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This Blog



  용팔이 9

 

[여진] 진짜 아침이다

 

마침내 난 자유를 얻었다

 

하지만 두렵다

 

이 남자를 잃을까 봐

 

[쩝 입소리] 좋은 아침

 

- [탁 - 식기] - 어후

 

너무 무거워

 

그래서? 먹여달라고?

 

 

어휴, 씨, 어떡하니

 

아, 까딱하면 진짜 넘어갈 뻔했어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이거 팔 운동이야, 직접 먹어

 

[쩝 입소리]

 

[놀리는 투] 그럼 내가 다 먹어야지

 

[여진] 어우, 진짜 유치하게 내가 무슨 세 살이냐?

 

이거 계란에다

 

잘 볶은 햄에 양파에 우유까지 섞어서

 

엄청 부드럽고 푹신한 오믈렛인데?

 

의사가 직접 만든?

 

[냄새 맡는 소리]

 

[탁 - 식기]

 

[밝은 음악]

 

[감탄하는 소리]

 

잘했어, 근데…

 

줘 봐

 

[쩝 입소리] 이렇게 크게 먹는 거는 반칙이야

 

이거는 팔 운동을 위한 거라고, 어?

 

뭐야, 이게?

 

[짜증 난 말투] 어우 이거 언제 다 먹어

 

[태현] 천천히

 

[불규칙한 발소리]

 

천천히 해

 

[여진의 숨찬 호흡]

 

혼자 걸어볼게

 

그래

 

[불규칙한 발소리]

 

[여진의 놀란 신음]

 

[여진의 힘겨운 숨소리]

 

괜찮아?

 

 

응, 잘했어, 많이 좋아졌네

 

[여진의 웃음]

 

근데 계속 이러고 있을 거야?

 

뭐, 쉬다가 또 운동해야지

 

어째 영 쉬는 포즈는 아닌 것 같은데

 

[신부] 오, 주여

 

아, 걷는 연습 중이었어요

 

아침 미사도 안 나오고

 

맨날 허구헌 날 이러고나 있으니

 

아, 신부님, '이러고'라니요 재활 운동 중이에요

 

- [신부의 헛웃음] - [태현] 아, 진짜라니까요?

 

소피아, 고해성사한 지 얼마나 됐지요?

 

음, 한 3년쯤?

 

갑시다

 

- 네? - 고해성사하러

 

[멀어지는 발소리]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신부]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굳게 믿으며

 

그동안의 죄를 뉘우치고

 

사실대로 고백하십시오

 

원수를 모조리 죽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지금도 그러길 원하십니까?

 

 

- [어두운 음악] - 지난 3년

 

복수가 아니면 차라리 죽음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그 어느 것도 들어주지 않으셨습니다

 

[신부]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도에 응답하십니다

 

자매님은 미움으로 기도했지만

 

하느님은 사랑으로 응답하셨습니다

 

자매님, 지금

 

자매님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십니까?

 

그 사람을 사랑하십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신부] 자매님의 기도는 응답받았습니다

 

하느님 은총에 감사하십시오

 

하지만 두렵습니다

 

제 사랑 때문에

 

그 사람을 잃게 될까 봐

 

[신부] 하느님이 정하신 일을 사람이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느님께 자비를 청하십시오

 

그리고 그를 더욱 사랑하십시오

 

그가 저 때문에 불행해질지 모르는데도요?

 

[신부] 원수를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그와 자매님의 영혼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구원받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 [간호사] 안녕하세요 - [호준] 네

 

[심전도계 비프음]

 

[호준] 음, 여기 김영미 환자 맞죠?

 

- 네 - 문 좀 열어봐요

 

저, 이 환자 주치의는 김태현 선생…

 

- 태현이 병가 냈어요 - 아, 네

 

뭐 해? 문 좀 열어 봐

 

뭐, 상태도 똑같은데 보실 필요가…

 

나도 여기 내려오기 싫거든?

 

아, 네

 

[도어록 작동음]

 

[도어록 조작음]

 

[호준] 음

 

상태는 어때요?

 

똑같죠, 뭐

 

이 환자 누가 찾아오거나 그런 건 없죠?

