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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비서가 왜 그럴까 4

 (영준) 아, 그래

 

김 비서는 그렇게 1등만 할 수 있다면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찰싹 붙어서 뛰는 것쯤은 일도 아니군

 

네, 그럼요

 

경쟁에서 지는 패배자가 되는 거보단 낫죠

 

아하, 그렇군

 

1등만 할 수 있으면 누구하고든 스킨십 같은 건 상관이 없다?

 

아, 네 [미소의 웃음]

 

[한숨]

 

[기가 찬 신음]

 

이렇게 가까워도? [미소의 헛웃음]

 

네, 그럼요

 

이 정도라도?

 

[코웃음 치며] 상관없거든요?

 

[영준의 헛웃음]

 

(영준) 이래도?

 

[서정적인 음악]

 

[당황한 숨소리] 어, 얼음 팩 좀 챙겨 올게요

 

[그릇을 탁 놓는다]

 

[한숨]

 

[심호흡]

 

[침을 꿀꺽 삼킨다]

 

(미소) 뭐야, 그새 잠드신 건가?

 

[서정적인 음악]

 

[당황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또각또각 소리가 들린다]

 

[음산한 효과음]

 

(여자) 꼬마야

 

[떨리는 숨소리]

 

좀 도와주겠니?

 

이리 오렴

 

이리 와 [소년의 울음]

 

[소년이 소리친다] (미소) 부회장님

 

부회장님! [영준의 놀라는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영준의 가쁜 숨소리]

 

괜찮으세요?

 

[떨리는 숨소리]

 

[영준의 한숨]

 

[한숨]

 

[잔잔한 음악]

 

[한숨]

 

(미소) 차 좀 드세요

 

이제 괜찮으세요?

 

(영준) 덕분에

 

가위는 자주 눌리세요?

 

(영준) 글쎄

 

오늘은 혼자 있기가 싫군

 

- 김 비서 - 네

 

오늘만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될까?

 

네?

 

자고 가라고, 여기서

 

네? 그게 무슨…

 

아, 아, 물론

 

악몽을 꾸고 나면 혼자 자기 무서운 건 알지만

 

그래도 애도 아니신데 어떻게 저한테 갑자기

 

[반짝이는 효과음]

 

[리드미컬한 음악] 정말요?

 

아이, 늦었으니까 게스트 룸에서 자고 가라는 건데

 

왜 당황하는 거지?

 

(미소) 네?

 

이전에도 야근할 때 종종 자고 갔었잖아

 

 

아유, 아, 네, 그렇죠 [미소의 웃음]

 

[영준의 헛웃음] [미소의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준) 뭘 기대한 거지?

 

아, 기대라니요, 전 그런 거 안 합니다

 

(영준) 응

 

[미소의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영준) 네

 

그러지

 

[통화 종료음]

 

아쉽게도 오늘 김 비서가 여기서 자고 가는 건 안 될 것 같아

 

실망시켜서 미안하군

 

아, 실망이라니요

 

전 오늘 여기서 자고 갈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미소) 저, 부회장님도 괜찮으신 것 같으니 전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달려가는 발걸음]

 

[한숨]

 

무슨 전화였을까?

 

표정이 안 좋았는데

 

[문이 달칵 열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미소) 어머, 깜짝이야 [휴대전화가 탁 떨어진다]

 

어머, 죄송합니다

 

조심하셔야죠

 

깨진 데는 없는 것 같은데

 

그거 말고

 

[리드미컬한 음악] 괜찮아요

 

이러고 다니면 넘어져요

 

제가 해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미소) 아, 이거, 예

 

(성연) 네, 그럼

 

스위트한 사람이네

 

누구랑은 엄청 다르게

 

(미소) 흥

 

(성연) 앉으라는 소리도 안 해?

 

[성연의 힘주는 신음]

 

(영준) 무슨 일이지? 이 밤에

 

(성연) 형이 동생 집에 오는 데 이유가 필요해?

 

[성연의 웃음]

 

다음 달에 신작 나와서 들어왔어

 

연락도 없이 왔더니

 

아버지, 어머니 제주도에 계시다네

 

빈집에 가기도 뭐해서 너한테 인사할 겸 들렀지

 

[한숨]

 

사실은 나

 

용서하고 싶어서 왔어

 

[의미심장한 음악] (성연) 솔직히 아직도 순간순간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힘들어

 

그런데 널 미워하고 원망해 봤자

 

나만 괴롭더라고

 

그래서 이제 그만 널 용서할까 해

 

우리 술 한잔할까?

 

내가 프랑스에서 푹 빠져 지내는 세 가지가 있지

 

글, 여자, 그리고 와인

 

그만 가지

 

- (성연) 뭐? - (영준) 피곤해서

 

[와인병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힘겨운 숨소리]

 

[미소의 다급한 숨소리]

 

(미소) 치웠습니다, 부회장님, 괜찮으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누구야?

 

[미소의 당황한 숨소리]

 

요즘 제가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떨리는 숨소리]

 

[차분한 음악]

 

[미소의 다급한 숨소리]

 

(미소) 전부 다 수거했습니다

 

전무님, 괜찮으세요?

 

[영준의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목소리로] 김미소 씨

 

(미소) 네

 

거미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싫다 그랬지?

 

아, 네

 

나한텐 케이블 타이가 그런 존재야

 

그러니까 앞으로 그거 쓰지 말아 줘

 

부탁이야

 

아, 네, 알겠습니다

 

[떨리는 숨소리]

 

(미소) 빈틈없어 보이던 내 상사가

 

처음으로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보였던 날

 

(미소) 아, 따가워!

 

[아파하는 신음]

 

아, 아까 달리기할 때 너무 세게 묶었나?

