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5
- [소란스러운 소리] - [여자] 사형하라! 사형하라!
희대의 연쇄 살인마 마스크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성형 중독에 빠졌다는 말들이 많은 가운데
현재 경찰서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일명 마스크걸로 불리는 김 씨가
오늘 오전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씨가 - [다가오는 엔진음이 흘러나온다]
모든 살인 혐의에 대해서 인정했다고 합니다
[영상 속 기자1] 왔다, 왔다, 왔다
- 빨리… - [타이어 마찰음이 흘러나온다]
[영상 속 기자2] 마스크걸 점심인가요?
[영상 속 기자3] 한식인가요? 중식인가요?
[영상 속 기자4] 여기 한번 봐주세요
[영상 속 기자2] 메뉴 말씀해 주세요, 뭐 시켰나요?
[영상 속 기자3] 메뉴가 뭔가요?
[영상 속 기자4] 여기 한번 봐주세요
고, 곰탕인데요
[의미심장한 음악]
[영상 속 기자2] 무슨 곰탕인가요?
[영상 속 기자3] 몇 인분 시켰나요?
[영상 속 기자5] 공깃밥 추가했나요?
[영상 속 기자2] 말씀해 주세요
[계속되는 질문 세례]
[영상 속 현봉]
최근 큰 파문을 일으켰던 마스크걸이 입었던 옷들이
현재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 [시위자들] 사형하라! - 마스크걸의 재판이
- [시위자] 마스크걸을! - [시위자들] 지옥으로!
오늘 오전에 열리는 가운데
- [계속 구호 외치는 소리] - 많은 시민들이
마스크걸을 규탄하고 있습니다
[남자] 피고인은 외모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핍박을 받아왔습니다
피해자 이준모 씨는 그런 그녀에게
외모를 비하하는 인신공격성의 발언들과 함께
그녀를 겁탈하려고 했습니다
[방청객들의 술렁거리는 소리]
SNS에 남겨진 흔적들을 통해
피해자 이준모 씨가 어떤 목적으로
피고인을 만났는지
아주 잘 알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SNS에는
순전히 마스크걸을
성적 호기심으로…
[여자가 소리치며] 닥쳐!
[방청객들의 술렁거리는 소리]
내 아들 내 아들을 죽인 주제에 뭐?
이거 놔!
얼굴 못생겼다고 사람 죽일 거 같으면
우리나라에 살 사람이 어디 있어!
- 정숙하세요 - [준모 모의 성난 숨소리]
- 이러시면 퇴장합니다 - [준모 모] 이거 놔!
- 이 죽일 년 - [판사] 퇴장시키세요
[절규하며] 이 악마 같은 년아!
[방청객들의 술렁거리는 소리]
[판사] 이 사건 범행은
가장 중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의 반인륜적이고 엽기적인 범행으로 인하여
사회에 큰 충격과 경악을 준 점
- [쓸쓸한 음악] - 및 형벌의 균형이나
범죄의 일반 예방적인 견지에서도
피고인을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피고인을
무기 징역에 처한다
- [의미심장한 음악] - [술렁거리는 소리]
[땅땅땅 법봉 내리치는 소리]
[어두운 음악]
[음울한 음악]
[휭 바람 소리]
[미모] 내 이름은 김미모
엄마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모미] 제발요 곧 데리러 올 거예요
[성난 숨소리]
내는
이 얼라 절대 못 키운다잉
[떨리는 목소리로] 누가 계속 키워달랬어요?
조금만 맡아달라고요 그것도 못 해줘요?
몬 한다
[모미] 잠깐만요!
저 해외로 뜰 거예요
그러려면 위조 여권도 필요하고 준비할 게 많아요
애 데리고 다니면서 준비할 수가 없어서 그래요
일 마치면 바로 데리러 올게요
네?
제발요 [간절한 숨소리]
[미모]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에게서는 엄마라는 존재는
점점 희미해졌다
어렸을 때 나는 꾸미는 걸 좋아했다
[덜컥 문 열리는 소리]
[모미 모] 니 뭐 하노?
아이고
누구 딸내미 아니랄까 봐
하이고 [못마땅한 소리]
[미모] 할머니는 내가 엄마랑 닮았다면서도
엄마에 대해서는 한 번도 말해준 적이 없었다
- [무거운 음악] - [쩝쩝거리며 먹는 소리]
[모미 모] 팔꿈치 내리라
[쩝쩝거리는 소리]
조용히 무라
[미모] 할머니가 해주던 음식은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 [왁자지껄한 소리] - 내가 제일 좋아하던 음식은
학교 앞 떡볶이 차에서 먹던 컵 떡이었다
와, 진짜 맛있어요
[여자의 웃음]
[미모] 그러던 어느 날
[미모] 우리 떡볶이 먹고 갈래?