 

왜 없겠어요? 엊그제도 찾아왔었는데요

 

누가요?

 

자기 딸이 한신 병원 앰뷸런스 타는 걸 본 사람이 있다면서

 

온 병원을 뒤지고 다닌 모양이에요

 

- 그래서? - 뻔하죠

 

보안과에서 딱 잡아떼고 쫓아낸 거죠, 딱하게도요

 

[한숨] 이젠 이런 짓도 지겹네

 

하여튼 보안과에서 알아서 할 일이니까

 

우린 신경 쓰지 말아요

 

그리고 뭐, 아침저녁으로 내가 회진할 일은 없어 보이니까

 

특이 사항 생기면 콜하고요

 

 

[도어록 작동음]

 

[문이 닫힌다]

 

[수간호사] 야, 이제 됐어, 일어나

 

[코 고는 소리]

 

- [익살스러운 음악] - 야, 일어나

 

네?

 

[힘주는 소리]

 

너는 참 비윗장도 좋다 이 상황에 잠이 오니?

 

[하품] 그럼요, 왜요?

 

됐다, 야, 올라가 봐

 

아우, 잘 잤다

 

그럼 이따 저녁 회진 때도

 

여기 와가지고 자면 되는 거예요?

 

그래, 푹 자

 

아싸

 

아, 1218호 고객님 퇴원 수속 밟아주세요

 

 

근데 과장님, 그 소식 들으셨어요?

 

무슨 소식?

 

글쎄, 황 간호사님이 돌아가셨대요

 

뭐? 어쩌다?

 

뺑소니 차에 치여서요

 

공중전화 박스 안에 계시다가

 

통째로 트럭에 받혀서 그 자리에서…

 

- [어두운 음악] - 그래서?

 

그 트럭은 잡혔대?

 

아니요, 못 잡았대요 [한숨]

 

근데 핸드폰 밧데리가 다 되셨었나?

 

아, 왜 하필 공중전화 박스 안에 계셨을까?

 

[한숨] 쯧, 안됐어

 

뭐? 황 간호사가?

 

[간호사] 네 영애님 돌보던 황 간호사요

 

[똑똑 - 노크]

 

[병원장] 어, 들어와요

 

편히 쉬셨습니까? 원장님

 

[한숨] 어서 와요, 이 과장

 

저 혹시 황 간호사 얘기 들으셨습니까?

 

- 응, 들었지 - 진짜 교통사고인가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겠는데

 

아닐 거야

 

- [긴장감 도는 음악] - 원장님, 그게 아니라

 

혹시 우리 모두를 토사구팽 하려는 건 아닐까 하는데

 

허허허, 뭐, 토사구팽?

 

원장님, 그렇게 낙관적으로만 생각하실 문제가 아닙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여진이가 죽은 마당에

 

한 회장 입장에선 그동안 여진이를 관리해 온 우릴

 

깨끗하게 제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병원장] 이 과장 걱정도 팔자구만

 

우리가 없으면 이 한신 병원은 어떻게 돌아가?

 

12층이 어떻게 돌아가냐고?

 

- [미스터리한 음악] - 욕심 많은 한 회장이

 

병원을 포기할 리 없잖아

 

진짜 그럴까요?

 

그럼, 걱정하지 마

 

황 간, 그 여자 그렇지 않아도 께름직했는데

 

어찌 됐든 [한숨] 우리 입장에선 잘된 거야

 

아, 예

 

[날카로운 효과음]

 

[매미 소리]

 

[태현의 한숨] 좀 많이 걸었다고 발이 부었네

 

[여진] 안 그래도 괜찮은데

 

이럴 때는 그냥 '고마워' 하는 거야

 

해봐, 고…

 

- 됐어 - 치

 

[태현] 쩝, 근데

 

개구리 왕눈이 여자 친구 이름이 뭐였지?

 

- 아로미? - 그래, 아로미

 

이제부터 니 별명은 아로미야

 

- 왜? - 닮았어

 

얼굴이?

