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서가 왜 그럴까 6
김 비서
네?
아까
다시는 흔들지 말라 그랬지?
네, 그게… [당황한 신음]
나
김 비서 흔들고 싶어
네? 아, 그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날카로운 효과음]
[음산한 음악]
(소년) 이러지 마요, 제발!
(여자) 그 대신 네가 내 마지막을 봐 줘
(소년) 안 돼!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당황하는 숨소리]
[한숨]
[놀란 신음]
김 비서!
[날카로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김 비서
(영준) 내가 설명할게, 설명할 수 있어
- (영준) 이건 말이지… - (미소) 이제야 기억이 났네요
부회장님이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당황한 신음]
무슨 말이지?
(미소) 거울 속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나르시시스트
본인 외의 모든 인간들은 그저 다 병풍
'감히 네가 날 넘봐?'
방금 그런 생각 든 거죠? 그래서 날 밀친 거죠?
(영준) 김… [미소의 헛웃음]
김 비서, 오해야 그런 거 절대 아니라고
근데 부회장님, 그거 아세요?
이제부터 누군가가
'김 비서, 첫 키스는 언제였어?'라고 물으면
전 유치원 다닐 때
옆 반 병아리 반 상철이가 장난으로 뽀뽀한 거랑 지금이랑
둘 중에서 고민해야 된다는 걸 [으르렁거리는 효과음]
[미소의 기가 찬 숨소리]
(영준) 김 비서…
- (미소) 부회장님? - (영준) 응?
저 내일 하루 쉬겠습니다
- (영준) 뭐? - 부회장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요
그럼
(영준) 잠깐 거기 서 봐, 김 비서
아, 그리고 저 지금 퇴근할 건데요?
[날카로운 효과음]
절대 따라오지 마세요
[음산한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긴장한 숨소리]
그래도 김 비서가 아무것도 눈치 못 챘으니 다행…
은 무슨
이게 아니잖아 [답답한 한숨]
[한숨]
[강조되는 효과음]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미소의 한숨]
(필남) 그래서
입술이 닿자마자 의자를 밀쳤다는 거지?
어! 그래서 내가
[익살스러운 효과음]
인터넷에서 봤는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 진짜 황당하더라고
언니들은 알겠어? 대체 그 남자가 왜 그랬는지?
어, 성욕 장애 같은데, 그거?
어? 서, 성? 어?
아, 놀랄 것도 없어
(말희) 우리 비뇨기과에 그런 문제로 상담 오는 젊은 사람들 많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자신도 모르게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 (말희) 뭐, 그런 - 어, 언닌 무슨 그런 소리를 해
왜? 성 기능 저하가 뭐, 죄니?
[미소의 헛기침]
[익살스러운 효과음]
내 생각에는 정신적인 문제 같은데?
(미소) 뭐?
키스 직전에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는 거 보니까
여자나 키스에 대한 트라우마 같은데? 그래서 거부 반응이 일어난 거고
트라우마?
[고양이 울음] - (필남) 아, 그럼 2차 갈까? 어? - (말희) 아, 고, 고!
[말희의 웃음]
(미소) 언니들, 스톱
난 여기까지만 함께할게
뭐야? 한잔 더 해야지!
봐줘라, 나 내일 월차 썼댔잖아
아이, 그러니까 더 마셔야지, 죽도록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오겠니… [강조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 안 돼
내 꿀 같은 휴가를 숙취로 보낼 순 없어
나 내일 엄청 재밌게 놀 거거든
그럼 나 간다
[필남의 한숨]
[말희의 아쉬운 한숨]
조심히 들어가!
아까 미소가 인터넷에서 봤다는 그 얘기 말이야
아무래도 미소랑 부회장 얘기 같아
미소랑 부회장?
그러면은 재벌이 성 기능 저하라고?
재벌은 뭐, 성 기능 저하면 안 되니?
(필남) 아유, 좀! 씨… [말희의 놀란 신음]
지금 그게 중요해, 지금?
두 사람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게 중요하지
[말희의 한숨]
[풀벌레 울음]
(필남) 키스 직전에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는 거 보니까
여자나 키스에 대한 트라우마 같은데?
어쩌면
정말 뭔가 이유가 있을지도 몰라
[흥미로운 음악]
있으면 뭐?
허, 참 나, 웃기지도… [당황한 웃음]
(영준) 김 비서
나랑 키스할 생각에 기대 많이 했을 텐데…
(영준)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겠지 이해해
[못마땅한 신음]
(영준)
'심플 이즈 베스트'
[헛웃음]
역시 처음이 어렵지 그 후에는 별거 아니군
미안하다는 말
이제 어렵지 않군
[깊은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풀벌레 울음] [밤새 울음]
[흥미진진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바람 소리 효과음]
[으르렁거리는 효과음]
[당황한 신음]
[메시지 수신음]
어? [영준의 헛기침]
(미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니, 무슨 일이 있었냐니
스위트하면서도 역동적이었던 그 시간을 없던 일로 하겠다는 건가?
해석하기 힘든 문장이군 [초조한 숨소리]
어떡하지? [흥미로운 효과음]
[개구리 울음] [밤새 울음]
[새가 지저귄다]
[영준의 한숨]
(가사 도우미) 비서님 오셨습니다 [휙 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뭐야?
오늘 쉰다더니 왜 온 거지?
하긴, 김 비서도 마음이 불편했을 거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준) 양 비서가 아침부터 왜…
[익살스러운 효과음]
늘 밖에서 기다리지 않았었나?
(철) 아, 예
오늘 김 비서가 못 나온다고 해서 저더러
부회장님 넥타이를 매 드리라 하셨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뭐?