 

(미소) 아, 아까부터 되긴 뭐가 됐다고 그러시는…

 

[무거운 효과음]

 

(미소) 발목의 상처는 뭐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부회장님께는

 

[한숨]

 

[휴대전화 알림음]

 

[한숨]

 

(미소) 발목은 괜찮으세요?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번 주 외부 일정 모두 취소했습니다

 

아침에도 찜질하실 수 있게 신 여사님께 부탁해 놨고요

 

그럼 푹 쉬세요

 

잔소리는

 

굉장히 피곤하군

 

[지아의 가쁜 숨소리]

 

(지아) 김 비서님, 늦어서 죄송해요

 

괜찮아요, 근데

 

[주전자를 달그락 내려놓으며] 내일부터는 일찍 와요

 

(지아) 아, 네

 

참, 부회장님 발목은 괜찮으세요?

 

심각하진 않은데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오늘 스케줄은 취소했어요

 

추후 다시 일정 잡아 주세요

 

 

(지아) 제가 할게요 [미소의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치인과 준환의 고민하는 신음]

 

(치인) 아, 우예해야 되노, 진짜, 이거

 

(준환) 아, 빨리 말씀드려야 될 텐데

 

(세라) 아이, 진짜 정신 사납게

 

(치인) 야, 지금 비상 상황이잖아, 지금, 응?

 

- (미소) 무슨 일이죠? - (치인) 아, 그게

 

(치인) UK그룹 아트 센터가 개관을 땡겨 뿠답니다

 

8월 초로

 

네?

 

그게 왜요, 그러면 안 돼요?

 

[직원들이 혀를 찬다] (세라) 이렇게 아무것도 몰라

 

우리 그룹 아트 센터가 8월 20일 개관일인데

 

그걸 겨냥해서 앞당긴 거잖아요

 

(영옥) 우리가 먼저 개관을 해야 화제가 집중되잖아요

 

(준환) 가뜩이나 비슷한 시기에 개관이라 부회장님 신경 많이 쓰시는데

 

부회장님 오시기 전에 얼른 대책을…

 

(영준) 대책은 하나입니다

 

(세라) 오셨습니까

 

우리도 개관 앞당깁니다

 

7월로

 

[익살스러운 효과음] (치인) 7월이면 다음 달

 

며칠 안 남았는데

 

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세라) 네? [준환의 놀란 신음]

 

[비장한 음악]

 

(영옥) 여기, 기획 팀에서 받은 아트 센터…

 

(세라) 센터장님? 예, 부회장님 부속실입니다

 

부회장님이 아트 센터로 출발하십니다

 

개관을 7월로 앞당기신다고 하세요

 

(준환) 개관 공사 진행 사항 자료도 출력 중입니다

 

(치인) 이동하시면서 보실 수 있게 퍼뜩 준비해라잉

 

[긴장되는 효과음]

 

미술관 다음 달 개관 문제없습니까?

 

(직원1) 그게, 안타깝게도 야외 전시 메인인

 

와이어 메시 3D 작품이 완성이 안 됐습니다

 

작품 운반하고 설치하는 데만 해도 시간이…

 

(미소) 드레이지가 어려우면 미완성 상태로 운반해서

 

바로 여기서 작업할 수 있게 지원해 주세요

 

(직원1) 알겠습니다

 

(영준) 공연장도 다음 달 개관 문제없는 거죠?

 

그게, 안타깝게도…

 

(영준) 도서관이야말로 다음 달 개관 문제없는 겁니까?

 

아, 그게…

 

설마 '안타깝게도' 할 일이 또 있는 겁니까?

 

(직원1) 죄송합니다

 

영화나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 자료 시스템에 관련해서

 

저작권 문제가 아직 처리가 안 돼서

 

(미소) 상영회만 하지 않는다면 문제 될 것 없습니다

 

저작권이 해결된 영상부터 순차적으로

 

상영회 이벤트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준이 살짝 웃는다]

 

[직원1의 탄성]

 

갑작스러운 스케줄 변동에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실수 없도록 진행해 주세요

 

네, 부회장님

 

그럼 우린 도서관 좀 더 둘러보도록 하지

 

 

(미소) 정말 잘 만들어졌죠?

 

하루 종일 여기서 책 읽고 싶네요

 

[영준의 옅은 웃음]

 

(영준) 그렇다면 성공이군 그런 의도로 만들었으니

 

[조명이 탁 꺼진다]

 

(미소) 어머, 어머

 

무슨 일인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책장을 탁 짚는다] [통화 연결음]

 

네, 센터장님

 

(미소) 아, 전체 정전이라고요?

 

아니요, 이쪽으로 오실 필요 없습니다

 

빨리 복구부터 해 주세요, 네

 

[통화 종료음] [영준의 한숨]

 

(영준) 정전이라니

 

이런 시설적인 부분은

 

이미 완벽하게 마쳤어야 됐을 시점 아닌가?

 

[음산한 효과음] [비명]

 

[긴장되는 음악]

 

놀랐잖아, 김 비서

 

[영준의 떨리는 숨소리]

 

(미소) 죄송합니다, 환하게 해 드리려고

 

화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그럴 리가요

 

근데 지금 놀라시는 표정 좀 귀여웠습니다

 

[미소의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머

 

[익살스러운 음악]

 

(영준) 김 비서, 난 귀여운 게 아니라

 

치명적인 거야 [경쾌한 음악]

 

아, 실수했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익살스러운 효과음]

 

[한숨]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숨을 들이켠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숨을 들이켠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준의 헛기침]

 

(미소) 아, 여기

 

어?