 

발가락이

 

[여진] 이 씨 그래, 나 개구리 발가락이다

 

- 됐어, 그만해 - 아, 아니야, 아니야, 이쁘다고

 

[감성적인 음악]

 

고마워

 

응?

 

아니야, 아무것도

 

[태현] 치, 쯧

 

이 정도 회복세면 금방 여기서 나갈 수 있겠다

 

나가?

 

여기 계속 있을 수 없잖아

 

어디로 가게?

 

뭐, 어디든

 

난 괜찮아, 당신하고 있으면

 

당신은?

 

나두

 

자, 다 됐다

 

- 아로미 핸드폰 줘 봐 - 왜?

 

음, 방 좀 알아보게

 

음, 이거 괜찮네

 

어때?

 

[태현의 한숨]

 

[태현] 얘들아, 너네 왜 가만히 있어? 안 놀고?

 

더울 땐 가만히 있는 게 짱이랬어요

 

- [경쾌한 음악] - 야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놀아야지

 

아저씨랑 재미있는 놀이 할까?

 

아저씨 친구 없어요?

 

아저씨가 아이스크림 사줄게, 놀자

 

[성훈] 한신 케미컬하고 일렉은 이번에 털어내시고

 

대신 케미컬의 김 사장을

 

한신 에너지 사장으로 보내면 어떻겠습니까?

 

김 사장은 회장님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 음 - [비서실장] 고 사장님, 아니…

 

구조 조정 본부장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한신 일렉은 그룹의 캐시 카우입니다

 

지금 그런 걸 매각하자고요?

 

그러니까 쉽게 매각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 예? - 한신의 캐시 카우면 뭐 합니까?

 

회장님이 한신의 주인이 될 수 없으면

 

돈이 되는 걸 팔아야 총액을 낮추고

 

대신 홀딩스의

 

회장님 지분을 높일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어두운 음악]

 

일리가 있어

 

아무리 그렇다 해도

 

케미컬의 김 사장님을 에너지로 보내는 건 아니죠

 

[성훈] 그럼 에너지는요? 사람이 없잖습니까?

 

그 정도는 우리 쪽 인력 풀에도 충분히 있습니다

 

'우리 쪽'이라면?

 

 

기조실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난 또 지금의 우리를 얘기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 이제 우리의 개념도 좀 바꿔야지

 

대승적으로

 

[함께 웃는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저의 충심을 이해해 주셔서

 

[성훈의 웃음]

 

실장님, 참모들이 아무리 똑똑해도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야전에서 뼈가 굵은 장수들이 제격 아니겠습니까?

 

[계속되는 성훈의 웃음]

 

지금은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모님, 아, 사모님

 

- [도준] 뭐야? - 아니, 저, 사모님께서…

 

됐어, 나가봐

 

야, 쟤 잘라라

 

여자 하나 못 막는 게 무슨 경호원이야?

 

[채영] 아, 딱지치기들 중이셨구나

 

고 사장님 그래 좀 많이 따셨어요?

 

아 참, 우리 아버지 이번에 자리 보전은 하시나?

 

어이구, 사모님 아니, 무슨 말씀을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뭐긴 뭐야? 자기 보고 싶어서 왔지

 

저희는 그럼 잠시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성훈의 웃음]

 

[도준] 그래, 좀 쉽시다

 

[발소리]

 

다음은 누구야?

 

- 무슨 다음? - 황 간호사 다음 말이야

 

왜? 김태현이가 걱정돼?

 

응, 걱정돼

 

맙소사

 

당신 혹시 걔 진짜로

 

- 사랑하냐? - 당연하지

 

걔는 나의 소중한 장난감이니까

 

[무거운 음악]

 

내가 싫증나기 전까진 아무도 건드릴 수 없어

 

그게 우리의 계약이잖아?

 

그리고

 

당신도 걱정돼

 

나? 당신이 날?

 

아이고, 이거 황송해라

 

그래, 고마워, 걱정해 줘서

 

이제 당신한테서 피비린내가 나

 

자기 아버지 졸라서

 

싫다는 가신 집 딸을 조공하게 할 때는

 

그나마 젖비린내라도 났었는데

 

친동생의 피를 보더니 이제 아주 막 나가는 거야?