김 비서가 없으면 해 드릴 사람이 없다고
[흥미로운 음악]
- (철) 자 - (영준) 아, 안 돼!
멈춰!
가까이 오지 마
잘할 수 있습니다
안 돼
[익살스러운 효과음]
가만히
(철)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만족하는 신음]
오늘은 내가 분 단위로 세세하게 쪼개서 제대로 놀아 줄 거야
일단 제일 먼저 가야 할 곳은 놀이공원…
[밝은 음악]
부회장님 [미소의 웃음]
[미소의 웃음]
[한숨]
(영준) 그동안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고 해서 주는
[휙 하는 효과음] 소 인형이야
[웃음]
[휙 하는 효과음] 이름은
'수고했소'
수고했소 오늘은 너랑 나랑 얼굴 보지 말자
널 보면 자꾸 누군가가 떠올라서
응?
(미소) 어머! [당황하는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소 울음 효과음]
[민망한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짜증 섞인 신음]
눈을 왜 감은 거야, 눈을, 아…
아, 창피해 [짜증 섞인 신음]
[씩씩거린다]
(영옥) 알겠습니다 [지아의 가쁜 숨소리]
(지아) [숨을 헐떡이며] 늦어서 죄송합니다!
(준환) 아, 이런
지아 씨 무려 14분이나 늦었네요?
- (지아) 아, 죄송합니다 - (치인) 자기야
아, 김 비서님 안 계신다고 벌써 농땡이 부리는 기가?
그게 아니라
지난주에 저희 집이 양평으로 이사를 해서
회사랑 많이 멀어졌거든요
저기
안 궁금한 지아 씨 집 얘기는 그만하시고 업무 준비하시죠
네
[영옥이 숨을 후 내뱉는다]
(지아) 저 이따 부동산 가서 집 알아보려고요
회사 근처로 독립할 생각이거든요 아, 그럼 다시는 지각 안 할 거예요
역시나 안 궁금한 지아 씨 주거 형태 얘기 그만하시고
업무 준비하시죠
네
[세라의 성난 한숨] [영옥의 헛기침]
[세라가 키보드를 탁탁 친다]
아, 근데 김 비서님은 왜 월차 쓴 거래요?
글쎄, 씁
- 아, 무슨 일 있는 긴가? - (영준) 아무 일 없습니다
(세라) 오셨습니까?
(영준) 자리에 없는 사람 얘기하지 마시고
공백 느껴지지 않게 다들 잘들 해 주시죠
- (준환) 네 - (세라) 네, 걱정하지 마세요
- (세라) 다녀올게요, 네 - (준환) 다녀오세요
(치인) 자, 일들 해 [익살스러운 효과음]
[세라의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세라) 아, 비켜요 [세라의 당황한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아) 어! 안녕하십니까?
[부드러운 음악]
[한숨]
[아이들과 엄마들이 화기애애하다]
[한숨]
심심하다
[바닥을 툭툭 찬다]
[통화 연결음]
지은아, 뭐 해? 오늘 시간 되면 얼굴이나 볼까?
아, 어린이집 엄마들 모임?
은민아, 뭐 해? 시간 되면 우리…
아, 얼굴에 필러 맞으러 갔다고?
그래, 예쁘게 맞아라
[통화 종료음] [코를 훌쩍인다]
[한숨]
나 이제 회사 그만두면 뭐 하고 사냐?
(미소)
그래, 그 오빠부터 찾자, 꼭
[사무실이 분주하다]
안녕하세요?
누구세요?
(치인) 아! 저번에 그 부회장님 만나러 오신 그분이시죠?
아, 네
[강조되는 효과음]
북 콘서트 작가님이세요?
아, 예 [치인의 놀란 신음]
모르페우스 님?
[직원들의 놀란 숨소리] (영옥) 어머머, 모르페…
아, 네, 뭐…
(세라) 안녕하세요?
저 모페 님 팬이에요 [세라의 웃음]
(영옥) 이렇게 모페 님 실물 뵙는 거 너무 영광입니다
[세라와 영옥의 들뜬 신음] (영준) 무슨 일이지?
[세라의 놀란 신음]
아, 그럼
- (영옥) 네 - (세라) 아, 네
[세라의 탄성]
(세라) 어머나, 세상에
모페 님 왜 그동안 얼굴을 감췄는지 이제 알겠네
외모가 글에 묻힐까 봐 그랬나 봐 [영옥이 호응한다]
신비주의 벗어나는 순간!
[떨리는 목소리로] 아, 심쿵 주의네
완전 멋져요
(영옥) 베스트셀러 작가 포스가 빡 느껴지지 않았어요?
아, 근데 난 저 사람 소설 별로던데?
(준환) 여자들만 좋아하는 거 아닌가?
(영옥) 뭔 소리예요, 다들 좋아하니까 베스트셀러 작가죠, 어?
맞아요 첫 페이지 펼치고 휘릭 하면 끝 페이지 [영옥이 호응한다]
시간 순삭이거든요
[의미심장한 음악] 근데 모페 님 지난번에도 오시고 오늘도 오시고
부회장님이랑 친한 사이인가?
(영옥) 음, 아닌 거 같은데?
지금 보니까 분위기 좀 싸하지 않았어요?
(세라) 씁, 그런 거 같기도 하고
근데 대체 무슨 사이지?
내는 안다
저 둘의 엄청난 비밀을
있제
저 두 사람
형제다 [함께 놀란다]
모르페우스 작가님이
유명그룹 장남이라고
(성연) 기획 팀 회의 하다 들렀어
기획안 보니까 콘셉트가 나쁘지 않더라고
나한테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돼
회사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중 하나일 뿐이거든
꼭 그렇게 말해야 돼?