 

이 책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인데

 

여기에 제 연애 로망이 다 들어 있거든요

 

[미소의 웃음]

 

[살짝 웃는다]

 

[서정적인 음악]

 

특히 이 구절 너무 좋아요

 

'이런 연애가 하고 싶다'

 

'늘 1분 1초가 모두 설레지는 않더라도'

 

'한번 안아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힘듦이'

 

'모두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연애'

 

좋죠?

 

유치하군

 

(영준) 하루의 힘듦을 씻겨 주는 건

 

음이온과 비타민, 살균 효과까지 갖춘 내 최고급 샤워기로도 충분하지

 

그런 씻김이 아니잖아요

 

유치하다고 생각하실 순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이런 거예요

 

[미소가 책장을 사락 넘긴다]

 

김 비서, 내가 예쁘다고 말한 적 있었나?

 

네?

 

아니요

 

그래, 뭐, 당연히 없었겠지 내가 그렇게 느낀 적이 없었으니까

 

[미소가 책장을 사락 넘긴다]

 

(영준) 이거 복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나 보군

 

(미소) 아, 다시 전화해 보겠습니다

 

(영준) 아, 아니야, 그냥 나가지

 

씁, 좀 답답하군

 

(미소) 네

 

- (미소) 이쪽으로 - (영준) 응

 

(미소) 저, 부회장님 출구는 저쪽으로 가셔야 합니다

 

[코웃음 치며] 김 비서, 건물의 메커니즘을 잘 모르는군

 

(영준) 출구는 이쪽이 맞아

 

(미소) 저, 네

 

[익살스러운 음악]

 

[미소의 헛기침]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 부회장님, 건물의 메커니즘보다는

 

여길 여러 번 와 본 사람의 말을 믿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출구는 아까 제가 말씀드린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곳이 맞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음]

 

역시 내가 선택한 세계적인 건축가의 설계답군

 

건물의 메커니즘을 파괴하는 아주 신선한 설계였어

 

네, 그 점 마케팅 포인트로 꼭 활용하겠습니다 [밝은 효과음]

 

[경쾌한 음악] (미소) 그럼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영준이 킁킁거린다]

 

(영준) 김 비서, 혹시 향수 뿌렸나?

 

(미소) 아니요, 전 향수를 쓰지 않습니다

 

(영준) 김 비서한테서 시트러스 향이 나는데

 

(미소) 아, 시트러스 향이라면 아마 제 샴푸 냄새일 겁니다

 

원 플러스 원 행사를 자주 해서 항상 이거만 쓰거든요 [반짝이는 효과음]

 

[웃으며] 원 플러스 원이라

 

(영준) 김 비서 걸음이 원래 이렇게 빨랐나?

 

(미소) 부회장님 보폭에 맞춰서 걷다 보니 빠르게 걷는 게 습관이 돼서요

 

(영준) 하긴, 내 보폭이 남들 두 배쯤은 되지

 

따라잡느라 힘들었겠어

 

(미소) 이제는 완벽하게 적응됐습니다

 

(영준) 근데 그동안은 김 비서 걸음이 빠르다는 걸 왜 못 느꼈을까?

 

(미소) 원래 어둠 속에서는 감각이 발달해서

 

평소 못 느끼던 것들이 크게 다가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옅은 신음]

 

뭐 하세요, 뒤늦게 오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강조되는 효과음] [서정적인 음악]

 

김 비서 말이 맞는군

 

어둠 속에선 감각이 더 크게 다가온다는 말 말이야

 

[강조되는 효과음] [잔잔한 음악]

 

넘어지면 안 된다며

 

[버튼 조작음]

 

[미소의 탄성]

 

어? 이제 불 켜졌네요

 

[영준의 놀란 신음]

 

차량 대기시키겠습니다

 

- (영준) 응 - (미소) 네

 

(직원2) 정말 죄송합니다, 불편을 드려서

 

아닙니다, 별로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 (영준) 씁, 김 비서 - (미소) 네

 

도서관엔 영화 상영회 말고는 별다른 이벤트가 없는 건가?

 

네, 미술 전시회와 뮤지컬 공연이 많이 잡혀 있어서요

 

(영준) 씁, 오늘 가 보니까 느낌이 나쁘지 않던데

 

쯧, 도서관에도 개관 이벤트 하나 준비하도록 지시하지

 

네, 전달하겠습니다

 

저도 고민해 보겠습니다 어떤 이벤트가 좋을지

 

김 비서가?

 

네, 시간도 촉박하고 그리고

 

부회장님께서 신경 쓰시는 일이니까요

 

[영준의 옅은 웃음]

 

(말희) 지금이다!

 

[말희의 환호성] (필남) 오호, 제대로인데?

 

야, 역시 껍데기 장인이다

 

(말희) 그렇지?

 

5초만 늦게 뒤집어도 때깔이 다르다니까

 

[말희의 웃음]

 

(필남) 아

 

뭔 생각을 그렇게 하냐?

 

도서관 개관 이벤트 때문에 아이디어가 필요해서

 

(말희) 아, 비서가 그런 것도 해?

 

곧 그만둘 거라면서 왜 이렇게 충성이야?

 

[미소의 멋쩍은 웃음] (필남) 그래

 

그거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볼 때

 

- 과잉 적응 증후군이야, 어? - (말희) 그렇지

 

흔히 말하는 일 중독증

 

일 중독증은 무슨

 

그냥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거지

 

[젓가락을 탁 놓으며] 으이구, 네가 이렇게 열심이니까

 

너희 부회장이 너를 끝까지 안 놔주려고 아주 그냥 안달이지, 응?

 

아, 언니한테 들었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말희) 아주 널 향한 소유욕이 장난이 아니라며?

 

[날카로운 효과음]

 

그새 다 전했어?