[미모] 엄마에 대해 알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저기 떡볶이 진짜 맛있어
[아이] 그래, 좋아
- [아이] 엄마, 어? - [아이 모] 가자
[아이] 왜? 나 미모랑 떡볶이 먹고 갈 건데?
- [아이 모] 이제 쟤랑 놀지 마 - [아이] 아, 싫어
[아이 모] 쟤 엄마 마스크걸이래
[아이] 마스크걸이 뭔데?
[아이 모] 아휴, 있어, 그런 게
[마우스 클릭음]
[음악이 고조되다 잦아든다]
[의미심장한 음악]
[미모] 살인자
살인자의 딸
죽어!
죽어, 마스크걸, 죽어!
[옅은 탄성]
[괴로운 척하다 잦아드는 신음]
- [흥미로운 음악] - 안녕하세요
저는 김미모 기자입니다
마스크걸, 왜 사람을 죽였나요?
여러분, 반가워요! 정말 많이 오셨네요?
[힘주는 소리]
사진은 지금 찍으시면 돼요
여러분 제가 바로 마스크걸이에요!
[기가 찬 목소리로] 저게
미칬나 [성난 숨소리]
- [미모] 할머니, 잘못했어요 - [모미 모] 나가라
- [미모] 할머니, 할머니 - [모미 모] 나가라
- [음울한 음악] - [미모] 할머니, 할머니
- 할머니, 잘못했어요 - [모미 모] 내는
니를 키울 자신이 없다
나가 뿌라!
- [미모] 할머니, 제발요 - [모미 모의 한숨]
할머니, 잘못했어요! 할머니
[후두두 빗소리]
[찰랑이는 물소리]
[미모] 할머니
우리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그건 와 묻노?
그냥 궁금해서요
갸는
처음부터 글러 머은 아이였다
- [떠들썩한 소리] - [미모] 엄마에 관한 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아이들] 괴물 딸이다, 괴물 딸!
[불안한 음악]
[미모] 소문의 근원지는
내 가장 친한 친구였다
네가 소문냈지?
[아이] 응?
- [퍽 미는 소리] - [덜커덩]
- [씩씩대는 숨소리] - [아이의 울음]
[남자] 아무래도 학부모님들 민원이 많아서요
[상기된 숨을 내뱉는다]
어차피 이사 갈라 캤구만요
[거친 숨소리]
[시끌시끌한 소리]
[미모] 할머니
[울먹이며] 저 이사 가요
이제 여기 못 와요
[미모] 하지만 소문은 어디를 가도
- 계속 따라다녔다 - [화면 전환 효과음]
- [영상 속 아이1의 아픈 신음] - [요란한 메시지 수신음]
[영상 속 아이2] 왜 그래? 싸우지 마
아, 야, 그만해
[화면 전환 효과음]
- [영상 속 학생1의 아픈 신음] - [영상 속 학생2] 미친 거야?
[영상 속 학생3] 어떡해
[영상 속 학생1의 신음]
[화면 전환 효과음]
[요란한 메시지 수신음]
[계속되는 메시지 수신음]
- [메시지 수신음이 울린다] - [불안한 음악이 고조된다]
[음악이 잦아든다]
[탁 문 열리는 소리]
[탁 문 닫히는 소리]
[모미 모] 또 문제 일으키마
인제 아무도 못 막는다잉
지난번에도 소년원에 갈 뻔한 거
겨우 막은 기다
[멀어지는 발소리]
[달그락 신발 소리]
니 진짜로 니 엄마처럼 되고 싶은 거 아이제?
[달그락 신발 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미모] 앞으로 두 번 다시 그년을 엄마라 부르지 마세요
끔찍하니까
[깊은숨을 내쉬며] 하이고
[중얼거리며] 아이고
[여자] 자기소개
[미모] 김미모라고 해
[학생들의 폭소]
- [학생1] 김미모 - [학생2] 미모가 뭐야?
[교사] 자, 조용
자리는, 어, 저 진홍이 자리 옆자리에 앉아라
[옅은 숨을 들이쉬며] 남자 옆에 앉기 싫은데요
여자 짝으로 해주세요
- [학생3] 쟤 뭐라는 거야? - [학생4] 뭐야
[학생5] 뭐야, 존나 어이없게
그럼, 어, 저기 예춘이 옆으로 가서 앉아
선생님
전 싫은데요?