사실이니까
[한숨]
그래, 뭐
(성연) 대단하신 너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거겠지
근데
아버지, 어머니는 아닌 거 같던데?
[무거운 음악]
두 분 다 엄청 좋아하셔 우리가 같이 일하게 된 거
그래서 왔어
우리가 화해한 줄 알고 좋아하시던데
앞으로는 괜한 분란 만들지 말자는 얘기 하려고
그건 스스로한테 해야 되는 얘기 아닌가?
뭐?
분란을 만드는 건 내가 아니니까
[못마땅한 숨소리]
[성연의 한숨]
(성연) 김미소 씨는 어디 가셨나요?
[떨리는 목소리로] 아, 오늘 월차 쓰셨어요
아…
(지아) 저, 저 작가님 팬클럽 모르폐인 1기인데
아이디는 '모페에게 반했지아'고요
[성연의 옅은 웃음] 혹시 기억하세요? 저 카페에 글도 엄청 많이 올렸는데
죄송해요, 앞으로 기억할게요
[울먹이며] 저도 기억할게요, 영원히
(세라) 작가 선생님!
저희 사인 좀 해 주시면 안 돼요?
- (세라) 봉세라요 - (영옥) 이영옥요
저, 저도요
(치인) 저도요! [익살스러운 음악]
사인 부탁드립니다
(세라) 어머머, 그건 또 언제 사셨대?
(영옥) 허, 비닐도 안 뜯으셨어 [세라의 헛웃음]
- (세라) 봉세라 - (성연) 아, 네
[성연의 웃음] (영옥) 이영옥
'모페에게 반했지아'
- (치인) 좀 나와 - (영옥) 아!
(치인) 사인 부탁드립니다
(성연) 아, 아…
[직원들이 소란스럽다]
(영옥) 네, 감사합니다 [직원들이 저마다 말한다]
오늘 월차 쓰길 잘했군
[직원들의 신난 웃음]
[들뜬 신음] [카메라 셔터음]
[휴대전화 진동음]
어?
(지아) 네, 김 비서님
아…
어, 스케줄 조정해 놓을게요, 네
근데 오늘 휴가인데 뭐 하세요?
네? 아, 왜 집에만 계세요?
아, 아무튼 알겠습니다 또 시키실 것 있으면 전화 주세요
네
으음, 오늘 같은 날 놀러 가시지
[놀란 신음]
(지아) 뭐 필요하신 거라도?
오늘 일정 다 취소하세요 급한 일이 생겨서
(지아) 네
[한숨 쉬며] 답장도 없고 할 일도 없고
(미소) 따지고 보면 오늘 같은 날
만날 사람 없는 것도 계획 하나 못 세우는 것도
다 부회장님 때문 아니야? [성난 숨소리]
하, 부회장님한테 다 맞추고 사느라…
- 아, 진짜, 부회장! - (영준) 나 불렀나?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머, 어, 부회, 부회장
아, 아니, 부회장님이 여, 여긴 어떻게…
[미소의 당황한 신음]
지금 이렇게 내 생각 하고 있을 것 같아서 친히 와 주셨지
이 부회장이
[헛기침]
우리 오늘 같이 놀까?
- 네? - 나도 월차 썼거든
김 비서랑 같이 놀아 주려고
[어이없는 웃음]
안 놀아 주셔도 돼요
저 바빠요, 오늘
(영준) 그냥 이렇게 동네나 돌아다니는 거 같은데 뭐가 바쁘다는 거지?
동네 돌아다니느라 바빠요
(영준) 뭐?
저 집에 있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김지아 비서랑 통화하는 거 들었어
솔직히 속으로 내가 찾아와 주길 내심 바랐지?
[어이없는 웃음]
모든 면에서 뛰어나신 우리 부회장님 착각도 뛰어나시네요?
모든 면에서 뛰어난 날 믿고 맡겨 봐
오늘은 내가 즐겁게 해 줄 테니
저 오늘 바빠요
음, 이제 이 동네 말고 좀 멀리 나갈 생각이에요
그 옷으로?
[바람 소리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나한테 만회할 기회를 줘
내가 특별히 김 비서를 위해서
(영준) 계획표도 작성해 봤어, 자
'프리미엄 라운지 레스토랑에서 관현악단의 연주를 들으며 식사'
'요트에 승선, 크루즈 타임'
'강변에서 헬기를 타고 공항으로 신속하게 이동 후'
'전용기로 일본행'
'야식으로 간단하게 스시를 먹고 귀국'
(미소) 잠깐만요
저는 절대 그럴 생각이 없거든요?
왜지?
오늘은 제 휴가니까요
(미소) 제 마음대로 보낼 거예요
절대 부회장님께 맞추지 않을 거라고요
그럼 내가 맞춰 주지, 오늘은
[당황한 숨소리]
- 못 맞추실 거예요 - 맞춰
- 못 맞춰요 - 맞춘대도?
[발랄한 음악]
그렇다면
(영준) 뭐?
버스 여행을 하자고?
네
(영준) 아니, 유럽 여행도 아니고 지중해 여행도 아니고
그냥 아무 버스나 타고 서울 시내 한 바퀴를 도는
- 그런 여행 말하는 건가? - (미소) 네
[영준의 어이없는 한숨]
(영준) 김 비서
씁, 괜히 나한테 반기 들 생각 하지 말고 정말로 하고 싶은 걸로 해
정말로 하고 싶은 거예요
출퇴근길에 만원 버스 타고 다니면서
꼭 한 번쯤은 이런 대낮에 별다른 목적 없이 끝까지
쭉 가 보고 싶다는 생각 하거든요
[헛웃음]
근데 부회장님은 힘드시겠죠? [휙 하는 효과음]
(미소) 모르는 사람이 운전하는 차 타기 싫어하시잖아요
그래서 대리운전도 꼭 저 시키시고
[입소리를 쩝 낸다] 아무래도 부회장님은 힘드시겠죠?