 

(필남) 야, 껍데기 장인아 너 이거 뒤집어야 되지 않니?

 

(말희) 아직, 40초 후야

 

[헛웃음]

 

근데 말이야, 부회장님이 나 붙잡는 거

 

단순한 소유욕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로 내가 꼭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는?

 

(함께) 뭐?

 

아니, 부회장님 곁에 내가 없으면 어떨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요즘

 

(필남) 너 설마

 

너희 부회장 좋아하는 거 아니지?

 

[헛웃음]

 

아유, 그게 무슨 소리야! 아, 말도 안 돼, 진짜

 

오버다, 진짜, 언니

 

[미소의 어색한 웃음] (필남) 그런 게 아니면, 어?

 

마음먹은 김에 제대로 정리해

 

안 그러면 너 평생 부회장한테 휘둘리면서

 

김미소가 아닌 김 비서로 살 수밖에 없을 테니까

 

아이, 그건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아

 

 

(미소) 언니, 제대로 구워 연기 나한테 다 오잖아

 

- (말희) 무슨… - (필남) 너는

 

(필남) 껍데기 장인이 [말희의 한숨]

 

[비명]

 

(필남) 왜! 왜, 왜, 왜 [미소의 가쁜 숨소리]

 

 

[필남의 힘주는 신음]

 

먼지야, 먼지

 

어? 미소야, 괜찮아

 

[미소의 놀란 숨소리]

 

언니

 

포비아 말이야

 

그거 극복할 수 있는 거지? 언젠가는

 

그럼, 계속 부딪쳐서 익숙하게 만들면 점점 나아질 거야

 

[미소의 한숨]

 

회사 그만두면 병원으로 한번 와

 

아니야

 

아니, 저, 나 말고

 

그럼 누구?

 

아니야, 아무것도

 

[서정적인 음악] [미소의 한숨]

 

[영준이 살짝 웃는다]

 

김 비서는 뭐 하고 있으려나?

 

[한숨]

 

뭐, 이런 유치한 책을 보고 말이야

 

(영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삶 속에서'

 

'자신의 일을 풀어 가는 도중에'

 

'불현듯 지금 뭐 하고 있을까 라고 생각하며'

 

'나 이외에 가장 우선적으로 누군가를 떠올리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사랑이 될 수 있다'

 

보스가 비서에게 일을 시키려면 뭐 하는지 당연히 궁금해야지

 

사랑?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헛웃음]

 

(지아) 모르페우스다

 

[지아의 웃음]

 

죄송해요

 

모페 님 신작 출간 날짜가 나와서인지 온통 그 뉴스뿐이네요

 

나도 기대되긴 해요, 이번 책

 

- (미소) 제목이… - (지아) '생에 단 한 번'요

 

전 미리 영국 버전으로 읽었잖아요

 

(지아) 정말 생에 단 한 번만 있을 것 같은 슬픈 사랑 얘기였어요

 

[미소의 웃음] 저 밤새 울었잖아요

 

- (미소) 그 정도예요? - (지아) 네

 

(지아) 근데 모페 님은 대체 왜 얼굴을 안 드러내시는 걸까요?

 

어디서든 한번 나오기만 하면 진짜 대박일 텐데

 

완전 화제 집중, 그렇죠?

 

그러게요 [웃음]

 

북 콘서트?

 

네, 도서관 오픈 이벤트로 화제가 될 만한 작가를 초청해서

 

북 콘서트를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영준) '작가를 초청해 화제를 만든다'라

 

그 정도면 '해리포터'를 쓴 조앤 롤링 작가 어떤가?

 

조앤 롤링 작가도 좋지만 제 생각에는 모르…

 

(미소) 모르페우스라고 말했다가 섭외 못 하면 큰일인데?

 

모, 모르?

 

모르겠습니다

 

[미소의 웃음]

 

대안이 없는 계획이라

 

김 비서답지 않군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밝은 음악]

 

[웃음]

 

왜 웃으시죠?

 

- (영준) 내가? - (미소) 네?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의 어색한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휴대전화 알림음] [영준의 어색한 웃음]

 

(성연)

 

[익살스러운 효과음]

 

[휴대전화를 탁 놓는다]

 

[영준의 헛기침] [흥미로운 음악]

 

- (영준) 김 비서 - (미소) 네

 

하루 섭취 열량의 4분의 1을 뇌가 쓰는 거 알고 있나?

 

네?

 

머리를 많이 썼더니 배가 고프군

 

아, 다과 준비하겠습니다

 

아니, 메뉴는 이미 결정했어

 

지금 당장 맥도리아에 가서

 

최신 메뉴 중 가장 안 팔리는 비싼 제품 두 개와

 

갓 튀긴 프렌치프라이 두 개 사 와

 

꼭 바로 튀긴 거로

 

네, 네?

 

그리고 오는 길에 포섬플레이스에서 원 샷 추가한 아메리카노와

 

투 샷 추가한 라테로 총 두 잔 사 오도록 해

 

늦어도 괜찮으니까 천천히 와

 

설탕, 빨대 두 개씩

 

냅킨은 꼭 다섯 장씩 챙겨 오도록 하고

 

갑자기 그게 무슨…

 

- 시키는 대로 하지 - (미소) 네?

 

 

엘리베이터 말고 비상계단으로 뛰어 내려가

 

- (미소) 네? - (영준) 당장, 빨리!

 

네!

 

[한숨]

 

[가쁜 숨을 내쉬며] 대체 왜 계단으로 가라고 하시는 거야?

 

[미소의 가쁜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부회장 이영준'

 

야, 이렇게 보니 달라 보이네

 

(성연) 많이 어린 동생 같았는데

 

(영준) 연락도 없이 무슨 일이지?