저 혼자 앉게 해주세요
이것들이 장난하나 [혀 차는 소리]
가, 앉아, 앉아
너희들, 기말고사가 코앞인 거 알고 있지?
수업 시간에 집중들 잘하고 알았어?
- [학생들] 네 - [교사] 응
[소란스러운 소리]
[학생5] 야, 졸라 끼리끼리 앉았어
[학생4] 그러니까
- 뭐야, 난 남자랑 앉고 싶거든? - [학생5의 비아냥대는 소리]
[학생4가 웃으며] 그러니까
[학생5] 야 우리 반 1호 커플 아니냐?
[학생4가 웃으며] 미친 거 아니야?
[학생4의 웃음]
[예춘이 어색하게 웃으며] 얘들아
아, 오늘 급식 왜 이래? 동그랑땡 세 개가 뭐냐?
[음미하는 소리]
너희 어제 '엠카' 봤어?
아, 나 NCT 오빠들 때문에 심장 떨려 죽는 줄!
너무 멋있지 않아?
[학생1] 야
이 자리 임자 있어
여기 네 자리, 내 자리가 어디 있어?
- [탁탁 두드리는 소리] - [학생2] 야
꺼져
[한숨 쉬며] 거기 내 자리야
[예춘의 어색한 웃음]
개어이없네
[잘그락 내려놓는 소리]
[예춘] 혼자 먹어?
같이 먹어줄게
야
너
[달그락 내려놓는 소리]
가까이 와봐
가까이 와봐
너
왕따당하고 있는 거 알아?
뭐?
내가 친구 해줄게
됐어
어?
그딴 거 필요 없다고
[예춘] 야!
- [매미 울음] - [학생1] 야, 왜 늦게 와?
- [예춘] 야! - [왁자지껄한 소리]
야!
아이, 잠깐만
너 혹시
아이돌 누구 좋아해?
혹시 이거 살 생각 있나?
이거 내가 존나 대기 타서 사인받은 건데
- 이게 뭐냐면… - 저기
좀 꺼져줄래?
저년 존나 재수 없네?
[학생2] 야, 너 빨리 가 늦은 거 아니야?
[댓글 등록음]
[메시지 수신음]
[메시지 전송음]
[교사] 내일 지각하지 말고
당번들 청소 잘하고
- [학생들] 네 - [교사] 응
이상
[학생들] 감사합니다!
[덜그럭거리는 소리]
[메시지 수신음]
[덜그럭 대걸레 쓰러지는 소리]
[미모] 야, 너 어디 가?
저게, 씨
[예춘] 어, 왔어?
저기, 너 혹시 뭐 살 거야?
멤버들 많아가지고 너 한번 봐볼래?
[학생1의 웃음]
[학생1] 야 우리도 같이 봐도 되냐?
[학생2] 와, 개궁금
[학생들의 웃음]
[예춘] 아, 내 거라고
- [계속되는 학생들의 웃음] - 아, 줘, 아, 줘!
아, 줘
- 아, 줘 - [학생3] 잡아봐
- [예춘] 아, 줘! 아, 내 거라고 - [학생3] 잡아, 잡아
- [예춘] 내 거라고 - [학생3] 야
- 아, 놔! - [예춘] 아, 내 거라…
[우수수 카드 떨어지는 소리]
[학생3] 뭐야?
[예춘의 울먹임]
[예춘의 아파하는 신음]
[학생들의 웃음]
[분한 숨소리]
[학생1] 이 연예인 사인 다 지가 위조한 거임
아니야!
이거 내가 직접 다 사인받은 거야
[학생1] 뭐래, 사기꾼 년이
- [학생3의 웃음] - [학생1의 쯧쯧 혀 차는 소리]
- 이년은 입만 열면 구라야 - [절그럭거리는 소리]
[우당탕거리는 소리]
야
[계속되는 우당탕 소리]
야!
빨리 꺼져
야, 내 말 안 들려?
- [탁 내려놓는 소리] - [비닐 부스럭거리는 소리]
[성난 숨을 내뱉는다]
[미모] 병신들
[학생1] 뭐?
너 방금 뭐라 그랬냐?
병신들이라고
[학생2] 쟤 뭐야?