 

너 그 입 닥치지 않으면

 

너도 여진이 꼴 나는 수가 있어

 

그럴 용기라도 있었더라면

 

어쩜 나두 당신을 사랑했을지도 모르지

 

[한숨] 다 죽여도 상관 안 해

 

하지만 태현이는 건드리지 마

 

태현이 잘못되면

 

그다음에 날 죽여야 될 거야

 

그리고 날 죽이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당신이 일부러 성훈이를 죽였다는 사실이

 

즉시 대정으로 통보된다는 거

 

[휴대전화 연결음]

 

아빠, 사람 좀 찾아주세요

 

김태현이요

 

- [어두운 음악] - 급해요, 그 사람 위험해요

 

회장님께서 다시 들어오시랍니다

 

김태현이 위치는

 

사모님이 찾아주시겠는걸

 

- [밝은 음악] - [아이들의 노는 소리]

 

[여진] 빨리, 조심해

 

[아이들의 비명]

 

- [여진] 거기 조심해 - [아이의 웃음]

 

[아이들] 오빠

 

야, 너 맞았으니까 죽었잖아

 

아니야, 이게 공주 피구래

 

'런닝맨' 식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당신만 안 맞으면 난 사는 거야

 

-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 아, 살려줘, 얘들아

 

[다들 제각기 떠든다]

 

[아이들의 비명]

 

- [아이] 아 - [여진] 어, 어떡해

 

[아이들] 괜찮아?

 

[아이들의 걱정하는 소리]

 

 

미안해, 응?

 

[아이] 덧나면 안 되는데

 

[태현] 걱정하지 마세요 아저씨 의사야

 

진짜요?

 

응, 아저씨, 진짜 의사야

 

잘 치료해 주실 거야

 

자, 다 됐다

 

감사합니다

 

쟤네들 진짜 귀엽다

 

나 이런 게임 처음 해봐

 

학교 다닐 때 다 하는 건데 어릴 때 안 해봤어?

 

처음이야

 

진짜?

 

난 다치면 안 되니까 이런 건 못 했지

 

에휴, 어릴 때 뭐 하고 놀았대?

 

음, 난 테니스를 좋아했어

 

[감성적인 음악]

 

항상 오빠랑 복식조가 됐었어

 

그러던 어느 날

 

아!

 

내가 상대편 공에 눈을 맞고 쓰러지자

 

오빠가 아빠한테

 

- 여진아! - [여진] 엄청나게 야단을 맞았어

 

[여진 부] 아니, 이놈아 그, 공을 어떻게 쳤길래

 

애가 그냥 눈이 부어 가지고 있는 거야, 또? 도대체가

 

어? 잘 좀 쳐야지!

 

너 애한테 왜 그러는 거야? 도대체가

 

공 치는 선생도 붙여 줬잖아 뭐가 불만이야? 도대체가

 

너 옛날엔 잘 쳤잖아? 근데 왜 그래?

 

그, 애를 아껴줘야 될 거 아니야!

 

[여진의 울음]

 

여진아

 

[울먹이며] 미안해

 

내가 공을 잡았어야 했는데

 

미안해, 오빠

 

나 때문에…

 

[여진의 울음]

 

우리도 그럴 때가 있었는데

 

그 뒤로 난 테니스를 그만뒀어

 

잘했어

 

테니스 치다가 눈탱이 밤탱이 돼 가지고

 

병원에 오는 사람 많아

 

위로가 안 되네

 

- 얘들아, 모여 - [아이들의 환호성]

 

이제 출발하자

 

- [신부] 출발하자 - [아이들 일제히] 네

 

우리 냇가 가는데 같이 가요 빨리 와요

 

냇가?

 

냇가 좋아해?

 

- 응 - 가본 적은 있고?

 

아니

 

[태현의 웃음]

 

[호준] 이해인? 음

 

어? 저 여자는 뭐야?

 

네?

 

[간호사] 아, 새로 온 영애님 담당 간호사인데요

 

- 뭐? - 모르셨어요?

 

[긴장감 도는 음악]

 

누구야? 몇 층 있던 간호사야?