 

인사라면 그날 충분히 한 것 같은데

 

그냥

 

새 책 나와서 출판사 다녀오다가 생각나서 들렀지

 

(성연) 아참

 

신간 몇 권 받았는데

 

하나 줄까?

 

하긴, 줘도 안 읽을 거지?

 

넌 관심 없는 사랑 이야기라

 

영준이 너도 연애 좀 해

 

이, 사랑을 알아야

 

[책을 툭툭 친다] 진짜 세상을 아는 건데

 

그거 말고도 알아야 될 게 많아서

 

까칠하긴

 

가 줬으면 좋겠는데

 

(영준) 보다시피 내가 좀 바빠서

 

(성연) 그래, 바쁜가 보네

 

다음에 보자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한숨]

 

- (성연) 아유 - (미소) 어머

 

아, 감사합니다

 

- (미소) 어? - (성연) 어?

 

운동화 끈

 

아, 네

 

반갑다, 이렇게 또 만났네요

 

아, 네, 반갑네요, 그럼

 

그때 연락처 못 받은 거 계속 후회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난 거 보면

 

인연 같은데요?

 

아, 죄송하지만 제가 일이 바빠서

 

(성연) 저도 바빠요

 

연락처 안 주고 그냥 갈까 봐

 

마음이 엄청 조급해지는데요?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휴대전화 조작음]

 

[강조되는 효과음]

 

(미소) 그럼

 

뭐지?

 

이 작위적인 번호는?

 

[웃음]

 

[미소의 탄성]

 

아니, 뭐 저렇게 끈질겨?

 

아, 저 사람이 모르페우스면 내가 번호 줬지

 

[입바람을 푸 분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다급한 숨소리]

 

(미소) 부회장님, 말씀하신 커피와 햄버거 사 왔습니다

 

(영준) 안 먹어

 

네? 방금 전까지 사 오라고 하셨으면서

 

방금 전에 생각이 바뀌었어

 

 

[한숨]

 

(지아) 아, 저도 회의에 참석해야 되는 건지 몰랐어요

 

(세라) 지금 비상이잖아요

 

괜히 가서 나대지 말고 분위기 파악 딱 잘해요

 

(지아) 네, 조심할게요

 

아, 그렇지 않아도 실수할까 봐 너무 두근두근해요

 

(세라) 어머, 나도 두근두근하네요

 

(지아) 네?

 

[세라의 놀라는 숨소리]

 

(세라) 어머, 고귀남 씨 되게 피곤한가 보다

 

일하느라 요즘 힘든가? [귀남의 한숨]

 

아, 맞는다, 저분 지독한 워커홀릭이라고 했죠?

 

응, 말도 마요

 

[흥미로운 음악]

 

(사원1) 고 대리님, 저랑 커피 한잔하실래요?

 

나른한데 잠도 깰 겸요

 

음, 전 잠 깨는 데는 업무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업무만큼 제 전두엽을 자극하는 것도 없으니까요

 

오케이? [귀남의 웃음]

 

(상사) 자, 오늘은 술이나 한잔하러 가지?

 

스트레스 풀 겸

 

(사원2) 오, 좋아요

 

(상사) 귀남 씨는?

 

(귀남) 아, 저는 스트레스를 술이 아니라 일로 풉니다

 

해야 될 일이 남아 있는 것만큼 스트레스받는 일도 없으니까요

 

(지아) 대박, 완전 존경스럽네요

 

(세라) 아니, 아직 존경하기는 일러요

 

(세라) 고귀남 씨, 슈트도 똑같은 거 열 벌 사서 돌려 입는다더라고요

 

[반짝이는 효과음] 옷 뭐 입을지 고를 시간에 일 하나 더 하겠다고

 

[지아의 놀라는 숨소리]

 

(지아) 대박

 

(세라) 아, 워커홀릭 대신

 

세라홀릭 되면 얼마나 좋아

 

[휴대전화 진동음] 아이씨 [흥미로운 음악]

 

어, 경문아

 

(지아) 어?

 

거기 밥풀…

 

(최 여사) 아들!

 

[최 여사의 반가운 탄성]

 

[이 회장의 웃음] [성연의 놀라는 신음]

 

(성연) 아, 다음 주에 오신다더니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최 여사) 3년 만에 아들이 귀국을 했는데 헤엄을 쳐서라도 와야지

 

어머, 우리 아들은 못 본 사이에 더 잘생겨졌네?

 

(성연) 어머니야말로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지신 것 같은데?

 

[함께 웃는다]

 

(이 회장) 아니, 그래야지

 

들인 돈이 얼마인데, 응?

 

[웃음]

 

[날카로운 효과음]

 

이 양반이

 

그것도 바탕이 돼야 가능한 일이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당신 얼굴에는 전 재산 쏟아부어도 소용없거든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성연의 웃음] 아, 그, 참, 영준이는 만나 봤니?

 

(성연) 네, 여전히 절 싫어하더라고요

 

(최 여사) 아유, 싫어하기는

 

영준이가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서 그래

 

살갑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거겠죠

 

영준이에 비해 제가 부족한 것도 많으니

 

[휴대전화 진동음]

 

네, 김미소입니다

 

(직원3) 메모 남기셨길래 전화드려요

 

여기 모르페우스 작가님 에이전시입니다

 

아, 네

 

(직원3) 죄송하지만 모르페우스 작가님은 모든 외부 활동을 원치 않으십니다

 

아, 저, 그럼 제안서라도 전달해 주실 수 없을까요?

 

어쩔 수 없죠,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한숨]

 

김 비서, 오늘 이태리 요리 어때?

 

죄송하지만 도서관 개관 이벤트 문제로 좀 바빠서요

 

누가 뭐라 그랬나?