- 미친년 아니야 - 이 씨발 년이 뒈지려고…
[미모의 거친 숨소리]
죽여버린다
[미모의 성난 숨소리]
야, 야, 야, 가자
씨발, 저년 존나 또라이야
[학생들의 수군거림]
[툭 떨어지는 소리]
- [예춘] 야, 너 괜찮아? - [다가오는 발소리]
너 그 유리를 그냥 만져버리면 어떡해
줘봐
너 이거 자해 자국이야?
[미모] 내가 청소했으니까 네가 가서 뒷정리해
알았어
[흥미로운 음악]
[드르륵거리는 소리]
[깊은 심호흡]
[드르륵거리는 소리]
[긴장한 숨소리]
[드르륵거리는 소리]
[한숨]
못 하겠다
[예춘의 한숨]
[예춘의 힘주는 숨소리]
[힘주는 숨소리]
[힘주는 숨소리]
[시끌시끌한 소리]
[학생] 하이!
[덜그럭거리는 소리]
[드르륵 의자 끄는 소리]
야, 야, 야, 야, 야, 야 일어나 봐
뭐야, 이건
이제 너랑 조금 비슷해졌지?
뭐래
어디 가?
[미모] 화장실 간다
나도 같이 가
야, 아, 같이 가
[미모] 너 왜 들어와?
[탁 걸쇠 잠그는 소리]
친구끼리인데 뭐 어때?
[어이없는 숨소리] 초딩이냐?
뭐야, 씨, 변태 같아
그래, 나 변태다
[음흉한 웃음 흉내]
[웃음]
[흥미로운 음악]
[예춘, 미모] 감사합니다
- [예춘] 안녕히 계세요 - [상인] 응
- [학생] 떡볶이 주세요 - [예춘] 어때? 완전 맛있지?
[미모] 뭐, 그냥
나 예전 살던 데 컵 떡이 진짜 맛있었는데
[예춘] 있잖아
나 비밀 얘기 하나 있는데
해도 돼?
[미모] 뭔데?
나 솔직히 엄마 죽여버리고 싶어
[미모] 뭐?
왜?
[한숨]
내가 얼마 전에 길냥이 한 마리 구조해 줬거든?
졸라 위험한 상황이었어
근데 못 키우게 하는 거야 원래 자리에 놓고 오라고
[예춘의 한숨]
걔 아마 죽었을걸?
솔직히 그 고양이
엄마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라고
겨우 그것 때문에?
'겨우 그것 때문에'라니?
[불안한 음악으로 변주된다]
됐어, 나 간다
[예춘] 야
야!
뭐야, 어디 가?
야, 잠깐만, 야!
뭐야? 너 왜 그러는데?
친구끼리 그런 말도 못 해?
난 친구 필요 없어
그냥 조용히 지내다가 졸업할 거야
너 왜 그렇게 화내는데?
넌 네 얘기 하나도 안 들려주잖아
내 얘기가 듣고 싶어?
[예춘] 응
됐어
넌 말해도 몰라
야, 야!
모른다고?
진짜 지긋지긋한 게 뭔지 알아?
아빠가 술 먹고 들어와서 엄마랑 날 팰 때야
나 그래서 칼 들고 아빠 찌를 뻔한 적도 있어
너 알아?
너만 비극의 주인공 같지?
[큰 소리로] 자해 좀 하고 그러니까
아주 혼자만 비극의 주인공이지!
[똑똑 빗소리]
어? 비 온다
야, 야, 뛰어
야, 빨리 뛰어
[분주한 발소리가 멀어진다]
[후두두 빗소리]
[예춘의 탄성]
- [탁탁 발소리] - [예춘, 미모의 가쁜 숨소리]
[예춘의 콜록거리는 소리]
[예춘의 가쁜 숨소리]
[예춘, 미모의 웃음]
[후두두 빗소리]
[미모] 아빠가 술 자주 마셔?
[예춘] 응
아빠가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엄마도 마찬가지고
우리 엄마는 사실 친엄마가 아니야
새엄마야
넌 나보다 낫네
뭐?
너
이 얘기 아무한테도 안 할 거지?
어, 어, 어
[의미심장한 음악]
[미모] 난 사실
아빠는 누군지 모르고
엄마는 감옥에 있어
감옥?
엄마는 나한테 한 번도 연락한 적도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한 적도 없어
너 그럼 누구랑 살아?
할머니
[예춘] 할머니는 엄마 얘기 해준 적 없어?
