 생각이지?

 

됐어, 소개팅 나왔으면 소개팅에 집중해야지 [살짝 웃는다]

 

[미소가 찻숟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아, 일은 재밌으세요? 사회부 기자라고 하셨죠?

 

씁, 네, 빠른 취재와 정확한 취재로 아주 유명한 기자입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병은) 아, 그, 몇 달 전에 일어났던

 

그 국회 의원 마약 복용 사건 기억하세요?

 

(미소) 네

 

그거 제가 첫 번째로 딱 터뜨렸습니다

 

아, 그러셨구나

 

제가 알아내고자 하면 세상에 못 알아내는 거는

 

존재하지 않죠

 

아, 그럼

 

혹시 예전 사건 같은 것도 알아봐 주실 수 있나요?

 

94년쯤 일어난 유괴 사건인데

 

유괴 사건요?

 

아, 제가 아니라 제 지인이 겪은 일인데

 

(미소) 그때 당시에 크게 이슈가 안 돼서인지 제힘으로는 못 찾겠더라고요

 

음, 지금 유명랜드에 있던 재개발 구역에서 일어난 사건이고요

 

어, 계절은 늦가을?

 

[숨을 씁 들이켠다] [흥미진진한 음악]

 

제가 빠른 90이니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이건 농담입니다

 

아, 예, 그러시겠죠

 

너무 오래전 사건이라 찾을 수 있을지

 

- 힘들겠죠? - (병은) 있죠

 

미소 씨 부탁인데

 

제가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 정말요? - (병은) 네

 

아, 감사합니다

 

아유, 별말씀을요, 자, 한잔하시죠

 

- 네,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 (병은) 네

 

- (병은) 아, 뜨거워! - (미소) 아유, 조심하세요

 

(병은) 괜찮습니다

 

(병은) 저기, 오늘 즐거우셨나 모르겠어요

 

저는 미소 씨 꼭 또 뵙고 싶은데

 

네?

 

[강조되는 효과음]

 

어?

 

[강조되는 효과음]

 

어머, 죄송해요, 제가 직업병이라서

 

[강조되는 효과음] 김 비서!

 

[흥미진진한 음악]

 

[미소의 놀란 신음]

 

[괴로운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병은) 이 사람… [병은의 괴로운 신음]

 

(미소) 어머, 죄송해요, 죄송해요

 

부회장님이 여기 어떻게…

 

[영준의 한숨]

 

실망이군, 김 비서

 

이런 불성실한 태도 굉장히 실망스러워

 

죄송합니다

 

(미소) 그렇게 느끼셨다면 다 제 불찰입니다

 

근데 어떤 이유 때문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혹시 제가 할 일 중에서 제가 놓친 부분이라도 있나요?

 

아니면 내일 체육 대회 행사 준비에 차질이라도 생겼…

 

[미소가 웅얼거린다]

 

아니…

 

아니면 혹시

 

제가 소개팅해서?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흥미로운 음악]

 

(영준) 김 비서가 소개팅을 하든 말든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지?

 

[웃으며] 아, 그런 뜻이 아니라

 

(미소) 내일 체육 대회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이렇게 사적인 일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에 대해서 화가 나신 건 아닌가 하고…

 

(영준) 잘 알고 있네, 김 비서 [미소의 어색한 웃음]

 

내가 체육 대회에 얼마나 신경 쓰는지 뻔히 알면서 전날 소개팅을 잡다니

 

이게 말이 되나?

 

아, 죄송합니다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가 피식 웃는다]

 

[미소의 웃음]

 

왜 웃는 거지?

 

아, 저기

 

나뭇잎이 떨어져서 행커치프처럼 꽂혀 있는데 그게 좀 웃겨서

 

[어이없는 한숨]

 

제가 떼어 드리겠습니다

 

[밝은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건방진 나뭇잎 따위가 자기 멋대로 붙어 있었네

 

(영준) 아무튼 퇴사까지 얼마 안 남았어 김 비서, 마지막까지 긴장해

 

네, 앞으로 소개팅 같은 사적인 일은 퇴사 후로 미루겠습니다

 

- 그냥 하지 마 - 네?

 

퇴사요? 소개팅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발랄한 음악]

 

[웃음]

 

(필남) 미소야

 

언니!