 

오늘 이태리 요리 괜찮으면 사 먹으면서 일하라고

 

법인 카드 아껴 쓰지 말고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쩝, 수고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모르페우스 인터뷰?

 

(기자) 했었죠, 작년에

 

직접 만나셨던 거예요?

 

서면으로 인터뷰했어요

 

메일로 질문지 보내고 메일로 답변받고

 

그럼 저 그 메일 주소 좀…

 

[웃음]

 

절대 안 되죠

 

(기자) 메일 주소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한 건데

 

약속을 했으면 지키는 게 매너 아니겠어요?

 

이해하셨죠?

 

[웃음]

 

네, 그렇죠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런데

 

(미소) 저번에 저희 부회장님 사생활 취재하다 고소당할 뻔한 거

 

제가 법정 다툼 없이 잘 마무리해 드린 거 잊지 않으셨죠?

 

네?

 

(미소) 사람이 도움을 받으면 갚는 거 그게 매너 아니겠어요?

 

이해하셨죠?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주소가 어디 갔지?

 

[부스럭거리며] 여기 있나?

 

[헛웃음]

 

메일 주소가 모르페우스일 줄이야

 

자, 실력 발휘 좀 해 볼까?

 

[로봇 작동 효과음]

 

[헛기침]

 

(영준) 훌륭해, 정말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니, 왜, 내가 선택한 위스키가 마음에 들어?

 

아니, 잔에 비친 내 얼굴이 마음에 드는군 [반짝이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많이 봐

 

(유식) 씁, 아참, 그, 아트 센터 개관 앞당긴다면서?

 

너는 어쩜 그렇게 추진력이 좋아? 응?

 

[웃으며] 아이, 하필이면 내가 출장 갔을 때 그런 일이 터져 가지고

 

정전까지 됐었다면서?

 

고생했겠다, 우리 오너

 

(영준) 고생?

 

[부드러운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아니

 

재밌었어

 

재밌어?

 

뭐 [헛기침]

 

아트 센터가 또다시 정전될 일은 없겠지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내가 단단히 단속을 해야지

 

나 믿지?

 

[코웃음 치며] 고맙군

 

[웃음]

 

(세라) 아휴, 제대로 좀 해

 

왜 지아 씨가 복사만 하면 이리 잘리고 저리 잘리고

 

난리가 나는 건데 내가 지아 씨 때문에 정말…

 

[아름다운 음악]

 

못 살아

 

우리 지아 씨 언제든 힘든 일 있으면 나한테 털어놔요

 

[세라의 웃음]

 

(귀남) 여기

 

(세라) 아, 예 [세라의 웃음]

 

(귀남) 도서관 개관 이벤트 기획안 PPT입니다

 

(세라) 네, 이리 주세요

 

제가 김 비서님께 잘 전달해 드릴게요

 

그럼

 

[익살스러운 음악]

 

(세라) 어머, 우리 고귀남 씨 아침에 보니 더 훈훈하네

 

[세라가 킁킁거린다]

 

(치인) 아, 근데 저, 고귀남 씨

 

저, 똑같은 옷만 열 벌 사 갖고 돌려 입는다는데 그거 진짜인가?

 

(준환) 아, 그렇다던데요?

 

옷 고를 시간에 일할 거라고 하던데?

 

(지아) 아닌 것 같은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저 옷 어제 입은 옷이랑 같은 옷 같아요

 

밥풀이…

 

(세라) 떽, 어디서 우리 고귀남 씨를 모함해요?

 

혼쭐나고 싶어요?

 

죄송합니다

 

일 봐요

 

[냄새를 킁 맡는다]

 

[입소리를 쩝 낸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세라의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철의 멋쩍은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세라) 아이, 좀 저리 좀 비켜요, 진짜

 

[세라의 멋쩍은 신음]

 

(미소) 기획실에서 보낸 도서관 개관 이벤트 기획안입니다

 

새로움도 없고 감동도 없군

 

(영준) 이, 김 비서가 말한 북 콘서트는 아직인가?

 

알아보는 중입니다, 죄송합니다

 

[혀를 쯧 찬다] [한숨]

 

[영준이 서류를 사락 넘긴다]

 

저, 부회장님 잠깐 타이 좀 정돈해 드리겠습니다

 

[강조되는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심장 박동 효과음]

 

그, 오, 오늘은 내가 하지

 

[영준의 헛기침] 아, 네

 

[잔잔한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부회장님, 잠깐 전화 좀 받겠습니다

 

 

[문이 탁 닫힌다]

 

[심장 박동 효과음] [아파하는 신음]

 

아니, 갑자기 심장이 왜

 

[가쁜 숨소리]

 

조만간 주치의를 만나 봐야겠군

 

심장이 영 안 좋은 것 같아

 

[심장 박동 효과음] [놀라는 신음]

 

[심장 박동 효과음] 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최 여사) 김 비서 바쁜데 불러낸 거 아니야?

 

(미소) 아닙니다

 

근데 무슨 일이세요, 사모님?

 

(최 여사) 이거 주려고

 

자, 김 비서 거야

 

아, 아닙니다, 사모님 저까지 안 챙겨 주셔도

 

받아, 내 거 사면서 같이 산 거니까

 

[미소의 난처한 신음]

 

근데 영준이는 오늘 많이 바빠?

 

아, 아트 센터 개관이 앞당겨지는 바람에 조금 바빠지셨어요

 

그럼 컨디션도 좀 별로겠네?

 

내가 가서 저녁 먹자고 하면 짜증스럽게 받아칠 수도 있는?

 

[웃음]

 

아니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오늘 저녁엔 스케줄도 없으시고요

 

정말?

 

(미소) 아, 댁에 가시려고요? 차 대기시킬까요?