[미모] 할머니도
엄마 얘기 하는 걸 엄청 싫어해
아마 나 때문이겠지
넌 정말 특별한 거 같아
[미모의 황당한 숨소리]
너 무슨 영화 찍냐?
[예춘의 옅은 웃음]
[미모의 웃음]
[예춘의 웃음]
[남자] 아, 아
- [도어 록 조작음] - 그렇지
그렇지, 그렇지, 그렇지
- [도어 록 작동음] - [철컹 문 열리는 소리]
- [철컹 문 닫히는 소리] - [여자] 왔어?
오늘 고기 먹기로 한 날인데 왜 이렇게 늦었어?
손 씻고 와
나 안 먹어
[남자] 야, 네가 먹자 그랬잖아
안 먹는다고!
[남자] 아, 뭐야 고기 많이 사 왔는데
- [여자] 야 - [탁 문 열리는 소리]
너 무슨 일 있어?
- [예춘] 없어! - [탁 문 닫히는 소리]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
- [아기의 울음] - [여자] 아이고, 참
쟤가 또 왜 저러나 몰라
[계속되는 아기의 울음]
- [메시지 발신음] - [남자] 사춘기잖아, 내버려 둬
- [메시지 발신음] - 어, 그래그래
[아이] 언니 안 먹으면 내가 먹는다!
- [예춘 모] 우리가 다 먹는다 - [메시지 발신음]
[메시지 수신음]
맛있어?
- [예춘 모의 웃음] - [메시지 발신음]
- 먹어, 먹어 - [예춘 부가 웃으며] 맛있지, 응?
- [메시지 발신음] - 쌈 싸줄게, 어?
[예춘 모] 아, 좋겠네?
[메시지 발신음]
- [예춘 부] 어, 뜨겁다, 뜨겁다 - [예춘 모] 꼭꼭 씹어
- 꼭꼭 씹어야지 - [메시지 발신음]
- [메시지 수신음] - [예춘 부] 씹고 삼켜
- [부드러운 음악] - [왁자지껄한 소리]
[학생] 아주 영혼의 단짝이네 천생연분이야?
[예춘] 오줌싸개, 안녕
[학생] 뭐?
[예춘] 가자
[학생] 저 씨발 년이, 씨
[예춘] 쟤 원래 왕따였어
초등학교 다닐 때 교실에서 오줌 쌌거든
- [미모의 코웃음] - 그래서 애들이
다 오줌싸개라고 놀렸어
- 진짜? - 응
근데 중학교 오더니 교복 줄이고 화장하고
싹 달라졌어
그리고 일진 애들 존나 따라다녔어
어휴, 그렇게 왕따에서 해방됐고
쟤가 너 제일 괴롭히잖아
그러니까, 졸라 어이없지?
[미모] 응
졸라 웃긴다, 진짜
- [교사] 자, 서원은 - [예춘이 키득댄다]
과거 조선 시대의 덕망 있는 유학자들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 [예춘의 숨죽인 웃음] - 어, 선비들이 함께 모여서
공부하는 사립 기관이었어
[예춘의 웃음기 어린 숨소리]
- [예춘의 킥킥대는 웃음] - 야, 맨 뒤에 너희 둘
복도로 나가
인재를 길러 자신들의 학통을 이어 나가거나…
야, 쟤네 존나 꼴사납지 않냐?
- [학생1] 내가 걔한테 들었어 - [학생2] 진짜?
- [학생1] 어 - [교사] …활용하기도 했어
- 조선 시대 왕으로부터 - [학생2] 개오버 아니야?
- [교사] 인정받은 서원을… - [학생2] 진짜로?
[미모] 너
졸라 못생겼어
[코웃음 치며] 웃기고 있네
네가 더 졸라 못생겼거든?
아니, 네가 존나 더더 못생겼어
지랄, 넌 세상에서 하늘만큼 땅만큼 제일 못생겼어
[웃음]
- [밝은 음악] - [예춘, 미모의 웃음]
[계속되는 예춘, 미모의 웃음]
[예춘, 미모의 가쁜 숨소리]
- [차분한 음악] - [예춘] 근데
너희 엄마는 왜 교도소 간 거야?
[미모] 그건 왜 물어봐?
[예춘] 아니, 그냥
[미모] 사람을 죽였어
[예춘] 뭐?
왜?
너도 이제 내가 괴물처럼 보여?
[예춘의 한숨]
[예춘] 아니
[잔잔한 음악]
[예춘의 한숨]
어제 아빠가 또 깽판 쳤어
그릇이고 뭐고 다 깨졌어
[미모] 진짜?