 

저희 병원 간호사는 아니고요

 

회장님 댁에서 파견하신 것 같더라고요

 

- [태현] 와, 다슬기다, 이거 - [감성적인 음악]

 

[태현과 아이들이 일제히 떠든다]

 

- [아이들의 신난 함성] - [태현] 야!

 

[태현과 아이들의 노는 소리]

 

[연신 아이들의 비명]

 

- [태현] 이야! - [아이] 거기 서

 

[아이] 아, 차거, 아, 차거 아, 차거

 

괜찮아? 휠체어에 앉을래?

 

아니, 나 걸어보고 싶어

 

- 아니, 여기서? - 응

 

미끄러울텐데

 

괜찮아, 니가 있잖아

 

[아이] 야, 진짜, 야!

 

[여진의 웃음]

 

시원해

 

[웃음] 발이 엄청 간질간질해

 

[여진의 웃음]

 

물이 엄청 차가워

 

- 나갈까? - 아니

 

지금 너무 행복해

 

이대로 잠시만 있자

 

[태현의 어처구니없는 웃음]

 

그만 나가자

 

둘이 무슨 얘기 했어?

 

일단 따라와

 

[여진] 여긴 어떻게 알았어?

 

[태현] 알리가 우리 방해된다고 다녀오래

 

진짜 그렇게 말했어?

 

눈꼴시어서 못 봐주겠대

 

나 좀 걸을래

 

진짜? 힘들지 않겠어?

 

운동해야지 앞으로 너한테 짐이 안 되려면

 

[새들이 지저귄다]

 

조심

 

[여진의 숨찬 호흡]

 

오늘 많이 걸었어, 이제 업혀

 

- [한숨] 나 진짜 괜찮은데 - 에이, 업히세요

 

[여진] 무겁지?

 

아휴, 엄청 무거워

 

나 내려줘

 

아, 장난이야 하나도 안 무거워

 

나는 소현이 어렸을 때부터 업어 버릇해서

 

요령이 생겼지

 

소현이는 선천적으로 아팠어?

 

아니

 

내가 그렇게 만들었지

 

- 어? - [어두운 음악]

 

엄마, 아버지는 일 다니시느라 항상 늦게 들어오셨어

 

그날도 내가

 

- [어린 태현] 소현아 - 동생을 돌보고 있었고

 

- [거부하는 소리] - 야, 일어나라니까

 

오빠, 나 아파

 

[어린 태현] 음, 열이 있네 밥 먹고 약 먹자

 

일어나, 으차

 

[태현] 생각하면 어설픈 엄마 흉내?

 

아님 병원 놀이 같은 거였어

 

[뒤적이는 소리]

 

[탁 - 약병]

 

- 먹자 - 먹기 싫어

 

그래도 먹어야 돼

 

너 아프다며, 이거 먹어야 빨리빨리 나을 수 있어

 

 

[태현] 싫다는 아이한테

 

아세트아미노펜을 먹였으니까

 

아버지가 드시던 진통제

 

어린애가 먹으면 급성 간 손상을 초래하는 약이야

 

열나고 아프면 엄마가 주던 약과

 

- 일어나 봐 - [태현] 똑같이 생겼거든

 

장난치지 말고 일어나 보라니까

 

야! [다급한 숨소리]

 

야!

 

야!

 

[태현] 난 겁이 났었어

 

그래서 미친 듯이

 

동네 의원으로 달려갔어

 

선생님, 저 문 좀 열어주세요

 

제 동생이 아파요, 도와주세요

 

뭐?

 

선생님, 도와주세요 제 동생이 아파요

 

- 뭐, 어디가? - 빨리요

 

[어린 태현의 숨찬 호흡]

 

얘 언제부터 이래?

 

- 약을 먹은 후부터요 - 무슨 약?

 

[통 속 알약 소리]

 

이거요

 

[의사] 아, 아휴, 참

 

여기 나 좀 도와줘

 

[어린 태현의 흐느낌]

 

괜찮을는지 모르겠어

 

- [태현 모] 소현… - [어린 태현] 엄마!