 

아니

 

(최 여사) 김 비서 얘기 들어 보니까

 

영준이한테 가도 될 만한 상황인 것 같아서

 

김 비서, 고마워

 

(최 여사) 저기, 영준아

 

오늘 저녁에 우리 가족 다 같이 모여서

 

- (최 여사) 식사라도… - 안 됩니다

 

왜?

 

오늘 저녁은 스케줄 없다던데, 김 비서가?

 

또 김 비서 불러내셨어요?

 

선물 주려고 부른 거야

 

(최 여사) 아, 좋겠다, 김 비서는

 

선물도 받고

 

나도 선물 받고 싶은데

 

영준아, 엄마한테 선물 주면 안 돼?

 

엄마한테는 너까지 와서 온 가족이 모여서…

 

안 됩니다

 

네 엄마 외모만 보면 체감이 안 되겠지만

 

많이 늙었다

 

(최 여사) 쯧, 자식이라고 둘밖에 없는데

 

한 놈은 외국에 사느라 2, 3년에 한 번 모일까 말까고

 

죽기 전까지 다 같이 모여 봤자 몇 번이나 될는지

 

같이 저녁 먹자

 

응? 영준아

 

[최 여사가 칭얼거린다]

 

죄송합니다

 

[문이 탁 닫힌다] (미소) 얘기가 잘 안되셨어요?

 

 

사실 영준이가 내켜 하지 않는 식사 자리거든

 

내가 설득한다고 들을 녀석도 아니고

 

방법이 없을…

 

[익살스러운 음악]

 

어머, 구두에

 

먼지가 붙었네?

 

아, 닦을 것 좀 드릴까요?

 

여기…

 

가방 두고 어디 가셨지?

 

[휴대전화 진동음]

 

네, 사모님, 가방 여기에…

 

네?

 

(최 여사) 어, 그거 영준이한테 오늘

 

꼭 오늘 저녁에 집으로 갖다 달라고 전해 줘

 

아, 아, 네, 알겠습니다

 

 

[영준의 한숨]

 

(영준) 이거 양 비서 편에 보내 드리지

 

안 됩니다

 

사모님께서 꼭 부회장님이 갖다 달라고 하셨습니다

 

김 비서는 누구 사람이지?

 

나보다 어머니가 더 중요한가?

 

아니요, 부회장님이 더 중요한데요?

 

[옅은 웃음]

 

(미소)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어머니 때문에 마음 쓰고 계시잖아요, 지금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완강하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 불편한 일 하지 마세요

 

그럼

 

[문이 탁 닫힌다]

 

[한숨]

 

[새가 짹짹 지저귄다]

 

[성연의 웃음]

 

(성연) 이것도 좀 드세요

 

(최 여사) 나는 괜찮아

 

(성연) 설마 '너희들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 하는

 

그런 올드한 멘트 하려는 건 아니죠?

 

아니야, 아니야

 

(이 회장) 그, 너희 엄마 요새 몸매 관리하신다고

 

저녁에는 원래 소식하신다고, 응?

 

그래, 노력 없이 이런 몸매가 유지될 리 없잖니?

 

[함께 웃는다]

 

[영준의 한숨]

 

영준아

 

오늘 미소도 부를 걸 그랬다, 그렇지?

 

미소요?

 

(최 여사) 응, 영준이 비서

 

우리 영준이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지

 

김 비서가 영준이 옆에 있어서 어찌나 고맙고 다행인지

 

이름도 예쁘네요, 김미소

 

(최 여사) 얼굴도 이뻐

 

너 들어가기 전에 미소 불러서 다 같이 밥 한번 먹…

 

(영준) 그, 참

 

아트 센터 개관 앞당긴 거 보고받으셨죠?

 

(이 회장) 어, 그래그래, 그, 그

 

UK그룹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다며, 어?

 

잘했다, 네가 날 닮아 승부사 기질이 있지, 응?

 

[이 회장의 웃음] (최 여사) 그래도 갑자기 앞당기면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지는 거 아니니?

 

건강 상할까 걱정이다, 엄마는

 

(이 회장) 아이, 거, 관리 잘해

 

그, 네 건강이 우리 회사의 전부야

 

네, 걱정 마세요

 

(최 여사) 얘, 요, 요, 요것도 좀 먹어 봐 [의미심장한 음악]

 

밥만 먹어, 왜, 요, 요, 요거

 

[최 여사가 말한다] (이 회장) 여기 갈비도 좀 먹어 봐, 응

 

맛있다, 야, 응

 

(최 여사) 아유, 엄마가 뜯어 줄게

 

[성연이 컵을 탁 놓는다]

 

[성연의 힘주는 신음]

 

(성연) 커피 마셔

 

나중에, 일하는 중이라

 

근데 그 김 비서인가 하는 비서

 

어떤 여자인지 진짜 궁금하더라

 

이런 네 성격을 9년이나 맞추고 있었다니 말이야

 

어떤 여자인데 그래?

 

네가 그렇게 입 다물고 아무 말 안 하니까

 

꼭 나한텐 안 보여 주려는 것 같잖아

 

[한숨]

 

왜, 내가 만나면

 

사귀기라도 할까 봐?

 

나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먼저 손 내밀고 노력하면

 

넌 오히려 고마워해야 되는 거 아니야?

 

내가 왜 고마워해야 되지?

 

[헛웃음] 넌 여전히 이기적이구나

 

그걸 몰라서 물어? 내가 용서하겠다잖아

 

(성연) 지난날은 다 덮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지내 주겠다는 거잖아

 

용서하겠다는 사람치곤 너무 우려먹는 거 아닌가?