어휴, 엄마는 또 울면서 집 나가고
난리 부루스다, 정말
[예춘이 깊은숨을 내쉰다]
[미모] 우리, 집 나갈래?
[예춘] 집?
[미모] 응
[예춘] 좋은데?
그럼 우리 둘이 살 집 한번 찾아보는 거야, 어때?
[미모] 그럼 돈이 많이 필요하지 않나?
너 돈 있어?
[예춘] 나 돈 없는데?
[미모] 뭐야 돈도 없는데 집은 무슨…
[예춘] 아, 그래도
우리 둘이 같이 살면 진짜 재미있을 거 같은데
그렇지?
[옅은 숨을 들이쉰다]
[흥미로운 음악]
[예춘의 옅은 한숨]
[숨 들이켜는 소리]
[놀란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으로 변주된다]
헐
[아기의 찢어질 듯한 울음]
[예춘 모] 예춘아!
- 예춘아! - [덜컥 문 열리는 소리]
[예춘] 아, 왜!
[예춘 모] 저, 막내 이유식 좀 먹여라
아, 나 바빠!
[예춘 모] 너 그럼 용돈 없다?
- [계속되는 아기의 울음] - [탁 문 닫히는 소리]
[예춘] 어디 있는데?
- 아, 진짜 - [예춘 부] 여기
[불평하는 소리]
- [예춘] 아 - [예춘 모] 다 입었다
- [예춘의 옅은 웃음] - [예춘 부] 여보, 옷 다 입혔으면
자기도 와서 먹어
우리 빨리빨리, 빨리 먹자, 어?
- 빨리빨리 먹고 나가야지 - 맛있냐?
- [달그락거리는 소리] - [예춘 부] 자, 먹자
아, 뭐야 저, 그거, 안내문은 다 챙겼지?
- 그거 알아? - [예춘 모] 챙겼지
내 친구가 마스크걸 딸이래
대단하지?
[한숨 쉬며] 난 미모가 너무 불쌍해
난 미모 곁에서 절대로 떠나지 않을 거야
오히려 내가 도와줘야지
[깊은 한숨]
그러려면 돈이 조금 필요하긴 한데
- [버튼 조작음] - [양 울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장난감 음성] '시프'
[옹알거리는 소리]
[계속 대화 나누는 소리]
[닭 울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치킨'
[말 울음소리가 흘러나온다]
'호스'
- [예춘 모] 맛있게 먹겠습니다 - [흥미로운 음악]
아
- [매미 울음] - [아이들의 노는 소리]
[남자] 어, 잘 굴러가네
소리?
- [탁탁 버튼 누르는 소리] - [동물 울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어, 잘 나와
[동물 울음소리가 흘러나온다]
- 어? - [버튼 조작음]
어?
[남자의 씁 들이쉬는 숨소리]
사자가 소리가 안 나네?
- 어, 어 - 그게
- [남자] 어, 사자가 - 소리가 왜 잘 안 나지?
알았어, 어
[예춘] 아, 이게 그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소리가 잘 났는데
[한숨]
그럼 3만 원에 해드릴까요?
감사합니다
- [남자] 들어가세요 - [예춘] 네
[미모] 근데 저거 팔아도 진짜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이제 걸음마 떼야 할 때거든
[예춘] 너랑 나랑 합쳐서 13만 8,000원이네?
이걸로는 턱도 없는데
[예춘의 한숨]
이제 뭐 더 팔 것도 없는데
우리 어떡하냐?
아
떡볶이 할머니한테 부탁해 볼까?
떡볶이 할머니?
[미모] 응, 예전에 나 살던 곳에
진짜 맛있는 떡볶이 차 있었다고 했잖아
나한테는 진짜 할머니 같은 분인데
고민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라고 했었거든
한번 찾아가 볼까?
그래도 난 우리 힘으로 한번 해보고 싶은데
미모야, 쪼끔만 기다려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아니야, 같이 해야지
나도 방법을 찾아볼게
응
[다가오는 발소리]
[예춘] 얘
너 잠깐 이리 와볼래?
왜요?
[흥미로운 음악]
[아이가 들뜬 숨을 내쉬며] 이거 진짜예요?
[예춘] 야, 당연히 진짜지
마음에 들어?
너 그럼 이거 만 원에 살래?
[숨을 씁 들이마시며] 원래 2만 원인데
넌 귀엽게 생겼으니까 언니가 특별히 만 원에 팔게
저 돈 없는데요?