 

[태현 모] 어! 소현아, 소현아!

 

소현아! 어떻게 된 거야?

 

[여진] 그래서 의사가 된 거구나

 

소현이를 구하고 싶어서

 

부자가 되고 싶었어

 

요즘 말로

 

갑이 되고 싶었던 거지

 

소현이를 치료할 수 없는 가난

 

아버지를 주폭으로 만든 가난

 

그게 싫어서

 

근데 결국

 

빚쟁이에 범죄자가 됐네

 

난 왜

 

갑이 되려 하면 할수록

 

더 비루한 을이 되는 걸까?

 

내가 너무

 

내 주제를 모르는 건가?

 

우린 모두

 

누군가에게는 을이야

 

자신이 비루한지도 모르는

 

그런지도?

 

그래도 넌 스스로의 힘으로

 

어려운 공부를 마치고 의사가 됐잖아

 

그리고 결국 니 힘으로 소현이를 구한 거고

 

넌 최선을 다한 거야

 

나도 너 같은 오빠가 있었더라면…

 

[감성적인 음악]

 

아, 여기인가 보다

 

[여진의 감탄하는 숨소리] 너무 아름다워

 

[태현] 여기가

 

바람의 언덕이래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기서 키스하면…

 

[정인의 '사실은 내가']

 

♪ 내 손끝을 스치는 ♪

 

♪ 그대의 온기 ♪

 

♪ 내 귓가에 맴도는 ♪

 

♪ 그대의 목소리 ♪

 

♪ 난 ♪

 

♪ 그댈 알고 있었죠 ♪

 

♪ 아주 오래 전부터 ♪

 

♪ 내 안에 살고 있었죠 ♪

 

♪ 수많은 밤을 지나 ♪

 

♪ 그대에게 왔죠 ♪

 

이곳에 다시 오게 된대

 

이곳에 다시 와서 키스하면

 

[여진] 키스하면?

 

그 둘은

 

영영 헤어지지 않는대

 

우리 내일 여기 또 오자

 

[속삭이듯] 그래

 

♪ 숨도 못 쉴 만큼 ♪

 

♪ 그댈 힘껏 안고서 ♪

 

♪ 참고 참았던 그 말 ♪

 

♪ 사랑해요 ♪

 

- [어두운 음악] - [여진] 넌 살인자야

 

너도 결국

 

한도준의 손에 죽게 될 거야

 

처음 보는 친구인데? 어이

 

잠깐만

 

원장님

 

[다급한 숨소리]

 

원장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원장님

 

원장님

 

원장님

 

원장님!

 

[호준의 놀란 숨소리]

 

가, 간호사! 간호사!

 

[음악이 뚝 끊긴다]

 

- 과장님, 어디 가세요? - [호준] 어

 

아래층에 손님이 와 계셔서

 

- 급한 일 있으면 콜해요 - 네

 

[긴장감 도는 음악]

 

얘들아, 배 안 고파?

 

[함께] 배고파요!

 

오늘은 아저씨가 쏜다!

 

[아이들의 함성]

 

[감성적인 음악]

 

- [여진] 고기도 많이 먹어 - [아이] 예

 

오늘 아이들이랑 놀아주느라고 고생 많았어요

 

아, 아니에요 제가 더 재미있었어요

 

- [신부의 웃음] - 많이 드세요

 

- [태현] 얘들아, 많이 먹어 - [아이들] 네!

 

- 많이 먹어 - 응

 

아유, 수상해

 

진짜 재벌 맞나 몰라?

 

맨날 좋아하는 게 된장찌개 아니면 비빔밥이야

 

[달그락 - 식기]

 

원장님, 식사하셔야죠

 

- [긴장감 도는 음악] - 원장님

 

원장… [놀란 숨소리]

 

[고조되는 음악]

 

[쿵쿵 - 문]

 

[아이] 신부님!

 

- [쿵쿵 - 문] - 신부님!

 

신부님!

 

[신부] 아니, 누구야?

 

어? 알리야

 

니가 이 밤에 웬일이야?

 

[훌쩍이며] 신부님, 엄마가 아파요

 

아저씨 좀 불러주세요, 네?