 

난 기억나지도 않는 20년도 더 된 일을 가지고 말이야

 

[한숨]

 

이영준

 

넌 대체 왜 그렇게 날 미워하는데?

 

미워하지 않아, 다만

 

경멸해

 

함부로 지껄이지 마

 

[무거운 음악]

 

(성연) 그때 네가 한 짓만 아니었어도

 

지금 네 자리에 있는 건 바로 나였을 거야

 

[떨리는 숨소리]

 

[영준의 헛웃음] (영준) 진짜 그렇게 생각해?

 

뭐?

 

형은 나약하고 무능해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부류지

 

그때 그 일이 없었어도 아마 절대로 여기까지 못 왔을걸?

 

(성연) 이 새끼가!

 

(이 회장) 지금 뭐하는 짓들이야!

 

그만두지 못해!

 

(최 여사) [울먹이며] 그만해, 제발 그만해

 

그만해, 제발 그만, 그만해

 

[최 여사가 흐느낀다]

 

[차분한 음악]

 

[최 여사가 연신 흐느낀다]

 

[떨리는 숨소리]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직원3) 작가님, 출간 프로모션 기획안 메일로 보내 드렸습니다

 

급한 거라 지금 바로 확인해 주셔야 돼요

 

(성연) 네,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마우스 조작음]

 

[차분한 음악] [한숨]

 

[미소의 비명]

 

부회장님!

 

아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길래

 

(영준) 바로 앞에 있는 사람 얼굴도 못 보나?

 

[놀란 숨소리]

 

(미소) 부회장님, 여기엔 어쩐 일이세요?

 

아, 계란 하나 빼고 다 깨졌다

 

아, 연락도 없이 어…

 

부회장님, 얼굴이 왜 그래요?

 

알 거 없어

 

본가에서 오시는 길 아니었어요?

 

오다가 무슨 일 있었어요?

 

집에서 오는 길 맞아, 더 이상 묻지 마

 

일단 소독부터 해요, 이러다 흉 져요

 

[도어 록 작동음]

 

[익살스러운 음악]

 

[미소의 놀라는 신음]

 

(미소) 아이, 잠깐만요 [영준의 놀라는 신음]

 

[웃으며] 30초, 1분만요

 

[도어 록 작동음]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기침]

 

[강조되는 효과음] 아이씨

 

[소 울음 효과음]

 

3, 3분, 3, 3분

 

[도어 록 작동음] 부회장님

 

[영준의 헛기침]

 

[도어 록 작동음]

 

(미소) 집이 좀 누추하죠?

 

아니

 

많이 누추하군

 

들어오시죠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힘주는 신음]

 

[미소가 달그락거린다]

 

[영준의 헛기침]

 

[밝은 효과음]

 

아, 괜찮은데

 

제가 안 괜찮습니다

 

(미소) 공식 석상에 사진 찍을 일이 얼마나 많은데

 

거기에 문제 생기면 다 제 책임인 거 아시죠?

 

따라오세요

 

저, 죄송한데 좀만 가까이 와 주실 수…

 

[심장 박동 효과음]

 

[서정적인 음악]

 

[영준의 아파하는 신음]

 

[미소의 헛기침]

 

(영준) 아, 혹시라도 밴드는 붙이지 마

 

이 얼굴에 일회용 밴드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 안 붙이겠습니다

 

[웃음]

 

근데 진짜 어쩌다 다치신 거예요?

 

그냥 생긴 상처 같진 않은데

 

혹시 누구랑 다투셨어요?

 

아까 더 이상 묻지 말아 달라고 하지 않았나?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미소) 저…

 

라면 먹고 가실래요?

 

라면?

 

(미소) 이렇게 기분 안 좋을 때

 

매운 라면 하나 얼큰하게 끓여 먹으면

 

진짜 기분 좋아지거든요, 최고

 

아, 아까 그, 깨지지 않고 살아남은 계란 하나 그거

 

부회장님 그릇에 넣어 드릴게요

 

[웃음]

 

(미소) 응?

 

[밝은 음악]

 

[한숨]

 

[옅은 웃음]

 

(영준) 숙제, 목숨 걸고 외울 것

 

(미소) 이 전무 왕재수

 

[웃음]

 

[코웃음 치며] 이 유치한 책은 여기에도 있군

 

(미소) 부회장님이 뭘 아시겠어요? 사랑도 모르시면서

 

[코웃음]

 

그러는 김 비서는 사랑을 아나?

 

모태 솔로면서

 

전 책으로 많이 읽었거든요?

 

대단하군

 

(미소) 아, 물 끓겠다 [미소의 어색한 웃음]

 

[옅은 웃음]

 

[소 울음 효과음]

 

(영준) 아, 이 녀석은 왜 코를 박고 있는 거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긴장되는 효과음] 안 돼요, 그쪽은, 그쪽은 안 돼요!

 

[미소의 목소리가 울린다]

 

[강조되는 효과음]

 

[서정적인 음악]

 

조금만

 

조금만 이러고 있을게

 

이제부터 너무 사랑해 보려고

 

내가 너를

 

- (미소) 데이트요? - (영준) 응

 

(유식) '라면 먹고 갈래?' 했다는 건

 

'라면 먹으면'

 

오늘 라면 잘 먹었어

 

'나랑 사귀는 거다' 이런 거라고

 

(지아) 누구예요? 혹시 썸남?

 

(미소) 확실히 글 쓰시는 분이라 엄청 섬세하시네요

 

요즘 핫한 레스토랑이 어디입니까?

 

(영준) 고백이라…

 

김 비서, 미리 축하해

 

[미소의 감격한 숨소리]

 

(영준) 언제부터 진행된 일이지?

 

[미소의 놀라는 신음] 그냥 하지 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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