지금 얼마 있는데?
[아이] 500원요
[예춘] 일단은 이거라도 받을게
대신 친구들한테 홍보 좀 잘해줘, 응?
네
[여자1이 웃으며] 아, 존나 웃겨
[여자2] 존나 어이없네?
요즘에도 이런 애들이 있어?
[여자3] 개어이없어, 진짜
친구야, 너 여기서 뭐 하니?
[학생1] 중딩 새끼가 초딩 삥 뜯는 거야?
좆만 한 게
아가야, 여기서 애들 삥 뜯고 그러면 안 돼요
아기야, 너 500원 챙겨서 빨리 집에 가
- [학생2] 이게 어딜 가려고 - [예춘] 아!
야, 얘 잡아
[학생들과 예춘의 실랑이 소리]
[예춘의 아파하는 신음]
- [예춘의 앓는 신음] - [다가오는 발소리]
[학생3의 비웃음]
[학생3] 꼴 좋네?
[옅은 웃음]
네가 언니들한테 꼰질렀지?
씨, 오줌싸개 주제에
- [학생3] 뭐? - [예춘] 아!
- [어두운 음악] - 이게 진짜 뒈지려고, 씨
[예춘] 너
너 자꾸 이러면 네 목숨이 위험해지는 수가 있어
목숨?
- [기가 찬 숨소리] 야 - [예춘] 아!
[학생3] 너 또 구라 치면 한 대씩 맞는다고 했지?
[예춘] 너
너 미모가 누구 딸인지 모르지?
[학생3] 미모?
김미모?
뭐, 그년이 뭐 재벌 집 딸이라도 돼?
[성난 숨소리]
[징징 진동 벨 소리]
[미모의 떨리는 숨소리]
[남자] 저기, 학생
[남자1] 네, 어떻게 오셨어요?
- [짝 때리는 소리] - [남자2] 어유
- [모미 모] 내가 캤제? - [남자2] 어유, 저기
- 마지막이라꼬 - 아유, 할머니, 할머니
-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요 - [모미 모] 내 집에서
당장 나가 뿌라, 응?
- [모미 모의 성난 숨소리] - [미모의 코웃음]
[미모] 어차피
들어갈 생각 없었어
[모미 모] 뭐라꼬?
[어두운 음악이 고조된다]
[거친 숨소리]
[경찰] 야, 야!
- [모미 모의 거친 숨소리] - 아휴
[모미 모] 아휴
[가쁜 숨소리]
[울음 섞인 숨소리]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예춘 모] 야, 너 어디 갔다 이렇게 늦게 들어와?
[탁 문 열리는 소리]
[예춘] 친구 집에서 조금 놀다 왔어
그럼 전화를 했었어야지, 전화를!
[탁 문 닫히는 소리]
[예춘] 아, 나가!
혹시 보행기 못 봤니?
[예춘] 몰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아, 나가!
[예춘 모] 못 봤대?
- [예춘 부] 못 봤대 - [예춘의 옅은 숨소리]
[예춘 모] 아니, 도대체 이게
- 어디 간 거야? - [휴대전화 진동음]
[예춘의 힘주는 소리]
어?
여보세요?
- [미모] 뭐 해? - [예춘] 나?
나 그냥 집에 있지
오늘 나 너희 집 가도 되냐?
[놀란 목소리로] 우리 집?
우리 집에는 왜?
그냥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아…
안 돼?
- 오늘 하루만 자고 나갈게 - [한숨]
아, 나도 나도 진짜 그러고 싶은데
아빠가 지금 또 깽판 쳤거든
진짜?
야, 괜찮아?
[예춘] 야, 우리 집 지금 진짜 난리야
[옅은 숨을 들이쉬며] 나야말로 집 나가고 싶어
[미모의 한숨]
미모야, 일단 오늘은 너 집에 들어가고
우리 준비되면 그때 나가자
그래
[예춘] 어
그래, 내일 학교에서 봐
- [통화 종료음] - [탁 내려놓는 소리]
[떨리는 숨소리]
아, 씨
- [어두운 음악] - [풀벌레 울음]
[탁 떨어지는 소리]
[시끌시끌한 소리]
- [솨 물소리] - [학생1] 야, 너 그 얘기 들었어?
2반의 김미모라는 애?
[학생2] 김미모? 걔가 누군데?
[학생1] 그, 얼마 전에 전학 온 애인데
걔가 마스크걸 딸이래
[학생2] 마스크걸?
그게 뭔데?