 

(필남) 치맥 콜? [미소의 웃음]

 

(필남) 어머머, 야!

 

소개팅하는 데 쳐들어왔다고?

 

너희 부회장이?

 

응, 그건 내가 잘못했지

 

야, 잘못은 개뿔?

 

야, 퇴근하고 나서 소개팅하는 게 그게 무슨 큰 죄라고?

 

그래도 내일 회사 큰일 앞두고 있는데 내가 긴장했었어야지

 

그건 내 잘못 맞아, 근데…

 

근데?

 

근데 요즘 부회장님을 통 종잡을 수가 없어

 

내가 퇴사하겠다고 말한 후로 말이야

 

어? [맥주 캔을 탁 내려놓는다]

 

하루는

 

[익살스러운 효과음] 엄청 싸늘하고

 

[흥미진진한 음악]

 

대체 후임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지?

 

- (미소) 네? - 인수인계 이따위로 할 건가?

 

실망시키지 말고 똑바로 하지

 

(미소) 저, 부회장님 어제 문자 주고받을 때 제가…

 

사적인 얘긴 삼가도록 하지

 

또 하루는 엄청 스위트해

 

(미소) 우아, 와

 

어, 어디서 이벤트 하나 봐요

 

아니

 

내가 준비했어

 

- 네? - 말했잖아, 퇴직 선물

 

[입소리를 쩝 낸다]

 

[반짝이는 효과음] 어머!

 

(필남) 네가 퇴사한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라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렇게 된 건가?

 

아유, 또 말을 또 그렇게 하냐

 

아니, 왜, 갑자기 충격적인 일 겪고 그렇게 되는 사람 많아

 

(필남) 야, 너희 부회장 네 퇴사 소식에 충격 먹은 거 아니야?

 

아, 충격받은 건 모르겠고 아직 인정을 못 하시기는 해

 

인정을 못 해?

 

(필남) 하긴, 네가 그 인간한테 좀 맞춰 줬니, 어?

 

너 없으면 막막하겠지, 자기도

 

근데 그것도 잘 모르겠는 게

 

우리 부회장님 정도면

 

솔직히 나보다 훨씬 더 스펙 좋은 비서 충분히 구할 수 있거든

 

근데 왜 나한테 이러실까?

 

너희 부회장

 

가지고 싶은 건 다 가져야 되는 성격이지?

 

그렇지

 

회사도 마음에 드는 회사가 있으면

 

뭐, 인수든 합병이든 어떻게 해서든 가졌을 거고?

 

(미소) 응

 

물건도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바로 사들였을 거고?

 

아이, 당연하지, 그건

 

답 나왔네, 그럼

 

(필남) 이건 소유욕이야

 

- 소유욕? - (필남) 그래, 소유욕!

 

부회장한테 너는 그런 존재인 거야

 

(필남) 어? 가지고 싶어서 가진 물건 같은

 

물건?

 

아직까진 쓸모가 있고 또 편한 물건

 

근데 그 물건이 갑자기 자기 마음대로 떠나겠다고 하니까

 

허, 얼마나 화가 나겠어?

 

(필남) 어떡해서든 이걸 못 떠나게 붙잡고 싶겠지

 

- 그런가? - (필남) 그렇지

 

내가 괜히 정신과 전문의겠니?

 

(필남) 아무튼 너 하루빨리 회사 그만둬

 

그 소유욕 더 심해지면 평생 휘둘린다

 

(미소) 쯧

 

[흥미로운 음악]

 

[울먹인다]

 

(미소) 뭐야, 왜 갑자기 울어?

 

(필남) [흐느끼며] 내 동생 너무 딱해서

 

[훌쩍이며] 언니들 학바라지 하느라

 

그런 소유욕 강한 진상 상사 밑에서 9년이나 일을 하고

 

[필남이 훌쩍인다]

 

야, 언니가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정말

 

아니, 또 무슨 말이 또 그렇게 흘러가?

 

(필남) 미안해서 그러지

 

[필남의 울음]

 

[쿨럭거리며] 소주 없니?

 

여기다 좀 말아 먹자

 

기다려 봐, 찾아볼게

 

[필남이 코를 훌쩍인다]

 

근데 미소야, 그 목걸이 뭐야?

 

(필남) 예쁘다? 못 보던 건데?

 

아, 이거? 부회장님이 사 주신 거

 

개 목걸이네, 개 목걸이

 

[개 울음 효과음]

 

도망갈까 봐 네 목에 족쇄 채워 놨나 보다

 

개, 개… [헛웃음]

 

지아 씨, 좋은 아침

 

(지아) 어, 좋은 아침이에요, 김 비서님 [미소가 호응한다]

 

"생에 단 한 번 모르페우스"

 

(미소) 어? 이거 모르페우스 작가님 신작 아니에요?

 

다음 달에 출간된다던데 어떻게 구했어요?

 

아, 영국에서 미리 출간됐다길래

 

유학 간 친구한테 부탁해서 공수했어요

 

[탄성]

 

근데 김 비서님도 모르페우스 님 팬인가 봐요?

 

다음 달에 새 책 나오는 것도 아시고

 

그럼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가예요

 

[흥미로운 음악]

 

(미소) 책만 냈다 하면 무조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요즘 흥행 1위 하고 있는 영화도 모르페우스 소설이 원작이고 [여자가 말한다]

 

너무 멋지잖아요

 

[웃음]

 

혹시 김 비서님도 모르폐인?

 

모르폐인? 그게 뭐예요?

 

아, 모르페우스 님 팬클럽인데 그건 모르시는구나

 

팬클럽도 있어요?

 

그럼요!

 

우리 모페 님은 그냥 소설가가 아니잖아요

 

(지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에다가 얼굴은 또 얼마나 잘생겼어요

 

얼굴도 봤어요?

 

어? 인터뷰도 안 하고 공식적인 자리에도 안 나오고

 

30대 남자라는 거 말고는 알려진 정보도 없던데?

 

에이, 그래도 팬클럽 사이에선 이미 사진 쫙 돌았어요

 

저 모르폐인 1기거든요 [지아가 살짝 웃는다]

 

궁금하시면 사진 보여 드려요?

 

[떨리는 숨소리] 네

 

(미소) 저기…

 

김 비서님만 보셔야 돼요

 

알겠어요

 

[강조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가 살짝 웃는다]

 

이걸 보고 잘생긴 걸 안다고요?

 

 

딱 봐도 실루엣이 잘생겼잖아요 기럭지도 우월하고

 

아, 어젯밤에도 모페 님 새 사진 떴는데

 

누가 프랑스 공항에서 모페 님 봤다고 SNS에 올렸더라고요

 

- 아, 그래요? - (지아) 네

 

[미소의 들뜬 신음] (지아) 모페 님 유명해지기 전에

 

출판 계약할 때 본 적 있어서 한눈에 딱 알아봤대요

 

그것도 보여 드려요?

 

[떨리는 숨소리] 네

 

여기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 이걸 보고 잘생긴 걸 안다고요?

 

네, 딱 봐도 잘생긴 사람 턱이잖아요

 

피부도 완전 좋고

 

피부도 보이고?

 

(지아) 여기 봐 봐요 [지아의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팬1) 샤를 드골 공항에서 모페 님 봤음 심지어 한국행 비행기 같이 탐

 

곧 출발, 11시간 후 우린 함께 입국합니다 [팬1의 웃음]

 

(팬2) 이거 레알임? 님 말만 믿고 지금 당장 공항으로 갑니다

 

(팬3) 검은 페도라 쓴 남자만 죽어라 찾아봐야겠어요

 

저기…

 

네?

 

[의미심장한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이 모자 잘 어울릴 거 같은데

 

(팬4) 아, 진짜 되게 안 온다

 

(팬5) 빨리 보고 싶다

 

(팬6) 어, 모르페우스 님 언제 나와

 

어? 저기 있다, 검은 모자 쓴 사람!

 

(팬7) 모르페우스다!

 

[팬들의 함성]

 

(팬6) 맞죠? 모르페우스 님

 

[카메라 셔터음] [팬들이 소란스럽다]

 

(팬들) 뭐야?

 

[팬들이 웅성거린다] (팬5) 아니잖아

 

뭐를 팬다고요?

 

[의미심장한 음악]

 

[통화 연결음]

 

(최 여사) 여보세요?

 

어디예요? 나 지금 한국 들어왔는데

 

(최 여사) 어머, 정말?