[영준의 한숨] [경쾌한 음악]
[타이어 마찰음]
어, 가지
정말로 타시게요?
말했잖아 오늘은 김 비서한테 맞춘다고
(미소) 정말요?
아, 오늘은 제가 쏠게요
두 명요
[교통 카드 인식음] [안내 음성] 잔액이 부족합니다
아니, 이런 수치스러운 정보까지 알려 주는 건가?
제가 낼게요
(미소) 여기요
나 같은 장신은 고려하지 않은 저중심 위주의 설계군
이거 잡으세요
아!
[영준의 헛기침] [버저가 울린다]
(영준) 어, 김 비서, 여기 앉지
아, 부회장님이 앉…
지 말고 제가 앉을게요
[타이어 마찰음] [강조되는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버스 문이 쉭 열린다]
- (승객1) 야, 봤어? - (승객2) 대박
(승객1) 하체 부실 [교통 카드 인식음]
[승객들의 웃음]
이럴 거면 아까 부회장님이 앉지 그랬어요?
[버스 문이 쉭 닫힌다]
(승객2) 다리에 힘이 없나 봐
[버스 주행음]
[세라의 탄성] (치인) 와, 해도 아직 안 졌네, 응?
- (지아) 네 - (세라) 그러니까
(치인) 아따, 이거 날씨도 더운데 우리 다 같이 치맥 한잔 콜?
(지아) 아, 전 안 될 거 같은데… [지아의 웃음]
저 부동산에 집 보러 가기로 해서요 [치인이 호응한다]
- (지아)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 (세라) 그래요, 가요
(치인) 그럼 뭐, 우리끼리라도 한잔 콜?
됐거든요! 치맥은 무슨
(세라) 어머! 고귀남 대리님!
우리 저기 가서 치맥 한잔할 건데 같이 가실래요?
응? 방금 치맥 안 묵는다면서?
제가 언제요? [세라의 웃음]
같이 가실 거죠?
하루 종일 쌓인 업무 피로도 확 풀 겸요! [웃음]
저는 피로를 푸는 데는 일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귀남) 완벽하게 일을 끝내는 것만큼 피로가 싹 날아가는 것도 없으니까요
그럼, 드세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세라) 그럼 다음에라도…
(치인) 그러면 할 수 없지, 뭐 자, 우리끼리라도 얼른
- 치맥 먹으러 가자 - (세라) 됐거든요
아, 방금 뭐, 더위도 식힐 겸 해 갖고 치맥 한잔 똑 하자면서?
내가, 내가 언제!
고귀남 씨랑 똑 한댔지 부장님이랑 칵 한다 그랬어요?
하여튼 눈치는 눈곱만큼도 없어 진짜, 씨!
(세라) 쯧! 아휴, 씨! 아
아, 저 봉 과장 저걸
[입소리를 빡 낸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진짜, 씨
(지아) 아휴
집 깨끗하고 좋네요
바로 입주 가능하죠?
(중개인) 그럼요
참, 옥상도 한번 가 볼래요? 전망 죽이는데 [지아의 기분 좋은 한숨]
아, 저도 옥상 쓸 수 있어요?
그럼, 옥상은 공용이에요
(중개인) 저기 옥탑 사는 총각은
텃밭 만들어 갖고 상추랑 방울토마토도 키우고 그러더라고
아, 엄청 부지런하신 분인가 봐요
부지런하기도 하고 알뜰하기도 하고
(중개인) 어찌나 생활력이 강한지
그 옥탑도 원래 1000에 50이었는데 엄청 얘기해서 42로 깎은 거예요
어, 그래요? [휴대전화 진동음]
어, 나 전화받고 갈게 먼저 올라가서 구경하고 있어요
네
[기분 좋은 한숨]
[지아의 웃음]
(귀남) 아, 또 떨어졌네
옷 한 벌 가지고 돌려 입으려니까 쯧, 남아나질 않는구나
너도 애쓴다, 애써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아) 어!
[귀남의 놀란 신음]
고, 고귀…
[익살스러운 음악]
(귀남) 이 사, 이 사람이 진짜!
뭡니까?
지금, 지금 나 따라온 겁니까? 예?
네? 그게 아니고…
(귀남) 그래요, 나 옷 한 벌뿐입니다
그게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여기까지 미행한 겁니까?
오, 저 미행한 거 아니에요 저 여기 집 보러 온 거예요
저도 이 오피스텔에 살려고
예?
(귀남) 아… [지아의 어색한 웃음]
(지아) 그럼 전 이만
잠깐만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귀남의 한숨]
[리드미컬한 음악]
(귀남) 워커홀릭, 킹카
유명그룹에서 갖고 싶은 남자 인기투표 1위인 내 이미지 망치면
나 안 참습니다
[지퍼를 직 잠그는 효과음]
아, 걱정 마세요
[호응하는 신음]
(지아) 근데 저 궁금한 게 있는데
단추는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분명히 그때 단추 떨어뜨리셨는데
단추는 말이죠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흥미진진한 음악]
미리 많이 사 뒀거든요
[강조되는 효과음] [옅은 웃음]
[종소리 효과음] [지아의 당황한 신음]
[지퍼를 직 잠그는 효과음]
[휙 하는 효과음] [웃음]
(영준) 도대체 얼마나 맛있는 걸 드시려고 이렇게 멀리까지 오는 거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에요
저기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영준이 코를 훌쩍인다]
'껍데기는 가라'
정말 집에 가고 싶은 비주얼이군
(미소) 그럼 집에 가시든가요
(영준) 갈 거야, 김 비서가 가는 곳으로
말했잖아, 오늘은 내가 다 맞춘다고
[피식 웃는다]
[밝은 음악]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미소) 이모, 여기 껍데기 2인분요
(사장) 네
[지글거린다]
드세요
[웃음]
[민망한 웃음]
[영준의 헛웃음] [미소의 웃음]
[테이블이 쿵 울린다] (미소) 어머!
지금 제가 껍데기 안 드렸다고 발로 차신 거예요?
(영준) 그, 그럴 리가, 오해야, 김 비서
근데
여기 김 비서가 좋아하는 곳인가?
좋아한다기보단
아빠랑 언니들이랑 같이 외식하면 꼭 여기 왔었거든요
(미소) 아빠도 그렇고 빚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인데
언감생심 다 같이 한우를 먹으러 갈 수는 없잖아요?
그렇군
[입소리를 쩝 낸다]
아버님은 어떤 분이시지?
오늘따라 질문이 많으시네요?
로커세요
[전자 기타 효과음]
뭐? [미소의 웃음]
밴드의 기타리스트예요
(미소) 아빠가 낙원상가에서 악기 가게 하다가
사기 크게 당했다는 얘기는 제가 했었죠?
[젓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들었어
그래서 김 비서가 사회생활 일찍 시작했다고 했지
[잔잔한 음악] 네
그 후로 언니들 학비 대겠다고
어설프게 막노동에 뛰어들었다 다치시기도 하고
한 방 크게 터뜨리시겠다고
사채 빚 끌어다가 다른 의미로 한 방 크게 터뜨리시고
(미소) 그게 다 적성에 안 맞는 일 억지로 하다가
그렇게 된 거 아니겠어요?
그래도 지금은 아빠도 하고 싶은 일 하고 있고
언니들도 각자 꿈 이뤘으니 다행이죠, 뭐
그동안 가족들이 원망스럽진 않았나?
아니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요, 뭐
[미소가 집게를 탁탁거린다]
사람들은 손해 보는 인생
희생하는 삶이 가치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지
(영준) 그건 그냥 손해 보는 거고
희생하면서 나 자신을 잃는 것뿐이지
어떤 순간에도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야
어떤 순간에도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하고 우선이라는 걸 절대 잊지 마
[피식 웃는다]
왜 웃지?
9년이라는 세월이 길긴 길었나 봐요
부회장님의 그 자기애의 결정체 같은 말이
위안이 되는 거 보니까
자기애의 결정체라니?
실례군
[피식 웃는다]
[집게를 탁 들며] 드세요
[지글지글 소리가 난다] [미소가 집게를 탁탁거린다]
(영준) 씁, 이리 줘 봐, 내가 굽지
(미소) 네?
(영준) 휴가잖아
김 비서한테 맞추기로 했으니까 이것 또한 내가 해 보도록 하지
아…
[피식한다]
[영준이 살짝 웃는다]
자, 그럼 김 비서가 하고 싶은 다음 순서는 뭐지?
글쎄요?
[게임기 작동음] (미소) 어?
[미소의 웃음]
오, 귀엽다
여전히 인형을 좋아하는군
제가 인형 좋아한다는 얘기도 했던가요?
(영준) 설문 조사 했었잖아
호감 가는 이성에게 큰 인형 받고 싶다고
아, 맞는다, 그런 일도 있었죠? [웃음]
저, 이거 한 판만 해 봐도 될까요?
물론이지
[게임기 작동음]
(미소) 간다
[미소가 버튼을 달칵 누른다]
좋았어!
[함께 아쉬워한다]
[피식하며] 첫판이라
[버튼을 달칵 누르며] 오늘은 너다
[영준의 탄식] [미소의 웃음]
너무 아깝다, 오늘 손이 안 풀리네 [영준의 한숨]
[경쾌한 음악]
[버튼을 달칵 누르며] 이번에는 됐다
[함께 안타까워한다]
[미소의 아쉬워하는 신음]
(영준) 김 비서, 비켜 봐 [휙 하는 효과음]
지켜만 보니까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군
이게 은근히 어렵거든요 뽑는 게 쉬운 게 아니랍니다
(영준) 구경하는 동안 원리를 파악했어 중요한 건
각도와
[익살스러운 효과음]
타이밍이야
바로 이렇게
[반짝이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소가 킥킥 웃는다]
기계의 원리를 아는 것과 실전은 다른가 봐요
설명하느라 집중을 못 해서 그래
[경쾌한 음악] [미소의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정확한 각도와 냉정한 타이밍 바로 지금이야 [버튼을 탁 누른다]
[영준의 멋쩍은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준의 탄식]
[미소의 웃음] [멋쩍은 웃음]
바로 갑니다
[미소의 웃음]
[초조한 신음]
[영준의 탄식]
[영준의 힘주는 신음]
제발, 제발, 제발!
[미소의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딱 한 판만, 김 비서
돼야 돼, 돼야 돼! [미소의 아쉬워하는 신음]
(함께) 됐… [영준과 미소의 탄식]
[영준의 짜증 섞인 한숨]
(영준) 이 기계 얼마야?
(미소) 부회장님
이제 그만 가시죠
이 기계 얼마…
(영준) 저, 현금을 더 찾아서 다시 한번 가 보는…
아니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영준의 아쉬워하는 신음]
[미소가 풉 웃는다]
내일은 출근하는 거지?
당연하죠
내일부터는 다시 부회장님께 맞추는 일상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살짝 웃는다]
[잔잔한 음악]
그럼 내일 보자고
네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새가 지저귄다]
[소 울음 효과음]
[소 울음 효과음]
[입소리를 쩝 낸다]
수고했소, 오늘도 집 잘 지켜라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어, 기자님, 잘 지내셨어요?
(병은) 네, 미소 씨
저 아주 슬기롭고 명랑하게 씩씩하게 아주 잘 지냈어요
[미소가 호응한다] 어제는 제가 취재 현장에 나가 있느라 연락이 늦었습니다, 그, 죄송하고요
아, 저번에 그, 말씀하신 94년도 어린이 유괴 사건 말인데요
네
(병은) 그, 미소 씨가 찾는 사건은 아닌 거 같긴 하지만
94년도에 유명그룹 회장님 아들이 사흘간 유괴된 적이 있더라고요
[의미심장한 음악] 지금은 유명랜드가 된 재개발 지구에서요
재개발 지구에서요?
(병은) 예, 그룹 차원에서 취재를 차단하는 바람에
당시 4학년이었다는 것 말고는 정보가 없는데
근데 또 찾아보니까요
장남 나이가 그때 4학년이더라고요
그렇게 즐거운 시절은 아니었어 4학년 때
(미소) [웃으며] 부회장님
9살이면 2학년입니다
4학년 맞았어
너무 똑똑해서 2년 월반하는 바람에
형이랑 같은 반이었거든
[놀란 숨소리]
아니요, 저희 부회장님도 그때 4학년이었어요
[자동차 경적]
[자동차 경적]
김 비서!
무슨 생각 해?
어, 안녕하세요?
타, 얼른
[안전벨트를 달칵 채운다]
예, 출발하실게요
저기, 박 사장님
(유식) 뭐? 유괴?
네
혹시 부회장님께 들으신 게 있나 해서요
씁, 아, 오너하고 친한 친구로 지낸 세월은 꽤 됐는데
영준이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은 없는데?
어린 시절 얘기를 한 것도 손에 꼽을 정도고
그럼 모르신다는 말씀이시군요
(유식) 응
씁, 근데
이 사건에 대해서 왜 알아보게 된 건지 물어봐도 되나?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제가 하루 동안
어떤 빈집에 갇혀 있었던 거 같아요
(유식) 응?
[잔잔한 음악]
그때 제 옆에 어떤 오빠가 있었는데
그게 아무래도
부회장님인 거 같아요
[숨을 씁 들이켠다]
어, 그때 영준이하고 형 둘 다 4학년이었다며
혹시 이름은 못 들었어?
들었는데
기억이 잘…
근데 그게 왜 영준이라고 생각하지?
[떨리는 목소리로] 김미소 씨
(미소) 네
거미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싫다 그랬지?
나한텐 케이블 타이가 그런 존재야 [떨리는 숨소리]
그러니까 앞으로 그거 쓰지 말아 줘
부탁이야
(미소) 아까부터 되긴 뭐가 됐다고 그러시는… [영준의 당황한 신음]
(미소) 어쩐지
느낌이 그래요
씁, 아, 차라리
영준이한테 직접 물어보는 건 어때?
물론 그런 생각도 했었죠
그렇지만
지금껏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는 건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좋은 일도 아니고
상처일 수도 있는데 못 물어보겠어요
그냥 어린 시절 오빠 찾은 걸로 만족하죠, 뭐
[숨을 깊게 들이켠다]
[미소가 가방을 집는다]
(미소) 아, 그리고…
지금 이 얘기들은 못 들은 걸로 해 주세요
에이, 그거는 걱정하지 마
김 비서 말대로 영준이가 9년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는 건
뭐, 이유가 있었을 테니까
[문이 달칵 닫힌다]
(지아) 어? 김 비서님 [지아의 반가운 웃음]
어제 휴가 잘 보내셨어요?
네, 뭐 [웃음]
(지아) 아, 부회장님 오늘 일찍 나오셨더라고요
어제 쉬셔서 처리할 일 많으시다고
[웃음]
[감성적인 음악]
[키보드를 탁탁 누른다]
[서류를 팔랑 넘긴다]
왜 저렇게 보는 거지?
잘생긴 얼굴 닳겠군
쯧, 하긴 남들이 쳐다봐서 닳는 거면 진작에 소멸됐겠지
[웃음]
[피식 웃는다] [키보드를 탁탁 누른다]
부르셨습니까, 부회장님?
어, 김 비서 내 서재에 책이 넘쳐서 말이야
안 읽는 책들 좀 정리할까 하는데 도와줄 수 있나?
물론입니다
언제 시간 괜찮지?
언제든지요
- 오늘 밤 어때? - 좋습니다
왜 이렇게 협조적이지?
부회장님이 제게 힘이 돼 주신 만큼 저도 뭐든 하려고요
뭐?
부회장님
뭐, 할 말이라도?
다시 만나 너무 기쁩니다
나도
그럼
[문이 달칵 닫힌다]
어젯밤에 헤어졌는데 다시 만나서 기쁠 정도로
나한테 푹 빠진 건가?
[웃음]
[키보드 조작음]
[어색한 웃음]
[지아가 말한다]
[지아와 세라의 웃음] (세라) 진짜?
- (세라) 아, 미치겠다 - (귀남) 뭐야?
(귀남) 왜 웃는 거지?
(세라) 어, 너무 싫어
혹시 내 얘기 하나?
[지아와 세라의 웃음]
아니, 믿기 힘들겠지만 정말 하나뿐이더라고요
(귀남) 김지아 씨
(세라) 어머, 깜… [세라의 놀란 신음]
[성난 신음] 나 좀 보시죠
(지아) 아, 네? 아니, 왜, 왜 그러세…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것들이 진짜…
[귀남의 성난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방금 제 얘기 했죠?
네? 아닌데요?
아니긴요, 분명히 들었는데
(귀남) '믿기 힘드시겠지만 정말 하나뿐이더라고요'
했잖아요! 그거 내 정장 하나뿐이란 얘기잖아요
아니에요
(지아) 아, 그거
저희 인턴이 구내식당에서 밥 먹고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길래
믿기 힘들겠지만
회사 구내식당에 호텔 출신 셰프가 계신 건
우리 유명그룹 하나뿐이라고 얘기한 거예요
그럼 아까 저 보고 왜 웃은 겁니까?
저 원래 웃는 상이에요, 이렇게 [반짝이는 효과음]
(귀남) 하, 참
[귀남이 숨을 후 내뱉는다]
아무튼 조심하세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계속해서
주시할 겁니다
[흥미로운 음악] [지아의 기가 찬 신음]
(세라) 뭐야?
둘이 지금 무슨 얘기 한 거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니긴
지아 씨, 혹시 고귀남 씨랑 [익살스러운 효과음]
[종소리 효과음] 썸 타는 거야?
썸 타는 게 아니라 속이 타네요
(세라) 뭐래? 내가 속이 다 탄다 [세라가 구시렁거린다]
[음산한 효과음] [지퍼를 직 잠그는 효과음]
[어이없는 한숨]
[날카로운 효과음]
(세라) 뭐라는 거야, 또
[어이없는 한숨] [세라의 한숨]
[문이 달칵 여닫힌다]
(미소) 오찬 약속 나가시는 거죠?
차 대기시켜 놨습니다
개인적인 약속이니까
김 비서는 따라오지 말고 편하게 식사하지
네
(미소) 잠시만요
타이가 삐뚤어져서요
너무 늦게 알아봐서 죄송합니다
뭘?
타이 말이에요
[웃음]
[피식 웃는다]
(영준) 김 비서가 왜 그럴까?
분명 오늘 좀 이상해
[밝은 효과음] 나에 대한 감정이
세 배쯤 깊어진 느낌?
어제 내가 너무 잘 맞춰서 감동한 건가?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버튼을 달칵 누르며] 이번에는 됐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함께 안타까워한다]
(영준) 어제 인형까지 뽑아 줬으면 큰일 났겠군
그럼 감정이 열 배는 깊어졌을지도
[입바람을 후 분다]
[헛기침]
[영준의 긴장한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준의 탄식]
[영준의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준) 됐어, 아!
돼, 됐어, 됐…
[탄식]
[게임기 조작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준의 탄식]
(아이1) 와, 딥다 못한다 [날렵한 효과음]
방금 뭐라 그랬지?
(아이2) 딥다 못한다고요!
이제 비켜요, 백수 아저씨
뭐? 백수?
(아이1) 네! 우리 엄마가 회사 안 가는 사람보고 백수랬어요
[헛웃음]
너희들이 내가 누군지 몰라서 그러나 본데
너희들 집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 너희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
그중에 최소 한두 가지는 이 아저씨 회사 제품이에요
그러니까 쉽게 설명하자면
난 재벌이라고
재벌이 왜 이런 데서 인형 뽑아요?
맞아! 돈 주고 백 개 사면 되지
(영준) 음, 아니지
그건 페어플레이가 아니지
이건 직접 뽑아 줘야만이 가치가 있는 거란다
그럼, 얘들아, 쉿!
집중할 타이밍이야
[익살스러운 음악]
[웅장한 효과음]
자, 자, 자
(영준) 어, 올라, 올라, 오…
오, 오, 오! [아이들의 기대하는 신음]
[영준의 환호성] (아이들) 와!
(영준) 야! [흥미로운 음악]
[영준의 들뜬 신음]
[뿌듯한 숨소리]
(영준) 김 비서
-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어 - (미소) 네?
어제 즐거운 휴가를 선물해 준 거에 대한 보답이야
[멍멍 짖는 효과음] (영준) 이름은
'기억하개' [강아지 울음 효과음]
어? 이건
[웃음]
[훌쩍인다]
[울먹이며] 기억 못 해서 죄송해요
[당황한 신음]
이, 감동적인 건 이해하지만 그깟 봉제 인형이 뭐라고
울 것까지야…
(지아) 김 비서님…
저희 커피 사다 마실 건데 혹시 드시겠어요?
아, 커피 마실게요
아니, 제가 사 올게요
(미소) 아, 저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의아한 숨소리]
아, 눈가가 촉촉해질 정도로 감동적이었나?
[피식 웃는다]
[의아한 숨소리]
(미소) 라테 세 잔, 아메리카노 네 잔 부탁드려요
(종업원) 네
[잔잔한 음악]
(어린 미소) 오빠, 나 집에 갈래 [어린 미소가 훌쩍인다]
(소년) 미소야, 그만 울어
뚝 하면 맛있는 거 줄게
맛있는 거?
(소년) 자, 여기 캐러멜
먹고 울지 않기다?
약속해
맛있게 먹어
[한숨]
(지아) 아, 김 비서님, 제가 갔어야 됐는데
오, 캐러멜도 사셨어요?
아, 줄 사람이 있어서요
누구? 썸남?
말만 하면 썸남이래
그냥 고마운 사람이 있어서요
(미소) 날 기억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아, 그거 아세요?
모르폐인 활동했던 친구한테 문자가 왔는데
우리 모페 님
어릴 때 유괴당한 적이 있대요
네?
모페 님이 유명해지기 전에
블로그에 썼던 글에 그렇게 적혀 있대요
곧바로 지우긴 했는데 소장하고 있던 팬들이 있었다네요
그럴 리가…
그 글 혹시 볼 수 있을까요?
[긴장되는 음악]
(미소) '사람들이 모두 떠난 재개발 지구의 골목에선'
'알싸한 시멘트 냄새가 났다'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열리던 검은색 철제 대문' [끼익 소리가 들린다]
'안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벌집무늬 유리문' [쨍그랑 소리가 들린다]
'거실을 가로지르는 줄을 보며 기도했다' [음산한 효과음]
'저 선을 넘어 거실을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주인을 잃고 방치된 토끼 인형처럼'
[음산한 효과음]
'난 그곳에 방치되어'
'생기를 잃어 갔다'
(어린 미소) 오빠야
- (소년) 너 진짜 바보구나 - 바보 아니야
미소 다섯 살인데 말희 언니보다 책도 잘 읽어
다음에 오빠가 미소 보러 다시 올게
정말?
- 정말 미소 보러 오는 거지? - (소년) 응
오빠 이름 절대 안 잊어버릴게
오빠 이름이 이…
- 이… - (소년) 바보
(소년) 또 그런다, 내 이름은 그게 아니고
이성…
맞아
이성…
[무거운 음악] 이성연이었어
[문이 달칵 열린다]
맞아, 형이야
유괴당한 거 형이라고
저, 그럼 한 가지만 여쭤봐도 돼요?
부회장님 발목의 상처 어떡하다 생긴 건지…
갑자기 그걸 왜 묻는 거지?
전 부회장님이 안 좋은 기억들도 있는 것 같고
또 발목에 상처도 있고 해서 당연히 부회장님이라고 생각을…
그 상처는
어릴 때 어쩌다 생긴 거야
아…
그래서였나?
네?
어릴 때부터 찾던 오빠가 나인 줄 알고
그래서 오늘 하루 종일 날 그런 눈으로 본 건가?
죄송합니다, 착각해서
잘 지냈어요?
계약서 쓰러 왔다가 잠시 들렀어요
(성연) 어제도 왔었는데 미소 씨는 없던데
월차였어요
(성연) 아, 그랬구나
전화할까 하다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영준이랑 형제라는 거 미리 얘기하지 못해서 사과하려고
[잔잔한 음악]
미소 씨, 표정이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성연) 그러니까
우리가 같이 갇혀 있었다는 거죠 그때?
저랑 같이 있었던 거
전혀 기억이 안 나세요?
실은
그때 유괴당한 충격 때문에 기억이 드문드문 끊겨 있거든요
아…
그럼 혹시 어디까지 기억을 하시는지…
내가 아는 부분이라도 얘기해 줘요?
네
그 녀석
어렸을 때부터 나랑 사이가 안 좋았어요
네?
영준이요
(성연) 지금하고 똑같이 잘난 척이 심한 성격이었거든요
뭐든지 나보다 잘하고 빨리 배워서
늘 비교의 말들이 따라붙었어요
그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영준이가 월반을 해서 같은 반이 됐어요
영준이는 그 똑똑한 머리로
내 친구들을 금방 자기편으로 만들더니
나중에는 그 애들하고 편을 먹고 나를 괴롭혔어요
자기보다 약했던 나를 비웃으면서
[의미심장한 음악]
네?
형 친구들하고 많이 싸웠어
어린게 건방지다고 툭툭 건드리고 시비 걸고
그래도 형이랑 같이 있어서 다행이었겠네요
아니
그놈이 더했어
순 거지 같은 놈이야
[한숨]
(성연) 어느 날 영준이가
재개발 지구에 날 데려갔어요
음료수를 사 올 테니 기다리라는 말만 남겨 놓고 떠났죠
[한숨]
그길로 영준이는 오지 않았고 그렇게 기다리다
유괴를 당한 거예요
[한숨]
[한숨]
(미소) 부회장님
다시 만나 너무 기쁩니다
너무 늦게 알아봐서 죄송합니다
[미소의 한숨]
[감성적인 음악]
[한숨]
부회장님, 저 왔습니다
어, 먼저 서재에 가 있지
네, 그럼 개정판이 출간될 예정인 것부터 분류하고 있겠습니다
[미소가 피식한다]
[놀란 신음]
[미소의 탄성]
나 왜 이렇게 촌스러웠어?
(미소) 이런 건 왜 써 놨대?
[헛웃음]
지금 수능 상위 1%라고 자랑하고 싶었던 거야?
[민망한 신음]
창피해
이런 사람들을 두고 왜 나를 뽑은 거지?
(영준) 내가 그때 왜 김 비서를 채용했는지
궁금해?
네?
네
미소였으니까 [감성적인 음악]
김미소였으니까
(영준) 무슨 약속이라도?
[영준의 놀란 신음] (유식) 누구게?
(영준) 지금 뭐 하는 짓이지?
[유식의 힘주는 신음]
썸이라니?
(유식) 서로 마음은 있는데 사귀지는 않는 단계
(영준) 기억 찾는 노력 대신 나하고 추억 쌓는 노력이나 할 것이지
[영준의 한숨]
(영준) 제가 여기 온 이유는 바로
협동과 단결?
아니
우리들의 썸 청산
연애 시작이야
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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