 

- 알리야 - 아저씨, 우리 집에 가요

 

아저씨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네?

 

아저씨, 의사잖아요

 

아저씨, 아저씨, 우리 집에 가요

 

- [긴장감 도는 음악] - 선생님, 문 좀 열어주세요

 

제 동생이 아파요, 도와주세요!

 

[알리가 울며] 아저씨, 우리 집에 가요

 

알리야, 잠깐만 차 키 좀 가져올게, 응?

 

아이구야

 

[끼익 - 타이어]

 

- [알리] 빨리요, 빨리 - [신부] 가

 

쫌만 있어요

 

[여럿이 웅성거린다]

 

[신부] 자, 자, 자, 자 비켜주세요

 

저, 의사 선생님이에요

 

[알리 부가 울먹이며] 의사 선생님 우리 와이프 좀 살려주세요, 예?

 

[알리가 울며] 엄마

 

- 예정일이 언제죠? - 한 달 남았어요

 

- [알리 부] 여보 - [이웃] 알리야

 

- [고조되는 음악] - [혈압계 바람 빠지는 소리]

 

[수녀] 선생님, 벌써 양수가 터진 것 같아요

 

- [알리 부] 네? - [알리] 엄마

 

안 되겠어요 병원으로 옮겨야겠어요

 

임신 중독이에요

 

임신 중독?

 

안 돼요, 병원 못 가요 [신음]

 

- [울먹이며] 가면 큰일 나요 - 네?

 

[신부] 저, 이 사람들은 불법체류자들이라

 

병원에 가면 추방될 수 있어

 

그래서 병원에 못 가는 거야

 

그래도 죽는 것보다 낫잖아요

 

이들에겐 죽는 것보다 못 할 수도 있어

 

산모만 병원에 가면 가족이 영영 헤어지게 되는 거고

 

가족이 다 추방돼 돌아가면

 

여기 오기 위해서 진 빚 때문에

 

가족이 영영 해체되고 말 거야

 

[알리 모] 나는 죽어도 돼요

 

우리 아기만 살려주세요

 

무슨 말 그렇게 해? 당신 죽으면 우리 어떡하라고!

 

[수녀] 선생님, 아이 움직임이… 어떡해요?

 

- 엄마 - [신부] 아이 좀 데리고 나가요

 

- 엄마 - [이웃] 빨리빨리, 빨리

 

싫어요, 난 여기 있을 거예요

 

- [긴박한 음악] - [알리] 엄마, 싫어요

 

[의사] 야, 그 인간들 절대 안 와

 

보통 VIP가 아니야, 초초 VVIP래

 

[심정지 신호]

 

엄마

 

[훌쩍이며] 엄마, 엄마!

 

[태현의 울음]

 

[태현/회상] 엄마

 

[알리] 엄마, 엄마!

 

엄마

 

[태현] 걱정하지 마, 알리야

 

너네 엄마 안 죽어

 

엄마, 엄마

 

- [태현의 한숨] - [여진] 어떻게 됐어?

 

아무래도 수술해야 될 것 같아

 

수술? 무슨 수술?

 

- 제왕절개 수술 - 여기서?

 

어쩔 수 없어

 

지금 빨리 안 하면 산모하고 아이 둘 다 죽을 수도 있어

 

그러다 잘못되면?

 

잘못되면 안 되지

 

[긴장감 도는 음악]

 

미쳤어

 

[웅성거리는 소리]

 

[태현] 나가세요, 다들

 

[신부] 아, 얼른얼른

 

[웅성거리는 소리]

 

[알리 모의 신음]

 

[알리 부] 여보

 

[신부] 와, 저것 좀 봐

 

아이, 항상 저런 걸 가지고 다녀?

 

진짜 할 수 있겠어요?