[학생1] 팡TV 사이코 연쇄 살인마
- [무거운 음악] - 방송에도 나왔었어
[학생2] 헐, 대박
[학생1] 존나 놀랍지?
그리고 걔 전학 온 이유가 뭔지 알아?
[학생2] 뭔데?
[학생1] 지 욕하는 애 연필로 찍어가지고 온 거래
[학생2] 미친, 아, 너무 싫어
사이코 살인자 딸이랑 같은 학교 다니는 거잖아
[학생1] 그래서 우리 엄마가 교육청에다가 항의할 거랬어
왜 그런 애가 아직도 여기 남아있냐고
[고조되는 음악]
- [교사] 강정국 - [정국] 네
- [교사] 김나래 - [나래] 네
[교사] 김미모
예춘아, 미모 안 왔니?
저도 잘 모르겠어요
[교사의 옅은 한숨]
- [교사] 김진홍 - [진홍] 네
- [교사] 김하은 - [하은] 네
[똑똑 노크 소리]
[드르륵, 탁 문 열리는 소리]
[한숨]
[교사가 작은 소리로] 잠시만요
예춘아
- [예춘] 네? - [교사] 잠깐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할까?
[교사] 미모 할머니 말씀이
미모가 어제부터 집에 안 들어왔다고 하시던데
너 혹시 아는 거 없니?
네가 미모랑 제일 친하게 지내잖아
그렇긴 한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 [왁자지껄한 소리] - [의미심장한 음악]
[예춘의 다급한 숨소리]
- [탁탁 발소리] - [예춘의 가쁜 숨소리]
[매미 울음]
[통화 연결음]
-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 [예춘의 한숨]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 [예춘의 쯧 혀 차는 소리] - [통화 연결음]
- [계속되는 통화 연결음] - [한숨]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냐
[한숨]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예춘 부] 예춘아!
- [아이1] 언니! - [예춘 부의 웃음]
- [예춘] 어… - [예춘 모] 뭐야
너 표정이 왜 그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니야
[예춘 부] 네가 좋아하는 치킨 샀어
- 가자 - [아이2] 가자
- 닭고기 - [예춘 모] 두 마리나 샀다
- [아이2] 다 샀다 - [예춘 모] 가자
- [예춘 부] 치킨 파티다! - [예춘 모, 아이1] 예!
[예춘 모가 웃으며] 그저께도 했잖아
[예춘 부] 에이
우리 딸이 좋아하는데 매일 할 수 있지!
[예춘 부, 예춘 모의 웃음]
- [예춘 모] 그럼 매일 하자 - [예춘 부] 가자
[예춘 모] 매일 해, 내일도 먹자!
[예춘 모의 웃음]
[달그락거리는 소리]
[예춘 모] 너 왜 이렇게 못 먹어?
[예춘 부] 응 닭 다리 오늘 너 줄게
- 원래 내기해서 주는 건데 - [휴대전화 진동음]
오늘은 특별히 너 준다
아니야, 아니야, 나 배불러 더 이상은 못 먹겠어
[예춘 부] 벌써? 야, 그러면 내가 먹는다!
야, 김미모, 너 어디야?
[미모] 너 잠깐 좀 나올 수 있어?
어, 그럼, 너 어디인데?
아, 거기, 굴다리? 야, 알았어, 너 딱 기다려
[예춘] 야, 김미모!
[예춘의 가쁜 숨소리]
야
[숨을 헐떡이며] 야, 너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전화기는 대체 왜 꺼놓은 거야?
[예춘의 콜록대는 소리]
[예춘이 가쁜 숨을 몰아쉰다]
뭐야?
너 왜 그렇게 쳐다봐?
[예춘의 헐떡이는 숨소리]
미모야
- [불안한 음악] - 야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야, 뭐가?
소문 퍼트린 거 너지?
[예춘] 소문?
야, 무슨 소리야?
- 네가 내 소문 퍼트렸잖아! - [예춘] 무슨 소문?
- [미모의 성난 숨소리] - [예춘의 아파하는 소리]
[예춘의 아파하는 신음]
[미모]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나한테!
[예춘] 아, 잠깐만 아, 미모야, 왜 이래!
- [고조되는 음악] - 아, 그만해, 아!
[미모] 그리고 너는 거짓말했잖아 이 나쁜 년아!
[예춘] 미모야, 잠깐만 내 얘기 좀 들어봐
- 나 네 소문 안 냈어 - [미모] 닥쳐, 이 배신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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