 

우리 아들, 한국이야, 지금?

 

아, 왜 미리 연락 안 했어!

 

엄마, 아빠랑 제주도 별장 와 있는데

 

(성연) 아, 그래요?

 

(최 여사) 기다려, 엄마가 지금 바로 비행기 타고 올라갈게

 

(성연) 아니에요

 

그냥 일정대로 시간 보내고 오세요

 

아휴, 하여튼 네 아빠는 도움이 안 돼

 

골프 치고 싶다고 사람을 여기까지 끌고 오는 바람에

 

몇 년 만에 들어온 아들 얼굴도 못 보게 하고

 

(최 여사) 확 그냥 제주 앞바다에 던져 버리고 나이스 샷 해 버려?

 

[피식 웃는다]

 

두 분은 여전하시네요

 

아참

 

영준이는 요즘 잘 지내죠?

 

영준이? 그럼, 회사 경영하느라고 정신없지, 뭐

 

(최 여사) 오늘도 사내 체육 대회에 아버지 대신 참석하기로 했고

 

그래요?

 

잘 지내고 있네요, 영준이는

 

(지아) 와, 김 비서님 트레이닝 바지 예쁘다 핏이 살아 있어요

 

고마워 [웃음]

 

[영준의 한숨]

 

[입소리를 쩝 낸다]

 

아, 체육 대회 준비는 다 끝났나?

 

10시 시작이니 30분 뒤 출발하시면 됩니다

 

두 사람은 출전 종목이 뭐지?

 

(미소) 저는 장애물 달리기와 이인삼각에 나가고

 

저는 닭싸움과 탁구 시합에 나갑니다

 

(영준) 응

 

두 사람 다 목숨 걸고 1등 할 각오는 돼 있겠지?

 

네? [흥미로운 음악]

 

원래 이런 건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는 건데

 

(영준) 그런 건 경쟁에서 지는 사람들이나 변명 삼아 하는 얘기지

 

'수사불패'

 

죽을지언정 지지는 말라

 

무조건 내 앞에 1등을 가져온다

 

마지막까지 긴장하기로 한 거 잊지 않았지?

 

네, 물론입니다

 

이따 보자고

 

[문이 달칵 열린다] [지아의 한숨]

 

부회장님도 참…

 

[문이 달칵 닫힌다] 아니, 이런 사내 체육 대회에서 누가 목숨 걸고 덤빈다고

 

안 그래요, 김 비서님?

 

[익살스러운 효과음]

 

[로봇 작동 효과음]

 

[로봇 작동 효과음]

 

[지아의 헛기침]

 

[로봇 작동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아) 네

 

자, 얼른 나갈 준비 하자고

 

양 비서님한테 체육관 동선 표 좀 전달하고… [쿵 소리가 들린다]

 

(영준) 김 비서! [무거운 음악]

 

(지아) 어? [문이 쾅 열린다]

 

[영준의 떨리는 숨소리]

 

[미소의 다급한 숨소리]

 

[미소가 가위질한다]

 

[미소의 다급한 숨소리]

 

[영준의 떨리는 숨소리] (미소) 치웠습니다, 부회장님, 괜찮으세요?

 

(영준) [떨리는 목소리로] 누구야?

 

[영준의 떨리는 숨소리] [미소의 한숨]

 

요즘 제가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거친 숨소리]

 

[한숨]

 

[영준의 한숨]

 

[문이 쾅 닫힌다]

 

(미소) 지아 씨

 

내가 적어 준 주의 사항 제대로 숙지 안 했어요?

 

부회장실에 케이블 타이 사용은 절대 금지라고 했을 텐데?

 

(지아) 죄송합니다

 

저는 그냥 잘해 보려고 깔끔하게 케이블 타이로 정리한 건데

 

근데 너무 화를 내시는 건 아닌지…

 

김지아 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실수한 건 지아 씨잖아요

 

네?

 

난 거미가 싫어요

 

공중에 매달린 거미만 보면 진짜 기절할 것처럼 싫다고요

 

(미소) 누구나 죽을 만큼 싫어하는 거 하나쯤은 있잖아요?

 

그거 가지고 화를 낸다고 투정 부리는 건 좀 아닌 거 같네요

 

[울먹이며] 죄송합니다

 

- 죄송해요? - 네

 

그럼 아까 그 모르페우스 신작 좀 빌려줘요

 

 

네?

 

[함께 웃는다]

 

[웃으며] 네

 

[지아가 훌쩍인다]

 

[잔잔한 음악]

 

부회장님, 캐모마일티입니다

 

(미소) 진정 효과 있을 거예요

 

[미소가 잔을 달그락거린다]

 

[잔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죄송합니다

 

앞으론 이런 일 없을 거예요

 

그만둘 사람이

 

어떻게 그걸 장담하지?

 

[피식 웃는다]

 

(미소) 어쩌면 소유욕이 아닐지도 몰라

 

정말로 내가 필요한 걸지도

 

[익살스러운 효과음] [박수 소리가 들린다]

 

[호루라기가 삐 울린다]

 

(영준) 자, 그럼 지금부터

 

제23회 유명 홀딩스 체육 대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치는 사람 하나 없이 유명인 모두 하나 되는

 

뜻깊은 시간 되길 바랍니다

 

지금 시작합니다

 

[직원들의 환호성] [경쾌한 음악]

 

[유식의 환호성]

 

[직원들의 환호성]

 

[저마다 응원한다]

 

[강조되는 효과음]

 

[직원들의 함성] (진행자) 다 준비되셨죠?

 

준비

 

(준환) 김 비서님 파이팅!

 

[직원들이 저마다 응원한다]

 

[날카로운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호루라기가 삐 울린다]

 

[직원들의 환호성]

 

[강조되는 효과음]

 

[세라의 비명]

 

(준환) 아, 잠시만…

 

(준환)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직원들의 환호성]

 

[세라의 비명]

 

[치인의 안타까운 신음]

 

(세라) [울먹이며] 씨, 야! 씨

 

[익살스러운 효과음]

 

[세라의 비명]

 

[미소의 탄성] [직원들의 함성]

 

[반짝이는 효과음]

 

[직원들의 함성]

 

[익살스러운 효과음]

 

[병아리 울음 효과음]

 

내가 저래서 김 비서를 좋아하지

 

(영준) 맡은 일은 죽도록 열심히 하는 저 악바리 같은 모습

 

(유식) 그래서 좋아, 김 비서가?

 

여자 말고 직원으로 저거 봐, 얼마나 훌륭해?

 

(귀남) 김 비서님 [귀남이 살짝 웃는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완벽주의 비서님이시라고

 

뭐야, 저놈은?

 

듣던 대로 운동 실력도 완벽하시던데요?

 

아, 네, 근데 무슨 일이시죠?

 

아, 좀 있다 하는 이인삼각 경기 제가 김 비서님이랑 파트너거든요

 

아, 네

 

[웃으며] 우리 같이 잘해 봐요

 

감사합니다

 

(귀남) 파이팅

 

[미소의 웃음]

 

[호랑이 울음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탁자를 탁 친다]

 

(세라) 뭐예요, 김 비서님?

 

고귀남 씨랑 대체 무슨 얘길 한 거예요?

 

고귀남 씨요? 아는 분이에요?

 

알다마다요! 저 사람

 

이번 사내 인기 투표에서 1위 한 사람이잖아요

 

1위요? 부회장님 제치고요?

 

응, 부회장님은 넘사벽이고

 

- 아 - (세라) 고귀남 씨는 멋지기도 하면서

 

잘만 하면 내 남자가 될 것 같기도 한 그런 사람이랄까?

 

(세라) 근데 워낙 워커홀릭이라서 여자들한테 눈길도 안 준대

 

심지어 나한테도! [세라의 웃음]

 

(지아) 와, 그런 분이 김 비서님한테 반하신 거예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반하다니?

 

방금 김 비서님한테 물 주고 간 거 이거 그린 라이트 아니에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아니에요, 나랑 같이 이인삼각 하게 됐다고 잘 부탁한대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의 웃음]

 

그랬구나, 아, 그…

 

김 비서님 근데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요

 

그 이인삼각 내가 하면 안 될까요?

 

(세라) 아, 나 오늘 뭘 못 해 가지고 [지아의 신난 신음]

 

그거 만회할 기회를 좀, 아니 [흥미로운 음악]

 

뭐야, 김 비서님은 왜 항상 내 말을 끝까지 안 들어

 

[짜증 섞인 신음]

 

나도 그 이인삼각 하고 싶다

 

나도 고귀남 씨랑 같이 뛰면서

 

내 심장도 뛰고 싶다!

 

고귀남 씨! [세라의 웃음]

 

[한숨]

 

(직원1) 고귀남 대리님, 물 좀 드세요!

 

(직원2) 아니요, 이거 드세요

 

(직원3) 아, 이거 드세요, 이거 내가 마실게 [귀남의 웃음]

 

- (직원1) 저희랑 같이 셀카 찍어요 - (귀남) 네

 

[카메라 셔터음] (직원3) 저랑도 셀카 좀 찍어요, 멋있으세요

 

(미소) 킹카까지는 잘…

 

킹카라면 모름지기

 

[반짝이는 효과음]

 

어머! 나 지금 누구 생각한 거야?

 

미쳤나 봐, 나

 

[호루라기가 삐 울린다]

 

(스태프) 이제 곧 이인삼각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스태프가 계속 말한다] (귀남) 김 비서님, 출발선으로 가실까요?

 

 

(유식) 어어? 다음 경기가 이인삼각인가 보다 하, 또 몇 커플이 탄생할지

 

이게 커플 될 확률이 거의 80%에 육박하는 게임이거든

 

뭐?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영준의 헛기침]

 

(진행자) 다 준비되셨죠? 자, 준비! [영준의 헛기침]

 

[호루라기가 삐 울린다]

 

[직원들의 환호성]

 

(유식) 어어, 너무 좋아 보인다

 

[떨리는 숨소리]

 

[강조되는 효과음]

 

[매혹적인 음악] 어, 닿았어, 어

 

[한숨]

 

(지아) 파이팅!

 

[강조되는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진행자) 어, 팀워크가 남다른 3번 팀

 

아, 앞서갑니다, 앞서갑니다!

 

아, 이러다 우승도 하고 커플도 되는 거 아닐까요? 3번 팀

 

[탁자를 탁탁 친다]

 

[탁자를 연신 탁탁 친다]

 

(진행자) 골인합니다, 아! [미소와 귀남의 함성]

 

자, 우리 다 함께 한번 외쳐 볼까요? [영준의 초조한 신음]

 

사귀어라! 사귀어라!

 

사귀어라! 사귀어라!

 

(직원들) 사귀어라! 사귀어라! 사귀어라!

 

[진행자의 탄성] 사귀어라! 사귀어라! 사귀어라!

 

(유식) 사귀어라, 사귀어라, 사…

 

[호랑이 울음 효과음]

 

(진행자) 자, 다 함께 외칠게요

 

사귀었으면 좋겠다! 사귀었으면 좋겠다!

 

(직원들) 사귀어라, 사귀어라!

 

[직원들이 연신 외친다]

 

[영준의 한숨]

 

[부드러운 음악]

 

[피식 웃는다]

 

(영준) 내년부터 사내 체육 대회 폐지야

 

유치해서, 정말

 

자기가 더 유치하구먼 질투심에 눈이 멀어서

 

[쿵 소리가 들린다] [영준의 아파하는 신음]

 

[유식의 놀란 신음]

 

[영준의 아파하는 신음]

 

[직원들이 웅성거린다] (유식) 야, 괜찮아, 영준아?

 

다친 사람 하나 없이 유명인 모두 하나 되는 뜻깊은 시간을 보내자더니

 

왜 네가 이러고 있어?

 

(영준) 아이씨

 

(유식) 아, 어디 봐 봐 [영준의 아파하는 신음]

 

미안해, 미안… [영준의 아파하는 신음]

 

[아파하는 신음]

 

[한숨]

 

[영준의 한숨]

 

(미소) 어디 좀 봐 봐요

 

[영준의 아파하는 신음]

 

[미소의 한숨]

 

(미소) 술 드셨어요?

 

- (영준) 안 마셨어 - (미소) 그럼 뭔데요?

 

(미소) 멀쩡한 사람이 어쩌다가 계단에서 미끄러지냐고요

 

아, 그냥 발을 좀 헛디뎠을 뿐이야 호들갑 좀 그만 떨어

 

[한숨 쉬며] 얼른 병원 가요

 

됐어, 집으로 가

 

무슨 말씀이세요? 제대로 치료받아야죠

 

별로 다치지도 않았어

 

(미소) 안 돼요! 지금 차 대기시킬 테니까…

 

(영준) 이 정도는 찜질하면 금방 괜찮아져

 

[한숨 쉬며] 일어설 순 있겠어요?

 

됐어

 

(영준) 내가 걸을 수 있어

 

[영준이 숨을 씁 들이켠다]

 

[영준의 아파하는 신음] (미소) 아…

 

(철) 아, 부회장님, 저…

 

(미소) 되긴 뭐가 돼요 얼른 제대로 기대 보세요

 

- (영준) 아, 괜찮다니까 - (미소) 아, 얼른 제대로!

 

[영준의 아파하는 신음]

 

자네 멈추는 게 좋을 거야

 

인도 지사로 발령 나기 싫으면

 

예?

 

[피식 웃는다] [반짝이는 효과음]

 

[영준의 아파하는 신음] (미소) 아, 조심 좀 해야지

 

[풀벌레 울음]

 

자, 양말 벗고 여기 올려놔 보세요

 

뭐 하세요, 제가 벗겨 드려요?

 

그냥 이렇게 하면 돼

 

하, 양말 위에다가 그냥 하라고요?

 

무슨 소리예요 찜질을 그렇게 하는 게 어디 있어요?

 

상관없으니까 그렇게 해

 

안 됩니다

 

- (미소) 자, 이리 내 보세요 - 아니, 됐다니까

 

(미소) 아, 아까부터 되긴 뭐가 됐다고 그러시는…

 

[무거운 효과음]

 

[잔잔한 음악]

 

[한숨]

 

뭐 해? 안 하고

 

아, 네

 

(미소) 대체 무슨 상처지? 오래된 흉터 같은데

 

- 체육 대회는 재밌었나? - 네?

 

아주 재밌어하는 거 같던데

 

특히 이인삼각 말이야

 

[어이없는 한숨]

 

그게 뭐, 재미랄 게 있나요? 그냥

 

1등 하려고 죽자 사자 발 묶고 뛴 거뿐인데요, 뭐

 

죽자 사자?

 

사내 체육 대회 따위 참가한 데 의의만 두면 되지

 

(영준) 누가 그렇게 목숨을 걸고 뛰나? 미련하긴

 

[경쾌한 음악] 네?

 

(미소) 하! 제 기억이 잘못된 건가요?

 

전 분명 어떤 분께서 수사불패라며 목숨을 걸고

 

1등을 따 오라고 한 거 같은데?

 

무슨 말을 그렇게 곧이곧대로 듣나?

 

융통성조차 없군, 김 비서

 

[미소의 어이없는 신음]

 

(미소) 허, 참!

 

아이!

 

아, 덥네

 

아, 그래

 

김 비서는 그렇게 1등만 할 수 있다면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찰싹 붙어서 뛰는 것쯤은 일도 아니군

 

네, 그럼요

 

경쟁에서 지는 패배자가 되는 거보단 낫죠

 

아하, 그렇군

 

1등만 할 수 있으면 누구하고든 스킨십 같은 건 상관이 없다?

 

[헛웃음 치며] 네!

 

[한숨]

 

이렇게 가까워도?

 

네, 그럼요

 

이 정도라도?

 

[헛웃음 치며] 상관없거든요?

 

[짜증 섞인 신음]

 

(영준) 이래도?

 

[밝은 음악]

 

(영준) 보스가 비서에게 일을 시키려면 뭐 하는지 당연히 궁금해야지

 

사랑?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영준) 김 비서, 내가 예쁘다고 말한 적 있었던가?

 

(영준) 오, 아, 어유, 갑자기 심장이…

 

(성연) 이러고 다니면 넘어져요

 

스위트한 사람이네

 

(미소) 누구랑은 엄청 다르게

 

(영준) 김 비서, 혹시 향수 뿌렸나?

 

(미소) 아니요, 전 향수를 쓰지 않습니다 [영준의 웃음]

 

(성연) 내가 만나면 사귀기라도 할까 봐?

 

(영준) 김 비서 말이 맞는군

 

어둠 속에선 감각이 더 크게 다가온다는 말 말이야 [강조되는 효과음]

 

.김비서가 왜 그럴까↲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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