 

걱정 마세요 이래 봬도 간호 장교 출신이에요

 

알겠습니다

 

- 옆으로 돌릴게요 - [수녀] 예

 

[고조되는 음악]

 

사장님, 마이 와이프 좀 제발 좀 살려주세요, 사장님

 

[알리 모] 사장님

 

우리 아기

 

살려주세요

 

저 괜찮아요

 

우리 아기 좀 살려주세요

 

[부스럭거리는 소리]

 

됐어요

 

[알리 부] 그래, 괜찮아

 

[태현] 아, 여기 위에도 해 주세요

 

응급이니까 수직절을 낼 거예요

 

네, 외과라면서 제왕절개도 해봤어요?

 

[다시 고조되는 음악]

 

아이 움직임이 둔해지고 있어요

 

[태현] 안 돼 아직 마취가 덜 됐어

 

[달그락 - 차 문]

 

-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 사장님

 

마취 다 된 것 같아요

 

우리 아기 얼른 꺼내주세요, 네?

 

[태현] 아직은 아니야

 

아, 뭐 해?

 

[태현] 안 돼

 

지금 절개하면 쇼크가 올 수도 있어

 

[알리 모] 아기 꺼내주세요, 네?

 

빨리 꺼내주세요

 

- 메스 - [수녀] 예

 

- 이 악물어요 - [알리 모의 신음]

 

[태현] 한 번에 가야 돼

 

- 리트랙터 - 네

 

[음악이 뚝 끊긴다]

 

[태현의 거친 호흡]

 

- [태현] 켈리랑 시저요 - [수녀] 네

 

[달그락 - 수술 도구]

 

받으세요

 

오, 하느님

 

[잔잔한 음악]

 

됐어요

 

[태현] 너무 작아 인큐베이터가 필요해

 

[아기의 작은 울음소리]

 

[알리 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알리 모의 헐떡이는 숨소리]

 

어, 청진기 좀, 빨리요

 

[탁 - 청진기]

 

[태현] 색전증이야

 

[어두운 음악]

 

지금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돼요

 

병원? 안 된다니까

 

갈 수 있는 병원이 딱 한 군데 있어요

 

[둔탁한 효과음]

 

[톡톡 두드리는 소리]

 

원장님 얘기 들었어요?

 

병원이 난리가 났는데 그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좀 수상하지 않아요?

 

아니, 그렇게 건강하시던 분이 웬 심장마비?

 

아니, 황 간호사 그 여자도 갑자기 죽더니

 

- 원장도… - 쉿

 

쩝, 김태현 쌤은 돌아오지 말아야 될 텐데요

 

통화는 해 보셨어요?

 

전화기 꺼져 있어

 

[어수선한 소리]

 

- [알리 부] 여보, 여보 - [신부] 너무 걱정들 하지 마시고

 

- [알리 부] 여보 - [신부] 너무 걱정들 하지 말아요

 

[이웃들의 우는 소리]

 

여보

 

- 신부님, 가셔서 전화 주시고요 - 아, 그래

 

[알리 부] 여보

 

[이웃이 흐느끼며] 알리, 알리야 알리야

 

알리야

 

[태현] 미안한데

 

당신은 수녀님하고 먼저 성당으로 가야 될 거 같아

 

왜?

 

어디 가야 될 데가 있어

 

어딜?

 

같이 가

 

아니야, 당신은 못 가는 데야

 

어딘데?

 

빨리 말해

 

- [긴장감 도는 음악] - 한신 병원

 

미쳤어?

 

걱정하지 마, 어?

 

그, 12층에 산모하고 아기만 올려보내고

 

금방 올게, 진짜야

 

- 안 돼 - 진짜야, 금방 올게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빨리 안 가면 산모하고 아기

 

둘 다 죽어

 

약속해

 

빨리 돌아온다고

 

알았어

 

내일 소현이 미국 가는 것만 보고 금방 올게

 

알았어

 

조심해

 

걱정하지 마, 응? 금방 올게

 

[여럿이 우는 소리]

 

[신부의 다급한 숨소리] 빨리 가

 

- [달칵 - 안전벨트] - [이웃들의 울음]

 

- [알리 부] 여보 - [이웃들의 울음]

 

[수녀] 걱정 마세요

 

틀림없이 하느님께서 지켜주실 거예요

 

저분은

 

하느님께서 보내 주신 천사일 거예요

 


 


.용팔이

No comments: